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연명치료와 안락사 사이의 딜레마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에서는 매년 ‘장례 엑스포’가 열린다. 올해 열린 장례 엑스포에는 ‘안락사 캡슐’이라고 하는 사코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사코라는 기계는 호주의안락사활동가인 필립니슈케박사와네덜란드의 디자이너 알렉산더바닝크가3D프린터로만든 기계로, 캡슐 안에 들어가 버튼만 누르면 고통 없이 죽음을 맞이한다. 2년 전 영국의 한 전직 간호사가 호스피스 병동에서 20년간 노인들을 돌보면서, 노인이 돼 병들어 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죽음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면서 안락사를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스위스로 가게 됐다. 그 곳에 가기 며칠 전 가족들과 임종 파티를 하면서 본인의 의지로 죽음을 맞는 아내를 남편이 축복해주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얼마 전 모 대학 간호학과 교수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그는 우리사회에서 연명치료 중단 및 의향이 법제화된 것이 의학계에 있어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언급했다. 회생 가능성이 없고 죽음이 임박한 말기환자가 의료기구에 의존해 생명을 이어가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이다. 그는 연명치료에 대한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웰다잉 법)’이 국회를 통과되기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우리사회에서도 안락사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이 있을 것이고 법 제정으로 안락사가 추진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안락사는 2002년 네덜란드에서 최초로 허용됐으며, 전 세계적으로 벨기에·룩셈부르크·스위스·콜롬비아·캐나다 등 6개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5개 주정부에서 허용하고 있는데, 북유럽 선진국가를 중심으로 안락사를 허용되는 국가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근래에는 노인 인권에 대해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다보면, 안락사에 대한 인식이 점점 긍정적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2년 전 사랑하는 아버지를 췌장암으로 하늘나라로 보내 드리면서 시간이 갈수록 밤마다 고통스러워하시는 모습을 보며 차라리 그 아픔을 내가 대신할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그렇게 고통을 호소하시면서, 하나님께서 하루라도 빨리 호흡을 거두어 가셨으면 하는 바람의 슬픈 얘기를 하셨을 때는, 지켜보는 자식으로서 가슴이 시리도록 아픈 마음이 지금도 내 가슴속에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사람들은 오래 살고 싶어 한다. 다만 건강하면서도 물질적인 여유와 풍요 속에서 말이다. 그래서 지역사회 노인복지관이나 경로대학 등에서 다양한 웰다잉 프로그램을 통해 마지막 노후를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지를 고민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전문적인 웰다잉 프로그램으로 보기에는 부끄럽고 미약한 수준이다. 또 우리사회 노인들의 현실은 어떠한가. OECD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노인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 속에서 복지 선진국들은 행복한 노후의 마무리 차원의 웰다잉를 위해 안락사를 얘기할 때, 우리사회 노인들은 기본적인 생계를 걱정하고 있으니 말이다. 정희남 인천시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함께하는 인천] 일면불 월면불(日面佛 月面佛)

만해 한용운의 정신을 기렸던 조오현 스님은 당신이 심혈을 기울여 만드신 복합문화공간 ‘만해마을’을 동국대학교에 기증하시고, 장학재단을 만들어 인제군 주민 자녀의 학비를 지원하는 등, 가진 것을 다 나눠 주시고 훌훌 떠나셨다. 몇 년 전 일이다. 오랜만에 오현스님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이번 부처님 오신 날은 흥천사에서 맞으려 한다. 어머니 모시고 연꽃 보러 와라.” 주차장부터 붐볐다. 줄을 서서 절밥을 받아먹고, 주지스님의 법어를 멀리서 듣고는, 물어물어 삼각선원으로 걸어 올라갔다. 고명한 문인들이 모여 있었다. 도지사와 국회의원도 다녀갔다. 큰 선원에 식탁이 준비돼 공양이 나왔다. 오현스님이 물었다. “니는 왜 안 먹나?” “저는 저 아래에서 먹고 왔는데요.” “어무니하고 줄 서서 기다려 먹었나?” “네.” “봐라, 황건이는 명문대 나온 대학교수 박사인데도 저 밑에서 줄 서서 먹었다 아이가?” 목청 높여 좌중에게 한 말씀하시자 내가 도리어 몸 둘 바를 몰랐다.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하다가는 문득 “나는 이제 갈 때가 되었다. 어서 가고 싶다”고 하셨다. 노스님이 돌아가시고 싶다는 말씀을 하자 좌중이 조용해졌다. “황건이 니는 어떻게 생각하노?” 스님의 말씀에 동의하면 빨리 죽으세요 라는 말이 되고, 오래 사셔야 한다고 하면, 바람에 거스르는 셈이 되었다. 왜 하필 내게 물으셨는지? 중국 송나라 때 간행돼 선종(禪宗)의 중요한 공안집(公案集)으로 내려오는 ‘벽암록’의 한 부분이 생각났다. 옛날 마조스님이 몸이 편치 못했을 때 원주(院主)가 물었다. “화상께서는 요즘 몸이 좀 어떠하십니까?” “일면불(日面佛) 월면불(月面佛)이다.” 일면불은 장수하는 부처님이고 월면불은 하루를 사는 부처님이다. 조오현 스님은 해설에 ‘일면불 월면불’의 의미는 ‘오늘 죽어도 괜찮고, 내일까지 살면 더 좋고’라고 쓰셨다. 나도 되뇌었다. “일면불 월면불입니다.” 뜬금없는 소리에 좌중은 조용해졌고,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스님이 주석을 달았다. “일면불 월면불이라고 있어, 내가 벽암록에 소개한 화두야.” 오현스님이 떠나시기 4주 전 경기일보에 쓴 내 글을 읽으시고 이런 문자를 보내셨다. “자네가 62세라니 놀랐다. 사십 중반으로 기억하는데….. 나는 요즘 정신이 왔다 갔다 한다. 설악무산.” 신문을 보고 문상은 다녀왔으나, 수술하느라 다비식에는 못 갔다. 수술 중간 중간에 창문으로 하늘만 내다보았다. 닷새 뒤에 건봉사 연화대를 찾았다. 넓은 황토밭에 타고 남은 검은 숯과 재가 헬기장처럼 동그랗게 펼쳐져 있었다. 구름 한 점 없이 햇살이 따가웠다. 관을 모셨던 자리의 흔적은 있으나 관은 사리수습을 위해서 떠가고 그 자리엔 황토만 보였다. 쭈그려 앉아 고운 재를 손끝으로 느껴보았다. 다비식 때 반쯤 녹은 못들이 손가락 사이에 걸렸다. 못들을 주워 주머니에 넣고 돌아오며 만해의 “타고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라는 구절을 외웠다.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함께하는 인천] 예술은 슈츠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모 방송국의 ‘슈츠’라는 드라마가 있다. 로펌의 변호사들의 일상을 담은 내용으로 흐트러짐이 없는 말쑥한 정장차림의 남자배우의 모습에서 옷이 지니는 상징성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에게 슈츠는 단순한 옷의 의미에서 벗어나 상대에게 던지는 신뢰를 기반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돈된 모습은 의뢰인에게 사건처리 또한 빈틈이 없을 것 같은 믿음을 심어준다.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는다는 건 그 사람의 반영일 수도 있다. 슈츠(정장)는 소재, 디자인, 메이커에 따라 가격의 폭이 매우 큰 편이다. 특히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해외명품의 경우 고가에도 불구하고 메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으며, 명품백의 경우 수천만원을 호가하는데도 부유층들은 비용을 지불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왜 대다수의 사람들은 명품을 선호하고 가지려 하는 것일까에 대한 물음을 지니게 된다. 어쩌면 그것은 가치를 사는 것인지 모른다. 그 가치를 구매함으로써 자신의 품격을 유지하려고하는 허영의 심리와 맞닿은 결과로도 보인다. 명품브랜드의 경우 브랜드별 컨셉이 명확하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그만큼 브랜드의 정체성이 명확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예술의 본고장하면 프랑스를 떠올리게 된다. 이러한 명품들의 탄생배경으로 사회 전반적인 예술 인프라를 들 수 있다. 예술이 일부 특권층의 소유가 아닌 국민 대다수가 향유할 수 있는 공감대의 형성은 예술가들만의 노력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사회적 관심과 그것을 유도해낼 수 있는 미래를 내다보는 항구적 정책의 입안과 실천이 요구되어지기도 한다. 가시적 성과에만 치중하는 정책은 불필요한 재원만 충당하고 결과는 미미한 전시행정에 불과할 뿐이다. 수많은 예술가를 보유한 나라들의 국격은 매우 높다 할 수 있다. 오랜 전통을 기반으로 한 유럽, 세계 2차대전 후 새로운 패권국가로 급부상한 미국, 최근의 신흥강국인 중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예술에 대한 관심과 예술가에 대한 투자와 육성,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자본가의 지원 등은 분명히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 이유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임과 동시에 문화적 동물 이기도하기 때문이다. 슈츠가 외형적 품격이라면 예술은 내면적 품격이라 할 수 있다.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이나 가치를 논하기에 앞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미술인의 입장에서 자성의 시간 또한 절실하다고 느껴진다. 최근에는 종래의 화랑전시를 벗어나 각종 아트페어, 온라인을 통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예술의 대중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일부의 쏠림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그 쏠림현상이 명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욕구와 맞닿아 있을 수도 있다. 그것이 허영의 산물이건 분명 그들은 가치를 소유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술가 스스로 마음을 명품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고가의 옷을 구매할 때 까다롭게 체크하는 구매자의 입장에서 자신을 되돌아 봐야 한다. 적당한 관념미와 조형미로 명화로 인정되길 바라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 할 수 있다. 황태현 미술가

