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증에 대하여

농업은 우리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중요한 기간산업인데도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오랫동안 농사일에 종사한 농업인들이 ‘농부증’이란 직업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농부증이란 과다한 농작업이나 특정 신체부위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때 발생되는 증상으로 스트레스 축적, 신체적 피로, 정신적 긴장, 영양부족, 감염, 한랭장해 등이 원인으로 농업인 10명 중 4명이 앓고 있다. 농촌에 이런 농부증 발생이 많은 건 심각한 일손 부족과 함께 노령·부녀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과다한 농작업과 계절적 요인에 의해 농번·농한기 구분이 모호해졌고 전체적인 작업시간과 노동강도가 과거보다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겨울철 비닐하우스 시설재배 농가가 늘면서 고온다습한 작업환경과 밀폐상태, 외부와의 기온 차, 잔류농약, 불편한 작업자세 등과 진단받기 어려운 제한된 의료혜택, 농사지으면 이 정도는 당연히 아플 수 있다는 올바르지 않은 건강 인식 등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화성시가 농촌진흥청·한양대 가정의학과 등과 공동으로 기초 진단을 실시한 결과 농업인이 비 농업인에 비해 만성질환 유병률이 더 높았고 근골격계 질환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질환은 신체의 관절을 중심으로 뼈, 근육, 인대 등에 만성적인 통증을 수반하며 농작업 특성상 작업자세가 불량하고 장시간 많은 힘을 요하는 반복된 작업 동작에 기인한다. 이같은 농부증은 농작업 시간이 늘어난 농촌의 중·장년층과 여성 농업인들에게 많으며 가구당 농외소득이 많을수록 적게 나타나고 경지면적이 많을수록 높게 발생하고 있다. 겸업농이 전업농보다 높고 늦가을이나 겨울철 찬서리를 맞으며 밭농사 일을 하는 것도 농부증의 원인이다. 이제 농업인들의 건강증진사업은 일반적인 성인병 예방 중심보다도 농작업 특성을 반영한 방향에서 펼쳐져야 하며 농기계도 재해를 안겨주는 위험물이기 보다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력을 줄여 편이성과 쾌적성, 건강을 도모하는 후생적 기구 등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농업인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질환 및 사고와 농작업 관련성 등을 심층 분석하고 건강유해 요인을 규명하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하며 각각의 건강 유해요인별로 다양한 대책 마련과 의료기관, 농업기술센터가 하나가 되는 네트워크를 형성해 농촌 건강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김경배 화성농업기술센터소장

작은 도시의 큰 이야기 2

그야말로 21세기는 ‘문화관광의 세기’이다. 며칠 전 보도에 한류스타 1명이 100억원의 세금도 냈다고 했다. 경제가 어려워졌다. 그만큼의 납세실적이라면 기업이라고 해도 잘 되는 사업임에 틀림없다. 사람들은 ‘막사발’하면 아무렇게나 쓰다버리는 막그릇으로 안다. 그런데 그 막그릇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도공이 있다. 그가 10여년 전부터 중국,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을 순회하며 그 막사발을 세계 속에 알렸다. 청자와 백자는 예술품으로 우대받지만 막사발은 전시장에 나가도 그야말로 밥그릇이나 국그릇 등으로 여긴다. 그러나 사람들이 알아주건 말건 자신의 예술혼을 그 막사발에 불어넣었다. 오산 태생인 도공 김용문은 홍익대와 대학원에서 공예를 전공했다. 그 당시에는 신라토우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까지 받았다. 지난 89년부터 토우전, 수장제, 옹기전, 막사발전 등 개인전과 단체전을 한해도 거르지 않았다. 예술의 길은 천형의 길이라 했다. 쉽고 편하게 살 수 있는 길도 포기했다. 스스로 고행의 길을 선택하게 된 건 막사발 때문이었다. 옛날에 서민들이 즐겨 쓰던 막사발이 일본에선 국보였던 것이다. 그는 타고난 흙의 사람이다. 그 흔한 공모전에는 근처에도 얼씬하지 않았다. 지금도 작품을 팔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다행히 진가를 아는 이가 있으면 그 돈으로 또 흙을 사서 전시회를 준비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현재까지 개인전만도 30여회에 육박한다. 특히 지난 10년동안 진행된 세계막사발장작가마축제는 그의 독창적인 브랜드이며 그야말로 귀중한 그의 분신이다. 처음 축제를 시작한 오산은 물론 광주, 괴산, 경주 그리고 해외에서 그의 물레는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세계적인 도예도시 중국의 치박(淄博)시 초청으로 막사발축제가 시작된다. 그리고 5월 중순에는 오산으로 세계 곳곳 작가들이 올 것이다. 이번에는 오산시의 지원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미 시장과 관계자들을 만나 면담까지 했다니 천만다행이다. 그는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는 성격이 아니다. 첨단시대 21세기인 오늘도 조선시대 도공처럼 상투를 튼 헤어스타일로 온 세계를 누비는 고집불통이다. 그의 고향, 오산 땅에서 막사발은 빛나야 한다. 객지로 떠돌던 30년 떠돌이 인생도 이젠 끝장내야 한다. 그도 한류스타들처럼 당당하게 세금 좀 내며 오산 땅에서 살게 하자. /이원규 테마기행예술제 운영위원장

누가 富를 지배하는가

현재 세계 경제 모습을 각국 GDP달러 기준으로 변환하면 73%가 일부 부유한 핵심 산업국가에서 생산됐고 나머지 21%가 개발도상국 몫이다. 이중 미국은 세계 인구의 5% 밖에 되지않는 인구로 현재 세계 생산의 30%, 소비의 40% 등을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1천대 기업 가운데 432곳을 점유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이 거대한 부를 지배할 수 있는 요인은 무엇보다 개방정책과 투명한 사회구조를 들 수 있다. 그들은 일찍이 문호개방정책을 추진했으며 모든 부문에서 투명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법 집행의 투명성은 국민들로 하여금 스스로 국가기관에 복종하게 하는 선순환을 낳았고 모든 거래는 은행을 통하지 않고는 할 수 없게끔 투명한 금융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최근 들어 우리 기업들도 투명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세계화 추세 속에서 투명경영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요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경제 석학인 레스터 서로우 미국 MIT대 교수는 “세계화에 동참하고 대담하게 이끌어가는 사람이 부를 거머쥘 것”이라고 강조한다. 기업은 위험관리와 함께 수익을 내는 게 최우선이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가능하다. 신뢰받는 기업은 자본시장 접근 가능성 등에서 차별적 우위를 누릴 수 있고 다소 어려움을 겪더라도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의 신뢰를 상실한 기업은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미국의 거대 에너지 기업인 엔론사는 분식회계로 2개월만에 파산했다. 많은 기업들이 연례보고서를 발표하고 회계적 투명성을 높이려고 힘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결과 투명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기업이 큰 수익을 내고 있다. 지배구조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된 포스코, 그리고 신세계, SK그룹, 안철수연구소, 하나투어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필자의 동창인 박상환 여행전문업체 하나투어 사장은 매월 경영실적을 직원들에게 공지하고 모든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종업원지주제 등을 실시, 투명경영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05년 한국인 가운데 두번째로 아시아 혁신 경영자상을 수상했고 회사는 내국인 송출실적과 항공권 판매실적 등에서 8년 연속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오늘날 한 국가나 기업이 부를 지배할 수 있는 것은 용기, 기술, 지식 등도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시장이 신뢰하는 투명성이란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최길현 신용보증기금 군포지점장 경제학 박사

