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인 한마음페스티벌

다음달 14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인천·경기지역 신협 우수 조합원 6천여명이 참가하는 가운데 한마당 잔치인 한마음대축제가 열린다. 올해가 3년차로 4~5월 신협을 홍보하기 위해 조합원들을 증모하고 수신고를 증대하며 연중에는 생활이 어려운 이웃돕기, 헌혈 및 미아찾기운동 등 공익사업들도 병행하고 있다. 한마음대축제의 일환으로 펼쳐지는 한마음페스티벌은 신협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조합원들에게 자부심을 일깨워주며 미래 신협의 나아갈 비전 제시를 통해 신협인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케이블 TV인 YTN Star와 Comedy TV 등과 연계해 진행되는 이 페스티벌은 제1부 식전행사인 신협 홍보영상물에 이어 제2부 기념식과 더불어 비전 선포식이 ‘이웃같이 다정한 신협, 더불어 사는 사회, 함께 여는 미래’를 슬로건으로 펼쳐진다. 갈수록 각박해져가는 우리 사회를 신협이 앞장서 조합원들을 행복하게 함으로써 인간미가 넘치는 세상으로 바꿔 보자는 취지이다. 조합원들과 더욱 가까이 하는 밀착경영을 통해 조합원들이 진정 무엇을 원하고 바라는지를 알아내 실천하자는 것이요, 지역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계속 발굴하고 실천하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꿈과 희망을 주는 미래경영도 제시된다. 미래의 조합원들인 청소년들이 Financial Planning을 세울 수 있도록 컨설팅도 지원된다. 내실 위주의 알찬 경영도 빼놓을 수 없다. 규모의 경제 못지않게 중요한 건 신협을 튼튼하게 내실을 다짐으로써 국민들이 마음놓고 신협을 이용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IMF한파 시절 금융기관들의 운영형태를 되돌아 보면 외형 위주의 방만한 경영으로 많은 금융기관들이 무너져 국민들의 혈세로 얼마가 충당됐던가? 대형 금융기관들도 ‘大馬不死’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가차없이 합병되거나 퇴출되지 않았나? 제3부에선 참석한 조합원들에게 기쁨과 흥미를 제공하기 위해 인순이·송대관·박상민 등 조합원들의 컨셉에 맞는 유명 가수들을 초빙, 공연이 펼쳐진다. 제4부에선 경품추첨으로 순금 100돈쭝으로 제작된 황금돼지가 경품으로 지급된다. 아무쪼록 이 페스티벌을 계기로 많은 국민들에게 가깝고 필요한 금융기관으로 거듭 날 것을 확신한다. /윤준식 신협중앙회 인천경기지역본부장

인천을 바라보는 시민사회의 우려

최근 우리 사회에서 ‘거버넌스’란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세계화와 공공부문 개혁이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파생된 새로운 통치개념으로 학자들마다, 분야에 따라 저마다 다양한 내용들을 담고 있지만 포괄적으로 민·관 협력을 표방하는 다자간의 수평적 네트워크로 이해할 수 있겠다. 거버넌스를 통해 정부는 이제 정책 결정의 유일한 주체로 서지 않으며 시민과 전문가, 심지어 기업 등까지도 정책 결정의 주체로 참여하게 된다. 지역으로 눈을 돌려보면, 거버넌스는 지역사회의 제반 갈등을 해소하는데도 유효하다. 민선3기 시절, 인천시와 시민사회는 지역의 주요 현안들을 거버넌스를 통해 일련의 성과를 거둔다. 대표적으로 인천항만공사의 조기 설립과 이사회격인 항만위원회에 인천시가 위원 추천권을 획득한다. 그리고 인위적으로 왜곡했던 정부의 전국항만물동량 예측문제를 시민사회와 인천시는 공동으로 대응해 예측결과를 수정하는 결실을 맺는다. 인천 제2연륙교(현 인천대교)의 주 경간 폭이 당초 정부안으로는 선박의 안전한 운항이 어려워 그 폭을 넓히는 시민운동에 인천시도 행보를 같이 했다. 더 나아가 인천과 개성 간 해상수송로를 개설하는 연구도 함께 추진, 물류수송체계의 다각화를 위한 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민선4기에 들어서서, 특히 오는 2014년 아시안 게임을 유치한 이후부터 인천시의 행태는 그간 태도와는 달리, 의견 접근과 정책 결정에서 시민사회를 철저히 배제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시민사회의 의견을 의도적으로 묵살하려 한다는 의구심마저 든다. 아시안게임 유치 이후 인천시는 용도 변경 및 특혜시비 논란이 있는 송도유원지 내 대우자동차판매㈜ 부지에 무비테마파크 사업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다. 동일한 논란을 빚고 있는 동양제철화학 부지 등이 포함된 용현·학익지구 개발사업을 발표한다. 급기야 강화도·교동도·서검도·석모도를 잇는 세계 최대 규모의 조력발전소를 짓겠다고 자랑하기에 이른다. 해양생태계 교란에 따른 해양환경 및 어족자원의 문제만이 아니라 해류변화에 의한 인천항 선박의 입출항 안전문제, 한강하구를 이용한 개성공단과의 내륙수운활용 문제 등이 야기될 수 있는데도 말이다. 결국 시민사회의 의견을 배척한 사례들이 쌓여가고 있다. 민선4기가 시작된 지 1년이 가까워 오고 있다. 연임으로 인한 주변의 신뢰와 권력은 강력한 추진력을 동반할 수 있지만, 오는 2014년 아시안게임 유치 성과를 등에 업고 시민사회와의 합의 없이 위험한 질주를 거듭하면서 뒤따를 시민사회의 여론악화와 감시·견제에 대한 부담은 어찌 감당하려는지 우려스러울 따름이다. /강경하 인천경실련 사무국장

