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부머들의 손자 돌보기

지난달 25~26일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지회 교육장에서 우리 손자 건강하게 키우기 조부모 육아교실이 열렸다. 새삼 아이돌보기가 서툰 조부모들에게 육아 건강관리에 대한 지식을 전하고, 부모와 자녀 간 육아방법의 갈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여느 대학생보다도 진지하게 강의를 경청하는 대부분 50대의 젊은 (예비)할머니, 할아버지 60여명은 현재 손자를 돌보거나 앞으로 돌봐줄 계획이 있어 미리 준비하는 분들이었다.이들이 누구인가? 바로 베이비 부머(baby boomer)들이다. 베이비 부머는 세계적으로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6년 과 65년 사이 전쟁터에서 젊은 병사들이 돌아오면서 베이비 붐이 일었던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로 정의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사이 625전쟁이 있었기 때문에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나 군사독재와 새마을운동, 산업화와 민주화운동, 외환위기와 조기은퇴 등 격동의 세월을 보낸 사람들을 지칭한다.항공요금 때문에 제주도보다는 요즘 초등학생들의 수학여행지인 경주로 관광버스 타고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정부의 인구조절정책에 따라 한 자녀 아니면 두 자녀만 낳도록 강요(?)받았고, 셋째 자녀를 낳으려면 의료보험 혜택도 못 받으며 미개인 소리를 들어야했다. 또한 베이비 부머들은 살아생전에 과도한 노인부양부담의 최초 피해자가 되고 그 자녀들은 상상 이상의 비극적인 상황을 맞을 수 있다.그런데도 그 자녀들은 당장의 부담과 불편으로 결혼을 미루고, 출산을 꺼리고 있다. 이의 해결은 정부의 여러 가지 정책적 지원이 우선해야 겠으나 육아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하니 아무래도 베이비 부머들이 손자 돌보기에 나서야 될 것 같다. 결혼파업, 출산태업에 익숙한 자녀들에게 제발 손자는 내가 돌봐줄테니 낳기만 하라고 사정이라도 해야겠다. 손자 돌보기도 훌륭한 일자리다. 거기에 합당한 정부정책상의 대우와 재정투자가 절실하기도 하다. 베이비 부머들이 다시 나서 대한민국 제2의 기적을 이뤄야겠다. /김광식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지회 본부장

어린 시절 추억 담긴 재래시장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주말에 대전 중앙시장에서 장을 보고 순대, 어묵 등을 사먹고 온누리 상품권을 사용한 적이 있다. 아이들에게 열악한 환경에서 열심히 일하는 시장상인들이 계시다는 것과 재래시장의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그러나 아이들의 반응은 내 기대와는 달랐다. 깨끗하지 않은 바닥, 날아다니는 파리 등을 보고 집에 빨리 가자고 조르기만 했다. 나에게는 재래시장에 대한 좋은 추억이 매우 많다. 선친께서 전주 남부시장에서 싸전을 하셨기 때문에 어린 시절에 방과 후에 시장에서 놀다가 아버님께서 사 주시는 음식들을 먹고 시장 옆에 있는 전주천에서 친구들과 재밌게 놀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선친께서는 처음에는 남의 가게에서 일을 배우셨고, 몇 년 후에 독립해 싸전을 내셨다. 장사가 잘 돼서 아버님 형제들을 교육시키시고 시집, 장가까지 보내셨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2001년에서 2003년까지 2년간 판로지원과장으로 근무할 때 1996년에 작고하신 아버님을 생각하면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시장상인들을 도와드리기 위해서 열심히 재래시장 지원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재래시장지원특별법을 제정하고, 시장시설 현대화사업을 처음으로 도입해 아케이드, 주차장 설치 등을 지원한 것이 큰 보람이었다.그동안 정부에서는 재래시장의 자생력 강화를 통한 서민생활 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1조2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 결과 재래시장의 환경이 정비되고 편의시설이 늘어남에 따라 매출도 증가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신용카드 사용이 불편하고 불친절하다는 점 등 개선할 것이 많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오래되고 낙후돼 있다는 이미지를 주는 재래시장 명칭을 전통과 문화를 상징하는 전통시장으로 바꾸고, 전통시장과 주변상권을 묶어서 개발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법률이 개정됐다. 전통시장에 손님들이 많이 와서 상인들의 얼굴에 웃음이 멈추지 않도록 한 번이라도 더 찾아가고 애로사항을 들어 드리는 한편, 좋은 지원정책을 만드는 데 노력해야겠다. /최수규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서해바다 밑에 고려청자

