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것

우리에게는 어떤 일을 접할 때 소위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애써 숨겨진 다른 의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검찰 수사든, 세무조사든 그것이 정당한 이유와 근거가 있더라도 일단은 거기에는 권력에 밉보인 사람이나 기관에 대한 보복성 조치, 혹은 그들을 길들이려는 의도나 다른 목적을 거두기 위한 계산적인 행동이 숨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얼마 전 고려대에 대한 정원 감축조치 예정 발표도 지난 2004년 병설 보건대와의 합병조건으로 제시한 교원확보율을 충족시키지 못한 결과의 조치였지만 내년도 내신 실질반영률을 가장 낮게 책정한 이유 때문에 보복성 제재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상적인 절차나 공정한 법 집행이 이런저런 상황과 결부되면서 본질을 왜곡시키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물론 여러가지 과거 경험들이 이러한 시선의 적절성을 확인시켜준 탓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삐딱한 시선이 진실을 왜곡하거나 자신의 잘못을 방어하기 위한 방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내신반영률과 교원확보율 등이 연계된 정원 감축문제를 결부시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교원 확보율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책임 회피를 지원하듯 일각에선 이러한 행·재정조치가 상위 법에 위반하는 것이라거나 교육부가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런데 실상 중요한 것은 이것이 상위법에 어긋나느냐, 아니냐, 보복성 조치냐, 아니냐 등이 아니다. 원래 행·재정지원 조건에 대한 상호 약속을 지켰느냐, 또는 안 지켰느냐의 문제이다. 물론 그것과 내신반영율의 문제는 별개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약속의 이행 여부보다 제재조치의 시기를 따지고, 그것의 법적 정당성을 따지며, 숨겨진 의도의 유무를 따진다. 이런 삐딱한 시선이 우리의 상황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것이다. 이래가지고 무슨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이유와 법적 근거들을 잘 들이대면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사회, 힘없고 무식하면 지킬 것 지키면서도 힘들게 살아야 하는 사회, 재개발 계획에 순순히 따르면 적게 보상받고, 끝까지 버티면 많이 보상받는 사회, 시위 등 단체행동을 하면 의견이 받아들여지고, 합리적이고 평화적으로 항의하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회, 나라의 미래와 발전보다 당장의 정권 유지나 창출을 위한 실천에만 골몰하는 사회…. 이런 사회이다 보니 순수하고 진실한 의사소통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상호간에 합의된 약속은 그 무엇에도 우선해서 지켜져야 하는 사회는 우리에겐 과분한 것일까. 이 광 용 수원여대 산학협력단장

공인중개사 협회로 부동산정보 일원화

지난달 27일 박상돈 국회의원 등 13명이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의원 발의했다. 이에 따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이번 개정법률(안)의 문제점과 중개업계의 입장을 지적하고자 한다. 투명한 부동산거래정보의 확보는 국민들의 재산권 보호는 물론 국가의 부동산 관련 정책 수립에 근간이 되는만큼 공공성과 공신력 등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가격정보의 왜곡은 하드웨어, 즉 제도나 기구 부재로 인한 것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부동산시장 가격 형성이 정보에 반영된 것이 주된 원인이다. 부동산유통시장에서 공인자격사가 아닌 검증되지 않은 부동산정보 제공업자를 개입시킨다면 부동산거래시장의 대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1월1일부터 부동산실거래가신고제도를 시행, 실시간으로 전국의 모든 부동산거래 현황을 정부의 부동산거래정보시스템에 축적하고 있으며 같은해 6월부터는 부동산등기부에 실거래가를 기재하고 있는데다 건설교통부 홈페이지를 통해 월별·지역별·유형별 아파트 실거래가격 정보를 국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실거래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 이 제도에 한국부동산정보제공업협회 개입은 행정·경제적 소모는 물론 부동산유통시장에서 거래 당사자들에게 상당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민간에서 제공하는 부동산시장의 시세와 정부의 실거래가액 정보를 비교하기 위해서라면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건설교통부장관이 심의, 지정·설치한 부동산거래정보망을 활용하면 되지, 굳이 새로운 정보업체가 중심된 한국부동산정보제공업협회 설립을 통해 검증할 이유가 전혀 없다. 중개업자인 공인중개사의 자질 향상 및 품의와 중개업에 관한 제도 개선 및 운용에 관한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설립 등 법률에서 이미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한국부동산정보제공업협회에 관한 규정을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에 포함시킨다는 것은 상당한 문제가 있다. 현존하는 한국부동산정보협회를 한국부동산정보제공업협회로 법정단체를 만들기 위한 정치적인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모든 방법들을 총동원해 의견이 관철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방침이다. 김 영 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경기지부장

화이부동(和而不同)

필자가 ‘논어’를 읽다 깊은 인상을 받은 글귀 중 하나가 바로 ‘자로(子路)편’에 나오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다. 원문은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나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이다”라고 돼 있다. 군자는 남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부화뇌동하지 않고, 소인은 오직 남들과 휩쓸릴 뿐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뜻일 게다. 참으로 옳은 얘기다. 인간이 개체적 존재이면서도 보편적 세계를 지향해야 함을 일깨우는 대단히 중요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자기 세계가 뚜렷해질수록 남과 충돌하기 쉬운데, 그것은 자신의 세계는 옳고 다른 사람의 세계는 틀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름’과 ‘틀림’을 혼동한 오류로, 세상에서 일어나는 많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물론 그 여파는 상당히 크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갑작스레 안동 하회마을을 가보고 싶다고 해서 우리 국민들을 감동케 한 적이 있는데, 바로 그것이 화이부동의 좋은 예라고 본다. 다른 나라의 전통과 문화에 대한 속깊은 배려이기 때문이다. 그때 한국적인 것이 영국적인 것을 저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둘이 함께 어울려 더욱 조화롭고 아름다운 모습을 만천하에 보여줬다. 지구상에는 지금도 대립과 갈등 등으로 아픔을 겪고 있는 곳이 있다. 인류 역사상 전쟁이 완전히 사라진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자신과 타인을 함께 존중하라는 화이부동의 가르침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깊은 울림을 남기고 있다. 참다운 개성이란 무엇인가? 자신의 세계를 튼튼히 구축해 나가면서도 그것 때문에 타인의 세계와 부딪히지 않고 함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게 아닐까. 단순히 남과 구별되는 것만이 진정한 개성은 아닐 것이다. 자기만의 색깔을 분명히 내면서도 남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이리라! 가을 들녘에 나가보라. 노란 꽃, 빨간 꽃, 파란 꽃, 키가 큰 꽃, 작은 꽃…. 형형색색의, 각양각색의 꽃들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과시하면서도 한데 어울려 피지 않는가. 노란 꽃이 핀다고 파란 꽃이 언짢아 할 이유가 있는가? 노란 꽃이 있어 파란 꽃이 더욱 아름답지 않는가? 홍 성 훈 여주대학 보육학과 교수

