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 농촌지도 사업의 역할

김경배 화성시농업기술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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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해가 지나간다. 속절없이 느껴지는 한해의 막장에서 문득 뒤돌아본다. 엊그제 농촌지도직 공무원을 시작한 것 같은데, 어느새 30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나 버렸다. 그동안 농업·농촌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진정 농업인들을 위해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했는가. 급변하는 국내외 여건 속에 농촌지도사업도 참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70년대 처음 공직을 시작할 때만해도 출장수단은 대체로 자전거를 이용했다. 자전거를 타고 논두렁과 밭두렁을 다니노라면 봄에는 모내기하는 곳에서 손짓해 부르면 함께 둘러앉아 새참을 먹으며 영농을 지도했고 가을이면 벼를 베는 곳에서 오순도순 수확의 기쁨을 나눴다. 농촌지도사업의 상징같은 노란 모자를 쓰고 마을 어귀에 나타나면 멀리서도 “선생님 오셨다”며 농부들은 좋아했고 그동안 궁금했던 농사일에 대해 이것저것 묻곤 했다. 지금은 아득히 잊혀진 ‘보릿고개’란 말도 봄이면 먹을 게 없어 주린 배 채우는 일에 급급했던 그 시절의 이름이었다. 이 시기 농촌지도사업이 통일벼 보급을 통한 식량자급이란 목표를 달성했지만 이후 쌀증산정책은 국제 농산물 시장개방 압력으로 후퇴하기 시작했으며 농업에 대한 관심도 시장경제 논리에 의해 점차 무디어져 왔다. 하지만 먹거리 생산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우리 육신을 건강하게 하는 소중한 생명산업이요, 인류 생존의 마지막 보루이다. 사회·경제구조가 산업사회로 진전되면서 농업인구나 경지면적 등은 줄고 있지만 농업인들은 세계·지방화에 따른 농업기술 전문·다양성 그리고 삶의 질 향상을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농촌 활력과 농업인들의 이런 욕구 충족을 위해 농촌지도사업도 새로운 역할과 기능이 정립돼야 한다. 농촌지도사업은 이제 더 많이 변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생산기술 지도위주에서 가공과 유통 등을 포함한 2~3차산업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야 하며 각 지방자치단체들마다 특색 있는 농업 테마파크 등을 조성, 찾아오는 도시민들에게 농업·농촌을 이해시키고 우리가 땀 흘려 생산한 친환경 농산물의 우수성을 알려 고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첨단 과학영농기술 장비를 도입, 다양한 농업정보를 체계화하고 바이오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첨단 생물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반도 조성해야 한다. 이처럼 농업기술센터 기능이 농업의 산 교육장은 물론 농업·농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지역농업의 전문기관으로 우뚝 설 때 우리 농업도 강인한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김경배 화성시농업기술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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