역사가 숨쉬는 곳 고택

고택에 가면 저절로 마음이 편해진다. 아니, 비단 고택만이 아니다. 우리 전통 한옥은 언제 찾아봐도 마음이 편하다. 빗물조차 흐름에 막힘이 없도록 배려된데다 생활공간도 자연과 어울리는 소재로 사람의 마음이 편해지는 낮은 담과 마루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문화재로서 보호받으며 그 흔적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한옥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데, 그 안타까운 마음이 가장 절정에 다다르는 곳이 바로 남양주에 위치한 궁집이다. 춘천으로 가는 43번 국도를 따라가다 남양주에 이르면 영조의 막내딸 화길옹주가 살았다는 궁집을 만날 수 있다. 궁집은 말 그대로 왕족이 살던 집을 말하는데, 세자를 제외한 다른 왕족들이 결혼해 분가하면 나라에서 지어준 집이다. 남양주 궁집은 왕족이 살았다는 집 치고는 소박하다. 다듬은 돌을 사용한 것을 제외하면 다른 명문가의 집과 비교해도 남아 있는 안채와 사랑채의 규모가 크지 않아 검소한데, 그래도 우리 마음을 한없이 받아주는 게 넉넉한 느낌이다. 그런데 최근에 찾아본 궁집은 작아도 너무 작아졌다. 주변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한옥 고유의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고 옛 고향집을 방문하는 것만 같았던 느낌도 없어졌다. 집의 원래 목적은 사람이 사는 것이다. 비바람을 막고 햇살을 막아 사람이 모여 살게 하는 게 집의 본디 역할이다. 그런데 지금 궁집에는 사람이 살지 않으니 결국 점점 쓰러져가는 것 같다. 중요 민속자료로 등록만 됐지, 가꾸는 이가 없는 탓이다. 나라 차원에서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니 개인이 나서 어떻게든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는데 아무래도 혼자 힘으로는 무리가 있다. 우리 역사가 숨쉬는 곳이, 우리 전통 건축 양식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 현장이 방치되는 것을 보니 참으로 안타깝다. 그 고유의 역할을 살려 사람이 사는 공간으로 꾸며주면 공주가 머물렀던 소박한 공간에 머무르는 사람도 즐거울 것이고 돌아가신 화길옹주도 즐거워하실 것 같다. 그 원형은 그대로 보존하되, 집 본연의 기능을 강화해 모든 사람들이 역사와 전통건축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열어둘 방안을 모색해야겠다. 공간의 특징을 살린 한옥 체험장도 괜찮을 테고, 다도체험을 하며 잠시 머물러 쉬어가는 곳이어도 괜찮겠다. 역사의 한 페이지가 단순한 과거로 송두리째 묻히는 아쉬운 사태만은 일어나지 않길 소망해본다. /임병수 경기관광공사 사장

문화공간의 관객개발 요건

예술작품과 관객과 공연장이란 3자간의 유기적 관계는 중요하다. 과연 공연장이란 문화공간에서 그 공간은 누구를 위한 것이고 그 누구는 공간에서 뭘 가져가는가. 공동체적 문화와 문화 정체성 등을 이야기하고 그 테두리 속에서 바라보는 공간, 그것은 ‘문화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공간이란, 시설이라는 하드웨어적 측면과 사람이란 형체적인 측면이 구성되면 설정된다고 볼 때, 이와 더불어 예술문화콘텐츠를 가진 소프트적 측면을 갖추면 그것이 문화공간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문화공간은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필요한 건 그것이 인간이 만들어가는 문화예술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마케팅의 진화된 마케팅기술로서의 관객개발이란 점이다. 문화공간으로서의 관객개발을 만드는 전제조건이 몇가지 있다. 첫째, 문화공간을 운영하는 기관이든 개인이든 문화수용자인 관객의 접근성은 그 기관만이, 그리고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커뮤니티에 근거하며 또한 문화공간을 관리·운영하는 주체는 관객이고 이 또한 한사람이 아니며 관계형성 속에 이뤄짐이다. 공연장의 공연안내 전화담당자로부터 안내원까지 일련의 관객접점이 넓은 의미의 관객형성을 구축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공연장에서 행하는 예술 창조자와 관객간의 창조적 연계활동이 관객개발이란 것이다. 둘째, 관객개발은 이에 종사하는 많은 예술문화사람들-창작자 극장관계자 관객-이 그 문화공간이 갖는 비전과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수용할 수 있을 때만이 진정한 관객개발이 되는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의 지역문화공간은 지극히 한 지역의 문화·정책적 측면이 상실된 채 움직여 왔기에 앞으로의 문화공간을 활성화하는 측면은 지역이 갖는 문화·예술·사회적 측면을 충분히 고려하고 같이 그려야 할 숙제로 남는다면 누군가가 풀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 공연장의 문화공간이 보다 큰 문화공간으로 만들어지는 건 해당 지역을 이해하고 관객과의 지속적인 호흡과 관계형성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그것은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진행되어져야 한다. 이에 대한 방법으로는 일반 관객들에게 예술과 예술가의 역할에 대한 참여성을 이해시키는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할 것이며 예술가들에게 그 지역의 의미있는 프로젝트를 구성하고 과거에 참여하지 않은 새로운 관객찾기를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문화적으로 다양한 관객을 구체화하고 관객에게 예술에 대한 이해도를 심화하는 작업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건 예술작품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이젠 문화공간이 진정한 관객개발이란 실천적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한다는 것이다. /이규찬 수원장안구민회관 프로그램 운영차장 공연기획자

철인3종경기 도전 정신

철인3종경기는 인간 체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경기다. 도전하는 경기이기에 매력이 있다. 철인3종경기는 지난 1978년 하와이 주둔 미국 해군 J.콜린스 중령이 당시 하와이에서 성행하던 와이키키 바다수영(3.9㎞), 하와이 도로사이클(180.2㎞), 호놀룰루 국제마라톤(42.195㎞) 등 3개 대회를 한사람이 쉬지 않고 경기하도록 구성한데서 유래됐다. 같은해 2월 세계철인3종경기연맹(WTC)이 결성되면서 하와이에서 첫 국제대회를 치렀다. 대회 제한시간인 17시간 이내 완주하면 철인(Iron Man) 칭호를 받는다. 철인경기는 크게 풀코스대회와 단축대회로 나눈다. 위의 총 226.3㎞를 달리는 코스가 풀코스로 일명 킹(King)코스 대회이고 사회체육으로 정착된 단축코스는 대회들마다 약간씩 다르나 수영 1.5㎞, 사이클 40㎞, 마라톤 10㎞ 등을 달리는 전장 51.5㎞의 일명 로열(Royal)코스가 기준이다. 한편 어린이 철인경기(Ironkids)는 6.1㎞이다. 지난 1987년 결성된 대한트라이애슬론경기연맹이 같은해 로열코스에 준하는 대회를 처음 열었고 지난 1990년 세계연맹에 48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한 한국철인3종 경기본부가 지난 1991년 제주에서 첫 킹코스 대회를 주관했다. 필자는 만 50세 되는 해 철인3종경기에 도전하고 싶어 지난 2004년부터 수영을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도 도전을 해보지 못했다. 자신이 없어 그런지 핑계거리가 자꾸 생긴다. 만 49세가 되는 지난 2005년에는 전초전으로 도전하려 했으나 남동생이 4월 큰 교통사고가 나 포기했다. 만50세인 지난해는 왼쪽어깨 회전인대가 파열됐다. 그래도 도전하고 싶은 마음에 오른팔로만 하는 외팔이 수영을 했다. 한팔로만도 모든 수영의 영법이 가능했다. 물론 힘이 많이 들지만 한 쪽으로만 수영을 했더니 몸의 균형이 한 쪽으로만 치우치는 현상이 일어났다. 지금은 수영을 못하고 있는 상태다. 모든 게 핑계일까, 자신이 없어서일까? 아마도 후자 쪽이 맞는 것 같다. 그래도 덕분에 수영을 배웠다. 모든 운동이 마찬가지지만 수영은 시작하기가 힘들어 그렇지, 일단 시작을 하면 빠져든다. 수영은 생활체육협의회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스포츠 중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이다. 필자는 스포츠를 참 좋아한다. 거의 모든 스포츠를 하는 것, 보는 것 둘 다 좋아한다. 아직도 철인3종경기 소리가 들리면 귀가 쫑긋하다. 아직도 철인 3종경기에 도전하고 싶다. /이경복 파주시생활체육협의회장

