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부지價 거품빼기 시급

얼마 전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 인천 유치가 확정·발표되면서, 대회 개최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추산하는 등 인천을 향한 관심들이 집중되고 있다. 이유는 인천의 브랜드 가치상승이 가져올 경제적 효과와 뒤따를 고용 확대 및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심리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고용 확대 및 일자리 창출 등이 서민들의 경제와 직결되는 것을 알면서도 아쉬운 상황들이 한편에서 벌어지고 있다. 공장부지가 아파트단지로 속속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공장이 들어설 부지들이 아직도 많으니 도심에 있는 공장들을 내보내고 주거·상업시설로 개발하는 게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공장총량규제로 인해 기업들을 유치할 부지들이 많지 않다. 이러한 상황들이 연출되면서 공장부지가격은 아파트가격의 거품만큼이나 부풀려지고 있다. 남동공단의 경우 평당 500만원선에 거래된다고 한다. 입주업체 2곳 중 1곳이 임차업체라고 할 정도로 임차업체들이 늘고 있다. 공장부지가 상승은 임대료 부담으로 이어져 자연스레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탈출구는 다른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우량 외국인 투자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한 방안으로, 경제자유구역 내 최소 2만평 규모의 ‘장기저리임대산업단지’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한 경제자유구역위원회의 결정이다. 지정될 시범산업단지는, 임대기간의 경우 최소 5년에서 최장 50년까지, 임대료의 경우 매년 조성원가의 1%수준으로 적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동안 인천지역사회에선 높은 공장부지가격으로는 다른 도시와의 투자기업 유치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기 때문에 경제자유구역이 본래의 조성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산업용으로 계획된 부지의 경우 ‘저가의 장기임대형’ 분양방식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 정부 결정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남동공단 등 기존 산업단지의 공장부지가격에 끼어있는 거품을 빼려는 지역사회의 움직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의 현명한 정책결정이 다른 산업단지에도 적용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인천시와 지역사회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한편 정부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의 경우 좋은 분양방식을 적용할 충분한 산업용지가 없다는 점에서 산업용지의 추가적인 확충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강경하 인천경실련 사무국장

FTA 현명하게 대처하자

지난 2일 정부는 미국과 FTA를 체결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FTA란 동맹국 간의 무역장벽을 완화하거나 철폐시키는 것으로 자유롭게 무역할 수 있는 협정을 말한다. 그러나 한·미 FTA 체결 내용 중 과거 우리가 칠레와의 FTA 체결에서 쟁점이 됐던 우리의 주요 농산물까지 협상의제로 다뤄졌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농업기반이 취약한 우리로선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우리의 농산물시장이 개방되면 농산물에 비교우위가 있는 외국의 값싼 농산물이 우리나라에 쏟아져 들어올 것이고 우리의 농산물은 아무래도 경쟁력을 잃게 된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비록 이처럼 우리나라 농업에 주는 피해는 많겠지만 전체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는 우리나라에 큰 이익을 줄 수 있다는 게 FTA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흔히 FTA는 우리가 세계화 속의 무한경쟁에 맞서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개방한 나라는 성공하고 실패도 하지만, 쇄국하면서 성공한 나라는 없다고들 한다. 따라서 지역주의가 급속히 확산되고 많은 나라들이 각국간의 FTA를 체결하는 추세 속에서 우리가 FTA의 추진을 늦춘다면 세계 교역질서의 흐름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게 냉엄한 국제사회 현실이다. 세계 중심이 미국이란 사실은 불변의 진리는 아니지만 현재로선 받아들여야 할 사실이다. 한국과 미국만의 세계 유일의 FTA가 추진됐다면 대다수 국민들이 강력히 반대했을 것이지만, 지금은 세계화시대로 나아가고 있는 추세 속에서 세계적으로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있는 움직임이 크게 일고 있다. 이에 대비해 FTA를 체결하지 않는다면 국제무대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FTA에 관해 찬·반으로 나눠 논쟁하는 것보다는 적절한 대응을 통해 앞으로 농민들을 포함한 상대적 피해자들의 삶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FTA를 체결한다고 바로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닌만큼 협정이 발효될 때까지 시간을 최대한 이용해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에 대해 지금이라도 최소화하는 대책 마련과 노력이 시급하다. 이러한 시점에서 경기도의회가 지난 4월 임시회에서 전국 지방의회 최초로 지방의회차원의 FTA특위를 설치한 건 참으로 의미가 크다. 최근 체결한 한미 FTA를 포함해 앞으로도 많은 국가들과 추진될 FTA 협상에 따른 대응전략과 찬반으로 분열된 사회적 여론 통합작업, 그리고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올바로 수렴해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정책대안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향후 특위 활동에 거는 기대가 자못 크다. /함진규 경기도의회 한나라당 대표의원

올바른 평가의 어려움

누구나 그렇듯 신문에서 자신과 관련된 분야의 기사를 제일 먼저 보게 된다. 얼마 전 본지 1면에 ‘분당 ㅊ학원 임의대로 평가, 학부모 수백명에 배포’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분당구 내 고교 16곳에선 참으로 어이없는 일에 할 말을 잃을 지경이었다. 어떤 대상을 평가하는 건 매우 어렵고도 신중하게 해야 한다. 대형 식품매장에 가면 신제품을 시식하게 한다. 어린 아이 한두명에게 시식하게 한 후 그것을 기준으로 평가서를 작성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양한 지역,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평가의 공정성을 살리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 호응을 얻는 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교육기관을 평가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 일인데 학원을 수강하는 일부 학생 이야기만 듣고 교육기관을 평가할 수 있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 사교육기관이 공교육기관을 평가했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평가의 방법과 의도가 올바르지 못하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바람직한 성장을 돕는 것을 목표로 교육기관을 평가하고 거기에서 발견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기 위한 의도에서 이뤄진 공정한 평가였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수강생 이야기만으로 전체 교육을 평가하는 오류를 범한 건 서로에게 큰 상처를 남긴 일이 되고 말았다. 이번 일은 교육계에 끊임없이 요구되는 평가의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들었다. 평가는 언제, 어떻게, 누구에 의해 어떤 의도로 실시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그 평가의 결과가 문제의 개선이냐, 상호간의 불신의 벽을 쌓게 되느냐 등을 결정짓게 된다는 것이다. 공교육기관은 당당하게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자질을 기르고 평가를 하는 집단은 진정으로 교육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의도로 공정하게 평가해 서로가 윈-윈 관계를 형성하길 바란다. /강원춘 경기교총회장 태원고 교장

