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대형마트에 가면 사람들이 넘쳐난다. 마트에서 일정하고 예쁘게 포장돼 서로 경쟁하고 있는 농산물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농산물도 공산품과 많이 닮았음을 느끼게 된다.
공산품이 기계화와 자동화를 통해 대량생산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수출로 더 많은 부를 창출하는 것처럼 농업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안으로 파프리카, 토마토를 비롯한 많은 종류의 시설원예 산업이 부각되고 있다.
시설원예 산업은 태풍, 가뭄, 이상기온 등 이상 기후에 취약한 일반 농업분야와 달리 제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고품질, 안전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FTA로 해외수출 기회도 확대됨에 따라 시설원예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20년까지 현재 5조원 수준인 생산액을 9조원, 수출규모도 현재 2억 달러에서 10억 달러까지 끌어올리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아무래도 이제 우리 밥상에서 만나는 채소들은 온실 출신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가 이상기후의 원인이 되고, 시설원예가 이상기후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설원예의 환경제어, 즉 냉·난방을 위해서는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게 된다. 이러한 에너지를 위해 화석연료가 마구 사용된다면 시장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환경은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있을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다행히도 농업 분야에 신재생 에너지 적용을 위한 활발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에너지 이용 효율화 사업으로 2017년까지 에너지 절감시설 1만50㏊, 신재생에너지 2천375㏊ 설치지원을 목표로 1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한국농어촌공사도 양배수장, 취입보, 방조제 등 농업시설물의 주변 부지와 저수지 수면을 활용해 태양광 발전시설과 관개용수의 수차를 이용하는 소수력 발전소를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로써 연간 4만1천t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 감축과 일반 가정 1만2천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1만5천206㎾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우리가 매일 먹는 밥상에 얼마나 많은 석유가 소비되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재배, 수확, 가공, 유통 등. 어쩌면 우리 밥상은 석유로 차려진 것인지 모르겠다. 언제 고갈될지도 모르고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는 석유를 농촌이 앞서 줄이고자 발걸음을 재촉 중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전 부처 최초로 온실가스 35% 감축 목표를 세우고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지속된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신재생 에너지로 모든 밥상을 차릴 수 있지 않을까?
김정섭 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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