만남

인간은 만남으로 인해 이뤄진다. 부모와 만나 인생을 출발하고 가족을 만나고 이웃을 만나면서 세상이 열린다. 거리에서, 차 안에서, 학교에서 공원 등지에서 수없는 사람들과 만나면서 스치기도 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다투기도 한다. 발에 차이는 돌 부리도 만나고 한들거리는 코스모스와도 만나며 하늘도 만나고 바람도 만나며 수많은 차량들과도 만나고 가지가지 건물들과도 만난다. 미운 사람도 만나고 고운 사람도 만나고 잘난 사람도 만나고 못난 사람도 만난다. 이 세상은 만남을 통해서만 나를 나답게 성숙시키며 삶을 영위해 간다. 만나서 즐거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만나기만 하면 짜증나는 사람도 있다. 내가 상처를 입히는 사람도 있고 나에게 상처를 줘 아프게 하는 사람도 있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운명이 바뀔 수도 있다. 인간 싯달타는 왕자로 태어났기 때문에 인간의 근원적 고뇌를 규명하려는 열정을 갖게 됐고, 맹자는 훌륭한 어머니 덕분에 천하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으며, 톨스토이는 악처를 만났기 때문에 대 문호가 될 수 있었다. 옛날 우리 조상들의 만남은 어떠했을까? 하늘에서 견우 직녀가 1년에 한번씩 만나 사랑을 나누는데 반드시 지상의 까치가 올라가 다리를 놓아 줘야 그 다리 위에서 만난단다. 하늘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만남도 우리가 사는 땅의 동물이 올라가야 만나는 기막힌 설정은 우주와 하늘과 땅의 만남을 하나로 보는 우리 선조들의 소박하고 진솔한 만남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전설이다. 우리 선조들은 이렇게 자연과 우주를 넘나드는 꿈을 가진 민족이었다. 현대인의 만남은 너무 계산적인 것 같다. 만남, 그 자체를 소중하게 생각하기 보다는 목적을 설정해 놓고 거기에 상대방을 맞추는 형태로 만남을 꾀하고 있다. 너무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일방적인 만남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만남을 소중하게 여길 때 인간관계는 발전하고 친숙하고 정겨워 진다. 어느 때, 어떤 상황에서 만나든 만남은 소중한 것이다. 모든 만남은 우연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고, 내 인생에 필연으로 찾아오는 것이다. 만남으로 인해 우리가 이뤄지고 열리며 서로 생명이 흐르는 것이다. 나와 만남으로 인해 누군가 행복할 수 있다면, 내가 베푼 작은 친절 때문에, 내가 베푼 작은 나눔 때문에, 누군가가 행복할 수 있다면, 나는 헛된 사람을 산 게 아니다. 만남을 소중하게, 간절하게 하자. 김 각 현 경기도노인복지시설 연합회장

연좌제로서의 내신제 반영률 높이기는 부당

얼마 전 교육부는 내신 반영률을 높이지 않았다며 고려대에 대해 160명 정원 삭감 조치를 내렸다. 교육부가 내신반영률이 지나치게 낮은 대학을 제재하겠다고 발표한지 하루만에 나온 조치이다. 고려대는 대학들 가운데 가장 낮은 내신반영률(17.96%)을 발표했었다. 물론 교육부는 다른 이유를 들었지만, 저간의 사정을 보면 ‘괘씸죄’를 물은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면 과연 내신제는 교육부가 이렇게까지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밀어 붙여야만 하는 정당성을 가진 제도인가? 내신제는 비교 대상을 해당 학교의 학생들로 한정할 때만 유효하다. 졸업시 우수 학생을 표창할 때, 마지막에 반짝 좋은 성적을 올린 학생보다 줄곧 우수했던 학생을 선발할 필요가 크다고 볼 때, 그때만 내신 성적이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비교 대상이 같았던 내신제에 부여하는 의미가 해당 학교와 대학은 다를 수밖에 없다. 대학이 평가하고 원하는 학생이 해당 고교의 평가와 같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비교 대상이 해당 고교를 벗어나 다른 고교 학생들과 비교되는 순간 내신제는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하게 된다. 극단적인 사례로 외고나 과학고 등 소위 특목고의 내신 7~8등급 학생이 일부 학교의 내신 1등급보다 더 우수한 성적을 보이고 있는 현실에서, 대학이 그 분야의 최고 인재들을 모은다는 점에서 수능을 더 높이 쳐주고자 할 때, 교육부가 나서 대학에 내신 반영률을 강요하는 것은 선택의 자유를 대학에서 박탈하는 불합리한 조치가 될 것이다. 내신제와 수능의 불균형을 무시하며 일정한 비율의 반영 강요는 동등한 경쟁을 막는 것이기도 하거니와, 연좌제적인 것이기도 하다. 고교등급제도 연좌제에 해당되는 제도이지만 그나마 그것은 축구시합처럼 팀플레이로 등급을 올릴 수 있는 여지라도 있다. 하지만 내신제는 우수 학생이면서 내신 등급이 낮을수록 자퇴 후 검정고시라는 편법을 찾게 만드는 제도로 팀플레이조차도 깨버리는 더 나쁜 제도이다. 시장경제 사회에서 남에게 봉사할 품성과 능력 등을 갖춘 인재 양성이 교육의 본질적 기능이라면,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 대학이 요구하는 인재 등에 맞춰 교과과정을 편성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에 맞춰가려는 노력을 교육부가 차단한다면, 이는 교육부의 존폐까지 거론하는 시중의 여론에 힘을 실어줄 뿐이다. 교육부는 더 이상 아무도 원치 않는 연좌제적 내신제를 강요하는 반시장·반시대적 행정을 그만두어야 할 것이다. 박 종 운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 사무총장