바탐섬에서

밤새 천둥과 번개가 요란했다. 여기는 인도네시아의 바탐섬. 싱가포르에서 1시간 거리인데 인도네시아 섬 중 손꼽힐 정도로 크다. 그 밤이 지나고 창가로 비쳐진 아침 햇살에 잠이 깼다. 우거진 나무숲 사이로 보이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 유난히도 요란을 떨었던 밤과는 대조적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 물결이 눈부시다. 더욱이 가까이,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가 어우러져 시야에 담긴 풍경은 아름답기만 하다. 무릉도원이 따로 있나. 이만하면 천당이지. 곁에서 새들이 합창을 한다. 가끔 높고 낮게, 길고, 짧게, 부드럽고, 아름답게, 간간히 반주도 빼놓지 않고 “꾸르륵…” 목청 높여 추임새까지 넣어주는 놈도 있다. 가히 새들의 천국이다! 지상낙원에서 자연의 합창을 듣노라면 잠시 복잡한 상념에서 벗어나 꿈속인 듯 아름답다. 향기로운 스카치 한잔을 음미하다 무아지경에 빠진 것 같은 기분이다. 필자가 머문 호텔은 4성급이다. 여행을 많이 다녀 보았지만 방가로 호텔은 처음 경험한다. 옛날 필자가 살던 시골처럼 뒤에는 작은 산이 있고 앞에는 멋있게 구부러진 고목나무가 있으며 시냇물이 흐르는, 호사스런 풍경은 아니지만 정감 넘치는 시골집 툇마루 같은 곳이다. 게다가 앞에 바다가 훤하게 보이도록 계단식으로 꽤나 많은 방가로들을 지었는데 전통 말레이시아 양식이다. 지붕은 바람에 견딜 수 있도록 남다르게 뾰족하다. 고풍스러운 궁전식도 아니고 흔한 현대양식도 아닌 야자수 나무 잎으로 꼼꼼하게 얽어매어 놓았기에 정겹다. 1층은 사각에 기둥을 세워 빈 공간으로 남겨뒀다. 습기를 피하고 뱀이나 들짐승 공격으로부터 보호받으려는 지혜의 산물이다. 계단을 오르면 입구 문이 나타나는데 호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드 열쇠가 아니고 시골 여인숙에서나 볼 수 있는 쇳대를 열고 들어서게 돼 있어 투박하기 짝이 없다. 반면 안으로 들어서면 침대위에 4각 모기장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멋지게 쳐져 있고 그 옆에 의자와 탁자는 등나무와 대나무로 엮어 클래식한 느낌을 더해준다. 한참 식사 중 종업원이 “사랑해”라며 노랫말로 흥얼거린다. 옆에 일행들이 노래를 부르라고 박수를 친다. 우리가 흔히 보아온 호텔 식당에선 어림도 없는 광경이다. “예, 예, 예…. 사랑해~당신을…” 발음도 서툰 외국인의 우리 노래가 정겹다. 이 섬 사람들은 자연과 함께 순응하며 살아서인지 여유가 있고 넉넉하며 낙천적이다. 이곳에서 이틀 밤을 지낸 게 꿈같다. 아침식사가 끝나고 다시 돌아와 떠날 준비를 하다 아쉬움을 달래려 침대에 누웠다. 바다와 맞닿은 구름 한점 없이 깨끗한 하늘….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자니 기다리는 버스 시동 소리가 원망스럽다. 그러나 어쩌랴. 우리 인생도 헤어지고 떠나게 돼 있는 것을…. 부지불식간에 이런 마음공부를 하며 바탐을 떠났다. /임병석 수원시 장안구청장

‘차별’과 ‘차이’

책상 위에 수북이 쌓이는 청첩장이 바야흐로 결혼의 계절이 됐음을 알려준다. 어느덧 어른이 된 제자들, 집안의 젊은이들, 인근 학교의 선생님들로부터 새출발을 알리는 청첩들이다. 한번 보고 버리기엔 아까울 정도로 고운 종이에 사랑하는 사람들의 결혼을 축하해 달라는 문구들로 가득하다. 이 세상에 남성과 여성, 양성이 존재하며 결혼을 통해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한 것은 참으로 귀한 일이다. 이처럼 양성이 함께 해야 할 부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중·고교에서도 남녀공학에 남녀합반을 시행하고 있고 직업의 세계에서도 남성과 여성이 함께 공유하는 부분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차이’와 ‘차별’을 구분하지 못해 다툼이 생기는 것을 보게 된다. ‘차이’는 서로 다름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람들마다 각기 다른 취향과 특색 등을 지니고 있음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 차이에 일정한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차별’이 생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남성과 여성이 가진 신체적인 구조나 능력, 정서적 특성 등이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차이라고 한다. 이 차이에 대해 ‘힘 센 남성은 좋다’나 ‘외모가 아름다운 여성은 좋다’ 등의 식으로 가치를 부여하게 되는 게 차별이다. 따라서 불합리한 기준에 의해 인간의 차이를 평가하고 그 결과로 남성이나 여성이 누려야 할 정당한 권리를 침해할 때, 차별이 발생하는 것이다. 차별은 인간이 지닌 잠재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하는 걸림돌이 된다. 21세기는 무한한 창조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남성과 여성이 각자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조화를 이뤄야 한다. 양성의 차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할 때가 됐다. 초기 성장환경인 가정에서부터 남성과 여성에 대한 차이를 차별로 인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욱이 교육현장에서 양성의 차이를 차별로 묶어버리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차별의 울타리로 우리 아이들의 특성이 제약을 받거나 양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지니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강원춘 경기교총회장 태원고 교장