[함께하는 인천] 인천 도시정체성을 회복하자

지방선거가 여당인 민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리는 가운데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곳이 인천이다. ‘이부망천’이라는 신조어가 연일 인터넷 검색 상위에 랭크하면서 인천시민의 자존심을 한껏 상하게 하고 있다. 인천의 이미지가 순식간에 추락하면서 도시정체성까지 훼손하는 심각한 후유증을 안게 되었다. 이러한 선거잔재를 어떻게 치유하고 구겨진 이미지와 도시정체성을 어떠한 방법으로 회복할 수 있을까? 도시정체성이란 다른 도시와 차별화되는 그 도시의 자기다움이다. 도시내적으로는 지속적으로 변하지 않는 요소를 가지거나 그 도시에 대하여 느끼는 자부심 또는 소속감의 정도로 나타난다. 도시외적으로는 다른 도시에 비해 고유하거나 우수한 요소가 존재하여 차별화될 때 형성된다. 따라서 도시정체성을 확립한다는 것은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을 찾아내서 이를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을 적절한 방법으로 홍보하고 주민과 외부인에게 동의를 구하는 것이 관건이다. 인천은 1883년 개항 이래 자장면의 탄생과 최초의 감리교예배당, 최초의 천일염전 등과 같이 한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가장 많이 동원되는 도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의 긍정적인 이미지와 도시정체성은 크게 부각되지 않고 오히려 부정적인 도시로 지목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러한 이유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인은 시민의식이며 그 다음은 이를 적극 끌어가는 리더십과 지역정책이다. 시민의식을 언급할 때 투표율은 빼놓을 수 없는 핵심요인이다. 인천의 역대 지방선거 투표율은 1995년 제1회 이후 지속적으로 전국 시·도 중 최하위권을 기록했고 지난 13일 치르진 제7회 선거는 55.3%로 꼴찌를 기록했다. 역대 총선과 대선에서도 예외 없이 13-15위권에 그쳤다. 이러한 낮은 투표율을 인구통계학적 이유로 설명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주민의 자부심과 소속감이다. 애착을 가지고 지역의 일꾼을 뽑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축제의 장을 외면한 것이다. 이렇게 낮은 투표율로 표출되는 것을 인천시민의식만 탓할 수 있을까? 급변하는 도시에서 시민의 자부심과 소속감은 강요하거나 추궁해서 인위적으로 형성되는 것도 아니지만 자유롭게 방임해서 형성되는 것도 아니다. 도시간의 경쟁이 심화되는 지방화와 세계화시대에 차별적인 도시경쟁력의 확보는 필수적인 전략이다. 차별적이고 매력적인 도시정체성의 확립을 통해 도시경쟁력을 확보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인천은 고도성장의 과정에서 나쁜 잔재만 고스란히 떠안아 왔다. 인천은 다른 어떤 도시에 비해 성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였고 변화를 경험하였다. 300만 도시로 성장하면서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은 등한시 해온 리더십과 정책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한 신도시의 양적 팽창은 주민의 90%가 살고 있는 기성시가지에는 허탈감과 위화감을 안겨주었다. 이러고서도 시민에게 자부심과 소속감을 요구할 수 있을까? 시민의 마음속에 진정한 자부심과 소속감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과 정책으로 다가가야 한다. 지도자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절대 다수의 시민이 원하고 시민이 살고 싶으면서 찾을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데 모든 능력을 동원하는 리더십을 발휘할 때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문화다양성

문화에 대한 개념을 이야기할 때마다 등장하는 개념 중 하나가 문화다양성(Cultural Diversity)이다. 문화다양성은 언어나 의상, 전통, 사회를 형성하는 방법, 도덕과 종교에 대한 관념, 주변과의 상호작용 등 사람들 사이의 문화적 차이 즉 수용과 공존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해된다. 문화다양성이라는 개념이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생태학 분야에서 비롯되었다. 생물다양성협약 제2조에 따르면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이라는 개념은 “육상·해상 및 그 밖의 수중생태계와 이들 생태계가 부분을 이루는 복합생태계 등 모든 분야의 생물체간의 변이성을 말하며, 이는 종 내의 다양성, 종간의 다양성 및 생태계의 다양성을 포함”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런 개념이 인류역사에서 나타났다가 사라져 간 다양한 문화들을 설명할 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초기인류는 점차 세계로 퍼져 나갔고, 서로 다른 다양한 상황과, 지역적, 전 지구적인 기후의 변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하였다.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인류는 도태되었고, 변화를 수용하여 자기만의 문화를 만들어 낸 인류는 현대 인류 문명으로 이어졌다. 현생 인류에 존재하는 문화의 다양성은 인류 진화의 역사이며 인류 문화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 흩어진 많은 인류사회는 시간이 지나며 서로 달라졌고, 이들 중 다수는 현재까지도 다양한 문화의 역사가 지속되고 있다. 문화다양성은 개인이나 집단의 창조적 사고, 사회 발전의 원천으로서 생물다양성이 생물들의 환경에 미치는 것과 같이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그래서 특정 민족, 유적, 유산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것은 소극적 의미의 문화다양성이라고 한다면, 적극적 의미의 문화다양성이란 새롭게 떠오르고 창조되는 문화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함께 공존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함으로써 열린 문화를 지향하는 것이다. 즉 문화가 정체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조건에 따라 수용과 공존에 이어 새로운 문화의 등장이 인류 문명의 역사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문화다양성은 얼마나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는가 하는 수적인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문화적 권리를 얼마나 보장할 수 있는가와 이런 문화들을 주류 문화가 얼마나 수용하고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에 관련된다.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의 문화를 수용하거나 공존하지 않고 배제하거나 배타적으로 접근하면 문화다양성은 사라지고 오직 문화패권주의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2005년 문화계에 의해 제정된 우리 문화헌장은 “문화다양성은 개인적 집단적 정체성과 자주성의 토대이고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다원성의 원리이며, 평화와 공존의 기틀이다. 시민은 자유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의미를 생산하고 가치를 표현하며, 자신이 원하지 않는 가치, 이념, 관습에 대해서는 무조건적 순종만을 강요받지 않는다. 시민은 나라 안팎의 다양한 문화들 사이의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세계의 문화다양성과 평화를 증진하는 데 기여한다”(문화헌장 제4조)고 선언하며 ‘다양성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곽경전 前 부평구문화재단 기획경영본부장