대입제도를 확 바꿔 봅시다

우리의 대입제도는 교육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무리 초·중등학교들이 나름대로의 교육목표를 갖고 있지만, 이는 형식적일 뿐이다. 실제적으로는 모든 교육의 목표가 오로지 대입제도에 향해져 있다. 이처럼 대입제도가 국민교육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욱 많이 연구하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입학생들을 어떻게 더 잘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연구는 소홀히 하면서 조금이라도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고심한다. 도대체 대학들은 어떤 학생을 우수한 학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대학은 사회를 발전시킬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사회의 리더가 될 잠재력이 있는 학생’이 우수한 학생으로 판단된다. 대학들은 이런 학생들을 선발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사회 리더가 될 잠재력’ 측정은 너무 어렵다. 대학 교육과정 목표는 ‘사회에서 사용할 실력’이다. 대학 성적이 좋으면 사회에서 유능한 인재가 될 것이란 가정 하에 대학성적과 내신이나 수능 또는 논술 등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한다. 이 세 가지 방법 중 대학성적과 상관관계가 높은 방법의 비중을 높이려고 하고 있다. 문제는 내신, 수능, 논술 등 세 가지 방법이 다 지적인 능력만을 측정한다는 것이다. 인성교육의 세계적인 석학인 릭코나는 “인간을 도덕이 아닌 머리로만 교육하는 건 사회에 대해 하나의 위험 인물을 교육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인성이 부족하고 지적 능력만 있는 사람들이 사회의 지도자가 되면 사회는 위험해 진다는 경고이다. 진정으로 앞을 내다보는 대학이라면 입시성적과 대학성적의 상관관계를 연구할 게 아니라, 입시성적과 사회 기여도와의 상관관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하고 사회의 리더가 될 인물들은 암기를 잘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훌륭한 인성의 소지자들이다. 따라서 대학 지원자들이 사회 리더가 될 잠재력을 파악하기 위해 인성적인 측면을 반영해야 한다. 미국 대학들의 입학사정관들은 ‘시험훈련’을 잘 하면 SAT에서 높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SAT 성적은 필수 조건이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창의성, 리더십, 봉사정신 등의 인성적인 요소들이다. 대입제도를 확 바꿔야 한다. 기존의 지적인 측면만을 평가하는 대입제도에서 인성적인 측면까지 평가하는 대입제도로 말이다. 그래서 진정으로 봉사정신을 갖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창의적인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 이런 입시제도만이 우리의 초·중등교육 전반에 생명력을 불어 넣을 수 있다. /이 병 석 경민대교수

미술과 기술과의 통합

인류문명 초기의 미술활동은 미적인 가치보다 실용성을 중요시, 주로 제작의 기술적 측면에 가치를 뒀다. ‘Art’란 말의 어원이 기술이란 수공업적 능력을 뜻했던 건 바로 고대의 미술이 기술적 측면에 그 중요성을 두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미술과 기술이 아직 분화되지 않았던 상태가 근대에 이르러 예술의 자율성이 확립되고 산업이 분화되면서 순수미술은 응용미술로부터 분리됐다. 실용적인 생산품은 기계 몫이 됐고 예술가는 미적 감각의 순수성에만 몰두했다. 그러나 오늘날은 다시 미술과 기술이 통합되고 각 미술 장르 구분이 모호해지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실례로 회화와 조각의 구분이 힘든 오브제 미술, 레디메이드, 설치미술, 그리고 연극적 요소를 지닌 행위미술, 용기의 기능과 미적 요소가 조화된 도자예술, 또는 현대 과학기술을 이용한 컴퓨터 전자미술 등은 이제 그 장르의 구분이 어렵게 됐다. 탈장르화로 순수미술이니 응용미술이니 또는 회화나 조각 심지어는 연극까지도 장르의 구분이 모호해질 정도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게 된 것이다. 우리가 눈만 뜨면 쏟아져 나오는 상품들이나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물에 미적 가치를 부여하는 일은 바로 생활 속에서 미술과 기술을 통합하는 것으로 현대에는 그 중요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오늘날 자동차나 휴대전화를 구입할 때 구매자는 성능보다는 멋있어 보이는 미적 요소를 더 고려하는 경향을 흔히 볼 수 있다. 오늘날 산업계에서 단순한 기계적 생산에 머무르지 않고 좀 더 아름답고 인간의 몸과 마음에 쾌적하도록 생산될 물건에 미적 가치를 부여하는 일은 바로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시대가 됐다. 우리 민족은 생활 속에서 미를 실현하는 기능이 매우 탁월했다. 우리의 전통 예술품들에서 우리는 생활 속에 스며든 아름다움과 멋과 솜씨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많은 전통 예술품들에는 옛 조상들의 섬세한 솜씨와 뛰어난 창의성 그리고 감각있는 눈썰미와 인간적 따사로움이 담겨 있어 오늘날 까지도 그 소질과 기량의 맥이 흐르고 있다. 갈수록 높아가는 국제산업사회에서의 경쟁이란 측면에서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미술과 기술의 통합은 국가경제와 문화수준을 가늠하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우리는 예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우리 민족의 뛰어난 미적 감각과 창의성을 오늘날 더욱 발휘해야 할 것이다. /박 동 수 의왕미술협회장

