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장 크리스토프의 멘토, 고트프리트

얼마 전 투고한 원고가 대폭수정 후 재심사 통고를 받았다. 그 원고는, 가슴부위의 피부에 혈관을 붙인 피판(flap)을 이용해 얼굴과 목의 결손을 재건하는 방법의 원조가 누구인지를 짚어보는 내용이었다. 지금까지 이 기법은 예일대학 교수인 스테판 아리안이 처음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실은 미국에서 활동한 한국 출신 성형외과 의사 백모 교수가 처음 유명 학술지에 투고했으나 게재 불가판정을 받고 타 학술지에 싣는 중에 아리안교수의 논문이 먼저 게재된 것이었다. 심사위원의 회신에는 내가 인용하지 못한 약 100년 전 논문의 저자 이름과 고대 인도의 수술법까지 거론됐다. 게재 불가 판정 대신 다시 쓰라고 권유합니다. 당신이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당신이 다시 강조하는 그 가치를 우리가 알도록 해 주세요. 회신을 보니 로맹 롤랑의 『장 크리스토프』가 떠올랐다. 불멸의 음악가 장 크리스토프는 네 살부터 작곡을 했다. 궁정 악장인 할아버지가 장의 음악적 천재성을 발견하고 인정하자 그는 우쭐하게 된다. 그런 장에게 영향을 준 또 한 사람이 외삼촌 고트프리트이다. 그는 곱사등이에다 장돌뱅이로 세상을 떠돌아다닌다. 여동생 집에 들르면 어린 장과 함께 강가에 나가 소리를 들으며 신비로운 노래를 부른다. 그 노래를 들은 장은 큰 감동에 빠졌다. 느슨하고 단순하며 미숙하면서도 중후한 노래였다. 단조로운 가락으로 결코 서두름이 없었고, 긴 침묵을 느끼게 했으며 평온과 고뇌를 동시에 느끼게도 했다. 사람들이 무시하는 그의 삼촌, 고트프리트. 그러나 장은 고트의 신비로운 노래를 들은 때부터 고트를 우러러봤다. 그리고 어느 날 자신이 작곡한 음악을 삼촌에게 들려줬다. 고트: 너는 왜 이 곡을 작곡했지? 세상에는 노래가 많은데 장: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고트: 훌륭한 사람? 장: 네 고트: 무엇 때문에? 장: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려고요. 고트: 너는 단지 쓰기 위해서 쓴 거야. 훌륭한 음악가가 되려고, 남에게 칭찬받으려고 쓴 거야. 너는 오만했어. 만약 그가 나의 글을 읽는다면 나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왜 이런 글을 쓴 거요? 이미 발표된 글이 많은데 뭣 하러 또 쓰나요? 그 심사위원의 권유대로 수정하기 시작하자 내가 아는 사실들이 빙산의 일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선행연구를 살피지 못하고 최초라고 쓴 논문도 여러 편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나의 원고는 검토논문(Review article) 형식으로 바뀌면서, 다이어그램과 표들이 추가됐다. 마치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일곱 가문의 계보처럼 그 수술 방법에 대한 족보를 정연하게 됐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나의 원고는 게재승인을 받고 출간됐다. 그저 논문을 위한 논문, 수필을 위한 수필을 쓰는 그 우둔함을 깨우쳐 주는 멘토, 고트프리트. 그야말로 진정으로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글의 초점을 유도해주는 아름다운 스승일 것이다. 이 원고는 Hwang K. A Periodical Article Reviewer as Gottfried: The Uncle of Jean-Christophe. J Craniofac Surg. 2017 Jun;28(4):858-859.을 이차출판한 것임.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함께하는 인천] 지속가능한 발전과 젊어서 고생

우리 사회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말이 1987년 세계 환경개발위원회에서 처음 사용한 이래 여러 분야에서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개념이다. 위원회 보고서에서 미래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가능성을 손상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개발이라고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말이 정의를 내렸다. 매우 이상적인 개념임에도 매력적이고 논리가 정연하므로 아무런 비판이나 반대 없이 수긍하면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지구 환경이 자연자원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면서 인간의 영구적 생존을 위한 대안 개념으로 주목을 받았다. 생태계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현 세대와 후세대가 같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매우 이상적인 것을 목표로 한다. 애초의 현실적인 지속가능한 개념은 어획자원의 남획을 막고자 실제로 활용된 개념이었다. 바닷가에서 고기를 잡아 삶을 영위하는 어부들이 자손만대 영구히 고기를 잡을 방법은 현재의 어획할 수 있는 양을 현재 추가로 산출하는 양만큼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연간 산란량 만큼만 잡으면 지속적으로 고기자원이 고갈되지 않고 영구히 자원을 활용해 고기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많은 어촌 마을에서 주민들이 합의하여 연간 어획량을 일정수준으로 설정해서 그 이상의 남획을 방지하도록 활용하고 있다. 현재 고기잡이 수요의 유혹을 자제하면서 미래를 바라보는 지혜로운 절제의 철학이 그 본질이다. 지속가능의 본질은 인간의 무한한 현재 욕망을 적절하게 제어하면서 궁극적으로 삶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합리적인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경험적인 실체를 통해서 단기적인 최대 행복의 추구는 영구적인 삶의 행복으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고 계몽하는 것이다. 꿈을 위해 육체적인 즐거움을 포기하거나 절제하라고 요구하는 자기관리의 선택적 고생일 수 있다. 우리 옛말에 젊었을 때 고생은 후일에 잘 살기 위한 밑거름이 된다는 의미의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와 맞닿은 얘기이다. 그러나 이 옛말의 의미가 지속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지난해 초 대통령 선거 분위기가 일기 시작할 즈음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조선대학교 강연에서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는 만큼 국외로 진출하고, 정 일없으면 자원봉사라도라고 하면서 노력의 중요성을 언급한 후 많은 네티즌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극단적으로 지금 행복하지 않은데 미래가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가? 지금의 여건을 최대한 활용해서 최대한 행복해야 에너지가 충전되어 미래의 행복을 담보할 수 있는 거 아닌가라고 대응할 때는 옛말의 의미가 사서 고생한다.라고 축약 비아냥 된다. 현실성에 최고의 비중을 두고 이기주의에 방점을 두는 오늘날 청년들의 삶의 방식이 현인들의 삶의 철학마저 흔들리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 얘기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누구나 꿈을 꾸는 대기업에 취업한 후 야근 등의 직장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2년 이내에 그만두는 청년들이 비교적 많다. 그들이 직장을 그만두면서 2년 현실이 행복하지 못해서 새로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항변하는 것은 지속가능성이 있는 것일까?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인천문화양조장의 시작을 기대하며

