韜光養晦<도광양회> 드디어 때는 왔는가?

중국의 지도자 등소평이 생전에 자국민들에게 당부한 말 가운데 ‘도광양회(韜光養晦)’란 용어가 있다. “칼집에 칼날의 빛을 감추고 힘을 길러라”는 뜻이다. 구체적으로는 어둠 속에서 남모르게 실력을 기르면서 조용히 웅지를 펼 때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사회주의체제가 붕괴해 가는 주변국가들을 보면서 중국이 나아갈 노선을 적절하게 제시한 말이라고 본다. 사람의 생은 유한하다. 짧은 인생동안 인간은 보다 나은 명예와 부귀, 그리고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치열한 다툼을 한다. 어떻게 보면 도광양회는 중국인 특유의 깊이와 긴 호흡으로 목표를 위해 음험하게 뜻을 펴가는 당당하지 못한 면도 보인다. 그러나 조급하게 모든 것을 판단하고 흥분하기 쉬운 사람의 입장에서는 깊이 새길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조급하고 감정변화가 심한 점을 단점으로 생각해 왔다. 그래서 나의 생활신조도 날카로운 매의 눈으로 사물을 빨리 판단하고, 그 대신 움직임과 행동은 소가 걷듯이 우직하자는, ‘응안우보(鷹眼牛步)’와 자자손손 모두가 한 소쿠리씩 대를 이어 흙을 옮기면 언젠가는 태산도 없어질 것이라는, ‘우공이산(愚公移山)’등을 생각하며 스스로를 천천히 묵직하게 생활하자고 다짐해왔다. 그러나 잘 안된다. 쉽게 흥분하고 가볍게 판단하고 감정을 쉽게 드러낸다. 도광양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절치부심의 노력과 각고가 필요하다. 깎고 깎아서 더 이상은 찾을 수 없는 뼈 조각을 한탄할 정도로 노력하고 힘을 길러야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노력과 웅지가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힘있는 적에게 노출되어서는 안된다. 중국은 지금 도광양회의 자세로 세계 패권국가인 미국의 발톱을 실리적인 외교활동으로 잘 피하면서 신흥대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실용주의 경제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자세는 본받을만한 자세라고 본다. 가끔은 도광양회를 생각하고 자신의 칼날을 세워간다면 지금의 생활이 보다 의미있는 시간들로 다가올 것이다. 야심과 희망에 주인은 없는 법이다. 피땀어린 노력과 수많은 굴욕을 인내한 다음 이제는 되었다고 생각하고 슬그머니 자신의 칼집을 툭툭 건드려 보는 것은, 아니 그것을 상상하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흠!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어쩌면 진정한 도광양회의 자세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김우 자혜학교 교장

선택의 능력 기르기

우리의 삶은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한끼의 점심식사로 자장면을 먹어야 할지 짬뽕을 먹어야 할지 망설이는 것부터 배움의 과정에서 자신에게 알맞은 진로와 그에 따른 교과목의 선택, 직업에 대한 선택, 배우자에 대한 선택 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자장면과 짬뽕 선택은 잘못 선택했어도 그로 인한 손실이 그다지 크지도 않고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치명적인 손실을 보는 경우가 더욱 많은 게 우리의 삶이다. 그렇다면 더욱 많은 선택의 기회를 줬다고 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과연 올바른 선택의 능력을 길러 주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 집 아이들을 보면 아주 쉬운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에도 자신 있게 선택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거나 나에게 의존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그 책임이 아이들에게 있다기보다 나에게 있음을 알게 됐다. 한가지 예로 모처럼 아이와 함께 옷을 사러 갔다. 아이는 이 옷도 만져보고 저 옷도 만져 보고 입어보고 하면서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필자는 슬그머니 화가 나기 시작했다. 비슷비슷한 옷이고 다 좋아 보이는데 무얼 그리 오래 고르는지 기다리다 못해 “야, 아무 거나 빨리 사” 라고 말해 버렸고 아이는 그 중에 하나를 샀다. 집으로 오면서 아이는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고 그 옷을 입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나중에 아내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아빠가 화를 내고 재촉해 충분히 고르지 못했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아 입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제서야 아이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거의 주지 않은 채 선택을 강요하면서 아이들이 선택할 능력을 길러 주지 못했음을 알게 됐다. 그리고 선택의 기회를 줬다 하더라도 아이 나름대로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주고 도움이 될만한 자료를 제공해야 하는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이것이 비단 나와 우리 아이만의 일은 아닌 것 같다. 이제라도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와 학부모가 작은 일이라도 아이들이 선택하고 선택한 것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무엇을 왜 선택해야 하고 선택의 결과는 어떤 것이며 그에 따른 책임을 가르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 교사와 학부모는 아이의 입장에서 함께 생각하고 충분히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아이가 미처 살피지 못하는 부분의 정보까지 알려 줘야 한다. 교사와 학부모가 선택해 주는 게 더 빠르고 정확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선택하는 능력을 길러 줘야 한다. /강원춘 경기교총 회장 태원고 교장

우리문화 담긴 테마파크

봄이 되니 나들이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학교 선생님들은 아마 봄 소풍 장소를 물색하느라 바쁘실듯 하다. 예전에는 봄 소풍 장소로 고궁이나 왕릉 등이 최고로 손꼽혔는데,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요즘은 테마파크가 인기라고 한다. 롤러코스터, 회전목마, 워터파크 등 신나는 즐길거리들도 많고 사진 찍을 곳들도 많단다. 아이들 봄 소풍은 물론 가족끼리, 또는 친구나 연인 등끼리 많이 가는 나들이 명소가 바로 테마파크다. 아마도 베벌리 힐스와 할리우드 등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베벌리 힐스의 값비싼 집에 살고 있는 연예인들의 생활사는 바로 세계의 전파를 타고 이를 지켜본 젊은이들은 열광한다. 유명 배우들의 손도장이 찍힌 길바닥, 할리우드의 관광과 패션 중심가 등에 젊은이들은 매혹된다. MGM, 드림웍스, 월트디즈니 등 영화 제작사들을 중심으로 한 유니버설스튜디오는 실내세트장을 활용해 연간 영화 수백편을 찍어내고, 그 세트장을 관광명소로 공개, 관광객들을 끌어 모은다. 외국 영화를 즐겨보고 외국 음악을 듣고 외국 연예인의 생활을 동경하기 쉬운 젊은 세대가 우리 문화를 접할 기회가 점점 적어져 아쉽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우리 문화 테마파크를 만들면 어떨까. 외국에서 들여온 테마파크도 좋지만 우리 아이들의 정서에 맞는 우리만의 테마파크라면 아이들 교육에도 좋고, 가족 나들이에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특히 외국에서 들여온 테마파크는 우리 아이들이 노는 비용으로 값비싼 로열티까지 지불해야 하니 그런 측면에서도 우리 정서에 맞는 테마파크 개발이 필요하다. 도쿄나 홍콩 등지에 디즈니랜드가 생겨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중국에도 디즈니랜드가 들어선다는 소식이다. 여기에 굳이 우리까지 가세할 필요는 없다. 남들이 다하는 것으론 안된다. 우리는 우리 문화를 바탕으로 우리 아이들이 즐길 테마파크를 세우고 이를 세계인들이 이용하게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우리 것을 활용하되, 세계적인 선진기술을 접목해야 한다. 기술면에서 부족한 점은 해외 선진기술로 보완하고 개선하되, 우리의 정신, 우리의 문화가 담긴 테마파크를 만들어야 한다. 대한민국 문화와 혼이 담겨있고 “대한민국 만세”라고 외칠 수 있는 테마파크가 경기도에 세워지길 꿈꿔본다. /임병수 경기관광공사 사장

