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화가 나고 마음이 상한 그대에게

그대여. 화가 나고 마음이 상하셨군요. 괴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그대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당신이 그런 행동을 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으로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하고 있나요? ‘내가 다르게 행동했으면’이라는 생각으로 자책하며, 자신을 미워하고 있나요? 아니면 너무나 힘들고 괴로워서 감정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을 피하고 외면할 방법을 찾고 있나요? 그도 아니면 오롯이 혼자서 견뎌내기 위해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거야”, “시간이 약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같은 말을 주문처럼 외고 있나요? 살면서 생활이 흔들리고, 존재가 흔들릴 정도의 괴로움을 겪는 일은 흔한 일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일이지요. 나의 실수로 빚어진 상황일 수도 있고, 타인의 폭력으로 생긴 일일 수도 있고, 갑자기 발생한 사건일 수도 있고, 가족이나 친구 간에 오랜 시간 누적되어 온 갈등일 수도 있지요. 명확한 것은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죠. 여기저기서 해법을 찾아보다 보면 ‘화를 다스리는 ×가지 방법’과 같은 글들을 흔히 볼 수 있지요. 그대도 찾아봤겠죠? 걷기, 명상하기, 차 마시기, 조용한 음악 듣기 등등. 또한 전문적인 상담과 의사의 처방을 권하기도 하겠죠. 리플러스 인간연구소 박재연 소장은 “사실 화가 나는 건 상대 때문이 아니다”고 말해요. “상대는 나의 감정을 자극할 수는 있지만, 내 감정의 원인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고, 감정과 욕구를 구분하라는 것이지요. 감정은 그 순간 내가 무엇을 바라고 있었는지 즉, 나의 욕구가 무엇이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는 거죠. 김성수 한국글쓰기명상협회장도 ‘마음이 아닌 욕구일 가능성이 높다’는 글에서 “우리는 욕구로 인해 탄생했고, 살아 왔고, 살고 있다”며 “당신이 ‘그건 내 마음이야!’라고 표현하는 그 속사정에는 대체로 ‘욕구’가 있다. ‘그건 내 욕구야’가 더 정직하다”고. 박 소장이 제시한 화를 다루는 7가지 인식단계에 따라서 무의식적인 생각과 행동을 인식하고, 의식적인 계획을 세우는 과정을 따라해 봤어요. 많이 힘든 일이 있었거든요. 그대도 해보길 바라요. 첫 번째, 화가 났던 사건을 떠올려 보세요. 두 번째 충동적 행동은 무엇이었나요? 세 번째, 자동적(무의식적) 생각을 떠올려 보세요. 네 번째 몸의 감각은 어땠나요? 다섯 번째, 느껴지는 감정은 어땠나요? 여섯 번째, 핵심 욕구를 탐색해 보세요. 일곱 번째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볼까요? 저의 핵심욕구는 누군가와 연결되는 것이었네요. 그대의 핵심욕구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 욕구를 총족할 방법은 무엇인가요? 최지안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장

[함께하는 인천] 언론의 정치 편향화 바로잡혀야

진보언론은 보수세력의 잘못만, 보수언론은 진보세력의 잘못만이 보이는 눈을 가진 것 같다. 진보언론은 현 보수정권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지만 사실 진보세력이 제대로 했으면 어찌 정권을 빼앗기고 지금과 같은 정국이 되었겠는가. 패자 유구무언이라고 진보정권은 실패에 대한 반성과 자제의 모습을 보이고, 진보언론도 요구하고 지적할 법한데 그 반대다. 언론은 권력이 바르게 행사되도록 감시해야 한다. 어떤 색의 언론도 현 정부의 잘못뿐 아니라 야당의 형편없는 행위도 같은 눈으로 봐야 하는데, 한쪽 눈을 잃은 듯 세상을 반쪽 눈으로만 보는 듯하다. 현 정권이 잘못하고 있다지만, 지금의 야당은 정상적이며 그 야당을 움직이는 면면들은 진정 한국을 위해 괜찮은 정치인들이라 생각하는가. 언론의 눈에 여당의 잘못만 보이고 야당의 형편없음이 보이지 않는다면 안과 치료를 권하고 싶다. 한국의 언론, 이젠 정치집단의 하수인 역할에서 벗어나라. 늘 별것 아닌 것을 소설처럼 부풀려 보도하며 국민을 분열시키는 일에 매진하는데, 그래도 나라가 잘돼야 하지 않겠는가. 권불십년 곧 떨어질 권력을 한쪽 눈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진보와 보수 어느 한쪽을 악으로 정해 놓고 벌이는 보도 태도는 국민의 선택을 부정하는 것이다. 국가를 발전시키는 데 보수집단은 안 되고 진보집단이어야만 하는 이유는 없다. 재집권을 위해서는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해 국민에게 다시 선택받도록 하는 것인데, 현 정권이 망하지 않고는 뜻을 이룰 수 없는 정당이니, 이를 도울 수밖에 없다는 듯한 언론이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 쟁취를 최고의 치적으로 내세우는 진보세력은 민주주의 선거 결과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국민의 뜻을 물어 정하는 민주적 선거를 치렀으면 결과에 승복하고 국가를 위한 정치 행보에 나서는 것이 민주주의 실현 아닌가. 그렇게 되도록 견제의 눈을 번뜩여야 하는 언론이 편 갈라 고약한 애꾸눈처럼 한쪽만 바라보며 치졸한 필검을 날리고 있으니, 국가를 위한 것인지 정치권에 아부해 이익을 얻겠다는 것인지 안돼 보인다. 얼마 전까지 탄압에 굴하지 않고 민주국가 건설에 한 몸 던졌던 언론이 있었다. 그 시대를 되돌아보며 국민이 신뢰하는 언론이 재탄생하길 기대한다. 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바다와 친하지 않은 항구도시

