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전처분

우리나라의 민사법제는 원칙적으로 자력 구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돈을 지급받아야 하는 채권자로서는 채무자가 돈을 지급하지 않으면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판결과 같은 집행권원을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무자가 그 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 집행권원을 근거로 채무자의 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절차를 밟아야만 비로소 실질적인 만족을 얻게 된다.

 

하지만 채권자가 수백 억 원, 수천 억 원의 돈을 지급받는다는 내용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 돈을 지급해야 할 사람이 아무런 재산이 없는 경우도 있다. 또한 비교적 많은 시일이 소요되는 민사소송절차 과정에서 재산이 처분되기도 하고 감추는 등으로 재산이 없어지게 되는 경우에는 그 승소판결문은 휴지조각이나 다름없게 될 수도 있다.

 

물론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을 감추거나 다른 곳으로 빼돌리는 경우에는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이뿐만 아니라 민사적으로도 사해행위취소소송 등을 통하여 원래대로 채무자의 명의로 돌려놓는 방법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또한 그만큼의 시간과 비용, 노력이 더 소요된다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사전에 몇 가지 조치를 취하면 이런 수고와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확정판결을 받아놓고도 채무자로부터 돈 한 푼 못 받게 되는 것과 같은 억울한 결과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다. 확정판결을 받기 전에 미리 채무자 소유의 일반 재산이나 다툼의 대상이 될 만한 현상을 동결시켜 두는 방법이 있다. 이를 위해 임시로 잠정적인 법률관계를 형성시켜 둘 필요가 있는데 이러한 필요성에 의해 생겨난 제도가 바로 보전처분제도이고, 흔히들 말하는 가압류, 가처분이 이에 해당한다.

 

혹시 어떤 권리를 구제받기 위하여 소송을 생각하고 있다면, 이러한 보전처분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승소라는 명분도 세우고 채권만족이라는 실리도 취할 수 있는 길이니 충분히 고려해 보기를 바란다.

 

/이동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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