[함께하는 인천] 은퇴는 타이어를 교체하는 시기다

은퇴는 영어로 리타이어먼트(retirement)이다. 즉 타이어를 교체하는 시기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은퇴는 차를 바로 폐차시키는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가 2016년 인천에서 자살노인에 대한 데이터를 기초로 인구사회학적 특성에 따른 자살실태를 역학적으로 분석했을 때다. 상식선에서 아는 바와 같이 독거노인이 가족과 동거하는 노인에 비해 자살률이 높다는 기존 연구와 달리, 실제 결과에선 배우자가 있는 노인이 배우자가 없는 독거노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살률이 높게 나왔다. 특히, 남자 자살노인의 65%가 배우자가 있는 것으로 나타냈다. 이를 유의적으로 해석하면 남자는 은퇴 후 가정으로 돌아왔을 때, 가족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돈만 버는 기계로만 작동해왔던 우리의 아버지 세대가 은퇴 후 집에 돌아왔을 때, 가족 성원들 간에 건강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기가 힘든게 현실이다. 우리가 흔히 우스갯소리로 은퇴 후 필요한 것에 대해 여자는 돈, 건강, 취미, 친구, 딸 순으로 얘기하고 남자는 아내, 배우자, 부인, 처, 마누라 순으로 얘기한다고 한다. 그만큼 남자는 은퇴한 상황에서는 사회적 관계망이 좁아지고 집에서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하루 세끼를 모두 집에서 챙겨 먹는 속칭 ‘삼식이’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올해는 특히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는 원년이다. 이 세대는 우리나라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부터 1963년에 태어난 사람들로 이 시기에 출생률이 급격하게 증가하게 됐고, 우리나라 베이비부머 세대는 724만명으로 전체인구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이토록 열심히 살아온 우리나라 베이비부머가 올해부터 갑자기 쓰나미에 휩쓸려 준비 없이 가정으로 복귀하는 ‘대략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들은 가정과 직장을 위해 쉼 없이 앞만 보고 고속도로를 빠르게 달려오신 분들이다. 이들에게 은퇴는 타이어를 교체하는 시기가 돼야 하는 것이다. 은퇴를 하게 되면서 예전 삶과 비교하면 소득도 줄었기 때문에 그에 맞는 차량이 필요할 것이다. 쉼 없이 고속도로를 달렸다면, 이제는 타이어가 교체된 차량으로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로 다니면서 여유롭게 길거리에 피어난 꽃구경도 하고 동네 맛집에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한 시기다. 은퇴자들도 마찬가지로 예전에 큰 차로 운행하던 시절만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지금의 환경과 앞으로의 노후를 대비하면서 적절한 차량으로 교체하면서 기름값도 아껴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환경의 사회와 가정에 적응해야 하는 시기이며, 가족 구성원들간에도 예전의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의사소통 방식은 가족갈등의 주된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타이어를 교체하고 국도를 다니면서 여유를 즐길 때, 그 차량에 함께 할 가족이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쉼 없이 가족들을 위해, 달려오셨던 그분들이 이제 편히 쉬면서 백세시대에 제2인생의 후반전을 맞이할 수 있도록 가족들의 따뜻한 응원과 정부의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한 때다. 정희남 인천시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함께하는 인천] 단명인가 영원인가, 브론테 자매들

학창시절에 에밀리 브론테가 쓴 ‘폭풍의 언덕’과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한국어 번역본을 읽은 적이 있다. 몇 년 전에는 영화 ‘제인 에어’를 보며 약 40년 전에 받았던 감동을 상기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런던의 국립초상화박물관에 들러 ‘샤롯 브론테 탄신 200주년 기념전’을 관람했는데, 브론테 세 자매의 인물 사진과 육필원고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세 자매의 흑백 초상화는 모두 젊은 모습이었으며, 중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의 유일한 남자형제 브란웰이 그린 채색된 그림에는 세 자매가 함께 그려져 있었는데, 이상한 것은 이들 사이에 사람이 하나 들어갈 공간이 있다는 점이었다. 그는 자매들 사이에 자신의 모습도 같이 그려 넣었는데, 나중에 자기 얼굴은 지워버려 세 자매만 남은 그림이 됐다고 한다. 전시장를 보며 나는 이 세 자매가 모두 40살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샬럿은 단명했지만, 그녀의 문학작품은 오래도록 남아 탄생 200년을 맞게 됐다. 브론테 세 자매는 자손을 남기지 못했으나, 그들의 작품은 여러 독자에게 여전히 영감을 주고 있으므로, 그들의 문학적 DNA는 여전히 복제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요절한 훌륭한 작가인 브론테 자매들과 마찬가지로, 학자나 연구자도 또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학술적 DNA를 후대에 남길 수 있을까? 나는 우리의 지식이 과학 논문을 통해 불멸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오래도록 남는 논문을 쓸 수 있을까? 오래 남는 논문은 오랜 기간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기억되는 논문일 것이다. 독자에게 기억되고 사랑을 받으려면 독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의사에게 유용한 논문은 실제 의료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에게 도움이 되는 논문일 것이다. 연구의 순서(첫째로 연구하라, 다음 증명하라, 그리고 기술하라)는 앤 브론테가 ‘윌드펠 홀의 세입자’에서 이야기한 사랑의 세 단계(첫째 공부하라, 다음 증명하라, 그리고 사랑하라)와 비슷하다. 우리는 호기심을 가지고 이전의 연구에 대해 상세히 살펴봐야 한다. 다른 연구자의 논문에서 답을 찾을 수 없다면 시작할 수 있다. 논문은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증명해야 한다. 남이 한 것을 모방해 실험하고 ‘나도 해봤더니 그렇더라’는 논문(Me-too paper)은 논문 수는 채울 수 있을지언정 단명할 수밖에 없다. 실험을 해보면 연구 결과가 기대했던 것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논리적으로 작성된 논문은 독자들이 읽기가 수월하다. 고찰에서 사고의 비약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학자가 ‘독자 친화적’으로 논문을 쓰면, 독자는 읽기에 편하게 느끼고, 따라서 인용될 기회가 더 생길 것이다. 브론테 자매들의 작품은 독자들에게 깊은 감명을 줬기 때문에 수백 년 동안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학자가 쓴 논문이 ‘실제 현장’ 독자들에게 도움된다면, 그 논문은 기억될 것이며 여러 세대에 걸쳐 인용될 것이다. 이 원고는 [Hwang K. Ephemeral or Timeless?: The Bront Sisters. J Craniofac Surg. 2016;27:1923]를 한국어로 번역하여 2차출판한 것임.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함께하는 인천] 원도심 재생은 혁신적 행정체계 구축부터

