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잘하면 일류시민?

지구촌이란 말을 실감하게 하는 세계화, 그에 걸맞게 글로벌 시민이 돼야 한다는 주문이 사방에서 쏟아지면서, 이 땅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나라의 힘이 강해지고 먹고 사는 문제도 많이 좋아진 마당에 세계를 무대로 호령하며 실력을 맘껏 뽐낸다는 게 그리 나쁘지는 않은 상상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세계화의 기회가 누구에게나 균등하지 않거니와 의지를 동반한 노력과 함께 비용과 시간 등을 들여 고도의 훈련을 쌓아야 한다는 게 문제다. 특히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려면 말이 통해야 하니 가장 비중 있게 사용되고 힘이 실리는 외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해야 한다는 조건이 필수적으로 따라붙는다. 기본적으로 10년 이상을 알파벳과 놀았으나 친밀감이 공고하지 못한 게 소시민의 한계이거니와 능력을 갖춘 현대인도, 글로벌 시민 등에도 들지 못하는 신세가 한탄스럽기만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생에 외국 한번 나가기조차 힘든데 세계화는 꿈일 뿐이고 글로벌 시민은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주는 허상일 뿐이다. 한데 인천시가 인천시교육청과 함께 국제도시를 넘어 인천을 아예 영어도시로 선포했다. 안상수 인천시장은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미래도시의 기준이 되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국제적 명품도시를 만들기 위해 영어환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영어도시 인천 선포식을 통해 영어의 필요성에 대한 전시민적인 공감대를 바탕으로 광범위한 영어 붐을 일으키고 영어가 자유롭게 소통되는 도시를 조성해 나가겠다는 게 안 시장의 의도일 것이다. 발상의 의도나 추세 등에 비춰 일정 부분 이해할 순 있다. 다만 인천시의 희망수준을 맞출 방도가 없는 소시민들은 인천에서 살아가기가 더욱 갑갑해지겠다는 우려가 먼저 든다. 시가 그린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밑그림을 보고 소시민으로 느꼈던 비애감이 기억에 생생하다. 설상가상으로 인천에서 살려면 이제는 영어까지 잘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야 할 처지다. 도로변의 ‘영어도시 선포식’을 알리는 현수막들을 보며 몇 가지 생각해본다. 영어를 잘하면 일류시민일까, 지금도 영어조기교육에 조기유학 등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인천에서의 영어바람이 조기열풍을 부추기진 않을까, 국제도시로서 다양한 문화와 언어권의 사람들이 드나드는 인천에서 지나치게 영어만 강조되는 건 아닐까, 마지막으로 인천의 영어도시 선포가 시민사회와의 공감대와 오랜 숙고 끝에 계획된 글로벌정책이 아니라 안 시장이 방점을 두고 있는 각종 프로젝트를 미화하기 위해 급조된 이미지는 아닐까. /강경하 인천경실련 사무국장

역발상의 힘

모 방송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이 시쳇말로 ‘대박’이란다. 저녁 한때 배꼽 빠져라 웃었는데 비단 필자만이 아닌가 보다. 10대에서 60대까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마니아층이 꽤나 두터운 모양이다. 사실 ‘거침없이 하이킥!’은 뻔한 스토리다. 치고받는 일상사를 담았을뿐인데 왜 뜨는 걸까. 답은 발상의 전환이다. 평일 황금시간대에 시트콤을 편성한다는 자체가 기존에는 없었던 신선한 발상이다. 쉽고 유쾌한 콘텐츠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마디로 ‘역발상의 힘’이다. 관광도 마찬가지다. 흔히들 경기도는 서울에 가려져 관광 활성화가 힘들다고 한다. 서울에 호텔이며 먹거리, 볼거리 등이 다 모여 있는데 누가 번거롭게 외곽으로 나와 관광하겠냐는 말이다. 기껏해야 스쳐가는 관광지에 불과하단다. 하지만 여기에도 역발상이 필요하다. 대도시나 수도권 배후지역이 관광의 노른자위로 각광받고 있는 건 어제오늘이 아니다.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뉴욕 근교 뉴저지나 워싱턴 인근 포토멕 강변이 그렇고, 바르세이유궁전으로 유명한 파리 외곽 ‘일드프랑스’도 그렇다. 이곳에는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서울 때문에 안되는 게 아니라, 서울 덕택에 잘된다.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에는 2천만명이 넘는 잠재고객들이 있다. 주5일제가 본격화되면서 저마다 주말여행이며 체험학습을 떠난다. 대부분이 당일 혹은 1박2일이다. 길 위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교통체증에 시달려서야 곤란하다. 결국에는 서울 근교, 경기도 일원이 여가 보내기 가장 좋은 곳으로 손꼽히기 마련이다. 답답한 도심을 떠나 느긋하게 여유를 만끽할만한 곳, 경기도는 한마디로 ‘대한민국 체험학교’이다. 다양한 관광자원은 물론 생태체험, 농촌체험, 이색체험, 녹색체험 등이 가능하다. 게다가 경기도에서 중·저가 호텔이나 펜션 등을 중심으로 숙박시설들을 확충해 관광객들에게 목가적이고 쾌적하면서도 저렴한 곳이라는 인상을 준다면야 더할 나위 없겠다. 관광은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거침없이 하이킥!’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듯 경기도도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온 힘을 쏟을 때다. 스쳐가는 관광 경유지가 아니라 머무르고 다시 찾게 되는 체류형 관광의 주역으로 앞서갈 때다. 이를 위해 그간 미진했던 중·저가 숙박 인프라 조성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도와 시·군, 관광업계와 유관 기관 등이 합심해 감동이 철철 넘치는 경기관광을 만들자. /임병수 경기관광공사 사장