동인천역에서 도원역 방향으로 걷다 보면 상가지역이 침체한 중앙시장 거리가 나온다. 문을 닫은 상가거리를 지나면 배다리라고 불리는 지역이 나오는데 역시 배다리도 침체한 거리에 속한다. 배다리에 대한 설은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다. 1983년 인천항(옛명칭, 제물포항)이 개항된 이후 배가 오가며 배다리 지역까지 활발하게 드나들었다는 설과 배들로 임시 다리를 형성하여 사람들이 오갔다는 설들로 나뉘게 된다. 이후 동인천역 부근을 메워 시가지를 형성하였기에 배다리 지역이 거리로 형성되었다. 배다리를 걷다 보면 문 열고 영업하는 상가보다 문을 닫은 상가들이 더 많아 보인다. 다행히 침체기를 견뎌내며 운영하는 헌책방들이 아직도 남아 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책값이 부족할 때 배다리에서 헌책을 사 읽고 지식을 쌓던 시절들의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다리 헌책방 거리를 기억의 장소라고도 말하는 것이다. 배다리의 거리를 좀 더 걷다 보면 오래된 낡은 건물의 입구에 설치된 깡통로봇과 만나게 된다. 이 건물이 1920년대 건립되었던 인천양조장이다. 인천양조장은 막걸리를 제조하며 판매했는데, 1970년대 부평구 청천동으로 이전하면서 배다리의 인천양조장 건물은 공간으로 남게 되었다. 그러나 배다리의 역사와 문화라는 장소가 한순간에 휩쓸려 나갈 뻔했다. 소위 배다리 관통도로 개설이라는 명목으로 인천시가 배다리 지역의 중간으로 도로 계획을 추진한 것이다. 역사와 문화가 부재한 도시공학의 결과로 배다리 마을의 중간이 도로계획으로 철거돼 볼썽사납게 변한 것이다. 문화와 지역의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배다리 관통도로를 반대하며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는데, 이들 중 일부가 배다리 지역의 비어 있는 공간들을 찾아 입주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역의 현안에 참여하며 역사와 문화를 되살리기 위한 행동의 하나로 배다리를 살리기 위한 행동에 집중했다. 이들이 모이고 논의하고 다양한 준비들을 할 수 있던 장소가 인천양조장 건물이었는데, 이 건물은 대안미술운동을 추구하는 스페이스빔이 입주하며 임대한 것이다. 양조장은 재료를 가지고 시간과 과정을 거치며 술을 빚어내는 공간을 말한다. 그 과정과 재료들은 단 한 순간에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역사 속에서 경험이 축적된 결과로 술을 빚어낼 수 있고, 인천양조장은 그러한 결과를 토대로 술을 빚어낼 수 있었다. 문화는 단시간 내에 특정분야의 사람들만으로 좋은 문화를 탄생시킬 수 없다. 개방성을 토대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논의하고 협력할 때 생명력이 긴 새로운 문화가 탄생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술을 빚어내던 인천양조장의 공간을 다양한 단체와 사람들이 함께 사용하며 문화를 빚어낼 수 있도록, 인천문화양조장이라는 이름으로 개방하는 것은 공간적 개념을 넘어 역사와 문화의 미래가치라 볼 수 있다. 그래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철학이 부재한 도시공학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 인천문화양조장의 시작은 미래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기대를 하게 한다. 곽경전 前 부평구문화재단 기획경영본부장

[함께하는 인천] 권력관계이론에 의한 참담한 자본주의 현실

권력관계이론 중 갈등이론을 보면 사회는 원래 분리돼 있으며, 힘이 있는 집단이 그렇지 못한 집단을 지배하는 것에 성공했기 때문에 이뤄지는 안정상태라는 것이다. 또 이 두 집단 사이에는 끊임없는 갈등이 있고, 이 갈등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동력인 것으로 본다. 권력관계이론에서 본다면 앞다퉈 사회에서 권력을 가진 힘 있는 집단이 되려고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을 보면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며, 그래서 국가는 모든 국민을 차이와 차별 없이 대우해야 할 책임이 있고, 국민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근래 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해 강하게 부정을 하게 된 일화가 있다. 필자는 부평에서 40년간 다닌 교회가 있다. 그 교회가 있는 지역은 재개발이 진행 중이며, 우리교회 또한 재개발에 따른 이전 준비를 하며 조합 측과 협상하고 있었다. 재개발에 따른 이전 및 신축비용이 터무니없이 낮아 협상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협약서를 통해 이전에 따른 임시처소 및 이전비용과 보상에 대한 합리적인 이행 내용이 있었기에 어렵지만 원만히 해결되리란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조합 측은 명도소송과 강제집행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고, 그 결과 조합측이 승소했다. 법원에 제출한 조합 측과 시공사의 승소 조건에는 명도소송 이후 원만히 교회 측과 이전을 협의하겠단 내용도 있다. 통상 1차 판결이 나고 2주 이후에 집행이 들어가게 되는데, 시행사는 1차 판결이 나자마자 4일 후 바로 용역 등을 통해 종교시설에 대한 전국 초유의 강제집행준비 태세에 들어갔다. 100여 명이 넘는 용역 직원들이 교회에 난입했고, 이를 저지하다 필자 또한 계단 아래로 3번이나 내동댕이쳐졌다. 교인들은 강제로 교회 밖으로 쫓겨나갔고, 전날 나오기로 한 강제집행정지 처분소송이 빨리 인용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곧 나온다는 결과는 기각으로 결정돼 통보받게 됐다. 평소 TV에서만 보던 강제집행과 무력에 의한 진압을 당하고 나니 대한민국이 진정 법치국가인지를 의심하게 됐다. 사법의 정의는 살아있을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어리석었다. 법에 대한 상식이 부족하고 상호 협의로 진행될 것이란 믿음이 법원과 시공하는 건설사 측에 있었지만, 거대기업 앞에선 사법정의가 없음을 실감했다. 불법과 무력으로 침입해서 교회를 오랫동안 지켜왔던 할머니들을 밀쳐내고 패대기쳐도 돈으로 치료비만 물어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거대 자본주의에 소름이 끼쳤다. 사법정의가 대기업이면 봐주고, 법을 잘 모르는 우리 같은 서민들은 엄격하게 법적용을 해야 한다는 의미인 것 같아 대한민국에 산다는 것이 슬픔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대한민국 헌법은 개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주권은 거대자본에 있으며 권력은 기업과 같은 거대자본으로 나온다고 말이다. 콘크리트 계단 바닥에 내던져져 느끼는 육체적 고통도 있지만, 거대자본에 사법정의가 흔들리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더 가슴 아프다. 정희남 인천시 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함께하는 인천]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내게 1년에 한두 번 청탁서를 보내는 수필전문지의 문학포럼에서 얼마 전 공고된 발제자 중 1명의 발제 초록내용이 편집인의 노선과 달라 발표 이틀 전에 포럼의 회장이 사퇴하는 일이 있었다. 문우가 그동안 열심히 이끌어온 포럼의 회장직을 그만둔다는 서운한 소식에 위로의 문자를 보냈더니, 잡지사로부터 그들과의 관계를 해명하라는 거친 요구를 받았다. 이런 데 휘말리게 되다 보니 청파에 고이 씻은 몸이 어찌 될까 봐 서둘러 해명의 문자를 보냈다. 그 일을 계기로 최근에 논문을 쓴 독일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The Right to Heresy)라는 책이 생각났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3명의 주인공에 얽힌 역사적 사건들을 연구하고 책으로 요약해 관용 정신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이들 3명은 종교개혁을 일으키고 제네바에서 신정 정치를 펼치는 동안 자신의 뜻을 어기는 사람들을 추방하고 죽인 무서운 독재자 장 칼뱅과, 칼뱅의 삼위일체설에 대한 오류를 지적하다 이단으로 몰려 화형 당한 미겔 세르베투스, 그리고 칼뱅의 횡포에 점잖은 언어로 대항한 세바스티안 카스텔리오 등이다. 황건 내가 맡은 문학과 의학 과목에서 나는 의과대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라는 과제를 줬다. 독후감에는 의사가 의업에만 전념하는 것과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 중 어느 편을 선호하는지와, 자신의 신념에 목숨을 걸 가치가 있는지,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의사에게 관용(tolerance)의 중요성이 요구되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답변이 포함되도록 했다. 대부분의 의대생은 의사가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 이유로는 의사의 지평을 넓히고, 책임감과 지도력으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소수 학생들만이 의사는 의업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또 과반수는 신념에 목숨을 걸겠다고 했으나, 약 1/3은 그러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현대사회에서 의사에게 관용이 요구되는 이유로는 소통을 위해서란 응답과 더 나은 치료결과를 위해서란 응답이 많았다. 카스텔리오는 스스로를 코끼리 앞의 모기라고 부를 만큼 칼뱅의 권력이 막대하다는 걸 알았지만 지식인으로서 불의에 맞섰다. 그는 이단자에 관하여라는 저서에서 생각의 자유를 변호했다. 그는 진리를 구하고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그것을 말하는 것은 절대로 범죄가 아니다. 아무도 어떤 신념을 갖도록 강요해선 안 된다. 신념은 자유다 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사람을 죽이는 것은 한 사람을 살해하는 것이다라고 표현했다. 카스텔리오는 칼뱅이 세르베투스를 화형 시킨 무모함을 명백한 살해라고 말했던 것이다. 이번 일을 통해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인문학 중 가장 순수해야 할 문학모임에서도 이렇게 편이 나눠지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나도 신념에 목숨을 걸지는 않겠다는 1/3에 들어간다는 것을 인정하게 됐다. 책을 읽고 학생들의 조별 발표를 들으면서 다시금 관용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내 자신부터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도 존중하려는 마음을 가져보련다. 카스텔리오가 그랬던 것처럼. 황건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함께하는 인천] 인천항, 환황해권 대표 컨테이너 항만 꿈꾼다