‘쟌’·‘헬렌’·‘시몬느’ 할머니

“우리도 30~40년 후면 저렇게 노인이 된다. 우리가 볼 때, 너무 좋아 보인다.” 프랑스 국영 3TV의 30~40대 젊은 스태프들이 노인들의 활동을 취재하고 느낀 소감이다. 몇년 전 프랑스 서부 브레스트에 위치한 루이즈 르 루 양로원(거리 이름을 따 생텍쥐페리양로원으로도 부름)은 노인들의 패션쇼와 양로원의 24시를 소개했다. 이 내용은 ‘내 얼굴의 주름과 함께’란 제목으로 프랑스 전역에 방영돼 프랑스 노인들의 건강과 죽음, 인생 회고, 학습활동 등 노년기 일상과 삶의 의미를 엿볼 수 있었다. 지역 의상실 협찬으로 구성된 양로원 패션쇼는 의상실의 홍보 효과와 더불어 노인들이 소외감으로부터 탈출해 지역사회의 한 가족임을 확인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필자는 이 프로그램에서 직접 해설을 담당한 쟌(81), 인터뷰를 준비한 헬렌(79), 양로원 시설을 소개한 시몬느(92) 할머니 등과 70대 구엥 원장 등으로부터 일보다는 여가에 충실하는 프랑스 노인들의 모습을 보고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양로원 로비에 둘러앉아 카세트에서 흘러나오는 샹송을 듣고 잔잔한 미소를 머금는 노인들의 모습에서 노인교육 프로그램은 교과서 속에 정형화된 게 아니라 노인들의 생활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인상을 깊게 받았다. 75세부터 최고령 102세까지 120여명이 생활하고 있는 생텍쥐페리양로원은 도심의 평범한 아파트와 같은 구조로 식사와 주거시설, 의료검진 등을 무료로 제공할뿐 생활 전반은 일반인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각자의 방에는 평생을 자신과 함께 한 가재도구들이 있고 식구들과의 만남과 외출도 자유롭다. “98세 노인이 패션쇼를 한다니 놀랍지 않으세요?” “난 영화를 만들고 싶어!” “우리가 만드는 신문은 어때?” “은퇴하면서 호신술을 시작했어!” “요새 통계를 보면 우리 모두 100세까지 산다고 하지?” “양로원 남녀 비율이 10대1이야.” “1901년 5월1일생이야. 두 번째 세기를 지내면서 역시 비행기가 가장 인상에 남아!” 고령화의 세계적 추세 속에서 노인세대들이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전쟁의 고통 등 인생의 회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노인들만이 간직한 지혜의 산물이다. /김 형 수 (사)한국삶의질연구원 이사·교육학 박사

농촌 어메니티란?

‘어메니티(Amenity)’는 라틴어의 ‘아마레(Amare:사랑한다)’가 ‘아모에니타스(Amoenitas:쾌적한 또는 기쁜)’로 변화돼 유래됐으며 농촌 어메니티는 쾌적한 농업경관과 자연환경, 고유한 지역 공동체 문화, 수공예품 등 유무형의 자원을 통해 다양하게 도시민들에게 심미적 만족감과 휴양적 효용을 제공, 소득화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농촌개발 및 농촌사회 분야에서 농촌 어메니티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로 어려워지는 농촌 현실 극복과 삶의 질 향상을 원하는 농업인들에게 농외소득을 창출하게 해 농촌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의도가 깔려있다. 농촌에 마땅한 농외소득원이 없는 점을 감안할 때 농촌을 친환경적으로 보존·개발, 농업인들에게 쾌적한 생활자원의 가치를 높여 주고 도시민들에겐 주5일제에 따른 특별한 체험 등 휴식 공간 제공을 통해 도·농 상생의 기회로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다. 농촌은 분명 다양한 자원들이 살아 숨쉬는 문화의 보고(寶庫)이다. 골짜기마다, 논밭마다 자연·문화·생활·농사 등 우리 조상들의 숨결과 생활방식을 간직한 터전은 무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전설이 숨어있는 마을, 들길 따라 펼쳐지는 형형색색의 들풀과 꽃들, 산길 따라 들려오는 산새소리, 숲속의 맑은 공기, 봄이면 눈꽃처럼 피어나는 배 과수원 등 이 모두가 우리의 삶을 여유롭게, 즐겁게 해주는 천연의 자원들이다. 최근 농촌으로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쉴 곳과 자연을 찾아 몰려들고 있다. 이들에게 휴양과 휴식, 삶 등의 의미를 던져주고 주민들에겐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옛 문화를 지키게 해 농촌의 가치를 높여나간다면 이것이야말로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는 도·농 상생의 코드이며 소득의 어메니티가 되는 것이다. 관광농업에도 확실히 튈 수 있는 상품만이 성공할 수 있다. 안전한 농산물, 깨끗한 자연환경, 훈훈한 농촌인심, 특색 있는 먹거리와 볼거리, 그리고 그곳만의 특별한 체험 프로그램은 기본이며 장수풍뎅이, 반딧불이, 은행나무 등 이름만 들어도 정겨울 것 같은 예감을 갖게 해 도시민들의 마음과 시선을 끌어야 한다. 이와 함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아름다운 농촌 만들기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농촌 인심이 묻어나는 안전하고 싱그러운 농산물과 농촌만이 가질 수 있는 전통체험과 쾌적함 등을 도시민들에게 팔아야 한다. 도시민들의 생각과 마음을 읽는 서비스와 보랏빛 아이디어로 부가가치를 창출해 나간다면 관광농업은 반드시 성공하리라 확신한다. /김 경 배 화성농업기술센터 소장