헝클어진 사회를 갖고는 진정 미래가 없다

청와대는 이명박 후보를 고할 것으로 보이고 교육부는 사립대에 강경대응을 하는 모양이고 경찰청장은 자기를 비방한 총경을 혼내겠다고 난리들이다. 우리 사회는 꼭 이분법적으로 볼 수 없다.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이분법적으로 문제를 되돌려 보면 좋은 해법이 나오기도 하기 때문에 엉클어진 판을 수습하는 데는 좋을 수도 있다. 중국의 고사를 들먹거리지 않아도 동전의 앞면을 보는 이와 뒷면을 보는 이가 있다는 사실쯤은 기초이다. 그러나 과연 서로가 서로의 입장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아니 이해하려고 하는지는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는 세계사의 유례없는 침략을 당해온 민족, 그리고 일제시대를 극복한 민족으로서 외세에 끝까지 대항하고 글자 하나에 목숨을 거는 유교적 전통이 강하지만 이제는 세계사 속에 유연하게 주고받으며 상호 공존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때가 아닌가 자문해 본다. 우리는 청와대, 교육부, 경찰청장 등의 입장도 이해한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는 사실도 이해한다. 그러나 여기까지 왜 우리 사회가 왔을까 생각해 보면 서로가 반성해야 할 대목들이 너무 많다. 누가 청와대를 믿는단 말인가. 누가 정치권을 믿으며 교육부와 사립대 등도 따지고 보면 난형난제다. 우리 국민들처럼 행간을 읽으며 진실을 추출해내는 능력을 가진 위대한 국민(?)들도 별로 없지만 더 이상 국민들을 괴롭히는 불확실한 사회는 안되는 게 아닐까? 필자는 감히 주장하고 싶다. 사회를 최소한 정상의 사회로, 염치와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국민들을 무어라고 하기 전에 솔선수범해야할 사람들이 석고대죄라도 하면서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나. 원칙과 기준도 없는 현 정부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금부터 우리 모두 정신을 차리자. 국운회복운동이나 이성찾기 운동이라도 벌이자. 21세기가 막 시작하는 지금, 차분히 기초를 다지고 준비해야 할 것 같아 별 대안도 없이 호소해 본다. 헝클어진 사회를 갖고는 진정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시작은 반이다. 홍 문 종 경민대학장·철학박사

7년 전과 같은 우(遇)를 범하지 말라

“국민이 실험용 쥐입니까?” 오는 17일부터 10개월 동안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이 실시될 예정으로 있는 국립의료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가 성분명 처방실시 반대를 위해 만든 구호문이다. 전국의 의사들은 지난달 31일부터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절감이라는 취지로 강행하려고 하는 성분명 처방을 저지하기 위해 “국민건강을 담보로 생체 실험하는 성분명 처방사업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며 휴진에 들어 갔었다. 성분명 처방이란 의사가 성분명으로 처방하고 해당 성분의 품목 중 약사가 어떤 제품으로 조제하더라도 상관하지 않는 제도이다. 그러나 의약품은 성분이 같더라도 각각의 의약품이 갖는 유효 성분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약효가 동등하다고 인정받은 의약품으로 대체해 조제하더라도 심각한 약화(藥禍)사고를 야기할 수 있다. 7년 전 의약분업 시작 이전을 돌이켜 보면 약국에서 약사의 임의 조제로 환자가 약을 사 먹음으로써, 약물의 오·남용이 심했고 이런 취지로 의·약·정 합의로 의약분업이란 제도를 시행하게 됐다. 그때도 준비가 되지 않은 의약분업 실패를 우려, 진료현장을 이탈한 의사들이 격렬히 반대했던 것을 국민들은 기억하실 것이다. 7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다시 약사와 환자가 상의해 약을 마음대로 바꿔 사용한다면 이는 의약분업 취지에도 어긋나고 그동안 의약분업이 좋은 제도인 줄 믿고 높은 보험료를 내면서 협조해온 국민들을 다시 혼란에 빠뜨리게 된다. 환자는 의사를 믿고 진료받는데, 약사에게 자기의 건강권을 맡기는 셈이 되니 다시 의약분업 이전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는 7년 전 의사들이 반대하던 의약분업의 실패를 인정하는 셈이다. 그러므로 의료계는 하나가 돼 성분명 처방 저지에 적극 나서게 된 것이다. 대한병원협회도 정부의 성분명 처방 사업과 관련, “의약분업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만큼 즉각 중단하고 의약분업 관련 정책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조속히 시행해 문제점을 개선하라”고 촉구했으며, 의학계도 환자의 질병 상태를 고려하지 않는 성분명 처방으로 복제 약 사이에 무차별 적으로 대체 조제가 이뤄질 경우 환자에게 치명적 약화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이기집단의 시위라고 간과하기 보다는 좀 더 귀를 기울여 7년 전과 같은 우(愚)를 범하지 않아야 겠다. 최 원 주 최원주 산부인과 원장 경기도의사회 섭외이사

삶과 죽음

얼마 전 필자가 사는 아파트에서 한 어린이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떨어져 죽는 사고가 발생했다. 떨어진 아이를 잡고 어쩔 줄 몰라하던 엄마의 표정은 아직도 눈에 생생하다. 그 일을 보면서 같은 동에 사는 사람들의 일이어서 그런지 남의 일 같지가 않고 계속 마음이 쓰였다. 이렇듯 죽음은 항상 우리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삶과 함께 공존한다. 우리 각자는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 살지만 내일 일이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인생의 본질이고, 또한 한계이며, 매력일 것이다.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인질로 잡혀 생존해 있던 전원이 모두 풀려났다. 이들은 정말 외롭고 힘든 곳에서 생사를 넘나들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앞서 희생된 두분의 소식을 들었을 때 그 공포감과 두려움 등이 남아있는 자들을 지배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그들은 그 상황을 이기며 버티어 냈고 살아왔다. 그들에게도 기약하지 못했던 미래의 시간들이 새롭게 주어진 것이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죽음을 두려워하고 이에 관해 언급하는 것을 터부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죽음을 두려워만 하고, 애써 외면하려고만 할 것인가. 결국 인간이 죽음에 관한 본능적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종교가 필요한 것 같다.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죽음은 삶의 종결이며, 그후로는 아무 것도 없는 허무함일 뿐이고 자신의 존재가 아예 소멸되는 단계로 생각하지만, 종교적 관점에서는 죽음이란 단순히 현재의 삶의 끝이 아니며 그 이후의, 즉 내세의 삶으로 들어가는 시작이고 관문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출발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세상에서의 삶은 죽음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과정이고 현재의 삶 가운데 죽음을 맞이한다고 해 그것이 슬픔과 절망, 고통 등의 감정만 동반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역설적으로 죽음을 준비하며 사는 사람들은 생에 대한 집착과 열정이 훨씬 강하다고 한다. 가끔 주위에서 유서를 써놓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들의 눈에는 삶에 대한 소중함이 담겨 있으며 최선을 다해 주어진 삶을 살아가려는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죽음은 삶을 건강하게 만든다. 우리가 죽음의 문제를 좀 더 가까이 두고 친숙하게 느끼기 위해 노력할 때 우리의 삶은 좀 더 아름답고 의미있는 모습으로 발전해 갈 것이다. 정 재 훈 소산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