말콤 맥린,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이 이름은 오늘날의 항만의 모습을 있게 한 장본인이다. ‘트럭을 바퀴만 빼고 옮기면 어떨까?’라는 그의 물음에서 오늘날의 컨테이너 박스는 태동하였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마크 레빈슨의 저서 “더 박스”는 컨테이너가 어떻게 전세계 경제의 글로벌화에 기여하였는지 기술하고 있다. 컨테이너 박스가 상용화되기 이전에는, 브레이크벌크라고 하여 쓰다 남은 상자, 자루에 건화물이 운송되었다. 당연히 화물 운송의 안전성과 효율성이 담보되지 못하는 구조였다. 말콤 맥린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표준화된 강철 박스를 설계하였고, 그 결과 최초의 컨테이너박스 56대가 1956년 미국 뉴어크에서 휴스턴으로 운송되었다. 이후 1967년 베트남 전쟁에서 군수물자 운송수단으로 활발히 쓰이기 시작하면서 컨테이너 박스는 가장 보편화된 해상운송수단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 당시 수출 주도형 경제성장 정책을 추진하던 우리나라도 이러한 물류혁신을 선도적으로 받아들여, 인천항에 우리나라 최초 컨테이너 전용부두인 내항 4부두를 5선석, 1,160미터 규모로 1974년 개장하였다. 이를 통해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수출물량을 운송하면서 7~80년대 고도 산업성장을 견인하였고, 기계·전자제품·섬유 등 우리나라 제조업 발전의 토대를 놓았다. 이후 컨테이너 운송은 부산항 개발, 경부권 물류운송 체계 확장 등으로 인하여 부산을 중심으로 발전한 면이 없지 않으나, 현 시점에도 수도권 관문항으로서 인천항의 컨테이너 운송 기능은 여전히 유효하며, 앞으로도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2,500만이 넘는 수도권의 배후 소비 수요와 전국 제조업 사업체의 약 48%를 차지하는 수도권 제조 산업을 배후에 두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중국, 동남아, 중동 등 우리나라 주요 무역국과의 우수한 접근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인천항의 잠재력을 계발하기 위하여 해양수산부는 일찍부터 인천 신항 개발에 착수하였다. 그 결과, 지난 해 11월 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을 완전 개장하였으며, 인천항은 총 13선석, 하역능력 321만 TEU의 대규모 컨테이너 인프라를 보유하게 되었다. 이러한 인프라를 발판으로 인천항은 지난해 총 305만 TEU를 처리하여 전국 2위이자 역대 최고 물동량을 기록하였다. 앞으로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신항 배후단지 1구역 조성을 2019년까지 완료하여 항만배후부지 부족문제를 해소하고, 아암물류2단지에는 고부가가치 물류기업을 유치하여 인천항을 환황해권 물류 허브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컨테이너 운송은 전자기기·기계·자동차 부품 등 각종 소비재 원료와 중간재, 그리고 최종 소비재 등을 수출하는 역할을 담당하므로, 수출입 무역 의존형 경제 구조를 갖고 있고 세계 5위의 제조업 국가인 우리나라에는 필수적인 물류 체계이다. 인천항이 중국, 중동,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 등과 우리나라를 연결하는 환황해권 대표 컨테이너 항만으로서 도약하여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인천 시민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격려를 기대한다. 박경철 인천지방해양수산청장

[함께하는 인천] 균형발전의 오해

균형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매우 매력적으로 반기며 자주 사용한다. 특히 갈등의 조짐이 있거나 차이가 크게 나는 경우 이를 무마하거나 해결하고자 동원되는 표현이다. 그러나 균형이라는 표현은 매력적인 의미를 담은 만큼 진한 위험스러운 그림자도 내포하고 있다. 정교하고 신중한 개념 정의 없이 무차별적 활용은 그 순수성을 해치는 것은 물론 본질을 왜곡하여 상황을 악화시키는 우를 범하게 된다. 균형의 사전적 정의는 ‘무게를 가진 물체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안정을 이루는 상태, 평형’, ‘둘 이상의 일이나 현상이 어느 하나에 두드러짐이 없이 서로 비슷하거나 맞먹는 상태’, ‘부분이 전체와 이루는 조화, 밸런스’ 등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균형을 ‘똑같음’으로 인지하는 경향이 많고 그렇게 사용하고 있는 경험을 자주 한다. 대표적으로 최근 도시 정부의 핵심정책으로 발표한 ‘원도심균형발전’을 사례로 들 수 있다. 과거 도심이 부흥했던 것과 같이 기능을 회복하고 활성화를 위한 대대적인 정비와 개발을 의미하여 주민을 호도하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사례이다. 원도심에 거주하는 시민이나 상인들에게 신도시와 똑같은 생활여건과 일자리를 확보해 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오해의 근거는 균형을 단순히 물리적인 평형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다양하게 삶을 영위하는 도시에서는 ‘똑같음’보다는 ‘조화’와 ‘밸런스’가 더 의미 있는 가치이다. 도시는 각기 독특한 공간적 특성이 있는 인간의 정주 공간으로서 다양한 경제적 활동이 전개되면서 의식주를 해결하는 곳이다. 자유시장 경제를 바탕으로 큰 도시시장을 형성하면서 개개인의 욕구를 추구하고 달성한다. 다양한 개별경제 주체들이 모여서 하나의 거대 시스템을 구성하여 조화와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하여야 한다. 조화와 밸런스가 무너진 현상이 각기 다양한 도시문제의 모습으로 표출되고 도시경쟁력을 저하하여 매력을 상실한 도시로 나타난다. 조화와 밸런스를 근간으로 하는 도시의 균형발전은 똑같음으로 달성될 수 없다. 모든 공간이 똑같은 주거공간과 상업공간이 될 수 없다. 한정된 도시 공간은 구조적으로 하나의 시스템으로 전체적 조화를 이루면서 다양한 기능과 구실을 하여야 한다. 한번 이루어진 조화와 밸런스가 변화 없이 지속하면 그 도시는 일순간 안정적인 것 같지만 역동성이 없어 정체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역동성 있게 도시의 성장을 이끌어 가려면 조화롭게 달성한 균형을 스스로 깨고 새로운 조화를 추구하여야 한다. 오늘날 도시는 영속적인 정주 공간으로 물리적이건 비물리적이건 옛것과 새로운 것 그리고 여러 계층이 늘 함께 존재한다. 신도시와 원도심,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청년과 노년 등 다양한 유형이 함께하면서 각자의 삶을 영위하는 공동체로서 상호 복잡하게 작용하면서 조화를 이루고 있거나 그렇지 않은 문제를 얘기하기도 한다. 부조화를 조화로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은 각자의 역할과 기능을 체계적으로 연계 통합하는 것이다. 원도심을 신도시와 똑같이 재생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고 과거의 모습으로 회생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못하다.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는 유일한 방법은 연계하면서 다 같이 상생하는 것이다. 도시균형발전은 특정 지역의 개발 정비가 아니라 도시 전체의 역할과 기능을 조화롭게 연계 통합하는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한국GM을 우려하며