인류 역사는 도시 성장사로 비유된다. 산업혁명 이후 농촌 해체와 더불어 도시가 더욱 발달하며 20세기 말엔 세계 도시가 줄지어 등장했다. 국가보다 도시가 중요해져 ‘도시의 세기’로 불린다. 인천 또한 꾸준한 인구 증가세를 보이며 성장 가능성이 높은 도시로 꼽힌다. 스포츠경기로 치면 금, 은, 동 메달권에 속한 국내 3위권 대도시에 속한다. 그간 역대 민선시장들이 트라이포트, 명품도시, 경제수도, 문화 성시를 향해 뻗어 나가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민선 8기 목표가 ‘초일류도시’로 잡혔다. 이런 시정 목표가 제대로 구현됐다면 시민들의 자긍심과 자부심이 높아졌겠지만 아쉽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도시 정체성이 불분명하니 ‘이부망천’과 같은 헛소리까지 회자됐다. 세계적으로 드물게 바다, 섬, 항만, 공항과 같은 자연적, 인위적 자원을 두루 갖춘 도시인데도 왜 이런 소리가 나올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인천은 항구도시임에도 바다와 그리 친숙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바닷가 철조망이 꽤 철거됐으나 시민들이 여유롭게 즐길 만한 친수공간이 절대 부족하다. 근대 역사의 흔적이 즐비한 월미도~북성포구~만석부두~화수부두로 이어지는 도심 포구는 산업시설로 가로막혀 있다. 그중 역사적 가치가 높은 산업시설이 많다. 1934년 가동한 동일방직(옛 도오요방적), 1917년 사이토정미소로 시작된 삼화제분, 1938년 건물을 간직한 일진전기(옛 도쿄시바우라제작소), 노동운동의 산실 역할을 한 도시산업선교회 등이다. 1934년 발표된 강경애의 장편소설 ‘인간 문제’는 동일방직을 모델로 한 것이고, 1978년 초판 이후 300쇄를 찍을 만큼 인기를 끈 조세희의 연작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인천 공장지대와 달동네를 소재로 했다. 인천시가 인천 내항 재개발을 위해 벤치마킹했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NDSM 부두’는 민간의 예술적 창의력을 도시정책으로 수용한 대표적 사례다. 지역활동가 에바 드클럭 주도로 400여 명의 예술가, 기업인을 폐조선소에 끌어들여 영화 촬영과 공연, 전시회를 다양하게 진행했다. 또 매년 유럽 최대 빈티지마켓을 열어 불법 거주자 천국이었던 버려진 땅을 세계적인 복합 문화공간으로 바꾸었다. 인천에서 거창하게 추진했던 관 주도의 개발 프로젝트들이 용두사미 격으로 사라진 게 무수하다. 민관 역할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거버넌스 파트너십을 잘 구축해 시민참여를 촉진하고 지역자원을 살리는 상향식 도시발전 모델이 절실할 때다. 구태의연한 하드웨어 중심의 성장 전략 사고에서 벗어나야 제물포 일대 구도심을 부활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함께하는 인천] 한자를 배우고 가르쳐야

얼마 전 ‘심심한 사과’라는 말 때문에 ‘글을 해석하는 능력(문해력)’이 또 논란이 됐었다. 몇몇 누리꾼들이 ‘(마음의 표현 정도가) 깊고 간절하다’는 뜻의 한자어 ‘심심(甚深)한’을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다’는 뜻의 우리말 ‘심심하다’로 알고 댓글을 달면서 생긴 일이다. 한자어를 잘 몰라서 벌어지는 이런 사건은 새삼스러울 것이 전혀 없다. 학교에서 한자를 가르치지 않은 지 오래인 데다, 젊은층일수록 책이나 신문을 읽는 습관에서 계속 멀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예전 중·고등학교에는 대부분 일주일에 한 시간씩 한문 수업이 있었다. 그것이 2007년 무렵에 없어진 듯한데, 이유가 짐작은 되지만 그 과정에서 분명 많은 논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문 수업은 한자(단어) 학습 시간으로 바꾸어 계속했어야 할 일이었다. 우리말 단어의 절반 정도가 한자어인데 이를 안 배운다는 것은 우리말을 안 배우겠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한자 교육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흔히 한문과 한자를 똑같이 보는 잘못을 범한다. 하지만 이 둘은 글자 그대로 문장과 글자라는 점에서 많이 다른 것이다. 외국어라 할 한문은 대개 중국의 문학과 역사 등에 관한 지식이 꽤 있어야 제대로 해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무척 어렵다. 이 탓에 학교에서 많은 학생들을 괴롭혔다. 그런데 막상 일반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쓸 일은 별로 없다. 따라서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니면 굳이 골머리를 썩여가며 배울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한자 단어는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늘 쓰는 ‘우리말’이기 때문에 꼭 배워야만 한다. 그것도 전체가 5만자쯤 된다는 한자를 모두 배우는 것이 아니고, 흔히 쓰는 1000자 정도만 알아도 우리말을 이해하고 쓰는 데 훨씬 큰 능력을 가질 수 있다. 영어에 지나치게 미쳐 있는 우리 사회는 이르면 유치원도 가기 전부터 시작해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을 넘어서까지도 영어를 배우게 만든다. 거기에 엄청난 시간과 돈과 노력을 들이지만 그 결과는 대개 어떠한가. 외국인을 만나면 영어가 술술 나오던가. 아니면 영어가 일상생활에 대단한 도움을 주고 있는가. 우리가 1000자 정도의 상용(常用) 한자를 배우는 데는 아마 이렇게 영어를 공부하는 데 들이는 시간과 노력의 100분의 1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우리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쓰려는데 그 정도의 투자도 마다하거나 문제 삼을 이유가 있나. 외국어도 제 나라 말을 잘하는 사람이 더 잘하는 법이다. 이제라도 학교에서, 한문이 아니라 한자 교육을 다시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함께하는 인천] 고령자는 디지털에 취약할 것이라는 편견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 진행 정도는 고령사회를 넘어서 초고령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러한 고령사회 진입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짧은 진입 기간이며, 수명이 늘고 출산율은 하락하면서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으로 일상 속에서의 디지털화, 서비스의 무인화가 진행되고 있고, 그 속도는 코로나로 인해 더욱 빨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우리 사회에 확대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은 산업과 삶의 편의를 스마트하고 혁신적인 형태로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으나, 일부 세대 및 국민은 접근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고 일반인들과의 격차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우리는 이를 디지털 격차로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팬데믹의 장기화로 많은 부분에서 사회적 양극화와 불평등의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코로나가 가속화한 디지털 격차로 인한 부정적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고 국민 모두가 4차 산업혁명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디지털 포용을 이루기 위해서는 고령자를 비롯한 정보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기존 디지털 정보격차는 최근의 4차 산업과 결합되어 다양한 금융결제 시스템은 물론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이들의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보다 세밀한 접근과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주변에서 디지털 플랫폼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 온라인 뱅킹, 전자상거래 등의 디지털 서비스에서 소외되고 음식점, 잡화점 등의 키오스크와 셀프계산대 등의 무인 결제기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은행앱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키오스크 등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보다 많은 고령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디지털의 접근 방안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필자가 인천시와 인천테크노파크의 지원을 통해 수행한 시니어 드론 교육의 경우 인천 관내의 많은 복지관 및 노인문화센터가 참여했고 고령자가 교육을 통해서 드론이라는 디지털 제품을 접하고 이해하는 데 힘들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그들은 더욱이 더 많은 시간적 노력과 열정으로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는 의지를 보이는 등 디지털 정보격차 해소에 관심이 큰 것을 알았다. 이에 우리는 고령자는 디지털에 취약할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그들에게 보다 많은 교육적 접근과 지원을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서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문명국 청운대 경영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지방시대’를 위한 마지막 퍼즐은