감기

우리는 감기에 들면 무슨 몹쓸 놈이 나를 괴롭히는 것 같은 불쾌한 감정에 사로 잡히게 된다. 그래서 독한 약을 지어먹고 빨리 낫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독한 약은 내 몸의 기운을 축내고 약을 먹어 나아가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만 하고 결국 대부분의 감기 바이러스들을 거의 우리 몸의 면역계 혼자 이겨내게 된다. 결국 약을 먹어야할 만큼 합병증이 의심되는 심한 감기가 아니면 우리 몸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충분한 휴식과 수분 공급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된다. 우스갯 소리로 감기약을 먹으면 1주일 만에 낫고 먹지 않으면 7일 만에 낫는다고 한다. 감기약을 먹으면 더 빨리 나을 거라는 기대일 뿐이다. 이성적으로 본다면 당연히 약을 먹으면 감기가 나아진다고 확신하지만 약의 효능은 어떤 면에서 아무짝에 소용없고 오히려 몸의 면역 작용이 일어나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감기 초기의 발열현상을 두고 보자. 대부분의 젊은 엄마들은 아기가 감기로 열이 나면 해열제부터 먹인다. 그런데 심한 고열로 경련과 같은 뇌 자극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발열은 상당히 훌륭한 치료제에 해당된다. 우선 열이 나면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의 번식을 억제하고 동시에 다양한 면역물질들이 형성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젊은 엄마들은 우선 해열제를 먹여 엄마의 불안을 줄이려고만 하는만큼 아기의 몸에서 기껏 있는 힘, 없는 힘을 다해 열을 올린 것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린다. 감기로 열이 심하지 않으면 최대한 편안하게 쉬게 하고 수분을 충분하게 공급하면서 소화하기 쉬운 부드러운 음식을 주고 기다리면 된다. 가벼운 열인 경우에는 이마나 머리 등을 식힐 수 있게 옛날 엄마들이 한 것처럼 냉찜질을 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현대인은 지식이 많고 이성적인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똑똑한 이성은 몸뚱이가 사는 세상과 약간 동떨어진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언제나 우리의 정신은 몸과 같은 육체는 어리석기 때문에 올바른 이성으로 몸을 잘 지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오만한 정신은 항상 몸이 만들어주는 영양과 건강의 혜택은 인식하지 않고 또한 몸이 오랫 동안 진화해오면서 만들어낸 자발적이고 생리적인 지혜를 무시하는 경향을 가진다. 마치 한 나라를 다스리는 정부의 생각과 국민이 느끼는 삶의 생활이 다른 것처럼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잘 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나라의 위정자는 언제나 국민을 위한답시고 훌륭한 정책을 내세우지만 정작 국민이 살아가는 데는 더한 고통을 안겨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감기를 대처하는 우리네 모습과 한 나라를 다스리는 위정자의 허둥대는 모습이 참으로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조 용 주 두리한의원 원장

정의의 여신상 눈을 가리자

‘유전무죄(有錢無罪)’나 ‘무전유죄(無錢有罪)’의 해묵은 문제가 최근 다시 불거졌다. 억대의 공금을 횡령한 대학 교수들이 몇천만원의 벌금형만 선고받고 말았다는 것이 언론보도를 통해 밝혀진 것이다. 어찌보면 이제는 전혀 새로울 것도 없는 ‘유전무죄’라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모습이 보복폭행이라는 범죄를 저지른 재벌 회장에 이어 우리 사회의 최고 지식인 그룹이라는 대학 교수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게 다시금 드러난 것이다. 대법원에 가면 대법정 문 위에 정의의 여신상이 세워져 있다. 정의의 여신은 정의를 상징하던 그리스의 여신 디케(Dike)가 로마 신화를 통해 ‘형평성’의 개념이 추가되면서 유스티치아(Justitia)로 변모했고, 이것이 오늘날에 이어져 정의의 여신으로 형상화됐다고 한다. 서구 각 도시의 시청과 법원, 광장 등지에는 ‘정의와 형평성’을 강조하기 위해 정의의 여신상이 세워져 있다. 우리나라 대법원에 정의의 여신상을 세운 이유 역시 이런 의지를 드러내 보인 것이라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한가지 특이한 것은 서구 여러나라에 세워져 있는 정의의 여신상들이 대부분 얼굴에 눈을 가리는 띠를 두르고 있거나 눈을 감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 대법원에 세워져 있는 여신상은 눈을 가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의의 여신의 눈을 가린 이유가 법을 집행함에 있어 선입관을 갖지 않고 주관성을 배제해 지위의 높고 낮음이나 돈이 많고 적음에 구애받지 않고 공평하게 법을 집행한다는 의미라고 하는데, 유독 우리나라에 세워진 정의의 여신상만 눈을 가리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설마 다른 의도가 있어 눈을 가리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호사가들은 우리나라 대법원에 세워진 정의의 여신상이 눈을 뜨고 있기 때문에 ‘유전무죄’나 ‘무전유죄’ 등의 판결들이 자주 나온다는 식의 그냥 듣고 웃어넘길 수 없는 우스개 소리를 하기도 한다. 한낱 조각상이 눈을 뜨고 있든 감고 있든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법 집행에 있어 정의와 형평성이라는 기본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이 소중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법은 더 이상 정의가 아니고,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수많은 가치와 원칙들 역시 사회적 합의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잊을만 하면 불거져 나오는 ‘유전무죄’의 현실을 어쩔수 없는 현실로 외면하거나 체념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우리 국민들 모두 정의의 여신상에 눈을 가리우는 일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겠다. 장 정 은 경기도의회 부의장