1997년 IMF 외환위기는 한국사회를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많은 기업이 도산했는데 대우그룹은 그룹 자체가 도산했다. 대우자동차는 재무구조가 건실했으나 모회사의 어려움을 지원하고자 매각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때 GM이 인수하면서 GM대우라는 회사명으로 변경되었다. 이후 GM대우라는 회사명이 한국GM으로 다시 바뀌게 된다. 얼마 전 한국GM은 자동차 디자인과 설계를 담당하고 있는 부서를 한국GM에서 분리하는 법인분할결정을 내리고 주주총회를 소집해서 법인분리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국GM은 분리된 법인을 자동차 디자인과 설계를 담당하되 미국 본사의 디자인과 설계 회사와 연계시켜 운영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GM의 일방적인 법인분리는 지난 5월 정부와 한국GM이 체결한 합의 사항을 위반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당시 합의한 사항에는 8천억원의 예산은 지원하되 한국GM의 중장기 경쟁력 강화와 자동차 핵심부품 개발역량 확대, 자동차 부품사 경쟁력 강화를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래서 법인분리는 지난 5월 합의사항의 위반이라는 이야기다. 이번 법인분리에 대해 한국GM노조가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법인분리가 한국GM의 한국시장 철수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일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한국GM의 법인분리는 군산공장 폐쇄 이후 진행 중인 한국GM의 조각내기로 보는 것이다. 미국의 GM 본사는 군산공장의 폐쇄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 설립된 공장들도 수시로 폐쇄한 경력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한국GM의 법인분리결정은 단순히 한 회사의 결정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부평의 생산공장을 유지하기 위해서 산업은행으로 하여금 미국 GM 본사가 요구하는 재정지원을 하도록 결정했다. 산업은행이 지원하게 된 것은 한국GM의 지분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경제 충격과 일자리의 안정을 위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2004년 인천시가 한국GM이 요구하는 기술연구소 부지를 청라국제도시 내에 53만1천762㎡ 부지를 최대 50년간 무상임대라는 엄청난 특혜를 준 이유도 한국GM의 부평공장 유지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국GM의 일방적인 법인분리결정은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지역사회는 노조가 우려하는 것처럼 법인분리를 단순하게 보고 있지 않다. 박남춘 인천시장조차 분리 법안에 대한 시민사회의 동의가 없다면 무상임대 부지를 회수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만큼 심각하게 보는 것이다. 결국, 충분한 협의가 없는 일방적인 결정은 노조의 파업투쟁을 넘어 한국 사회에서 GM의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한국GM의 결정과정의 투명성과 합의에 대한 존중 등이 무시된 것은 판매율의 저하로 이어지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인의 제품 구매문화는 제품의 품질과 더불어 해당 업체의 좋은 이미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번 한국GM의 법인분리 과정은 한국인들에 좋은 이미지를 주고 있지 못하다. 정부에게 지원을 요청해서 합의한 끝에 정부가 지원해 주었으나 정부와 전혀 협의 없이 갑자기 일방적으로 법인분리를 통과시켰다. 이런 운영방식이라면 한국GM의 이미지는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GM의 행위는 지역경제 차원에서 우려스러운 것이다. 곽경전 前 부평구문화재단 기획경영본부장

[함께하는 인천] 웰빙과 웰다잉

발달심리학자 에릭슨은 심리사회적 발달 8단계를 정의하면서 노년의 시기를 생의 마지막 정리가 아닌 자아통합의 시간으로 보았다. 고령화 시대에 사는 우리는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죽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시대가 됐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인 대한민국. 1위라는 순위도 수치스럽지만 그 원인이 노인의 건강문제로 인한 우울감과 경제적 빈곤인데, 이는 후진국형 자살원인이다. 새 정부 들어 이에 대한 대책으로 기초연금 인상, 노인일자리 확충과 예산증액 등을 통해 보충적 소득보장으로 노인들의 후진국형 자살 유형을 막아내려고 공적서비스를 확충하고 있다. 민간영역에서도 홀몸노인들에 대해 생활관리사를 파견해 정서적 지원을 통한 고독사 방지 서비스와 대책을 실천해 가고 있다. 이러한 노인자살 방지대책들도 중요하겠지만 노인들만의 자조모임을 통한 자생적이고 지속가능한 조직화 활동, 그리고 이에 대한 지원책도 필요하다. 노인복지 선진국인 프랑스는 지자체마다 노인클럽을 활성화해 사회적 단절 해소와 고독사를 예방하고 있다. 프랑스 노인들의 80% 정도는 보통 1가지 이상의 클럽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또 전국 지자체별 노인복지센터에선 여가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전담부서를 두고 있다. 1975년 지역사회 노인 보호 원칙의 일환으로 개발된 고령자 클럽에서 제공되는 프로그램은 보통 친교 활동을 비롯해 여행·수영·당구·탁구 등 스포츠 활동, 영화 감상, 전문 기술 습득 프로그램 등이 있다. 이처럼 여가 및 문화 활동에 적극적인 프랑스 노인들을 돕기 위해 프랑스 정부에선 버스, 항공여행 등의 할인혜택과 무료이용 등의 교통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여론조사기관인 소프르의 설문조사 결과, 은퇴자 10명 가운데 7명이 본인이 아직 젊다고 생각하고 은퇴 후 더 나은 생활을 추구하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노인이 되어서도 자신들의 삶에 만족하고 이를 즐길 줄 아는 프랑스의 노인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 또한 60세 이상이 되면 지역사회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웰-다잉 프로그램들을 실시되고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 본인의 자서전을 작성해 보기도 하고, 유서를 쓰고 장례식 준비도 하면서 묏자리를 준비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알게 되고 친해진 친구들은 서로의 무덤 곁에 묻히기를 희망하며, 서로 무덤 친구가 되기도 한다. 얼핏 보면 이런 자조모임이나 클럽활동이 노인의 여생에 대한 임종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서전을 쓰면서 나에게 가장 행복했던 날들을 기억하고 추억해보며, 장례식 초대장을 만들면서 나에게 가장 의미 있었던 사람들을 상기하기도 한다. 추억을 만들어 준 사람들을 위해 남은 생을 최선을 다해서 살겠다고 다짐하는 것이 웰-다잉 프로그램의 참 의미다. 웰-다잉은 남은 생이 아닌 앞으로 살아갈 인생을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웰-다잉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때다. 정희남 인천시 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함께하는 인천] 왕좌에 앉은 음악가

규모가 큰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전시공간에서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다리도 아프고 작은 글씨의 작품설명을 읽느라 눈도 피곤해진다. 그래도 전시된 작품은 모두 보고 싶은 욕심에 동선이 커져서 마지막에는 자세히 보지도 못한 채 나오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아쉬움을 배려한 것인지 특별전 이외의 상설 전시는 가장 유명하고도 중요한 작품을 관람자의 주요 동선에 배치한다. 방문연구로 기약된 1달을 알차게 보내려고 지난 주말에는 라이프찌히 조형예술박물관을 방문했다. 1층 정면의 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큰 홀의 한가운데에 사람 키의 2배 정도 높이의 조형물이 눈에 들어왔다. 한 남자가 아주 호화로운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데, 그의 발밑에는 큰 독수리가 날개를 모으고 있다. 벗은 남자는 담요로 하반신 일부만 덮고 있다. 가슴과 어깨, 오른쪽 넓적다리의 근육이 드러나 보이고 두 손은 주먹을 쥔 채 오른쪽 무릎 위에 놓여 있다. 대리석으로 조각한 독수리는 발톱으로 바위를 움켜잡고 있다. 청동의자는 팔걸이가 화려하고 사람의 얼굴들을 새긴 부조석상들이 붙어 있다.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철 왕좌보다 훨씬 더 화려했다. 이 남자는 올림포스 신전에 앉은 신 같았다. 독수리가 있으니 제우스일 것이다. 그런데 수염을 기른 제우스와 얼굴이 달랐다. 머리칼은 부스스하고 눈은 부리부리한데 코는 주먹코에 입은 꼭 다문 채 입 꼬리가 아래로 처져 있다. 한국 석굴암 부조에 있는 금강역사를 닮았다. 베토벤이었다. 조각가는 막스 크링거(Max Klinger)였는데 그는 왜 베토벤을 제우스처럼 조각해 신격화했을까 생각해 봤다.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베토벤은 어려서부터 음악에 재능이 두드러졌는데 부모를 일찍 여의자 피아노 연주자로 가족을 부양했다. 작곡자로서도 인정받았으나, 28살 때 귓병으로 청력을 잃고 32살 때에는 자살하려고 유서까지 썼다. 고난과 번민을 딛고 작곡에 매진해 하이든, 모짜르트의 뒤를 이어 자신만의 예술을 창조했다. 다문 그 입과 주먹 쥔 두 손은 역경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표현한 것 같았다. 청력을 잃고도 굴하지 않고 훌륭한 음악을 작곡한 인간승리를 기리고자 조각가는 그를 ‘신의 영역’에 앉혀놓은 것이 아닐까? 흔히 베토벤을 악성(樂聖)이라고 하니까 성인의 반열에 오른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를 넘어 이제는 신으로 여긴 것이다. 베토벤은 유서에 신을 향해 ‘너무도 가혹하십니다’라고 썼다는데, 가혹한 처사의 신도 이겨낸 인간이고 보니 이 정도로 신격화된 동상이 안성맞춤 같아 보였다. 뿐만 아니라 그가 작곡한 138개가 넘는 작품들이 듣는 이의 마음과 정신을 고양시키는 경우가 흔해 인간을 좌지우지하는 예술의 신으로 여길 만했다. 관람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유럽식 건축물의 열린 창으로 서툰 솜씨의 플루트 곡조가 흘러나왔다. “미미파솔 솔파미레 도도레미 미레레…” 걸음을 멈추고 합창교향곡의 그 곡조가 끝날 때까지 다리가 아픈 줄도 모르고 서서 들었다.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함께하는 인천] 인천의 양극화는 불치병인가

