친환경 농업에 대하여

최근 소득 수준 향상과 더불어 식품 안전성과 환경보전을 중시하는 소비자 운동이 선진국들은 물론 개도국에서도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런 추세에 부응해 유기 농산물과 친환경 농업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식도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이젠 단순 먹거리 생산이 아닌 안전하고 건강에도 좋은 고품질을 요구하는 시대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의식조사 결과 농산물 구입시 농약 처리여부와 원산지, 유전자 조작 등 안전성을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 유기 농산물 매출은 늘고 있지만 아직도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와 이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많지 않은 건 일반 재배 농산물에 비해 가격부담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그래도 친환경 농업은 비껴갈 수 없는 농업의 대세이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기 위해선 여러가지 제약들이 따른다. 생산자 입장에서 농산물 안전성에 치중하다 보면 관행농업에 비해 생산량이 줄어 경영수지가 악화되고 수확량을 높이려다 보면 농약과 비료의 유혹을 떨쳐 버릴 수 없다. 게다가 천연퇴비나 액비 등을 제조·사용하는데 넓은 작업공간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부속장비 설치에도 추가 비용과 노동력 등이 요구된다. 흔히 화학비료나 농약 등을 사용하지 않으면 유기농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퇴비 등으로 사용되는 축산 부산물에도 각종 항생제와 살충제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안심하기 어려우며 무엇보다 친환경 농업에 대한 정확한 시험결과나 정립된 재배기술이 미흡, 농업인들에게 혼란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친환경 농산물은 도매시장에서 경매되지 않고 있다. 그만큼 유통경로가 제한적이고 개별 농가가 판로를 뚫어야 하는 고충도 따르며 생산량이 적어 물류비 부담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앞으로 생산자들이 제 값을 받고 팔 수 있도록 다품목 주년 생산을 위해 재배지나 생산지를 집단화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소비자들의 친환경 농산물 선호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이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유통 경로를 다양화한다면 친환경 농산물 판매를 보다 확대해 나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최근 중국은 산둥성 일대에 대규모 친환경 재배 단지를 조성하는 등 품질과 안전 위주로 생산 정책 방향을 돌리고 있으며 친환경 농산물 소비가 늘고 있다. 화성시는 올해 천적을 이용한 해충방제, 축산 농가 미생물 배양 공급, 가축분뇨 자원화, 지력증진을 위한 겨울철 녹비작물 재배 등을 통해 악취제거는 물론 경종과 축산이 연계되는 자연 순환농업 추진을 확대한다. 안전한 농산물 생산과 친환경 농업만이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김경배 화성농업기술센터 소장

친가족문화 확산되는 한해 되길…

정해년(丁亥年) 2007년을 앞두고 “붉은 돼지해다, 황금 돼지해다”, “아니다. 마케팅 상술(商術)이다’ 등 말들이 많다. 그렇다고 600년만에 맞는 황금 돼지해라는 것을 근거없는 억지라고 하면서 새해를 맞는 사람들의 기분을 다운시킬것 까지는 없지 않는가. 실제로 내년에 태어나는 아기는 재복을 갖는다는 말을 믿고 임신 및 출산 계획을 세우는 부부들이 많다. 세계 최하위 출산율로 국가적인 현안이 되고 있는데 이렇게라도 한숨을 돌릴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 아닌가. 저출산문제는 국가사회적으로는 심각하다. 저출산은 노동력 공급과 소비량을 줄여 경제성장률을 둔화시킨다. 연금과 복지비 지출을 늘려 국가의 재정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출산율 저하는 고령화로 이어져 사회 전체가 활력을 잃게 된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그런데도 국민들 입장에서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아직까지 내 부모, 내 자식이 살아가는데 크게 불편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내 가정에까지 저출산 고령화의 폐해가 미칠 건 시간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국가차원으로 가족계획을 펼쳐 인구감소정책을 펴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반대로 인구증가정책을 펴야 하는 시점이다. 지금까지의 저출산 논의들을 보면 임신과 출산, 육아 등은 여성들 몫이란 기본적인 사고가 전제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방식대로라면 저출산과 이에 따른 고령화를 해결하는 짐은 고스란히 여성들 몫이 되게 된다. 취업·전업주부할 것 없이 아이 낳고 키우기가 경제·물리·정신적으로 힘들다는 공통된 원인을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영·유아 보육비 보조, 아동수당 지급 등 자녀들에 대한 재정지원대책으로 저출산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것 같다. 이 방법은 한계가 분명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중·장기적으로는 가정소득을 향상시켜 소득 대비 자녀양육 비용을 낮추는 정책이 필요하지만, 먼저 여성들이 직장 생활과 출산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직장·사회문화 개선이 중요하다. 출산이 취업을 가로 막지 않도록 탄력시간제 근무 등 근로시간과 근로장소 유연화도 필요하다. 남편의 육아휴직제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보육시설을 확대하거나 보육형태를 다양화하는 등 여성들이 출산 뒤에도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황금 돼지해에 재물운을 타고 태어나는 새 생명들이 건강하게 태어나고 안전한 보호 속에 양육되고 교육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문화가 친가족적으로 획기적으로 변화하는 한해가 되길 기원한다. /신계용 경기도의회 의원

주인의식

도산 안창호 선생은 “주인인가 나그네인가”라고 하는 명문장을 남겼다. 이 나라의 주인은 바로 우리들 자신이라고 하면서, 우리가 일본의 지배를 받게 된 건 조선 동포들이 주인의식을 갖지 못하고 나그네처럼 행동했기 때문이라고 따끔하게 꼬집은 말이다. 주인과 머슴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주인은 자기 일이니까 열심히 하지만 머슴은 월급을 받기 위해 일을 한다. 주인은 힘든 일도 즐겁게 하지만 머슴은 억지로 한다. 주인은 내일을 위해 오늘의 고통을 참고 견딜 힘이 있지만 머슴은 일이 힘들고 어려우면 도망간다. 주인은 내일을 내다 보지만 머슴은 오늘만 때우려고 한다. 주인은 손해 보더라도 필요한 일은 하지만 머슴은 손해 보는 일은 하려고 하지 않는다. 주인은 당근과 채찍이 없어도 움직이지만 머슴은 당근과 채찍 때문에 움직인다. 어느 조직이든 모든 구성원들을 일의 주인, 조직의 주인공 등으로 만드는 기업문화가 필요하다. 이것은 기업만 위한 게 아니고 종업원 자신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주인이 되면 조직에 대해 소속감이 생기고 일에 대해 책임감과 사명감 등이 생긴다. 종업원 하나 하나를 주인으로 만들기 위해선 참여와 대화의 직장문화가 필요하다. 종업원들의 참여를 위해선 권한이 실질적으로 위양돼야 하고, 대화가 되기 위해선 대화채널이 상하좌우로 열려 있어야 한다. 나아가서 조직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조직의 상황에 대한 정보가 모두 공개되고 공유돼야 한다 정보의 공유를 위해선 조직의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안된다. 회사의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경영자의 일거수 일투족 등 각종 정보들이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다양한 방법으로 공유돼야 한다. 그래야 대화와 참여의 분위기가 무르 익는다. 대화가 되고 구성원들의 참여가 활발한 곳에선 조직의 비전과 철학 등이 대내외적으로 공감과 호감을 얻으며 기업의 신뢰가 높을 수밖에 없다. 주인의식을 갖지 않으면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없고 구성원이란 긍지와 자부심 등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주인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회적으로도 인정받는 조직이 된다. 주인의식은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자기 계발의 의욕이 솟게 하고 현실 안주의 틀을 박차고 나올 수 있는 기본적인 발판이다. 자기발전과 조직의 성공은 주인의식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허락된다. /박원식 농협 인천지역본부장