장애학생 전환교육의 발전과제

장애학생들이 학교에서 일반사회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선 학교나 지역사회 기관, 민간단체 그리고 가족들과의 효율적인 협조체제 정립이 매우 중요하다. 이같은 협조체제를 통해 학교를 떠난 장애학생들이 어디서 살고 어디서 일하며 어떻게 인간관계를 맺으며 생활하는지에 관심을 두고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전환교육(Transition Education)은 장애학생을 위한 진로교육으로 이들이 학교를 졸업한 후 사회인으로 보람있게 살아가는 방법과 길 등을 안내해주고 도와주는 제반 교육이다. 즉 전환교육은 특수교육 관계자나 성인 직업재활 제공자 등에 의해 시작될 수 있는데, 3년 내지 5년 이내 학교를 졸업할 장애학생에게 취업이나 직업훈련을 계획하고 시행하기 위해 계획된 과정이다. 장애학생들을 위한 전환교육을 보다 활성화하고 강화하기 위해 해결돼야 할 과제들이 많이 있다. 첫째, 장애학생에 대한 전환교육이 보다 적절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특수교육의 체제나 내용, 방법 등이 개선돼야 한다. 둘째, 정신지체학교나 정서장애학교 등에서 중학부 작업이나 고등부 직업시수는 전체 수업시수에서 상당히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만큼 전환교육을 위한 일정한 시수를 확보해야 한다. 셋째, 장애학생에 대한 상황평가에 기초해 꿈과 희망, 특기와 적성 등을 파악해 개별화교육계획에 전환교육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 넷째, 효과적인 전환교육 수행을 위해 자치단체와 연계한 전환교육센터 설치와 특수학교 내외의 전환교육 시설 및 설비 시스템 등이 획기적으로 구축돼야 한다. 전환교육은 성인으로서 지역사회에서 그들의 가치를 인정받고 역할을 수행하면서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전환교육 내용과 방법 등에 있어 지역사회와 상당한 관련을 맺으면서 구성·적용하고 중증장애인이 분리된 학교나 작업장이 가능한 한 일반 지역사회에 기초한 작업장에서 훈련을 받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장애 특성 및 능력에 적합한 기능적 생활중심 프로그램을 개발, 장애학생의 독립생활 또는 사회참여 등이 확대돼야 한다. 따라서 전환교육은 특수교사, 직업교사, 장애학생과 부모, 성인 장애인 서비스 제공자, 그리고 지역사회 고용주 등의 긴밀한 협력하에 계획·실행돼야 한다. /윤 완 벌말초교 교장 교육학 박사

일관성 없는 교육정책

최근 교육부는 제7차 초·중등 교육과정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 가운데 특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2012년부터 고교 선택과목군을 현행 5개에서 7개로 확대한다는 방안이다. 기존의 5개군 가운데 과학·기술군을 수학·과학군, 기술·가정군 등 2개, 예·체능군을 체육군, 음악·미술군 등 2개등으로 각각 세분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학생들이 반드시 이수해야 할 필수과목은 현재 6개에서 8개로 늘어난다. 그 동안 교육부는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줄여 사교육을 어느 정도 해소하겠다고 공언해 왔던터라,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응은 무겁기만 하다. 개정안대로 선택과목군을 확대한다면 그만큼 학생들이 이수해야 할 필수과목도 늘어나 학습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교육과정 개편을 주도한 팀의 팀장들이 추가된 해당교과 담당자였고, 평가원이 개정안을 연구하는 과정에서도 각종 교과회, 학회의 압력이 심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한 국가의 교육정책을 수립·시행하는데 합리성·객관성·논리성 등이 부족했고, 특정 교과의 이해관계가 개재된 이기주의적 발상이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리기가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 고교 교육과정 운영이 대학입시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수과목의 증가는 학생들에게 과도한 수업부담의 고통을 더 안겨주게 된다. 교육부는 입시와 관련없는 과목도 인성교육 강화를 위해 이수하도록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지만, 이수과목이 선진국의 3배나 되어 학생들을 결국 ‘학습기계’로 만드는 것이라는 학부모들의 비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요즈음, 우리 사회에는 소위 ‘죽음의 트라이앵글’(내신·수능·논술)이란 용어가 회자되고 있다. 그 만큼 학생들은 대학입시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의 의도대로 본고사를 금지시켜 학생들의 사교육 부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자 하였건만, 대학은 변별력을 이유로 논술시험을 부과함에 따라 논술 사교육의 광풍을 제공하게 되었다. 내년 대학입시부터 대입논술 비중을 높이는 추세에 맞춰 초·중등 교육과정에 논술관련 교과내용이 강화될 전망이다. 국가 교육정책이 대학의 입시정책에 끌려가고 있는 셈이다. 그 동안 대학입시정책 역시 해마다 어김없이 바뀌고, 그에 따라 일선 교육현장은 소용돌이 쳐왔다. 국가의 교육정책이 아직도 조령모개식 습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혼란과 갈등만을 초래하는 구태의연한 사고에서 맴돌고 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유독 학교교육의 초점이 대학입시에 맞춰져 있는 나라에서 국가의 교육정책이 일관성이 없다는 것은 국민들의 신뢰를 잃고 끊임없이 표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윤완 벌말초교 교감 교육학 박사

작은 도시의 큰 이야기 1

‘논어’의 첫 구절은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배우고 때로 익히니)’로 시작돼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노여워하지 않으니’로 마무리된다. 배움이 어찌 학교에서의 교육뿐이겠는가. 공자는 학문의 최고 목표를 예(禮)에 뒀다. 요즘 그 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논문 표절은 물론 제자의 작품까지 도용하는 실례(失禮)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당연히 배움이란 지식은 물론 인격까지 포함돼야 하지 않겠는가. 요즘 배울만큼 배웠고 알만큼 아는 사람들이 해도 너무한 서글픈 연극들을 연출하고 있다. 연초 빗재가마 김용문 도예가와 함께 중국을 방문한 김에 공자의 고향 취푸(曲阜)시의 공자 묘를 답사했다. 처음에는 3칸 방의 소박한 공간이었다는데 각 왕조별로 거듭 증축, 세계 최대 개인 유적지로 기네스북에 올랐다고 한다. 최근 후진타오가 집권하면서는 사회주의 반동이라며 퇴출했던 2천500년 전 공자를 복권시켰다. 오산에도 공자를 모시는 공묘가 있다. 논산 노성에 있는 것과 함께 우리나라 2대 궐리사 중 하나인 귀중한 향토유적이다. 조선 중종 때 개혁정치가 조광조와 친구이며 경기감사와 대사헌 등을 역임한 공자의 후손 공서린이 있다. 그가 낙향해 후진을 양성하던 서원이 바로 오산 궐리사이다. 그는 마당 은행나무에 북을 걸고 제자들이 학업을 게을리 할 때마다 북을 울렸다고 전한다. 필자는 10여년 전 그 은행나무를 소재로 ‘북소리’란 연극대본을 쓴 적도 있다. 지금도 그 곁을 지나칠 때면 그 옛날의 큰 북소리가 두둥둥 울리는 듯하다. 오산은 아주 좁은 면적과 적은 인구가 사는 작은 도시지만 갖출 건 골고루 갖추고 있다. 시내 한복판으로 맑은 물이 흐르는 오산천과 온갖 나무들의 천국 물향기수목원, 개발이 진행 중인 금암동에는 청동기시대 유물인 지석묘도 있다. 권율장군이 기지로 승전했던 독산성과 세마대 등도 있다. 이뿐인가. 공자의 궐리사를 비롯, 해동공자 최충의 문헌서원, 청해백 이지란사당, 충신 이상재 정려각, 최정린 효자 정려문 등에서 점점 잊혀져가는 충·효·예(忠孝禮)의 민족정서를 배우고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이원규 테마기행예술제 운영위원장