한반도의 서해바다 밑에는 수를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선박들이 침몰해 가라 앉아 있다. 그 후 수백, 수천년이 지나는 동안 침몰선과 그 안에 실었던 문물들은 갯벌과 같은 침전물에 덮히면서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그런데 20세기 후기부터 서해안 연접지역에 대규모 해안선 개발이 시작되며 해류와 해수면에 변화가 오면서 차츰 바다 밑 환경이 바뀌고, 오랜 동안 침전물 퇴적 밑에 묻혔던 선박들이 하나 둘 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가공할 규모의 인공시설물이 연안 바다의 환경을 바꾸고, 이어 물길의 흐름이 바뀌면서 바다 밑 지형을 조금씩 변화시킨 결과였다. 물론 여기에는 해저탐사를 위한 과학적 장비의 개발과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의 적극적 의지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난파선들은 특정 기간에 특정한 문물(文物)을 싣고 목적지를 향하다 침몰했다. 이 배에서 얻을 수 있는 문물 정보는 천 권의 책보다, 만 명의 증언보다 더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아직 우리가 그 안에 담긴 암호화된 정보를 해독할 능력이 부족할 뿐이다.1983년 완도 앞바다에 침몰한 완도선에는 해남 진산리 청자가마에서 만든 삼 만 여점의 청자를 싣고 있었다. 이어 군산 비안도와 십이동파도 앞바다 침몰선, 무안 도리포와 원산도 해안과 태안 대섬과 마도 침몰선 등에서 수천 수만여점의 고려청자가 발견되면서, 서해 바다 밑은 마치 고려시대로부터 오늘 우리 후손에게 보내주는 청자 유산의 보따리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잠시 생각을 바꿔보면, 왜 수도 개경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서남해안지방에서 무겁고 깨지기 쉬운 청자를 만들고, 수많은 위험을 감수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조선시대 백자는 한양과 가깝고 연료가 풍부한 경기 광주에서 제작, 운송하여 효율적이었다. 그런데 서남해안 전역에 20여개소가 넘는 청자가마가 존재 했는데, 왜 가까운 청자가마를 제쳐 놓고 가장 먼 강진청자를 선택했을까. 과연 강진청자가 비효율과 위험부담을 감수할 만큼 질감과 색상 등 조형이 아름다웠을까. /최 건 경기도자박물관장

치매 커뮤니케이션 증후군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회적 신분이 무엇이든 모두가 동시대를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책무가 있다. 어울림의 균형이 그 시대의 건전성에 척도가 된다. 우리 모두는 개인의 한계성을 뛰어넘어 대화와 이해 그리고 포용이라는 어울림의 바다에서 호흡하며 살고 있다. 또한 사회적 잣대로 보아 잘났든 못났든 자신이 태어난 가정이 있고 누군가의 부모이고 자녀이다. 그래서 자손의 번성과 윤택한 삶을 바라고 또 지탱해 나가는 자연의 순환원리 속에 사람 사는 공간이 있다. 과거 가난했던 시대에는 부모공경과 자손의 번영을 사회적 가치관의 최우선으로 삼았고, 웃어른을 보면 가던 길을 멈추고 인사하며 예의를 깍듯이 하던 미풍양속의 사회적 가치관이 무너진 지 오래다. 자동차에 올라타면 송곳니를 드러내며 잡아먹을 듯 으르렁거리는 하이에나를 종종 목격한다.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어린학생들을 타이르기라도 하면, 담배 사주었냐고 핀잔을 듣거나 낭패당하기 일쑤다. 아예 못 본 척 지나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어느 지방 어떤 마을을 가보나 늘 최우선 순위에 있던 노인공경문화가 노인멸시문화로 세태가 변한지 오래됐다.자식 잘 못 가르친 노부모들의 한탄어린 자책이 파고다공원을 메운다. 교양강좌 시간에 일부 노인들은 자신이 앉던 자리에 누구라도 앉아서는 안 된다. 그것은 노화로 손상된 뇌가 그렇게 명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집 센 노인이라 비난하는 자기 자신도 편향된 외통수 대화만을 상대에게 강요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치매에 감염되었는지 의심해 보아야 한다. 노인들을 배려하고 공경하는 건전한 사회로 발전해나가는 꿈을 이뤄가기 위해, 우리의 자화상이 나타나는 미래거울을 들여다보자. 숙주인 맘모니즘 바이러스가 발병시키는 치매커뮤니케션증후군을 퇴치하는 길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 효사랑실천이 보편적 가치관으로 회복되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난보다 참기 힘든 외로움에 힘겨워하는 노인들과 잠시나마 걸음을 멈추고 미소와 목례로 인사하며 대화의 꽃을 피워, 사람 사는 세상으로 가꾸어보자./ 장성훈 부광노인대학장

부동산매매 계약 속 사해행위

혹 정상적인 거래에 의하여 어떤 부동산을 매수하였는데, 그것이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며 그 매매계약 취소와 원상회복을 구한다는 취지의 소장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이 때 내가 무슨 남을 해치는 나쁜 행위(사해행위)를 하였단 말인가라고 분개하며 법원이나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 분들이 있다.일반적으로 채권자는 자신의 채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채무자 등의 부동산과 같은 물적 재산에 관하여 다른 채권자에 우선하는 물적 담보권(예-근저당권)을 취득한다. 또 이러한 특별한 담보를 확보하지 못한 일반 채권자라도 종국에는 경매 등과 같은 절차를 통하여 채무자의 일반재산(위와 같이 특별한 담보권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 재산)을 처분한 대금으로부터 자신의 채권을 변제받을 수 있게 된다. 채무자의 일반재산은 특별한 담보를 확보하지 못한 일반채권자들에 대하여 공동담보 기능을 하기 때문에 채무자가 이러한 공동담보가 되는 재산을 제3자에게 매도하거나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는 등으로 이를 처분하는 수가 있다. 이로인해 남아 있는 재산으로 일반채권자들의 채권을 모두 변제하지 못하게 되면 그만큼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는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경우 일반채권자는 채무자의 이러한 처분행위(이를 사해행위라고 부르고 있다)로 인하여 재산을 취득한 사람을 상대로 그 취득행위를 취소하고 원상회복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데, 이 제도가 바로 사해행위취소권 혹은 채권자취소권이라는 제도이다.따라서 이 제도에 의하여 취소되어야 하는 사해행위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재산 은닉 행위가 포함되는 것은 물론이고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거래라 하더라도 그 행위로 인하여 일반채권자들에 대한 공동담보의 부족이 생길 수 있는 것이라면 사해행위로 추정받을 수 있으니 사해행위라는 말에 너무 예민할 필요는 없다. 사해행위로 추정받는다 하더라도 그 행위로 인하여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가 부족함을 알지 못하였음을 입증할 수 있다면 그 원상회복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이동철 변호사