공연의 매력 ‘판타지’

필자가 지난 94년 6월 호암아트홀에서 보았던 뮤지컬 첫 작품은 남경주가 출연했던 ‘브로드웨이 2번가’이었다. 출연자들의 경쾌한 탭댄스는 둘째 치고라도 다소 과장된 것처럼 보이지만 연기하다 노래하는 꼴이란 당혹스러움과 얼토당토않음이 공연을 신나게 만들었다. 이후 1년이 지난 95년 5월 영국 런던 웨스트민트 코벤트가든에서 보았던 ‘미스사이공’은 어떠했는가? 머리 뒤통수를 두드리며 날아오는 헬기의 굉음과 그 스케일 속에서도 여주인공의 절절한 “I Still Believe”의 음률은 지금 아직도 달나라에 다녀 온 어린왕자처럼 설렘이 그대로 남아있다. 아마도 공연에서 느끼는 판타지에 빠지려는 관객들의 마음 자체가 그만큼 적극적이었기에 필자 또한 그랬던 것 같다. 수많은 공연을 접하는 필자에겐 누군가가 말했던 것처럼 “살아있는 자가 꾸는 꿈은 희망”이란 말 속에 그 꿈은 “공연”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 80년대 영국 출신 록그룹 E.L.O의 ‘Ticket to the Moon’ 제목처럼 공연이란 티켓을 들고 달나라로 떠나는 판타지여행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조명이 꺼지고 막이 오르면 자신이 속한 현실에서도 그 판타지를 망치려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무대 뒤의 모습은 사실 가관이지만 극장 안에 있는 많은 관객들은 공연시간 중에는 무대라는 곳이 범할 수 없는 신성한 공간으로 보여 진다. 그러한 판타지에 빠지려 많은 관객들이 기꺼이 스스로를 맡겨 비싼 입장료를 지불하니 말이다. 때로는 이런 판타지에 간섭함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눈앞에 보여 지는 모습이 공연이란 것을 끊임 없이 인식하게끔 해주지만 이것은 거의 예외적이고, 대부분의 관객들은 어떻게 하면 공연이란 사실을 망각하고 눈 앞의 인위적인 환상을 현실로 받아들여 완전히 몰입할 지를 고민한다. 공연을 하는 시간만큼은 나의 판타지가 이뤄지는 시간이다. 그 시간만큼은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으며 심지어는 스스로의 삶을 잃어버린다. 때로는 관객들 스스로 본인의 삶을 공연 속에 오버랩하기도 한다. 관객들은 공연을 통해 후천적으로 자기 스스로의 삶을 객관화하려 한다. 공연 속에서 관객들은 스스로 관조자가 되기도 하고 창조자가 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이다. 공연이 비록 해피엔딩이 아닐지라도 관객들의 선택에 의해 보여준 공연 자체만으로도 판타지가 갖는 설렘이고 기쁨이다. 필자 또한 주변에서 느끼는 많은 관객들과 배우들 사이에서 진행되는 공연을 보면서 스스로의 판타지 여행을 즐긴다. 내 스스로 관조자와 창조자가 되는 과정을 공연에서 찾는 게 행복이란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규찬 수원장안구민회관 프로그램 운영차장 공연기획자

박지성, 성실함 이미 세계 평정

지난 11일 찰튼 애슬레틱전에서 번개같이 나타나 쏜살같이 골망을 출렁거리게 한 헤딩골은 정말 멋있었다. 지난 17일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렸던 볼튼과의 경기에선 탁월한 ‘공간장악’ 능력으로 한 경기 두골이란 또 하나의 새로운 기록을 세워 야생마 같은 본능을 확인시켰다. 박지성은 ‘뛰는 산소탱크’라고 할만큼 종횡무진, 포지션에서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게임에 임한다. 필자가 처음 보았을 때의 촌티(!) 나는 평범한 청년 그 모습 그대로이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도와준 분과의 인연을 잊지 않고 귀국하면 바쁜 일정에도 꼭 인사를 드리는 예의바른 청년이다. 2002년 월드컵 대표선수들을 발탁할 때 히딩크 감독은 “기존의 명성에 의존하지 않고 체력, 전술, 정신력 등 핵심역량은 물론 제일 중요한 건 부지런하고 성실요건을 갖춘 선수를 선발하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가 바로 박지성이다. 지난달 노르웨이 잡지와의 인터뷰 내용 중 “맨유에서 뛴다는 게 어떤 느낌이냐”고 물으니 “긱스, 스콜스 등 전설적인 선수와 같이 호흡한다는 게 기쁘다”고 말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장기를 묻는 질문에는 “운이 좋았고 성실해 온 것이지 탁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는 된장과도 같은 친구다. 이탈리아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지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하고 있는 지난달 둘째주 유럽 베스트 11 팬투표에서 박지성이 세계 1위에 올랐다. 스카이스포츠가 선정한 ‘주간 베스트11’에도 뽑혀 또 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모든 인생사가 그렇듯 끈기있는 노력이 이 사회 모든 영역을 주도하는 힘이다. 말 할 나위 없이 수원 시민들은 박지성을 더 많이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 대개 스타들은 명성이 생기면 스캔들이 따라 다니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는 영원히 천진난만한 웃음과 성실함으로 계속 상대팀 수비수와 골키퍼의 가슴을 서늘하게 할 것이다. 지난 2005년 6월 수원에는 박지성 선수의 이름이 붙여진 ‘박지성로(路)’가 개설됐고 도로변에는 박지성 발바닥을 금빛으로 페인팅 해놓았다. 수원 시민들은 이 거리를 아끼며 박지성의 열정을 가슴에 담는다. 젊은 축구선수의 이름을 딴 도로는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느티나무, 사철나무, 장미, 벚나무 등과 잘 어우러진 훤하고 시원스럽게 뚫린 박지성 도로. 박지성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임병석 수원시 장안구청장