사무엘슨의 경고

1989년 12월에 MIT대의 폴 사무엘슨 교수는 한국에서 발간되는 ‘Dateline’이란 영문월간지에 기고한 글을 통해 다음과 같이 한국인들에게 경고했다. “한국이 연간 4%선으로의 경제 침체를 모면하기 위해선 만사가 지속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저축률의 대폭 하락과 과소비 풍조, 생산성 증가를 웃도는 노조의 임금 인상, 원화 절상 등의 위험이 발견된다.” 특히 그는 “노동자들의 노력과 품질 관리가 악화될 경우, 한국의 수출붐은 그 상승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붕괴될 수 있고 이로부터 오는 고통스런 결과는 반드시 해당 기업 경영자가 겪는 이윤 삭감의 고통 정도로 끝나는 게 아니라 경쟁국들에게 많은 수출물량을 빼앗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결과 공장 폐쇄와 해고사태 등이 발생, 현대식 공장에서 밀려난 노동자들은 보다 작은 규모의 직장이나 구식 공장에 가 다시 저임금의 일자리나마 버둥거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17년이 지난 오늘날 그의 경고대로 우리 경제는 성장률이 떨어지고 수출증가 속도는 더디며 임금 인상 요구는 분출되고 원화가치는 상승하고 있다. 그는 “한국 경제는 남미와 동유럽 등의 슬픈 경험에서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교훈들이란 첫째, 경제란 연약한 꽃이어서 그 꽃은 정쟁이나 사회적 불안이 있는 곳에선 피어나지 않는다는 것. 둘째, 경제 발전은 자본 형성, 기술 혁신 등과 모방, 국민의 에너지와 기술을 끌어내는 상벌제도 등에 의존한다는 것. 셋째, 경제외적 힘이나 법률로 사회 전체 파이보다 큰 몫을 차지하겠다는 지나친 집착은 사회 전체 파이 자체의 성장을 둔화시키거나 오히려 줄어들게 할 수 있다는 것. 넷째, 특히 한나라가 아직 민주발전의 초기단계에 있을 때는 소득과 부의 불균등을 시정하려는 구조 조정이 자칫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 다섯째, 한국산 상품이 경쟁적 가격으로 국제시장에 나설 때만 한국의 기적은 계속될 수 있다는 것. 여섯째, 정상을 올라가는 일은 결코 자동적으로 되는 게 아니라 끝없는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 등이라고 덧붙였다. 저명한 경제학자의 1회성 충고로 덮어버리기에는 요즘 우리 경제는 그렇게 한가롭지 않고 오히려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연초부터 시작되는 현대차 노조의 투쟁소식은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하고 있다.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려면, 가장 낮은 곳부터 시작하라”는 말처럼 경제기적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지난날을 되돌아 보며 다시 허리끈을 졸라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길현 신보 군포지점장 경제학박사

유학오는 대학만들기 조건

선진국들은 대부분 교육 선진국이다. 선진국들은 교육시스템이 잘 발달돼 우수한 인재들을 양성하고 교육을 잘 받은 우수한 인재들은 사회 발전에 기여하므로 선진국이 되고, 선진국이 되면 교육에 많이 투자, 선진 교육시스템을 구축하는 호순환을 하게 된다. 반면, 교육시스템이 나쁜 나라는 우수한 인재들이 외국으로 나가거나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지 못해, 사회 발전에 필요한 인재를 구하기가 힘들게 되고 사회가 발전되지 못하며 이로 인해 교육시스템에 관심을 쓸 수 있는 여력이 없게 되는 악순환을 거듭한다. 따라서 많은 나라들은 교육시스템에 관심을 갖고 개선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 교육시스템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발전을 하고 있는 나라가 싱가포르이다. MIT나 와튼스쿨, 조지아 공대, 존스홉킨스대 등 세계적인 명문 대학들이 싱가포르에 분교를 설치하거나 싱가포르 대학들과 손을 잡고 교육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대학들은 싱가포르 학생들은 물론 동남아의 우수한 인재들까지 불러 들여 교육시키고 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경제허브에서 교육허브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고교 졸업생들에 비해 대학의 입학 정원이 너무 많아 벌써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들이 속출하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채우지 못한 정원을 저개발국 학생으로 채우려고 하는 지방 대학들이 늘고 있다. 반면 입시 경쟁이 치열한 명문 대학들은 세계 대학랭킹 평가의 중요한 항목인 국제화수준을 올리기 위해 외국 학생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남아 도는 대학 시설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또는 세계 대학 랭킹을 높이기 위해 외국 학생들을 유치하겠다는 건 좋은 아이디어다. 그러나 유학생들을 받아들이기 위해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유학생들에게 외국어로 한국어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학사관리를 어떻게 철저하게 할 것인가? 그들의 학습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지원을 해줘야 할 것인가? 그들이 한국문화와 생활에 적응하는 것을 어떻게 도와줄 것인가? 이런 준비가 된 대학들에 유학을 온 외국학생들은 한국에 대해 많은 고마움을 느끼고 귀국해서도 지한파(知韓派)가 돼 한국에 도움을 주는 지도자가 될 것이다. 만약 철저한 준비 없이 무분별하게 유학생들을 유치하면 불법 체류자들을 양산하고 대학의 교육적 치부만 드러낼 것이다. 이들은 귀국, 한국을 우습게 여기고 우리의 단점을 유출시키는 스파이(?)가 될 것이다. 유학생들을 지한파로 만들 것인가, 스파이로 만들 것인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이병석 경민대교수