108배를 권하며

“절은 온 몸을 던져 자기를 비워내는 작업이며 자기를 낮추면서 몸과 마음을 닦는 것입니다.” 최근 건강과 마음의 수양을 위해 작은 공간에서도 언제나 실천할 수 있어 유행하고 있는 108배에 관한 책을 선물로 받았다. 쉼 호흡을 하며 손을 모은 뒤 몸을 낮추고 머리를 바닥에 대고 다시 일어나는 것을 반복하는 동작이다. 히말라야 고산지대의 티베트에서는 온 몸을 쭉 펴서 땅바닥에 닿게 하는 오체투지를 한다. 그 자세는 신과 자연, 그리고 삶에 대한 그들의 경외감을 표현하는듯 했다. 최근 필자는 108배를 하게 되면서 이 동작이 종교와 관계없이 근본에 대한 성찰을 하게 해주며 비틀린 몸과 마음을 바로 잡아주는 아주 매력적인 운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래보다는 맨 위로 가려는 경쟁, 낮추기보다는 군림하려는 자세, 듣기보다는 말하기가 우선인 우리 사회 곳곳에 108배를 해 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배타적인 경쟁과 숨 돌릴 여유조차 갖지 못하고 잠자는 시간조차 맘대로 누리지 못하는 학생들. 그들의 책상머리에 “네가 꾸고 있는 10분의 잠은 영원히 너를 잠들게 할 수 있다”는 글은 섬뜩하기조차 하다.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가에 대한 성찰 없이 무조건 내몰리듯 한 공부는 대학에 들어가고 나면 매우 허망해진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다시 취업을 위해 도서관과 학원과 영어연수를 떠나게 되는 젊은이들. 토익시험 답안이 인터넷검색 1위에 오르는 대한민국. 영어시험이 전 세계에서 가장 과열돼 있는데 영어활용과 실력 등은 그리 높지 않은 대한민국의 현주소. 한달에 월급을 80만원 받는 비정규직이 거리에 넘쳐나는데 학원비가 한달에 80만원을 넘나들고 있다. 무한경쟁을 외치며 기업들은 정규직을 쓰지 않고 비정규직으로 때우고 무한경쟁 입시와 취직 등을 위해 학부모와 학생들은 학원비를 쏟아 붓고 있어 이는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기보다는 상대를 헐뜯고 후보들끼리 비난하기에 바쁜 대선 후보들에게도 108배를 권한다. 단기간에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며 경제 성공 신화를 만들어 내는 지도력이 필요한 시대인가. 성장의 그늘 아래 양극화돼 가는 사회현상을 극복하고 치유할 지도력이 필요한 시대인가.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 선사가 화두를 던지던 영화에서 해답은 간단했다. 독에 물을 퍼 나르기에 급급한 게 아니라 독을 들고 물이 있는 곳에 첨벙 던지는 게 해결책이었다. 근본적인 성찰과 대안 등이 필요한 때이다. 유 정 희 전교조 경기지부장

산·관·학 맞춤인력사업의 필요성

우리나라의 청년층(15~29세) 실업자 수는 지난달 현재 34만6천명(실업률 7.4%)으로 매우 높다. 기업의 인력난이 심하다는데 실업률이 높은 이유는 구직자와 구인자 간의 눈높이가 달라 서로 짝을 만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구직자들은 지역, 규모, 일의 내용 등의 측면에서 더 좋은 조건의 직장을 구하고, 구인자는 개인의 능력과 인성 면에서 더 좋은 조건의 인력을 원한다. 그동안 경기도는 이같은 구직자와 구인자 간의 부조합(Mismatching)을 최소화하고 청년층의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해 왔다. 특히 이 중에서 산·학·관 맞춤인력양성사업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것으로 3년째 접어들고 있다. 이 사업의 원래 목적은 교육기관인 대학의 인프라를 활용해 미취업자들의 취업을 지원해주기 위한 것이었고 지금은 그 대상을 재직자와 졸업 예정자에게까지 확대시켜 인력양성 범위와 기업에의 인적 자원 기여 범위를 확대했다. 그런데 투자한 예산에 비해 취업 성과가 기대보다 낮다는 이유를 들면서 이 사업에 대한 지원을 계속해야 하느냐 마느냐 왈가왈부 말이 많은 모양이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것은 성과의 평균 수치를 가지고 취업성과가 좋은 대학의 교육프로그램도 지원해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잘 되는 것마저 못되게 하는 것과 같은데다 이 사업의 발전적 모델을 구축해 나가는 일도 아예 차단해버리는 것과 같다. 이 사업은 무엇보다도 중앙정부 주도로 일관하던 인력양성정책에 경기도가 대학과 산업체 등에 지방자치단체 특성에 맞춘 인력 양성을 요구한 데 큰 의의가 있다. 따라서 이 사업은 취업이라는 단기적 성과도 중요하겠지만 지역에 장기적 관점에서의 맞춤인력 양성 및 수급 시스템 등을 구축하는 의미를 지닌다. 지원이 끊겨도 지속적인 성과를 나타낼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따라서 경기도는 맞춤인력양성사업이 창조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줘야 하고, 확대해야 한다. 시스템의 구축이 몇개 기관에 제한되어서는 그 확산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직업교육을 지원해줄 때 지역의 직업교육을 주도할 수 있지 않겠는가. 대학도 무늬만 맞춤교육을 하려 하지 말고 지역의 대학으로서 꾸준히 체질을 개혁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기업 또한 가만히 앉아 우수 인력을 공급받으려고만 할 게 아니라 구직자들에게 비전 있는 직장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과 홍보 등을 기울여야 한다. 이렇게 상호 노력하는 가운데 창조적이고 새로운 성과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 광 용 수원여대 산학협력단장