서울의 평당아파트 매매가격이 1억 원을 돌파했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모두 귀를 의심했다. 이에 때맞춰 정부는 강력한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고 투기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겠다고 공언하였다. 그러나 대부분 국민은 정부의 정책에 의구심을 갖고 그 실효성에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극히 소수 투기지역에 국한하는 늘 반복되는 일로서 대부분 국민은 남의 일로 여기며 한편으로 박탈감과 위화감을 느끼고 있다. 수도권에 속한 인천시민들도 더욱더 허탈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왜 정부가 그렇게 호들갑을 떨고 있는지 불만이 가득하다. 인천은 송도를 비롯한 경제자유구역이 지배적인 역할을 하면서 2006년 이후 연평균 6% 이상 가격상승률을 이끌어 왔다. 그러나 2016년 연간 송도 평당아파트 평균 실거래가격은 1천600만 원인데 비해 미추홀구는 900만 원으로 그 편차가 심각한 상황이다. 서울의 강남과 강북의 모양새와 비슷한 것으로 기성 시가지에서는 송도를 별천지로 여기며 위화감과 상실감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인천의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여 마침내 2016년 10월 300만 명을 돌파하였으나 그 내면의 구조적인 양극화는 매우 심각하게 고착되는 모습이다. 인천 부동산 침체기인 2011~2013년 사이에 연평균 인구증가율은 1.47%로 가장 높고, 같은 기간 65세 이상 인구 연평균 증가율도 6.2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2016년 현재 65세 인구 비중이 높은 자치구는 중구(13.7%), 동구(17.8%), 미추홀구(13.8%)로서 도심에 노인 인구가 상대적으로 집중하고 있다. 불황기에 노인 계층이 대거 인천 도심으로 유입되어 빈약한 원도심의 재정부담을 가중하고, 열악한 노동력과 구매력 저하를 더욱더 심화시켜 도시 성장의 악순환을 반복하게 한다. 산업구조에서도 자치구별 편차가 심각하여 인천의 성장한계로 지적되는 요인이다. 인천의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2000년 59.8%에서 2016년 70.1%로 급격히 확대되어 구조고도화가 진행되었으나 서구와 남동구는 각각 56.9%, 55.7%로 매우 빈약한 전통 제조업의 비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화 시대에서 살아남고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로의 산업구조고도화는 절체절명의 과제인바 근원적인 지역 한계로 고착된 양극화는 지역의 중요한 과제이다. 양극화의 해소는 모든 지역이 통합하면서 역할을 분담하는 전반적인 도시 공간구조의 재편이 그 첫걸음이다. 모든 지역이 다 최고의 주거 공간이 될 수 없고 상업지역이 될 수도 없다. 각 지역이 비교우위에 있는 차별적인 특성으로 기능을 재편하면 서로 상생하여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원도심과 경제자유구역을 비롯한 신도시는 상생할 수 있는 역할 분담의 전략이 절실하다. 송도에 바이오산업의 메카가 조성되고 종합병원이 설립되면 이를 연계한 도심의 산업단지와의 연계 협업을 통한 산업구조고도화 선도와 질 높은 노인 의료복지의 확대 등을 동시에 고려하는 차원 높은 시정이 필요하다. 함께하면서 멀리 가면 양극화는 극복할 수 있는 과제일 것이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경제자유구역과 송도

일반적으로 휴가를 의미하는 것은 일상에서 벗어나 심신을 달래며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는 개념으로 읽힌다. 보통 도심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거나 자연 속에서 힐링의 시간을 갖는다. 휴가의 개념이 일찍 확립된 서구사회에서는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는 휴가가 자리 잡고 있다. 몇 년 전부터 호캉스라는 조어가 등장했다. 호텔과 바캉스라는 단어의 합성어로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휴가기간이 겹치다 보니 전국이 사람들로 넘쳐난다. 그래서 비용을 더 내더라도 국외로 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도 아니라면 몇 년 전부터 도심의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게 된다. 쾌적한 숙박시설에서 심신을 달래는 것이 휴가라고 보는 것이다. 이처럼 휴가 대신 도심의 호텔에서 머물며 시간을 보내는 휴가를 호캉스라고 한다. 얼마 전 휴가를 국내 휴가지나 국외로 갈까 고민하다 멀리 떠나지 말고 지역 탐방을 겸할 수 있는 휴가를 갖기 위해 호캉스 즉, 송도신도시의 호텔로 정했다. 그동안 송도신도시에 여러 번 회의나 행사 때만 가봤기 때문에 송도를 좀 더 자세히 볼 기회는 없었다. 그래서 이번 휴가기간을 활용하며 호캉스라는 조어가 뜻하는 것처럼 송도의 호텔에서 2박 3일간 머무르며 맛집 투어를 겸해 도보로 송도의 여러 곳을 둘러봤다. 송도의 센트럴파크와 국제상가를 목적으로 조성된 커널워크, 국제업무지구, 경제자유구역이 아닌 신도시로 보이는 대규모 아파트단지, 채드웤 스쿨과 현대아울렛, 큰 기업이 아닌 대부분의 작은 기업들이 입주해 있는 곳을 둘러봤다. 송도의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외국인 투자기업의 경영환경과 생활여건을 개선하고, 각종 규제완화를 통한 외국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외국기업 경제활동의 자율성과 투자유인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특별경제구역을 의미하며, 2003년 인천을 시작으로 전국 여러 곳이 조성되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송도의 경제자유구역에는 외국기업의 유치가 그리 많지 않다. 일부 있어도 소규모이거나 국내법인과의 합작법인이다. 그것도 지분 일부만 투자한 사례들이 대다수다. 또한 대규모의 일반 아파트단지와 백화점들이 우후죽순처럼 매장을 설립하거나 계획을 갖고 있다. 결국 송도신도시를 둘러보게 되면 경제적 효과가 발생하는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가 아니라 그저 일반적인 송도신도시만 보인다. 작년부터인가 송도신도시가 송도국제도시로 명칭이 바뀌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의 목적에 맞는 성과들이 나타나야 송도가 단순한 신도시가 아니라 경제자유구역에 맞는 송도국제도시가 될 수 있다. 국제도시로서의 내용이 부족함에도 인위적으로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송도의 가치가 오르는 것은 아니다. 앨버트 허쉬만(AlbertHirshman)은 불균형성장 이론에서 “거점지역의 성장 초기에는 주변지역의 사람과 자본을 흡입함으로써 역류 효과가 발생하고, 15~20년이 지난 후에야 거점지역의 성장이 주변지역에 확산하는 파급효과가 발생한다”고 한다. 2003년 법제화된 인천경제자유구역은 구도심의 세원을 본격적으로 투입한 지 올해로 15년이 되었다. 그러나 구도심의 침체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쯤이나 균형성장을 이룰지 모르겠다. 곽경전 前 부평구문화재단 기획경영본부장

