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회적 신분이 무엇이든 모두가 동시대를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책무가 있다. 어울림의 균형이 그 시대의 건전성에 척도가 된다. 우리 모두는 개인의 한계성을 뛰어넘어 대화와 이해 그리고 포용이라는 어울림의 바다에서 호흡하며 살고 있다. 또한 사회적 잣대로 보아 잘났든 못났든 자신이 태어난 가정이 있고 누군가의 부모이고 자녀이다. 그래서 자손의 번성과 윤택한 삶을 바라고 또 지탱해 나가는 자연의 순환원리 속에 사람 사는 공간이 있다.
과거 가난했던 시대에는 부모공경과 자손의 번영을 사회적 가치관의 최우선으로 삼았고, 웃어른을 보면 가던 길을 멈추고 인사하며 예의를 깍듯이 하던 미풍양속의 사회적 가치관이 무너진 지 오래다. 자동차에 올라타면 송곳니를 드러내며 잡아먹을 듯 으르렁거리는 하이에나를 종종 목격한다.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어린학생들을 타이르기라도 하면, 담배 사주었냐고 핀잔을 듣거나 낭패당하기 일쑤다. 아예 못 본 척 지나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어느 지방 어떤 마을을 가보나 늘 최우선 순위에 있던 노인공경문화가 노인멸시문화로 세태가 변한지 오래됐다.
자식 잘 못 가르친 노부모들의 한탄어린 자책이 파고다공원을 메운다. 교양강좌 시간에 일부 노인들은 자신이 앉던 자리에 누구라도 앉아서는 안 된다. 그것은 노화로 손상된 뇌가 그렇게 명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집 센 노인이라 비난하는 자기 자신도 편향된 외통수 대화만을 상대에게 강요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치매에 감염되었는지 의심해 보아야 한다. 노인들을 배려하고 공경하는 건전한 사회로 발전해나가는 꿈을 이뤄가기 위해, 우리의 자화상이 나타나는 미래거울을 들여다보자. 숙주인 맘모니즘 바이러스가 발병시키는 치매커뮤니케션증후군을 퇴치하는 길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 효사랑실천이 보편적 가치관으로 회복되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난보다 참기 힘든 외로움에 힘겨워하는 노인들과 잠시나마 걸음을 멈추고 미소와 목례로 인사하며 대화의 꽃을 피워, 사람 사는 세상으로 가꾸어보자.
/ 장성훈 부광노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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