수도권규제 철폐와 상생하는 국가발전전략

참여정부는 지난 2003년 1단계 국가균형발전정책과 지난 7일 2단계 국가균형발전정책 등을 발표하기까지 수도권은 죽이고 지방은 살리겠다는 차별적인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1단계 국가균형발전정책에 따른 공공기관·정부청사 이전 등으로 수도권에 최대 1만3천개 이상의 일자리 감소 및 연관 산업의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2단계 균형정책의 핵심내용 중 하나인 기업의 지방이전으로 수도권의 공동화, 국가경쟁력의 약화 등을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참여정부가 내세우는 국가균형발전은 말 그대로 수도권과 지방을 균형 있게 잘 살게 만들겠다는 것인데 도내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각종 차별적 규제는 차치하더라도 경기 동북부지역의 경우 수도권정비계획법, 수질환경보전법, 군사시설보호법 등 이중삼중의 규제로 재산권 행사와 지역발전에 장애가 돼온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연천·파주는 여전히 군사시설보호구역이 전체면적의 98%와 93% 등을 차지하고 있고 이천·여주·양평·가평은 팔당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으로 묶여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마저도 정부의 과도한 규제 때문에 문을 닫거나 외국으로 옮겨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 지역이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다는 이유로 지금껏 규제를 지속하거나 지원을 배제시키는 건 그동안의 균형발전이란 논리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기업은 철저히 시장·경제논리에 따라 움직이며 시장·경제성이 없으면 누가 뭐래도 움직이지 않는 게 생리이다. 지금 기업들이 원하는 건 법인세 감면받고 고용보조금 몇푼 지원받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투자시기를 결정하고 투자지역을 선택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가 하루 빨리 없어지는 것일 것이다. 지난 84년 수도권규제의 표본으로 삼았던 일본을 비롯, 영국·프랑스가 규제정책에서 돌아서 수도권의 기업활동을 적극 지원, 경기침체를 이겨내고 경제성장을 이뤘던 것처럼 우리의 수도권규제정책도 이젠 바뀌어야 할 때이다. 그래야만이 국가가 경쟁력을 갖고 선진국에 진입 할 수 있다. 참여정부는 2단계 국가균형발전계획과 관련, “다음달까지 관계부처와 협의한 후 세부추진방안을 마련해 오는 4월중 국무회의에서 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이라도 수도권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하향식 균형발전정책을 전면 재검토,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국가발전전략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함진규 도의회 한나라당 대표의원

빠빠라기

“청명산 굽이굽이 높게 솟고 백년천 굽이굽이 낮게 흐르네” 필자가 다니던 초등학교 교가 노래말 중 일부이다. 이 노래는 물론 대부분의 학교 교가 가사에는 어김없이 그 지역의 산이나 강, 벌판 등 자연들이 포함돼 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 작곡가 홍난파 선생의 ‘고향의 봄’이란 동요는 우리나라 사람이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잘 알려진 곡으로 역시 자연을 노래하고 있다. 필자가 태어나 자란 곳에 교가에 나오는 백년천이 있었다. 물놀이도 할 수 있을만큼 매우 맑고 깨끗하고 제법 물살도 급하게 흐르는 시내였다. 냇가로 가는 길을 따라 화사하게 핀 아카시아꽃은 장관이었다. 길섶에는 토끼풀꽃, 냉이꽃, 달맞이꽃 등이 늘 반겨주곤 했다. 성장한 지금이야 동네 뒷산쯤으로 여겨지지만 어렸을 때 본 청명산은 험한 산이었다. 산중턱에 안개가 피어오르고 뭉게구름이 걸쳐있을 땐 더욱 신령스러웠다고나 할까? 아무튼 높은 산이었다는 기억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백년천은 메말라 물이 흐르지 않는다. 물고기도 사라졌으며 길섶에 피었던 아름다운 꽃들은 아스팔트에 덮여 볼 수가 없게 됐다. 안개가 피어오르던 청명산 허리에는 뭉게구름 대신 아파트들이 빼곡하게 들어 서 있다. 꿈과 낭만이 있던 유년의 고향, 콸콸 소리 내며 흐르던 맑은 물, 길섶에서 수줍게 웃어주던 들꽃들, 등·하교 때 도열해 반겨주던 아카시아나무들…. 선교사를 통해 문명을 생전 처음 접하고 유럽을 방문한 사모아의 추장 투이아비가 원주민들에게 이야기한 내용을 담은 ‘빠빠라기’란 책이 생각난다. 옛날 그들의 섬에 최초의 문명인인 백인 선교사가 나타났을 때 한 처녀가 절벽으로 올라가 부채로 알몸을 가리면서 “재앙을 몰고 오는 악마들아, 가까이 오지 마라”라고 외쳤던 것처럼 투이아비 추장도 문명사회에는 재앙을 몰고 와 모든 것을 파괴하는 악마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올 겨울은 유난히 따뜻했다. 동해안에선 때 아닌 오징어잡이가 한창이라고 한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다. 어느 환경학자는 “자연을 보존한 국가만이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투이아비 추장처럼 슬기롭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가 아쉽다. 꽃피고 새 우는 봄, 녹음이 우거진 여름, 낙엽이 떨어져 낭만이 넘치는 가을, 온 세상이 흰 옷으로 갈아입은 겨울…. 4계절의 축복을 받은 ‘삼천리 금수강산’ 우리나라의 자연은 우리가 후대에 물려줄 가장 아름다운 유산이다. /임병석 수원 장안구청장

문화코드와 문화의 힘

우리는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고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문화에 대한 개념을 보는 사람들에 따라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호이징가는 “문화는 원초부터 유희되는 것이며, 유희 그 자체가 문화를 이루고 즐거움과 직접 참여라는 우리의 행동 양식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꼭 그런 건 아닐지라도, 우리는 문화상품을 만들기 위해 문화적 콘텐츠를 찾는데 혈안이 돼있다. 문화콘텐츠가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의 도구이며 흐름이라면, 문화코드는 그 내포된 기본 자체이다. 문화상품에서 기저의 문화적 코드를 찾는 노력이 선행될 때 진정한 문화콘텐츠를 구현할 수 있다. 문화적 아류와 속물들의 경쟁 속에서 문화상품의 도구적 개념의 콘텐츠를 찾는 방향에서 벗어나 뿌리를 찾고 원칙적인 문화의 근본을 찾는 노력인 ‘블루오션’의 사고가 요구된다. 현재 전세계에 체인점 6천여곳을 보유한 스타벅스 회장은 “한잔의 커피를 판 게 아닌 테이크아웃형 문화를 팔았다”고 말한다. 이처럼 경제적 측면에도 문화적 측면이 중요한데, 주변 생활 속에 내재된 모습으로 나타나 있는 모습이 문화이다. 그러기에 문화시장에서도 기존의 콘텐츠에서 탈피한, 기저에 깔린 문화코드를 읽는 작업이 필요한 건 당연하다. 국내에 곧 들어올 캐나다 ‘태양의서커스’가 좋은 사례이고 국내의 경우 ‘난타’가 그렇다. 난타는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민을 제작자로 하여금 넌버벌퍼포먼스로 실현되도록 했고 국내 극단의 책임경영체제와 안정구도의 자금펀딩체계를 선구적으로 만들었다. 이후에는 전용극장을 만들어 문화상품을 명품화했다. 어쨌든 중요한 건 그들은 우리가 갖고 있는 사물놀이 열정을 찾아 올려놓았다. 지난 2002년 월드컵 이후 붉은악마가 보여준 다이나믹함이 더해졌고 이는 이후에 국가의 원동력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처럼 ‘다이나믹’이란 문화코드는 이후 한류라는 ‘열정’과 ‘예’ 등으로 이어지는 문화코드를 찾게 했음이다. 연극에서 기존의 틀을 깨려하는 변신을 찾아보려 했고, 뮤지컬의 재미와 사물놀이의 재미의 차이를 알았다는 것이다. 지난해는 연극 ‘이’가 영화 ‘왕의 남자’로, 그리고 뮤지컬로 보여준 문화코드의 스펙트럼은 가히 훌륭했다. 이렇게, 문화시장의 블루오션은 문화코드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문화코드는 감성적인 문화의 힘을 찾는 개척 작업이다. 하지만 그것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개척하지 아니하고 달성할 수 없고 달성 없인 수성도 없는 것이기에 더욱 더 중요하다. /이규찬 수원장안구민회관 프로그램 운영 차장 공연기획자