정책공약 꼼꼼히 살펴 투표해야

오늘,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무려 8표를 기표해야 한다. 후보도 많아 지지하고자 하는 사람을 메모해 두는 지인도 보았다. 넘쳐나는 거리의 현수막과 문자메시지, 그리고 후보사무실의 전화까지 받으려니 바쁘게 선거 운동하는 후보만큼이나 유권자들도 바쁘게 보냈다. 모두가 바쁜 만큼 좋은 결실을 맺어야 하나 경과는 나와 봐야 안다. 본인만이 대안이라고 정책을 연설하고 경쟁자를 비난하며 상대 후보에 대한 근거 없는 흑색선전을 유포하는 것은 더더욱 유권자들을 힘들게 했다. 후보자들은 분야별로 수많은 정책공약을 발표했다. 후보들은 시민들과 단체들을 찾아다니며 지역과 단체의 발전을 위해 적임자임을 내세우고 책임을 지겠노라 장담했다. 광역단체장 후보 중에는 선거공보물에 표기되지 않았던 공약을 선거 당일 며칠 전 편지 형식을 빌어 배포까지 했지만 내용은 상대 경쟁 후보자의 내용과 일치하는 현상도 벌어졌다.필자가 있는 보육 현장에도 후보자들의 공약이 화려하다. 모두가 보육의 미래를 위함이겠으나 준비되지 않은 후보 중 공보물의 내용에 보육에 대한 표기마저도 바르지 못한 모습을 볼 때 씁쓸함을 금할 길이 없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역을 발전시킬 일꾼을 뽑는 것이다. 바른 정책과 공약 대결로 겨뤄야 함은 더 말할 바가 아니다. 아무리 선거판에서는 믿을 사람이 없는 세상이라고 해도 시민을 섬기면서 공복의 역할을 하겠노라 자청하는 후보자들이 바른 모습이기를 유권자들은 기대한다. 기초단체장과 의원들부터 시작해 광역단체장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지역의 4년 미래를 짊어지는 만큼 먹이와 환경에 따라 이곳저곳을 찾아 다니는 철새정치인이나 준비되지 않은 후보는 잘 가려내야 하며 시민이 낸 세금을 적재적소에 사용할 후보를 골라야 한다. 또 당선되는 후보는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해 운동 기간 동안 깊이 패인 상처들을 보듬고 상대 후보와의 갈등, 각각의 후보들을 지지하느라 빚어지는 단체들의 갈등까지도 치유하며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생활 정치를 해주기를 바란다. 철저한 공약의 이행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일 때 우리 사회의 건강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 /유 화 경기도보육시설연합회 부회장

수돗물의 가치 가격도 중요하다

우리 몸 속 혈관의 길이는 약 9만6천㎞로 지구 두 바퀴 반에 해당하며, 모세혈관의 길이까지 합한다면 무려 16만㎞에 이른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우리가 매일 수돗물을 먹기 위해 취수원에서 가정까지 연결돼 있는 우리나라 수도관은 15만1천293㎞(2009년, 상수도통계)로 우리 몸 속 혈관의 길이와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어 혈관은 직접적으로, 수도관은 간접적으로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아닐까 생각해본다.이렇게 생명과도 같은 수돗물이 우리 가계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우리나라 수돗물 가격은 1리터당 약 0.6원(2008년 전국평균)으로써 OECD 국가와 비교할 때 1/2~1/5 수준으로 매우 저렴한 편이며, 다른 음료 가격과 비교해도 생수요금은 약 1천119배, 콜라는 약 1천51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월평균 가계소비지출 자료(2007년 평균)에 따르면, 수도요금은 1만1천331원, 전기요금은 4만1천952원, 대중교통비는 5만7천278원, 통신요금은 13만6천935원으로 다른 공공요금과 비교할 경우 가구당 전기요금은 물 값의 약 4배이며, 통신요금은 약 12배가 될 정도로 물 값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1인당 국민총소득 2만 불을 넘나드는 우리의 생활수준과 높은 서비스 요구수준, 수도요금이 가계 소비지출에 미치는 영향이 약 0.6%로 미미함을 고려할 때 수도요금은 너무 싸다.2009년도 환경부에서 주관하여 민관합동으로 실시한 500여개소의 정수장 수질검사 결과에서 먹는 물 수질기준을 초과한 시설이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된 것처럼 우리나라의 수돗물은 깨끗하고 안전하다. 온몸에 흐르는 혈관이 단 한 곳이라도 막히지 않도록 하여 생명과 건강을 유지하듯이,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이 상시 공급될 수 있도록 상수원에서 수도꼭지까지 끊임없이 투자와 관리를 해야 한다. 품질은 선진국 수준이나 생산원가의 83%에 머무르고 있는 우리나라 수돗물, 이제 적합한 가격으로 고품질 수돗물에 걸맞는 가치를 높여줄 때다. /성영두 K-water 수도권지역본부장