오늘날 전 세계 모든 지역과 도시에서 당면한 문제 중의 하나가 다양한 측면의 양극화 현상이다. 예외없이 인천도 여러 도시문제 중에서 도시내 양극화 문제는 그 으뜸을 차지하고 있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면서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고 추진하였으나 그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고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발상의 전환을 비롯한 혁신적 접근을 고민할 때다. 인천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 이유를 논할 때 경제자유구역의 공과를 빼놓을 수 없다. 인천은 경제자유구역을 선두로 주변의 신도시가 활발하게 발전하였다. 대규모 신도시 개발이 인천의 부동산개발과 지역경제에 다소 기여하고 수도권의 부동산 시장을 하나로 통합하고 주도하는데 송도 등 경제자유구역이 기여한 바는 있다. 부동산 시장의 서울 의존성을 탈피하고 시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가격이 동반상승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 그러나 시민의 관점에서 가장 예민하게 관심을 가지는 주택가격의 양극화를 살펴보면 송도와 청라의 아파트에 비해 기성시가지와의 가격차이가 최대 3배 이상이 되어 위화감과 상실감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었다. 주택가격외에 안정적인 노동력의 확보관점에서 인구의 지속적인 유입으로 300만명을 돌파한 것을 자축할 수 있으나 내적으로는 심각한 양극화를 보여주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기성시가지인 중·동·남구에 집중해서 급격히 증가한 것은 원도심의 자주재원 확보를 악화시키고 노인복지에 대한 재정부담은 가중되어 양극화를 가속화시키는 심각한 문제다. 사회 전반의 병폐로 파급되는 양극화 현상을 어쩔 수 없는 성장의 그림자로 치부하며 간과할 때가 아니다. 그동안 행정력을 경제청에 집중한 것에 대한 과감한 혁신적 개혁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도시재생 뉴딜정책을 국정 어젠다로 설정하고 집중하는데 이에 부응하는 지방정부의 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주거혁신을 통해 지역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으로 지방정부의 현장행정이 요구되는 절실한 사업이다. 공무원이 주민과 함께 대상사업을 발굴하고 효과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 주민·기업·활동가·전문가 등을 추진체계로 역어가는 지원의 역할을 하고 그 동력을 확보하는 현장사업가가 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경제청을 능가하는 도시재생본부 설치를 적극 검토할 때다. 그동안 경제청은 인기있는 선호부서로서 기능이 시 본청과 중첩되는 등 조직과 규모가 다소 비대해졌다. 2022년까지 5년여 남은 동안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면서 다이어트를 통해 점진적으로 우수한 인력을 도시재생사업에 투입해야 한다. 경제청에서 확보한 150여 명과 본부조직을 통합해 250명 규모로 부시장이 본부장를 맡으면서 4명 정도로 구성된 50개 현장팀이 사업을 발굴, 추진체계를 구축하고 성과를 내도록 하여야 한다. 도시재생특별회계를 통해 각 팀별로 200억원 정도를 사업자금으로 지원해 주민과 기업, 그리고 전문가 및 활동가들이 함께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공동체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마중물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물론 이의 효과를 극대화해 풍부한 도시재생 우물을 만드는 행정을 직접 현장에서 수행하는 조직으로 혁신해야 한다. 인천의 양극화 해소를 통한 균형발전을 위해서 이러한 행정의 혁신이 절실히 요청되는 때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자치분권과 뮤지엄파크

지난 3월21일 청와대는 1차로 자치분권 개헌안을 정부안으로 발표했다. 국회가 여야합의로 개헌안을 발의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안을 국회에 보낸다며 개헌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6·13 지방선거에서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는 이루어지지 못한다. 국회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표한 자치분권 개헌안에는 지방정부에 대한 주민참여 강화를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움이 크다. 자치분권 개헌안에는 행정의 독단과 독주를 제어하기 위한 방법으로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방법을 제시했고, 구체적인 방법으로 주민발안·주민투표·주민소환을 제시했다. 이처럼 정부발표 자치분권 개헌안에 담은 주민참여의 개념은 선출직과 행정의 독단과 독주를 제어하기 위한 내용이다.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한다는 이야기처럼 권한이 강화된 행정권력은 주민에 의해 제어되지 않으면 인천시와 행정 자체를 위해서라도 좋은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치분권 개헌안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주민참여 개념은 현실 가능한 범위 안에서 조례를 제정 또는 개정을 해서라도 인천시가 도입해야 한다. 자치분권 개헌 이전에 행정권력을 제어하기 위한 방법으로 각종 위원회가 존재한다. 그러나 인천시가 조직한 대부분의 위원회는 행정을 위한 형식적인 자문위원회가 대부분이라는 말들이 많다. 작년부터 불거진 인천 문화계 최대 현안의 하나로 남구 용현동 동양화학 부지에 건립될 뮤지엄파크를 들 수 있다. 뮤지엄파크를 최대 현안 중 하나로 보는 이유는 제어되지 않은 행정기관의 일방적인 독주의 대표적인 사례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천지역에는 제대로 된 시립미술관이나 시립박물관 등이 건립되지 못했다. 당연히 동양화학 부지에 시립미술관을 건립하겠다는 인천시의 초기 계획은 미술계를 떠나 문화계의 많은 지지를 받았다. 시립미술관의 역할은 미술계뿐만 아니라 타 문화 분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문화계의 많은 지지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난데없이 동양화학부지에 시립미술관과 시립박물관도 함께 건립되는 것으로 변경되어 추진되었다. 이 때문에 미술계뿐만 아니라 인천지역의 거의 모든 문화계의 반발이 일어났다. 물론 시립박물관도 필요하다. 그러나 시립미술관 자리에 시립박물관도 함께 건립할 수밖에 없다면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의사를 모았어야 했다.국가의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헌법은 말하고 있다. 그런 개념으로 본다면 인천시의 권력은 인천시민에게서 나온다. 그러나 뮤지엄파크 추진 결정과정이 인천지역 문화계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은 가운데 일부 행정권력의 결정에 따라 일방적으로 추진되면서 큰 논란이 된 것이다. 만약 문화예술과 관련된 위원회가 행정의 독주에 대해 제동을 걸 수 있는 체계였다면 작년과 같은 뮤지엄파크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6월13일 선거를 통해 인천시에 새로운 체제가 등장할지 아니면 기존 체제가 연속될지 모르겠지만, 형식적이지 않은 진정한 민관의 거버넌스가 이루어진다면 좀 더 나은 인천시가 되지 않을까 싶다. 곽경전 前 부평구문화재단 기획경영본부장

[함께하는 인천] 부모 존속살해, 다음 차례는 누구입니까?

지난달 5일 인천 부평에서 치매를 앓던 70대 노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50대 남성이 구속됐다. 9년 전으로 기억한다. 췌장암 말기 환자인 60대 남성이 90대의 아버지를 살해했으나, 정상이 참작돼 징역 4년의 형을 받았다.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60대 아들은 췌장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고 90대 치매 아버지의 부양문제와 자신의 치료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건강이 악화되고 사후에 아버지의 간병 및 부양문제를 걱정해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긴 병에는 효자가 없다고 한다. 치매는 남의 나라, 남의 가정사만이 될 수는 없다. 치매 유병률 조사에 따르면 작년 말 노인인구 중 치매 환자는 72만5천명, 유병률은 전체 노인의 10.2%로 추산되며, 2050년에는 노인 치매인구가 271만 명까지 늘고 유병률은 15.1%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정부는 치매를 가정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하고자 치매국가책임제를 지난해 8월 발효한 이후 전국 250여 곳에 치매안심센터를 설치했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던 기존 치매지원센터와 달리 검사뿐만 아니라 인지재활프로그램, 치매가족을 위한 자조모임, 치매노인 임시보호시설도 추가로 운영될 예정이다. 또 정부가 치매 관리 종합계획의 일부로 ‘치매안심마을’을 시범 조성키로 했는데, 이는 치매환자와 가족이 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고 원래 살던 마을에서 안전하게 일상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 지역 사회를 만든다는 것이다. ‘치매안심마을’ 사업은 고령·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선진국들에서 이미 추진되고 있다. 일본에선 독거노인 혹은 노인부부 단독가구가 점점 늘어나면서 ‘개호(介護)의 사회화’가 주창되면서, 2004년부터 치매안심지역 만들기 사업이 진행 중이며 치매 환자에 대한 성년 후견인 제도 확대를 위한 교육과 치매 서포터 양성사업이 실시되고 있다. 영국도 영국알츠하이머학회와 정부가 나서 2012년부터 ‘치매 친화 공동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자원봉사자가 치매 환자와 1대1로 동행해 공원이나 상점, 카페를 방문하는 등 일상생활을 지원하고, 교통경찰관들도 대중교통 승차권 구매 등을 돕는 도우미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에선 용인시가 전국 최초로 ‘치매행복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2014년 처인구 역삼동, 기흥구 기흥동에서 시작해 점점 확대되고 있으며, 우리 인천에서도 남구의 문학동, 주안7·8동, 학익2동을 중심으로 약국·미용실·세탁소·음식점 등 지역주민이라면 누구나 이용 가능한 주변 업소를 치매안심업소로 지정해 치매 친화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치매환자 실종예방교육 및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희망한다. 죽는 날까지 건강하게 잘 살다가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치매라는 질병처럼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에 대해 어찌할지 준비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제는 부양을 자녀에게 의지하는 시대는 지났다. 그렇다면 불가항력적으로 찾아오는 치매를 지역사회가 어떻게 준비하고 대비해야 할지에 대한 의식전환이나 사회 안전망이 절실할 때인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치매를 앓고 있는 부모를 존속살해 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집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희남 인천시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함께하는 인천] 늙은 수학자와 늙은 외과의사