“자연·인간에게 도움되는 참나무가 되리라”

필자는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마니아다. 파주 갈곡리와 양주 비암리 경계지점에 야산으로 둘러싸인 곳이 있다. 이곳은 자연조건이 탁월하고 경치도 수려하다. 싱글길을 따르는 라이딩은 매력적이다. 지난 여름 장마가 지난 후 비암리에서 라이딩을 했다. 자전거는 장애물을 피해 가장자리를 이용, 힘차게 언덕을 올라 가다 심한 장애물을 만나면 끌거나 메고 올라가야 한다. 높은 경사도 보다는 비로 인해 약해진 땅바닥에서 슬릭이 심하게 일어났고 굵은 돌이 많아 업힐은 상당한 난이도를 보였다. 임도를 벗어나 전격적인 싱글길로 접어들면 가파른 경사도가 있어 자전거 페달링하기에 벅차다. 설상가상으로 오토바이 바퀴자국에 파인 도랑같은 길은 우리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정상에 가까운 곳에서 노인 세 분을 만났다. 영지버섯을 채취하러 다니시는 분들이었다. 망태기에는 제법 몇 송이가 보이는데 빨간 색깔의 모습이 무당개구리 배 색깔과 흡사했다. 한 노인이 “진시왕이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져갔다는 불로초가 바로 영지버섯으로 죽어서 참나무가 되고싶다”며 참나무 예찬론을 펼쳤다. 참나무는 자라서는 산을 푸르게 만들어 숲을 제공하고 인간에게 산소를 공급해주기도 한다. 잎과 껍질 등은 약재로 사용하고 껍질에서 나오는 액체는 곤충들에게 먹이를 제공해준다. 참나무는 장작으로 땔감을 제공하고 화력이 좋아 재가 남지않는 특성을 갖고 있다. 태울 때 추출되는 목초액은 피부병에 탁월한 효과를 갖고 있고 몸을 태워서는 숯으로 변해 또 다시 인간에게 많은 이점을 제공한다. 썩어서는 영지버섯과 표고 버섯을 제공한는 특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어르신의 말씀을 뒤로하고 싱글 라이딩은 계속됐다. 능선길은 어느새 경사가 없어지고 거의 평지수준으로 이어지며 제법 속도를 낼 수 있는 구간이 나타나는데 여기저기 오프로드 오토바이 바퀴흔적이 많이 있고 싱글길이 많이 훼손된 것으로 미뤄 조만간 여기 싱글도 무사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임도를 달리기에 부족해 싱글까지 달리는 오프로드 오토바이 형태가 밉기만 하다. 숲속에서 엔진 굉음은 살아 있는 생명체에게 상당한 영향을 줘 동식물들의 성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하다. 도중 만난 노인의 말씀을 되새긴다. “죽어서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참나무가 되리라.” /이경복 파주시생활체육협의회장

자연순환농업

땅은 지쳤다. 물은 신음한다. 식량 증산이 절대선인 것처럼 여겨지던 지난 시절, 논과 밭 등에 마구 뿌려 대던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이 땅은 많이 아파한다. 축산농가들이 늘어나며 발생한 엄청난 양의 축분(畜糞)은 토양·하천·해양오염의 적지 않은 원인들을 제공하고 있다. 이제 땅의 기력을 회복하게 해 주고 맑은 물도 되살려야 한다. 지난 14일 경기도지방공무원교육원 다산홀에서 경기도의회 농림수산위원회(위원장 김광선)가 주최, ‘한미 FTA 등 농산물 수입개방 대비 경기농업의 전략과 특성화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8명의 패널 중 한사람으로 참석한 필자는 이 자리에서 지력(地力)회복과 환경보존, 무공해 농산물 생산 등을 위해 자연순환농업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연순환농업은 한마디로 농업부산물과 축산분뇨 등을 거름으로 재활용, 천연의 농산자원으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인분이나 축분을 밭에 뿌리던 게 그리 멀지않은 과거이야기다. 이 고전적(?) 순환농법은 그러나 기생충 알과 비위생, 악취 등의 문제를 야기했다. 이같은 문제를 잡고 화학첨가물이 들어가 있지 않은 무공해 비료를 얻을 수 있다면, 게다가 그 재료가 토양과 하천, 바다를 오염시키는 처치가 곤란한 소나 돼지, 닭 등의 배설물들로 만들어 지는 것이라면 그야말로 일석다조(一石多鳥)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각종 배설물과 부산물 등으로 무공해·양질의 비료를 만들어 내기 위해선 많은 연구와 시설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이를 실천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패널로 참석한 경기도 농정국 관계자는 “경기도는 올해 자연순환농업 육성을 위해 악취저감용 미생물 제제 공급확대와 연구 및 생산시설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친환경 유기질 비료지원 확대를 위해 120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예산보다도 필자가 고무된 건 이 농법에 대한 깊은 관심, 이해 촉구,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참여 등을 청중들에게 호소하는 관계자의 모습이었다. 자연순환농업은 건강한 땅, 맑은 물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다. 자연순환농업은 무공해·고품질 농산물 생산은 물론 자연과 환경의 보존을 가져와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건강한 삶과 쾌적한 생활환경이란 선물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이 사업의 성공과 확대를 위해선 농업관계자들은 물론 모든 도민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원순환 농업의 선도(先導)로 우뚝 서는 경기도를 기대한다. /박용철 한국농촌지도자 경기도연합회장