떡지사

‘떡지사’라는 말은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유난한 떡 사랑을 잘 아는 사람들 사이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부르기 시작한 별명이다. 그가 떡에 대한 일가견(一家見)이라도 설파(說破)할 적이면 흡사 떡 보급 선교사를 양성하는 미션스쿨(Mission School)의 교장선생님 같은 느낌마저 준다. 그는 행사나 연회에서 (케이크 커팅과 같은 맥락의) ‘떡 자르기’를 할 때-실제로는 떡이 잘 잘려지지 않는 까닭에-칼을 대는 시늉만 하는 것을 마뜩찮게 생각한다. 그는 “연회커팅용 떡을 조금 더 부드럽게 개발해 손쉽게 자를 수 있도록 만들 수 없을까?”를 고심한다. “삼각 김밥이나 샌드위치처럼 편의점, 제과점 등에서도 떡을 공급하는 방안은 어떨까?” “작고 예쁜 포장 단위, 다양한 모양·색깔·맛을 내는 퓨전 떡 개발로 어린이·청소년들의 입맛을 사로잡아야.” “떡 전문가를 파티쉐(제빵 전문가) 못잖은 인기직업” 등 떡의 다양화, 저변확대, 유통 혁신, 연구개발 등을 강조한다. 유명 브랜드 빵이나 패스트푸드 등에 절대로 밀리지 않는 경쟁력을 갖춘 게 우리 떡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방위 소속 고조흥 의원(한·포천 연천)과 공동 주최로 군부대와 학교에 우리 떡을 간식으로 급식하기 위한 시식 및 서명행사를 개최했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트랜스지방과 고열량 걱정이 없는 고품질 웰빙 식품 우리 떡을 젊은이들에게 공급하고 쌀 활용의 폭을 넓혀 쌀 농가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며 떡 급식에 대해 강한 의욕을 보였다. 경기도는 지난해 지역 학교와 군부대 등 10곳에서 떡 선호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마치고 세부사항을 검토 중이다. 첫 발은 이미 내디뎠다. 그러나 떡 급식사업 앞에는 ‘가격’이라는 벽이 버티고 서 있다. 좋은 쌀로 만들어야 제 맛이 나는 떡은 비쌀 수밖에 없기에 여기에는 ‘치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이 사업의 핵심 포인트가 될 ‘가격은 저렴, 품질은 상품’이란 딜레마 극복은 ‘떡지사’의 난제가 될 것 같다. 그의 ‘맥점(脈點)찾기’를 지켜보자. “혹시 ‘떡지사’란 말을 들어보셨느냐?”고 물으니 그는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떡은 쌀이요, 쌀은 곧 우리 농업의 ‘고갱이’니 그의 떡 사랑이 반가운 것이다. /박 용 철 한국농촌지도자 경기도연합회장

神 다음으로 귀한 보물

일본 동경에서 만약 특별한 茶會가 있었다고 하자. 그러할 경우 茶會에 참가한 대부분의 차인들은 차를 마신 후 찻그릇을 두 손에 조심스럽게 받쳐 들고 일반인이 보기에 표면이 우둘두툴해 투박하기 이를 데 없는 찻잔을 감상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럴 때 흔히 소리를 낮춰 말하는 감탄사가 “고라이 자왕”이다. 이는 두말할 것도 없이 고려다완, 즉 조선에서 만들어진 찻잔이란 뜻이며 일본차인들이 신(神) 다음으로 떠받드는 대단한 보물이다. 만약 일본 다도전문가가 15세기 조선에서 만들어진 미시마(한국에선 분청) 다완과 13세기 雲鶴무늬가 새겨진 청자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거의 용서를 기대할 수 없다. 그리고 정말 茶人중의 茶人이라고 인정을 받으려면 어떤 다완이 언제 어떤 茶會에 사용됐으며 거기에는 어떤 인물이 참석해 어떤 차를 마셨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대단한 茶人이란 소리를 들으려면 어떤 찻그릇에 대한 論評이나 詩句節, 또는 어떤 특정한 찻그릇이 특히 주목받았던 茶會에 대한 詩句도 인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실로 도쿠카와 이에야스시대의 수많은 다이묘(大名)에겐 쉽게 구할 수 없는 소중한 조선찻잔으로 茶會를 열고 이에 대한 기록을 보존하는 일 밖에 없었다고 할 정도로 조선찻잔은 대단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일본 차인들이 보물처럼 떠받들 수 있는 대부분의 찻잔들은 주로 조선초 여러 도요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이 찻잔들은 오랫동안 사용해 손때가 묻은 곳은 유약의 빛깔이 짙어져 어두운 빛을 띠게 되는데 이 또한 찻잔의 일품으로 꼽히는 요소로 여겨진다. 이 찻잔의 경우에 한해선 바닥에 물레자국이 남아있거나 주걱이 닿은 흔적이나 유약이 채 닿지 않은 부분이 있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일본차문화를 보고 존코벨 미국 캘리포니아대 동양학 연구교수는 동양문화에 대한 경이로움과 신기함을 금치 못한다고 했다. 다완 연구가이며 차인인 정동주씨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에는 조선시대 막사발이 200여점 있고 이중 1급 보물 3점, 일본 중요문화재 20여점, 기타 소장자들의 이력이 확실히 기록된 것 70여점 등이다.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막사발에 대한 미학적 가치를 일본이 찾아줘 고맙다고 해야 할까? /윤준식 신협중앙회 인천경기지역본부장

6년만에 입을 열다

오에 겐자부로는 일본에서 촉망받는 유명한 젊은 작가 중 한사람이었다. 지난 1963년 그에게 히카리라는 아들이 태어났는데, 그는 두개의 뇌를 가진 뇌탈장자로, 뇌의 일부가 두개골 밖으로 비집고 나온 장애아였다. 수술을 받지 않으면 죽고 수술받아도 자폐증과 정신지체, 간질, 시각장애 등 거의 모든 심각한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했다. 히카리의 부모는 주저없이 수술을 결정하고 사회의 온갖 멸시와 비난, 협박과 테러 등에도 굴하지 않고 그를 키워 나간다. 당시 가난과 상실감 등 패전의 후유증이 심하던 일본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거의 ‘혐오’ 수준이어서 가족은 히카리를 내놓고 키운다는 이유로 온갖 협박을 당하고 심지어 유괴되는 일도 있었다. 지능지수 65에 말도 못하고 눈물관조차 없어 울 수도 없는, 외부와의 소통이 단절된 채 태어난 아들을 위한 가족의 노력은 처절할 정도였다. 가족은 사물에 대한 반응이 거의 없는 히카리에게 일본 토종 새들의 울음소리가 녹음된 테이프를 들려주며 필사적인 인지훈련에 들어갔다. 아이가 6살 되던 해, 휴양지의 한 숲에서 히카리는 새 한마리가 우는 소리를 듣고 하늘에서 천둥이 내리치듯 “이것은 흰눈썹뜸부기입니다”라며 또박또박 말문을 열었다. 새소리에 대한 기억도 정확했고 발음도 새소리와 같이 녹음돼 있던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그대로 따른 것이었다. 의사들도 포기한 아이에게 6년동안 계속된 가족들의 노력이 그제서야 희미한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외부와의 소통을 시작한 히카리는 클래식 음악에 집중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그는 20세를 넘어 장애를 가진 비범한 창의적인 작곡가(Idiot Savant)로서 성공을 거두기 시작한다. 이제 음악을 통해 세상에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장애아를 키우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쓴 ‘개인적 체험’이라는 글로 아버지 오에 겐자부로는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가정의 달 5월에 장애를 가진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래서 재능을 발견하고 가르치고, 그러면서 세상의 편견과 싸우고 힘들어 하는 장애인 가족을 생각한다. 또한 아들의 음악을 들으며 자신이 치료되고 있음을 느낀, 개인과 사회, 그리고 인간 내면의 문제에 대해 남다른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던 한 아버지를 생각한다. 오늘은 제26회 스승의 날이다. 이 땅의 모든 장애학생을 위해 수고하는 선생님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울러 진정한 학생의 스승들인 장애학생 학부모들에게도 깊은 감사와 존경을 드린다. /김우 자혜학교 교장