얼마 전 맷 브라운(Matt Brown)이 감독한 ‘무한대를 본 남자’라는 영화를 보았다. 인도의 수학자 Srinivasa Ramanujan (1887~1920)의 삶과 학업 경력, 그리고 스승 하디교수(Godfrey Harold Hardy, 1877~1947)와의 사제지간의 정에 대한 실화였다. 의예과 시절 생물학 시간에 배운 ‘하디-와인버그 법칙(Hardy-Weinberg principle)’이 생각났다. 다른 영향이 없다면 대립 유전자와 유전형 빈도가 대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법칙에 나오는 하디가 생물학자가 아니라 수학자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집에 돌아와서는, 나는 하디의 저서 ‘수학자의 사과(A Mathematician’s Apology)’를 찾아서 읽다 보니 그의 성격이 특이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1896년 케임브리지 대학의 트리니티칼리지(Trinity College)에 입학해 졸업했다. 그는 거울 속의 비친 자신의 모습을 절대로 보지 않으려고 했다. 호텔에 묵게 되면 거울을 모두 수건으로 덮어 버렸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활동과 기술, 즉 자신의 수학적 능력이 줄어들 것이므로 자신의 늙어가는 얼굴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의 책에서 그는 선배 수학자 가우스(Gauss)가 쓴 한 구절을 인용했다. “수학은 과학의 여왕이고 대수론(number theory)은 수학의 여왕이다.” 그는 수학이 ‘젊은 남성의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 수학에 재능있는 사람을 찾아서 발전시켜야 하며, 중년이 되면 수학적 재능은 떨어진다는 의미다. 올해 62세가 되는 나는 성형외과 의사에게서 나이 드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았다. 성형외과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의 길리스 박사(Sir Harold Delf Gillies, 1882~1960)가 떠올랐다.하디보다 5살 어린 길리스도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했다. 길리스는 78세 때 18세 소녀의 손상된 다리를 재건하는 수술을 하다가 대뇌에 혈전증이 생겨 이후로는 수술에서 손을 놓았다고 한다. 길리스 박사의 사례를 보면 성형외과 의사는 눈만 잘 보이고 손을 떨지만 않으면 나이가 들수록 그간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수술을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춘추오패의 으뜸인 제나라 환공과 명재상 관중의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어느 해 봄, 환공은 고죽국(孤竹國:하북성(河北城)내)을 정벌했다. 그런데 전쟁이 뜻밖에 길어지는 바람에 그해 겨울에야 끝이 났다. 그래서 혹한 속에 지름길을 찾아 귀국하다가 길을 잃고 말았다. 전군(全軍)이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져 떨고 있을 때 관중이 “늙은 말의 지혜를 사용할 수 있다(老馬之智可用也)”고 하며 늙은 말 한 마리를 풀어놓았다. 그 뒤를 따라 행군한 지 얼마 안 돼 큰길을 찾았다. 나이 드는 것이 과연 나쁘기만 할까? 이 글은 “Hwang K. Aging in Mathematics and in Surgery. J Craniofac Surg. 2017;28:1131” 을 번역해 이차출판한 것임.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함께하는 인천] 교육백년대계 어디로 사라졌나

천연자원이 부족한 국가일수록, 인적 자원은 더욱 중요해진다. 그래서 교육에 매달린다. 교육은 ‘국가와 개인의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다. 올바른 교육은 국가와 개인의 부를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세계인들 속에서 살아가기 위한 적합한 정신도 가르친다. 교육은 국가 미래 운명에 중대한 역할을 한다. GM대우의 철수 가능성 이야기를 들으며, 어쩌면 우리의 자동차 산업이 한계에 도달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한국의 많은 산업이 중국과의 경쟁력에 밀린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렇다면 대안 산업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대안을 우리 교육에 반영해야 한다. 일정 정도의 경제 성장을 이루면 그동안 우리가 누려왔던 각종 공장은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로 이동한다. 결국, 국가 산업은 그에 맞추어 변해야 한다. 혹자는 관광과 같은 서비스업을 강조하고, 혹자는 정보화 산업에 힘을 기울이고, 인공지능의료제약 산업 등 기술 집약적이며 자본 집약적인 산업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휴대폰과 가상현실의 발전, 초당 정보 전달 속도의 가속, 주변국들과의 빠른 교류, 그래서 하루 종일 북적대는 인천공항, 1950년대의 이분법적 이념이 점차 사라지고, 다원화된 생각들이 빠르게 교류된다. 그래서 갈등도 많아지고 변화도 많아진다. 기업과 사람에 대한 통제가 한 국가만으로 불가능하고 다국적 통제 필요성이 높아진다. 수많은 언어가 한 가상공간에서 들린다. 과거엔 지구 저편에서 발생한 다른 문화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각국의 문화를 이해한다. 한국의 미투 운동에 미국과 영국이 동감하는 등의 현상이 하루에도 수없이 반복된다. 더 이상 국수주의적 교육은 설자리를 잃고, 그렇게 배운 아이들은 우리 교육이 잘못되었음을 나중에 깨우친다. 교육당국과 학교와 교사는 이러한 변화를 빨리 이해해야 한다. 자신들의 낡은 신념을 아이들 교육에 실현시키려 할 것이 아니라, 지금과는 달라질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의 삶을 고민하고 도와주어야 한다. 그래서 모든 시대적, 환경적 변화들을 고려한 교육 방향이 정해져야 한다. 교육이 정치와 분리되어야 할 이유는, 정치는 대중적 인기를 추구할 수밖에 없지만, 교육은 아니다. 대통령, 교육부장관, 교육감, 학교장의 인기몰이용 교육이나, 개인의 낡은 신념에 기반을 둔 교육은 4∼5년마다 바뀌게 되고, 그로 인해 반복되는 인적 물적 피해가 적지 않다. 이것은 아이들의 미래와 국가의 미래를 위한 좋은 교육이 아니다. 교육은 언제나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중앙정부나 교육감이나 학교는 이 주인공들을 잘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미래 사회를 예측하고 그에 따른 교육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만일 그러하지 못할 경우, 아이들은 성인이 된 후 잘못된 교육 때문에, 또다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교육을 받는 고통을 견뎌야 할지 모른다. 그로 인한 시간과 비용 낭비는 말할 필요가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국가와 개인의 백년지대계인 교육 다시 돌아보고 미래사회를 대비해야 한다. 노현경 참교육학부모회 인천지부장