기존의 부정-새로움의 추구

인간은 기존에 안주하지 않고 사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본다는 게 어설프고 때로는 위험하지만 그것이 바로 인류의 역사를 이끌어 온 힘이었다는 것을 많은 역사적 사실로서 깨닫게 됐다. 갈릴레이의 지동설, 다윈의 진화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등 기존 개념의 테두리를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보려고 하는 인간의 능력이 바로 인류 발전의 원천적인 기반을 제공해 왔음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오늘날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려는 노력에 찬사를 보내고 거기에 인간 활동의 모든 가치를 부여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한쪽에선 기아에 허덕이는데 다른 한쪽에선 천문학적 경비를 들여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사람들,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하는 선수들, 높은 산을 정복하기 위해 추위와 위험을 무릅쓰고 산을 오르는 산악인들의 경우 도대체 어두운 우주 공간에 무엇이 있길래, 조금 더 빨리 달리는 게 무엇이 그리 중요하길래, 높은 산위에 무엇이 있길래 편안하게 있지 않고 모두들 목숨을 걸고 큰 돈을 들여 기를 쓰는 것일까. 기존에 안주해선 인류의 발전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는 시대적 인식에 기인하는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현대미술 역시 기존의 가치를 부정하고 새로운 감각으로 새로운 것을 표현하는 게 매우 중요시되고 있다. 현대 미술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인상파가 당시의 관전인 살롱에서 낙선된 작품들을 전시한 낙선전에서 시작된 것이나 앙데팡당전 같은 중요한 미술전들이 기존의 가치 개념을 부정하고 새로운 표현 영역을 추구해 온 예들에서 현대의 미술이 어떤 방향으로 개념이 변화됐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현대에는 아방 가르드(전위예술) 정신이 매우 중요시되고 미술가들에겐 각기 새로운 예술 세계를 개척해나가는 실험성이 바로 작가로서의 생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미술에 있어 기존 표현방식이나 내용 모방은 죽은 미술로 간주되고 보다 새로운 느낌과 새로운 표현을 추구하는 창의·실험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이처럼 미술에서 새로움 추구를 매우 중요시하는 건 미술사조상 일시적으로 일어난 현상이 아니라 바로 현대를 규정짓고 있는 시대정신에서 비롯됐다. 미술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할 수 있다. /박동수 의왕미술협회장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送舊迎新

희생·봉사정신 실천으로 유럽사회 상류층 의식과 행동을 상징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귀족의 품위가 모든 사람과 사회를 일으키는 힘으로 작용한다는 의미이다. 세밑을 앞두고 나누는 기쁨이 두배의 행복으로 쌓여가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나눔경영과 기부경영 등이 국내·외로 확산되고 있다. 올해 세계의 인물로 화제가 된 세계 두번째 갑부 워런 버핏 회장은 자기 재산의 85%인 370억달러를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200억달러를 기부한 세계 최고의 갑부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버핏의 기부 재산을 중심으로 자선재단에 전념하기 위해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버핏을 뒤이어 홍콩 배우 성룡, 영국의 뮤지컬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 아시아 최고 부자 청쿵그룹의 리카싱 회장 등이 사회로부터 번 돈을 내놓았다. 우리 사회에선 소액기부자가 증가하고 있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시민 가운데 68.6%가 “기부 경험이 있다”고 대답, 해마다 기부지수가 상승하고 있음을 반영했다. 높은 사회적 신분이 아니더라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기부문화의 성장이다. 또 다른 나눔의 정신은 이웃에 대한 사랑과 봉사이다. 인도 캘커타 빈민촌의 어머니로 생을 마친 마더 데레사 수녀와 같은 베품의 삶이다. 스테파니 브라운 미시간대 교수팀은 다른 사람을 돕는 노인이 장수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자아정체감 이론의 대부인 에릭슨은 “베품과 배려로부터 얻게 되는 인생의 생산성이야말로 자아실현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인생에 대한 참된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노년기는 이웃에 대한 관심이냐, 아니면 자신의 욕구에 더 몰입했느냐에 따라 인생의 가치가 완전해 질 수도 있고 절망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가진 자들이 더 자신의 이익과 편익에 몰두하는 일반적 사회 풍토에 비춰 보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확산해야 할 범주이기도 하다. “나는 행복합니다. 그대들도 행복하십시오”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선종 서한이 주는 의미는 일생을 인류의 행복을 위해 노력한 선현의 지혜이며 노년기 삶의 보람과 가치를 제시하는 희망과 축복의 메시지이다. 신체·사회적으로 선택받은 소수로서의 독선을 버리고 세밑 우리 주변의 부모 잃은 아이들, 끼니를 거르는 어린이, 장애우, 홀로 사는 노인 등에게도 동등한 기회와 희망을 나눌 수 있는 송구영신이 돼야 한다. /김형수 (사)한국삶의질연구원 이사

