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기존에 안주하지 않고 사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본다는 게 어설프고 때로는 위험하지만 그것이 바로 인류의 역사를 이끌어 온 힘이었다는 것을 많은 역사적 사실로서 깨닫게 됐다. 갈릴레이의 지동설, 다윈의 진화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등 기존 개념의 테두리를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보려고 하는 인간의 능력이 바로 인류 발전의 원천적인 기반을 제공해 왔음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오늘날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려는 노력에 찬사를 보내고 거기에 인간 활동의 모든 가치를 부여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한쪽에선 기아에 허덕이는데 다른 한쪽에선 천문학적 경비를 들여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사람들,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하는 선수들, 높은 산을 정복하기 위해 추위와 위험을 무릅쓰고 산을 오르는 산악인들의 경우 도대체 어두운 우주 공간에 무엇이 있길래, 조금 더 빨리 달리는 게 무엇이 그리 중요하길래, 높은 산위에 무엇이 있길래 편안하게 있지 않고 모두들 목숨을 걸고 큰 돈을 들여 기를 쓰는 것일까. 기존에 안주해선 인류의 발전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는 시대적 인식에 기인하는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현대미술 역시 기존의 가치를 부정하고 새로운 감각으로 새로운 것을 표현하는 게 매우 중요시되고 있다. 현대 미술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인상파가 당시의 관전인 살롱에서 낙선된 작품들을 전시한 낙선전에서 시작된 것이나 앙데팡당전 같은 중요한 미술전들이 기존의 가치 개념을 부정하고 새로운 표현 영역을 추구해 온 예들에서 현대의 미술이 어떤 방향으로 개념이 변화됐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현대에는 아방 가르드(전위예술) 정신이 매우 중요시되고 미술가들에겐 각기 새로운 예술 세계를 개척해나가는 실험성이 바로 작가로서의 생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미술에 있어 기존 표현방식이나 내용 모방은 죽은 미술로 간주되고 보다 새로운 느낌과 새로운 표현을 추구하는 창의·실험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이처럼 미술에서 새로움 추구를 매우 중요시하는 건 미술사조상 일시적으로 일어난 현상이 아니라 바로 현대를 규정짓고 있는 시대정신에서 비롯됐다. 미술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할 수 있다.
/박동수 의왕미술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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