[함께하는 인천] 서울 의존성에서 벗어나자

전국 지방선거를 준비하면서 인천시 각 당 후보들은 다양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공통적으로 원도심 재생을 통한 지역균형발전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동안 경제자유구역을 비롯한 신도시에 많은 행정력이 집중되어 원도심은 자생력을 상실하여 지역 내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정책 방향의 획기적인 전환과 추진체계의 정비와 재원 확보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차대한 지역현안에 대해 선거 구호로만 외치고 그 실천적 내용이 미흡한 선거공약을 남발하고 있어 안타깝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도시 교통망에 대한 내용은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눈에 보이고 효과가 실질적이며 단기에 나타나고 시민이 피부로 느끼는 특징이 있어 선거공약으로써 단골로 대두되는 사업이다. 여야 후보 모두 앞다투며 서울 지하철 노선과 연결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서울 이동성을 향상시켜 인천시민의 서울 접근성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다. 편리하게 서울로의 출퇴근과 나들이 시간을 단축시켜 서울의 성장 효과를 향유하고자 하는 서울 의존성 강화 공약이다. 과거 인천은 끊임없이 서울의 접근성을 강화하는 교통망 구축에 집중 투자하였다. 경인철도와 경인고속도로를 시작으로 제2 제3경인고속도로가 개통되었고 서울로의 간선도로망도 확충하였다. 지하철도 노선도 경기 부천지역을 경유하고 공항철도를 연결하는 등 서울로의 노선은 계속 확충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통행량의 증가를 더욱더 가속화해서 인천의 서울 통합화하는 것이 과연 인천의 지속성장에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제물포개항과 더불어 경인철도와 경인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인천항은 서울에서 필요한 많은 화물을 수출입하는 서울항으로 역할을 하면서 소중한 인천의 자원이 착취당했다. 수많은 트럭이 경인고속도로를 이용하여 통행함으로써 많은 피해를 고스란히 인천시민이 부담해야 했다. 반면에 인천은 항만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 발전은 그 역할에 비해 훨씬 미치지 못하고 전통 제조업 비중만 커졌다. 인천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해안 시대와 남북통일에 대비하는 장기 자주발전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남북축을 성장 축으로 설정하여 서해안 시대와 통일시대의 주인공으로서 자주적 지속발전의 기틀을 구축하여야 한다. 평택, 시흥, 인천, 김포, 파주, 개성을 잇는 도시발전축을 구축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그동안 인천은 도시기본계획에서 장기간 도시 성장 축으로 동서축을 설정하였다. 서울의 성장 파급 효과를 공유하기 위해 서울 접근성을 최대한 강화하는데 집중한 것이다. 그러나 종속이론에서 지적하듯이 서울의 종속성이 영구적이어서 주변도시인 인천은 보유하고 있는 소중한 자원을 지속적으로 착취당하고 반면에 향유하는 파급효과는 미미하다. 인천과 서울의 종속적 관계는 영구적이기에 역전이 어려워 착취를 막기 위해서는 단절에 의한 적절한 역할 분담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인천의 모습과 미래 발전 가능성이 서울에 인접한 덕분인가? 아니면 서울 때문인가? 인천의 미래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인천시장 후보들은 다시 한 번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근대문화유산의 공공자원화

유럽이나 미국 등 문화가 활성화된 국가들을 보면 하나같이 오래된 건축물 등이 잘 보존되어 있다. 도시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오래된 문화유산들이 포함되면 도시계획을 수정하기도 한다. 도시계획을 수정할 때 상당한 예산이 추가됨에도 수정하는 것은 한번 파괴되면 오래된 역사와 문화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독일의 유서 깊은 쾰른 대성당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의 폭격으로 거의 파괴되다시피 했다. 전쟁이 끝난 후 독일인들은 부서진 쾰른 대성당의 복원을 위해 뜻을 모았다. 그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파괴되어 흩어진 벽돌 하나하나를 모았다. 폭탄의 불길에 그을리거나 오래되어 진한 색이 되어 버린 벽돌들과 새로 제작한 밝은 빛의 벽돌들이 어우러진 쾰른 대성당의 모습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지저분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전쟁의 참화를 겪어 낸 쾰른 대성당의 복원된 의미를 생각하면 아름다움을 넘어 가슴 묵직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에게는 낯선 경험이지만, 자신들의 역사를 미래로 이어지게 하기 위한 노력을 목격하기 때문이다. 인천에는 역사문화건축물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전쟁의 포화로 대부분 파괴되었다. 그러다 보니 근대문화유산이라 할 만한 건축물들이 거의 사라졌다. 그중에는 복원할 만한 가치가 있었음에도 역사의 기억을 되살린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 곁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지난해 6월 초 건축 연한 100년이 넘은 애경사라는 건축물이 철거당했다. 인천시 중구청이 주차장 확보를 위해 철거한 것이다. 많은 문화계 인사들과 뜻있는 시민들이 모여 강력히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애경사라는 건축물에 각인되어 있던 100년 역사와 문화의 기억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오로지 편의성 하나만으로 벌어진 역사 문화의 대참사였다. 보통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국가들은 일반인들의 편의성을 위해 역사의 기억들을 해체하지 않는다. 국민 1인당 GDP를 가지고 선진국이라 하지 않고, 역사의 기억들로 인해 불편함이 있다 해도 감수하는 시민의식이 있을 때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인천시는 애경사와 같은 참사를 방지하기 위해 인천시 문화유산 중장기 5개년 종합발전계획 수립했다. 그동안 문화와 문화유산에 관심이 적었던 인천시가 선거를 의식해서 급하게 추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정한 사업계획을 제대로 추진하기 바란다. 특히 근대문화유산을 파악하고 자료화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이 자료들을 토대로 공공자원화해야 한다. 공공자원화된 문화유산들에 맞는 스토리와 거기에 맞는 프로그램을 적용시킨다면 원도심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근대문화유산만이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은 아니다. 우리들의 삶과 역사가 기억되어 있다면, 후세에게 넘겨주어야 할 유산에 속할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곧 613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그러나 인천시 문화재과는 선거의 결과에 상관없이 문화유산 중장기 5개년 종합발전계획을 보완해나가며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를 바란다. 인천에서 더는 애경사와 같은 대참사를 겪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곽경전 前 부평구문화재단 기획경영본부장

[함께하는 인천] 국가 신뢰도 높이는 것이 진정한 4차 산업혁명

얼마 전 우리나라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리에 개최하고, 스포츠를 통해 남과 북이 하나가 돼 화합과 통일의 미래를 보게 됐다. 정부에서도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남북 공동번영의 길을 열 소중한 기회가 왔다며 반겼다. 정부는 향후 두 달간을 대한민국과 한반도의 운명이 걸려 있는 중대한 변화의 시기로 보고 국가 차원에서 놓쳐서는 안 될 기회임을 언급한 바 있다. 예전에 군대를 전역하고 유럽 배낭여행 중 독일에 갔을 때 교포들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서독과 동독이 통일되면서 서독 사람들이 부담할 세금이 올라가면서 동독 사람들에 대해 반감이 통일 초기에는 있었다고 한다. 서독은 통일되기 30년 전부터 국민이 통일세를 내며 준비했지만, 상대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사회와 하나의 공동체로 살아갈 때는 그만큼의 희생이 따른다는 것을 느꼈다. 동계올림픽 기간 중 국민의 공분을 산 종목이 있었다.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경기에서 보여준 분열된 팀워크와 부진의 결과를 남탓으로 돌리는 선수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매체와 국민은 엄청난 비난을 퍼부었다. 하지만 그렇게 자기만 알고 오직 승리만을 위해 폭주하는 괴물들로 만든 것은 바로 우리의 기성세대들임을 성찰해야 할 것이다. 1등이 아니면 모두가 패배자라고 가르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남을 이겨야만 살아남는다고 우리 어른들과 우리 사회가 그렇게 만들고 가르쳤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행복해지려고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1등을 가리는 것이 교육의 목표와 가치가 돼 버렸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왜 경기에서 함께 달리지 않았느냐고, 왜 위로하지 않았느냐고 그들을 욕하는 것이다. 이 나라의 젊은이들은 꿈도, 결혼도, 취업도, 미래마저 포기하고 살아간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살고 있지만 1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의 삶의 질은 별로 나아졌다고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도리어 경제적인 상황이나 환경 등이 더욱 힘들어졌다는 탄식만 늘어 가고 있다. 이는 가계소득이라든지 경제수준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졌기 때문이다. 스위스·덴마크·핀란드와 같은 북유럽 복지국가들의 국민 행복지수는 세계적으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또 이런 나라들은 국가투명지수 및 부패지수는 지극히 낮다. 열심히 일하고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면 국가가 책임지고 국민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믿음이 있는 것이다. 2015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민행복지수가 47위로 OECD 최하위 수준이다. 국가투명지수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47위로 행복지수와 똑같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국가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투명성이 담보돼 신의를 갖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국가가 청년들에게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며 신뢰를 줄 수 있는 투명하고 부패 없는 나라가 되길 바라는 것이다. 인공지능기술 및 정보통신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생산성이 향상되고 제품과 서비스가 지능화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오고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회, 서로 배려하고 아픔과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사회가 진정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일 것이다. 정희남 인천시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함께하는 인천] 피부주름과 영혼의 주름