전환기 농촌지도 사업의 역할

또 한해가 지나간다. 속절없이 느껴지는 한해의 막장에서 문득 뒤돌아본다. 엊그제 농촌지도직 공무원을 시작한 것 같은데, 어느새 30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나 버렸다. 그동안 농업·농촌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진정 농업인들을 위해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했는가. 급변하는 국내외 여건 속에 농촌지도사업도 참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70년대 처음 공직을 시작할 때만해도 출장수단은 대체로 자전거를 이용했다. 자전거를 타고 논두렁과 밭두렁을 다니노라면 봄에는 모내기하는 곳에서 손짓해 부르면 함께 둘러앉아 새참을 먹으며 영농을 지도했고 가을이면 벼를 베는 곳에서 오순도순 수확의 기쁨을 나눴다. 농촌지도사업의 상징같은 노란 모자를 쓰고 마을 어귀에 나타나면 멀리서도 “선생님 오셨다”며 농부들은 좋아했고 그동안 궁금했던 농사일에 대해 이것저것 묻곤 했다. 지금은 아득히 잊혀진 ‘보릿고개’란 말도 봄이면 먹을 게 없어 주린 배 채우는 일에 급급했던 그 시절의 이름이었다. 이 시기 농촌지도사업이 통일벼 보급을 통한 식량자급이란 목표를 달성했지만 이후 쌀증산정책은 국제 농산물 시장개방 압력으로 후퇴하기 시작했으며 농업에 대한 관심도 시장경제 논리에 의해 점차 무디어져 왔다. 하지만 먹거리 생산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우리 육신을 건강하게 하는 소중한 생명산업이요, 인류 생존의 마지막 보루이다. 사회·경제구조가 산업사회로 진전되면서 농업인구나 경지면적 등은 줄고 있지만 농업인들은 세계·지방화에 따른 농업기술 전문·다양성 그리고 삶의 질 향상을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농촌 활력과 농업인들의 이런 욕구 충족을 위해 농촌지도사업도 새로운 역할과 기능이 정립돼야 한다. 농촌지도사업은 이제 더 많이 변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생산기술 지도위주에서 가공과 유통 등을 포함한 2~3차산업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야 하며 각 지방자치단체들마다 특색 있는 농업 테마파크 등을 조성, 찾아오는 도시민들에게 농업·농촌을 이해시키고 우리가 땀 흘려 생산한 친환경 농산물의 우수성을 알려 고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첨단 과학영농기술 장비를 도입, 다양한 농업정보를 체계화하고 바이오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첨단 생물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반도 조성해야 한다. 이처럼 농업기술센터 기능이 농업의 산 교육장은 물론 농업·농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지역농업의 전문기관으로 우뚝 설 때 우리 농업도 강인한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김경배 화성시농업기술센터소장

저무는 저녁에서 희망을…

매서운 추위로 당도할 것 같은 12월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바람이 날리더니 순백의 눈이 내렸다. 눈 내리는 빙점 아래에선 많은 것들이 화석이 된다. 여름철 ‘후두둑’ 쏟아지던 빗방울 대신 ‘사뿐히’ 내리는 눈은 깊이와 여유를 지니고 있어 좋다. 내년 우리 경제도 순백의 눈처럼 깊이와 여유를 갖는 한해가 되길 기원해 본다. 돌이켜 보면 우리 경제는 세계인이 부러할만큼 눈부신 성장을 이룩했다. 세계 11위 교역규모에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 원동력이란 하면 된다는 자신감과 다른 민족이 지니지 못한 근면성 덕분이다. 경제성장과정에서 웬만한 어려움쯤은 거뜬히 극복하는 강한 내성도 갖췄다. IMF 위기 극복사례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절망을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성급한 자괴심이다. 문명의 큰 흐름 역시 아시아로 옮겨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가운데 IT를 결합한 한류문화 힘이 아시아를 넘어 거대 선진국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어제의 조용한 아침의 나라는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오늘의 고부가가치 IT강국으로 크게 변모하고 있다. 이처럼 파릇파릇한 국민성과 국민 개개인의 내면에 샘솟는 에너지가 세계 방방곡곡에서 영향력을 분출하고 있다. 특히 예능과 스포츠 분야의 두각은 매우 괄목할만하다. 굳이 낙후된 분야를 꼽으라면 정치 이외에 금융산업을 들 수 있다. 금융분야 또한 그동안 선진기법 축적으로 동북아 금융허브 기틀을 착실히 다져가고 있다. 어찌보면 작금에 회자되는 투명성의 강조, 복지와 분배의 실현, 마찰을 빚고 있는 사회 각 분야 충돌은 선진사회로 가는 하나의 진통과정일지 모른다. 선진사회로 가는 세계화가 거역할 수 없는 대세라면 그 기본은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냉정히 살펴보면 우리는 얼마나 기본을 망각하며 지냈던가. 얼마 있으면 새로운 한해가 열리고 사람들은 저마다 부푼 희망과 각오를 다질 것이다. 경제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내일의 희망마저 어두운 건 아니다. 희망은 인류 대다수를 먹여 살리는 힘이다. 추운 눈 속에서 피어나는 화석이 아름다운 것처럼 다소 힘들더라도 푸른 희망을 안고 활기찬 새해를 맞이하자. /최길현 신용보증기금 군포지점장 경제학 박사

한해를 보내며

한해를 보내며 참으로 다사다난한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됩니다. 박노해님의 ‘해거리’라는 시를 떠올려 봅니다. 부족한 가운데도 실하고 단맛을 내는 열매들을 풍성히 맺길 바라는 우리네 마음속을 엿볼 수 있습니다. 가슴 한켠을 뭉클하게 하면서 속내를 들켜 부끄럽게 하고 자성을 하게 하는 시입니다. 시인은 늘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했습니다. 하늘 닮은 사람이 희망이라는 말일 것입니다. 우리는 희망을 온통 허망한 것들에 걸고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신·물질적으로 넘치게 끌어안고 빈 껍질인지도 모르면서 계속 열매 맺기를 이웃들에게 강요합니다. 비워야 채울 수 있고 해거름으로 충분히 힘을 모아야 열매 맺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습니다. 결과물이나 열매가 없으면 쉽게 원망과 절망 속에 허우적거리며 배고픔을 참지 못합니다. 그러나 조상들은 해거리를 잘 살아 온 민족, 당장 충족되지 못해도 기다릴 줄 알고, 희망을 하늘에 두고, 정성을 기울인 민족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면 희망보다는 절망과 결핍에 울거나 방황하는 시간들이 많이 있습니다. 사실 정직한 해거리를 잘 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내면에 뿌리 내리고 사는 감나무에 감이 늘 풍성히 열리길 기대하면서 손놓고 있습니다. 허리 굽혀 땅심과 뿌리를 살피기에 너무 게으릅니다. 새해에는 부디 해거리를 잘 살기 위해 땅심과 뿌리를 살펴야 합니다. 창 밖으로 보이는 정원의 감나무에 하얀 눈꽃들이 소복이 피어 있습니다. 세상이 온통 흰빛으로 변해 보이는 모든 세상이 동양화 화폭 속에 설경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튼튼한 뿌리와 땅심으로 새해에는 희망의 열매를 키우는 좋은 날들이 되시길 기도합니다. 시인의 해거리를 옮겨보았습니다. “그해 가을이 다습게 익어가도 우리 집 감나무는 허전했다./이웃집엔 발갛게 익은 감들이 가지가 휘어질 듯 탐스러운데/학교에서 돌아온 허기진 나는 밭일하는 어머님을 찾아가 징징거렸다./왜 우리 감나무만 감이 안 열린 당가? 응 해거리 하는 중이란다./감나무도 산목숨이어서 작년에 뿌리가 너무 힘을 많이 써 부려서/올해는 꽃도 열매도 피우지 않고 시방 뿌리 힘을 키우는 중이란다./해거리할 땐 위를 쳐다보지 말고 발아래를 지켜봐야 하는 법이란다./꽃과 열매를 보려거든 먼저 허리 굽혀 땅심과 뿌리를 보살펴야 하는 거라며/정직하게 해거리를 잘 사는 게 미래의 희망을 키우는 유일한 길이라며.” /차영미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장

