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26일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지회 교육장에서 ‘우리 손자 건강하게 키우기’ 조부모 육아교실이 열렸다. 새삼 아이돌보기가 서툰 조부모들에게 육아 건강관리에 대한 지식을 전하고, 부모와 자녀 간 육아방법의 갈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여느 대학생보다도 진지하게 강의를 경청하는 대부분 50대의 젊은 (예비)할머니, 할아버지 60여명은 현재 손자를 돌보거나 앞으로 돌봐줄 계획이 있어 미리 준비하는 분들이었다.
이들이 누구인가? 바로 베이비 부머(baby boomer)들이다. 베이비 부머는 세계적으로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6년 과 65년 사이 전쟁터에서 젊은 병사들이 돌아오면서 베이비 붐이 일었던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로 정의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사이 6·25전쟁이 있었기 때문에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나 군사독재와 새마을운동, 산업화와 민주화운동, 외환위기와 조기은퇴 등 격동의 세월을 보낸 사람들을 지칭한다.
항공요금 때문에 제주도보다는 요즘 초등학생들의 수학여행지인 경주로 관광버스 타고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정부의 인구조절정책에 따라 한 자녀 아니면 두 자녀만 낳도록 강요(?)받았고, 셋째 자녀를 낳으려면 의료보험 혜택도 못 받으며 ‘미개인’ 소리를 들어야했다. 또한 베이비 부머들은 살아생전에 과도한 노인부양부담의 최초 피해자가 되고 그 자녀들은 상상 이상의 비극적인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그런데도 그 자녀들은 당장의 부담과 불편으로 결혼을 미루고, 출산을 꺼리고 있다. 이의 해결은 정부의 여러 가지 정책적 지원이 우선해야 겠으나 육아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하니 아무래도 베이비 부머들이 손자 돌보기에 나서야 될 것 같다. 결혼파업, 출산태업에 익숙한 자녀들에게 ‘제발 손자는 내가 돌봐줄테니 낳기만 하라’고 사정이라도 해야겠다. 손자 돌보기도 훌륭한 일자리다. 거기에 합당한 정부정책상의 대우와 재정투자가 절실하기도 하다. 베이비 부머들이 다시 나서 대한민국 제2의 기적을 이뤄야겠다. /김광식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지회 본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