하이퍼로컬의 시대이자 1인 미디어시대이다. 현 정부의 6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지방시대’를 위한 마지막 퍼즐은 무엇일까. 하이퍼로컬은 ‘아주 좁은 범위의 특정 지역에 맞춘’이라는 의미다. 요즘 말로는 ‘슬세권’과 비슷하다. 슬리퍼와 같은 편한 복장으로 각종 여가와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권역을 뜻한다. 영화관을 편히 갈 수 있는 동네 ‘영세권’, 공원과 숲이 있는 동네 ‘숲세권’도 하이퍼로컬 개념이 들어간 것이다. ‘동네’가 강조되는 온라인 서비스들도 하이퍼로컬 개념이 적용된 것이다. 하이퍼로컬 시대이자 1인 미디어 시대인 인천의 미디어 환경은 어떤가? 미디어 중에서도 ‘인천 지역 방송’ 이야기다. 안타깝게도 인천은 우리나라의 6개 광역시 가운데 지상파방송 채널이 단 한 개도 없는 유일한 광역시다. 부산 14개, 대구 12개, 광주 14개, 대전 11개, 울산에 10개의 지역방송이 있다. 인천과 함께 1981년 직할시로 승격한 대구광역시를 보자. KBS대구, 대구MBC, TBC대구방송의 TV와 라디오 채널 총 6개. 이 외의 지상파 라디오채널 6개가 더 있다. CBS·불교·평화·극동·원음·교통 대구방송이다. 부산과 광주에는 영어FM, 국악방송 등이 추가로 더 있다. 인천은 넓게 봐서 지역방송이 3개라 할 수도 있다. OBS경인, iFM경인, TBN경인교통방송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채널은 경기와 인천지역을 동일 가청권으로 두고 있다. 결국 인천광역시를 가청권으로 하는 지상파 방송은 ‘0’개다. 지역 뉴스의 사막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자체는 ‘좋은 콘텐츠 지원 사업’을 더욱 확대하고 강화해야 한다. 인천지역의 미디어들이 시도하고 있는 다양한 노력에 정책으로 응답하는 것이다. OBS의 인천 섬마을 통신원을 활용한 ‘인섬뉴스’와 같은 시도는 눈여겨볼 만하다. 다음으로는 인천에 대한 글, 영상, 오디오 콘텐츠를 ‘많이’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 ‘많이’ 만들기 위해서는 인천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하이퍼로컬 시대이고 1인 미디어 시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동 단위 마을 구석구석 마을미디어가 만들어져 인천 이야기를 쏟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시·구·군 단위 지자체의 지원정책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방송의 허가와 재허가권이 중앙에 집중되어 있는 현실에서 새로운 미디어, 특히 새로운 방송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고 기대할 수도 없다. 광고시장도 한계가 있다. 인천 시민이 직접 만든 인천 이야기는 지역미디어를 통해 다시 유통되도록 하는 것이 인천을 위한 유일한 길이다. 궁극적으로 지방자치와 분권을 완성시킬 마지막 퍼즐인 ‘미디어자치권’을 획득하고 뿌리내릴 때까지. 최지안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장

[함께하는 인천] 잊혀진·사라진 영종도 역사문화 현장

2009년 가을 인천 영종도의 ‘숨겨진’, 아니 ‘잊혀진’ 역사를 소재로 한 창작 노래극이 무대에 올려진 적이 있다. 일본 군함 운요(雲揚)호를 타고 영종도를 침략한 일본군에 맞서 싸우던 조선 병사 35명이 숨진 1875년 9월21일 을해왜요(乙亥倭擾)를 다룬 ‘아, 영종진’이란 작품이다. 운요호가 해안 진지인 영종진을 향해 무차별 함포 사격을 가하고 특수부대원 56명을 상륙시켜 조선군 살육과 함께 대포 36문, 화승총 100여 정을 약탈해갔다. 이때 조선군 화승총에 저격당한 일본군 1명이 중상을 입고 귀국 직후 숨졌고,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 그의 위패를 1호로 안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영종진에서 탈취해간 대포와 화승총은 신사 바로 옆 전쟁유물 전시관에 보관돼 있다고 한다. 영종도의 아픈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야스쿠니 신사의 군사 유물 반환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 영종도엔 150년 전의 전쟁사 외에도 수많은 역사문화자원을 간직하고 있으나 개발, 관광이라는 허울에 가려져 그 가치를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2005년부터 민간단체 주도로 영종진 터에서 혼령제를 지내기는 하나 어떤 문중의 시제보다 초라한 추모제 형태로 명맥을 잇고 있다. 영종진 위쪽 산마루에 들어선 영종역사관은 소중한 문화자원을 깔고 앉아 있다. 국내 최초 세계 여행가인 고 김찬삼 선생(1926~2003)이 운영하던 세계여행문화원과 여행도서관이 그 자리에 있었다. 1958년 국내 첫 세계 일주에 나선 김 선생은 ‘세계의 나그네’ ‘지구촌 떠돌이’로 불리며 지구촌 32바퀴를 돌았다. 인천 출신인 그가 세계를 누비며 수집한 자료, 서적, 사진, 기념품 20만점을 2001년 문을 연 문화공간에 전시했었다. 영종진공원에 ‘김찬삼 세계여행박물관’을 짓기로 한 계획은 끝내 무산됐다. 그가 1970년 유럽에서 타고 다니던 빨간색 폭스바겐 비틀 승용차는 영종도 한 건물 옥상에 오랫동안 방치돼 있었다. 지난해 민간 후원금으로 수리 작업을 마치고 인천시립박물관 1층 로비에 전시하고 있다. 2018년 개관한 영종역사관에는 인천국제공항, 영종하늘도시 같은 각종 개발 과정에서 출토한 선사시대 유물이 있으나 관람객 발길이 뜸하다. 세계 서비스 1위 공항을 보유한 영종도의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는데도 응급환자를 치료할 종합병원이 없는 의료사각지대다. 인천시가 서울대병원을 유치하는 협약을 맺었다고 하나 깜깜무소식이다. 또 카지노 3, 4개가 들어서고 있으나 도박 시설이 있는 제주도, 강원 정선처럼 카지노 수익금을 지역에 환원하는 제도적 장치가 영종도에선 마련되지 않았다. 주민들이 카지노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15일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역사문화자원 연계나 삶의 질 향상과는 무관하게 한상드림아일랜드, 카지노복합단지, 뉴홍콩시티 같은 개발프로젝트만 진행되니 영종도 주민들의 심사가 크게 뒤틀리고 있다. 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함께하는 인천] 인하대의 전진을 바라며

