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년(丁亥年) 2007년을 앞두고 “붉은 돼지해다, 황금 돼지해다”, “아니다. 마케팅 상술(商術)이다’ 등 말들이 많다. 그렇다고 600년만에 맞는 황금 돼지해라는 것을 근거없는 억지라고 하면서 새해를 맞는 사람들의 기분을 다운시킬것 까지는 없지 않는가. 실제로 내년에 태어나는 아기는 재복을 갖는다는 말을 믿고 임신 및 출산 계획을 세우는 부부들이 많다. 세계 최하위 출산율로 국가적인 현안이 되고 있는데 이렇게라도 한숨을 돌릴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 아닌가.
저출산문제는 국가사회적으로는 심각하다. 저출산은 노동력 공급과 소비량을 줄여 경제성장률을 둔화시킨다. 연금과 복지비 지출을 늘려 국가의 재정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출산율 저하는 고령화로 이어져 사회 전체가 활력을 잃게 된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그런데도 국민들 입장에서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아직까지 내 부모, 내 자식이 살아가는데 크게 불편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내 가정에까지 저출산 고령화의 폐해가 미칠 건 시간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국가차원으로 가족계획을 펼쳐 인구감소정책을 펴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반대로 인구증가정책을 펴야 하는 시점이다. 지금까지의 저출산 논의들을 보면 임신과 출산, 육아 등은 여성들 몫이란 기본적인 사고가 전제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방식대로라면 저출산과 이에 따른 고령화를 해결하는 짐은 고스란히 여성들 몫이 되게 된다. 취업·전업주부할 것 없이 아이 낳고 키우기가 경제·물리·정신적으로 힘들다는 공통된 원인을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영·유아 보육비 보조, 아동수당 지급 등 자녀들에 대한 재정지원대책으로 저출산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것 같다. 이 방법은 한계가 분명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중·장기적으로는 가정소득을 향상시켜 소득 대비 자녀양육 비용을 낮추는 정책이 필요하지만, 먼저 여성들이 직장 생활과 출산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직장·사회문화 개선이 중요하다. 출산이 취업을 가로 막지 않도록 탄력시간제 근무 등 근로시간과 근로장소 유연화도 필요하다. 남편의 육아휴직제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보육시설을 확대하거나 보육형태를 다양화하는 등 여성들이 출산 뒤에도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황금 돼지해에 재물운을 타고 태어나는 새 생명들이 건강하게 태어나고 안전한 보호 속에 양육되고 교육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문화가 친가족적으로 획기적으로 변화하는 한해가 되길 기원한다.
/신계용 경기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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