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살면서 겪어야 했던 시련의 역사 속에서 그를 이겨내기 위한 몸부림이 몸에 밴 것인지, 우리는 억압이나 피해에 반응하는 강한 DNA를 가진 듯한 행동이 많다.
이미 한국은 패배보다 승리가 많은 국가로 위상 또한 낮지 않다. 일부 기업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어 부러움을 사기도 타도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위용을 뽐내고 있다. 부자나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 한국을 부러워하여 한국을 배우고 한국인과 사귀고 싶어 한다. 이쯤 되면 우리도 슬픔을 대범하게 승화해내는 DNA를 갖출 시기이다.
한국인은 타인의 한을 자신의 일인 양 동참하며 곧잘 함께한다. 참으로 고마운 일로 그런 국민이 있어 피해로 고통받는 자들이 힘을 낼 수 있으며, 사회의 부조리도 개선되어 간다. 국민의 동참은 같은 마음을 표출하는 화합으로, 화합은 사회 안정과 국가 발전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이젠 사회가 변하고 있어, 아픔의 표출이나 그 동참에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피해자의 아픔에 국민이 동참으로 화답한다면 피해자는 아픔을 떨쳐버리려는 노력으로 화답해야 한다. 억울한 일에 동참해준 국민이 있어 사태 해결에 나설 수 있었다면, 그런 국민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경우에도 일의 매듭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받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니, 더 이상의 도움은 폐가 된다는 마음으로 시기를 보아 그간의 고마움을 전하고 자신들의 일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간 한국에서 발생한 참담한 사건들에 온 국민이 함께 해왔다. 하지만 국민의 동참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습관이 없었다. 그것은 적당한 때에 사태를 일단락짓는 모습일 것이다. 한 사건에 국민을 너무 오래 잡아두지 말고 일상으로 돌려보내, 국민이 피로해 하거나 불필요한 반응을 보이거나 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재해가 많은 일본도 인명피해가 끊이지 않는다. 천재가 아닌 인재도, 억울한 사건 사고도 많다. 역시 국민이 함께 피해자를 돕고 위로한다. 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더 이상의 조력을 사양하며 일단락되기를 원한다. 억울함이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을 위한 타인의 도움이 폐가 된다는 의식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피해를 슬퍼하면서도 일에 매듭을 지어 폐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어려움에 함께 싸워주는 국민에게 맺고 끊는 행동을 보여야, 국민도 피해자와 언제라도 함께할 수 있는 것이다. 나를 돕는 타인에게 어떤 감사의 표현이 있어야 할지 한숨 돌려 생각해볼 대목이다.
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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