불편한 새 구두

제 아무리 비싼 구두라고 해도 막 사서 처음 신는 순간만큼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왠지 발가락도 끼는 것 같고, 발등도 아픈 것 같아 불편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혹시 구두를 잘못 산 것 아닐까 생각하고, 헌 구두를 계속 신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부질없는 생각까지 잠시 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정말 잘못 만들어진 구두를 산 경우를 제외하고는 새 구두를 신었을 때의 어색함과 불편함 등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대부분의 경우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새 구두에 익숙해지고, 헌 구두를 그리워할 이유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 지금 인천항은 새 구두를 신었다. 새 구두의 이름은 항만노무인력 상용화다. 100여년 동안 계속돼 오던 항운노조의 인력공급 체제가 하역사별 상시고용 체제로 바뀐 것이다. 100년 동안 신었던 구두를 버리고 다른 것으로 바꿔 신는다고 상상해 보라. 발이 얼마나 불편하고 어색하겠는가.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800여명 가까운 항운노조원들이 명예퇴직을 신청해 인천항을 떠나게 됐고, 하역사들은 노조원의 상시 고용 전환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고 하소연이다. 새롭게 뽑아야 할 대체 인력의 규모와 채용 방법을 놓고도 말들이 많다. 모두가 일리 있는 주장이고,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불편과 걱정은 항만노무인력 상용화체제가 새 구두이기 때문이다. 구두가 아직은 익숙하지 않고, 낯설기 때문이지 구두 자체가 잘못된 것은 절대 아니다. 새 구두를 신게 되면 뒤꿈치가 벗겨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좋은 새 구두를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은 100년 된 낡은 구두를 버리고, 새 구두로 바꿔 신겠다는 큰 결단을 내린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칭찬해 발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시기이다. 결코 그들을 비난하거나 사소한 불편으로 그들의 결정을 뒤흔들어서는 안된다. 그저 새 구두가 발에 익숙해질 때까지 조금만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주면 된다. 단언하건대 2~3년의 시간만 지나면 항만노무인력 상용화라는 새 구두가 인천항의 힘찬 발걸음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서 정 호 인천항만공사 사장

경제대책, 경제불안감과 경제신기록 사이에서

지금 우리 국민들의 경제 불안감은 심각하다. 취직이 안된다. 장사가 안된다. 내일이 안보인다 등등 하소연들이 많다. 학위 분야가 전혀 동 떨어진 석·박사가 환경미화원에 응시했다는 보도도 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반발한다. “경제는 잘되고 있다. 수출 3천억 달러에 소득 2만달러를 달성한 단군 이래 최초의 대통령이다. 경제가 잘못되고 있는 지표(Index)가 있으면 가져와 봐라. 따져보자.” 이 양자 사이의 현실 인식에 대한 괴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 다툼의 양상이 마치 예전 독재정권 시절 국민들이 물가상승에 불안해하면 정부가 물가지수라는 것을 들이댔던 것과 같다. 당시 독재정부는 물가가 안정됐으며 일부 물가가 오르는 것은 투기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할 수 없이 이를 반박하기 위해 시중에서는 ‘장바구니 물가’란 개념이 등장했다. 주부가 장바구니를 채우기 위해서는 예전보다 돈이 더 든다는 것이었다. 물론 나중에 밝혀진 것이었지만 원인은 정부의 무리한 통화증발(通貨增發)이었다. 결국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한국은행의 독립으로 귀결됐다. 이처럼 원인과 결과가 다른 곳에 있는데 장님 코끼리만지기 식으로 서로 엉뚱한 이야기만 하면 이야기는 겉돌게 된다. 따라서 경제불안감과 경제신기록(?) 사이의 괴리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정작 경제신기록의 선두에 있는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4~6년 후면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수출은 계속 늘어난 게 사실이지만, 이윤이 반토막 나고, 반도체시장 전망도 하락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중국이나 베트남 공장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비상경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창조경영으로 돌파하려고 하는 상황이다. 세계의 소비자들에게서 각광받고 잘 나갈 분야가 무엇인지에 집중하려는 것이다. 삼성·현대·LG 등의 활약에 힘입어 수출 3천억 달러와 소득 2만달러를 달성했건만 가장 선두에 선 부분에서조차 느껴지는 비장함은 ‘단군 이래 최고’의 여유로움과는 정반대다. 그 여파가 당장 협력업체들에게 미치고 있다. 일자리를 걱정하는 국민들에게 미치고 있다. 결국 국민들의 불안감의 근저에 있는 ‘현재의 어려움’이나 ‘추세에 대한 불안감’ 등을 역전시킬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정부는 자랑보다는 어떻게 실업, 특히 청년실업을 해소하고 떠나가는 공장들을 돌아오게 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 마련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박 종 운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 사무총장

치매 노인

인간이 나이가 들수록 젊었을 때보다 기억력이 나빠진다는 것은 일종의 자연적인 노화현상이다. 늙고, 병들고, 죽는 과정은 어쩌면 모든 만물의 당연한 요식행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능장애가 생기고 정신능력을 잃어버려 인격을 상실하는 정도가 되면 이는 질병이다. 정신능력을 점점 잃어버리는 질병, 우리는 이것을 치매라고 부른다. 과거에는 치매는 늙어가면서 당연히 찾아오는 노화현상의 일종으로 생각해 가족 내 문제로 가볍게 여겨 치료도 하지 않았던 노인병이었다. 하지만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치매 노인수가 갈수록 늘어 이제는 요양과 치료의 문제가 가정을 넘어 사회문제로 성큼 다가섰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전국 노인의 8.3%가 치매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37만명 이상의 노인들이 치매질환을 앓고 있다는 보고다. 치매는 기억력을 상실, 과거를 회상하지 못한다던지, 지남력 장애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던지, 망상이나 환각 등으로 타인을 무서워한다거나 물건을 훔쳐갔다고 떼를 쓰는 등 성격이나 인격이 변화함으로써 완전히 자기를 상실해 가는 질환이다. 노인이 돼 옛날을 회상하며 자신의 화려했던 시절이나 아름다운 추억을 주마등 같이 회상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노인들은 과거를 먹고 산다”고들 하는데 삶의 흔적들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인간에게는 잔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치매노인은 극락에 살고 가족은 지옥에 산다”는 말도 있다. 치매를 앓고 계신 노인들은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계속 방황하거나 물건을 감춰두거나 매일 보따리를 풀고 물건을 찾거나 혼자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거나 사람만 보면 무섭다고 피한다거나, 아무 곳에서나 옷을 벗거나, 친했던 가족도 알아보지 못하거나, 자신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거나 등등 철저하게 자신을 상실하지만 정작 본인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어머니가 비상식적이고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는 가족들은 고통이 아닐 수 없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어머니의 변화된 모습을 지켜보는 자식들은 하루하루가 지옥생활 그 자체일 수밖에 없다. 가족의 중심에 계실 어른이 가족관계를 단절시키고 가족의 파괴자기 되고 있는 현실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치매는 철저하게 인간성을 말살시키고 인간관계를 단절시켜 마지막 삶을 회색빛 천으로 가려 버린다. 우리사회도 이제 치매문제는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 보건, 복지 분야의 최대의 사회적 과제가 되고 있으며, 노인문제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극복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치매는 의약품 개발도 중요하고, 사회적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치매노인에 대한 가정의 따뜻한 사랑과 배려가 아닐까 생각한다. 김 각 현 경기도노인복지시설 연합회장