[함께하는 인천] 국가의 존재 이유와 인권감수성

지난 4일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최영애 위원장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으며, 인권교육과 홍보활동을 통해 사회 전반에 인권 감수성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인권감수성은 한마디로 인권 문제가 개재된 특정 상황에서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의 복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인식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인권감수성의 개념은 인권에 대한 지식이나 기술, 태도가 아니라 인권 관련 상황을 해석하고 지각할 수 있는 능력을 다룬다는 점에서 기존의 인권의식과는 차별화되는 개념이다. 인권의 한자말 ‘권’ 자는 ‘권리 권’으로 사람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로 정의할 수 있지만, 또 다른 한자말은 ‘저울추 권’이다. 법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각 나라마다 법원에서 정의의 여신이 한 손에 경전이나 칼을, 또 다른 한 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다. 또한, 특이한 점은 정의의 여신이 눈을 감는 경우도 있지만, 눈을 뜨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 대법원에 있는 정의의 여신은 눈을 뜨고 있다. 그 이유는 모든 사람을 법 앞에 평등하게 대우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눈을 떠서 형평성 있게 대우하라는 뜻이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이 있기 때문이며, 국가는 국민을 차이와 차별 없이 행복하게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일본 오사카에 연수를 갔다 올 기회가 있었다. 오사카는 노인인구가 28%가 넘는 초고령사회가 됐다. 오사카뿐만 아니라 일본은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노인들에게 70~80만 원의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연령이 올라갈수록 높아지는 반면, 일본은 65세가 되는 노인 시점부터 도리어 자살률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세미나를 마치고 주제발표를 했던 일본 공무원에게 일본이 경제 대국 2위에서 인구 고령화와 생산 및 경제활동인구 감소로 서열이 점점 낮아지는 것에 대한 국가적 대책을 물었을 때, 그는 오히려 경제 대국 서열을 매기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반문했다. 국가는 국민의 행복이 최우선 과제이고 목표이지, 경제문제는 국민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요인일 뿐이라는 것이다. 물론 늘어나는 노인인구와 함께 그들에게 지급되는 연금이 급격히 상승하기는 하지만, 그 연금은 지금까지 일본을 경제 대국으로 만들어 준 보답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후생성 담당 공무원의 당찬 답변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는데, 우리나라는 경제 성장과 발전이라는 경제논리 덫에 잡혀 국민의 행복과 안전을 뒤로하는 게 현실이다. 우리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에 대한 가치를 중시하기에 지위 또한 대통령 직속이 아닌 독립기구로서 그 고유하고 독립적인 가치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권력에 의해 그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인권 또한 자국민의 행복이 최고의 가치이므로 지역사회와 국민에게서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또 이를 어떻게 제도나 정책으로 또는 개인의 삶 속에서 실천해 나갈지 생각하는 인권감수성은 중요한 문제이다. 정희남 인천시 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함께하는 인천] 진정한 군인

지난달 31일 국군외상센터 기공식에서 대한외상학회를 대표해 축사할 기회가 있었다. 발표 중 청중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미국 대통령이 아프면 어느 병원에 가는지 퀴즈를 냈다. “부상병을 본격적으로 헬기로 이송하기 시작한 전쟁은 언제였을까요?” 여자 대령이 손을 번쩍 들었다. “1950년도 한국전쟁입니다.” 정답이었다. 한국전부터 헬기를 이용한 환자후송 체계와 혈관수술기법의 발전으로 팔다리에 상처를 입은 환자가 다리나 팔을 잃지 않게 된 것을 아는 청중들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더욱 고무돼 나폴레옹 시대에 프랑스군이 전열의 맨 뒤에 수백 대의 ‘날아다니는 구급차’들을 배치해, 병사들은 혹시 다치더라도 의무부대가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높은 ‘사기’를 가지고 용감하게 전장으로 나갔다는 역사를 말해줬다. 또 군인 환자들이 민간병원보다 훨씬 신뢰하며 제일 먼저 찾아가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선 ‘전장에서 살아오는 병사를 다시 전사(戰士)로 부활시키겠다’는 의료진의 의지와 능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군인은 학자와 마찬가지로 명예가 최우선이기 때문에 군 발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기’라고 말하고 끝맺었다. 폐회사 직전에 식순에 없던 연설이 추가됐다. 맨 앞줄 복도 측에 앉아있던 내빈이 마이크를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거동이 불편한 듯 지팡이를 짚은 초로의 신사는 자리에서 뒤돌아서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가 지팡이를 짚고 있는데요. 저는 2000년도에 지뢰를 밟아 이 병원으로 실려와 수술받았습니다. 오랫동안 치료받았으며, 지금 착용하고 있는 의족도 여기서 만들었습니다. 제 후배들은 새로 짓는 이 외상센터에서 더 좋은 치료를 받고 다시 복귀하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그 말을 듣자 오래 전에 접했던 뉴스가 생각났다. 비무장지대 수색 대대장 인수인계 시 후임 대대장이 지뢰를 밟아 다치자 “위험하면 내가 간다”며 부상자를 구하려다가 자신도 지뢰에 다리를 잃은 그 중령이 기억났다. 청중들은 모두 일어나 크게 박수를 쳤다.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고, 부상에서 재활해 의족과 지팡이에 의지하고서도 후배 군인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참석한 그에게 경의를 표한 것이다. 가슴 뭉클한 순간이었다. 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런던 그리니치에 있는 국립해양박물관에서 본 영국 화가 가이 헤드가 그린 ‘해군소장 넬슨 경’이 내내 눈에 어른거렸다. 1794년에는 코르시카 섬 점령 때 오른쪽 눈을 잃고, 1797년 테네리페 해전에서 오른팔을 잃은 모습을 그린 그림이었다. 오른팔 없이 오른쪽 눈은 붕대로 동여매고 거기서 흐르는 피가 어깨로 흘러내리는 가련하고도 인간적인 모습이다. 오른팔을 잃고 감염으로 고생하기는 했으나 넬슨 제독은 1년 뒤 다시 함대를 지휘해 나일 전투에서 프랑스군을 물리쳤다. 휴전선에서 다리를 잃은 중령도 재기해 의족을 착용한 불편한 몸으로 후배들을 가르치고 정년퇴임을 했다. 역경을 극복한 진정한 군인들에게 존경을 바친다. 진정한 군인은 오직 명예에 의지해 산다.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함께하는 인천] 환경과 공존, 그리고 가이아 이론

▲ 곽경전 일반적으로 제주도 하면 떠오르는 첫 이미지가 천연의 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다는 이미지다. 그 중의 제주도의 아름다운 비자림로는 지난 2002년 건설교통부가 선정한 제1회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됐다. 몇십 년 동안 잘 가꾼 삼나무 숲을 지나는 2차선 도로의 모습이야말로 우리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아름다운 드라이빙 코스에 속한다고 보았기 때문에 가장 아름다운 도로 중 하나로 선정한 것이다. 이러한 청정 이미지의 제주도가 얼마 전부터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비자림로의 2차선을 왕복 4차선으로 확장하고자 30년생 삼나무를 베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베어내는 작업공간 사진을 보면 왕복 4차선을 훨씬 넘어서는 공간의 삼나무까지 베어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아름다운 도로를 파괴하고 도로를 확장하는 것은 관광객들을 위한 주차장과 차량의 이동시간 줄이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코스로 가리왕산을 정하고 이를 위해 500년 된 나무들도 가차 없이 베어냈다. 가리왕산은 조선 초기부터 임금의 명으로 보호하게 되어 있던 산이었다. 이처럼 가리왕산은 다양한 생태의 보고였으며, 환경단체와 일반 시민들의 강력한 반대여론이 있었음에도 칼날에 의해 배어나 간 것이다. 올림픽위원회조차 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가리왕산으로 코스를 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와 조직위는 가리왕산의 희귀 생태환경에 큰 상처를 낸 것이다. 비록 평창에서 거리가 있지만 용평스키장이나 무주스키장 들을 사용할 수 있었음에도 굳이 가리왕산의 생태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진행한 것은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러한 환경파괴 행위가 인천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경제청은 영종2지구 개발계획 초안에 대해 환경부에 협의를 요청하며 갯벌매립 추진을 확정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2013년 영종2지구와 인접한 영종도 2단계 준설토기장 협의 조건으로 최대한 넓은 습지생태공원 조성을 요구했었다. 이 지역이 알락꼬리마도요와 저어새, 도요물떼새 등 멸종위기조류의 세계적인 서식지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송도신도시, 청라지구, 영종도와 수도권쓰레기매립지 등 많은 갯벌이 매립되며 갯벌에 서식하던 생물들이 사라졌지만 더 큰 문제는 바닷물의 흐름이 달라지면서 향후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1972년 영국의 제임스 러브록에 의해 주장된 생태환경 이론이 가이아 이론이다. 가이아 이론에 의하면 지구의 모든 생물과 무생물이 상호작용하면서 스스로 진화하고 변화해 나가는 하나의 생명체이자 유기체임을 강조한다. 가이아 이론에서는 인간도 이런 생태환경 체계의 한 일원으로 보고 있으며, 인간의 이익을 위해 생태환경을 파괴할 경우 인류에게 재앙이 닥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즉 요즘 전 지구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폭염현상과 지구 온난화 현상 등에 대해서 심각한 문제제기와 점점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굳이 가이아 이론을 거론 않더라도 토목공학이 중심이 된 개발론만이 우리의 주 가치가 되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편리함과 편의를 위해 생태환경을 파괴하는 대신 불편함을 감수하며 지속가능사회를 향해 나간다면 인류 사회가 기후적 재앙을 겪지 않으며 공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곽경전前 부평구문화재단 기획경영본부장

