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오블리주’의 送舊迎新

김형수 (사)한국삶의질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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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봉사정신 실천으로 유럽사회 상류층 의식과 행동을 상징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귀족의 품위가 모든 사람과 사회를 일으키는 힘으로 작용한다는 의미이다. 세밑을 앞두고 나누는 기쁨이 두배의 행복으로 쌓여가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나눔경영과 기부경영 등이 국내·외로 확산되고 있다.

올해 세계의 인물로 화제가 된 세계 두번째 갑부 워런 버핏 회장은 자기 재산의 85%인 370억달러를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200억달러를 기부한 세계 최고의 갑부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버핏의 기부 재산을 중심으로 자선재단에 전념하기 위해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버핏을 뒤이어 홍콩 배우 성룡, 영국의 뮤지컬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 아시아 최고 부자 청쿵그룹의 리카싱 회장 등이 사회로부터 번 돈을 내놓았다.

우리 사회에선 소액기부자가 증가하고 있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시민 가운데 68.6%가 “기부 경험이 있다”고 대답, 해마다 기부지수가 상승하고 있음을 반영했다. 높은 사회적 신분이 아니더라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기부문화의 성장이다. 또 다른 나눔의 정신은 이웃에 대한 사랑과 봉사이다. 인도 캘커타 빈민촌의 어머니로 생을 마친 마더 데레사 수녀와 같은 베품의 삶이다.

스테파니 브라운 미시간대 교수팀은 다른 사람을 돕는 노인이 장수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자아정체감 이론의 대부인 에릭슨은 “베품과 배려로부터 얻게 되는 인생의 생산성이야말로 자아실현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인생에 대한 참된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노년기는 이웃에 대한 관심이냐, 아니면 자신의 욕구에 더 몰입했느냐에 따라 인생의 가치가 완전해 질 수도 있고 절망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가진 자들이 더 자신의 이익과 편익에 몰두하는 일반적 사회 풍토에 비춰 보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확산해야 할 범주이기도 하다.

“나는 행복합니다. 그대들도 행복하십시오”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선종 서한이 주는 의미는 일생을 인류의 행복을 위해 노력한 선현의 지혜이며 노년기 삶의 보람과 가치를 제시하는 희망과 축복의 메시지이다. 신체·사회적으로 선택받은 소수로서의 독선을 버리고 세밑 우리 주변의 부모 잃은 아이들, 끼니를 거르는 어린이, 장애우, 홀로 사는 노인 등에게도 동등한 기회와 희망을 나눌 수 있는 송구영신이 돼야 한다.

/김형수 (사)한국삶의질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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