백년대계 교육의 준비

서울의 새로운 학군제도 윤곽이 드러났다. 교육행정학을 전공한 한 대학 교수 연구결과에 대해 몇차례 공청회를 거쳐 내년초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이번 연구를 담당한 학자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그러나 1년여의 연구 결과로 백년지대계인 교육이 또 다시 흔들리게 될 것을 생각하니 안타까울뿐이다. 미국의 교육심리학자인 Terman은 영재 1천528명을 선별한 후 이들의 신체·심리·사회적 발달 및 직업 세계에서의 활동을 75년동안 연구했다. 외국에는 이런 종단적 연구가 드물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한가?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문제점을 제기하고 비명에 가까운 비판이 일어난다. 그러면 교육당국은 그제서야 몇몇 학자들에게 연구를 맡긴다. 연구 결과는 정권의 정치철학과 흡사한 모양새를 드러낸다. 교육당국은 그 결과를 방패삼아 교육 개혁을 단행한다. 학군제도나 입시제도와 같은 교육제도는 교육의 기회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모든 국민들의 초미의 관심사이다. 교육정책 입안자들은 “어떠한 제도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다”고 변명하면서 자신들의 교육정책을 밀어 붙여서는 안된다. 교육개혁 대상에만 너무 집착한 나머지 개혁하는 방법에 대해 너무 소홀히 한 개혁은 다른 개혁의 빌미가 돼 왔다. 교육문제는 정치논리나 경제논리가 아니라 교육논리로, 그리고 상식·과학적으로 접근해야만 교육개혁의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 고교내신과 수능성적, 논술 등이 각각 대학 성적과 대학 졸업 후 사회활동과 어떤 상관 관계가 있는가에 대한 종단적 자료는 대학입시제도 개혁에 기초 자료가 된다. 평준화 지역과 비평준화 지역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생활 만족도에 대한 종단적 자료는 평준화제도 개혁의 기초자료가 된다. 다양한 학군제도나 완전한 경쟁시험제도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 결과들은 새로운 학군제도를 위한 기초자료가 된다. 경제정책을 결정하기 위해선 각종 과학적인 경제지표들을 활용한다. 이젠 교육정책 결정에도 과학적인 교육지표들이 활용돼야 한다. 힘 있는 사람이나 여론에 의해 교육정책이 결정되선 안된다. 교육당국은 새로운 학군제도에 대한 공청회를 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부터라도 5년 후, 10년 후, 아니 다음 세대가 현명한 교육제도를 만들 수 있는 각종 교육지표 개발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이젠 정치·경제적 논리에 의해 심지어는 폭등하는 부동산 값을 잡는 수단으로 교육문제를 해결하려는 교육 후진국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이병석 경민대 교수

지게 효자 이야기

이 세상에서 가장 고맙고 귀중한 건 부모의 은혜이다. 살아계실 때 효도를 하려하지만 부모가 기다려주지 않아 늘 아쉽기만 하다. 오른손에 회초리를 든 아비 부(父)와 아이에게 젖을 주는 형상의 어미 모(母)가 합치면 부모(父母)가 된다. 세상 모든 부모들은 자식이 성장하기까지는 자신의 청춘까지도 아낌없이 자식을 위해 투자한다. 요즘 아흔이 넘은 늙은 아버지를 지게에 지고 다니는 아들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늙고 병든 부모를 산에다 버렸다는 옛 고려장 풍습이 아니다. 아버지가 아들의 지게에 타고 세상구경을 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국내의 금강산과 덕유산은 물론 중국의 태산(泰山)까지 올라가는 그 모습을 중국 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고, 스승은 부모나 임금 등과 동격으로 여겼던 시절도 있었으나 이제는 먼 나라의 희미한 전설이 되고 말았다. 이는 어린 시절부터의 인성교육부터 발단이 되고 있다. 가정마다 경제적 여건이 풍부해지고 사회계층도 다변화됐다. 스승은 학교의 월급쟁이란 한낱 직업인으로 전락했다. 언제부턴가 참교육이 교육계를 뒤바꿀 듯하더니, 지금은 공교육까지도 불신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가르칠 교(敎)의 글자는 형상할 효(爻)와 아들 자(子) 등에서 어원을 찾을 수 있다. 올바른 인격도야를 위해선 집안에서부터 아들에게 회초리를 들어 잘못을 깨우치도록 체벌했다. 그러나 현실은 교육을 담당하는 스승의 체벌조차도 용납되지 않는다. 오히려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이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봉변을 당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된다. 정치도 다름 아니다. 정치의 정사 정(政)자 역시 ‘치다’는 속뜻이 있다. 세상의 부정(不正)한 것을 바로잡으라고 회초리를 받는 게 정치(政治)이다. 내년부터는 대통령이든, 의원이든, 단체장이든 지게 효자처럼 진실한 마음에서 우러나는 국민들에 대한 효도를 기대한다. 아니면 자신들의 종아리를 걷고 칠 일이다. 예로부터 효는 오륜의 으뜸이며 백행의 근본이다. 글자 모양도 늙을 노(老)와 아들 자(子)가 합쳐진 효도 효(孝)자가 됐다. 마치 지게에 아버지를 태운 지게 효자의 그 모습 아닌가. 천자문에서처럼 ‘효당갈력(孝當竭力)’, 즉 부모를 섬길 때에는 마땅히 힘을 다하는 그의 모습이 오늘날 세상 속에서 밝은 빛으로 빛난다. /이원규 테마기행예술제운영위원장