호모파베르-제작적 인간

인간의 특성과 본질을 정의하는 말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호모사피엔스(이성적 인간), 호모루덴스(유희하는 인간), 호모파베르(제작적 인간), 호모에티쿠스(윤리적 인간), 근래 이문열의 소설 제목 ‘호모엑세쿠탄스(처형하는 인간)’ 등 매우 많다. 필자는 이들 중 호모파베르(제작적 인간)에 주목하고자 한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점은 무엇일까. 동물들 중 지능이 낮은 조류, 예를 들어 닭은 출입문이 바로 옆에 열려 있는데도 앞에 있는 먹이를 먹기 위해 철망으로 돌진해 부딪친다. 반면 지능이 높은 침팬지류는 돌을 던져 나무의 열매를 떨어뜨리거나 나무막대기로 자기 키보다 높은 곳 선반 위의 바나나를 꺼내 먹는다. 어찌 보면 인간의 능력과 비슷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차이는 동물은 지능이 높더라도 자신 주변의 물건을 이용할 수 있을뿐 새로 제작하진 못한다. 예를 들어 나무가 짧으면 끈으로 2개를 이어 길게 만든다든지 돌을 효율적으로 던질 수 있는 발사도구를 만들진 못한다. 동물은 자신 주변에 있는 기존의 물건을 이용하거나 활용할 순 있지만 인간처럼 새로운 도구를 제작하진 못하는만큼 제작능력은 인간에게만 주어진 신의 축복이다. 이같은 제작능력은 인간의 손과 뇌 등을 통해 가능하다.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면서 여유로워진 손을 사용해 도구를 만들었다. 멈포드(L. Mumford)는 “인류가 제작활동을 위해 손을 쓰면서 대뇌를 자극하고 결국 이러한 자극이 뇌의 진화를 도와 눈부신 문명의 발달을 이뤘다”고 말한다. 그러나 거꾸로 현대에 와서는 편리한 기계문명 사회에서 인간이 손을 사용할 기회가 감소됐고 이것이 대뇌의 발달을 점차 저하시켜 인류 존망이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한다. 기계화된 현대 생활에 있어 제작활동, 특히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해 자유로이 만들어 볼 수 있는 조형적 창작활동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손으로 무엇인가 만드는 게 정신건강에도 유익하다. 그래서 인간의 본질을 이야기할 때 호모파베르라는 개념이 관심을 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현대 기계문명의 위기를 극복하고 인간성을 회복하는데 예술에 그 역할을 기대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박동수 의왕미술협회장

교육열을 학습열로 바꾸자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많은 학생들이 해외 어학연수에 참가하고 있다. 심지어 연수기간이 3개월 이상씩 되기도 해 학교수업을 빠져야 하는 경우도 많아 공교육의 위기란 비판이 이어져 왔다. 그런가 하면 지역 경제사정을 반영이라도 하듯 수도권과 지방, 강남·북의 차이 등 사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뚜렷하다. 이를 보면서, 몇년 전 OECD의 분석을 상기하게 된다. “한국의 어른들은 어린이에게 ‘공부하라, 공부하라’ 입버릇처럼 말하면서 정작 자신은 공부하는 데 무척 게으르다”며 지식사회의 흐름에 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의 교육현장을 보면, 아직도 선택된 소수에게 제공돼 온 전통적인 교육의 엘리티즘이 잔존하고 있다. 교육은 일반적으로 ‘사람이 사람을 가르쳐 키우고, 사람이 사람에게서 배우고 자라가는 일’이므로 이 지구상에 인간이 나타나기 시작한 태초부터 교육이 존재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고대사회 이후, 우리나라도 그리스의 아카데미아와 같은 체계적인 교육기관으로서 고구려의 태학과 경당, 고려의 국자감과 향교 등을 설치했으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교육기회는 소수의 인정받은 사람들이 선택되고 가질 수 있는 특권이었다. 여전히 교육은 비용이 투자되는 사업으로 팽창하고 있고 학교는 부와 지위의 재생산에 충실히 기여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평생학습사회 혹은 지식정보화 사회의 진전에 따라 국민들 모두 학습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됐다. 학습의 기회가 증가할수록 학력과 새로운 학습욕구는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된다. 자기주도적 학습의 진전으로 교육훈련은 학습과 수행으로 대치되고 있으며 교실은 학습자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학습공간이 되고 가르치는 사람도 단순한 지식 제공자가 아닌 학습 촉진자로 전환되고 있다. 평균수명 연장을 가져온 고령화사회 진전은 교육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최근 미국의 국립노화연구소 등은 수명 연장의 결정적 요인으로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연구 결과들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이집트에선 평균교육연수가 2.1년 길어지자 평균수명이 10년 더 늘어났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우리나라를 비롯, 일본 프랑스 미국 아르헨티나 중국 방글라데시 등 선·후진국에서 일정한 추세였다. 교육은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하며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삶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요소이다. 왕성한 교육열을 학습열로 바꿔 삶의 질을 높이자. /김형수 (사)한국삶의질연구원이사·교육학박사

부자의 경제

모든 사람들은 부자가 되는 것을 소원한다. 하지만 얼마가 있어야 부자인지 그 기준이 애매한데다 설사 그 기준이 있다고 해도 부자가 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흔히 부자를 백만장자에 비유하는데 몇년 전 열린 미국 경제학회 연례세미나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5만 파운드(1억원)가 있어야 어느 정도 행복을 높일 수 있고 100만 파운드(20억원)가 있어야 가장 높은 단계의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란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된 적이 있고 요즈음에도 부나 재테크에 관한 책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를 보면 모든 사람들이 부자를 갈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독일의 유명한 투자가인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단기간에 부자가 되기 위해선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첫째는 부유한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요, 둘째는 유망한 사업아이템을 갖는 것이며, 셋째는 투자를 하는 방법이다. 첫번째 방법으로 말하자면 많은 여성과 남성들이 결혼을 통해 부자가 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 주변에서 그리 흔치 않은 경우다. 유망한 사업 아이템 하나로 부자가 된 사람을 꼽으라고 한다면 제일 먼저 빌 게이츠가 떠오른다. 그는 인터넷이란 훌륭한 아이디어와 정확한 직관력으로 이미 30대에 세계 최고 부자로 부상했다. 그러나 이 또한 쉽지 않다. 그래서 부자가 되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법은 투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에는 주식투자, 설비투자, 교육투자 등 실로 다양한 종류들이 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부를 얻으려 한다면 투자 없이는 불가능하다. 누군가가 백만장자가 됐다면 그것은 투자를 통해 나온 결과물일 것이다. 단돈 100달러로 세계 거부가 된 워렌버핏은 저평가된 주식을 싸게 사 오랫동안 보유한 정석 투자가로 유명하다. 우리나라가 경제발전과정에서 높은 경제성장률을 이룩할 수 있었던 건 그동안 각 경제 주체들의 왕성한 투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데 최근 경제동향을 보면 기업의 설비투자가 줄고 사람들의 투자마인드가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오히려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다면 그만큼 부가 더 크게 돌아올 것이다. 올해는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통해 많은 부를 획득하길 바란다. 다만 부라는 것도 기본에 충실한 정상적인 방법이라야만 오래 유지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길현 신용보증기금 군포지점장