사람만이 희망이다

녹차 한잔을 손에 들고 창밖을 바라보니 교정에는 수많은 꽃들이 앞 다퉈 피어나고 있다. 어느 꽃의 색깔이 더 곱고 어느 꽃이 더 예쁜지를 가늠할 수 없다. 언뜻 보기엔 똑같아 보이는 한줄기에서 피어난 진달래라도 자세히 보면 같은 빛깔을 지닌 것은 하나도 없다. 꽃만 피어난 게 아니고 새로 돋아난 잎도 각각의 모양대로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따스한 햇살 아래 연신 웃고 재잘거리며 거니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우리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어머니께서 꽃 중에 가장 아름다운 꽃은 ‘사람꽃’이라며 아이들을 품에 안고 함박웃음을 지으시던 게 생각난다. 그때에는 무심코 들었던 어머니의 말씀이 이제야 그 의미를 알 것 같다. 아무리 고운 꽃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시들고 꽃이 떨어진 자리에 열매가 맺혀도 그 열매를 따 먹으면 끝이지만 사람은 태어난 순간부터 삶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갖가지 기쁨을 주기도 하고 유익함을 끼치기도 한다. 삶을 마감한 후에도 오랫동안 그 사람의 삶이 감동과 교훈을 주는 것을 볼 때 ‘사람꽃’보다 귀한 건 없다. 그런데 우리들은 이제 마음껏 피어나야 할 ‘사람꽃’인 우리 아이들을 이름 없는 꽃으로 여기거나 한가지 꽃이 되도록 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좀 더디게 성장하는 아이들을 이름 없는 꽃으로 여기며 기대와 관심을 접어버리기도 했을 것이다. 성장 환경과 성격, 적성 등이 다른 아이들에게 늘 일정한 잣대로 줄을 세우고 일정한 틀 속에 넣어 한가지 꽃으로 통일하려고 했을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가능성을 마음껏 발휘해 자신만의 이름을 지닌 ‘사람꽃’으로 피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부모나 교사의 욕심에 의해 억지로 피어난 꽃이 되어선 안된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어느 시인의 시구 한구절이 절절히 가슴에 와 닿는다. /강원춘 경기교총회장·태원고교장

환경의 명분으로 생태계 파괴

강화도는 풍부한 수산·생태·경관자원이 골고루 분포된 곳으로 문화재청이 지난 2000년 7월 세계적 희귀종인 저어새와 저어새의 번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천연기념물 419호로 지정해 놓은 곳이며, 세계5대 갯벌의 하나인 강화 남단 갯벌이 있는 곳이다. 천혜의 자연이 살아있는 이곳을 포함한 인근 섬 4곳을 이어 인천시는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하며 길이 7,795m 규모인 방조제 4곳을 건설, 발전규모 812㎿, 총사업비 1조7천억원 규모의 조력발전소를 건설하겠다고 한다. 바닷물의 조수 간만의 차이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조력발전은 청정에너지, 혹은 무한한 에너지원이라고 흔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얻는 것 보다 잃는 게 많다면 그것은 생산원리에 반하는 건 아닐까? 강화에 조력발전소 방조제가 설치되면 이로 인해 조석간만 차이가 더욱 심해져 생태계 먹이사슬이 파괴되고 인위적인 해류 변화에 의해 토사·부유·유기물 등이 퇴적되며 수질 악화, 회류성 어류의 물길 차단으로 산란장 파괴, 그리고 무엇보다 세계적인 자랑거리인 강화 남단 갯벌과 세계적인 희귀조인 저어새의 서식처가 파괴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바다와 갯벌에 의지해 평생을 살아가던 수많은 어민들도 생활터전을 잃는다면 그들의 생존권은 누가 책임질 수 있는가? “무공해 청정해양에너지인 조력발전으로 에너지원 확보와 지구환경보호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안상수 시장은 환경이란 명분으로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재생 가능한 대체에너지로 태양전지, 태양열, 풍력 등보다 조력을 에너지로 전환할 경우 많은 공사비용으로 발전 효율이 낮고 환경 파괴를 동반한다는 측면에서 선진국의 경우 조력을 개발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인천시는 세계 최대를 자랑하며 또 하나의 거대 개발 프로젝트를 만드는 일에 열중하는 것 보다 친환경에너지정책 생산을 위한 세계적 흐름을 주시해야 하며 조력발전소 건설에 대한 계획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 조력발전소 건설은 생태계, 해양자원 이용, 남북관계, 기업과의 관계 등 환경적 사안들을 넘어 다양한 이해 관계를 내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천 시민사회의 광범위한 지역사회연대가 필요할 때이다. /강경하 인천경실련 사무국장

중앙 행정권한 지방 이양 제대로 된 지방자치 실현

지난 1991년 지방자치 부활 이후 우리의 지방자치는 17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면서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란 공동의 목표를 향해 숨가쁘게 달려왔다. 그러나 우리의 지방자치가 더욱 공고히 뿌리를 내리고 성숙한 선진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선 풀어야 할 난제들 또한 여전히 많다 할 수 있다. 특히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행정권한과 이에 따른 재원의 합리적 배분문제는 양자간 쉽지 않은 일들이다. 그동안 중앙정부는 지방이양추진위원회와 정부혁신분권위원회 등을 설치해 중앙사무의 지방 이양을 전담해왔으나 실적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 이양의 주된 논리는 지방정부가 주민들에게 보다 가까이 있어 주민들의 실제 필요와 기회를 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보다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주민들은 그들이 받는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세금을 지불하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공무원들은 보다 효율적으로 일하도록 강하게 동기가 부여될 수밖에 없으며, 세금과 서비스가 바로 연결되므로 지방공무원들은 그들이 필요로 하는 자원을 동원하는데도 보다 수월할 것이라는 것이다. 즉, 지방이양을 통해 보다 민주적이고 참여적인 정부를 지향할 수 있고 공공서비스와 주민의 서비스를 일치시킴으로써 지방정부의 정치지도자가 유권자들에 대해 대응성과 책임성을 확보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무 이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양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먼저 배분의 공평성이란 측면에서 지방분권은 비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적 편차가 극심한 국가에선 지방분권이 바람직하지 않은 인구 이동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중앙정부는 기능수행의 정책기준을 설정하고 이같은 기준을 지방정부들이 따를 수 있을만큼 재원을 확보하도록 재원을 지방정부로 이전, 지방에서의 공공서비스의 수준과 질을 통제함으로써 지방분권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시경제적으로도 지방정부의 재정지출을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게 국가 전체의 수요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거시경제운용 목표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앙정부는 특별히 수요에 강한 영향을 미치거나 비즈니스 사이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방정부의 재정지출에 대해선 통제할 필요성을 느낄 것이다. 일부 지방정부는 규모가 너무 작아 독자적인 기능수행이 곤란하기도 할 것이다. 따라서 지방이양이 본래 의도한 효과가 있으려면 지방정부의 실질적인 개혁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현재의 우리 중앙정부가 권한, 예산, 인력 등 모든 측면에서 높은 집중화 모습을 보여 왔다면 이제부터는 중앙행정권한의 합리적이고 대폭적인 지방 이양으로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실현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함진규 경기도의회 한나라당 대표의원