고종황제의 똥자루

아주 어렸을 때 아버님으로부터 들은 우화입니다. 고종이 어린 나이로 조선의 왕위를 계승하기로 결정됐습니다. “면장도 논두렁 정기를 받아야 된다”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왕궁의 사주관상 대가들이 총동원돼 앞으로 조선 천하를 지도할 사람에게 왕재가 있나 없나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얼굴이 영민하고 준수해 골상학적으로 우수한가? 신체 건강하고 장대해 정무를 집행할 체력이 있나? 그렇지 않았습니다. 보행을 비롯한 여러 행동에서도 단정한 자세를 볼 수 없었습니다. 좌중을 압도하는 힘있는 목소리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필체를 살펴보아도 한 국가를 지도할 웅건한 기개와 강인함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백성들은 좋은 지도자를 만나야 희망과 비전을 갖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지 않습니까? 낙심한 왕재 평가단은 마지막 희망으로 화장실까지 어린 고종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게 웬일입니까? 어린 고종이 매화틀에 앉아 볼일을 보는데 그 똥자루가 얼마나 굵고 단단한지 모릅니다. 그리고 떨어지는 기세가 엄청나 아이 팔뚝만한 똥자루가 그냥 “툭! 툭!” 소리내며 힘차게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고종은 자기를 주시하는 백성들에게 “나도 왕이 될 자격이 있다”고 힘차게 외치는 것 같았습니다. 이날 이후 전문가들을 위시한 백성들은 두말없이 고종을 왕으로 인정하고 따랐다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에겐 한가지 이상의 고유한 장점이 있는데 그것을 잘 살리면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의미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장애학생들에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한가지 이상의 특장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들의 굵은 똥자루를 발견,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잘 키워 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하는 일입니다. 며칠 전 필자가 근무하는 자혜학교 김유진 학생이 정신지체란 장애를 극복하고 국립재활복지대 컴퓨터영상디자인학과에 당당히 합격한 건 학교와 학부모, 그리고 본인 모두가 합심해 고유의 똥자루를 굵고 단단하게 키워나간 결과라고 봅니다. 우리가 지니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 등을 서로 인정하고 격려하면서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김우 자혜학교 교장

신협은 서민의 토착금융기관

1~2월은 신협들이 총회를 여는 달이다. 대다수 신협 결산월이 12월이어서 결산일로부터 2개월 이내 총회를 개최한다. 총회는 민주주의 방식으로 모든 조합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관이다. 그렇다고 다른 기업들이 하는 것처럼 엄숙하고 딱딱하지도 않다. 신협은 조합원들이 주인이다. 그래서 총회는 조합원들의 잔칫날이다. 인근 조합 이사장과 실무 책임자들이 참석, 기쁨을 함께 나눈다. 총회에선 지난 한해를 결산, 이익금을 내부유보도 하고 출자금에 대한 배당금지급을 결정하며 올해 사업계획도 확정한다. 총회에서 안건을 다루기 전 많은 신협들은 조합원 등으로 구성된 사물놀이와 노래자랑 같은 공연과 장기자랑도 하고 조합원들의 관심사에 맞는 내외부 강사를 초빙, 강의도 듣는 등 그야말로 다양한 행사를 펼친다. 신협은 각각 독립법인이며 협동조합이기에 주식회사와 달리 1인1표주의다. 위에서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하향식 조직이 아니라 의사결정과정이 아래에서 위로 전달되는 상향식 조직이다. 그래서 어느 조직보다 인간적이다. 필자가 여러 기관 사람들을 만나지만 역시 이 중에서도 협동조합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다른 조직에 근무하는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따뜻하고 정이 많다고 느끼는 건 이러한 이유와 전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신협은 6·25전쟁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인 1960년 메리가별이란 미국 수녀에 의해 부산에서 처음으로 조직됐다. 한 푼 두 푼으로 출자금을 모아 어려운 조합원에게 대출해줘 이들이 경제적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줬다. 생계가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 생활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생필품 등을 지급하는 등 항상 지역사회와 함께 하고 있다. 잘 살기 위한 경제운동, 사회를 밝힐 교육운동, 더불어 사는 윤리운동 등이 신협의 3대 실천과제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어 신용이 좋은 사람들은 제1금융권을 찾아 어렵지 않게 돈을 빌린다. 그러나 신용이 없거나 부족한 사람들이 자금이 필요할 때 찾는 곳이 과연 어디인가. 신협은 은행으로 부터 소외된 서민과 영세 상공인 등 경제적 약자들의 지위 향상에 기여해 왔으며 계층간 불균형, 즉 양극화 해소에 일익을 담당하는데 큰 사회적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는 토착 금융기관이다. 현재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절반 이상이 외국계 자본으로 운영되고 있고 4만여 고금리 대부업체들이 국내에서 활동하는 현실을 알고 있는 국민들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윤준식 신협중앙회 인천경기지역본부장

참여예산의 선결과제

가계부라면 몰라도 ‘정부예산’하면 진작부터 머리가 지근거린다. 숫자에 약한 점도 있거니와 복잡한 셈법과 생소한 단어들 때문에 웬만해선 명함 내밀 형편이 아니다. 그렇지만 제대로 알고 충분히 공부해야 속이 시원할 것 같다. 예로부터 나랏돈은 눈먼 돈이라고 했던가? 주인이 많은만큼 주인이 없음을 빗댄 것일 게다. 하나 나랏돈은 백성의 허리띠를 졸라 모은 혈세(血稅)란 사실을 부정할 수 없기에, 눈 크게 뜨고 직접 그 쓰임새를 살피겠다고 시민들이 나섰다. 경제·사회복지·여성·문화·교육·환경 등 각 분야별 10여개 시민단체들이 모여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를 발족한 것이다. 이들은 제일 먼저 어렵게만 느껴지는 예산을 쉽게 이해시켜줄 인천참여예산학교를 개설했다. 이후에는 행정의 잘못된 재정 운영을 개선하도록 요구하고 각 분야별로 시민들의 욕구를 반영한 예산정책을 수립하도록 제안하겠다는 각오다. 상시적인 시민참여 예산감시운동을 펼치겠다는 취지에서인지, 예산학교 첫 강의 날 120여명이 모여들었다. 돌이켜 보면, 인천시는 전국 최초로 지난 99년부터 예산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투명한 예산 편성이나 시민참여 예산 편성 등을 앞세운 인천시의 토론회는 초기의 폭발적 관심과 긍정성이 시간이 갈수록 퇴색됐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시민·복지단체들은 인천시 여성복지보건국과 새로운 형식의 토론회를 선보여 희망을 보여줬다. 이러한 경험이 예산학교와 예산네트워크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이다. 최근 정부는 각 지방자치단체들에 대해 주민참여예산제도 도입을 권고하고 단체장들도 이 제도 도입을 공약으로 채택하는 등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시민단체들의 예산감시운동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제도가 실질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선 자발적 시민참여방안을 강구하는 것과 예산자료의 적극적인 공개가 뒤따라야만 한다. 조만간 예산정책토론회 개최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시민단체와 인천시 예산부서가 만날 예정이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지역에 모범이 될 만한 예산토론회 기획이 합의되길 기대해 본다. /강경하 인천경실련 사무국장