스포츠 7330운동 보약을 드립니다

오늘은 독자분들을 생활체육현장으로 모시기 위해 범국민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스포츠 7330운동’을 소개하고자 한다. 스포츠 7330운동이란 쉽게 말해 1주일에 3번 이상, 한번에 30분 이상 운동하자는 캠페인이다. 왜 1주일에 3번 이상인가? 스포츠 생리학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경우 우리 인체는 육체적 활동에 의해 한번 활동했을 경우 이를 지속하는 시간은 48시간(2일) 정도. 그래서 1주일 내내 운동한 효과를 얻으려면 최소한 1주일에 3번 이상은 실천해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는 1주일에 5일 이상 운동했을 때 추가적인 효과가 없다는 논리가 아니다. 건강과 관련된 효과를 생각해 볼 때 3~4일 운동이 투자한 시간에 비해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의미이다. 두번째는 한번에 30분 이상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까닭이다. 여러가지 연구한 결과 5~10분 동안 지구성 운동을 하더라도 심폐지구력이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운동 효과 측면에서 30분 이상이 더욱 효과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즉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지만 30분이 지나야 몸 안의 지방이 연소되며 운동효과를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스포츠 7330운동을 실행하기가 어렵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운동은 그다지 어려운 게 아니다. 거창한 계획도 필요없다. 언제 어디서나 아무 운동이나 그저 땀이 촉촉하게 나고 적당하게 숨찰 때까지 자신이 하고 싶은 운동을 선택해 하는 게 생활체육이고 스포츠 7330이다. 중요한 건 시작이다. 생각만 하지 말고 일단 시작, 실천해야 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걷기이다. 하루에 일정량의 거리를 걷기만 해도 된다. 미국 스포츠학회 실험에 따르면 같은 거리인 경우 뛰기 보다는 걷는 게 체지방 감량 효과에 2배 이상 나타난다. 1주일에 3회 이상 30분씩 빨리 걸었을 경우 당뇨병이 개선되고 뇌졸중 40%가 줄어 든다. 운동할 수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운동할 수 있을 때 운동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운동하고 싶어도 하지 못할 경우도 있다. 운동은 시간 날 때 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만들어 하는 것이다. 경희대 스포츠 과학연구원에 따르면 생활체육 동호인들을 대상으로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 50m달리기 등을 측정한 결과 실제 나이보다 20년은 젊게 사는 것으로 측정됐다. 꾸준한 하루 30분이상의 운동이 인생을 바꿀 수도 있고 기적에 가까운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 나이에 비해 20년은 젊게 살 수 있다. 자 이제 동장군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스포츠 7330운동에 심취해보자. /이경복 파주시 생활체육협의회장

‘길’을 되찾자

몇년 전, 어느 새터민의 ‘남한생활 충격기’를 듣고 배꼽이 빠져라 웃었던 적이 있다. 남양주 인근의 2차선 국도를 차로 달리다 한 음식점 간판을 보고 어찌나 기겁했던지 얼굴까지 벌벌 떨렸다는 것이다. 새빨간 바탕색의 커다란 입간판에는 ‘할머니 뼈다귀 해장국’이라고 쓰여져 있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한동안 국도를 달리면서 간판들을 눈여겨 보는 습관이 생겼었다. 음식점 입간판들은 위압감을 줄만큼 커다랗고, 왜 색깔은 그토록 자극적인 빨간색을 써야 하는지…. 차도까지 바짝 다가선 돌출간판은 운전에까지 위협을 주고 있다. 우리가 평소 무심코 다니는 길들은 무분별한 입간판, 제대로 뒷정리되지 않은 공사현장, 적재불량으로 도로에 쏟아져 있는 각종 건축부산물·재료, 로드킬(Road Kill)을 당한 불쌍한 동물들의 사체, 축축 늘어져 있는 전선 등으로 오염돼 있다. 여기에 굉음을 울리며 달리는 ‘폭주’ 화물차들이 남긴 흉물스런 타이어 자국과 인권문제까지 들먹이게 만드는 ‘착하고 예쁜 베트남 처녀, 도망가지 않는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따위의 플래카드까지 가세하면 더 이상 한적하고 예쁜 시골길, 운치 있는 드라이브 코스가 아닌 난장판으로 변해 버리는 것이다. 유럽이나 일본 등지를 가보면 거리와 도로가 깨끗한데다 차분하고 정돈된 느낌을 받는다. 우선 자극적인 간판이 없기 때문이다. 도로변 간판의 크기, 색깔, 설치 장소 등에 대한 엄격한 규제는 도로환경과 미관에 필수적이며 가장 기초적인 요소다. 길을 되찾자. 아름다운 길은 어느 한가한 휴일의 오후, 가족이나 친구 또는 연인 등과 함께 느긋한 드라이브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만 필요한 건 아니다. 우리는 많은 시간을 도로에서 보낸다. 빨리, 편하게, 곧게 가기 위한 기능과 용도로만 도로를 생각해선 곤란하다. “시골길, 과수원길, 고향 가는 길” 등이라고 말할 때의 그 정감(情感)어린 ‘길’을 우리의 도로에 구현해 보자. 당장 그 괴물 같은 간판들만 고쳐도 길의 아름다움은 ‘확’ 살아날 것이다. ‘지나다니기 위한 선(線)’을 ‘달리며 즐기는 풍광(風光)’으로 바꾸기 위해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 보자. /박용철 한국농촌지도자 경기도연합회장

신발 벗는 아이들

얼마 전 필자는 경기도교육청의 지원과 학교를 후원하시는 분들의 도움을 받아 학교 교육환경 개선사업을 했다. 가장 역점을 둔 것은 학교 급식실 리모델링과 교실바닥 공사였는데, 급식실의 식탁들을 모두 가정용 식탁으로 교체하고 초등부 일부 교실 바닥을 나무재질 타일로 바꿨다. 식탁을 바꾸면서 식탁 위에 유리까지 깔았는데 우리 장애학생들의 특성상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선생님들의 우려와는 달리 학생들은 자기들을 위해 깨끗하게 갖춰진 식당환경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전보다 더 조용한 태도와 의젓한 자세로 식사를 하는 것이었다. 어느 선생님이 웃으면서 들려 준 이야기가 있다. 한 학생이 새로 꾸민 교실에 들어가려다 말고 갑자기 실내화를 벗더라는 것이다. 학생의 눈에는 전보다 깨끗하게 단장된 교실 바닥이 집안처럼 보였었나 보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신발을 벗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은 학교시설들을 새롭게 지어진 민자사업학교(BTL) 수준으로 상향 개선하는 학교시설 평준화사업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오는 2014년까지 모두 3조2천여억원을 들여 지난 2000년 이전에 설치된 노후된 부대시설 1천530곳을 교체하고 필요한 시설들을 신설하기로 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우선 올해부터 오는 2009년까지 4천여억원을 투입해 관련 사업들을 추진하는데, 특별히 올해는 400억원을 들여 특수교육진흥법에 의거한 장애인 편의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학생용 책걸상을 교체한다. 이러한 고무적인 사업이 잘 추진되면 장애인 복지는 구체적으로 구현돼 특수교육 서비스의 질은 향상되고 장애학생의 필요와 요구에 부응하는 최소한의 교육환경은 갖춰지리라고 기대한다. 바람이 있다면 귀한 시민들의 세금을 바탕으로 한 사업이 보다 효율적으로 잘 추진돼 전시행정이 아닌, 장애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최적의(Optimal and Amenity) 교육환경을 갖추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머지않아 우리 아이들은 품격높은 학교 식당에서 식사한 후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교실에 들어설 것이다. 그리고 키 높이에 맞는 편안한 책걸상에 앉아 열심히 학업에 열중할 것이다. /김우 자혜학교 교장