FTA대책 1순위는 관광이다

FTA 때문에 온 나라가 난리다. 한·미 FTA 협상 타결이 우리나라에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은 분명하지만 분야별로 명암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농민들이 논밭과 키우던 소, 돼지를 버려두고, 서울로 올라와 시위하는 모습이 남의 일 같지 않다. 농림부는 FTA 대책마련에 분주하겠지만 비단 농림부의 고민만은 아닐 것이다. 모를 심고 소를 키워서만은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 되었으니 뭔가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할 텐데 우리 국민의 ‘먹을거리’ 주권과 관련되는 만큼 함께 고민해야 한다. 문화관광분야에 오래 몸담아온 입장에서 1사1촌 운동은 우리 농업 살리기의 좋은 사례다. 1사1촌 운동은 지역과 기업이 먼저 연계해 함께 살길을 모색해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한 경우다. 최근 낙농체험, 어촌체험, 산촌체험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는 반갑기 그지없다. 사실 정부의 정책이 현장을 따라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생계를 걸고 직접 발로 뛰는 사람을 어찌 따라갈 수 있겠는가. 정책 입안 시 현장의 목소리, 지역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지방자치단체는 지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농촌을 관광 상품화하는 데에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첫째로 농촌관광은 투자비 추정과 예측이 가능하도록 전문성에 바탕을 두어야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많은 대학과 관광전문가, 문화예술축제전문가 등의 공동컨설팅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겠다. 둘째로 한걸음 더 나아가 이제는 관광도 컨설팅을 바탕으로 특화된 상품으로 나타나야 한다. 그리고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특화된 상품이 다른 상품을 견인해가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셋째는 농촌관광도 지역클러스터 형태로 하는 것이 효율성이 높을 것이다. 축제, 체류, 특산품이 공동으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한 예로 장단콩축제가 좋은 콩 생산의 기폭제가 되고 슬로 푸드 발효식품사업을 일으켜, 많은 도시민들이 직접 찾아와 사가며, 황톳집에서 숙박을 하는 형태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지방자치단체가 투자 1순위로 꼽는 분야가 바로 관광이다. 타 산업분야와 연계할 수 있다는 무한확장성도 관광의 매력이다. 이러한 무한확장성을 살리고, 지역 현장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 FTA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 농업에 분야 대책의 1순위가 관광이다. /임병수 경기관광공사 사장

녹수 흘러간들 청산이야 변할손가

오늘 아침은 필자도 감상적이다. 봄비가 내리고 나서 세상이 봄의 에너지로 충만해졌기 때문이다. 필자의 사무실 창에서 보면 조그마한 정원이 하나 있다. 정원에는 페튜니아 꽃이 환하게 웃으며 해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노랑, 주황, 하얀색 등이 조화를 잘 이뤄 아름답다. 그 너머로 그리 높지 않은 조그마한 산이 산수화처럼 펼쳐져 있다. 작은 산이지만 창가에서 보는 산은 창문에 꽉 차 있다. 이 산자락은 광교산자락이다. 다른 산자락은 거의 주거지로 변했지만 아직 남아있는 자존심이다. 주변의 아파트 고층건물이 주거지를 이루고 있는 시가지, 회색도시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전망이 꽤나 좋은 곳이다. 그래서 행복하다. 이곳은 근대화와 더불어 우리 수원 발전의 모태였던 선경직물과 양대산맥을 이뤘던 한일합섬 공장이 자리했던 곳이다. 어느덧 진달래도 활짝 피어났다. 앙상한 가지에 겨우 꽃무늬가 있는 속옷을 입은 형상이지만 하루가 달라지게 풋풋함이 더해지고 있다. 창밖을 보니 까치 한두마리가 무엇인가 입에 물고 집을 짓기 위해 바삐 움직인다. 힘들면 쉬는 시간에 서로 사랑을 확인하기도 하는 장면을 간간히 볼 수 있다. 못난 남편을 만나 고생을 하는 아내 생각도 난다. 이렇게 자연은 인간에게 정서적으로 많은 것을 준다. 마음이 소란스럽고 산만해 질 때마다 시성(詩聖) 타고르가 그리했던 것처럼 조용히 “내 마음이여…”라는 기도를 하게 된다. 배불리 먹는 게 인간의 지상과제였던 시대를 지배했던 과학과 기술이 이제는 내면의 윤리도 사라지게 하고 오직 생존의 목적만이 남아 생태계까지도 파괴시키고 있다. 발전이 항상 옳은 건 아닌 것 같다. 당장의 편안함과 편협한 생각으로 목전의 이익만 생각하면 우리 자자손손에게 무엇을 유산으로 남길 것인가? 미래를 바라보면서 한발 늦게 생각하고 한발 늦게 개발하는 것은 어떨까? 그러기에 창가에서 바라보는 산이 있고, 꽃과 나무가 있고 까치와 새들이 집을 짓는 것을 바라보고 느끼는 내 마음이 있다. 필자는 5년 전 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사했다. 당시만 해도 앞에 산과 들이 펼쳐져 있었는데 이제는 아파트 숲이 들어섰다. 수천년, 수만년, 수억년 등을 이어온 산하들이 개발이란 인간의 식성 앞에서 한끼 식사에 불과하던가? “청산은 내 뜻이요 녹수는 님의 정이/ 녹수 흘러간들 청산이야 변할손가/ 녹수도 청산을 못 잊어 울어 예고 가는 고//” 봄 탓인가? 나이 탓인가? 생각이 예민해지고 가끔 잠을 설칠 때가 잦아진다. 옛 애인처럼 이 계절의 산과 들이 그리워진다. /임병석 수원시 장안구청장

