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새로운 학군제도 윤곽이 드러났다. 교육행정학을 전공한 한 대학 교수 연구결과에 대해 몇차례 공청회를 거쳐 내년초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이번 연구를 담당한 학자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그러나 1년여의 연구 결과로 백년지대계인 교육이 또 다시 흔들리게 될 것을 생각하니 안타까울뿐이다. 미국의 교육심리학자인 Terman은 영재 1천528명을 선별한 후 이들의 신체·심리·사회적 발달 및 직업 세계에서의 활동을 75년동안 연구했다. 외국에는 이런 종단적 연구가 드물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한가?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문제점을 제기하고 비명에 가까운 비판이 일어난다. 그러면 교육당국은 그제서야 몇몇 학자들에게 연구를 맡긴다. 연구 결과는 정권의 정치철학과 흡사한 모양새를 드러낸다. 교육당국은 그 결과를 방패삼아 교육 개혁을 단행한다. 학군제도나 입시제도와 같은 교육제도는 교육의 기회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모든 국민들의 초미의 관심사이다. 교육정책 입안자들은 “어떠한 제도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다”고 변명하면서 자신들의 교육정책을 밀어 붙여서는 안된다. 교육개혁 대상에만 너무 집착한 나머지 개혁하는 방법에 대해 너무 소홀히 한 개혁은 다른 개혁의 빌미가 돼 왔다. 교육문제는 정치논리나 경제논리가 아니라 교육논리로, 그리고 상식·과학적으로 접근해야만 교육개혁의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
고교내신과 수능성적, 논술 등이 각각 대학 성적과 대학 졸업 후 사회활동과 어떤 상관 관계가 있는가에 대한 종단적 자료는 대학입시제도 개혁에 기초 자료가 된다. 평준화 지역과 비평준화 지역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생활 만족도에 대한 종단적 자료는 평준화제도 개혁의 기초자료가 된다. 다양한 학군제도나 완전한 경쟁시험제도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 결과들은 새로운 학군제도를 위한 기초자료가 된다. 경제정책을 결정하기 위해선 각종 과학적인 경제지표들을 활용한다. 이젠 교육정책 결정에도 과학적인 교육지표들이 활용돼야 한다. 힘 있는 사람이나 여론에 의해 교육정책이 결정되선 안된다. 교육당국은 새로운 학군제도에 대한 공청회를 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부터라도 5년 후, 10년 후, 아니 다음 세대가 현명한 교육제도를 만들 수 있는 각종 교육지표 개발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이젠 정치·경제적 논리에 의해 심지어는 폭등하는 부동산 값을 잡는 수단으로 교육문제를 해결하려는 교육 후진국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이병석 경민대 교수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