헤이리를 세계 디자인 중심으로

사람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직립보행을 하는 호모에렉투스, 생각하는 호모사피엔스, 도구를 사용하는 호모파베르 등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는 용어들은 많지만 그중에서 사람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를 꼽자면 ‘문화’다. 인간만의 상상력이 담긴 독특한 ‘문화’는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는 최고의 키워드다. 우리 문화예술인들의 손으로 만든 문화명소를 꼽자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헤이리다. 헤이리는 15만평의 너른 땅에 작가, 미술인, 건축가, 음악인, 영화인 등 예술인들이 직접 자기만의 작업공간을 꾸미고 박물관이나 갤러리를 세워 놓은 곳인데, 이렇게 만들어진 문화공간을 우리 장래의 희망인 어린이들이 봄 소풍으로 찾아와 즐기니 보기에도 참 좋다. 남북한 접경지대라는 이유로, 수도권을 둘러싸고 있다는 이유로 각종 규제를 받고 있는 경기북부 지역에서 서로 마음이 통한 예술인들이 모여 만든 작은 공간들이 이렇게 10년의 세월을 거쳐 문화명소로 거듭난 것을 보니 뿌듯하다. 일본, 중국 등과 연계해 일본현대예술제, 국제 크로스오버축제인 헤이리판페스티벌 등을 개최해 아시아 등지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소식도 반갑다. 그런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세계적인 명소로 가꾸는 건 어떨까. 헤이리는 그 자체로 ‘브랜드’이고 ‘디자인’이다. 특색있는 건물 인테리어와 외부 배치, 서로 어울리는 건물들, 그 자체로 헤이리는 ‘디자인’이다. 문화와 디자인이 함께 만나는 장소이다. 이러한 특색을 살려 광고디자인, 영상디자인, 멀티미디어 콘텐츠 등을 기반으로 세계인이 참여하는 국제공모전도 열고, 심포지엄도 열어 한국의 작은 예술마을을 세계적인 명소로 가꾸는 것이다. 국제그래픽디자인페어를 개최해 세계 유명디자이너들을 섭외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 국적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열린 문화 공간으로 육성하면 좋겠다. 외국인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우리나라의 관광 브랜드는 DMZ다. 외국인들은 ‘DMZ’에 대해 호기심도 많지만 냉전기의 상처, 위험함을 연상해 한국을 위험한 나라로 생각하기도 한다. DMZ 바로 아래에서 피어난 문화적 명소, 헤이리를 보며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대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한국인’ 등 긍정적인 이미지를 간직할 수 있게 되는 효과도 있을 테니 일석이조다. 예술인들이 꿈꾸는 가장 아름다운 마을, 헤이리. 헤이리에서 국제 브랜드의 매력을, 디자인의 저력을, 평화와 문화가 공존하는 동양의 작은 나라 한국의 큰 힘을 확인하길 기대해 본다. /임병수 경기관광공사 사장

골프 고문관

얼마만인가? 얼마전에 올해 들어서 처음 라운딩을 했다. 요즘 연습장에서 샷이 좋아 졌다고 하고 대체적으로 만족했다. 그래서인지 이번만은 8자를 그리고 싶었다. 잘 맞는듯 보여 라운딩을 마감하고 스코어카드를 보니 89타로 기록됐다. 골프채를 잡은지 15년만에 8자를 그렸다. 필자는 전형적인 골프 고문관이다. 골프 고문관이 8자를 그렸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가. 그러나 자세히 보니 첫홀에 보기인데 파로, 마지막홀에 트리플인데 파로 기록돼있다. 캐디가 필자 마음을 아는 듯 인심을 쓴 것이다. 그래도 필자에겐 최고의 스코어로 만족한다. 골프의 어려움을 또 한번 느끼게 한다. 필자가 왜 골프 고문관인지 알고 싶어 인터넷에 자료를 살펴 보았다. 그 이유는 있었다. 골프 고문관은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첫째, 골프를 시작하면 우선은 미쳐야 된다. 둘째, 모든 게 처음이 중요하지만 골프는 더욱 중요한 것 같다. 셋째, 연습장의 매트는 20㎝ 뒷 땅을 쳐도 공이 나가는 것을 모르고 연습장의 매트에 늘 속아 자기 만족하다 필드에 나가면 엉망으로 치게 된다. 넷째, 연습장에서 잘 맞는 클럽만 치고 맞지 않으면 장비를 자주 바꾸는 골퍼. 어떠한 골프채라도 개발할 당시 정확한 스윙만 한다면 다 잘 맞게 설계가 돼 있다고 한다. 다섯째, 골프에서 가장 큰 주의사항은 헤드업을 하지 말라고 한다. 여섯째, 백스윙시 팔을 쭉 뻗으라고 수 없이 들어왔다. 왼팔을 못 피면 구제불능이고 마치 골프 고문관으로 생각할만큼 심각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오늘 날 세계유명 골프 교습가들은 외팔을 굳이 억지로 필 필요가 없다고 한다. 왼팔을 끝까지 필려고 노력하면 오히려 몸이 굳어지고 힘이 더 들어가 상체근육이 굳어지게 된다고 한다. 일곱째, 골프는 왼팔로만 치라고 한다. 이것도 큰 잘못이다. 골프를 어떻게 왼팔로만 친단 말인가. 골프에 있어 왼쪽 부분은 스윙의 리드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오른쪽 부분, 특히 오른팔은 스윙의 파워를 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작용을 한다. 그러므로 골프는 오른팔과 왼팔이 어우러져 리드와 파워를 동시에 만들어 짐으로써 좋은 스윙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병을 알았으니 고쳐야겠다. 그러나 병을 고치기에는 시간·금전적으로 대가가 너무 큰 것 같다. 골프 고문관이라도 좋다. 연습장에서 공을 치는 자체도 재미있고 행복하다. 많은 국민들이 골프를 즐기려면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대중 골프장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이경복 파주시 생활체육협의회장