지방자치시대의 복지서비스 활성화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본격화된 지방자치시대에 가장 크게 변화를 겪고 있는 부문이 바로 복지행정 부문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중앙집권 중심의 복지행정에서 지역 실정에 맞는 복지서비스 구현이라는 차원에서 지방으로 복지사무가 대폭 이양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복지사무 140여건중 67건을 자치단체들이 진행하고 있다. 즉 과거에는 국가가 복지서비스를 지역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현실적으로 불가능) 일률적으로 지원하던 방식을 지양하고 분권교부세 형태로 자치단체에 지원하면 지역 실정에 따라 적절하게 지원하는 방식으로 변화됐고 복지사무도 지방으로 이양됐다. 그런데 이같은 복지행정부문 변화가 어렵고 소외된 계층이나 지역 주민들의 복지욕구에 즉각 부응하고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는 성과를 이루기 위해선 먼저 전제돼야 할 게 있다. 관과 민, 그리고 민간기관간 열려진 의사 소통과 정보 교류 등을 비롯, 민간기관들의 활발한 활동과 활성화 등이다. 사회복지사업법 규정에 따라 각 자치단체들은 민·관협력 네트워크체제인 지역사회 복지협의체를 구성,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복지서비스가 무엇인지에 대한 복지욕구 실태조사와 이를 해결해줄 복지자원들은 무엇이 있는지에 대한 복지자원 조사 및 개발 등을 근거로 지역사회 복지계획도 수립돼야 한다. 그동안 관·민 문화가 다르고 현장에 대한 이해가 다른 상황에서 각자의 입장들만 주장하다 보면 갈등만 조장되고, 의견조율이 쉽지 않은데다 의제를 만든다는 건 더욱 쉽지 않았다. 과거처럼 관이 민을 무시하면서 일방적인 계획을 집행할 경우 사업 성과도 부진하고 예산의 낭비·누수만 초래된다. 민간단체들간 지나친 경쟁과 폐쇄적인 운영방식은 활성화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기관 이기주의에 의한 과도한 경쟁과 지나친 폐쇄성은 정작 수혜대상인 계층이나 주민 등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관·민, 그리고 민간간 열린 교류와 네트워크 구축 등을 통해 진정 지역 내 우선적으로 복지혜택을 받아야할 대상이나 계층에 대한 합의와 복지자원에 대한 정보 교류, 지속 가능한 복지 구현을 위한 복지서비스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토론 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신계용 경기도의회 의원

열린사회와 미래교육 방향

현대사회에서 지식·정보·기술 등의 급격한 증가와 변동 및 대중매체에 의한 무개성적 동질화 등에서 오는 가치관의 혼란은 인간들에게 벅찬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랭그랑(P. Lengrand)은 현대인에 대한 도전을 “변화의 가속화, 과학적 지식과 기술의 진화, 정치적 도전, 정보·여가·생활형태에서 오는 변화, 육체와 정신적 부조화 등”이라고 말한다. 21세기는 지식 정보화 시대이다. 지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그 생성과 소멸주기가 짧아 얼마나 많은 정보를 창출·축적하고 적절히 활용하는가에 따라 국가의 경쟁력이 결정된다. 정보화의 시대는 천연자원이나 자본보다는 국민이 보유한 지식·정보의 양과 질이 개인과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이같은 경쟁사회에서 살아 남기 위해선 교육의 질을 세계수준으로 도약시켜야 하고 국민들 모두가 언제, 어디서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자신이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열린교육사회로 전환해야 한다. 국민들은 그동안 교육정책의 빈번한 변동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아왔다. 지금은 급변하는 미래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과 전문적인 자질을 갖춘 인재 양성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사회의 변화특성과 교육은 상호의존적 관계이며 현대의 급격한 사회변화는 변화에 적절하게 적응할 수 있는 교육을 요구하게 됐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기존의 형식교육, 즉 학교교육은 변화하는 사회에 따른 다양한 교육적 요구를 충족시키기에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오늘의 교육은 소수의 독점으로부터 다수의 소유로 돼가고 있다. 단순 지식중심의 경쟁선발을 통해 선택된 자들만 고등교육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사고를 근본적으로 수정해야만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과거 대학은 일정 기준하에서 능력이 있다고 인정받아 선택된 자들에게만 학습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미래의 교육체제는 교외(校外)의 성인들에게도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 습득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봉사교육적 기능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미래의 교육은 교육수요자의 입장에서 학습의 계속성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교육시스템 구축에 노력해야 한다. /윤완 벌말초교 교감 ·교육학박사

농촌을 생각한다

지금쯤 수확의 기쁨을 누리고 있어야 할 농촌은 예전의 활기찬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젊은이들은 일과 학업을 찾아 도회지로 떠나고 정들었던 이웃들도 하나 둘 떠나 버려 빈집들이 속출하고 아기의 울음소리는 좀처럼 듣기 어려운 적막한 촌락으로 변하고 있다. 이뿐이랴. 우리 것이 하나 하나 사라져 가고 있다. 우리의 입에서 귀에서 주머니 등에서, 그리고 정신에서도 우리 것이 사라져 가고 있다. 김치대신 햄버거, 우리 가락보다는 전자기계로 만든 소리, 칼로 찢은 히피 청바지 등이 농촌까지 와 있다. 머지 않아 논밭을 매며 흥에 겨워 부르던 농가마저 들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농촌을 지키고 있는 50~60대 세대가 지나면 누가 남아 우리 농촌을 지킬 것인가. 농촌은 민족의 뿌리이며 마음의 고향이고 안식처이다. 농촌을 잃는 건 어찌 보면 우리 모두가 실향민이 되는 것이다. 그동안 농촌은 국가의 고도성장정책에 밀려 철저히 소외되고 일방적으로 희생돼 왔다. FTA 태풍이 밀려오고 있는 지금 농촌은 벌거벗은 몸으로 그것을 맞이 해야 한다. 재채기도 하고 콧물도 나고 심한 몸살을 앓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하루 아침에 체질을 바꿀 수 는 없는만큼 우선 긴급처방으로 증세를 치료하고 장기적으로는 어떠한 태풍이라도 능히 견딜 수 있는 강인한 체질을 만드는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 정부가 농업을 포기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농촌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젠 농촌을 생각하자. 농업을 지키는 건 우리 체질에 맞는 먹거리를 만들어 6천만 국민들의 건강과 생존을 지키는 일이며 맑은 물, 깨끗한 공기, 푸르름 등을 제공해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만드는 일이다. 반만년 무궁한 역사와 전통문화를 계승, 조상의 얼을 이어받고 겨레의 긍지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많이 배웠다는 사람들조차 농업을 쇠퇴산업이라고 비하하고 짐스러운 존재인양 몰아치지만 농업은 국가 존립의 마지막 보루요, 국민의 생명을 거머쥔 생명 산업이다. 이제 농촌을 다시 생각하자. /박원식 농협 인천지역본부장