화합의 족구

강원도 월정사에서 스님들과 신부님들이 족구의 세계로 뛰어 들었다. 종교간 화합을 위한 행사로 염주와 묵주를 잠시 내려놓고 러닝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치러졌다. 결과는 신부님팀이 2대 1로 승리했다.신부님들은 “스님들이 자비를 베푸셔서 이긴 것 같다”고 겸손해 했다고 한다. 족구를 많은 국민들이 사랑하기에 신부님과 스님들이 종교간 벽을 허물 도구로 선택한 것 같다. 대한족구연합회에 따르면 전국의 족구인이 7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필자가 족구를 시작한 10여년 전이었다. 당시 공을 받는다고 오른발을 올렸는데 발은 무릎 이상 올라가지 않고 몸은 오묘한 자세를 띠고 공은 이같은 자세와 무관하게 튀고 헛발질하기가 일쑤였다. 그래도 필자 같은 사람이 있어 즐거웠던 것 같다. 족구는 때와 장소와 복장 등에 관계없이 오직 공 하나만 있으면 된다. 혼자 있을 때는 공으로 제기차기나 벽치기 등을 연습하면 된다. 둘이 있으면 1대 1 족구를 하면 된다. 네트가 없으면 바닥에 물이나 막대기로 줄을 긋고 적당한 장애물을 중간에 세워 놓거나 중립지역을 만들면 된다. 족구는 단순해 보여도 개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문화관광부장관기대회에 출전하는 전문 선수들의 화려한 기술은 묘기와 다름없고 전술은 보는 이로 하여금 짜릿함과 황홀감을 느끼게 한다. 족구연합회 관계자들은 족구를 민족국기라고 부른다. 국내에서 태동한 유일한 구기종목이라는 것이다. 일부는 삼국시대에도 유사한 놀이가 있었다고 주장할 정도이다. 오늘의 족구는 1966년 시작됐다. 출발점은 군대이다. 공군 조종사들이 조종복을 입고 비상대기를 하면서 즐기기 위한 운동으로 고안됐다고 한다. 1968년 경기규칙을 만들어 국방부에 상신했고 동시에 육·해·공군으로 퍼져나갔다. 1974년 국방부가 발간한 체력관리에 족구규칙이 게재돼 오늘날의 4인제 족구규칙이 정착됐다. 1990년 대한족구협회가 발족되고 1994년 국민생활체육에 정식으로 등록됐다. 지금의 족구는 공중 2단 회전 돌려차기나 360도 대회전 차기, 헤드 스핀 등 나날이 신기에 가까운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족구실력만 갖고도 수시입학 전형을 하는 대학들도 생겨났다. 여성족구단들도 많이 창단됐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족구 전용구장이 미비한 게 흠이다. 족구는 오늘날 국민들의 열기와 국민생활체육 활성화 방안에 힘입어 많은 동호인들이 형성되고 해외 교포사회에까지 보급돼 민족 고유의 구기로 자리를 잡았다. 이처럼 매력적인 족구를 통해 국민들은 물론 해외 동포들의 건강과 화합의 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경복 파주시 생활체육협의회장

우리 배의 씹는 맛

70년대 말과 80년대 초, 소위 ‘인도사과’가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푸른색의 껍질은 잘 익으면 레몬 같이 노랗게 변하며 손톱으로 살살 벗겨도 될만큼 육질이 연했다. 맛은 달콤했으나 씹는 느낌이 푸석푸석해 지금 사과시장을 평정하고 있는 후지(富士)나 홍옥의 사각사각한 질감은 느낄 수 없었다. 일본에 가서 김치를 먹어보면 우리나라에서 쓰는 재료를 그대로 넣어 만들었는데도 한국에서의 그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일본 배추가 우리나라 배추에 비해 덜 단단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된 배추 잎을 손으로 꺾어보면 파르르 탱탱하게 버티다 툭 부러지는 쟁쟁한 탄력이 느껴지는데 이것이 김치의 맛을 더욱 감칠 나게 만드는 요소다. 무 역시 마찬가지다. 물컹한 깍두기, 물러터진 동치미 등은 이미 그 맛이 반쯤은 달아나버린 것이다. 음식물의 질감은 손에서보다, 눈으로 느끼는 것보다, 입 안에서 극명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동태보다 생태가 더 맛있는 건 그런 까닭이다. 음식재료 보관온도에 따라 씹는 느낌의 차이를 가져 오게 돼 맛의 차이가 나고 따라서 가격에서도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 나라 특유의 토양, 기후, 입지는 같은 품종의 농산물을 재배해도 이런 차이를 낳는다. 경기 배의 미국과 유럽시장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민선 3기 시절부터 농산물 해외 수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서구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설치했고, 민선 4기에 접어든 후 해외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처음 서구시장에 진출한 우리 배는 그 쪽 소비자들의 오랜 입맛과 다소 거리가 있었다. 서구 소비자들은 우리가 좋아하는 아삭거리는 맛보다 다소 무른 상태로 숙성된 것에 익숙하다. 우리가 선호하는 큰 배(대과)보다는 껍질 채 먹을 수 있는 작은 배(소과)를 선호하고 있다. 따라서 배를 수출할 때는 보름 정도의 수송기간 동안 숙성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런데 서구 소비자들이 점차적으로 우리 배 특유의 아삭거리는 씹는 맛에 익숙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 입맛의 미묘한 변화는 다른 어느 나라 배보다 식감(食感)이 우수한 우리나라 배의 입지를 바꿔놓고 있다. 우리 음식의 매운맛이 중독성이 있는 것처럼, 우리 배의 식감, 특히 절묘한 느낌의 씹는 맛은 풍부한 과즙이 주는 청량감과 함께 세계 과일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입 안의 한류(韓流)’로 떠오르고 있다. /박용철 한국농촌지도자 경기도 연합회장

북유럽은 왜 선진국인가?

북유럽에 갈 기회가 있었다. 필자는 북유럽 국가들이 왜 잘 사는가에 대해 궁금증이 많았다. 3월에 갔으니 비수기인 셈이다. 백야(白夜)가 있는 한여름이라야 많은 관광객들이 이들 나라를 찾지만 썰렁한 분위기가 풍기는 겨울에는 특별한 목적이 있지 않고서는 방문하지 않기 때문이다. 덴마크를 제외하고는 삼림이 울창한 나라들이다. 빼곡이 하얗게 자라는 자작나무와 일부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붉은 소나무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었다. 방문기간 중 느낀 점은 첫째, 사람들이 밝고 맑으며 얼굴에는 여유가 있어 보였다.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남녀노소가 반바지 차림으로 조깅하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어김없이 햇빛이 나면 너나 할 것 없이 일광욕을 즐긴다. 도로에서는 차보다 사람이 우선하기에 경적소리나 급브레이크 밟는 소리는 들어 보지 못했다. 둘째, 자연과 환경을 아주 잘 보존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이미 식당이든지 아니면 모텔이 들어 세워졌을 그런 곳인데도 환경을 잘 지키고 있다. 자연을 가급적 훼손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 그 자체를 즐기고 가꾸는 사람들이다.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바이오 가스’라는 연료를 사용하고 있고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며 친구들을 만난다. 한 그루의 자작나무를 베면 다시 한그루의 자작나무를 심을 정도로 자연과 환경 보전에 적극적이다. 셋째, 세금을 많이 낸다. 무려 소득의 30~60% 넘게 세금으로 낸다. 정부는 세금을 걷는 대신 모든 국민들에게 무료 교육 및 의료 서비스의 제공, 아동 양육비 및 실업자 수당 제공, 재교육 및 직업알선, 은퇴 후 연금지급 등의 비용들을 충당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불만이 없다. 넷째, 기업에 최대한 행정편의를 제공한다. 국내 기업들은 물론 현지 진출한 외국 기업들에 자율을 보장하고 행정편의를 최대한 제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연구 및 개발(R&D) 투자와 산·학협력, 기술개발, 하이테크산업의 육성, 규제완화 등으로 개방적이고 경쟁력있는 기업으로 만들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WF:World Economic Forum)이 지난해에 발표한 ‘리스본 Review 2006’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고 역동적인 나라로 덴마크가 1위, 2~3위에는 핀란드와 스웨덴 등이 올라 북유럽 3개국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덴마크가 1위, 노르웨이가 2위 등을 차지한 건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한다. /윤준식 신협중앙회 인천경기지역본부장