내면의 아름다움 막사발

필자는 찻잔을 접하면서 청자나 청화백자와 같이 겉이 매끈하고, 아름다운 학이나 구름이 그려져 있어 선뜻 눈에 들어오는 것도 아닌 투박하고 거친 막사발이 왜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었다. 그러던 중 茶會를 주관하는 일본 차도선생이 투박한 찻잔을 너무나 소중히 다루는 것같아 그 까닭을 물어 보았다. 그런데 그 선생이 설명하는 조선찻잔에는 그러한 대접을 받고도 충분히 남음이 있을 정도로 많은 의미와 가치가 담겨져 있었다. 조선찻잔의 아름다움은 외적인 아름다움 보다는 내적인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이다. 도자기를 사람에 비유한다면 청자나 백자는 어린아이가 입은 알록달록한 색동옷처럼 겉으로 보기에는 아름다운 것이지만 성숙된 어른은 결코 색동저고리 같이 화려한 색상이나 그림이 있는 옷을 좋아하지 않는다. 또 도자기를 계절로 비유하면 청자나 백자는 화려한 봄으로 비유할 수 있지만 분청다완은 쓸쓸하고 고적한 가을로 비유할 수 있다. 그러나 계절 중에는 봄보다 가을이 성숙된 것이며, 계절의 완성을 상징하는 것도 가을인 것이다. 그러니까 다도를 함에 있어 있어서도 깨끗하고 화려한 청자나 백자찻잔보다는 외관적으로 비록 거칠고 투박해 보이지만 단순한 차를 마시기가 아닌 다도를 함에 있어서는 분청다완이 더 격조가 있고 어울린다는 것이다. 도를 닦는 스님은 결코 세인들처럼 화려한 옷을 입거나 화려한 그릇을 사용하지 않는다. 세인이나 지적 성숙도가 낮은 사람이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것을 찾는 것이다. 성철스님은 비록 누더기 같은 옷을 입고 살았지만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정신적인 존경을 받았다. 성철스님이 만약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옷을 입었다면 과연 그토록 존경받는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러니까 화려하고 기교적인 미는 세속에 가까운 것이고, 자연스럽고 소박한 미는 도를 생각하는 성숙된 가치에 가까운 것이다. 조선찻잔은 청자와 같이 누구에게 보이기 위하여 인위적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기교를 부리지 않아 가식이나 거짓이 없다. 無心無作(무심무작)의 아름다움, 아름다움(美)이나 추함(醜)을 초월한 예술성을 가지고 있다. 즉 조선다완에는 가장 자연스러운 진실미가 담겨져 있으며, 이러한 예술에서의 진실미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서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 예술미의 최고의 기준이 될 것이다. 조선다완은 바로 이러한 내면적 예술미의 핵심인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것이 아닐까. /윤준식 신협중앙회 인천경기지역본부장

지역 기업의 이웃사랑 외면

최근 공익광고에서 만난 한 연예인의 나눔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면 음식 만들 때 조금 더 해서 나누고,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면 얘기가 그리운 사람을 찾아가고 …” 사랑과 나눔에 대한 쉬운 방법을 알려주는 것 같아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러나 정작 개인을 비롯한 기업 등 지역사회의 의식과 실천은 어느 정도나 될까?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2005년과 2006년도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총 모금액은 각각 64억4천여만원과 72억300여만원으로 서울의 3분의 1, 경기의 2분의 1 수준이라 한다. 그러나 모금액 통계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인천세관, 인천공항세관, 농협중앙회 인천본부, 한국씨티은행 인천시청지점, 한국토지공사 인천본부, 인천시도시개발공사 등 공공 영역을 담당하는 기관들의 기부 실적이 30억원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의 기부 실적이 눈에 띄긴 하지만 대규모 개발사업을 통해 챙겨가는 건설업체들의 막대한 개발이익과 대형 유통업체들의 매출성장에 비해 기업들의 인천 사랑은 초라하지 그지없다. 지역에서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기업들은 ‘가져갈 것’에 대해 재빠른 반면 ‘내놓을 것’에는 인색한 채 사회적 책무에 대해서도, 소외된 취약계층을 돕는 측은지심(惻隱之心)에도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그네들만의 이유는 있다. “본사에서 모든 일을 처리하기 때문에 지침이나 계획이 나오지 않는 한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 그 것인데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의 경지이자 궁색하기 짝이 없을 뿐이다. 이윤은 ‘지역’에서 챙기고 나눔은 ‘중앙’에서 한다면 지역주민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다한다고 볼 수 있을까 반문할 일이다. 이제 사고방식을 바꿔 지역사회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했다면 그 부가가치를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시스템과 마인드를 가져야 할 것이다. 기업이 지역사회와 함께 할 때만이 신뢰와 애정을 바탕으로 동반 성장할 수 있고 기업의 지속적인 경영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더불어 기업의 기부문화 만큼 시민들의 참여도 중요한 실천과제이다. 미국은 전 가구의 86%, 가계소득의 3.1%에 해당하는 금액이 자선활동에 기부되고 있으며, 영국 역시 전 국민의 70%이상이 1파운드 이상의 자선적 기부활동을 하고 있다 한다. 기업 부가가치의 지역 환원과 시민들의 일상적 기부문화가 만날 때 사회양극화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본다. /강경하 인천경실련 사무국장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대립을 정부는 언제까지 수수방관할 것인가