인재 양성을 위하여

필자가 공무원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 일이다. 새벽 6시면 확성기를 통해 ‘새마을노래’가 온 마을로 퍼져 나갔다. 이때는 대부분 가정에서 연탄을 연료로 사용했다. 그나마도 수요는 많고 공급은 뒤따르지 못해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생필품들도 마찬가지였다. 너나없이 어려운 시절이었다. 이런 때 햇병아리로 발령받은 지 며칠 지나지 않은 날 선배가 큰 인심 쓰듯 연탄판매 허가서를 전달하라면서 하는 말이 이상했다. “연탄을 돈을 주고도 사지 못하는 이때 대접을 잘 받고 와야 공무원 자질이 있다”고 몇번이고 강조하는 것이었다. 웃돈을 줘도 사기 힘들만큼 공급이 부족할 때 발급되는 연탄판매 허가서는 꽤나 가치가 부여된 허가장이었다. 기가 막히게 뒷거래까지 이뤄지고 있었다. 군사정권 하에서 근대화를 위한 새마을운동이 관주도형으로 시작됐으니 국가정책상 가장 우선 순위이며 모든 법에 우선해 아이러니한 일들이 많이 발생되기도 했다. 같은 지도자 밑에서 한쪽에선 새마을운동으로 보기 흉한 무허가집을 보수·정비하느라 바쁘게 돌아다녔고 한쪽에선 이것이 건축법에 저촉된다며 부서간에도 시비가 잦았다. 당시 공직사회는 무조건 상명하달식, 수직일변도, 앞만 보고 가는 실적만능주의 등이 지배했었다. 오늘날에도 이런 일이 없다고 장담하진 못하지만 공직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건 사실이다. 오늘날 공직자들은 유비쿼터스라는 다차원적 민원을 언제 어디서나 빠르고 친절하게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재 ‘지식산업시대’라는 말과 함께 ‘인재 전쟁시대’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대학은 물론 모든 기업과 관공서 등도 인재 양성에 모든 힘을 기울이고 있다. 어느 기업은 후한시대에 유비가 제갈량을 얻기 위해 3번이나 찾아갔다는 삼고초려(三顧草廬)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인재 확보에 열심이라고 한다. 장안구도 친절공무원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멘토링(후견인제)을 실시하고 있다. 멘토(Mento)의 기원은 BC 1200년 그리스신화 이타이카왕국의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전쟁을 떠나며 자신의 아들인 텔레마코스를 보살펴 달라고 한 친구에게 맡겼는데 그 친구의 이름이 멘토였다는데서 유래됐다. 장안구에도 매년 새내기 공직자들이 30~40명 정도 발령받아 배치되고 있는데 신속한 업무 능력 향상, 공직환경 적응, 공직 마인드 확립을 위한 멘토링제를 시행하고 있다. 새내기 공직자들에 대한 멘토는 공직자의 모범이 되고 경험이 풍부하며 전문지식을 갖춘 상급자가 맡는다. 멘토/멘티는 서로 바른 마음으로 멘토링 과정을 충실하게 이행하게 된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얼마나 크고 작은 마음의 그릇이 준비됐느냐도 중요하다. 그리하여 멘토의 기원처럼 인성교육으로부터 시작해 잠재력을 개발하고 조직문화와 가치관이 정립된다면 시민들을 위한 고품질 서비스의 기틀이 마련될 것이라고 믿는다. /임병석 수원시 장안구청장

서커스가 나의 몸을 삼킨다

어렸을 적, 몇몇 또래 아이들과 동네에 찾아온 서커스를 보기 위해 대형 천막 근처를 기웃기웃했던 지난날이 한낱 추억으로 남는 것일까. 한수산의 ‘부초’에서 보여지는 모습처럼 모든 서커스는 동춘서커스일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설날이 되면 TV에서 보여주던 서커스가 한참 봇물 터지듯 나온 평양교예단이든 중국기예단이든 말이다. 요사이 서커스로 떨치고 있는 캐나다. 원래 캐나다에서 서커스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캐나다는 서커스의 고정된 관념에서 벗어나 서커스와 연극적인 요소를 뒤섞고 서커스와 멀티미디어를 결합하며 서커스에 사용하는 음악 또한 아프리카 음악부터 최근의 미디음악에 이르기까지 그 스펙트럼이 가히 대단하다. 그리고 그 음악에 춤을 넣는 작업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서커스에 인간이 가진 본연의 몸을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영감의 툴을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 전통적 통념을 깨고 예술이라는 것을 내 식으로 표현하는 몸. 그 즐겁고 유쾌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레인(Rain)’이 비교적 소규모로 감수성이 있고 서정성을 바탕으로 한 연극적인 서커스라면 똑같은 캐나다의 ‘태양의 서커스’는 신개념의 복합적요소를 가미한 비경계 서커스인 셈이다. 인간의 몸둥아리를 마치 기계처럼 정확하게 맞추는 꼴이 인간의 잠재력을 표현하는 육체의 모습이라면, 인간의 몸을 가학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닌 이상, 서커스란 긍정적인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몸’에 대한 표현의 양식을 무용이든, 그 또 다른 표현의 공연양식으로 나타날지라도 지난 10여년동안 ‘몸’에 대한 담론은 제대로 된 실체를 가지지 못했던 것 같다. 요즘 얼짱이니 몸짱이니 하는 과시적 세태 속에 빚어진 몸은 예술적으로 승화된 인간 내면을 지향하는 것과는 동떨어진 몸에 대한 왜곡된 모습으로 반영된다. 연극으로 보여주는 배우가 작가의 구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반면, 연출에 의한 보여주기식, 혹은 의도된 것이 한낱 쓸모없이 낭비되는 육체의 모습으로 탐닉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몸에 대한 많은 이견 속에서 그래도 몸은 인간의 자유의지 속에서 존엄받는 일종의 절대적인 메시아처럼 다가오도록 한 게 서커스다. 그저 기예에 머무르는 수준이 아니라 삶에 대한 통찰력과 정서를 담아내는 연극적 서커스가 각광받기에 그런 것 같다. 본래 연극이란 철학적인 인간적 내면을 표현하는 작업이 아닌가. 그러기에 지난해부터 부각되고 있는 서커스가 그렇다. 지난해 7월 세종문화회관에서 보여 준 서크 엘루아즈의 ‘레인’은 정말 하나의 빗줄기처럼 나의 몸에 부딪혀 흠뻑 옷을 젖은 상대방을 보면서 서로 황당함이 아닌, 깔깔 웃는 즐거움을 가져다 줬다. 아주 즐겁게 유쾌한 비를 맞은 연극적인, 몸이 된, 서정적인 내가 된 것이다. 그것은 내 몸으로 느끼는 즐거운 모험이며 행복한 몰입이다. 이 정도라면 어린이처럼 따라하는 흉내내기 몸동작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규찬 공연기획자 수원장안구민회관 프로그램운영차장

농업위기 극복 ‘냉철 분석’

