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살다보면 위층에서 좋다고 뛰는 소리에도 아래층은 신경이 곤두선다. 위층으로 뛰어 올라가 화풀이라도 하고 싶지만 대부분 그냥 참아 넘기며 산다. 요즘 잠마저 설치고 아침에 일어나 신문을 펼치면 불안하다. 그동안 집값은 뛸 때까지 다 뛰었다. “아파트야 뛰어라! 나도 뛴다!”며 어떤 사람은 고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세상을 마감한 이도 있다. 연일 쏟아지는 부동산 관련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어느 곳 집값은 1주일에 5천만원씩이나 뛰었다고 한다. 폭탄처럼 불안한 게 어디 집값뿐인가. “북은 핵폭탄! 남은 세금 폭탄! 불안해 못살겠다!”는 비명들도 곳곳에서 터진다. 정치 잘 하라고 국민들이 뽑아준 정치인들부터 제발 정신 좀 차려야 한다. 민생만 챙겨도 할 일은 산더미 아닌가. 사학비리 척결, 과거사 진상 규명 및 피해자 보상, 조세정의 실현, 노동자 권익 신장, 부동산 투기 근절, 지역 균형 발전, 수도권 인구 분산, 지속가능한 개발 정책 추진, 생태계 보존, 에너지 외교 강화, 대미 자주 외교, 남북한 평화적 공존 관계 정착 , 대북 교류 강화…. 이외에도 크고 작은 민생 정책 사안들은 부지기수다. 내년부터는 세금과의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우선 만만한 건강보험료부터 버스, 지하철 요금 등 주로 서민용 공공요금들이 덩달아 뛸 채비다. 최근에 퇴직한 우리 동네 김씨는 퇴직금을 몽땅 투자해 통닭가게를 열었더니 갑자기 AI(조류인플루엔자)가 뛰어들었다고 울상이고, 박씨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며 다단계 회사에서 뛰어들었는데 난데없는 JU때문에 넘어졌다고 푸념이다. 내년이면 정년 퇴임하는 공무원 이씨는 요즘 대통령도 대통령을 못해먹겠다고 투정부리는데 말단부터 지금까지 무슨 마음으로 뛰었는지 자신도 모를 일이라고 혀끝을 찬다. 두고 봐야 알겠지만 아파트를 반값에 공급하는 입법도 추진한다는 듣던 중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지금까지 아파트값 뛰는 바람에 잘사는 사람들만 좋았지 않았던가. 없는 서민들이야 전세나 월세가 덩달아 뛰는 바람에 가계부채만 아파트 한채 값으로 뛰었다. 이번만큼은 내집을 장만하고 남의 눈치 살피는 셋방살이를 면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도 되겠는가. 대한민국 아파트에 함께 살던 사람들도 이제는 철없는 애들처럼 뛰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래저래 이사할 형편도 못되는 아래층 국민들도 있지 않던가. /이원규 테마기행예술제 운영위원장
오피니언
이원규 테마기행예술제 운영위원장
2006-12-06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