‘혁명적 부’와 특수교육

엘빈 토플러의 ‘未來의 富’는 원제가 ‘Revolutionary Wealth’로 ‘革命的 富’라고 번역해야 옳다. 그럼에도 제목을 ‘부의 미래’라는 묘한 단어로 바꿔 부르는 건 혁명이라는 용어에 대한 우리나라의 사회문화적인 배경과 대중의 정서적인 반감을 고려한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하다. 이 미래학자는 농업혁명과 산업혁명 등에 이어 도래하는 이 급격한 변화의 시대를 맞아, 부를 잡으려면 지식 혁명적 사고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는 반복되는 키워드가 하나 있는데, 생산을 뜻하는 Produce와 소비를 뜻하는 Consume의 합성어인 프로슈머(Prosumer)라는 단어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엄격히 구분된 산업혁명의 대량생산 개념이 무너지고 지식혁명시대에선 개인의 다양한 요구에 맞춘 맞춤형 제품이 나오는데, 이 맞춤도 소비자 본인이 스스로 생산자가 돼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옷만 맞춤형을 입는 시대가 아닌, 자동차나 집, 심지어는 환자에 따라 맞춤형 의약품이 나오고 농산물마저도 개인 입맛에 맞춘 작물이 생산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몇몇 진보적인 교회는 교인들이 스스로 예배의 형식과 주제를 설정하고 교회는 이것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여 운영하고 있는데, 종교적인 영역에서 볼 수 있는 프로슈머의 좋은 예라고 볼 수 있겠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는 앞으로 장애학생을 지도하는 특수교육기관도 맞춤형 교육을 실천해야 한다는 프로슈머들의 특화된 요구가 있을 것으로 본다. 앞으로는 지금까지 해오던 개별화교육에서 진일보해 특수교육 수요자가 교육생산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때가 올 것이다. 학생의 장애정도에 따른 요구와 필요는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가 개개인에 적합한 특수교육을 설계하고 참여하며 그 결과를 교육자와 상호평가하는 시대적 요구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금까지 특수교육기관은 수고하고 헌신한다는 칭찬에 안주한 면도 없지 않다. 교육 효율을 추구하는 맞춤형 교육을 지향하지 않는다면, 머잖아 많은 특수교육대상자들은 우수하고 저렴한 외국기관을 찾아가 치료교육을 받으려 할 것이며, 사회적 안전망이 잘 보장된 시스템에서 존중받으며 직업교육을 이수할 것이다. 특수교육기관도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질높은 교육을 펼쳐야 한다. 엘빈 토플러는 책의 말미에서 속도가 화두가 되는 미래에는 우리나라가 중국 및 일본 등과 더불어 우수한 IT기술산업과 넘치는 자원봉사정신 등을 바탕으로 새로운 부의 세력권을 형성, 차세대 선두주자가 될 것이라는 강력한 암시를 했다. 믿어볼 일이다. /김우 자혜학교 교장

‘헬리콥터 부모’에서 벗어나기

학교에서 1년의 시작은 3월이라고 보아야 한다. 학부모나 학생들은 3월이 주는 싱그러움에서, 새 학년이라는 단어에서 시작의 의미를 찾게 된다. 특히 각급 학교의 신입생과 부모님들은 모든 일에 시작의 의미를 부여하며 설레임과 긴장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러한 설레임과 긴장감은 한달 정도가 지나면 서서히 안정을 되찾는 게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 기간동안 대다수 고교에선 학기초 학습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야간자율학습을 시행하게 된다. 올해는 3월 첫주에 느닷없이 봄눈이 내렸다. 자율학습 후 귀가가 내심 걱정되긴 했지만 내린 양에 비해 많이 쌓이지는 않았다. 때마침 사무실로 걸려온 전화를 직접 받았다. “우리 아들이 1학년 아무개”라고 하시며 학교에서 버스 정류소까지의 거리가 멀어 눈 속을 헤치고 귀가하는 일이 만만찮아 지금 자율학습을 종료시켜달라는 것이었다. 버스정류소까지 5분도 걸리지 않는다. 그 정도도 스스로 걷지 못할만큼 우리 아이들이 나약하다면 기나긴 인생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 걱정스러웠다. 전화를 끊고 어머니의 심정을 이해하려고 하면서도 불편한 마음을 누를 수 없었다. 자녀에 대한 세심한 보호를 넘어 자녀의 건강한 성장을 가로막는 과잉보호를 하는 부모가 이 어머니 한사람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헬리콥터 부모’란 말이 있다. 헬리콥터 프로펠러처럼 항상 자녀 주변을 맴돌며 자녀가 독립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고 간섭하는 부모를 일컫는다. 부모 입장에선 자녀가 한없이 사랑스럽고 이 정도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간섭하고 도와주게 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자녀는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익히거나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이제 우리 부모님들은 헬리콥터 프로펠러처럼 자녀의 주위를 맴돌며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가로막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의 양육방법을 살펴봐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강원춘 경기교총 회장 태원고 교장

인천시민 안전 누가 수호(?)

지난 2월 LNG 생산기지 가스누출은 생명의 소생을 알리는 봄의 길목에서 인천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소식이었다. 인천을 넘어, 인천으로 쏟아지는 전국 각지의 시선과 기대까지도 산산이 부서트릴 비보였다고나 할까. 규정대로라면 송도 LNG생산기지로부터 주거지역까지의 이격거리가 16㎞ 이상 돼야 하지만 송도국제도시와 3㎞, 연수구와 불과 8㎞ 정도 밖에 떨어져있지 않다니 놀랍다. 그야말로 거대 위험시설물을 옆에 끼고 사는 격이라 할만하다. 설마 그럴 리가 없길 바라지만 만약의 사태를 가정한다면, 한국가스공사는 인천 시민들의 안전을 담보로 엄청난 일을 벌인 것이다. 그동안 책임주체인 한국가스공사는 1년6개월 전 파악한 관련 사고를 이제까지 숨겨왔고 송곳 같은 비난여론이 들끓자 부랴부랴 해명에 나서면서 부분보수를 전면보수로 변경하는 등 실망스런 모습만을 보여준 터이기에 최근 이격거리 관련 소식은 인천시민들에게 충격을 더해 주고 있다. 그나마 실날같은 기대를 가졌던 게 인천LNG생산기지 안전대책협의회이다. 관리감독권을 갖고 있는 산업자원부와 관리감독권을 가져야 할 인천시와 연수구, 그리고 기초의회, 전문가와 한국가스공사 및 유관기관, 그리고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안전대책협의회는 관련 정보를 공유, 누설원인과 안전대책 등을 찾으려는 기구다. 그러나 첫 회의 이후 들려온 소식은 한국가스공사가 지급한 회의수당의 뇌물성 논란으로 얼룩져 버렸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가스공사에 대한 지역사회의 여론이 아직도 해소되지 않았다는 방증일 게다. 다른 한편 직접적 피해지역의 단체장들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에 대한 보이지 않는 저항이기도 하다. 지난 10일, 1개월만에 열린 안전대책협의회 제2차 회의에서도 주체가 누구여야 하느냐에 대한 시원한 답변이 나오지 않았다. 여전히 인천시민사회에 피해를 준 한국가스공사 주도의 운영을 묵인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안전대책협의회 안에선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약속도 내동댕이치는 결정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인천의 입지적 조건으로 인해 많은 위험·혐오시설들이 산재해 있다. 그동안 국가기간시설이란 명분으로 무사통과식의 시설운영이 가능했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시민사회의 안전의식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지방정부 주도의 공정한 협의회 운영과 정보의 공개가 이뤄져야만 한다. /강경하 인천경실련 사무국장