인터넷을 통한 경기관광 활성화

얼마 전 모처럼 아내와 극장 나들이에 나섰다. 일에 치이다 보니 함께 데이트할 시간이 없어 늘 미안하기만 했는데, “표 예매도 하지 않고 그냥 가면 어떻게 하느냐”는 아내의 가벼운 타박에 오히려 외출의 기쁨이 묻어있다. 극장가는 꽤나 한산했는데 표는 구할 수 없었다. 600만명이나 봤다는 흥행작인데 어찌 이렇게 창구가 한산할까 가만히 들여다보니 다들 인터넷예매를 해 온 모양이다. 예매하고 와선 무인발권기에서 표만 찾아가는 풍경을 보며, 새삼 우리 생활 곳곳에 소리 소문 없이 자리 잡은 예약문화의 힘을 실감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추위에 덜덜 떨며 극장 앞에서 길게 줄을 서서 표를 사곤 했던 것 같은데 세월 참 좋아졌다. 예약문화가 일상화되면서 표를 구하려는 극장가 장사진도, 그 틈새를 오가는 암표상도 추억 속 광경으로 남았을뿐이다. 이같은 변화를 이끈 건 역시 인터넷이다. 인터넷 보급에 따른 웹기반사회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게 한다. 특히 문화관광분야에선 더욱 그렇다.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정보를 얻고 스스로 계획을 세운 후 예약을 하고 떠난다. 입맛에 맞는 곳을 콕 찍어 나서니 불편함은 줄고 만족도는 높아진다. 극장가나 공연장 등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호텔이나 여행사들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온라인 예약시스템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통해 거래가 성사되고 유통이 이뤄진다. 인터넷 예약이란 모름지기 신뢰와 예측가능성을 바탕으로 한다. 이를 위해선 고객들의 기호와 선호를 충족시켜주는 알찬 정보와 상담 서비스 등이 필요하다. 자칫 지나친 수익에만 치중하다 놓칠 수 있는 서비스의 질을 보증할 수 있는 장치 또한 절실하다. 그런 면에서 안심하고 찾고 즐길 수 있는 숙박시설과 먹거리, 볼거리 등에 대한 공신력 있는 기관 인증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이다. 주5일근무제와 주말체험학습 열풍 등으로 경기도 관광산업도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경기도에는 특급호텔과 같은 좋은 숙박시설들이 없다고들 하지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펜션과 콘도 등은 즐비하다. 특색 있는 숙박시설들을 발굴하고 먹거리와 볼거리 등 품격 있는 관광자원을 엮어 언제 어디서나 고객들이 직접 맞춤식 코스를 짤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고객중심의 공공서비스와 시장 친화적 수익창출은 그리 먼 데 있지 않다. 민·관이 합심, 구축하는 거도차원의 경기관광 온라인예약시스템 속에 그 답이 숨어있다. /임병수 경기관광공사 사장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불허 철회 촉구

최근 정부의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 불허결정은 이천 주민들은 물론 1천100만 도민들에게 많은 좌절과 실망감을 안겨 주고 있다. 7천여명의 고용 창출과 연간 9조원의 매출 증가, 그리고 관련 협력업체들의 동반 성장 등을 통해 침체된 국가경제와 지역경제의 활력을 기대했던 경기도로선 청천벽력과도 같은 사태를 맞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국회의원들과 도의원들의 삭발투쟁, 주민들의 계속되는 궐기대회, 그리고 도의회 개원사상 최초로 긴급 임시회 개최 반대 결의안 채택 등을 비롯, 앞으로 도내 시·군을 순회하면서 반대 서명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하이닉스 이천공장은 기존 공장 옆에 이미 증설부지가 다 확보된만큼 신속한 증설이 가능하고 기존 공장과 함께 위치, 추가비용 절감과 경쟁력 확보 등 여러 면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정부가 결정한 청주지역 공장 증설에는 공장부지를 새로 확보해야 하고 7천억원 규모의 추가 재원과 공장 증설을 위해 앞으로 상당 기간이 소요된다는 게 하이닉스측 입장이다. 특별한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가 세계 11위 규모의 교역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기술우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반도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중국을 비롯, 주요 국가들은 우리의 아성을 공략하기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기업들과 머리를 맞대고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부의 이번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 불허결정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자유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개별기업 공장입지를 국가가 결정하는 건 참으로 이해 할 수 없는 처사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이란 허울 좋은 명분에서 벗어나 즉시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 허용을 1천100만 도민들과 함께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함진규 경기도의회 한나라당 대표의원