[함께하는 인천] 폭염 속 쪽방 노인들을 위한 주거복지 정책 시급하다

기상관측 이래 최고기온 기록을 연일 경신할 정도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러한 더위는 우리나라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이상고온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올해만 반짝 기승하는 기이한 현상이 아니라 지구 온난화 현상과 맞물려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 8일 사후관리 차원에서 쪽방에 사는 사례관리 대상인 김 모 할머니를 찾아갔다. 2평 남짓한 할머니 방은 낮인데도 깜깜했다. 창문이 없는 데다 더울까 봐 할머니가 전등을 꺼 놨기 때문이다. 온도계로 재보니 방 안 온도는 바깥보다 2.5도가 높은 36.5도였다. 김 할머니 방에는 선풍기 1대가 돌고 있었지만 가열된 모터의 더운 바람만 뿜어져 나왔다. 방 한쪽의 냉장고에서도 열기가 느껴졌다. 정부가 폭염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경제력이 취약한 독거노인 등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복지부는 지난달 11일 폭염에 취약한 노인 보호대책을 발표하면서 동사무소와 은행·교회 등을 무더위 쉼터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인천시 또한 이달 2일 폭염 장기화로 인명피해가 우려된다며 취약계층과 시민을 대상으로 특별관리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폭염 특별관리대책은 쪽방촌 주민과 독거노인들이 냉방시설이 잘 갖춰진 무더위 쉼터에서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셔틀차량을 운행하고, 시는 간부공무원 지역전담제를 실시해 10개 군·구의 폭염 현장을 점검한다는 계획을 핵심내용으로 담았다. 여름철 도심 열섬화 방지 대책으로 가장 뜨거운 시간인 오후 2~5시에 살수차를 총동원해 도로 살수도 실시키로 했다. 하지만 폭염대책은 이러한 한시적인 대책이 아니라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노력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보호가 필요한 노인들에게 생계지원 및 보충적 소득보장을 위한 수급비 증액도 좋지만, 근본적으로 20만∼30만 원씩 매월 지급되는 월세비용과 공공요금 등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는 노인들을 위한 맞춤형 전용주택 마련이 절실히 필요하다. 보통의 노인들은 나이가 들어도 자신이 살아온 곳에서 떠나지 않고 생을 마감하는 것을 원한다. 그래서 노인이 고향이나 가정을 떠나 요양시설에 입소하게 될 경우, 최대한 살던 곳과 비슷한 분위기나 구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같은환경을 만들기 위해 일본은 15년 전부터 ‘유니트 케어’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는 가정과 비슷한 환경에서 거실을 공유하고 입소자를 소그룹으로 묶어 개인의 사적공간을 존중하는 케어 방식을 말한다. 일본의 유니트 케어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형 노인전용주택 및 아파트는 노인들에게 작은 평수에 소규모로 공동생활 할 수 있도록 한 공간이다. 5평 규모의 개인 생활공간과 그 이외의 거실과 주방과 같은 공동생활 공간은 월 10만 원 내외의 임대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노인 전용주택을 통해 우리 노인들은 개개인의 사생활을 존중받으면서 노인들 간의 건강한 상호작용을 통해 정서적 지원과 궁극적으로 노인 삶의 질을 도모하게 될 것이다. 정희남 인천시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함께하는 인천] 저자와 독자

어제 모르는 새내기 성형외과의사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최근에 발표한 눈꺼풀 처짐 수술방법 논문에 대해 자신이 사용하는 방법과 유사한 점과 그가 가지는 의문점에 대해 질문했다. 흥미를 가지고 논문을 읽어준 후배 의사에 성실하게 답해야 하기에 우선 수술을 담당한 공저자에게 메일을 전달했다. 나는 내가 쓰는 논문이나 칼럼들을 통해 독자들과 연결돼 있다는 것을 실감하며, 몇 주 전에 관람한 영화가 생각났다. 백승빈 감독의 ‘나와 봄날의 약속’은 지구 종말을 예상한 외계인들이 4명의 인간들을 찾아가 벌이는 기괴한 생일파티의 네 가지 에피소드로 이뤄진 독립영화였다. 그 중 세 번째 에피소드에는 평생 연애도 제대로 한 번 못해 본 ‘의무’라는 이름을 가진 영문과 교수가 등장했다. 강의실에는 젊은 여자가 혼자 햇빛을 받으며 있다. 불치병에 걸린 그녀는 ‘노래와 소네트’를 읽고는 이 아름다운 시들을 번역한 그를 꼭 한번 만나보고 싶어서 찾아왔다고 했다. 그녀의 부탁대로 그는 교정을 안내해 주며 둘은 도서관과 강의실을 돌아본다. 한 강의실에는 칠판에 영시 등으로 채워져 있는데, 원을 그리는 컴퍼스도 하나 그려져 있었다. 이 배경으로 그들은 그가 번역한 시에 나오는 구절들을 주고받는다. “우리 두 영혼은 하나여서 나는 가야 하지만, 단절이 아니라 공기처럼 얇게 쳐진 금박처럼 확장될 뿐이오. 곧은 컴퍼스의 다리가 둘인 것처럼 우리의 영혼도 둘이오; 그대의 영혼은 고정된 다리여서 중심에 있지만, 다른 다리가 멀리 돌 때엔 그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그 다리가 집에 돌아오면 다시 곧게 선다오.” 영화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는 그 컴퍼스로 상징되는 시에 대해 찾아봤다. 영화에서 영시를 번역한 교수와 애독자가 주고받은 구절들은 17세기 영국의 시인 존 던의 ‘고별사: 슬픔을 금하며’라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 세대들은 한 번쯤 읽었을 헤밍웨이의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와 게리 쿠퍼와 잉그리드 버그만이 주연한 동명의 영화도 이 시인이 출간한 시집(Devotions upon Emergent Occasions)에서 제목이 유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람은 아무도 그 자체로 온전한 섬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대륙의 한 조각, 본토의 일부일 뿐이다. 누구를 위해서 저 조종(弔鐘)이 울리는지 알아보려고 하지 말라. 그것은 그대를 위해 울리는 것일지니.” 연구자로서, 묵묵히 연구할 때, 그 누가 읽어주길 바라며 투고할 때 나는 바다에 떠 있는 한 점 섬이라고 생각한 때가 많았다. 독자의 편지를 읽거나 논문이 인용될 때, 나는 섬이 아니라 육지의 일부라고, 저자와 독자는 둘이 아니라 몸통으로 연결돼 있으며 서로를 향해 귀를 기울이는 컴퍼스의 두 발이라고 느끼게 됐다. 메일이 또 하나 왔다. 모 대학병원의 조교수가 여러 해 전 내가 발표한 것과 유사하게 환자의 수술부위에 물이 찼다고, 논문에는 기술되지 않은 나의 경험을 물었다. 외래 진료가 끝나면 연구실에서 투고한 옛날 파일을 찾아보련다.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함께하는 인천] 문화지구의 허와 실