비무장지대

겨울눈비 내리는 아침 인천을 떠났다. 지난 밤 밤샘을 한 나는 어느새 흔들리는 버스 속에서 깜빡 잠이 들었나 보다. 누군가 흔들어 깨어보니 눈이 내리고,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함께 널찍한 강폭을 만들어 흐르는 곳 오두산, 통일전망대에는 꽤나 많은 눈이 쌓였다. 진달래꽃 가지 위에 소복이 쌓여있는 눈을 사진으로 담다가 저 멀리 뿌옇게 섬 같은 동네가 눈에 들어온다. 황해도 개풍군 임하리, 참으로 귀에 익은 개풍이라는 지명이다. 안악, 연백, 봉천, 해주, 옹진 등, 평남이 고향인 우리 집안은 황해도와의 인연이 많았다. 일제 말기 왜정의 시달림에 아버지가 황해도로 피신을 하여 갈천 봉천 등 두메산골에서 보낸 적도 여러 번이었다는 어렸을 적에 듣던 지명이다. 그 개풍이 바로 저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바라보인다. 그 때 들으며 상상하던 곳이 지금 눈 속에서 그림자 처럼 뿌옇게 보인다. 직선거리로 1.5~2km정도, 걸어서 2~30분 거리. 어린아이가 들으며 상상하던 그곳을 군사분계선이 가로막아 지금도 가지 못하는 곳. 예로부터 고구려와 백제의 전쟁터, 남북 간의 치열한 충돌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오두산. 독수리 한 마리가 활공을 하고 있다. 먹고 사는 것 이외에 아무런 정치적 이념이 없어 자유로이 남북을 왕래하는 저 새. 각종 뜨내기 새들이 날아들어 갯벌에 서식하는 동식물들을 평화롭게 먹는 곳. 철새들의 걱정 없는 먹이시간에 나는 질곡의 역사를 생각해본다.다시 버스를 타고 임진각으로 간다. 독개다리라 불렸던 다리. 휴전 후 전쟁포로 1만3천여명이 이 다리를 통해 돌아오면서 자유만세를 외쳤다 하여 명명된 자유의 다리, 돌아오기만 하고 다시는 갈 수 없는 일방통행의 다리다. 이제는 오가는 것 모두 금지된 다리, 철망에 조각종이로 붙여진 가슴 저미도록 보고픈 사연들. 자유의 다리 끝 철조망 그물을 잡고 한 아이가 어른 처럼 북을 바라보고 있다. 저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이렇게 바라만 보면 어떡하나, 가슴이 아프다. /김원옥 한국문화원연합회 인천지회장시인

광폭타이어의 허와 실

타이어는 신발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주행시 노면의 충격을 흡수, 탑승자에게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해 주고 노면과 마찰을 발생시킴으로써 원활한 출발과 안전한 회전을 가능케한다. 또한 브레이크 작동시에는 자동차를 멈추는 등 자동차의 성능이나 안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양한 기능과 성능을 갖춘 타이어가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요즘은 폭이 넓은 광폭타이어를 장착하는 차량이 많은데 폭이 넓은 타이어는 접지 면적이 넓어 옆방향 변형에 대한 강도가 크기 때문에 출발이나 제동시 또는 가속시에 미끄러짐이 적고 선회가 안정되며 안락한 승차감을 얻을 수 있다.하지만 폭이 넓을 수록 주행저항이 높고 소음이 커지며 노면과의 마찰로 연료소비가 늘어나고 접지면의 압력이 낮아져 마찰이 적은 빗길이나 눈길에서는 정지거리가 길어지는 단점도 있다. 따라서 차의 성능에 맞는 타이어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차량에 가장 적합한 타이어는 출고시 장착된 타이어로 보면 되는데 차량 설계시 차의 성능과 안전을 고려하여 차의 성능에 맞는 타이어가 장착되기 때문이다.타이어의 마모로 노면과 접촉하는 트레이드의 홈 깊이가 1.6mm 이하로 되면 내구성이 낮아지고 마찰이 저하되어 새 타이어로 교환이 필요하다. 마모를 확인하는 방법은 타이어 옆면에 작은 화살표나 삼각형 5~6개의 표시를 보고 이 부분의 트레이드면 즉, 바닥에 닿는 부분을 확인하여 가로로 줄이 나타나면 타이어의 교환이 필요하다고 보면 된다.타이어는 무조건 바꾸는 것보다 장착된 타이어의 유지관리에 노력하는 것이 안전에 도움이 된다. 차에 맞는 적정한 공기압을 유지하고 빗길이나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경우에는 타이어의 공기압을 5~10% 높여주고 1개월에 한 번 정도 타이어의 공기압을 확인해야 한다. 또한 타이어의 마모가 균등하게 이루어지도록 1만㎞ 주행시마다 앞타이어와 뒷타이어를 서로 바꿔 장착하고 예비 타이어의 상태도 양호한지 점검하는 등 안전을 위한 올바른 타이어 관리가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기응 교통안전공단 경기지사 교수

주민 중심의 지방행정

다산(茶山) 정약용은 이미 190여 년 전인 1818년 일종의 행정지침서인 목민심서(牧民心書)를 저술했다. 이 책은 지방행정관료(목민관, 牧民官)의 윤리와 (농업) 경제의 발전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지방행정 현장 및 관료의 행실과 관련하여 현재도 자주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고 있는 이 고전의 의미가 새롭다. 새로운 자치단체의 장과 의원을 선출하기 위한 중심에 우리가 서 있고, 우리 모두 지역경제 발전을 소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목민심서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지방을 다스리는 사람인 목민관이 다스림의 대상으로서의 사람인 주민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가 담긴 책이다. 세월이 많이 흘렀고, 많은 것이 변했다. 그렇지만 행정의 중심에 사람이 있음은 변하지 않는 듯하다. 오히려 다스림(govern, 統治)의 대상이었던 주민들이 지역을 함께 다스려 발전시키기 위한 거버넌스(governance: 協治/共治)의 중심에 함께 있다. 주민은 지방행정서비스의 수혜자인 동시에 고객이고, 지역경제의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성장과 발전을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하는 파트너이다. 따라서 지방행정은 특히 주민들을 배제한 채 이루어질 수도, 이루어져서도 안 된다.지방행정은 우선적으로 지역주민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불편한 것은 없는지, 부족한 것은 없는지, 살피고 헤아리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것이 수요(demand) 혹은 욕구분석(needs analysis)이다. 그 후 주민을 위한,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이 수립집행되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 주민들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어야 함은 이제 특별히 강조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정책집행 후에는 주민들의 평가가 필수적이다. 주민은 정책을 필요로 하는 요구자이고, 동시에 정책대상이며, 정책평가자이다. 민선5기 지방의 발전이 우리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통해서만 가능한 이유이다. /권혁성 수원발전연구센터 연구부장