인하대학교가 무척 시끄럽다. 이전부터 이런저런 말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요즘의 이 소란은 지난해 교육부의 「2021년 대학기본역량 진단평가」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인하대가 이 평가에서 떨어져 교육부의 재정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할 처지가 되어서다. 하지만 이 때문에 생긴 정작 큰 문제는 지원금이 아니라 인하대가 ‘부실대학’이 된 게 아니냐는 인상을 갖게 만든 것이다. 이 일로 계속 들썩이는 판에 얼마 전 학교에서 재학생 사이에 성폭행에 이은 사망사고가 일어났다. 심각한 내용이어서 날마다 입길에 오르고 있다. 여기에 신임 총장 선출을 둘러싼 갈등까지 몇 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이 학교 교수회와 총동문회는 그동안 총장에게 이런 사건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요구해 왔다. 또 학교 재단인 「정석인하학원」에 총장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 방식을 바꿀 것을 요구했다. 이 위원회가 재단에 유리하게 구성돼 총장 선출과 학교 운영에 재단의 입김이 지나치게 미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재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 16일 현 총장을 차기 총장에 다시 임명해 반발을 사고 있다. 학교의 사정은 재단과 교수·재학생·직원·동문 등 학교 구성원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문제의 해결도 그들의 몫이고 책임이다. 그러하기에 바깥사람들이 이를 함부로 말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천에서 태어나 살면서 수십 년째 인하대를 지켜보고 있는 시민의 입장에서 느끼는 아쉬움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인하대가 언제부터인가 앞으로 쭉쭉 나가지 못하고, 무엇엔가 걸려 있는 듯하다는 느낌이다. 사립대에서 시립대를 거쳐 국립대 법인이 된 인천대학교와 비교해 보면 이 느낌은 한층 선명해진다. 선인학원 시절의 인천대를 기억하는 인천시민이라면 누구나 지금의 인천대가 그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달라졌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러는 동안, 한참이나 앞서 있었던 인하대는 어떠했는가. 이런 비판이 실상을 잘 모르는 바깥사람의 오판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야기를 나눠본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인하대는 우리나라 최초의 이민(移民)인 하와이 이민들의 피땀과 나라사랑의 마음에서 생긴 대학이다. 이처럼 특이하고도 간절한 사연을 갖고 있는 대학을 대한민국 다른 곳에서 찾기란 아마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은 역사적·사회적 책임이 분명히 있지 않겠는가. 학교 구성원들이 분발해 하루빨리 가로놓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시민들에게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인하대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함께하는 인천] 방에서 가장 똑똑한 것은 방 그 자체

‘운동 잘알못(잘 알지 못하는 사람)’은 시작이 어렵다. 배드민턴, 헬스, 요가, 홈트 등 무엇인가를 작심하고 시작해도 몸에 습관으로 붙이지 못하고 실패한다. 집에 쌓여가는 운동복과 운동 장비들을 볼 때마다 자괴감만 커진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같은 것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아낌없는 격려와 그들과의 약간의 경쟁. 항상 실패만 하던 ‘무언가’를 해낼 수 있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그들은 어디서나 찾을 수 있다. 문토(MUNTO), 프립(FRIP), 남의 집, 카카오 오픈채팅, 네이버톡, 밴드 등 이른바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이다. 카카오톡의 전체 대화량에서 지인이 아닌 관심사 기반의 채팅 방식인 오픈채팅 비중이 최대 40%에 달한다고 한다. 2018년에 10% 수준이었다고 하니 큰 변화이다. 문토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300% 이상 성장했다.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는 익명성이 강조되기 때문에 접근하기에는 심리적 장벽이 있다. 그러나 이런 장벽은 드라마 등을 통해 상당 부분 해소되기도 한다. 드라마 ‘구필수는 없다’에 등장한 ‘동네친구24’라는 앱은 동네 사람들이 함께 운동도 하고, 배달도 하고, 사람도 찾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그려졌다.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 문화는 전 세대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외로움도 많이 느끼고, 티키타카 수다를 나눌 사람을 찾는 것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곳은 매일 안부를 물어 주는 사람들, 다양한 이야기거리, 적절한 정보, 간헐적 오프라인 만남이 있다. 문제는 위험성을 어떻게 제거하느냐이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는 두 가지 중대한 위험이 수반된다. 하나는 우리가 찾고자 하는 것을 찾지 못하는 경우이다. 다음으로는 원하던 내용이 아님에도 마음을 뺏길 수 밖에 없는 너무나 매력적인 쓰레기들과 마주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익명성이 강조되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서 확인했듯이 성희롱, 성착취, 혐오발언 등 범죄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아이든 어른이든 보지 않게 하고, 사용하지 않게 한다고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 디지털 미디어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도구이기 때문이다. 결국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캐나다의 미디어 철학자인 마셜 맥클루언은 “우리는 도구를 만들고, 그 후에는 그 도구가 우리를 만든다”고 했다. ‘지식의 미래’를 쓴 데이비드 와인버거는 “방 안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은 앞에서 우리에게 강의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또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지혜도 아니다. 방에서 가장 똑똑한 것은 ‘방’ 그 자체”라고 했다. 정보들이 매력적인 쓰레기 더미가 되지 않도록 플랫폼 기업에 끊임없는 조치를 요구해야 하고, 사용자는 다양한 미디어교육을 통해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야 한다. 매력적인 쓰레기 더미를 잘 가려낼 수 있도록. 최지안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 센터장