지난 8일 대전시의회에서 소위 수도권 규제완화를 저지하기 위해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을 제외한 비수도권 13개 광역 및 기초의회 의장단 대표들은 지역균형발전 지방의회협의회를 창립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대결 양상으로 국론 분열을 야기·조성하고 있는 노무현 정부는 현재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과연 균형발전이란 허울 좋은 정책에 언제까지 서민들이 속고만 있어야 하는가. 지난 82년부터 수도권 정비계획법과 공장총량제 등을 통해 수도권 규제 완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한국과는 달리 프랑스, 영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앞다퉈 국가 경쟁력의 원천인 수도권 규제를 철폐하는 경제정책을 펴고 있다. 이 결과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지역개발 패러다임은 이미 완전히 바뀌었다. 경쟁적인 지역개발에서 특성화된 지역개발로 전환됐다. 낙후지역의 개발은 앞선 지역이 갖지 못하는 새로운 영역을 찾아 특화함으로써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패러다임 하에서 정부의 역할은 낙후지역이 스스로의 틈새시장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것이 실현될 수 있도록 권한과 재원, 그리고 인력 등을 지원해 주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정부가 진정으로 지역개발의 새로운 장을 열기를 원한다면 지역개발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수도권을 보는 정책당국자들의 눈높이가 수도권-비수도권 구도의 획일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의 경쟁 상대국인 일본과 중국 등의 수도권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열린 시각을 가져야 한다.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진지하게 우리의 수도권이 도쿄권에 비해 무엇이 모자라고 수도권이 상하이권에 비해 어떤 부문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가를 검토해야 한다. 우리의 수도권이 도쿄·상하이권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한 동북아 중심국가 실현은 불가능하다. 일본과 중국에서의 수도권-비수도권 격차가 우리보다 결코 낮지 않은데도 이들 나라들은 수도권 규제는커녕 오히려 수도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이렇듯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계 정세 속에 국가균형발전이란 궤에서 언제까지나 대안없이 수도권-비수도권이라는 국가 발전에 조금도 도움이 안되는 대립에서 수수방관할지 참 안타까운 일이다. /함진규 경기도의회 한나라당 대표의원

중·저가 숙박인프라 조성해야

길거리에서 외국인들을 만나는 건 흔한 일이다. 그리고 외국인들이 길을 물으면 스스럼없이 안내해 주는 장면을 보고는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모두들 친숙하고 다정하게 대해주는 것을 보면 관광을 즐기는데도 거의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가끔 큼직한 배낭을 메고 다니는 외국인 여행자들을 보면, 저들은 어디에 숙소를 정했을까, 한국을 여행하는 게 힘들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나라들처럼 유스호스텔이 특별히 활성화된 것도 아니고 요즘 내국인들 사이에 붐인 펜션 이용도 만만치 않을 터, 묵을만한 숙소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서울 도심에 자리 잡은 수십만원대 고가 비즈니스호텔은 물론 중·저가 호텔까지도 우리나라 문화와 자연을 저렴하게 즐기러온 외국인들에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불친절, 언어소통의 한계뿐만 아니라 말 못할 관광호텔 현실은 우리를 정말 걱정스럽게 한다. 문화관광부는 외국인 관광객 1천만명 유치를, 서울시는 1천200만명 유치를 목표로 열심히 뛰고 있는 가운데 중·저가 호텔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외래 관광객 유치를 위한 0순위가 바로 중·저가 숙박 인프라의 조성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지금 경기도는 특급 호텔은 물론 중·저가 호텔도 부족한 편이다. 단기간에 좋은 숙박시설을 마련하긴 어렵기에 팜스테이, 템플스테이, 홈스테이, 펜션, 민박 등 대체숙박시설들을 개발하고 있고 그 반응 또한 좋은 편이지만 다양한 관심사를 지닌 외국인들을 매료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외국에선 어떻게 호텔을 육성하고 있을까. 외국의 숙박실태를 살펴보면 고가의 비즈니스호텔은 시내 중심가에 위치했지만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한 관광호텔은 외곽에 집단화돼 있다. 집단화된 호텔은 개인, 가족, 친구, 동호인끼리 나이트라이프를 즐기기에도 유리하다. 경기도 관광의 미래도 이 점에 착안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가 체류형 관광시대를 열기 위해선 중·저가 숙박 인프라의 확충이 긴요하다. 실제 경기도 전역에는 최소한도 8천~1만실 안팎의 숙박시설들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객실의 80% 정도는 내국인이 사용하고, 20% 정도는 외국인이 사용할 수 있는 숙박단지를 마련해 내·외국인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구상해야 한다. 숙박의 패턴도 완전히 바꿔야 한다. 그러나 한 두 기업이 집단화된 숙박단지 조성에 뛰어들긴 어렵다. 투자비용이 문제다. 이런 면에서 국유지, 도유지, 시유지 등을 활용해 중·저가 건립 부지를 지원한다면 얘기가 다르다. 콘도, 수련원, 펜션 등 개별화된 숙박시설에서 한걸음 나아가 나이트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집단화된 중·저가 숙박단지 건립을 적극 검토할 때다. /임병수 경기관광공사 사장

부모는 자녀의 거울

‘교육’이란 말 속에는 보통 가정교육, 학교교육, 사회교육 등이 포함된다. 이 세가지 교육이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서로 조화를 이뤄야 바람직한 교육이 이뤄진다고 한다. 그런데 이중 가정교육이 차지하던 자리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한지 오래됐고 세가지 교육의 조화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가정교육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은 부모라고 할 수 있다. 부모와 자녀가 가정이란 울타리 속에서 함께 먹고 잠자고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게 가정교육이다. 그래서 가정교육을 달리 ‘밥상머리 교육’이라고도 한다. 함께 밥을 먹으면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녀의 모습을 보고 식사 습관이나 말씨를 고쳐주고 의논의 상대가 돼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가족 구성원은 모두 바쁘기만 하다. 분명히 한 지붕 아래에 살고 있는데도 혼자 살아가는 것만 같다. 각자 일어나는 시간, 밥 먹는 시간, 먹는 음식 등도 다르고 더욱이 함께 하는 문화는 드물기만 하다. 이렇게 서로 엇갈리기만 하는데 언제 부모와 자녀가 한 자리에 모여 대화가 이뤄지고 밥상머리 교육이 이뤄질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각자의 생활을 모두 무시한 채 한 자리에 모이길 강요할 수도 없다. 가정교육이 채워야 할 몫이 분명히 있는데 어떻게 해야만 할 지 걱정이다. 언어에 의해 사람의 의식과 태도가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거칠고 부정적인 언어를 많이 사용하다보면 자연히 사람의 의식과 태도도 비딱이가 된다고 한다. 요즘 아이들의 말씨가 곱지 않고 태도가 거칠다고 한다. 과연 아이들의 말씨와 태도만 문제가 있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부모의 말과 행동, 살아온 삶의 모습 등이 자녀에게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볼 거울이 돼야 하는데 정확한 거울이 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가정교육에서 부모는 자녀에게 존중의 대상이며 모방의 대상이 돼야 한다. 물론 과거에 비해 가정교육 비중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학교교육과 사회교육의 출발점이 돼 교육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가정교육 몫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부모의 자리가 매우 중요하다. 부모는 아이들의 거울이다. 흐려진 거울은 정확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무엇이 잘되고 잘못됐는지 확인할 수 없게 만든다. 아이들을 탓하기에 앞서 다시 한번 아이들의 교육을 생각하며 부모의 거울을 닦아야 할 것이다. /강원춘 경기교총회장·태원고 교장