그림을 통한 자녀 교육

요즘 자녀들을 잘 키우려는 부모들의 노력은 가히 눈물겨울 정도이다. 좋은 교육을 시키기 위해 허리가 휠 정도의 사교육비에 허덕이는 부모들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린이의 지적·정의적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부모의 가정교육이란 사실을 간과하는 경우도 흔하다. 특히 나이가 어린 아이일수록 부모와의 대화는 성장을 위한 기틀 형성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된다. 그래서 필자는 유아기에 그림을 통해 어린이와 대화하는 방법을 권하고 싶다. 어린이는 유아기에 연필을 쥐어주면 낙서같이 선을 마구 긋는데, 이 단계에서 조금 발전하면 자기가 그은 형태에 의미를 부여한다. 예를 들어 아무 의미없이 마구 그려놓은 그림인 것 같은데도 아이에게 물어보면 “엄마가 시장가는 그림이에요”라고 대답한다. 이때가 정말 중요한 순간이다. 만일 어이없다는듯 웃으면서 “그게 어디 엄마니? 사람이 이렇게 생겼니?”라고 한다면 그 아이의 지적·감성적 활동은 멈춘다. 반면 이렇게 하면 어떨까 생각해 보자. 아이의 생각을 확산적·창의적 사고로 유도하는 대화를 해보자. 예를 들어 “그래. 그럼 이건 뭐니? 장바구니라고? 참 잘 그렸네! 엄마하고 시장에 가면 별 것 별 것 다 보겠구나. 무엇을 사고 싶니?”라고 물어보자. 아이는 신이 나서 생선, 장난감, 과일, 붕어빵, 옷, 꽃, 운동화 등등 시장에서 보았던 것들을 떠올리며 더욱 재미있게 그리려고 할 것이다. 조금 더 큰 어린이들을 예로 들자. 축구에 대한 그림을 그릴 경우 실제 축구놀이를 신나게 하고 그린 그림과 그냥 그린 그림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그냥 그린 그림은 화면에 사람 1명, 공 한개 정도로 그친다. 그러나 실제 신나게 축구놀이를 하고 그린 그림은 골을 넣기 위해 달리는 사람, 하늘높이 차올려진 공, 골키퍼의 재미있는 동작, 응원하는 사람들의 표정 등이 재미있게 표현돼 실감나는 그림이 된다. 그만큼 살아있는 체험이 상상력과 사고력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보고 느끼고 체험하면서 이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가운데 어린이의 사고력과 상상력, 창의력, 생동하는 감성 등이 길러진다. 아이들로 하여금 가능한 많은 것들을 체험하게 해주고 이에 부모의 이해 깊은 대화가 곁들여진다면 아이는 잠재적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자신의 꿈을 키워가게 될 것이다. /박동수 의왕미술협회장

50대 정년은 너무 이르다

“누가 노인인가”란 질문에 대한 해답은 매우 어렵다. 일반적으로 역연령(歷年齡)을 기준으로 구분하고 있지만 개인적 역량과 사회·문화적 변화에 따라 노년에 대한 일률적인 나이 적용은 무리다. 60세 이상을 노인이라고 부르면 거부감이 있고 노년기는 70세 이상부터 시작된다고 보고 있으며 75세까지도 ‘젊은 노인’에 속한다는 내용들이 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나타나 있다. 신체·심리·사회적 노화 정도와 조부모 역할 등에서도 뚜렷한 개인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노인을 보는 시각들은 다양하다. 그런가 하면 노인의 위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사회적 역할이란 관점에서 정년제에서 찾기도 한다. 우리는 외환위기를 겪은 10년 전, 기업들의 구조조정의 파고 속에서 정리해고나 조기퇴직 등의 쓰라림이 있었으며 대부분 공적·기업연금 사각지대에서 소득대체수단을 확보하지 못한 사회적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들을 수없이 많이 쏟아냈다. 고령화사회에 진입하기 전, 우리는 사회구조적 고령화를 이미 경험했던 것이다. 아직도 정년이란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라는 젊은 노인들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 등은 법률로 정한 은퇴연령이 없고 일본은 60세로 규정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직종에 따라 상이한 실정이다. 연금 수급연령을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60세 정도이나 미국은 62세 등 나라들마다 차이가 있다. 따라서 사회적 활동을 노령의 기준으로 보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오늘날 선진 산업국가에서의 55세 이상 남성의 고용비율은 일본을 제외하고 대부분 급속하게 감소하고 있다. 고령인구는 증가하고 있고 퇴직연령은 젊어지고 있으며, 평균수명은 점차 늘고 있다. 퇴직을 기점으로 소득의 격감과 저하, 자아정체감과 존중감의 상실, 사회참여 기회의 감소, 여가활동의 증가 등 다양한 삶의 변화를 겪게 된다. 퇴직은 사회활동의 마감인가, 아니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변화의 과정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이를 먹는다는 게 개인에게 사회·경제적으로 어떤 불이익을 가져다주는 요인일 순 없다. 은퇴, 그것은 인생의 조용한 혁명적 전환점으로서 충분한 준비과정을 필요로 한다. 더욱이 사회보장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현실에서 50대 정년은 너무 이르다. 1960년대 초반, 평균수명이 짧았던 시기 도입된 정년제는 이제 사회변화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 /김형수 (사)한국삶의질연구원 이사