결혼, 조금은 서두르자

평균자녀수 6명이던 1960년대 중반 이후 당시 대한가족계획협회는 3335 운동 표어를 내걸었다. 3명의 자녀를 3살 터울로 35세 이전에 단산하자는 내용으로 당시 사회에서 자녀수를 3명으로 제한하는 것은 파격이었다. 그런데 이 산아제한 표어가 이제는 출산장려 표어로도 손색이 없다. 여성의 초혼연령이 1981년 23.2세에서 2008년 28.3세로 30년이 채 안 돼 5세가 늘었다(남성과 여성의 나이 차이는 세 살을 유지한다). 만혼화는 가임기간을 축소하고 불임 가능성을 높이며, 고령임신으로 인한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 우려로 출산의지를 포기하게 만든다. 80년도에 2529세 여성 천명당 244.1명이던 출산율이 2000년에는 149.6명으로, 2008년에는 80년의 3분의 1 수준인 85.6명으로 낮아졌다. 2006년 이후로는 여성의 주 출산연령층이 2529세에서 3034세로 바뀌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25세 미만 결혼여성의 평균 출생아수는 1.95명인데 반해 3034세 경우 1.22명, 35세 이상 경우 0.71명으로 감소한다. 결혼을 조금은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자칫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는 경우를 가정할 수 있다.노처녀, 올드미스라는 말이 골드미스라는 신조어로 대체되고, 조기결혼을 반대하거나 아예 독신을 선택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많은 골드미스들이 이상형과 조건이 맞는 남성이 나타나면 결혼하겠다니 다행이지만 적극적이지 않아 문제다. 기왕 결혼과 출산을 마음 먹었다면 조금 일찍 결혼하고, 조금 일찍 출산하자. 나이 들어 후회보다는 보람과 행복이 더 큰 것이 일반적이다.정부가 조조(早朝) 결혼 출산 지원사업을 전개하면 어떨까? 일찍(25세 이전) 결혼하고, 일찍 첫 아이를 출산(27세 이전)하면 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너와 내가 미룬 출산, 추락하는 한국경제, 등골휘는 우리후손, 편하자고 안 낳으면 삼천리는 공중분해는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출산장려 캐치프레이즈 공모전 장려상 작품이다. 여기에 필자는 일찍 결혼해야 아이를 빨리 낳고, 건강할 때 건강하게 또 낳을 수 있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다./김광식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지회 본부장

중소기업 CEO의 꿈

2010 퀘일 할로우 챔피언십 대회에서는 아일랜드의 골프 신동 로이 맥킬로이가 1996년 타이거 우즈 이후 최연소 우승을 극적으로 이루어 냈다. 특히 2라운드에서 컷 통과가 어려운 상황에서 4번 아이언으로 과감하게 맞바람을 뚫고 친 공이 이글로 연결되면서 간신히 컷을 통과했기 때문에 그의 우승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다음 주에 열린 제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는 불뚝한 배와 뒤뚱뒤뚱 걷는 모습 때문에 펭귄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남아공의 팀 클락이 그동안 8번의 준우승의 아쉬움을 씻고 8전 9기로 생애 첫 PGA 투어 우승을 거두었다. 이 두 선수에게서 자신의 꿈인 PGA 투어 우승을 위해 실력을 쌓으면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승부사적인 모습을 보았다.프로 골프 선수와 마찬가지로 세계 일류기업으로의 성장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통해 신제품 개발에 성공해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매우 많다. 작년 12월 말 기준으로 지식경제부에서 지정한 시장점유율이 세계 5위권에 드는 일류상품은 387개이며, 그중 중소기업 제품이 228개로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생산하고 있는 제품들을 보면 알로에, 러닝머신, 극세사, 모자, 오토바이 헬멧, LCD Dispenser 등 먹는 것부터 첨단제품까지 다양하다. 우리 경제의 뿌리와 허리를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들이 구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우리 경제의 희망인 중소기업인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미래를 향한 새로운 다짐을 하는 제22회 중소기업 주간행사가 5월 10일부터 14일까지 중소기업의 땀방울, 대한민국의 힘입니다. 더 큰 대한민국! 중소기업이 만들어 갑니다라는 슬로건으로 전국에서 개최됐다. 중소기업 주간행사를 보면서 보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큰 꿈과 목표를 가지고 세계를 향해 도전해 로이 맥킬로이와 팀 클락처럼 자신의 꿈을 이루는 모습을 그려봤다. /최수규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이규보와 청자 연적