개성신장교육의 선행조건

학생들의 개성을 존중하지 않던 획일화된 교육을 반성하며 학교현장 및 가정과 사회에서 개성을 신장시키는 교육에 힘쓰고 있다. 이 시점에서 ‘진정한 개성이 무엇인가?’, ‘어떻게 하는 것이 개성을 신장시키는 교육인가?’ 등을 다시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개개인이 가지는 고유한 특성을 개성이라고 한다. 주로 성격·취향·사고방식 등으로 나타난다. 좀 더 쉽게 표현하면 남과 다른 자신의 모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옷감도 씨실이나 날실 하나만으로 짤 수 없듯 이 세상은 한가지 특성을 가진 사람에 의해 유지될 수 없다. 이때문에 획일화된 교육이 반성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 우리들의 사고 속에는 나와 다른 특성, 즉 개성이란 부분을 쉽게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장미꽃을 좋아하지만 국화꽃을 좋아하거나 아예 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왜 장미꽃을 좋아하지 않느냐”고 강요한다. 심지어 편을 갈라 무시하거나 반목하는 현상도 벌어진다. 이것이 왕따현상 중의 일면이라고도 생각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외모로부터 시작해 성격·취향·사고방식 등에 각자만의 고유한 특성인 개성이 있는 존재이다.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개성신장교육이란 말이 무색해진다. 개성신장교육을 외치기 전에 교육자나 피교육자 모두 나와 같지 않은 타인의 특성을 인정해 주고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개성을 지나치게 내세워 타인을 불쾌하게 만들거나 불편하게 해서도 안된다. 더욱이 전체의 조화를 깨뜨려서도 안 된다. 오리의 짧은 다리와 학의 긴 다리를 똑같이 만들려고 자르고 붙여선 안된다. 오리와 학이 서로의 짧은 다리와 긴 다리를 부러워하며 고민해서도 안된다. “내 다리는 짧지만 네 다리는 길구나”라며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오리의 짧은 다리로 잘 할 수 있는 일을 발견, 성취하도록 돕고 학의 긴 다리로 오리가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면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개성신장교육이 이뤄지려면 우리 모두가 다시 한 번 유일한 존재로서 독특한 특성, 즉 개성을 지녔다는 사실을 인식해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나와 타인의 다른 특성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며 서로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자세를 기르도록 해야 한다. /강원춘 경기교총회장·태원고 교장

문화정책과 문화선진국

국풍 81같은 행사가 여의도 광장에서 열렸던 기억이 새롭다. 사회갈등이 증폭되던 국정 혼란기에 정통성이 결여된 채 등장한 제5공화국은 집권하자마자 여의도 뙤약볕 아래에서 대대적인 행사를 열었던 기억이 난다. 이 국풍은 원래, 주남, 소남, 패풍 등 15개국 민요 160편을 수록한, 중국의 고전 ‘시경(詩經)’ 제1편의 제목인데, 신군부에 대한 국민 불신을 희석하고 여론 호도책으로 실시했다는 것은 참으로 어울리지 않았다. 국가는 예술문화의 지원정책에 대한 정당성을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경제적 공공재로서의 의미를 넘어 예술문화의 창의적 정신활동이 국가혁신을 이뤄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하며 국가 병리적 문제도 해결하고 궁극적으로는 인간다운 삶의 향상과 복지를 완성하는, 이 세가지를 최후의 종착점으로 보아왔다. 이는 예술문화가 갖고 있는 효용과 기능이지만 국가의 문화정책 목표이기도 한 것이다. 하나, 정치논리가 개입시는 이같은 정책 수립이 어렵고 경제적 논리와 맞물려 정책의 우선순위를 달리하는 목표인 국민통합이란 의미나 사회개발이란 목표로 밀려난다. 우리가 말하는 문화정책을 혹자는 “문화를 만들고 즐기는 이러한 활동들을 바람직하게 하기 위해 정부가 결정하는 공적인 생각 정도로 풀이하면 좋을듯 싶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이제는 국가의 정체성을 문화가 이끌어 가는 근본으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그런지 역대 문화 담당 장관 중 순수한 예술인은 6공 시절의 이어령 초대 문화부장관, 현 참여정부에 들어 이창동 장관, 지금의 김명곤 장관뿐이다. 프랑스의 앙드레말로 문화부장관이 제2차 세계대전후 10년 동안 재직한 것과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지금 선진국이라고 하면 경제선진국을 일컫는데 경제선진국은 문화선진국과 일치한다는 면이 중요한 현실이 됐다. 현대사회에서 음악이나 미술 분야에서 경제선진국인 미국을 문화선진국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는가 말이다. 우리의 문화정책은 창의성 기반 속에 가치를 가진 문화 경쟁력을 가지고 진정한 문화선진국으로 가는 국가경쟁력을 갖춰야 함은 자명하다.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FTA 등 각국의 통상압력을 지역·세대·국제간 균형문화발전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혜안과 유연한 지혜도 가지고 있어야겠다. 그러기에, 지금에 ‘문화의 힘’이 절실한 이유가 그 연유이다. /이규찬 장안구민회관 프로그램 운영차장 공연기획자

요람부터 무덤까지의 생활체육

생활체육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하는 운동, 삶 그 자체이고 언제 어디서나 쉽게 할 수 있는 몸의 움직임이다. 종래의 스포츠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하는 경기스포츠가 대부분이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현대는 유아에서 최고연령층까지 많은 사람들의 생활체육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다 생활체육을 즐기고 있다. 생활체육인들이 해야 될 일은 모든 사람들이 생활체육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일이다. 생활체육도 엘리트체육처럼 체계적으로, 어려서부터 지도해야 된다. 예전의 학교체육은 학교에서 종목별로 뛰어난 어린이를 뽑아 선수로 키우는 엘리트 체육이었다. 선수 육성에만 중점을 두고 지도하기 때문에 학업은 뒷전이고 오로지 운동에만 전념,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고 운동으로 성공하지 못하는 선수의 장래는 불확실했다. 대다수 일반 학생들은 운동이 좋아 배우려고 해도 체육활동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현대 어린이들은 자연에서 뛰어 놀 수 있는 생활환경과 놀이공간 부족으로 컴퓨터 게임으로 소비하는 시간이 뛰노는 시간보다 많아졌고 자연스레 운동 부족에 따른 체력 저하와 운동 능력, 순발력 등의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어른들의 무관심으로 만들어진 생활환경이 어린이의 성장 발달에 큰 저해 요소가 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선 우선 어린이 스포츠가 엘리트체육에서 생활체육으로 진화돼야만 한다. 앞으로의 어린이 생활체육은 선수 육성을 목표로 하는 것보다는 어린이 스스로 운동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운동에 참여하는 어린이들에게 자발적인 참여로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 해소와 기본적인 체력향상, 운동을 생활화 하는 습관 등을 키우게 하는 것이다. 각 종목별로 체육지도자를 배출, 각 학교별로 방문, 지도하는 방법, 취미와 시간이 맞는 어린이들끼리 모여 클럽을 만든 뒤 지도자를 초빙해 배우는 방법, 유명 운동선수 체육교실을 활성화해 체육활동을 펼치는 방법 등 여러가지가 있다. 현재는 사설 전문 스포츠교실이 이같은 활동을 많이 운영하고 있지만 더 많은 어린이들에게 운동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면 정부의 제도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어려서부터 운동을 습관화하고 체계적인 지도를 받은 학생이 많아질수록 요람부터 무덤까지 생활체육을 생활화하는 생활체육인들이 증가하고 국민의 삶의 질도 향상돼 국민건강이 증진되리라 믿는다. /이경복 파주시 생체협회장

