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성과주의와 아웃리치 프로그램

문화예술계를 향한 가장 오랜 경구(警句)는 성과주의다. 토양을 다지기보다 무리한 열매에 급급할 때 오는 폐해가 크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문화재단 설립이 크게 늘면서 이런 경고음이 빈번하게 들린다. 도시의 규모나 시민의 문화적 욕구 등은 고려하지 않고 일회성 사업을 경쟁적으로 벌여나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2005년 성남문화재단 창립 직원으로 근무할 당시 전국의 문화재단은 10여 개 뿐이었다. 그런데 채 10년이 지나지 않은 오늘 무려 45개로 늘었다.

설립 배경이야 어떻던, 갖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문화재단이 양적으로 확대 되고 있는 것은 한국의 문화예술 발전에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문화재단은 이미 다가온 문화의 시대에 시민의 문화 향유 욕구는 물론, 다양한 예술적 행위에 시민이 직접 참여하려는 의식의 변화를 담아내고 실현할 수 있는 유력한 공적(公的) 기제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지역 문화재단은 민법 제32조에 의거 설립된 비영리 재단법인이다. 비영리 법인이라지만 공공재원으로 운영하기에 수익성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렇다고 경영의 효율적 측면만을 강조하면 순수예술에 대한 지원이 약화되고 시민의 재정 부담도 커져 문화예술 향유 기회가 적어진다.

 

결국 두 측면의 조화가 관건일텐데, 그런 측면에서 지난 수년간 안양시의회는 문화예술분야의 의정활동을 하면서 ‘수익’이라는 낱말을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갓 태어난 문화재단이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따끔한 질책과 명쾌한 대안을 제시하였다. 그것은 안양시의회의 수준 높은 예술적 안목이며, 안양시민의 자긍심을 심어주었다.

무릇 문화재단의 모든 정책은 시민의 입장에서 기획해야 한다. 더 높은 공공적 가치 실현을 위해 시민의 마음을 읽고, 시행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영국 문화부가 강제적으로 시행한 아웃리치(outreach) 프로그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프로그램은 문화 소외계층 및 지역 문화 향수권 확대와 아동·청소년을 위한 교육이라는 뚜렷한 두 가지 목표에 집중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사회 통합 역할을 해냈다. 게다가 청소년들의 예술적 감수성을 드높임으로써 참가자들이 미래의 잠재적 관객으로 자연스럽게 유입되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으니 말이다.

물론 이는 단시간 내 이룰 수 없는 일이며, 기다림과 일관성 있는 사업추진이라는 덕목을 대가로 요구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기다릴 수 있으며,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일관성 있는 사업을 추진하는 여건이 마련될지 기대가 된다.

노재천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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