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결혼문화

5월이나 10월에 결혼을 많이 한다고들 하지만 요즘에는 계절과 관계없이 결혼예식이 이뤄지고 있다.

오랜 전통으로 내려오는 상부상조의 개념으로 많은 하객이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서 결혼식장에 참석한다. 옛날에는 결혼답례품으로 카스테라 케이크를 하객들에게 증정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요즘에는 하객들을 위해 음식을 결혼식장이나 별도의 식당에서 대접하는 형태로 완전히 변화했다. 특히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신랑은 살 집을 마련하고 신부는 혼수를 마련해야 하는 문화가 존재하고 있는데, 이것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필자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우리나라의 결혼문화에 대해서 두 가지 견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 하나가 현재의 결혼문화는 상부상조의 개념으로 아주 좋은 바람직한 미풍양속이어서 계속 존속·유지돼야 한다는 생각과 또 다른 견해로 경제적 부담을 없애기 위해서 결혼예식을 아주 간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어느 견해가 옳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이것은 어떤 규정이나 규칙으로 정할 수가 없는 사회·문화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어느 분께서 색다른 결혼식을 올렸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다. 주례도 없고 혼수나 결혼 예물도 없이 간단한 반지 교환만으로 결혼식을 간소하게 치렀다는 얘기다. 어느 호텔의 조그마한 회의실을 결혼식장으로 사용해 양가에서 초청된 50명의 아주 가까운 친인척들만이 참석한 가운데 음식을 드시면서 즐거운 대화형식으로 결혼식을 진행했다고 한다.

물론 주위 분들에게 전혀 알리지도 않고, 청첩장이나 축하화환이나 축의금 접수대도 없었으며 이바지 음식이나 폐백도 생략하고 회의실 중앙에 축하화분 하나만 장식용으로 마련해 놓았다고 한다. 결혼식 비용으로 양가에서 각각 500만원씩만 부담했다고 하니 매우 간소한 결혼식이었음에는 틀림 없다. 나중에 알게 된 주위의 분들이 혼주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고 한다. “그동안 지인 결혼식에 참석했을 텐데 지금까지 들어가신 축의금은 어떻게 하십니까?” 그분은 “그렇게 생각하면 이런 결혼식은 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평소에 생각했던 것을 실천에 옮겼을 뿐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이러한 아주 간소한 결혼식은 매우 희소해 현재 우리나라 결혼문화의 주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 장례문화의 주류를 이뤘던 매장문화가 화장문화로 점점 바뀌어 가는 현상과 비교해 볼 때 미래의 결혼문화도 혹시 변화가 있을지는 아직 단언할 수 없다.

독자들은 결혼문화를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필자의 글을 통해 독자들이 결혼문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길 바란다.

 

김 광 철 한국폴리텍Ⅱ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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