산악자전거 예찬

둥근 두 바퀴에 의해 굴러가는 자전거에 대한 추억은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필자는 산악자전거를 타면서 인생을 배웠고, 산악자전거는 인간에게 삶과 균형을 느낄 수 있는 멋진 생활체육이라고 생각하기에 필자만의 자전거 예찬을 하고자 한다. 산악자전거는 첫째, 모든 일에 준비하는 습관을 키워준다. 사전에 체력·장비·날씨 점검을 통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안전하고 즐거운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둘째, 경제적이고 항상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다. 자전거만큼이나 현관문을 나서면서부터 운동이 시작되는 생활체육도 없다. 어디를 가도 돈을 요구하는 곳이 없다. 셋째, 나만의 자유로움이 있다. 안장에 올라 페달을 밟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자신감도 느껴진다. 넷째, 도전과 모험심 등을 길러준다. 길이 아니더라도 좋다. 두 바퀴만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어디든지 좋다. 필자는 물론 대다수 마니아들은 새로운 길을 좋아한다. 남이 다니지 않은 길, 길이 아닌 길을 돌아다닌다. 그렇게 새로운 코스를 개발하고 새로운 난이도에 도전한다. 다섯째, 자전거는 정직하다. 멈추면 쓰러지고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쓰러지지 않는다. 아무리 높은 경사도라도 페달을 조금만 움직이면 쓰러지지 않을 수 있다. 쓰러지지 않기 위해 늘 움직여야 한다. 목표를 위해 멈춤이란 없다. 여섯째, 과욕을 용납하지 않는다. 간혹 레이싱과 업힐에서 욕심을 너무 부려 오버 페이스하는 경우가 있다. 오버 페이스하는 순간 구토와 현기증으로 숨이 멈출 것만 같은 고통이 따라온다. 인생도 욕심이 앞서면 고통이 따라온다. 일곱번째, 고통 속에 은근과 끈기 등을 길러준다. 장거리 라이딩은 로드·임도·싱글코스를 달린다. 로드에선 지구력, 임도에선 순발력, 싱글에선 유연성 등을 갖고 고통 속에 은근과 끈기 등이 몸에 배어간다. 여덟번째, 정상에서의 만족감은 그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희열감을 느낀다. 도저히 못할 것 같으면서도 고통 속에 해냈다는 만족감은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보낸다. 아홉번째, 신체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다리와 심장과 폐 등을 튼튼하게 해주는 유산소운동이다. 필자는 무릎이 아파 자전거를 타기 시작, 무릎이 튼튼해졌고 폐활량을 높이기 위해 담배를 끊었다. 담배가 폐에 미치는 영향을 절실히 느꼈다. 아무튼 자전거는 재미있다. 일단 자전거를 타보자. 무엇보다도 자전거는 재미있다. 자전거는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자전거를 타고 느끼는 산, 강, 개울, 논, 밭 등 자연은 아름답다. 별다른 세상을 만난듯한 느낌이 든다. /이경복 파주시생활체육협의회장

神의 아들이 된 윤 하사

“넌 지금 우리 곁을 떠나지만 너의 환한 미소와 따뜻한 가슴은 우리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숨쉴 것….” 지난달 27일 아프가니스탄 바그람기지에서 자살폭탄테러에 희생된 다산부대 윤장호 하사 영결식에서 특전사 입대동기가 낭독한 조사 글 중 일부이다. 윤 하사는 넓은 세상에 공부하겠다고 중학생의 몸으로 홀홀단신 미국으로 건너가 온갖 시련을 극복해가며 대학까지 마치고 11년만에 귀국했다. 더욱 기특한 일은 ‘지옥훈련’이라고 하는 특전사에 자원 입대한 것이다. 이 시대에서 보기 드문 이런 훌륭한 청년이 세상을 홀연히 떠났다. 참으로 아깝다. 70년대 필자가 결혼할 시기에는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국가시책에 따라 보통 가정에 하나, 둘의 자녀가 고작이었다. 이때부터 경제가 급속히 발전한 시기여서 자식들에 대한 교육열이 ‘과열’이라고 할 정도로 뜨거웠다. 대가족제도 하에서 어려운 시기를 겪은 부모들의 눈물겨운 삶이 자식에 대한 과열교육으로 변형된 것이다. 그러나 잘못된 교육열은 자식들에게 물고기를 잡아주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게 그리 힘들고 어려운 것인가. 요즘 마마보이니 티처보이니 자기 주관대로 하지 못하는 의존형 청소년들이 많다고 한다. 유명 스포츠 선수나 유명 연예인들이 군입대를 기피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일도 있었다. 지금도 군에 가는 것을 그리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일부 젊은이들이 있다고 들었다. 남이장군이 약관 20세 이시애의 난을 평정하고 올라오는 길에 백두산에 세운 평정비 ‘북정가(北征歌)’중 이런 시귀가 있다. ‘남아이십미평국(男兒二十未平國)이면 후세수칭대장부(後世誰稱大丈夫)리요!’ 남아 20대에 나라를 평안하게 하지 못하면, 후세에 누가 대장부라 부르겠는가? 참으로 호쾌한 시다. 연약한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젊은이들이여. 국가가 우리에게 무엇을 해 줄 것인가 생각하기 전에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자. 정보화시대인 요즘 천라지망(天羅地網)같은 네트워크 속에서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얻은 세대들은 성인이 돼도 국가관이나 협동정신, 봉사정신, 희생정신, 폭 넓은 공동체 정신 등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부 부모들은 군복무를 통해 이런 것들을 경험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이런 면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허약한 젊은이들에게 많은 교훈과 메시지를 남기고 간 윤장호 하사! 천국에 가더라도 마마보이, 티처보이, 마음이 허약하고 정신적으로 타락한 젊은이들을 굽어 살펴 주시라. 조국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이들이 순수하게 자라 무지개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보살펴주시라! /임병석 수원시 장안구청장