[함께하는 인천] 이젠 목소리 낮출만한 한국 아닌가

개인이나 집단이 모두 목소리를 높이며 사회의 안정을 깨고 분열과 대립을 야기하고 있다. 약자라며 당연히 보호받아야 한다거나 권리를 제한받고 있다거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거나 하며 모두 자기주장에 여념이 없다. 이런 한국사회의 모습은 모두 정치에서 기인한다. 국민에게 올바른 정신을 심어야 할 교육도 포퓰리즘 정치의 결과로 목표를 잃고 형식만 갖춘 껍데기로 바뀌면서, 개인이 지켜야 할 책임은 없이 자유와 권리만이 우선시되어, 많은 국민이 국가나 사회라는 구성체보다 개인의 존재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거침없이 행동한다. 세상의 가치나 질서가 변해가는데 많은 집단에서 자신들의 주장이 절대 선인 양 강변한다. 이미 부당할 정도의 대우를 받고 있거나 많은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는데도, 국민이 동의하지 않거나 시민에게 피해가 미치는데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관철될 때까지 집단행동을 벌인다. 타인을 괴롭히기 위한 맹목적 집단행동도 일상사가 되었다. 이제는 공조직도 가세하여 집단의 이익을 위한 저항적 의사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세금으로 받는 급여인데 국민의 어려움에 개의치 않고 올려야 한다 하고, 정부의 명을 받아 국가와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공권력 집단에서도 정부에 저항하는 듯한 의견을 내놓는다. 공조직의 안정 없이 국가관리는 불가능하다. 공권력은 어떤 경우에도 정부 방침에 거스르는 듯한 집단적 행동은 피해야 한다. 한국은 군부독재의 값비싼 희생을 치르고 자유민주주의의 평화로운 나라를 이룩했다. 군이나 경찰도 개인의 부당함은 표출하고 보호받아야 하지만, 무력을 갖춘 거대 집단인 만큼, 집단적 의사 표현은 자칫 불미스러운 사태로 이어질 수 있어 국민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 공조직의 문제는 국민의 여론과 이를 반영하는 정치권의 역할로 해결해야 한다. 권력자가 공권력에 부당한 요구를 해서도 안 되지만 이미 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국민이 있고 국회가 있다. 하지만 공권력의 조직을 바꾸든 축소하든 인사권을 어디에 두든, 본연의 일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일이 아닌 이상 정부 방침에 순응해야 한다. 잘못된 법과 제도라면 언젠가 개선될 것이다. 나라가 망해도 편 가르기를 해야 하는 정치권이나 언론이 의도를 가지고 설사 부추기듯 해도 집단행동이 아니라 묵묵히 일하는 것으로 승부하면 국민은 반드시 호응할 것이다. 모세종 인하대학교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진화한 인천지역화폐 존폐 위기

인천 시민 300만 명 중 성인 대다수인 230만 명을 가입자로 둔 인천e음카드가 존폐 위기에 놓여 안타깝다. 지역화폐가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2018년 6월 전국 최초의 ‘후불형’ 캐시백을 탑재한 ‘인천너카드’를 출시했을 때부터 구매가의 10%를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파격 혜택을 부여한 ‘인천e음카드’까지의 진화과정을 취재한 입장에서 최근의 캐시백 축소 방침, 재정위기 논란을 지켜보니 답답한 측면이 많다. 정책 결정자들이 숲 전체가 아닌 특정 나무만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전국 230개 이상의 지역화폐 중에서도 인천e음카드는 지역경제활성화, 부가서비스 콘텐츠, 빅데이터 활용도 측면에서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간 코로나 19 영향으로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캐시백 10%를 유지해왔으나 이를 지속시킬 경우 2010년의 인천시 재정 위기가 또다시 불어닥칠 수 있다. 그렇기에 캐시백 비율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되 가입자 230만 명인 인천e음의 빅데이터를 공공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시급하다. 시 예산만 연간 2천억원이나 쏟아부은 인천e음은 단순 결제시스템이 아닌 시와 민간기업 공동 특허권을 보유한 공공재다. 1일부터 인천e음 캐시백이 줄어들자 SNS에 “편의점, 학원, 식당, 병원 등에서 왠만하면 지역화폐를 사용하고 있다. 서민들에게 도움되는 지역화폐를 그냥 두면 좋겠다”, “매달 충전해서 쓰는데 없어진다니 별로네요” 등등 시민 불만의 목소리가 거세다. 청주페이, 제주 탐나는 전, 광주상생카드, 전주사랑상품권 등 다른 지역화폐들도 할인판매를 중단하거나 구매한도 충전금을 줄이고 있다. 인천e음은 서울, 경기 등 대다수 지역화폐의 선불식 지역화폐와 달리 소비할 때마다 캐시백을 적립해주는 후불식이라 확장가능성과 생명력이 뛰어나다. 출시하자마자 발행액이 50~100배 급증하다 지난해 코로나 지원금까지 포함하면 4조1556억 원에 이르렀다. 전국 232개 지역화폐의 총 발행액(2016~2021년)이 20조원인데 이중 인천시가 절반인 10조원가량을 차지한다. 이렇게 가입자 사용액이 많아지자 캐시백 10%를 감당하기 위해 인천시가 무리하게 특별회계 예산을 전용해왔다. 2019년 11월에도 가입자가 급증하자 캐시백 지원을 100만원에 한해 캐시백 10%를 보장하던 것을 최고 사용액 30만 원까지 3%만 지원해주기로 한 적이 있다. 이러자 서구 등 기초자치단체가 4%, 가맹점이 3~7%씩 캐시백을 추가 지원하는 보완책을 제시했고, 이후 가입자가 꾸준히 늘어나자 인천시가 엄청난 혈세를 다시 투입했다. 민간의 창의력에다 공공의 힘이 핵심적으로 작용해 인천e음이 엄청난 인기를 끌며 생명력을 이어온 것이다. 4년의 짧은 기간이지만 독창적으로 성장해온 인천e음을 공공플랫폼 2.0과 같은 시민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열린 소통을 펼쳐야 할 때다. 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함께하는 인천] 인천의 노래를 만듭시다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가 오는 29일부터 9월19일까지 「인천의 노래」 노랫말(가사)을 공개 모집한다. 인천 시민은 물론이고 지역 제한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이번 공모전은 이름 그대로 인천을 대표하는 노래를 만들어 보자는 뜻에서 여는 것이다. 야구장이나 축구장 같은 곳에서 응원가로 부를 수도 있고, 노래방이나 여러 모임에서 함께 부를 수도 있고, 그냥 좋아 혼자서 흥얼거릴 수도 있는, 그런 대중가요를 만들어 보고자 한다. 그 바탕이 될 노랫말을 이번 공모전에서 찾으면, 내년에는 거기에 붙일 곡(曲)을 공모해 노래를 완성할 계획이다. 인천의 노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고(故) 박경원 선생의 「이별의 인천항」이나 가곡 「그리운 금강산」의 작곡자 최영섭 선생이 만든 「인천 시민의 노래」처럼 1950년대에 나온 노래부터 시작해 비교적 최근에 나온 「미래의 도시」, 「Dream」, 「인천대교」 에 가수 인순이의 「I love Incheon」까지 몇 곡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노래는 이제 가사나 곡조가 시대 흐름에 맞지 않거나, 부르기가 어렵거나, 사람들에게 정서적으로 큰 감흥을 주지 못하거나 하는 여러 이유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 거의 불리지도 않는다. 그나마 가장 많이 알려지고 불리는 노래가 1979년에 나온 김트리오의 「연안부두」인데, 문제는 이 노래를 ‘인천의 노래’라고 내세울 수가 없다는 점이다. ‘연안부두’라는 단어가 인천에만 있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전국 어느 항구에도 있을 수 있는 보통명사인데다, 노랫말 어디에도 인천을 떠올리게 할 대목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들으면 인천을 노래한 것임을 알 수 있고, 사람들이 좋아해서 많이 부르고 자연스럽게 퍼지는 대중가요(유행가)를 만들어 보려 한다. 이를테면 가왕(哥王) 조용필의 「서울 서울 서울」, 「돌아와요 부산항에」나 가수 문성재의 「부산 갈매기」처럼 확실한 지역 정체성을 갖고 있으면서 많이 불리는 노래.... 예전에 흔히 있었고 요즘도 종종 시도되는 ‘관제(官制) 노래’로는 이 목표를 절대로 이룰 수 없다. 이를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기에 시민들의 참여와 경쟁을 통해 대중성을 갖춘 노래를 만들려는 것이다. 우리 협의회는 이번 공모를 알리는 포스터에 “음원차트 1위...가능할지도?”라는 문구를 넣었다. 이는 결코 농담이나 우스개가 아니다. 그런 노래가 나오기를 바라고 정말로 나올 수도 있지만, 바람만큼의 확신이 없어서일 뿐. 이 바람을 이루어 줄 노랫말, 나이나 지역을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좋아서 자주 부르고 듣는 ‘인천의 노래’가 이번 공모전을 통해 태어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함께하는 인천] 대출자 보호하는 금리 정책을