개봉된 지는 꽤 됐지만, 얼마 전 ‘인천상륙작전’이라는 영화를 다시 보았다. 한국전쟁에서 실제 있었던 사실을 바탕으로 이 영화는 8명의 한국군 특공대의 생사를 건 임무에 초점을 맞췄다. 영국배우 리암 니슨(Liam Neeson)이 맥아더 장군으로, 이정재가 그의 부하 중위로 출연했다. 맥아더는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어 1945년 일본 천왕의 항복을 받았으며 이후 6년간 실질적으로 일본을 통치했다. 1950년 북한의 침략으로 6·25사변이 발발하자 그는 유엔군 사령관으로 당시 불가능해 보였던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켜 한국을 지켜냈다. 영화에서 그는 폭풍 속에서 인천으로 항해하며 “사람들은 그들의 이상을 포기할 때 늙어버린다. 세월은 피부에 주름살을 남기지만, 열정을 포기할 때는 영혼에 주름살을 남긴다”고 부하들에게 말한다. 맥아더의 이 말은 평소에 그가 좋아하던 사무엘 울만이 쓴 ‘젊음(Youth)’이라는 시에서 유래한다. “세월이 흐른다고 해서 늙는 것이 아니라 이상을 포기할 때 늙네. 세월은 피부를 주름지게 하지만, 열정을 포기하면 영혼이 주름지게 되리. 고뇌, 공포, 자기혐오는 기백을 죽이고 영혼을 먼지 속으로 돌아가게 하네. 그대의 마음과 나의 마음의 한가운데에 이심전심의 오고 감이 있어. 아름다움, 희망, 격려와 용기의 메시지를 사람들로부터, 신으로부터 받을 수 있다면 그대는 청춘이네.” 맥아더는 이 시를 액자로 만들어 사무실에 걸어둘 만큼 좋아했다고 한다. 그의 연설에 자주 인용해 이 구절은 ‘맥아더 신조’로 알려지게 됐다. 피부의 주름은 나이, 자외선, 흡연뿐만 아니라 찡그리거나 웃는 반복적인 얼굴표정에 의해 생긴다. 성형외과 의사는 ‘회춘수술’로 주름을 없애거나 줄이려 한다. 그런데 ‘수술적 회춘술’로 피부의 주름뿐만 아니라 영혼의 주름까지 줄일 수 있을까? 좋은 성형외과 의사가 되기 위해선 먼저 좋은 의사(physician)가 돼야 한다. 좋은 의사란 환자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의사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력, 사회력 등을 포함하는 병력 청취와 신체검사가 필수다. 수술을 받으려는 환자가 편두통이 있다면, 두통약을 주는 것뿐 아니라 두통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들, 즉 다른 건강문제나 환자의 식이, 수면습관, 스트레스 등의 개인적인 문제들도 살펴봐야 한다. 환자들의 피부주름뿐 아니라 영혼의 주름까지 줄여주려면 성형외과 의사는 수술뿐만 아니라 심리학적·정신의학적 지식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이상이나 열정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성형외과 의사는 마음속에 아름다움, 희망, 격려와 용기를 지니고 살아야 한다. 의사의 마음과 환자의 마음 사이에는 울만과 맥아더가 믿었던 것처럼 이심전심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 아름다움, 희망, 격려와 용기의 메시지가 의사의 마음으로부터 환자의 마음으로 전해질 수 있다면 환자의 영혼도 주름지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은 ‘Hwang K, Hwang SJ. Wrinkle the Skin, Wrinkle the Soul. J Craniofac Surg. 2017;28:309-310’을 번역하여 이차출판 한 것임.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함께하는 인천] 청산해야 할 폐쇄적 교육관료주의

세상을 뒤덮고 있는 미투 운동으로 폐쇄사회였던 문화계, 정치계의 숨겨진 민낯이 드러났다. 폐쇄사회의 최고 권력자가 그 안의 여성들을 자기 맘대로 다룰 수 있다는 생각을, 미투 운동이 부수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는 지금 ‘닫힌 사회 속 권력이란 괴물’과 싸우는 중이며, 마침내 그 폐쇄사회의 문이 조금씩 열리는 중이다. 이제 교육계도 폐쇄된 관료중심교육에서 시대정신인 시민중심 교육으로 열려야 한다. 전문성을 빙자해 교육의 모든 문을 닫아버리는 오만함은 청산돼야 한다. 교육감 후보가 청렴과 반부패를 말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허나, 관료사회의 구조적 폐쇄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패를 견제할 길을 학부모와 시민에게 차단한 채, 그저 입으로만 열린 교육과 청렴을 외치거나, 학부모와 시민을 위한 교육을 한다고 말하는 것은 그저 위선일 뿐이다. 민주적 교육은 관료중심이 아닌 시민중심 교육이다. 교육 행정은 학부모와 시민을 위한 서비스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 교육계는 관료중심 의식이 교육을 지배해 왔다. 이런 관료의식은 교육행정을 ‘관료에 의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내리는 시혜(施惠)’로 보는 것. 즉, 학부모와 시민은 교육의 주인이 아닌 외부인으로 치부하는 반면, 교육 관료는 내부의 이익과 조직 보호로 똘똘 뭉치게 한다. 열린 교육과 청렴은 이청연 전 교육감처럼 교실 벽을 유리로 만든다고 되는게 아니라, 폐쇄적 관료의식을 버리고 미투 운동처럼 폐쇄된 내부 문제를 스스로 드러낼 용기가 있어야 가능하다. 인천에 필요한 교육감은 이런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교육관료 중심의 공고화된 폐쇄성을 부술 수 있는 교육감이다. 그러나 대부분 오랫동안 교육 관료를 해온 교육감 후보들이 스스로를 바꿀 용기가 있을까. 그들의 깊은 마음 속엔 학부모와 시민은 주인이 아닌 군림할 대상이고, ‘그들만의 리그’에 여전히 안주하길 바랄지 모른다. 전 교육감들의 잘못을 옆에서 줄곧 보고도 제대로 비판하지 못한 이들이 자신이 교육감이 됐다고 갑자기 익숙했던 관료중심 교육을 바꿀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결국 미투 운동처럼 교육계 문제 역시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잠시 위임받은 교육감에 의해서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용기와 희생에 의해 그 폐쇄성이 무너지고 열려 깨끗해지는 날이 올지 모른다. 학부모 모두가 바라는 청렴한 교육감. 하지만 부패가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를 알고도 여전히 관료 중심의 폐쇄적 행정을 고수하고, 학부모와 시민의 견제 감시 시스템을 막으며, 입으로만 열린 교육과 청렴을 외치는 후보는 진보든 보수든 그 누구도 교육감 자격이 없다. 오랫동안 학부모를 위한다는 교육감 후보들을 무수히 보아왔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그저 권력을 얻기 위한 이용대상일 뿐, 교육의 진정한 파트너로 보는 교육감 후보들은 거의 보질 못했다. 교육감 선거를 석 달 앞둔 지금. 우리가 정신을 더 바짝 차리고 교육감후보들을 검증해야 하는 이유다. 노현경 참교육학부모회 인천지부장

