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직립보행을 하는 호모에렉투스, 생각하는 호모사피엔스, 도구를 사용하는 호모파베르 등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는 용어들은 많지만 그중에서 사람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를 꼽자면 ‘문화’다. 인간만의 상상력이 담긴 독특한 ‘문화’는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는 최고의 키워드다. 우리 문화예술인들의 손으로 만든 문화명소를 꼽자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헤이리다. 헤이리는 15만평의 너른 땅에 작가, 미술인, 건축가, 음악인, 영화인 등 예술인들이 직접 자기만의 작업공간을 꾸미고 박물관이나 갤러리를 세워 놓은 곳인데, 이렇게 만들어진 문화공간을 우리 장래의 희망인 어린이들이 봄 소풍으로 찾아와 즐기니 보기에도 참 좋다. 남북한 접경지대라는 이유로, 수도권을 둘러싸고 있다는 이유로 각종 규제를 받고 있는 경기북부 지역에서 서로 마음이 통한 예술인들이 모여 만든 작은 공간들이 이렇게 10년의 세월을 거쳐 문화명소로 거듭난 것을 보니 뿌듯하다. 일본, 중국 등과 연계해 일본현대예술제, 국제 크로스오버축제인 헤이리판페스티벌 등을 개최해 아시아 등지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소식도 반갑다. 그런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세계적인 명소로 가꾸는 건 어떨까. 헤이리는 그 자체로 ‘브랜드’이고 ‘디자인’이다. 특색있는 건물 인테리어와 외부 배치, 서로 어울리는 건물들, 그 자체로 헤이리는 ‘디자인’이다. 문화와 디자인이 함께 만나는 장소이다. 이러한 특색을 살려 광고디자인, 영상디자인, 멀티미디어 콘텐츠 등을 기반으로 세계인이 참여하는 국제공모전도 열고, 심포지엄도 열어 한국의 작은 예술마을을 세계적인 명소로 가꾸는 것이다. 국제그래픽디자인페어를 개최해 세계 유명디자이너들을 섭외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 국적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열린 문화 공간으로 육성하면 좋겠다. 외국인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우리나라의 관광 브랜드는 DMZ다. 외국인들은 ‘DMZ’에 대해 호기심도 많지만 냉전기의 상처, 위험함을 연상해 한국을 위험한 나라로 생각하기도 한다. DMZ 바로 아래에서 피어난 문화적 명소, 헤이리를 보며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대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한국인’ 등 긍정적인 이미지를 간직할 수 있게 되는 효과도 있을 테니 일석이조다. 예술인들이 꿈꾸는 가장 아름다운 마을, 헤이리. 헤이리에서 국제 브랜드의 매력을, 디자인의 저력을, 평화와 문화가 공존하는 동양의 작은 나라 한국의 큰 힘을 확인하길 기대해 본다. /임병수 경기관광공사 사장
오피니언
임병수 경기관광공사 사장
2007-05-0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