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문화예술 관람객은 고소득, 고학력이다. 미국의 경우 흑인이나 아시아계, 스페닉보다 백인종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문화예술 관람을 가로막는 요인은 개인적 경향과 취미가 기본 조건이지만 경제력, 관람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 여유 여부가 크게 작용한다. 충성도 높은 관람객은 관람을 가로막는 외부조건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인구가 1천만 이상을 상회하는 거대 도시는 충성도 높은 열성 관람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 전시가 성공할 가능성이 크지만, 인구 10만의 소도시에서 전문 애호가를 대상으로 하는 전시는 일정 수 이상의 관람객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다.
정부의 공식 통계에 의하면 국민의 90.3%가 1년에 미술관, 박물관을 한 번도 찾지 않는다. 시간 없음과 볼만 한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이 미술관, 박물관을 찾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한국의 문화예술관람 애호가는 1천만 도시인 서울조차 10만~20만으로 정도로 추정된다. 도시 인구의 1% 수준이다. 인구 10만의 도시는 예술 애호가가 1천명을 넘지 않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군 문화예술기관이 클래식이나 미술전시를 개최하여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지역의 문화예술기관들이 참여 가능성이 큰 뮤지컬이나 대중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이유라면 이유일 것이다.
예술은 수요탄력성이 높아 외부 여건에 크게 영향을 받는데 예술 관람의 대체가 날씨 때문이고, 레저라는 조사는 흥미롭다. 날씨가 좋으면 공연이나 전시를 보기보다는 야외로, 레저를 즐기는 쪽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날씨가 좋은 날들은 오히려 전시장 관람객이 줄 수도 있다.
그런데 서울의 미술관과 달리 지역 미술관은 레저가 대체적 성격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오히려 보완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양평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이 구리, 덕소, 여주 등 양평 주변 지역은 물론이고 서울, 인천, 강원, 대전, 부산 등 전국적 분포를 보이는 것이 이를 말한다 할 수 있다.
양평군립미술관은 전문가보다는 ‘가족’을 주 관람객으로 삼는다. 가족문화가 필요하고 문화의 생활화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위와 같은 전문 관람객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의도도 있다.
기획전시가 신나는 미술관, 미술관 동물원, 가족, 마법의 나라 양평, 맛의 나라였던 배경이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16일 개관한 양평군립미술관 관람객이 지난 9월말로 7만명을 넘어설 수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관람층을 전문 애호가로 삼던 가족으로 삼든 간에 전시의 질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철 순 양평군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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