[함께하는 인천] 생활 속의 문화예술

최근 문화예술 분야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생활문화 또는 생활문화예술이다. 생활문화라는 단어가 갑자기 등장한 단어는 아니다. 이미 전문문화예술만이 문화예술로 인정되고 있던 시절에서도 일부 문화예술인들 사이에서 생활문화라는 이름이 나타나고 있었다. 이렇게 등장한 생활문화는 2014년 법으로 규정되었다. 지역문화진흥법 제2조 제2호에서 ‘지역의 주민이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하여 자발적이거나 일상적으로 참여하여 행하는 유형·무형의 문화적 활동’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문화적 활동이라는 것은 전문가 중심의 문화예술이 아니라 생활예술과 생활문화가 결합한 생활문화예술은 시민이 주체성을 갖고 생활의 공간에서 문화예술 활동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 의미는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꿔 일반 시민들도 문화의 향유를 넘어 직접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생활문화라는 개념은 갑자기 등장한 우리만의 독자적인 개념은 아니다. 이미 1976년 노르웨이의 오슬로에서 열린 유럽 문화장관회의에서 생활문화 개념인 문화민주주의라는 정책 개념을 내놨다. 전문 문화예술인들에 의해 점유된 문화예술을 일반 시민들도 누리기에는 틈새가 존재했다. 이를 극복하고자 일반 시민들도 문화를 향유하기 위한 정책개념으로 문화민주주의라는 시민문화 개념을 유럽 각국의 문화정책으로 결정한 것이다. 시민문화 즉 생활문화는 일반 시민들이 문화의 단순한 수용자가 아니라 문화예술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이고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생활문화의 개념을 도입해서 정책화시킨 유럽은 생활문화를 활성화해 시민들의 생활 속에 문화가 함께 하고 있다. 인천도 생활문화예술의 활성화를 위한 개념을 잡아가며 지원하려고 한다. 이미 개소되어 활동하고 있는 6곳의 생활문화예술센터와 22년까지 총 20곳의 센터를 개소하고자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센터를 중심으로 생활문화예술 활동을 일반 시민들의 삶 속으로 문화가 침투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행정 위주로 진행하다 보면 주체성을 갖고 생활문화예술을 자신들의 삶 속으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하는 민간단체들을 약화시킬 수 있다. 물론 부평구 동풍물단처럼 부평구청이 직접 지원하여 운영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부평구청이 지원은 하되 운영의 주체성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생활문화예술 동아리들은 행정의 지원이 부족하면 활동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행정의 지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인천의 생활문화예술 정책은 지원하되 가능한 관여하지 않고 주체성에 기초하여 자립성을 키울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하는데, 동아리의 주체들이 스스로 활동과 운영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생태적 조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생태적 조건의 큰 부분은 재정적인 지원이겠지만 생활과 연계된 공간의 문제와 전문생활문화예술 매개자들의 필요성, 역량이 강화되는 단계마다 적절한 프로그램의 제시 등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은 생활문화예술센터와 생활문화예술 동아리 간의 긴밀한 소통 관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곽경전 前 부평구문화재단 기획경영본부장

[함께하는 인천] 4차 산업혁명과 노인복지서비스

한동안 어디를 가더라도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이 화두에 오르며 당장에라도 우리의 삶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것처럼 기대와 불안감이 팽배했다. 10년 전만 해도 핸드폰에서 이렇게 많은 기능이 탑재될 것이란 상상을 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또 석유자원이 100년 정도 있으면 완전히 고갈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대체에너지 개발로 고갈 시점이 200년으로 늘어나게 됐고, 30년 후에는 전기자동차의 상용화로 석유자원은 영원히 고갈되지 않는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된 것이다. 사람이 일하는 인력시장도 큰 변화와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인공지능, 3D 프린터, 로봇, 자율주행차 등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들의 일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암울한 전망이 이어졌다. 4차 산업혁명 역시 우리가 지금은 인지하지 못하는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날 것이다. 그러나 이전의 혁신과 다른 점은 ‘인공지능’에 의한 인력 대체 범위가 매우 광범위할 것이란 것과, 이 과정에서 새로 생겨나는 직업은 인공지능에 맡기거나 인공지능이 맡고 남은 일자리로 인간에게 돌아갈 몫은 매우 적을 것이란 것이다. 지난해 한 설문조사에선응답자의 89.9%가 ‘4차 산업혁명으로전체적인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 바로 이 점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유망 직종’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일본에서는 간병인력의 부족으로 10여 년 전부터 간병하는 로봇을 만들어 상용화해왔다. 최근에는 소프트뱅크에서 개발한 사람의 감정을 읽고 대화하는 로봇인 ‘pepper(페퍼)’를 개발해 요양원에서 활용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표정이나 제스처, 말투나 행동을 딥러닝으로 분석해 그 사람의 감정 상태를 분석하는 연구는 계속됐으며 앞으로 더 완성도가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사람을 대체해 인공지능 로봇이 판매를 맡는 것은 역부족이다. 복잡 미묘한 인감의 감정은 약간의 뉘앙스로도 로봇이 제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판매원의 표정이나 말투를 따라한다 해도 그러한 부분을 대체할 수는 없다. 어르신들이 어려움으로 복지관이나 주민센터에 상담하러 오시면서 ‘무슨 일로 오셨어요’라고 물으면 ‘그냥 죽고 싶어’라고 하시지만 정작 자기를 살려달라는 의미란 것을 잘 안다. 인간 감정을 다루는 대표적인 직업으로 정신과 의사나 간호사, 상담가, 사회복지사가 있는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상대방과 대면해서 감정을 다루는 직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20년 전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노인복지현장에서 실태조사를 위해 몇몇 가정에 방문해 상담을 하다보면 애틋한 마음에 안아 드리면서 헤어지게 되고, 어느덧 하루 업무시간이 끝나게 된다. 퇴근할 즈음에는 육체노동을 한 것도 아닌데 이상하리만큼 피곤함을 느꼈다. 이는 건강한 사람들의 기운이 연약한 노인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로봇이 간병을 하고 말벗을 한다지만, 그분들을 안아 드리고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일을 어찌 로봇이 대신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정희남 인천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함께하는 인천] 나이팅게일 반지에 새긴 ‘밝은 날이 오리라’

얼마 전 미국에서 발표한 갤럽조사에 따르면 의사는 간호사와 약사에 이어 세 번째로 사람들에게 신뢰받는 전문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미국 건강관리조직인 HMO (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 관리자는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직업 중 5위를 차지했다. 미국에서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선 2016년에 의료사고 피해자가 의사의 동의 없이 손해배상에 대한 법적 절차를 시작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 법안은 의사에 대한 환자의 불신을 잘 보여준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 크림전쟁 때 종군하며 밤에 부상당한 병사들을 돌보는 ‘램프를 든 숙녀(The Lady with the Lamp)’의 인물로 사람들에게 비치게 됐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강력한 이미지는 나이팅게일의 활동을 보도한 한 신문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롱펠로우(Henry Longfellow)는 시 ‘산타 필로메나(Santa Filomena’에서 “불행의 집에서, 나는 램프를 든 숙녀를 보네”라고 표현해 나이팅게일의 이미지가 램프를 들고 밤에 회진 도는 간호사로 고정됐던 것이다. 이 시가 발표된 후 여러 화가들이 이를 상상해 그림을 그려서 그 이미지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더욱 강하게 각인된 것이다. 나이팅게일의 이름 첫 글자 ‘FN’으로 표시된 인장을 포함한 많은 유물이 그가 근대적인 간호학교를 처음 설립한 런던 성 토마스병원 근처에 위치한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나는 런던에서 3개월간 머물 때, 런던과학박물관의 헨리웰컴의 유품 전시에서 나이팅게일이 1911년 사망할 때까지 사용하던 도장반지를 봤다. 이 도장반지에는 중앙에 간호사의 등불이 있으며 주위에 ‘Brighter Hours Will Come’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 문구는 로버츠(Elizabeth Piddocke Roberts)가 쓴 시집에 수록된 ‘밝은 날이 오리라’라는 시의 마지막 연들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솔로몬 왕이 자신의 인장반지에 잘될 때도 자만하지 않고, 어려울 때도 실망하지 않도록 자신을 일깨워 주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will pass away)’라는 경구를 새겨놓은 바 있다. 마찬가지로 ‘밝은 날이 오리라’는 시구는 좋은 시기에는 겸손을, 어려운 시기에는 희망을 주는 나이팅게일이 좋아했던 어구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나이팅게일의 ‘밝은 날’은 무엇이었을까? 간호의 역할이나 의료의 개선을 위한 사회개혁이었을까? 혹은 시인 로버츠가 겨울에 그토록 기다리던 봄이었을까? 과학박물관을 걸어 나오며 나는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의 눈에 비친 의사의 이미지에 대해 생각해 봤다. 장기려 박사나 이태석 신부 같은 훌륭한 의사들의 이미지를 표현해 줄 롱펠로우같은 시인이나 루크 필즈 같은 화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황건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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