곡즉전(曲則全)

곡즉전(曲則全)은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글귀인데, 굽어서(曲) 온전할(全) 수 있다는 뜻이다. 정말 그렇다. 지상의 모든 길도 강도 나무도 적당히 휘어져 있어 자신의 임무를 다할 수 있고, 지하의 온갖 나무 뿌리도 알맞게 굽어서 척박한 땅 속에서도 자신의 생명을 보존,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길이나 강이 곡선이 아니라 직선이라면 어떻게 될까? 곳곳에서 장애물을 만나 앞으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물론 고속도로나 철도는 예외라서 곧은 길이다. 하지만 굽은 길을 내어야 할 지형에서 곧은 길을 내기 위해 산을 깎고 터널을 뚫는 과정에서 자연은 무수한 상처를 입게 마련이다. 산과 강을 따라 적당히 굽은 길을 걸을 때 우리는 뜻밖의 선물을 많이 받는다. 높은 산은 우리에게 생(生)의 장엄함과 의연함을 가르치고, 긴 강물은 삶의 겸허함과 유연함을 가르친다. ‘곡즉전’하면 인생길이 생각난다. ‘물길’이란 말이 있듯, 강도 하나의 길이고 ‘인생길’이란 말이 있듯, 우리의 삶도 하나의 길이고 흐름이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난관도 있고 선택한 시행착오도 있다. 하지만 선택했든 아니든 모든 길은 저마다 ‘자기 앞의 생’을 살아가는 과정이기에 피할 수 없고, 피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중요한 게 하나 있다. 길이나 강이 휘어져 흐를지라도 크게 보면 방향은 일정하다는 점이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사실이다. 길이나 강이 방향을 잃어버리면 그것은 더 이상 길도 아니고 강도 아니다. 지향할 곳이 없으면 길이 아니고, 도달할 곳이 없으면 강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생길은 굽이굽이 휘돌아 마침내 어느 한곳에 도달하는 길이요, 강이다. 가다보면, 곧은 데도 있고 굽은 데도 있다. 쉽고 편한 때도 있고 힘겹고 어려울 때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야 할 목표와 방향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지독한 무더위 속에서도 가을이 오고 있다. 오늘 하루도 각자 ‘자기 앞의 생’에 충실해 또 한해의 결실을 기약해보자. 홍 성 훈 여주대학 보육학과 교수

지혜로운 말

사람을 건강하게 하는 말들이 있다. 말을 잘하면 양약이 되지만 잘못하면 날카로운 칼이 돼 사람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긴다. “말 한마디가 천냥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있듯, 말 잘하는 방법을 생각해 본다.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잘했어, 내가 잘못했어…. 말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고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을 건강하게 함으로써 내가 행복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화를 다스리는 말들이 있다. 화가 나면 냉정한 자세를 취하려고 노력하라. 화를 내서는 얻는 게 없음을 기억하라.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화가 난 모습을 어떻게 생각할까 상상해 보라. 화가 난 상태에서 말하기에 앞서 열까지 세라. 왜 화를 내는지 차분히 목록을 만들어 보라. 화를 내기 전 이 분노가 필요한 것인지 자문해 보라. 화를 잘 내는 사람들과 자주 만나지 말라. 작은 의견 차이는 받아들이라. 내 의견만 고집할 수 없음을 늘 기억하라. 어떤 상황이든 말을 조심스럽게 해야함을 명심하라.세상에는 해야 할 일들도 많지만 하지 않아야 할 일들도 많다. 행복을 위해 하지 말것을 생각해 본다면 억울한 일을 당했을때 굳이 변명하려고 애쓰지 말라. 분에 넘치는 많은 이익을 바라지 말라. 남을 도울 때는 대가를 바라지 말라. 남이 내 말을 잘 들어주기를 바라지 말라. 사귀는 친구를 통해 이익을 얻으려 하지 말라. 일을 계획하되, 그 일이 쉽게 풀리기를 기대하지 말라. 일을 진행하는데 방해꾼이 없기를 기대하지 말라. 마귀의 방해가 사라지기를 기대하지 마라. 평탄하기만 한 세상살이가 되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이 건강하기만을 바라지 말라. 그럼 성공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어떤가. 일 가운데 작은 것에서 큰 것을 얻으라. 해야 할 일을 찾아 열심히 일하라. 하나님이 원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일을 처리하라. 일할 때는 재미있게, 놀 때는 신나게 놀아라. 규율에는 엄하지만 사람을 사랑하라. 문제가 생기면 정면으로 부딪쳐 해결하라. 결과가 아닌 과정을 중요시 하라. 일의 결과가 미치는 사회적 파장을 생각하라. 사랑이 넘치는 가정을 만들라. 이러한 생활은 삶의 기본을 잡아준다. 그러기 위해선 열등감은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당신이 한 개인으로서 이미 중요한 의미가 있음을 기억하라. 당신의 모습 그대로 솔직하게 드러내라. 당신의 결점을 변명하거나 숨기지 말고 그대로 인정하라. 당신이 좋아하는 일이나 잘 할 수 있는 일 등을 선택하고 배워라. 당신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감상에 빠지지 말라. 스스로 감정을 통제하라.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노력하라. 모든 일들을 확실히 준비하라. 영혼과 육체가 건강해야한다. 실수를 실수로 끝내지 말고 역 이용하라. 김 영 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경기지부장