정부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난해나 올해도 화두는 민생경제인 것 같다. 그러나 민생경제를 위해 정부가 어떤 정책을 수립하고 어떻게 추진됐나에 대해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했을까? 필자뿐만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은 그저 정부가 내세운 정책에 대해 회의적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하라는대로 했다 땅을 치며 허탈해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어쨌든 중산층이 많고 잘 살아야 국민들이 잘 산다는 게 아니겠는가. 그러나 우리나라는 어떻게 돼가고 있는가에 대해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중산층 몰락으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것이야말로 우리나라를 영영 개발도상국으로 머물게 하고 있지 않나 걱정된다. 우리나라는 아쉽게도 부존자원이 거의 없다. 따라서 외국으로의 수출만이 살 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기업들도 아우성이다. 대기업은 원화 강세로 인한 수출단가 상승으로 수출경쟁력이 약화돼 힘들어 하고, 중소기업은 이미 3D업종으로 전락해 동남아 근로자들 없이는 운영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한다. 필자는 어려운 경제상황, 전문 인력 부족 등의 역경을 이겨내며 꿋꿋하게 한국 경제의 밑거름이 되고 있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주를 존경하고 그곳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종업원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수백조원의 부동자금이 갈 곳을 헤매고 있다고 한다. 이런 자금이 필요한 생산적인 곳에 운용된다면 그 결과는 명약관화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개인의 능력이 존중되고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사회이다. 개인의 능력이 무시되거나 보잘 게 없다면 어느 누가 열심히 일하겠는가. 필자는 바다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어느 횟집이름인 줄 알았다. 최근에는 그 바다이야기가 중국에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상대로 성업 중이라고 한다.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것에 쉽게 빠져들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업주는 특별한 노력(?) 없이 짧은 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어서이고 손님들은 한 번에 목돈을 챙기고자 하는 공감대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사라져야 한다. 맡은 바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그 꿈이 실현되도록 하는 게 정부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일 것이다. /윤준식 신협중앙회 인천경기지역본부장

몰려오는 저급(低級)농산물

80년대 초반, 당시에는 중공(中共)이라 부르던 중국과의 교류가 확대되면서 사업가들은 이런 말을 주고 받았다. “8억 인구의 중국이 열리면 중국인들 한 사람당 100원 짜리 껌 한 통 씩만 팔아도 800억이야, 800억!” 욱일승천의 기세로 성장하던 그 때에는 정말 중국이 만만해 보였다. 그런데 물 반, 고기 반 같던 그 ‘후진(後進) 중국’은 오늘날 어떤 존재가 되었는가. 중국은 이제 생필품, 의류, 섬유 산업은 물론 냉장고, 세탁기 등 이른바 백색가전까지 사실상 세계의 공장 노릇을 하며 우리나라의 동종 업계들을 초토화시켰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마저 우리 턱 밑까지 쫓아왔다. 이쑤시개부터 평면 TV까지 중국 상품들은 소설 ‘대지’에서 왕룽의 농장을 습격하는 메뚜기 떼처럼 우리 시장을 새까맣게 덮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분야에서는 더 무서운 ‘중국 발 공포’가 우리를 엄습하고 있다. 저질 중국산이 판치고 있는 농산물 분야다. 이미 십 수년 전부터 중국산 농산물은 우리 식탁을 잠식해 왔다. 국내농가의 피해도 피해지만 진짜 문제는 이들 식품이 품질과 안정성에 큰 결함을 드러내며 우리 건강을 위협한다는 사실이다. 공산품과는 달리 식품은 우리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한국은 1인당 중국농산물 소비 1위인 국가다. 납 검출 조기, 기생충 김치, 색소·방부제·표백제가 검출되는 밑반찬 류 등 문제의 중국산 농산물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가 국산이라고 생각하며 먹는 식품 가운데도 중국산은 얼마든지 있다. 수많은 식당에서 중국산 찐 쌀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산 김치라도 다진 양념은 중국산으로 버무리는 경우가 많아 안심할 수는 없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떡볶이에도 식품위생법상 금지되어 있는 중국산 파프리카 색소가 들어있다면 오싹하지 않은가. 일본의 경우 철저한 검역과 까다로운 사전 지침으로 저질 수입 농산물은 발 디딜 틈조차 없다. 식품수입업자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중국산 저질 농산물을 수입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소비자들의 높은 의식과 자발적 감시는 저질 농산물이 그들의 식탁에 오르는 것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중국산 농산물의 공세는 공산품 못지않게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중국정부는 인구의 8할이 넘는 농민들을 위한 정책을 강화하면서 농산물 수출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우리 소비자들은 바짝 긴장해야 한다. 결국은 소비자의 의식에 달려 있다. 우리 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이야말로 우리 농가를 짓누르고 가족의 건강을 위협하는 그 무서운 메뚜기 떼를 몰아내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박용철 한국농촌지도자 경기도연합회장

후안흑심(厚顔黑心) 특수교육에도 필요한가?