예술적 창작능력의 의미

우리 인간의 모습은 참으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머리는 하늘을 향해 있고 발은 땅을 디디고 있는 모습이다. 머리가 하늘을 향해 있는 건 바로 우리가 이상을 품고 산다는 의미이고 발을 땅에 디디고 있음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을 상징한다. 이상 없이 현실에만 집착하는 사람은 머리가 땅에 떨어진 사람이고 현실감 없이 이상에만 젖어있는 사람은 다리가 허공에 떠있듯 뜬구름과 같은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다. 가장 바람직한 인간상은 발을 땅에 힘차게 디디고 높은 이상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다. 필자는 이러한 이상과 현실을 이어주는 게 바로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현실적 필요에 의해 어떤 물건을 만들더라도 거기에는 항상 감정과 소망이 담겨지게 마련이다. 창작은 현실적 필요로 시작해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참다운 행복, 즉 최고선을 추구하는 과정이다. 이같은 창작능력은 모든 생명체 가운데 인간에게만 부여된 독특한 능력으로, 인간은 바로 창작활동을 통해 자신의 본질적 특성을 드러낸다. 인간은 조물주의 형상을 닮게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그것은 바로 인간이 바로 조물주의 창작능력을 어느 정도 물려받았음을 상징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이다. 즉 인간은 작은 조물주라고 할 수 있다. 인류문명의 역사는 창작활동의 역사이며, 특히 예술적 창작의 결과인 미는 진과 선 등과 함께 절대적 가치를 향한 인류문화의 지향점이 돼왔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다변화된 문명사회에서 예술적 창작은 정신적인 면에서나 물질적인 면에서나 우리 생활 어느 곳에나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 역할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예술 창작의 태도는 바로 생활 자체의 근본이 되기도 한다. 창작은 예술품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라 인간이 미래의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현재의 고통과 어려움을 참고 노력하는 자세 또한 창작이라고 할 수 있다. 창작은 심한 고통과 인내를 요구하는만큼 이에 비례하는 기쁨도 크다. 역사상 빛을 남긴 훌륭한 일들은 이러한 창작에 따르는 고통을 인내한 결과이다. 창작의 고통을 참아낸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기쁨과 감동 등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듯 우리들이 미래의 자신을 하나의 멋진 예술품과 같은 존재로 만들어 가려면 지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박동수 의왕미술협회장

교육대통령과 경제대통령

정해년은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는 해이다. 여야 대선주자들은 나름대로 대선공약을 개발중이다. 몇몇 대선주자들은 구체화되진 않았지만 조금씩 자신의 공약들을 선보이고 있다. 우리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반영하듯 대부분의 대선주자들은 경제 대통령을 표방하고 있다. 대선주자들은 일자리·부동산문제 해결·중소기업 활성화방법 등에 대한 자신들만의 묘책들을 연일 내놓고 있다. 가장이 가정경제를 책임지고 생계를 잘 꾸려가는 게 중요한 것처럼, 대통령이 나라의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건 중요하다. 그러나 당장의 경제적인 문제만 해결한다고 유능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 대통령은 교육에 대한 비전도 제시해야 한다. 세종대왕이 백성을 불쌍히 여기는 어진 마음으로 백성들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인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창제하신 것을 보면 세종대왕이야 말로 훌륭한 교육대왕이셨다. 물론 세종대왕이 국문학적으로 한글을 만드는 구체적인 작업을 하지는 않으셨다. 그런 일은 신숙주 등 집현전 학자 8명이 수행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교육부총리 임기를 자신의 임기와 같이 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임기 중 교육부총리를 6명이나 바꿨다. 교육부총리가 평균 1년도 되지 않는 임기동안 일관성 있고 소신 있는 교육정책을 펼칠 수 있겠는가? 이젠 우리도 교육 대통령이 선출될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 경제 대통령이 현재에 대한 안목이 필요하다면, 교육 대통령은 미래에 대한 안목이 필요하다. 경제 대통령이 당장의 호구지책을 마련하고 국민들의 불편함을 해소시킬 수 있는 지도자라면, 교육 대통령은 문화와 국력 등을 발전시켜 결국 경제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거시적 안목의 지도자이다. 어떤 대통령이 교육 대통령인가를 생각해 본다. 세종대왕이 직접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만드시지는 않으셨듯, 대통령이 직접 사소한 교육정책에까지 관여해선 안되고 또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교육 대통령은 국민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분명한 교육철학이 있으면 된다. 그리고 이 교육철학을 구현하기 위해선 교육전문가나 교육행정가들을 기용, 이들을 지원해주고 힘을 실어주면 된다. 미국 선거에서처럼 이번 대통령 선거에선 교육 대통령을 표방하는 후보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우리는 한국의 100년을 내다보는 그들의 교육철학을 평가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이병석 경민대교수

교육자치의 실종

현행 교육자치제도는 교육행정의 지방분권을 통해 지역주민의 교육에 대한 참여를 확대하고,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이다. 지방교육자치는 교육의 자주성 및 전문성과 지방 교육의 특수성을 살리기 위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사무 중 교육·학예 사무만을 분리시켜 교육위원회와 교육감으로 하여금 각각 심의·의결과 집행을 맡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교육자치는 광역구에서만 실시되고 기초 자치구에서는 실시되지 않은 불완전한 교육자치 형태를 유지해 온 것도 사실이다. 학교운영위원에 의해 선출되는 교육위원의 주민대표성 문제와 일반행정자치와 교육자치 사이에서 행정 수행의 효율성 문제로 인해 교육자치의 일반행정자치로의 통합이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최근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학교운영위원회 위원들이 뽑던 시·도 교육감과 교육위원을 주민 직선으로 전환하는 한편, 현행 시·도 교육위원회를 폐지하고 시·도의회 내 특별상임위원회에 편입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 시행일인 올 1월 1일 이후 실시되는 교육감 선거는 모두 직선으로 치러지며, 16개 시·도 전체 교육감 동시 직선은 2010년 6월 전국 지방선거와 통합 실시된다. 5·16 군사정변 이후 중단되었던 교육자치가 시행된 지 17년 동안 지방교육 발전을 도모해 왔으나 정치권에서 주장해 온 정치논리와 경제논리에 함몰되어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이 크게 훼손될 전망이다. 한마디로 교육자치는 실종의 위기에 처해 있다. 그동안 교육계는 교육감·교육위원의 주민직선제는 동의하지만 시·도교육위원회를 시·도의회로 통합하는 것은 정치인들이 지방교육의 책임을 맡게 됨에 따라 학교교육의 정치적 오염과 교육행정이 일반 행정에 예속돼 교육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주민직선에 의해 선출된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도 지난해 9월 1일부터 교육의원의 임기가 시작되었고, 교육의 특수성에 비추어 그 효율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시점에서 교육자치를 일거에 폐기한다는 것은 졸속 개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교육의 중요성 때문에 늘 따라다니는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이 요즈음에 와서 사라지고 교육은 정치적 논리에 의해 재단돼 버렸다. 교육은 시대와 정파를 떠나 국가의 인재를 육성하는 중차대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국가의 진운을 결정하고 좌우하는 국가적 사업임을 명심해야 한다. /윤완 벌말초교 교감 교육학박사

