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필봉산을 오르며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들 한다. 산도 가을산이 멋있는 것 같다. 가을 새벽 오산 필봉산을 오르다 보니 많은 시민을 만나게 되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편하게 오를 수 있는 완만한 경사에 등산로가 잘 닦여져 있다.

1996년도 그 당시 금오산, 은계뒷산으로 불리던 필봉산의 이름을 찾아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조선 정조왕이 사도세자 묘역에 왔다가 붓의 끝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필봉산이라 이름지었던 이 곳의 잊혀진 이름을 찾고 복원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지금의 필봉산의 모습을 예상하는 사람도 없었다.

필봉산악회를 만들고 회원들과 함께 등산로를 만들었다. 시민들의 발걸음이 늘어나자 예산을 들여 산책로를 정비하고 운동시설을 만들고 가꾸니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오산에 이사 와서 사는 젊은 부부들 대부분이 오산은 갈 곳이 없다고 말한다. 주말에 아이들과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며 시간을 보내거나 인근 지역으로 나가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오산은 진짜 갈 곳이 없는 걸까? 베드타운(bed town)으로 변하는 오산의 모습은 시민 누구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필봉산도 처음에는 작고 낮은 볼품없는 동네 뒷산이었다. 주말 7천명에서 8천명이 이용하는 시민의 쉼터가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일반 시민들이 가장 쉽게 정보를 검색하는 곳이 어디일까? 한 포털사이트에서 오산에서 가볼 만한 곳을 검색해 보면 블로거들이 올린 물향기수목원 정도의 글이 대부분이다. 타지에서 이사 온 신혼부부들이 오산에 대해 무엇을 알겠는가? 시민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접근하는 곳에서부터 쉽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깊어져 가는 가을 오산에서 가볼 만한 곳으로 독산성을 추천하고 싶다. 독산성은 백제시대 축성되어 임진왜란 때까지 이용된 성으로 권율 장군이 왜병을 물리친 곳으로 유명하다. 물이 부족한 것을 왜병이 알고 물을 한지게 올려 보내 조롱하자 백마를 산 상에 세우고 말에 쌀을 끼얹어 말을 물로 씻는 시늉을 해 왜군이 성내에 물이 풍부한 것으로 속아 퇴각하였다는 세마대의 전설이 전해오기도 한다. 독산성 축성 후 전승을 기리기 위해 창건된 보적사도 성내에 자리하고 있다. 독산성은 옛 역사가 말해주는 의미도 크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일품이라 하겠다. 가을 낙엽을 밟으며 산성에서 추억을 만들어 봄도 좋을 듯하다. 마등산 일원의 등산로도 정비하고 개발하여 더 많은 시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오산 곳곳에 흩어져 있는 문화유산을 가꾸고 홍보한다면 시민들이 갈 곳이 없어 마트에서 보내는 주말의 시간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박동우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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