물가 잡는다고 금리를 올리면 물가 오르고 금리 올라 고통당하는 대출자들은 어쩌란 말인가. 물가가 오르면 생활비를 줄여 버텨낸다지만 대출 금리가 오르면 감당하기 어렵다. 은행은 가만히 앉아서 수익만 더 챙기는데, 대출자들만 고통을 강요당하는 금리 인상이다. 금융정책도 경제학의 이론도 국민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 아닌가. 일반 국민은 현재의 금리를 보고 미래를 설계하며 대출을 한다. 가파르게 올라갈 금리라면 무리하게 대출하지 않을 것이다. 관료나 학자들의 예측이 정말 맞는 것이라면 정부나 은행은 미래 상황을 예측하여 대출에 신중을 기하고 만일의 사태에도 대출자에게 급격한 부담이 가지 않을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어야 한다. 아예 대출을 중단하라. 그러면 처음부터 돈 빌려 집 안 사고 사업 안 할 것이다. 개인에게 돈이 없는데 아파트값이 오를 리 없고, 팔리지 않을 아파트를 지을 일도 없어 부동산 문제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국민을 현혹하여 나락에 빠트릴 대출제도가 없었다면 분수에 맞는 생활을 했을지도 모른다. 온 국민에게 대출로 유혹하여 아파트를 거저 주듯 해놓고 결국 그 변제에 허덕이게 하는 정책으로 최고의 부동산정책을 편 것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의 반복이다. 대출이자에 허덕이는 대출자들에게 물가 운운하며 금리를 크게 올리는 것은 부당하다. 정부가 제대로 시장을 관리한다면 지나친 물가 인상도 발생하지 않아야 마땅하다. 많은 국민이 대출자일 텐데 국민 돈으로 올리는 은행의 수익을 줄이더라도 금리 인상은 억제해야 한다. 막대한 수익을 올려 월급 많이 주고 명퇴자들에게 수억원의 퇴직금을 주는 은행인데, 대출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망하는가. 부동산 대출도 결국 정부, 건설사, 금융사에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가고 국민은 이익을 얻는 것 같아도 결국 상황변화에 따라 희생자가 되기 쉬운 제도이다. 국민에게 예측 가능한 안정된 제도를 펴라. 국민 허파에 바람 불어넣어 돈만을 쫓게 한 것이 정부의 경제 관련 정책이다. 인간의 행복이 부의 창출에만 있는 것이 아닌데, 온 국민을 경제성장의 틀 안에 몰아넣고 분에 넘는 경제활동을 조장한 결과는 허덕이는 삶에 개인의 행복 지수 하락이다. 지긋지긋한 선거도 온통 국민에게 돈 준다는 정책 일색이다. 국민에게 걷는 돈으로 말이다. 제발 국민 경제활동을 대신해줄 것 같은 정치행태 멈추길 바란다. 모세종 인하대학교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인재 수용성 낮은 인천 풍토