고려시대의 시호(詩豪) 이규보(李奎報, 1168-1241)는 문필로 양명하고 관리로 현달하여 명성과 문장이 후세에 잘 전해져 있다. 그는 글에 대해, 맑고 새로우며 웅건하고 아름다워야 하며, 그러면서도 평범, 담박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 또한 미술품에 대한 감식안도 뛰어나서, 마치 늙은 장사꾼이 물건을 보듯 꼼꼼히 뜯어보고 살펴보는, 정확한 이해와 감식안의 소유자였다.그의 문집인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을 보면 청자와 관련된 시가 몇 편 있다. 청자를 직접 보고 느낀 바를 소박하고 진실한 어법으로 표현한 내용을 살펴보면 고려사회에서 청자가 갖는 의미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을 것이다.청자술잔을 노래한 시에는, 나무를 베어 남산이 민둥이가 되고, 불을 때어 연기가 하늘을 가리었지라 하여, 앞 산 나무를 모두 베어 연기가 하늘을 가릴 만큼 불을 때서 청자를 굽는 정경을 마치 눈 앞에서 보듯 그려내고 있다. 또한 푸른 옥(玉)빛 색을 위해 몇 번이나 연기 속에 파묻혀야 하는 고난도 기술에 대한 이해가 있었던 점을 보면, 단순 애호가 수준을 넘어 통달의 경지에 이른 전문인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또, 어렵게 만든 푸른 청자술잔도 그의 까다로운 눈에 차는 것은 열 가운데 하나 밖에 되지 않아서, 천상의 기술(天工術)이 아니면 이를 수 없다는 말도 덧붙여 놓았다.조그만 청자 연적(硯滴)을 옆에 두고, 네가 있어 준 뒤로 내 벼루에 물이 마르지 않았지, 네 은혜를 무엇으로 갚을 것인가라고 하면서, 공손하게 서있는 동자(童子)를 대하듯 다정한 말을 건네기도 했다. 또, "네 은혜 무엇으로 갚겠는가. 삼가 간직하여 깨뜨리지 않으리라고 다짐하면서 고마운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 놓곤 했다. 이규보가 곳곳에 표현해 놓은 청자에 대한 감상과 이해, 이것이 바로 고려시대 지식인의 눈에 비친 청자의 참모습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 건 경기도자박물관장

오나라! 가나라!

한국의 평균수명연장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특징의 하나로 노인들의 건강나이 역시 연장돼 노인 단체들의 문화교류가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로 활동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중국노년단체에서 1천500명 정도가 부광노인대학을 방문, 상호 예술 공연을 통한 문화교류를 가진 바 있고, 공연장에서 대장금 주제곡인 오나라 가나라를 합창하며, 문화 공감대로 나누는 온 몸 언어가 웃음을 자아냈다. 얼마간은 멋쩍은 미소로 인사하던 노인들 간의 우호감이 증진되고 한중외교 채널로서 친밀감을 쌓았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금년에는 1만명의 중국노인단체 회원들이 한국방문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산동성의 수도인 제남시를 방문해 제남노년대학과 MOU를 체결, 당시 산동성 노령위원회는 한중교류의 확대를 거론했고, 산동성 인구가 1억2천만 정도라고 말하며 1천만명 정도가 한국을 방문 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일 년에 만명씩 방문하면 천년이 걸리고 십만명이면 백년 손님이 온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노년단체의 합동문화예술공연에 대해 민관연합으로 개발시스템을 만들어내는 일이 시급하다. 왜냐하면 인천에 처음으로 발을 딛는 항만여객터미널 그리고 기대에 찬 대장금의 나라에 대한 관광 상품 메뉴가 빈약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노인 단체 국제교류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에 비해 중국은 한국과의 교류에 지대한 관심과 열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산동성은 인천과 가장 이웃하고 있고 대형 여객선이 상시 운항하고 가장 근거리라는 장점이 더욱 가깝게 교류할 수 있는 여건으로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노인단체간의 국제교류가 확대되는 시대적 전환점에서 노인문화교류가 민간외교로 승화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노인 정책에 대한 정보 교집합이 이뤄져 복잡해지는 극동의 정치경제의 지역적 유대감을 증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조류를 흡수하지 못하고 기대치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일본으로 중국노인단체들의 발길이 옮겨지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장성훈 부광노인대학장

보전처분

우리나라의 민사법제는 원칙적으로 자력 구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돈을 지급받아야 하는 채권자로서는 채무자가 돈을 지급하지 않으면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판결과 같은 집행권원을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무자가 그 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 집행권원을 근거로 채무자의 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절차를 밟아야만 비로소 실질적인 만족을 얻게 된다.하지만 채권자가 수백 억 원, 수천 억 원의 돈을 지급받는다는 내용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 돈을 지급해야 할 사람이 아무런 재산이 없는 경우도 있다. 또한 비교적 많은 시일이 소요되는 민사소송절차 과정에서 재산이 처분되기도 하고 감추는 등으로 재산이 없어지게 되는 경우에는 그 승소판결문은 휴지조각이나 다름없게 될 수도 있다.물론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을 감추거나 다른 곳으로 빼돌리는 경우에는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이뿐만 아니라 민사적으로도 사해행위취소소송 등을 통하여 원래대로 채무자의 명의로 돌려놓는 방법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또한 그만큼의 시간과 비용, 노력이 더 소요된다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사전에 몇 가지 조치를 취하면 이런 수고와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확정판결을 받아놓고도 채무자로부터 돈 한 푼 못 받게 되는 것과 같은 억울한 결과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다. 확정판결을 받기 전에 미리 채무자 소유의 일반 재산이나 다툼의 대상이 될 만한 현상을 동결시켜 두는 방법이 있다. 이를 위해 임시로 잠정적인 법률관계를 형성시켜 둘 필요가 있는데 이러한 필요성에 의해 생겨난 제도가 바로 보전처분제도이고, 흔히들 말하는 가압류, 가처분이 이에 해당한다.혹시 어떤 권리를 구제받기 위하여 소송을 생각하고 있다면, 이러한 보전처분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승소라는 명분도 세우고 채권만족이라는 실리도 취할 수 있는 길이니 충분히 고려해 보기를 바란다./이동철 변호사