후흑이론(厚黑理論)은 친닝 추라는 여성 성공학 이론가가 쓴 ‘후안흑심(厚顔黑心)’이란 책을 바탕으로 널리 알려진 처세술이다. 일반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선 강력한 지도력을 뒷받침하는 헌신과 열정, 집중력과 도덕성, 그리고 겸손과 용기 등과 같은 여러가지 덕목들이 필요하지만 그가 주장하는 건 단지 상황이 요구하는 어떠한 방식도 받아들이는 두껍고 냉혹한 얼굴과 검은 마음으로 자신을 무장하고 조직을 장악해 스스로 살아남고 성공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라는 것이다. 후안(厚顔)은 성공을 위해선 남의 비난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는 두꺼운 방패와 같은 마음이고 흑심(黑心)은 자신의 결정이 남들에게 어떤 결과를 미칠 것인지 전혀 개의치 않고 냉혹하게 목적을 향해 창을 휘두르는 능력이다. 그렇기에 후안흑심 소유자는 근시안적 동정심은 사정없이 짓밟으며 자신의 목표에 주의력을 집중시키고 부수적인 희생은 과감히 무시한다. 정당함을 추구하기보다는 보다 큰 목표를 위해 작은 것을 기꺼이 희생하는 살인본능에 가까운 비정한 모습을 보인다. 지금의 교육현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개인의 다양성이 존중되고 자기 주장과 권리 등이 우선시되고 있다. 반면 희생과 봉사, 협력과 양보와 같은 가치들은 가볍게 생각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현상을 보며 필자는 그래도 특수교육현장만큼은 따뜻함과 정의적인 요소가 살아 움직이는, 아니 살아 움직여야 하는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끔은 장애학생의 교육문제나 복지정책을 놓고 현장의 교육자들과 학부모, 그리고 관련 단체나 구성원 등은 서로 자기 주장이 옳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갈등한다. 교육본질을 외면한 지나치게 투쟁적인 시위와 비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은 목적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해주지 못한다. 이럴 때 필자는 슬그머니 후흑이론을 떠올린다. 서로가 감싸고 연대해도 부족할 터인데, 긴 호흡으로 전체를 조망하지 못하고 실천적인 방법론상의 차이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자기주장을 관철하려고 하니 안타까울뿐이다. 이럴 때 혹시 누군가 강력하게 두꺼운 얼굴과 검은 뱃심으로 우리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모두를 아우를 시도를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우리 일은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 우리만큼은 서로 솔직하고 따뜻해야 하지 않겠는가? /김 우 자혜학교 교장

악성댓글과 청소년

언제 어디서 누구나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정보통신망이 구축되면서 요즘 청소년들은 일상 공간보다 인터넷 공간을 중심 무대로 살아가게 됐다. 그러다 보니 두꺼운 백과사전이나 전문서적 등을 뒤적이며 정보를 찾기보다 “클릭, 클릭”을 외치며 인터넷을 활용하게 된다. 친구와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기보다 인터넷에 접속, 자판을 두드리며 의사소통을 한다. 이처럼 인터넷 활용은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찾거나 동시에 몇가지 일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의 얼굴을 보지 않고 더욱이 자신이 누구인지 알리지 않은 상태에선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쏟아놓게 되고 아무런 책임의식도 느끼지 않게 된다. 이같은 과정에서 인터넷에 악성댓글이 넘치게 됐고, 심지어 사람의 생명을 빼앗거나 정상적인 삶을 파괴하는 수준까지 이르게 됐다. 인터넷에서 상습적으로 악성댓글을 만드는 네티즌을 ‘악플러’, 또는 ‘키보드 워리어’ 등으로 부른다. 익명성을 이용, 활동하기 때문에 이들의 특성을 단적으로 파악하긴 어렵지만 일상에선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고 소심한 초·중·고생이 많다고 한다. 이런 청소년들을 바람직한 인터넷 문화를 누리도록 지도하려면 정보통신윤리교육과 병행해야 할 것이 있다. 먼저 청소년들에게 자존의식을 심어줘야 한다. 대량 생산된 시장제품들에 비해 유명 브랜드 제품이 비싼 이유 중 하나로 희소성을 들 수 있다. 사람만큼 희소성을 지닌 건 없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각 개인들은 희소성을 뛰어넘어 유일한 존재들이다.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는 것처럼 다른 사람도 똑같이 존귀한 존재라는 것을 알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감정이입능력을 길러 다른 사람 감정을 함께 느낄 줄 알아야 한다. 슬픈 사람이 있을 땐 슬픈 감정을 함께 느끼고 위로할 줄 알아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나는 슬프지 않으니까 아무 상관이 없다는 식으로 살아간다면 자신의 감정만을 드러내며 서로 상처를 입히게 될 것이다. 자신의 생각과 주장 등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마음이 여린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과 주장 등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표현하는 게 서툴다고 비웃거나 무시해선 안된다. 학교와 가정과 사회 등지에서 청소년들에게 이같은 태도를 기르도록 한다면 청소년들이 자신의 존재를 숨긴 채 악성댓글을 달면서 살지는 않게 될 것이다. /강원춘 경기교총 회장·태원고 교장

예비소집일에 거는 기대

이웃에 사는 초등학교 취학통지서를 받은 학부모로부터 예비소집하는 날 학교에 다녀온 이야기를 들었다.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고작 취학통지서와 입학안내지, 홍역예방접종확인서 등을 맞바꾸고 발길을 돌렸다는 것이다. 아쉬워 학교 관계자에게 “벌써 끝난 건가요”라고 묻자 “네, 입학식에 오시면 됩니다”라고 대답하더란다. 지난해 이맘때 필자 아이를 학교 보낼 때가 생각난다. 입학하면 어떤 공부부터 시작하는지, 준비물은 무엇을 챙겨놔야 하는지, 초등학교 들어가면 영어도 배운다는데 미리 공부를 시켰어야 하는지, 장난꾸러기가 학교 규칙을 제대로 지킬지…. 첫 아이를 첫 제도권 교육 안에 들여보내며 교차했던 많은 생각들이다. 다행스럽게도 지난해말, 인천교육청이 이러한 예비학부모들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올해부터 ‘초등학교 예비학부모교육’을 제도화한다고 발표했다. 단위학교에 예비학부모와 학생들을 위한 자료도 배포하고 예비소집일을 이용, 학부모교육까지 실시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웃집 학부모만 실망한 게 아니었다. 예비학부모교육 제도화를 요구했던 시민·교육단체들은 교육청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조사한 결과, 예비소집일에 예비학부모교육을 실시한 곳이 한 곳도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예비소집일에 아쉬운 발걸음을 떼는 예비학부모들의 발길을 잡고 위로(?)해 준 이는 학원을 홍보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맞벌이 가정이 증가, 학부모들의 학교 방문이 사실상 어려운 게 우리네 현실이다. 교육청은 “입학 후에라도 예비학부모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취학 전에 마무리 짓고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싶은 게 모든 부모의 심정이 아닐까? 이런 점에서 학부모들이 가장 많이 모일 수 있고 미리 준비할 수도 있는 예비소집일이 적절하다. 군색한 교육청의 변명이 모든 예비학부모들의 기대를 꺾지 않았으면 한다. 교육청의 의지 부족이든, 단위학교의 행정누수이든 이러한 논란은 교육당국이 풀어야 할 문제이다. 학부모들과 시민사회는 공공기관인 교육청과 학교가,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교육당국이 시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데 충격을 받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조속히 예비학부모교육이 실시되길 기대한다. /강경하 인천경실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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