지방의회 의원 입법활동 강화

지난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된 이후 우리 선배·동료의원들은 지금의 지방의회가 있기까지 열악한 의정환경에도 불구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점점 심화되고 있는 사회양극화로 지방의원들이 입법 활동을 통해 챙겨야 할 민생현안은 더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최근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적극적인 입법 활동을 위해 의원 스스로 입법 활동의 활성화 방안에 대하여 함께 고민하는 모습들은 참으로 의미가 크다 할 것이다. 잘 알고 있듯이 지방의회 의원의 입법발의는 주민의 의사를 반영한 지방의 실제상황에 맞는 법규를 스스로 창출한다는 점에서 지방의회의 필수적 기능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의원입법은 지방자치법 제9조에서 예시적으로 열거하고 있는 주민복지 증진, 지역개발사무 등 6개분야 57개 종류의 고유·자치사무와 단체 위임사무에 관하여 조례로 제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지방자치단체별 의원입법 발의 추이를 살펴보면 지방자치제도의 정착과 주민욕구 증가에 따른 민원해소 및 복지증진을 위하여 의원입법 발의 실적이 증가하는 추세이나 일반 주민들의 기대에는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경기도의회가 자체 조사한 주요 광역자치단체별 의원발의 입법실적을 보면 경기도의회의 경우 2005년부터 2007년 3월 현재 22건, 그리고 같은 기간 서울시의회는 15건, 부산광역시는 16건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난 3월 경기도의회가 입법발의 활성화의 일환으로 ‘경기도의회 의원연구단체구성 및 운영조례’를 제정한건 그 의미가 크다 할 것이다. 본 조례에 의하면 지방의원의 입법 활동에 대한 도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도의원들이 연구단체를 구성하여 연구·입법 활동을 할 경우 적극적인 행·재정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치입법의 제·개정이 요구되는 사안을 의원 주체적으로 발굴하여 이를 활발히 발의함으로써 경기도의회가 앞으로 진일보 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지방의원들이 의원입법발의 제도를 십분 활용한다면 지역의 다양한 의사와 정치적 의지를 실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입법발의과정에서 건수 채우기식 또는 지역이기주의나 특정집단의 사익은 철저히 경계되어야 할 것이다. 지방의원 개개인의 의정활동은 지방자치를 이끌어 가고 있는 핵심 축이다. 따라서 경기도의회뿐만 아니라 전국 지방의회가 앞으로 지방자치의 본질에 한발 더 다가가기 위해서는 지방의원의 고유기능인 자치입법, 특히 의원입법 기능을 활성화하고 늘 입법 활동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함진규 경기도의회 한나라당 대표의원

‘명성황후’ 테마로 슬로푸드 마을 조성

요즘 짝퉁이라는 유명 브랜드 모조품을 만들어 파는 나라들이 많다고 한다. 널리 알려진 유명 브랜드는 물론, 중·저가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복제해내지 못하는 것들이 없단다. 샘플 하나만 가져다주면 그대로 만들어낸다니 놀랍기만 하다. 하지만 짝퉁은 짝퉁이다. 무엇이 짝퉁이고 무엇이 진품이냐 묻는다면 필자는 서슴지 않고 ‘고유성’을 말할 것이다. 외형은 복제해내더라도 고유의 정신을 담고 있는 그 속내까지 복제해내지 못하니 그것이 짝퉁과 진품, 아니 나아가 명품의 차이다. 아무도 따라하지 못하는 고유성이 제자리에 머무르는 ‘정체’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평양의 소문난 냉면집 옥류관에선 매 해마다 냉면콘테스트를 개최한다. 한 냉면 할머니의 전수비법이 이어져 내려와 이미 최고의 맛으로 인정받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그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더 나은 냉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아마 옥류관 냉면 맛의 비결은 고유성을 지키면서도 더 나아지려는 끊임없는 노력일 것이다. 봄꽃구경 인파에 치이느니 한적한 산책이나 해볼까 여주로 나들이를 나선 길에 공기, 흙, 물이 좋아 도자의 산실이 된 이천, 광주, 여주 등지에 어린 우리 조상의 혼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하다보니 어느새 짝퉁과 진품, 명품에 대한 데까지 생각이 이르렀다. 우리 어머니들은 짝퉁과 진품, 명품 등에 대한 인식은 없었지만 아이들에게 더 좋은 음식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집집마다 음식의 맛이 달랐지만 그 나름의 맛이 있었고, 그 맛은 정성에서 우러난 최고의 것이었다. 명성황후 생가에서 발걸음을 멈췄는데, 공기 좋고, 물 좋고, 강 따라 흐르는 바람이 좋은 지형의 영향인지 8명의 왕비를 배출했다는 여주의 ‘맛’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명성황후는 무슨 음식을 어떻게 먹고 자랐을까. 그 음식의 흔적은 옛 문헌에 기대어 찾아볼 수 있을 뿐 맛볼 수는 없지만 분명 일상적이면서도 범상치 않은 음식이었을 것이다. 명성황후가 먹던 음식의 맛과 정성을 되살려 이어가기 위해 명성황후테마파크를 만들어 슬로푸드마을로 육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경기도에 슬로푸드마을 10여곳이 있지만 역사와 우리 고유의 음식을 묶어놓은 곳은 없다. 명성황후를 테마로 하여 일상의 음식에서 궁중음식에까지 우리의 맛과 역사를 아우르는 슬로푸드마을이 조성돼 교육과 전통계승의 장으로 활용되면 좋겠다. /임병수 경기관광공사 사장