지난 주말 경기 파주와 연천 경계지점의 산속에서 열린 국내 첫 거석(巨石)예술제 ‘2022 아마니 페스타’를 가보았다. 인천 J고교 동창생인 조각가와 성공한 기업가인 친구 2명이 의기투합해 9년간 희귀 거석 100여개를 수집해 조각공원을 조성하려는 ‘핵석(核石·core stone)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현장에서 ‘콜라보레이션 공연’이 마련됐다. 이 프로젝트에 감명받은 예술인 7명이 자발적으로 기획한 예술행사였다. 무대에 오른 하피스트, 바스니스트, 피아니스트, 현대 무용가, 대북 연주가, 화가들은 출연료 없이 재능 봉사로 도심에선 느낄 수 없는 예술향연을 선사했다. ‘세월의 무게’를 오롯이 담고 있는 거석들도 평소와 다름없이 묵묵히 공연을 지켜보았다. 거석들을 마주하면 먼저 거대한 덩치에 압도된다. 세계 8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영국의 스톤헨지에 남아 있는 돌기둥 17개보다 훨씬 크고, 숫자도 6배 이상 많다. 김 작가가 공사현장에서 우연히 발견한 거석들은 다행히 폐기처분 신세를 면해 조각품으로 변신하고 있다. 세계 명품핸드백 시장의 10%를 점유하고 있는 친구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상상하기 힘든 일을 벌이고 있다. 거석을 운송하는데만 40여 대의 트레일러와 20여 대의 대형 트럭이 동원됐다. 친구 후원자가 그간 거석 운송과 조각장 운영에 들어간 수십억 원의 비용을 묵묵히 지원했다. 공공에서 조각공원 용지를 제공해주면 100개 거석은 물론 박물관, 조각실과 같은 문화시설도 자부담으로 지어 기부하기로 했다. 두 친구는 국내 첫 거석 조각공원 조성이라는 꿈을 실현하려고 ‘운명의 짝’으로서 손발을 맞추고 있다. 6년 전 이 소식을 접한 인천문화재단 전임 대표가 거석 조각공원을 인천에 유치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2년 전 인천시 문화담당 실무책임자가 거석 현장을 가보고 인천 용유도 노을빛공원을 조각공원 후보지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인천의 낮은 인재 수용성이 떠올라 한숨이 절로 나왔다. 예전에 인천시가 송도 석산에 박물관을 짓기로 하고 5천원과 5만원 지폐의 율곡 이이, 신사임당 영정을 그린 일랑 이종상 화백의 작품을 기증받으려다 지역 예술인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런 배타적인 풍토에 당시 실무책임자가 혀를 내둘렀다. 2년 전엔 인천 출신 유명 조각가의 작품을 기증받는 과정에서 작가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행태가 벌어져 낯 뜨거웠다. 최근 저명한 문화인이 인천아트플랫폼 예술감독으로 선임됐으나 9개월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갔고 인천시립예술단, 소래아트홀에서도 유사한 일이 빚어진 바 있다. 인천에 인재들이 모여들어야 창의도시로 나아갈 수 있을텐데, 여전히 인재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더 강하다. 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함께하는 인천] 일제 잔재 청산과 日 연구

얼마 전 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문학산과 승기천 등 인천의 땅 이름 다섯 곳에 대한 문의를 받았다. 이들이 일제(日帝)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제멋대로 지어 붙인 ‘일제 잔재(殘滓) 지명(地名)’이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공교롭게도 모두 아니어서 그 근거를 들어 설명했다. 그 내용이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으로 보내진다니 ‘일제 잔재 지명 없애기’ 같은 이름으로 전국적인 사업이 벌어지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왜 그들 다섯 이름이 뽑혔는지 궁금했다. 진짜 ‘일제 잔재 지명’들이 널려있는데, 하필 그게 아닌 이름들만 고르게 된 이유가 있었을 테니.... 물어볼 기회를 갖지는 못했는데, “아닌 것을 알게 해줬으니 됐다”고 넘기자니 찜찜한 뒤끝이 남는다. 일제 잔재 지명을 없앤다는 것이 생각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래 쓰여 익숙하고, 다른 대상과 연결돼 있는 사례가 워낙 많아서 그렇다. 인천만 해도 연수동·귤현동·송도·효성동 등 일제가 만든 동네 이름이 한둘이 아니다. 이들이야말로 ‘일제 잔재 지명’인데 지금 이들을 새롭게 바꿀 수 있겠나. 동구 창영동도 일제가 1936년에 만든 이름인데, 이 때문에 그 이전의 ‘인천 제일 공립보통학교’가 ‘인천 창영 공립보통학교’로 바뀌어 오늘날 창영초등학교가 됐다. 창영동이라는 이름을 이제 바꾸면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창영초등학교의 이름도 그에 맞춰 바꿀 수 있을까. 이런 문제들은 전국 어디서든 생기게 된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것은 물론 중요하고 필요하다. 일제 때 쓰던 용어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바꾼 것처럼 성공적인 개명(改名)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문제들도 모두 그렇게 풀릴 것이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誤算)이다. 또한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싶다면 우선 무엇이 진짜 잔재인지, 그것들이 왜 문제인지부터 제대로 따져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도, 해방되고 77년이 지난 이제는 일본에 대한 대응이 이전과는 달라져야 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한다. 좋든 싫든, 일본은 우리와 영원히 얽혀갈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 나라다. 그곳 일부 세력들의 행태가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이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면 욕 나올 때 욕을 하더라도, 그 한편으로는 일본을 깊이 연구해 그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일본이 우리를 연구하는 것에 비해 우리는 그들에 대해 너무나 백지상태라는 말이 나온 게 어제오늘이 아니다. 이번 일제 잔재 지명 문의에 답하면서 문득 우리가 일본에 대해 여전히 해묵은 감정만 너무 내세우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정작 필요한 일에는 소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함께하는 인천] 지금, 여기의 디아스포라

얼마 전 10회를 맞이한 디아스포라영화제의 폐막식에서 인천시의 66개 민간단체가 우크라이나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디아스포라영화제 인천평화선언’을 발표했다. 수많은 강제 이주를 만들어내는 전쟁 중단 요구를 발신하는 현장이 인천이라는 것은 뿌듯한 일이다. 천지가 격변했던 근현대사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그 어디건 정든 고향을 등져야 했던 이들이 없는 곳이 있을까마는, 인천은 좀 다르다. 과거가 아니라 바로 지금, 국제 여객선과 항공선이 있다 보니 강제로 떠나야 했던 이들이 처음으로 한국에 발을 디디는 지역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멀리 있는 전쟁 중단 요구를 넘어 가까운 곳도 들여다볼 때가 아닐까. 인천시교육청에서 인천에 정착한 우크라이나 난민 학생 2명에 대해 학력심의위원회를 열어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아, 전쟁을 피해 우리나라에 정착한 난민 중, 분명 어린아이와 청소년이 있겠구나. 그들에게도 당연히, 아니 오히려 더욱 더 학교가, 배움의 공간이, 함께 외로움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단 2명? 인천에 정착한 우크라이나 난민 중 학생이 2명 밖에 없다는 것은 아닐테고, 편입을 신청한 학생이 2명이라는 것일까. 피난민 대부분이 어린아이와 여성, 고령의 노인이라는데, 특히 다른 어린아이나 청소년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해서 인터넷에서 검색해도 우크라이나 난민 소식은 찾기 힘들다. 우크라이나 고려인 동포들이 5월 기준 1천200명 정도 국내에 입국했다는 기사 정도만 있을 뿐이다. 일반 난민은 받지 않고, 인연이 있는 난민들만 입국을 허용한 것 같다. 대표적으로 경기도 안산이나 인천시 등 전국 고려인 밀집 거주 지역에 체류하고 있다고 하는데, 인천이라면 아마 연수구 함박마을이겠지만 딱히 기사가 없다. 기껏해야 함박마을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들 사이의 분쟁이 없다는 정도. 기독교 재단 학교가 피난민 아동들을 모아 수업을 열어주고 식사를 제공하고, 안정감을 주기 위해 같은 피난민 중 일부를 선생님으로 고용해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폴란드 이야기. 인천이 진정 디아스포라의 도시라면, 전쟁을 피해 들어온 난민들, 특히 아이들에게 무엇을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한상정 인천대 불어불문학과 문화대학원 교수