김장 김치로 사랑을 나누자

김장은 오랜 역사 속에서 면면히 이어져온 우리 특유의 풍습이다. 다른 음식들과 달리 김장은 겨우내 온 가족이 먹을 김치를 한꺼번에 담가 이듬해 봄까지 먹어야 하기 때문에 예로부터 주부들이 정성을 들이는 중요한 연례행사 중 하나이다. 예전에는 겨울이 되면 채소나 과일을 구하기 어려워 비타민과 같은 영양소를 섭취할 수 없었기 때문에 김장 김치를 담가 먹으며 영양을 공급받았고 특별한 재료가 없는 시기에 훌륭한 반찬거리 역할을 했다. 김장 풍습은 고려시대 문헌에 김장에 대한 언급이 있는 것으로 미뤄 그 이전부터 내려온 것으로 판단된다. 김치의 어원은 채소를 소금물에 담근다는 의미의 ‘침채(沈菜)’가 ‘딤채’로 발음됐는데 구개음화로 ‘짐치’가 됐다 오늘날 ‘김치’라고 부른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김장의 역사는 오래지만 오늘날처럼 고춧가루 등 양념들을 쓰는 김치는 고추가 전래된 조선조 중엽부터이며 통배추 사용은 불과 100년 전이다. 김장은 입동을 전후로 하는 게 일반적이며 워낙 일손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웃끼리나, 친척끼리 날을 달리 잡아가며 작업을 하는 일종의 품앗이였다. 이웃끼리 김장을 하는 경우 단지 한 집안의 일이 아니라 마을 전체가 치르는 행사가 돼 김장철이 되면 온 동네가 들뜬 분위기에 젖는다. 김장을 담그는 집 주인은 돼지고기를 준비했다 새로 담근 김치와 함께 일한 사람들을 푸짐하게 대접, 고마움을 표시했고 김장날은 잡귀를 는다고 팥죽을 쑤거나 팥밥을 지어 먹으며 이웃과 정을 나누기도 했다. 김장 김치는 의학적으로 체중조절이나 항암작용 등 많은 효능들이 입증된 세계적인 저칼로리 건강식품이다. 한겨울 김치가 맛있는 이유는 숙성에 관여하는 유기산과 양념 등에서 단백질 분해물질인 아미노산의 역할, 그리고 효모에 의해 당분이 발효돼 에스테르가 생성돼 유해 잡균 발생을 억제시키기 때문이다. 지금은 김장 풍속도가 많이 바뀌었다. 한 겨울에도 비닐하우스 덕분에 야채가 풍부해져 아무 때나 김치를 담가 먹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 먹을 만큼의 김장은 한다. 올해는 가뜩이나 어려운 농업여건에서 김장 배추, 무우 등의 가격도 폭락해 땀과 정성으로 일군 농업인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아직도 김장을 하지 못한 이웃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다. 이런 이웃들에게 마음의 정성이 담긴 김장을 담가주고 농민들 시름도 달래준다면 춥게만 느껴지는 이 겨울이 좀 더 따사롭고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김경배 화성시농업기술센터 소장

문호개방에서 알아야 할 교훈

우리나라가 수출실적 3천억달러를 달성했다. 이로써 세계 11번째 무역강국이 됐다. 매우 고무적이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이처럼 수출실적이 증가한데는 정부의 무역촉진정책과 무역대상이 되는 생산물들의 성격이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변한데다 기술의 발전으로 운송 및 통신비용 등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달러화 약세와 수출 호조에 따른 달러 유입의 증가로 환율이 하락,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우려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무역증대를 통해 경제발전을 이룩한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역으로 다른 나라들로부터 문호를 더 개방하라는 압력으로 작용되고 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한미FTA 협상도 기본은 문호의 개방이다. 경제학에선 문호개방을 개방경제라고 일컫는데 개방경제란 세계 다른 여러 나라들과 자유롭게 교역하는 경제를 말한다. 교류방법은 두가지이다. 하나는 세계 상품시장에서 재화와 서비스 등을 사고 파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 금융시장에서 금융자산을 거래하는 방법이다. 전자의 경우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에서 수출과 수입을 합한 교역규모가 70%에 이르러 개방경제국가라고 부르기에 충분하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개방 정도가 그 나라의 경제발전을 좌우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국은 일찍부터 개방정책을 추진해 왔으며 우리나라보다 일찍 문호를 개방한 일본도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특히 근자에 문호를 개방한 중국의 경제발전은 매우 놀랄만하다. 19세기 중엽 우리나라에겐 미국이나 프랑스 등 서구의 열강들과 대외적으로 문호를 개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당시 집권층과 지식인들은 제국주의 세력에 대한 정보에 어둡고 대외환경에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 문호개방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결국 개방했지만 자율적으로 선택한 게 아니었다. 결과는 조선의 근대화가 아니라, 식민지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여기에서 얻는 교훈은 사전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하는 개방은 경제의 대외종속만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늘어나는 세계시장과의 교역규모속에서 문호개방의 압력이 거세어지더라도 개방에는 국가의 주체적 역량이 필요하다. 이는 시대의 흐름을 알고 이에 앞서 나가는 지혜와 개방을 통해 얻고자 하는 가치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절대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길현 신용보증기금 군포 지점장·경제학 박사

깊은 중년기를 맞이하는 우리들에게

늙은 잎새가 뚝뚝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기는 나무를 바라보고 있는데 후배가 물었다. “중년기를 무어라고 생각합니까?” “아! 내가 중년기이구나!” 사뭇 놀라운 마음이 들었다. 갑자기 초라해진 몸과 마음을 만나게 된다. 몸도 마음도 앙상하고 건조한 나무가 돼간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중년기는 가을의 끝자락과 겨울 초입의 나무라고 생각된다. 아지랑이 어릿거리며 피어오르는 그 틈 사이로 애처로운 아기의 손 같은 어린잎을 온 몸에 치장하고 화려한 봄날을 맞던 나무였다. 그리고 여름의 뜨거운 햇살 속에 땀 흘리는 열정과 풍성한 활동으로 제 몸에 달콤한 에너지를 모아 수많은 나뭇잎과 꽃으로 열매를 만들었다. 그리고 화려하게 색감을 풍기며 열매를 자랑하는 가을을 거쳐, 이제는 초연히 자신을 정리하며 가난하고 고독한 겨울의 초입에 서 있는 나무를 본다. 긴 겨울 눈보라 속에서 자신의 건조한 모습을 내보이게 될 나무는 자연과 어우러져 겨울을 이겨 나가는 모습 또한 자랑스러울 것이다. 중년이란 우리 인생의 여정이 나무처럼 자랑스럽고 겸손하며 단단한 모습으로 살아 온 날들에 감사하고 앞으로의 소박하고 차가운 모습의 노년으로도 살아가는 게 아닌가. 은행나무의 황금빛 잎들이 춤추듯 떨어져 도로변에 소복하게 쌓이고 있다. 불 타는 단풍나무의 잎들이 꿈길을 만들어 가는 시간이다. 중년은 과거의 아름다움에 연연해하지 않고 잎도 열매도 떨어버리고 앙상한 가지로 서 있을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다. 나 또한 내 인생의 화려했던 시간을 기억하며, 그러나 속이 단단하고 다가 오는 추위도 받아들이는 겸손한 중년기를 앞에 두고 있다. 중년기는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들처럼 인생의 새로운 전환기와 도약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젊은 시절의 뿜어 오르는 열정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준비된 노력이 열매로 떨어지는 시간들에 감사해야 한다. 주위의 번잡함을 조금은 피하고 혼자의 시간도 보내며 고독한 시간을 보낼 준비를 해야한다. 평소에 하지 못하고 동경하던 일들을 시작하고 가능하다면 여행도 즐겨야 할 것이다.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는 우리에게 지혜를 넓혀주는 좋은 친구이다. 중년기를 맞는 이들, 중년기를 맞는 사회, 중년기를 맞는 세상 등은 조금은 더 겸허하고 조금은 더 가난하고 고독을 즐기며 조금은 자신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너무나 혼란한 세상, 깊은 병이 든 사회 염려를 중년을 맞은 이가 하고 있다. /차영미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장