자투리 공간 시간 예술

아마도 우리나라에 예술 공연의 관객개발에 대한 필요성은 지난 90년 중반부터 이뤄졌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현재까지도 관객들에 대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노력은 미흡한 실정이다. 원래 예술문화작품의 관람 수요는 가격(입장료)에 대해 비탄력적이다. 그것은 공연료가 고비용일지라도 관객들이 기꺼이 지불할 수 있음이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과 아이를 돌보는 주부에게는 시간적 제한으로 관람의 접근이 어렵다. 예술가의 창작우수성과 심미성을 아무리 내세우더라도 관객들은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공연이나 미술작품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 열쇠는 문화적 향유를 위한 자연스런 교육과 체험을 통하는 관객개발이라는 유연한 접근방법을 모색해야 함이다. 이것이 문화향수자인 관객들로 하여금 예술작품에 대한 이해의 접근과 예술창작자의 접근을 가깝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문화시설을 운영하는 문화행정가는 그 지역의 관객들인 지역주민들에 대한 문화예술의 향유는 “이젠 공연장이 있으니, 전시장이 있으니 오세요”라는 수동적이고 다소 권위적인 방법으로는 해결되지 않을듯 싶다. 지역의 공간과 관객들의 시간문화를 읽는 노력을 해 봄직하다. 우리는 새롭게 지은 자치단체 청사 및 개발중인 공원 등 자투리가 있는 공간에, 그리고 자투리 시간에 우리 시민들의 살아있는 문화정체성을 만들어 가는데 소홀하면 안 된다. 그곳에 우리의 아마추어 예술애호인들이 스스로 즐기는 공간과 시간을 제공해 주고, 그 지역의 전문예술인들은 창의성과 예술적 우수성을 시민들과 함께 참여하는 공간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러한 소통의 노력이 절실한 실정이다. 문화선진국을 예로 들면 비전문 아마추어 예술애호가들이 거리의 악사로 출현하고 지하철을 전시장으로 만드는 문화예술의 공간확대를 꾀하고 있다. 비근한 예가 자투리 공간, 자투리 시간에 하는 공연인 정동극장의 정오음악회, 예술의전당의 11시 음악회, 경기도 문화의 전당이 하는 브런치음악회, 그리고 지하철에서 하는 공연무대 등이다. 최근 용인시청사에서 열리는 ‘도시락음악회’가 앞으로 더욱 빛을 발하리라 생각한다. 바로 그것이 지역문화 공간을 자위적으로 만들지 않더라도 지역사회의 직접적인 관심사와 예술간의 연결성을 창조함으로써 그들 스스로가 해결책의 일부가 될 수 있을 것이며 더 나아가 지역주민들의 문화의 상대적 욕구를 해소하고 예술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이러한 접근은 우리가 생각하는 예술문화의 지역 공간 효율성을 높인다는 의미도 있다. /이규찬 수원장안구민회관 프로그램 운영차장 공연기획자

성공적인 지역농산물 축제

파주의 ‘장단콩축제’, 이천의 ‘쌀문화축제’, 여주의 ‘진상명품전’, 안성의 ‘바우덕이 축제’ 광주의 ‘토마토 축제’ 등은 경기도의 대표적 지역별 농산물 축제다. 지역농산물 브랜드화에 이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기에 각 시·군은 축제 성공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장단콩축제는 지난해 11월17~19일 3일동안 75만명 이상의 방문객들이 다녀가며 58억원의 농·특산물 판매실적을 올렸다. 행사장 여기저기에선 다른 시·군에서 이를 벤치마킹하려고 달려 온 관련자들의 얼굴이 눈에 띄었다. 파주시의 성공요인으로는 우선 장단콩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와 임진각광장이란 천혜의 행사장소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지역농산물축제의 성공이 꼭 ‘상품의 질이 좋아서’나 ‘넓은 행사장소가 확보 돼서’만 달성되는 건 아니다. 장단콩축제추진위는 철저히 ‘소비자’의 시각에서 행사를 준비했다. 우선 그 많은 인파가 몰려다니는데도 전혀 번잡하지 않았다. 활기차고 번화하고 떠들썩한 축제분위기는 느낄 수 있으되, 이리 저리 치이는 느낌은 없는 쾌적한 동선(動線)이 확보됐던 것이다. 이는 추진위가 각 판매부스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화장실, 식당 등의 편의시설 위치를 적절히 배치했기 때문이다. 버스에 현금인출기를 장착한 이동식은행을 가동해 소비자의 불편을 없앴고 신용카드를 이용한 상품구매도 지장이 없었다. 행사장 수십㎞ 전부터 도로마다 큼지막한 안내표지판을 설치했고 운전자가 다소 당황할만한 교차로 등에는 예외 없이 길 안내 도우미들이 나와 있었다. 행사장 내 판매 상품들은 사전에 철저한 품질인증을 거쳐 추진위원장의 직인을 찍어 품질을 보증한다. 좋은 상품, 쾌적한 공간, 임진각을 연계한 관광자원이라는 하드웨어에 친절한 판매원, 원활한 행사 진행, 고급백화점식 서비스 마인드라는 소프트웨어 등이 결합된 파주의 장단콩축제는 이제 명실 공히 명품브랜드축제로 자리를 매김한 것이다. 자치단체별로 매년 벌이는 지역행사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저기서 하니까 우리도 하고, 그저 예산에 편성됐으니까 연례성으로 하고, 단체장이나 국회의원·시의원들이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자리 정도로나 인식하고, 엉성한 준비로 주변 주민들에게 교통체증이나 소음으로 짜증이나 유발하는 행사라면 지양해야 한다. 철저한 준비로 주민들의 세금이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지역축제는 대부분 가을에 열리지만 준비는 지금쯤부터 해야 한다. 모름지기 파주시에서 한번 배워 볼 일이다. /박용철 한국 농촌지도자 경기도연합회장