영유아를 위한 보육정책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가정보육교사제도(파견)는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1:1 보육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2010년에는 해당 제도의 추진과 관련해 1천 가구를 기준으로 24억이 넘는 예산이 배정돼 있다. 이는 단순한 보육료 지원비용 외에도 제도 홍보비 및 관리 인건비 등 제반 행정비용을 포함한 금액으로, 가정보육교사제도를 이용하는 한 가정당 약 240만원의 예산이 소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 가정에서 1:1 보육을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보육이라고 하는 것은 영유아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성인중심의 편의주의적인 사고와 성과지향주의 정책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이 제도 하에서 영유아의 발달과정에 맞춘 계획적이고 전문적인 보육프로그램 수반 등이 제대로 충족될지 여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또한 파견교사가 보육 시 슈퍼바이저(상위 지도감독자)의 부재는 보육 중 문제발생에 따른 책임 귀속의 문제가 뒤따르고 고용주와 피고용주 간의 관계가 불명확해 파견교사에 대한 처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1명의 아이만을 보육하며, 가사일과 보육의 경계조차도 불분명한 근무행태를 띠는, 교수 능력마저도 확인할 길 없는 파견교사가 일반시설에서 근무한 교사들과 동등하게 경력을 인정받는 것은 보육의 전문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기에 가정보육교사제도 법제화는 부당하다는 것이다. 파견교사제도의 시행과 관련한 가장 큰 사회적 논란은 예산 집행의 형평성 부분이다. 경기도 지원부분과는 별도로 부모가 부담해야 하는 보육비용은 최소 50만원을 훨씬 웃도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이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는 가정은 상위 소득계층이다. 또한 파견교사들의 활동지원금 명목으로 경기도가 지원하고 있는 교사 처우개선비(교사 1인당 17만~22만원) 등은 보육시설에서 다수 아동을 종일 보육하고 있는 보육교사의 처우개선비와 동일한 수준으로, 이는 지원의 효율성과 형평성에 부합하지 않는다. 보육지원예산은 저소득 가정과 맞벌이 가정에 우선적으로 배정돼야 하며 일반 보육교사의 인건비 지원이 우선시될 때 영유아를 위한 진정한 보육정책이라 할 것이다. /유화 경기도보육시설연합회 부회장

수돗물에 대한 인식전환 필요

전 세계를 실시간 사회로 만들고 있는 과학기술의 발전은 지구촌 어느 한 곳의 문제가 곧 나의 문제로 되는 정보화세계화시대에 살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최근 세계의 기술경쟁은 정보통신(IT), 생물공학(BT), 나노기술(NT) 등 각종 기술의 발전과 융합에 달려있으며, 시간과 공간, 세대를 초월해 연결하는 통로 중 하나가 인터넷이라고 생각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가구의 인터넷 보급률은 94.3%로, 네덜란드(86.1%), 스웨덴(84.4%) 보다 높은 1위로 나타나는 등 우리나라는 실시간 사회의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렇게 빠르게 돌아가는 21세기를 살아감에 있어 믿고 기대야 할 가장 기본적인 3가지만 꼽는다면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오염되지 않은 농산물 등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와 더불어, 언제부터인가 일상생활에 있어서도 과학적인 사실에 근거한 지식과 기술, 그리고 숫자가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학과 기술은 수질분석에도 적용돼, 축구경기장 쯤 되는 물 속에 대상물질이 1그램만 녹아있어도 정확한 양을 측정, 지금까지 분석하지 못한 물질이 더 이상 미지의 물질이 아닌 극미량의 숫자로 표시됨은 물론 인터넷을 통해 빠른 시간에 공개돼 소비자의 눈과 귀가 되고 있다.1987년 UC버클리 팀에서 연구, 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수돗물 1리터를 마셨을 때 암이 발생할 위험도는 매일 우리가 접하는 커피의 1/250, 오렌지 쥬스의 1/75, 당근의 1/12정도로 아주 낮게 나타나 수돗물로 인해 건강이 해로워지는 확률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과학적으로 처리된 수돗물은 수인성 전염병 등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고 있고, 또한 수돗물 공급 기술이 20세기 최고의 발명 중 하나라고 간주되는 것이 그 가치를 인식한 결과라고 본다. 기존에 쌓여진 고정관념들과 선입견이 아닌 새로운 관점으로 수돗물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맑은 물 한 잔이 보약보다 낫다라는 말이 있듯이, 상쾌한 아침을 시원한 수돗물 한잔으로 시작하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성영두 K-water 수도권지역본부장