너무 뛰지 맙시다

아파트에 살다보면 위층에서 좋다고 뛰는 소리에도 아래층은 신경이 곤두선다. 위층으로 뛰어 올라가 화풀이라도 하고 싶지만 대부분 그냥 참아 넘기며 산다. 요즘 잠마저 설치고 아침에 일어나 신문을 펼치면 불안하다. 그동안 집값은 뛸 때까지 다 뛰었다. “아파트야 뛰어라! 나도 뛴다!”며 어떤 사람은 고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세상을 마감한 이도 있다. 연일 쏟아지는 부동산 관련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어느 곳 집값은 1주일에 5천만원씩이나 뛰었다고 한다. 폭탄처럼 불안한 게 어디 집값뿐인가. “북은 핵폭탄! 남은 세금 폭탄! 불안해 못살겠다!”는 비명들도 곳곳에서 터진다. 정치 잘 하라고 국민들이 뽑아준 정치인들부터 제발 정신 좀 차려야 한다. 민생만 챙겨도 할 일은 산더미 아닌가. 사학비리 척결, 과거사 진상 규명 및 피해자 보상, 조세정의 실현, 노동자 권익 신장, 부동산 투기 근절, 지역 균형 발전, 수도권 인구 분산, 지속가능한 개발 정책 추진, 생태계 보존, 에너지 외교 강화, 대미 자주 외교, 남북한 평화적 공존 관계 정착 , 대북 교류 강화…. 이외에도 크고 작은 민생 정책 사안들은 부지기수다. 내년부터는 세금과의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우선 만만한 건강보험료부터 버스, 지하철 요금 등 주로 서민용 공공요금들이 덩달아 뛸 채비다. 최근에 퇴직한 우리 동네 김씨는 퇴직금을 몽땅 투자해 통닭가게를 열었더니 갑자기 AI(조류인플루엔자)가 뛰어들었다고 울상이고, 박씨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며 다단계 회사에서 뛰어들었는데 난데없는 JU때문에 넘어졌다고 푸념이다. 내년이면 정년 퇴임하는 공무원 이씨는 요즘 대통령도 대통령을 못해먹겠다고 투정부리는데 말단부터 지금까지 무슨 마음으로 뛰었는지 자신도 모를 일이라고 혀끝을 찬다. 두고 봐야 알겠지만 아파트를 반값에 공급하는 입법도 추진한다는 듣던 중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지금까지 아파트값 뛰는 바람에 잘사는 사람들만 좋았지 않았던가. 없는 서민들이야 전세나 월세가 덩달아 뛰는 바람에 가계부채만 아파트 한채 값으로 뛰었다. 이번만큼은 내집을 장만하고 남의 눈치 살피는 셋방살이를 면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도 되겠는가. 대한민국 아파트에 함께 살던 사람들도 이제는 철없는 애들처럼 뛰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래저래 이사할 형편도 못되는 아래층 국민들도 있지 않던가. /이원규 테마기행예술제 운영위원장

가정의 행복과 사회적 성공

가정교육에 대해 강의를 시작하기 전, 학생들에게 가정의 행복과 사회적 성공중 어느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지를 종종 질문한다. 엉뚱한 학생 1~2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학생들은 가정의 행복이 중요하다고 손을 든다. 그리고 왜 가정의 행복이 중요한 지도 질문해 본다. 학생들은 서슴지 않고 “가정이 행복해야 사회에서도 열심히 일해 성공할 수 있다”고 대답한다. “사회적 성공은 한시적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주지만 가정의 행복은 우리 생애 전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도 응답한다. 학생들은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도 가정의 행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말로는 가정의 행복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사회적 성공이 중요한 것처럼 행동한다. 영국의 메이저 전 총리는 “그동안 우리 가족이 나를 위해 희생했는데 이젠 내가 가족을 위해 희생하기 위해 정치를 그만 둔다”며 정계를 떠났다. 우리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처럼 들린다. 직장 일로 가정이 희생되는 일은 흔하지만 가정 일로 직장 일이 희생되는 경우는 우리 상황에선 상상하기 힘들다. 직장에선 유능하다는 말을 듣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요즈음에는 엄마도 직장을 다니는 경우가 많아 엄마와 아빠 모두 경쟁이나 하듯 사회적 성공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자녀와의 대화 시간이 줄고 대화가 없어 생각의 차이는 점점 멀어진다. 어느날 갑자기 대화를 하려고 해도 마땅한 대화거리가 없어 서로 어색해진다. 가정의 행복은 부모와 자녀의 만남과 대화 등으로부터 시작되는데 우리 가정은 가족 구성원들간의 만남 자체가 어렵게 되고 있다. 그 주범이 바로 학교와 학원이다. 학교에선 자율학습이란 이름으로 밤 10시까지 학생들을 붙잡아 두고 학원들은 각종 명목의 특강으로 학생들을 유인한다. 아이들을 행복한 인간으로 만들고 가정을 행복한 가정으로 만들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가정에선 잠만 자고 책만 챙겨가는 생활 패턴 속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레 사회적 성공이 가정의 행복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을 배우게 된다. 이젠 사회적 성공이란 목적을 위해 가정의 행복쯤은 희생시켜도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가정의 행복이 사회적 성공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돼야 한다. 부모들은 각고의 노력으로 자녀들의 행복과 가정의 행복을 위한 시간을 따로 마련해줘야 한다. 자녀들이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행복 디자이너가 돼야 한다. /이병석 경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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