진흙탕에서 옥석 가리기

한반도 기후가 변화하면서 한국 사람들의 속성도 조금씩 변해가는 것 같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아프리카 사람들만의 특징이 있고, 에스키모 사람들은 에스키모 사람들만의 특징이 있는 것은 오랜 기간 주변 환경에 의한 영향인 것처럼, 한국의 이상 기온은 우리 국민들에게 게릴라성 기후와 닮아가는, 즉 예측 불가능한 사람들을 많이 양산해 내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로마가 로마였던 것은 위대한 로마 시민들이 있었기 때문이고 로마가 패망한 것 또한 로마 시민들의 타락과 그들이 자기 위치를 잃어버린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아직도 미국이 수많은 문제들이 있는데도 세계 제1의 강국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미국 국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통일을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은 지금 세계사에 도약하느냐 못하느냐의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 한나라당 경선이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 후보가 되면서 끝이 났다. 그리고 여당도 대통령 후보 경선이 시작될 것이다. 필자는 기필코 단언하건대, 위대한 국민의 위대한 선택만이 21세기 우리 국민들이 대한민국을 이끌고 갈 민족적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다. 지금의 이상 기온처럼 우리 국민들이 예측 불가능하고 어리석은 우를 범한다면 또 다시 대한민국 반만년 역사 속에 천추의 한을 남기는 21세기가 될 것이다. 혹자는 “대통령 하나를 뽑는 게 뭐 그리 중요한 일이냐. 국운을 좌우하는 일로 치부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 아니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격변기에 있는 나라일수록 지도자의 위치가 나라의 흥망과도 직결될 수 있을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요즘의 정치적 행태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게릴라성 기후를 닮아 우리를 짜증나고 힘들게 하고 있다. 그러나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들이여! 우리는 진흙탕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 대한민국을 확실하고 굳건한 토대 위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한마음이 되어야만 하겠다. 만약 우리의 잘못된 선택이 우리 국가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면 우리는 후대들에게 100년 전 우리 선조들이 받았던 엄청난 질책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아무리 게릴라성 기후가 우리를 힘들게 해도 눈을 똑바로 뜨고 정신을 가다듬어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환경이 인간을 지배한다. 그러나 위대한 인간은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허위 학력검증 열풍,학벌사회 깨는 동력 삼아야

젊은 나이에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임명돼 성공한 젊은 여성으로 언론의 총애를 받던 신정아씨의 학력이 허위라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 우리사회는 지금 허위학력 검증의 광풍에 휩싸여 있다.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따뜻한 인간애가 넘치는 디자인과 수줍은 웃음으로 사랑받던 건축가부터 유명 연극배우, 영화배우, 인기 영어강사, 전직 아나운서 등등 대중들의 사랑과 추앙을 받던 유명 인사들의 허위 학력 퍼레이드가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소위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남몰래 학력정보가 게재된 언론사의 포털사이트와 인물정보 관리팀 등에 경력을 바꿔달라고 부탁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처음 허위 학력 논란이 불거질 때만해도 대중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인사들이 양심을 속이는 짓을 했다는 점에 대해 분노했었다. 특히 허위 학력 사실을 이미 오래 전부터 충분히 알고 있었을 주변 인사들이 뒤늦게 무슨 대단한 증인이라도 된 것 처럼 그들을 비판하는 모습을 볼 때는 “당신 역시 그들과 한통속”이라고 호통이라도 치고 싶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쉽게 허위 학력 여부를 검증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이들이 지금에 와서야 “그땐 몰랐었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비겁한 책임회피에 불과하다. 그들 역시 유명 인사들을 이용해 이익을 보려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화·예술계는 물론, 사회 각 분야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인정받았던 인사들의 학력 위조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도대체 이들이 왜 학력을 허위로 조작했어야 하는지에 대해 새삼 관심을 갖게 된다. 어떠한 경우든 학력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조작한 행위는 용서할 수 없다. 자의든 타의든 이들이 허위로 부풀려진 학력을 계급장처럼 앞세우며 각종 혜택을 받아온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실력이 있어도 학력이 없이는 인정받을 수 없는 사회, 학벌만 좋으면 능력과 무관하게 우대받는 사회라는 점에 대해서는 냉철히 생각하고, 어떻게 이런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 지에 대해 사회 전체가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 당분간 허위 학력 검증 논란은 계속될 것 같다. 단순히 남의 숨겨진 과거를 들춰내는 일에 흥분할 것이 아니라 기왕 시작된 허위 학력 검증 열풍이 견고한 학벌위주 사회를 녹여 없애버리는 동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겠다.

여름철 건강관리

우리나라의 여름은 7~8월을 중심으사 우기와 건기가 교차된다. 여름철 건강관리법은 특별히 따로 있는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가 이 시기에 너무 많으므로 1년 중 가장 건강에 유의해야 될 시기인 것이다. 이러한 요소를 잘 알고 피해 간다면 여름을 좀 더 건강하고 쾌적하게 지낼 수 있다. 여름철에 자주 오르 내리는 대표적인 질환은 식중독이다. 식중독은 살모넬라, 장염 비브리오, 포도상 구균 등과 같은 세균들에 의해 발생되며 증상은 구토, 설사, 복통, 그리고 발열 등으로 구토나 설사 등에 의해 탈수가 문제가 되는만큼 치료를 요하는 응급 질환이다. 이질이나 장티푸스 등과 같은 수인성 전염병도 장마철 이후 많이 발생된다. 음식물들을 날로 먹지 않고 끓여 먹어야 하며 오랜 기간 냉장 보관했던 음식들은 피해야 한다. 아폴로 눈병과 같은 안 질환, 무덥고 습한 날씨로 인한 피부 질환, 무좀이나 전풍·완선 등과 같은 곰팡이 질환 등도 여름철 질환들이다. 산부인과적인 질환으로는 캔디다증이나 트리코모나스 등이 흔하다. 이같은 질환들이 생기면 가려움증이나 통증 등이 심한만큼 꾸준히 치료받아야 한다. 여름철에는 무더위로 생리적 불균형이 원인이 돼 오는 증상들도 많다. 특히 땀을 많이 흘리면 식욕이 떨어지고 평소보다 피로가 더 하며 나른해 지는데 계속되는 열대야로 수면장애가 동반돼 무기력한 상태가 계속된다. 이같은 경우 우리 몸에 저항력이 떨어져 각종 질병 및 암 등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만큼 수분과 염분 등을 충분하게 섭취하고 싱싱한 채소 등으로 비타민C를 보충해야 한다. 여름철에 덥다고 건물에 에어컨을 틀어 놓고 지낼 경우 눈이 충혈되거나, 뻑뻑하거나, 콧물이 나고 목이 아프며 가슴이 답답하면서 숨이 차고 두통이 있고, 몸이 나른해지고 의욕이 떨어지는 등 여러가지 증상들이 생기게 된다. 이른바 냉방병이다. 원인은 장시간 저온에 노출돼 생기는 체온조절 기능의 마비, 냉각기 팬 속에서 기생하는 여러가지 세균들과 곰팡이 환기 불량으로 인한 실내 공기 오염 등이다. 냉방병을 예방하려면 냉방기를 너무 오랜 시간 가동하지 말고 실내 온도차를 5~8℃ 정도 유지하는 게 좋으며 냉방중에 적어도 1시간에 1회 정도는 실내 공기를 환기시켜야 한다. 여름철에는 각종 안전사고들도 많이 일어나는 만큼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요령을 익혀 무사히 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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