최근 들어 각 지역별 문화의 프레임을 내건 문화의 거리 등이 광역단체, 지자체별로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역문화의 정체성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그 가치성은 시대를 거스를 수 없는 담론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 지역의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무형의 가치와 유형의 가치가 조화를 이루고 역사와 전통을 지닌 특화된 미래의 유산으로써 보존되고 발전돼야 한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 한다. 자본소비의 형태가 바뀌고 있다는 반증일 수 있다. 그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도로 및 기간시설의 확충을 통해 새 단장을 하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불과 10여 년 사이에 많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서울의 인사동은 한국 근현대 미술의 산실로써 큰 역할을 담당해 왔다. 멀게는 조선시대 화가를 양성하고 선발하던 도화서로부터 일제 강점기 고미술품 시장의 형성과 1970~80년대 화랑과 표구사 등의 상가가 형성되면서 대다수 화가의 등용문과 중견작가들의 작품 전시로 성황을 이루었다. 1997년 ‘차 없는 거리’ 지정과 2009년 재정비 사업으로 주말이면 일반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인사동은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다.과거 미술인과 미술애호인의 특화되었던 인사동 거리는 일반인들의 유입과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로 일주일 내내 생기를 띠며 상권의 활성화에는 기여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사동의 상징이었던 1층에 위치한 화랑과 화방, 각종 재료가게들은 높은 임대료 탓에 하나 둘 문을 닫게 되고 그곳에 액세서리 매장들이 들어서며 박리다매의 저가의 상품만을 파는 거리로 변모되고 있다. 이제 인사동에는 한국의 골동품을 찾아보기 어렵고 그나마 값싼 중국산으로 영업을 하는 어쩌면 외국관광객에게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외국관광객들은 인사동을 찾을 때 인사동만의 가치를 보고 사기 위해 방문하지만 만원짜리 중국산 상품들의 진열장으로 변모된 인사동 거리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2002년 문화지구로 지정됐지만 그 취지에 무색하게 인사동은 ‘만원의 거리’로 전락되어 전혀 문화지구로서의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다. 고급문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한 세기, 반세기에 걸쳐 이룩한 인사동은 재평가되고 그 가치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문화를 모르는 문화정책은 문화 말살정책과 다를 바 없다고 본다. 경제의 논리만을 앞세우기보다 진정으로 그 가치성을 들여다봐야한다.필자의 눈에만 문화지구인 인사동 거리가 ‘만원의 거리’로 보이는 것일까? 이러한 현상이 어디 인사동뿐이겠는가? 근시안적인 안목으로 한번 잘못된 정책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함을 명심해야 한다. 유행처럼 번져나가는 광역단체나 지자체의 문화지구 지정은 인사동의 사례를 반면교사 해야 할 것이다. 문화를 만들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파괴는 순식간이기 때문이다. 문화정책은 한 가지만 생각하면 어쩌면 쉬울 수 있다. 후손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황태현 미술가

[함께하는 인천] 환경정책을 우선하는 새로운 인천

연일 무더위가 전 세계를 찜통과 같이 달구고 있다. 유난히 극심한 더위는 올해에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라 그동안 누적된 지구 온난화의 절정으로 나타난듯하다. 그동안 이러한 환경문제는 지구적인 관심으로 고조되어 세계적 차원의 변화와 노력을 하였으나 그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동시에 개별도시는 환경행정에서 새로운 도전을 맞게 됐다. 우리나라는 특히 1995년 지방자치제의 전면적인 실시와 개발연대의 종식으로 생활환경과 지구환경에 대한 도시정부의 책임성이 한층 강화됐다. 지역주민의 삶의 질 제고와 소득증대에 따른 새로운 가치 추구에 대한 책임성이 증대되었으나 한편으로는 오히려 환경정책의 효과성이 약화하는 등의 새로운 과제도 나타났다. 자치단체 간의 치열한 경쟁과 선거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역개발 공약의 남발은 환경정책의 우선순위가 밀려났다. 아울러 환경정책에 수반되는 비용과 편익 부담의 갈등 및 환경관련 공익시설에 대한 지역이기주의는 더욱더 환경정책의 위상을 약화시키는 상황이다. 또 다른 여건의 변화는 급속히 전개되고 발전하는 빅데이터 시대의 도래이다. 정보수집 및 시민참여 기반의 다양화와 빅데이터 분석 활용기술 중요성이 증대되고 친환경 융합기술 및 시장이 발달하는 등 새로운 환경행정으로 급변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행정 변화와 더불어 인천은 지정학적으로 환경행정의 요충지로써 오래 묵은 특성을 지니고 있다. 서해안의 산업도시로서 중국의 미세먼지가 유입되고, 국가 및 지방산단이 집중되어 주공 혼재의 열악한 생활환경 민원이 상존하고 있다. 수도권 일원으로 쓰레기매립지, 영흥화력 발전소, LNG인수기지, 대규모석유화학단지 등 환경오염시설이 집중되어 있다. 항만공항도시로서 석탄과 곡물의 수송에 따른 미세먼지와 대량수송에너지 소비 그리고 항공기 소음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 가운데 매립지를 통한 신도시 개발로 갯벌이 훼손되고 인구가 증가하는 등 환경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이처럼 어떤 도시보다도 인천은 환경행정의 부담과 책임이 막중한 도시임에도 그 위상은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개발공약의 남발로 주민의 개발이익 기대심리를 부추겨 환경에 대한 관심을 저하시켰다. 인천시 환경행정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협치를 통해서 환경행정의 시너지효과를 거두려면 맨 끝에 머무는 환경정책의 위상을 맨 앞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도시계획에 부차적으로 수반되는 환경정책이 아니라 환경우선의 통합적 환경도시계획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미 선진국의 많은 대도시에서는 환경기준을 최우선으로 하는 계획시스템을 구축해 도시개발과 정비에 활용하고 있다. 개발 논리를 과감하게 버리고 환경 우선논리의 정립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통합환경행정을 전담하는 부서를 설치해 지위를 격상시키고 안정적인 예산도 확보해야 한다. 환경 행정도 전문성을 통한 정책수단의 고도화를 도모해야 한다. 빠르게 변화는 정보사회에서 주민의 맞춤형 수단을 적절히 모색하여 공급할 수 있는 선진 행정의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도시개발이 경쟁력이 아니라 환경이 곧 도시경쟁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우리 삶과 문화권리

우리 사회는 과거와 비교하면 조금씩 향상됐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끼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이처럼 부족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회현상에 대해 과격한 행동과 표현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우리 사회가 자신의 부족감을 채우기 위한 행위로 갈등과 분노, 자신만이 옳고 타인의 의견은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형태가 주가 되면 수용과 통합이라는 사회구성체의 기본 방향과도 거리가 멀어진다. 이와 같은 현상은 미래가 불확실하며 사회적 낙오자로 떨어질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타인보다 우월해야 하며 끊임없는 성과 결과를 요구하는 사회가 구성원들을 한계치까지 몰아세우므로 인해 타인에 대한 수용 등은 존재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너와 나의 통합이나 타인을 수용하며 함께 살아가자는 목소리는 공허하게 울릴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이런 사회가 된 것은 경제발전과 개발논리로 정리되는 정치와 경제가 우리 사회를 결과논리로 지배했기 때문이다. 10여년 전 한 광고의 구호가 돈버세요~ 였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전이라면 상상도 못할 광고내용이었지만, 그런 구호가 버젓이 광고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은 경제가 아니면 어떤 논의도 힘을 얻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우리의 1인당 GDP는 선진국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부족해서 갈구하며 사는 세상이 된 것은 여전히 결과논리로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이제 더는 우리 삶의 밸런스가 깨진 상태로 우리 삶이 지속되어서는 안된다. 이런 상태로 우리 삶이 지속된다면 우리 스스로 삶 자체를 망가트리며 사회를 망가트릴 수 있다. 유엔은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서 경제와 사회와 더불어 문화적 권리를 규정했다. 문화활동을 통해 사회적 갈등 해소와 소통과 통합, 수용 등의 현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사회와 구성원들에게 문화권리가 있다고 선언한 것이다.(1966, 12, 16) 유엔은 단순히 문화활동을 소비하는 것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민주주의의 개념처럼 문화소비자에서 벗어나 문화예술의 주체로 참여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우리 자신의 문화권리를 통해 문화예술의 주체로 참여한다면 사회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꿔 나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주어진 문화권리를 포기하지 않고 행사하게 되면 점진적으로 내 삶의 풍경이 바뀔 것이며,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를 바꿔 나갈 수 있다. 이제 시민 스스로 문화권리의 주체로서 문화예술의 생산과 소비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시민 스스로 문화예술의 주체가 될 수 있다면 실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문화의 자주적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일반 시민들의 문화의 자주적 역량은 문화예술로의 참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문화예술을 통해 일반 시민이 문화권리의 주체이자 문화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문화사회를 만들어 나간다면, 우리 사회는 통합과 수용의 가치가 작용되는 사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곽경전 前 부평구문화재단 기획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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