캐나다의 韓人신용협동조합

신협은 세계적인 조직이다. 그 조직을 워큐(WOCCU)라고 부른다. 아시아를 비롯해 유럽,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을 비롯해 아프리카에도 신협이 있다. 아시아만 해도 우리를 비롯한 일본, 대만, 태국, 스리랑카 등지에 신협이 있다. 물론 한국신협도 워큐의 회원국이다. 한국신협은 미국과 캐나다 다음으로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자산규모를 갖고 있다. 이번에는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韓人신협(Sharons Credit Union)을 소개하고자 한다. 밴쿠버 韓人신협은 우리나라 사회의 관습과 문화를 모르는 시중 금융기관으로 인해 불편을 겪는 교포 5만명과 유학생 그리고 관광객 등 3만명을 위해 韓人들에게 적합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88년 자본금 10만 캐나다달러로 주정부 재무성의 특수법인으로 인가됐고 업무는 그 다음해부터 시작됐다. 이후 다양한 금융서비스로 韓人사회의 경제활동을 지원해주고 다양한 지역사회 개발사업과 청소년후원사업 등을 통해 韓人사회의 경제·사회·구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는 청소년 후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경기도의 농촌신협 조합원 자녀 3명을 밴쿠버 韓人신협에 초청, 세계 여러나라 청소년들과 캠프생활을 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밴쿠버 韓人신협은 캐나다 시중은행과 똑같은 금융상품과 은행서비스 등으로 은행권과 상호 교환하고 경쟁하면서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지역사회와 조합원 등에게 환원하는 캐나다의 공익금융기관 중 하나이다. 밴쿠버 韓人신협은 15% 이상의 지속적인 성장과 함께 우량한 재무구조로 북미주 韓人신협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지난해 결산 결과 총자산이 1억9천만 캐나다달러(한화 약 1천500억원), 자본적정률 17.48%, 지불준비율 16.89%, 평균자산수익률 1.37%, 연체율 0.1% 등을 기록했다. 영업 20년차인 내년말까지 조합원 1만5천명, 자산성장 3억 캐나다달러 등을 계획하고 있으며 지난달 다섯번째 지점을 개점했다. 아무쪼록 밴쿠버 韓人신협이 근검과 협동정신을 고양하고 韓人사회 전반의 경제활동을 지원해주며 나아가 민족자본 형성의 기반을 조성하고 민족적 자존과 긍지를 세워가며 우리의 고유문화를 창달하고 고수하는데 그 역할을 다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윤준식 신협중앙회 인천경기지역본부장

무릎 꿇은 시동

신음류(新陰流)는 일본특유의 검술유파로 하나의 자세와 기술을 고집하지 않고 유유히 흐르는 물과 같은 천변만화의 변화를 기본 정신으로 하고 있다. 아울러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읽는 능력을 매우 중시 여겨, 스스로 먼저 공격하는 것을 하책으로 보고 상대를 먼저 움직여, 즉 적에게 먼저 앞을 내게 해 이기는 것을 추구한다. 야규 무네노리는 17세기 신음류검술학교에 속한 당대 제일의 뛰어난 사무라이였다. 그는 어느 봄날 벚꽃을 감상하며 한가롭게 정원을 걷고 있었다. 그의 뒤로는 당시의 관습대로 시동 하나가 칼을 빼든 채 뒤를 따르고 있었다. 갑자기 무네노리가 위험을 느끼고 멈췄다. 그리고는 주위를 살펴봤으나 아무런 이상한 조짐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그는 집에 돌아와 기둥에 등을 기댄 채 기습에 대비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시동이 그 이유를 물으니 무네노리는 자신이 틀림없이 위험을 느껴 대비했는데 자신의 예측이 빗나간 것 같다고 무인으로서 부족한 점을 한탄했다. 그러자 갑자기 시동이 땅에 엎드려 고백했다. 주인이 벚꽃구경에 빠져 정신이 없는 것을 보고 자기가 뒤에서 벼락같이 급습하면 아무리 뛰어난 검객이라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제 신학기가 시작됐다. 긴 방학동안 학생들은 가정과 지역사회 등에서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평소 학교생활에서 익히지 못한 것들을 많이 배운 가운데 뽀얗게 살이 올라 교정에 들어선다. 장애학생들은 일반적으로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의사소통능력이 부족한 편이어서 자신의 필요나 요구를 나타내거나, 혹은 또래들과 사회적 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감정표현이 서툰 경우가 많다. 그래서 특수교육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은 이러한 면을 잘 감안,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세밀하게 살펴 교육활동을 전개하는, 무서울 정도로 학습자에게 집중하는 자세와 능력을 길러야겠다. 그런 다음 정교하게 구안된 개별화된 교육(IEP)을 전개해한 한다. 학생에 대한 치열한 몰입과 집중은 장애학생에 대한 또 다른 형태의 사랑이자 관심이고 교육이다. 우리의 진정성있는 집중력은 학부모를 위시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지원을 넉넉하게 이끌어 낼 것이다. /김우 자혜학교 교장

될 성싶은 떡잎만 기르랴?

배추나 무를 심을 때는 솎아버릴 것까지 계산하고 씨앗을 넉넉히 뿌린다. 그리고 떡잎을 보며 여러차례 실하지 못한 건 솎아 버리면서 크게 자랄 수 있는 것만 남긴다. 떡잎부터 실한 게 다른 것보다 잘 자라기 때문이다. 농사를 지을 때는 대개 이 원칙을 따른다. 하지만 ‘사람 농사’, 즉 ‘교육’의 경우에는 이 원칙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그동안 많이 보아 왔다. 공부 잘하는 사람, 뛰어난 특기를 지닌 사람, 말썽부리지 않는 사람 등만 가려 뽑아 가르치지도 않고 솎아 버릴 것까지 생각하고 넉넉히 뽑지도 않는다. 공부 못하고 별다른 재능도 없고 심심찮게 말썽을 부리는 녀석이라고 실하지 못한 떡잎 솎아 내듯 할 수 없다. 배추나 무는 성장을 예측할 수 있지만 사람의 경우는 성장을 예측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은 배추나 무의 떡잎이 아니다. 오늘 공부 잘하다가 내일 공부 못하기도 하고, 별다른 재능이 없는 것 같다가도 깜짝 놀랄 재능을 발휘하기도 한다. 나무랄 데 없는 모범생이 기가 막힐 말썽을 피우기도 하고 말썽만 골라가며 부리다 언제 그랬냐는듯 반듯해 지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 농사는 될 성싶은 떡잎도 기르고 될 성싶지 않은 떡잎도 버리지 못하고 기르는 것이다. 실하지 못한 떡잎을 솎아 버리는 일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될 성싶지 않은 떡잎에 애정을 느끼고 무엇 때문에 잘 자라지 못하는지 살펴가며 알맞은 토양과 거름을 주고 병충해를 막아 주며 한포기 배추와 무 등으로 키워내는 사람이 정말 유능한 농사꾼이다. 우리 교육현장에는 이같은 유능한 농사꾼들이 필요하다. 유능한 농사꾼인 교사는 될 성싶은 떡잎은 끝까지 잘 자라도록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울타리가 돼 준다. 될 성싶지 않은 떡잎은 더 많은 눈물과 땀을 쏟으며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보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쓴다. 특히 될 성싶지 않은 떡잎일수록 쉽게 포기하지 않고 더디더라도 참고 기다리는 인내심을 발휘한다. ‘한줄 세우기 교육’에서 ‘여러줄 세우기 교육’이나 ‘수준별 교육과정의 도입’ 등으로 변화된 것도 이처럼 사람 농사에는 예측할 수 없는 변화와 결과가 있기 때문에 떡잎의 상태에 따라 좋은 조건과 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한 것이다. 이같은 교육의 변화가 성공적으로 시행돼 모든 떡잎들이 커다란 나무와 아름다운 꽃을 피우도록 하려면 유능한 농사꾼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 /강원춘 경기교총회장 태원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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