배롱나무의 상징

충청남도 서산의 세심동(洗心洞) 개심사(開心寺)를 다녀왔다. 방문객이 많은 절 치고는 초라하기까지 한 개심사. 세심, 개심, 마음을 씻고, 마음을 열고. 이 말이 좋다. 그런데 더 좋은 건 본당 앞에 있는 배롱나무다. 껍질을 벗어버린 알몸의 죄 없는 그 나무가 좋다. 예닐곱 살쯤이었을 거다. 부산 피난 시절 엄마는 끼니를 위해 나물을 많이 뜯었다. 나물을 뜯던 기억은 선명한데 그곳이 절인지 고택인지 분명치 않으나 커다란 나무가 있었다. 귀신이 나올 것 같은 그 무서운 집을 등지고 서서 나는 하늘을 온통 뒤덮은 그 나뭇가지 꼭대기를 머리를 뒤로 힘껏 젖히고 보았다. 그 나무 몸통에 커다란 구멍이 있어 그 안에 들어가 앉아 퀴퀴한 냄새를 맡았다. 지금도 숨을 들이쉬면 그 때의 그 해묵은 냄새가 나는 듯하다. 그 나무의 가지들은 마디마디 각을 이루며 휘어져 있었고, 두 갈래로 갈라진 반쪽에서 있는 힘을 다해 꽃이 피었다. 붉은 꽃! 생전 처음 보는 꽃. 나는 정신없이 그 꽃을 바라보고, 엄마는 어느 아주머니와 말을 하고 있었다. 그 나무는 백일홍이라 했다. 그 후 일년초 백일홍과 이것을 오랫동안 나는 헷갈려 했었고 훨씬 세월이 지난 후에야 그 나무가 배롱나무란 걸 알았다. 엄마는 그 아주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를 했다. 해방이 되던 해 꽃이 피고 그 후 한 번도 피지 않았지만 그 나무를 아무도 베어버리지 않았다. 예부터 동네에 경사가 있을라치면 꽃을 피우는 상서로운 나무라서 그 때 그 나무는 한 쪽에서만 꽃을 피웠다. 그리고 전쟁은 끝나고 우리는 서울로 돌아왔다.뻗고 싶은 방향으로 숱한 팔을 벌리고 모든 것을 보듬어 안으려는 듯한 개심사의 배롱나무, 자유분방한 모습의 그 배롱나무가 꽃을 피웠다. 개인에게, 동네에, 나라에 경사가 있을라치면 꽃핀다는 나 어렸을 적의 배롱나무가 생각난다. 개심사의 배롱나무도 꽃을 피우는 이유가 그것일까. /김원옥 한국문화원聯 인천시지회장시인

충분한 가속 후 고속도로 진입을

따뜻한 계절을 맞아 야외활동이 늘면서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고속도로는 자동차가 고속으로 운행하므로 순식간에 장애물에 접근하게 되며 제동거리가 길어지는 등 조금이라도 방심하거나 조작의 실수가 있다면 중대한 교통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도로 조건의 변화가 없어 단조로움으로 인한 졸음운전, 속도감을 덜 느끼게 되는 속도 최면현상도 주로 고속도로 운행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특히, 자동차의 속력이 높을 때 급핸들이나 급제동을 하면 자동차는 쉽게 방향 안전성을 잃고 다른 차로로 미끄러지거나 전도되기 때문에 고속으로 주행시 급핸들 조작을 금해야 한다. 또한 고속주행시 피로가 누적된 상태로 계속 주행하면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두 시간 정도 운전한 후 반드시 휴식을 취하도록 한다.고속도로에서는 자동차가 고속으로 주행하기 때문에 톨게이트나 휴게소에서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것이 쉽지 않는데 고속도로 진입시 이미 고속도로를 통행하는 자동차에 우선권이 있으므로 본선 통행차량의 진로를 방해해서는 안된다.따라서 고속도로 본선 진입시에는 좌측 방향지시등을 켜서 본선진입의 의사표시를 분명히 함과 동시에 가속차로에서 충분히 가속한 다음 주행차로의 후방상황을 충분히 확인하고 안전하게 진입하여야 한다.고속도로 주행은 반드시 차종별로 지정된 주행차로를 준수하고 수시로 속도계를 살펴 제한속도를 지키며, 차간거리를 충분히 유지해야 하는데 차간거리를 확보하지 않았을 경우 앞차의 속도에 따라 브레이크나 가속페달을 자주 밟아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성이 높고 고속도로에서 흔히 발생하는 연쇄추돌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고속도로의 안전한 차간거리는 차량의 속도에서 ㎞를 m로 환산한 거리로 생각하면 되는데 시속 80㎞로 달린다면 80m 이상, 시속 100㎞로 달리면 100m 이상 차간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고속도로는 높은 속도로 주행하므로 앞차와의 충분한 거리를 두고 여유 있는 마음으로 교통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파악하며 주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기응 교통안전공단 경기지사 교수

6·2 지방선거 본선

이제 13~14일 양일간에 걸쳐 후보자 등록이 마감되면 바야흐로 2010년 6월 2일 제5회 지방선거 본선의 막이 오른다.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는 예선전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번 예선전은 과거 그 어느 지방선거 때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누가 누구를 배신했다, 누구는 누구를 밀어 준다 등 무수한 소문이 지역을 휘감았고,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새로운 소문을 만들어 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 와중에 한 명의 지방 군수는 부패의 꼬리가 밟히자 해외로 도주하려다 실패한 후 검거됐고, 또 다른 시장 한 명은 국회의원에게 공천을 부탁하며 현금 뭉치를 전달하려다가 붙잡혔다. 자치(自治)의 역사가 15년 된 우리나라 각 지역에 불과 몇 달 만에 무수한 이야기들이 퍼져나갔고, 수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 예선전은 한 자리만을 바라보고 있는 그들만의 리그로 일단 막을 내렸다.이제 본선이 시작됐다. 20일 후에는 민선 5기 지방자치를 이끌어갈 우리 지역의 대표들이 새로이 선출된다. 그 과정에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제 더 이상 정부(Government) 혼자 무엇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정부와 민간, 그리고 주민들이 함께 다스려야 하는 거버넌스(Governance協治)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들만의 리그 예선전에서 승리한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이제 미래를 이야기 할 것이다. 자신만이 지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외쳐댈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허투루 듣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하고 싶은 일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할 수 있는 일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이번 선거 본선에서는 더 이상 주민들이 방관자가 돼서는 안 된다. 우리 한 표를 제대로 행사해서 더 이상 도망가는 군수의 뒷모습을, 돈을 건네는 시장의 손을 보며 한숨 내쉬는 유쾌하지 않은 경험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정말 냉철하게 판단해서 투표로 말해야 한다. /권혁성 수원발전연구센터 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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