기계체조로 하루 시작

“하나. 둘. 셋. 넷. 둘둘 셋넷!” 새벽 5시30분 새벽을 가르는 기합소리가 퍼져 나온다. 수련장에 들어서면 나이 드신 분들이 시작하고 계신다. 다음부터는 필자와 연배가 비슷한 수련자들이 겨우 시간에 맞춰 들어선다. 시간이 지날수록, 젊을수록 새벽 잠이 많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입장하는 나이들이 적어진다. 아침 인사를 반갑게 나누면서 손과 발 털기를 시작하면서 몸을 풀어준다. 몸을 늘리고 당기고 비틀어 주고 두드리는 동작을 반복해 나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단전치기를 비롯한 여러가지 반복동작들이 시작된다. 간단한 동작이면서도 어려운 동작 등을 반복하면 어느새 몸에 땀이 배기 시작한다. 파주에는 새벽에 기체조를 무료로 지도해 주는 지도자들이 계신다. 이 분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휴일도 없다. 겨울에는 실내에서 하지만 날씨가 선선해지면 야외에서 한다. 물론 성인들이 대상이다. 새벽에 부지런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편하게 참여만 하면 된다. 어떠한 도구도 복장도 수련비도 필요없다. 바로 이러한 운동이 생활체육이라고 생각한다. 몇 개월의 수련을 통해 기체조를 익히면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운동이 바로 기체조이다. 파주시 생활체육협의회는 이러한 생활체육교실을 확대하려고 한다. 기체조는 말 그대로 인체의 기를 활용한 체조로 몸을 다스리면서 마음도 다스리는 운동이다. 기가 흐르는 통로인 경락을 다양한 동작으로 자극해 혈액순환과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기 때문에 몸이 건강해지고 활력이 증진된다. 단전호흡과 명상까지 겸하고 있어 마음에는 휴식을 주고 머리를 맑게 해준다. 기체조가 강조하는 건 몸을 바르게 움직이기, 호흡 조절하기, 마음을 평온하게 갖기 등이다. 스트레칭이나 에어로빅 같은 일반적인 운동과 달리 몸속 기운까지 체험할 수 있는 게 기체조의 매력이다. 기체조는 어깨 돌리기, 허리 비틀기 등 간단한 반복동작들이 많아 배우기 쉽다. 3개월 이상 꾸준히 배우다 보면 효과를 몸소 느낄 수 있다. 간이나 시력이 나쁜 경우 목운동과 상체 굽히기 운동, 심장과 소장이 약할 경우 어깨와 팔 운동, 위장이 좋지 않을 경우 손발 스트레칭과 앉았다 일어서기 동작 등을 반복한다. 신장과 생식기가 약하면 허리와 발목 항문운동을 하면 좋다. 폐와 대장에 이상이 있으면 단전 강화 운동을 집중적으로 하면 좋다. 단전치기는 양 손바닥으로 단전을 두드리는 방법이다. 단전치기를 하루에 1천번씩 1개월동안 꾸준히 하면 얼굴에 윤기가 나고 변비, 설사 등의 장질환이 개선된다. 어느새 운동에 몰입하다 보면 1시간30분이 짧다. 헤어지는 구호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로 합창하면서 하루 운동을 마친다. 오늘은 기체조로 온몸과 뼈 마디마디가 더욱 시원함을 느낀다. 기체조로 시원해진 몸을 갖고 시원한 하루를 시작한다. /이경복 파주시 생활체육협의회장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싶은 생각

전화! 1876년 벨에 의해 발명된 이래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통신수단이 다양해지면서 정보화시대의 필수적인 의사교환 수단이 되었다. 지금도 끊임없이 발전해 화상전화는 물론 DMB까지 바야흐로 IT 산업의 총아로 자리 잡고 있다. 현대인은 대인 접촉을 전화로 시작하고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인 정보전달, 감정의 표현 등 모든 것을 전화에 의존하고 있다. 개인 또는 단체, 기업의 첫 인상은 전화응대에서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국가·단체·개인간 각종 업무처리는 업무의 사안에 따라 적게는 50%, 많게는 90%까지 전화로 이루어진다. 전화의 특성상 화상전화가 아닌 한 보이지 않은 음성이 전달 수단이다. 따라서 상대방에게 자기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밝은 소리, 진솔함, 올바른 어법, 정확한 발음 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지만 대화 분위기, 상대방에 대한 적당한 호칭, 경청 등도 중요하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예절과 표정은 비록 보이지는 않을지라도 말투로 고스란히 나타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더욱 절실하다. 더욱이 다가올 화상 전화시대를 맞아 전화예절은 더 강조되고 있다. 수원시 장안구는 ‘전국 친절 1등구’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전화응대 친절을 제일 중요하게 여긴다. 보다 나은 친절을 위해 전문업체에 위탁, 간부·팀장·직원 등 빠짐없이 40~50명이 한 팀으로 집중교육을 받는다. In-Out 시스템이 모든 영역에서 고객만족서비스 모니터링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고 있다. 필자는 모든 직원에게 ‘나는 구청장이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업무를 처리하라고 당부한다. 모든 직원이 기관장의 자세를 갖고 책임과 임무를 다하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지금도 언제 어디서 누가 전화를 하든 벨이 한 두 번 울리면 밝은 목소리로 ‘무엇을 담당하는 누구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부터 시작한다. 다짜고짜 ‘내가 낸 세금으로 봉급 타 먹으면서, 누구 때문에 근무하는데, 기관장 바꿔’ 하며 화를 내는 민원인이 부지기수다. 이럴 때마다 ‘죄송합니다. 진정하시고 말씀해주십시오’ 하며 응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참을 인(忍)이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했던가. 그래서 공직자들에게 끊임없는 자기통제와 교육, 민원인이 진정 고마운 고객이라는 마음가짐을 강조하고 있다. 마음에서 진심으로 우러나는 친절과 상대방을 존중하는 잔잔한 대화가 이루어지는 전화를 주고 받고 싶다. /임병석 수원시 장안구청장