평생교육과 삶의 접목

새해 원단. 만복이 깃든다는 황금 돼지해를 맞아 덕담을 나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시무식을 통해 새로운 한해의 의지를 다진다.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망, 무병 장수하고 싶은 욕망, 인정받고 출세하고 싶은 욕망 등을 담아 떡국 한그릇을 먹었다. 첨세병(添歲餠)이란 의미의 떡국을 통해 나이도 한살 더 먹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노화를 상징하는 게 아닌, 또 하나의 시작, 활기찬 전진이다. 새해 첫날 먹은 떡국이나 만둣국 속에는 승진운, 금전운, 가족운, 장수운 등 1년 내내 행운을 기원하는 소망들이 들어있다. 지난 시간을 자성해 보면 우리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국가 전반적으로 개인과 집단의 상대적인 박탈감을 호소하는 갈등이 많았으며 경제적 소외를 부정하는 치열한 저항이 있었다. 특히 교육은 경제적 차이를 극복하고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요소인데도 비용의 투자라는 측면에서 소수의 인정받은 사람들에게만 학습기회를 제공, 여전히 학교가 부와 지위의 재생산에 기여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그동안 학교가 교육을 독점해 왔으나 평생학습사회 확대로 국민 모두의 학습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됐다. 노인들도 마찬가지다. 향후 10년 이내 노인들의 교육수준은 급속히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0년 65세 이상 인구 중 55.7%는 정규교육을 받았고 44.3%는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년층의 교육수준의 향상은 또한 일상적인 삶의 방식이나 문화적 수준에서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새로운 학습욕구로 나타날 것이다. 즉 고령화가 진전될수록 노년층의 정보습득·활용능력, 문화활동 수준, 여가활동에 대한 욕구, 구매능력 등이 높아질 것이다. 인생의 3분의 1 이상을 은퇴의 시기로 지내야 한다는 건 대부분 교양교육의 영역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연장되고 있는 노년기동안 무엇을 하며 어떻게 보낼 것인가는 노년기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가 됐으며 노년기를 보다 창조적이고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선 새로운 삶의 방식과 기술을 터득하게 할 교육의 역할이 비중 있는 요소로 제기된다. 따라서 새해는 다양한 자원봉사, 사회참여, 그리고 여가 영역 등에서 학습 활동에 대한 요구가 더욱 증가할 것이다. 공부에는 나이가 없다. 누구나 균등하게 가질 수 있는 지식과 문화를 제공하는 평생교육의 현장에 삶을 접목해 보자. /김형수 한국삶의질연구원 이사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불과 몇년 사이에 이토록 변할 줄은 미처 몰랐다. 어디를 가도 사람 사는 풍경보다는 사각 콘크리트 건물들이 먼저 눈으로 들어온다. 그 삭막함을 치장하는 소규모 공원과 문화공간들조차 활력을 잃은 텅 빈 공간이다. 선거 때마다 함성처럼 울리던 문화도시의 기약은 예상대로 빌 ‘공(空)’자 공약이던가. 우리에게도 프랑스, 영국, 중국, 미국 등과 겨룰만한 빼어난 문화가 있다. 다만 홍보나 상품화가 그들보다 적극적이지 못했을 뿐이다. 요즘 세대들은 우리의 전통문화보다는 외래문화를 쉽게 받아들인다. 사람과 사람들의 공간을 채우는 매개체는 분명히 문화이다. 뒤로 숨길 아무런 이유가 없다. 한 시대의 척도가 문화수준으로 가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세계가 한 울타리에서 살아가는 그야말로 글로벌시대이다. 이제부터라도 지역마다 대표적인 문화는 지키고 마련해야 한다. 날마다 많은 방문객들이 사업과 관련된 일을 위해 우리 지역을 찾는다. 우리도 또한 낯선 곳을 다녀오기도 한다. 그 임무를 위한 수행하는데는 총 일정 중 매우 짧은 시간 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남는 시간은 현지에서 보고 듣고 즐기며 느낄 소일거리를 찾게 마련이다. 그때마다 그들을 안내할 곳이 있다면 까다로운 상담도 한결 수월하고 자부심도 느낄 것이다. 올 연말에는 우리의 선택에 의해 새로운 대통령도 선출한다. 다음에는 국회의원, 그 다음에는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순서대로 선출한다. 동네친목회의 지도자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하물며 한 나라, 한 지역을 대표하는 지도자임에야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있겠는가. 지도자는 모름지기 말 한마디, 단어 하나라도 가려 쓸 줄 알아야 한다. 지도자에 따라 그 조직이 활성화되기도 하고, 갈등을 겪기도 한다. 지도자가 시원찮으면 구성원들도 하찮은 하급들로 채워져 헛소리만 요란할 뿐이다. 도무지 아름다운 구석을 찾을 수 없다. 예술이 되지 못한다. 필자도 지역문화의 지킴이를 자처하며 비록 사조직이지만 문화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물론 지난해까지도 이렇다 할 뚜렷한 성과는 올리지 못했다.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모두 내 탓으로 돌리니 마음까지 한결 가볍다. 이제는 이미 떠난 것들에 대한 미련도 모두 비워버렸다. 서로 만나 오해는 풀고 이해로 나눴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슴에 남는 절망 한 덩어리. 그것을 다시 나누고 쪼개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이원규 테마기행예술제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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