얼마 전 농촌지도자화성시연합회 신임회장의 취임식 자리에서 최영근 화성시장은 “한·미 FTA조약 체결 후, 화성시 농업 관련 공무원들이 웬지 불안해 하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농업분야가 소외되는 분위기니 관련 공무원들도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몇명을 불러 “기운 내라. 지금 여러가지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농업인들 앞에서 공무원들이 먼저 풀 죽어 있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핏발을 세워가며’ 독려했다고 한다. 최 시장은 이어 “중국 및 EU 등과도 분명히 FTA체제로 갈 것이다. 수출만이 살 길인 나라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그러나, 그렇더라도 농업을 주저앉게 해선 안되고 반드시 길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시장으로서의 의례적인 립싱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상공인, 기업인, 각종 단체·기관 등에 갈 때마다 듣기 좋은 소리를 하게 마련아니겠는가. 그러나 그는 덕담에 그치지 않고 “농업피해에 대한 보전과 대책마련은 ‘정확하고 믿을 수 있는’ 피해예상 산출에서 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핵심을 꿰뚫었다. 한·미 FTA에서 한국 농업분야 피해가 불가피하리라는 건 양국의 전문가와 협상실무단의 일관된 견해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분석이 너무 낙관적이어서 신뢰성에 의문이 간다는 점이다. 농업분야에 대한 피해예상수치는 어찌 된 일인지 갈수록 줄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0년동안 연평균 8천700억원의 피해를 예상했지만 올해 발표에선 연평균 6천700억원으로 무려 2천억원 정도나 줄어든 예상치를 내놨다. 한국 농업피해액에 대한 미국측 예상치는 우리나라 기관의 분석보다 훨씬 많게 나오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농업계의 반발이 심해질 때마다 피해액은 줄이고 ‘실효성에 의문이 가는’ 장밋빛 보전방안만 제시해 왔다. 국가시책을 홍보할 때 긍정적 효과를 부각시키고 부정적 요소를 줄이려는 ‘최소한의 과장’이 없을 순 없겠지만 농사가 생업인 농업인 수백만명에게 좀 더 성의 있고 설득력 있는 브리핑을 해야 하지 않을까? 있는 그대로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허심탄회하게 이해를 구한 후,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강구하는 게 ‘신뢰받는 정책’의 기본이다. 그래야 설득력과 명분도 생기게 되고 강력한 리더십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박용철 한국농촌지도자 경기도연합회장

작은 화분의 가르침

아내는 집안에 작은 화분을 사다 놓고 들여다보는 일을 좋아 한다. 3천원씩 주고 4개의 각기 다른 색의 꽃이 피어 있는 바이올렛 화분을 사다 거실 한 쪽에 놓아뒀다. 아내가 정성을 들여 그런지 대개 그런 화분은 한철 꽃을 피우면 죽는 것들이 많았는데 그 이듬해가 되자 다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화분 1개는 잎만 무성하지 좀처럼 꽃이 피지 않았다. 아내는 “왜 이것만 꽃이 피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무척 마음이 쓰이는 눈치였다. 어느 날 집에 들어서자 아내가 들떠 “그 화분에 드디어 꽃봉오리가 맺혔다”고 야단이다. “그러냐”고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이자 아내는 좀 서운해 하는 눈치였다. 미안한 마음에 저녁을 먹고 꽃봉오리가 맺혔다는 화분을 들여다보니 정말 앙징맞은 꽃봉오리가 맺혀 있었다. 그 꽃봉오리 속에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이 보였다. 3천원짜리 화분에 심은 꽃도 각기 다른 특성을 지녀 이렇게 오랫동안 공을 들이고 기다려야 꽃이 피는 게 있고 쉽게 꽃이 피는 게 있는데 값을 매길 수 없는 우리 아이들의 특성이야 얼마나 다양할 것인가. 그것을 몇 가지 일반화된 잣대로 재면서 잠시도 기다려주지 않고 단정지어 버린다면 우리 아이들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이 꽃을 피울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다. 가르치는 사람의 마음이야 금방 교육적 효과가 나타나길 바라지만 교육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기에 어렵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르치는 사람들은 “빨리빨리”를 외치는 조급증 시대를 닮아 조금도 기다리지 못하고 아이들을 다그친다. 심지어 바늘 허리에 실을 매어 쓰려는 사람처럼 옳지 않은 방법인줄 알면서도 시행하려고 하기도 한다. 나의 정성과 기다림 끝에 꽃을 피운 작은 화분 하나가 나에게 큰 스승 노릇을 한 셈이다. 끊임없는 정성을 기울이며 기다리는 게 가르치는 사람이 할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 모두가 지닌 자신의 가능성을 각기 다른 모습의 꽃으로 피어나게 할 것이다. /강원춘 경기교총 회장 태원고 교장

인생의 상수와 하수

필자는 바둑을 잘 두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바둑은 인간이 고안한 게임 중 가장 오묘하고 깊이있는 지적인 운동이라는 것에 공감한다. 바둑은 두는 사람의 역량에 따라 이른바 상수와 하수로 나눠진다. 바둑 고수인 이창호의 예를 들면, 상수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보인다고 한다. 첫째, 상수는 일반적으로 실리와 세력 중 어느 한편만을 추구하지 않고 그 절충형을 지향한다고 한다. 자신의 기풍을 고정하지 않고 늘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해 실익과 힘을 지혜롭게 배분해 간다. 둘째는 두터움을 선호한다고 한다. 이것은 바둑 자체를 긴 싸움으로 내다보고, 충분히 자신의 힘을 구축한 다음 두터운 세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진영으로 들어온 상대방을 유리한 조건하에 부수어 간다. 셋째는 공격보다는 타개형이 많다. 여기서 타개란 주어진 여건을 바탕으로 문제를 잘 헤쳐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가장 상책이기 때문에 싸움 자체를 즐기거나 빠져들기 보다는 주어진 여건과 상황을 잘 이용해 문제를 해결해간다. 넷째는 강수보다는 정수를 추구한다. 강함은 그 자체가 힘이자 능력이지만 잘못될 경우는 곧 부러짐을 의미하기 때문에 강하게 밀어붙이는 기세를 선호하기보다는 합리적이고 효과적이라고 인정된 정수의 길을 택해 뚜벅뚜벅 걸어간다. 다섯째는 수를 선택할 때 원리보다는 독창성을 즐긴다. 고수는 주어진 원리나 정수에 의존하지 않고 유연한 생각과 창의적인 시도를 즐기고 좋아한다. 이러한 특징 이외에 고수들은 성격적인 면에서 안정성과 동조성이 높았다. 그러나 하수의 경우는 충동성과 즉흥성이 높았다. 이같은 바둑의 상수와 하수의 특성들은 우리의 삶에 많은 시사를 한다고 본다. 우리는 상수처럼 인생을 길게 내다보며 순간순간의 만족이나 힘듦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자신의 두터움을 쌓아가야 하겠다. 원칙에 충실하나 창의적인 사고와 행동을 추구하며 틀에 얽매이지 않은 유연한 사고로 어려운 여건들을 타개해 가야겠다. 물론 주위의 여건들을 자기화하는 높은 동조성과 안정적인 인성을 갖추면 더 좋을 것이다. 인생을 한편의 바둑에 비교한다면 지나친 억설일까? 숨 가쁘게 달려가는 현대인들을 보며 가급적 상수의 기풍과 자세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김우 자혜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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