축제로 가는 지역문화 전략

우리나라 지역축제들은 정확히 추정하긴 어렵지만 1천여건에 이를 것으로 필자는 추정하고 있다. 작은 땅에서 왜 이리, 이렇게 많은 축제들이 이뤄지고 있는가. 축제란 지역 문화 정체성에 맞춰 같이 더불어 사는 공동체 삶의 표현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마당이요, 장(場)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성공적인 축제들은 적고 지역의 문화정체성을 만드는 축제들이 별로 없는 건 아쉬움이 많다. 지방자치 이후 10년여동안 한국을 축제의 나라로 만들어 오면서 관변, 혹은 정치적 도구로 활용돼 오는 다소 빈곤한 축제를 펼쳐왔다. 자연발생적으로 생활공동체에 기반을 둔 축제들은 찾기 어려운 실정에서 지금의 축제들은 문화 자체도 산업영역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도시축제로 만들어지고 있다. 다소 과장될지 모르지만 전통·토속적인 축제가 공동체적 삶을 상실한 현대적 의미의 축제로 분화되고 있음이다. 전통적이고 토속적인 의미의 축제를 찾기 어려운 일부 자치단체들은 현대적 문화콘텐츠를 담은 고부가치성 문화·예술축제를 모색하고 있다. 이제는 해당 지역의 장소마케팅을 고려하고 경제적 효과를 고려하는 문화콘텐츠 관광축제로 옮겨가고 있기에 더욱 더 전략적인 모색이 필요하다. 그리고 중요한 지역의 정체성을 살리는 축제, 지역문화를 살리고 그 안에 더불어 사는 많은 지역 주민들과 같이 하는 축제, 많은 문화정책입안가와 축제기획자가 고민해 만들어야 할 숙제다. 그것이 전통축제든, 토속문화축제든, 예술축제든 말이다. 지난 2일 한·미 FTA협정 체결은 우리의 문화산업부문에서도 많은 타격을 줄 것은 자명하다.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문화도 시장의 원리속에 놓여지는 게 어찌할 수 없는 사실로 다가올 지라도 국가·민족·지역·인종이 다른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게 우리가 갖고 있는 문화정체성을 지키는 길이다. 축제는 이러한 지역이란 다양성 속에서 문화정체성을 찾는 노력을 가시화하는 공동체화작업이기에 더욱 그렇다. 지역의 특성화작업이 그 하나의 열쇠다. 기존의 축제를 새롭게 변형하는 과정으로 가는 모습들이 많이 있다. 대표적으로 전남 강진의 청자문화제이다. 강진군민의 날 행사등과 연계됐던 금릉문화제를 지난 96년부터 강진청자문화제로 바꿔 강진이 청자의 발상지임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지역특화 관광축제로 열리고 있다. 물론 그 지역의 특성화에 맞게 지역이미지를 브랜드화는 축제사례로 보령머드축제, 무주반딧불축제, 함평나비축제 등이 있다. 도시나 농촌 등지에서 성공적으로 정착된 예술축제들이 짧지만 최근에는 많이 있다. 지난해말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최고의 축제는 가평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이었다. 지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2회 성공적으로 펼쳐진 제천의 국제영화음악축제는 앞으로 주목할만한 그 지역을 특성화한 전략적인 문화콘텐츠 예술축제로 거듭 나리라 생각한다. 그 지역이 갖고 있는 특성을 정체성으로 부각하고 관광산업으로 육성화하는 다각적인 전략을 가져야 함이다. /이규찬 공연기획자 수원장안구민회관 프로그램 운영차장

‘농업 119’

“정말 사골 우려먹듯 한다니까!” 농업인들은 진저리가 날 지경이다. 지난달 20일 서울 양재동 에이티 센터에선 ‘국민과 함께하는 농업인 업무보고’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쏟아져 나온 노 대통령의 일장훈시(?)는 그야말로 ‘농업인 경시’의 결정판이었다. 한·미 FTA 타결을 목전에 두고 암울해 있는 농업인들에게 청산유수처럼 터진 대통령의 말의 행간은 이렇게 요약된다. “당신들이 발목 잡는 바람에 나라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어차피 경쟁력 없는 분야니 아무 소리 말고 양보해라.” 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틈만 나면 “개방화에 대비해 농업분야에 119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 아니냐”고 농업인들을 윽박지른다. “좀 가만히들 있으시오. 아~ 돈 준다니까~” 이런 뉘앙스다. 참여정부가 들어 선 지난 2003년 농업인의 날 행사에서 노 대통령이 언급한 ‘10년동안의 농업분야 119조원 투·융자’는 그러나 발표 직후부터 농업인들과 농업관계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을 빚어왔다. 119조원이라는 돈은 원래 10년동안 들어가야 하는 농업 예산을 약간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다. 예상되는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증액은 일부에 국한된 것이다. 그런데 일반 국민들이 듣기에는 정부가 마치 농업인들에게 국민이 낸 ‘피 같은 세금’을 자그마치 119조원이나 ‘더 얹어’ 지원한다는 오해를 하게끔 하고 있다. 짧은 지면에 농업분야 119조원 투·융자에 대한 실상과 정부의 자기기만에 대해 소상히 설명할 순 없지만 독자들께서 여러가지 정보매체를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본다면 그 ‘허구적 생색’을 금방 발견할 수 있다. 350만명의 농업인구가 77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우리 농업은 안전한 먹거리 생산,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소중한 산업이다. 여기에 환경의 정화와 보호, 전통 지역사회와 문화 보존, 자연생태 균형 유지, 국민정서 순화 등의 공익적 가치들을 더하면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부분이 된다. 단순 경쟁력으로만 따질 수 없는 게 농업이다. 농업경쟁력 향상의 걸림돌은 오히려 획기·창조적 농정은 만들어 내지 못하면서 119조원, 119조원만 외치는 그들에게 있다. 대통령의 인식부터 이러하다면 119조원이란 말은 이제 ‘긴급 상황 119’로 들린다. 우리 농업은 ‘비상출동 119’에 다름 아니다.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하나니~”하며 농업인들을 복달하기 전에 “동이나 텄는지” 살펴보기 바란다. /박용철 한국농촌지도자 경기도연합회장

황금보다 더 귀한 찻사발

세계 최고 선진국대열에 있는 일본이 왜 조선의 찻사발에 그토록 열광하는가? 일본 역사상 최고로 추앙받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조선 찻사발에 매료됐고, 그의 권력을 승계한 도쿠카와 이에야스(德川家康)도 조선 찻사발을 다도(茶道)를 하는데 최고의 찻잔으로 인정하면서 조선 찻사발은 그 가치와 위력은 더해갔다. 조선 찻사발을 발견하기 이전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황금다실(茶室)에서 황금찻잔으로 차를 마시면서 자신의 권력과 지위를 과시했다. 뛰어난 전술과 전략으로 일본 전역의 성주들을 굴복시키고 일본 천하를 통일한 그가 어쩌면 황금다실(茶室)에서 황금찻잔으로 차를 마신 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우연히 센노리큐(千利休)라는 다승(茶僧)을 만나고 나서 그의 호화롭고 사치의 극을 달리던 차생활은 禪(선)과 道(도)와는 먼 것이란 것을 점차적으로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한국의 작은 초가집 같은 초라한 다실(茶室)에서 투박하고 소박한 조선다완으로 다도(茶道)를 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오만한 자존심을 건드린 다도(茶道)스승 센노리큐에게 애석하게도 할복을 명해 죽게 한다. 이후 그는 다도(茶道)스승의 다도에 대한 가르침을 못내 잊지 못하고 다도(茶道)스승이 남겼던 조선다완을 보물로 간직하며 다회시(茶會時)에만 조심스럽게 사용하다 생을 마감한다. 정확하게 밝혀진 건 아니지만 현재 다수의 역사학자들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다도스승이었던 센노리큐가 조선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 주된 이유는 당시 다실(茶室)이 한국의 초가집 형태이고 찻그릇이 조선그릇이라는데 있다. 이후 조선다완은 일본 다도계에서 다회(茶會)를 하는데 있어 최고의 찻그릇으로 여겨지게 돼 마침내 일본의 국보로 지정됐으며, 당시 조선에서 건너간 다른 많은 찻사발들도 문화재 등으로 지정돼 오늘날까지 소중하게 보존돼오고 있다. 조선다완이 일본인들에게 얼마나 소중하게 여겨지는가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보면 더욱 더 확연해 진다. 수년 전 일본 교토에서 열린 고려다완전 기조강연에서 당시 동경국립박물관장이었던 하야시아씨는 “이토록 오랫동안 일본인들의 마음 깊숙이 들어와 감동을 주고 경건한 신앙의 대상으로 떠오른 물건 가운데 조선의 다완(찻사발)같은 게 어디에 또 있을까”라고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부르짖었다. 그의 집안은 우리가 막사발이라고 흔히 부르는 조선다완을 400여년동안 신앙의 대상이자 보물로 간직해 내려왔다. 이처럼 우리가 막사발이라고 부르며 하잘 것 없는 그릇으로 여기던 도자기가 일본에 건너가 신앙의 대상으로까지 격상돼 국보로 추앙받는 건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 아니면 다른 문화배경에서 오는 미의식(美意識)의 차이일까? 실로 아이로니컬하다 아니할 수 없다. /윤준식 신협중앙회 인천경기지역본부장

세계화와 해외 의정활동

지방자치 출범과 해외여행 자유화조치 이후 지방의원들이 외국 선진분야에 대한 현지시찰과 이를 통한 새로운 정책제안은 당연히 의정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정당하게 평가가 이뤄져야 하는데도 우리 사회의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모름지기 지방의원들의 국외연수가 지금껏 호의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국외연수활동이 의정활동을 빙자한 관광성 외유로 비쳐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지방의원 대부분은 이같은 우려와는 달리 건전하고 내실 있게 연수활동을 펼치고 있고 연수에 대한 순수성을 지니고 있음을 우리 모두가 간과해선 안된다. 물론 이러한 여론의 1차적 책임은 지방의원 개개인에 달려 있다고 해야 옳다. 따라서 이러한 지방의원들의 국외연수에 대한 우리 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의원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이 선행돼야 하고 더불어 제도적인 보완도 병행돼야 한다. 현재 지방의원들의 공무 국외연수시에는 공무국외연수 내용 전반에 대한 적정성을 심의하기 위해 지방의회 자체적으로 공무국외여행심사위원회 등을 운영하고 있다. 심사위원회는 심의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방의원과 시민단체, 민간인 등으로 구성돼 의원들이 국외연수계획을 사전에 심의, 허가하고 있다. 물론 심의결과 부결이 될 경우 연수는 이뤄질 수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앞으로 공무국외여행심사위원회 심사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덧붙여 지방의원들의 비현실적인 국외연수비를 지적할 수 있다. 광역 지방의원들의 경우 연간 국외연수 경비는 연간 180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현실적으로 단순여행이라도 유럽이나 미국으로 가려면 이보다 더 많은 경비가 소요된다는 것을 대부분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금껏 부족한 경비는 의원 개개인이 부담한 것이며 제도적으로 정해진 비용만으로 국외연수를 추진한다면 동남아 등 일부 후진국 이외에는 대안이 서질 않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듯 일각에선 이같은 비현실적인 연수경비가 관광성 외유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그만큼 내실 있는 국외연수를 위해 이제는 예산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흔히 “현재 지구촌의 국경은 이미 허물어진지 오래고 개념 또한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이는 국제간 인적·물적교류가 폭넓게 진행되고 있음을 염두에 두고 하는 얘기일 것이다. 지방자치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지방의원들의 국외 의정활동 또한 시류를 반영한 필수적 항목이 되고 있다. 아무쪼록 지방의원 모두 국외연수활동에 대한 우리 사회의 우려에서 벗어나 선진 지방자치 구현에 지방의원들의 국외연수활동이 당당하게 자리를 매김할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도래되길 기대해 본다. /함진규 경기도의회 한나라당 대표의원

‘후방 2㎞’

얼마 전 한 지인의 아들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의 공군회관을 찾았다. 대방 전철역을 나와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 마침 가까운 곳에 있는 간이매점을 발견하고 주인에게 길을 물으려니, 매점 바로 앞의 좌판이 눈에 들어왔다. 좌판에는 네 가지 안내문이 서투른 글씨로 씌어 있었다. 빛바랜 종이에는 공군회관과 해군회관, 병무청 및 대방동성당, 보라매공원 방향에 대한 안내문이 굵은 매직으로 빼곡이 적혀 있었다. 필자가 가고자 하는 공군회관에 대한 안내문은 다음과 같았다. ‘공군회관은 조금 내려가 두 번째 건널목을 건너 조금 올라가시면 됨. 약 5분 거리’. 잠시 시간이 남아 구두를 닦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안내문은 좌판 주인의 작품(?)이었다. 그는 예전에 길을 묻는 사람에게 길을 가르쳐 주다가 큰 곤혹을 치렀는데, 이유인즉슨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는다고 폭행까지 당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는 언어장애를 갖고 있었다. 장애를 가진 그가 다른 사람에 대한 해결책과 배려로 내놓은 건 말보다 더 확실하다고 생각한 방법으로 길을 안내한 것이다. 일전에 분당에서 볼 일을 보고 동수원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수원시내로 들어올 때였다. 새로 건립된 수원시 장애인종합복지관을 지나 얼마를 오다 보니 길가에 달려 있는 도로안내표지판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었다. 표지판 윗부분에는 ‘수원시 장애인종합복지관’이라고 씌어 있었고 아래 부분에는 ‘후방 2㎞’라고 씌어 있었다. 표지판은 혹시나 복지관을 지나쳐 온 사람을 위해 2㎞ 정도를 지나왔으니 되돌아가야 한다고 설명하는 것 같았다. 사소한 것 같지만 시민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라는 생각에 조금은 감동했다. 앞에서 이야기한 두 가지 예는 어찌됐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이다. 공군회관 종이표지판은 자기의 진정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장애인이 해결책으로 내놓은 자구적인 배려이고, ‘후방 2㎞’표지판은 혹시 있을지 모르는 시민의 불편함을 감안해 이용자 입장에서 세심하게 준비된 행정적인 조치이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모든 시민들을 위한 배려(사랑)의 정신이 사회 전반에 조용히 확산돼 배려가 더 이상 감동이 아닌, 우리의 기본적인 일상이었으면 한다. /김우 자혜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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