[함께하는 인천] 주식은 개인에게 건전한 투자처인가

주식시장은 개인이 정부와 기업이 처 논 그물에 걸려 나락에 빠지는 구조처럼 보인다. 부동산거래는 개인 간에 이루어져 피해를 본다 해도 한 개인에게 미치지만, 주식거래는 개인이 알 수 없이 은밀하게 이루어지며 피해도 다수에게 미친다. 정부는 판을 깔아 판돈에서 세금을 걷고, 기관이나 외국인들은 큰손으로 활동하며 손해 보는 일이 거의 없지만, 개인은 전체의 합으로 보면 늘 마이너스인 주식시장이다. 개인투자자에게 피해가 발생해도 정부 등에게는 유리한 제도인 탓에, 상당한 불합리에도 부동산시장과는 달리 이를 제대로 손보려 하지 않는다. 개인은 단기투자를 하기 때문에 손실을 본다고 하는데, 그럼 건전하게 모두 장기 투자를 한다면 매매 감소로 정부나 증권사는 세금이나 수수료 수입이 급감할 것이고, 공공기관들의 자금 운용은 뜻대로 되겠으며, 또한 늘 돈만 벌어가는 외국인들은 투자를 하겠는가. 아마 주식시장은 쇠락할 것이다. 기업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후 기업이 이윤을 남기면 그 이윤을 배당으로 받는 구조가 기본이 되지 않는, 지금처럼 온갖 술수와 기법만이 난무하는 주식시장은 개인에게 덫을 놓아 나락에 빠트리는 투기판과 같다. 개인들이 혹하여 빠져들기 때문에 시장이 굴러가고 정부와 기업, 외국인 투자가들이 재미를 보는 구조이다. 대개 도박에 빠지는 이유는 한번 따 본 희열에 도취되어 크게 한 방 터질 것이라는 환상 때문이다. 주식으로 재미 본 개인은 그 환상에 사로잡혀 번 돈뿐 아니라 급기야는 타인의 돈마저 빌려 모두 잃는 상황을 연출하곤 한다. 주식으로 망한 자는 무수히 많아도 돈 번 자는 드문 이유이다. 신규 주식상장도 회사의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것인지 투기판을 만들어 관계자들에게 일확천금을 벌어주기 위함인지 알 수가 없다. 상장만 성공하면 순식간에 때 돈 버는 자가 한둘이 아니다. 회사의 자금을 조달하는 것일 텐데 상장하자마자 그 구성원들이 거대한 이득이 생겨 곧바로 팔아먹고 떠나는 주식상장이 건전한 구조일 수는 없다. 개인은 투자하자마자 손해를 볼 수 있는 주식상장도 결국 한 건 올리는 도박이나 다름없다. 공매도며 작전이며 수많은 기법이 난무하고 유혹의 상업광고가 넘쳐나는 주식시장에서 개인은 휘둘리기 쉬운 구조인데, 정부는 개인의 책임이라며 방치한다. 피땀 흘려 모은 개인들의 소중한 자금이 건전하게 투자되고 운영되도록,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모든 요소를 제거하여 세계에 내놓을 만한 k-주식시장이 탄생되기를 기대해 본다. 모세종 인하대학교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시장 후보들의 빈약한 문화도시 전략

인천시장 후보자들이 연이은 토론회에서 시민 행복과 삶의 질을 높이는 공약이나 정책을 제시하기 보다 ‘네거티브 논쟁’에 치중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6일 인천〈2027〉경기언론인클럽과 인천경기기자협회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국민의힘 유정복 시장 후보는 수도권매립지 사용종료와 인천발 KTX 개통 등의 현안을 놓고 ‘거짓말’, ‘무능’, ‘성과 지우기’와 같은 자극적 언어로 공방을 벌였다. 이정미 정의당 후보가 ‘복지특별도시’를 위한 협치와 공동정부 구성을 제시했으나 세 후보 모두 시민 일상을 여유롭게 하거나 공동체 의식을 높여줄 수 있는 문화정책 제시는 빈약했다. ‘교통 문화 일자리 충족의 동시다발형 도심개발’, ‘제물포 르네상스 정책’, ‘개항장 전통문화 활성화’ 정책을 내놓긴 했다. 단편적인 공약에 불과해 가치 중심의 문화도시 실현에 대한 구체성이 부족하고, 인천 역사와 문화자원의 활용 전략을 찾아보기 힘들다. 박 후보와 유 후보는 ‘시민애뜰, 시민애집’, ‘문화성시(문화번성도시)’로 대표되는 문화도시 정책을 시행했던 만큼 이를 지속가능케 하고, 차원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제시했어야 했다. 인천은 ‘공유의 기억’을 간직한 근대건축물을 즐비하고, 섬과 해양 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배다리 주민들은 미국 북감리회의 선교기지임을 알려주는 여선교사 합숙소, 영화학교, 한국 최초 철도(경인선) 기공지, 일본식 연립주택 나가야, 헌책방거리 등 옛 정취를 살린 역사문화마을로 변신하려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개항장문화지구에는 답동성당, 성공회 내동교회, 영국 성 누가병원, 일본 제1은행과 58은행, 대불호텔, 제물포구락부, 홍예문, 인천세관, 인천우체국 등 근대건축자산이 풍부하기에 수많은 문화예술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역사성과 동시대성의 접점을 찾을 수 있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역사문화지대다. 김구 선생이 수감 생활을 하며 노역을 했던 인천감리서 터와 인천항 1부두를 중심으로 역사 루트를 만들고 있다. 근대화의 길을 열었던 군수공장, 양조장, 정미소 등 산업유산 가치를 살리기 위해 건축자산 보전 및 진흥구역 지정이 추진되고 있다. 이를 위한 조례도 이미 제정돼 있다. 인천아트플랫폼 개관 이후 서담재, 빙고, 관동갤러리, 선광미술관, 임시공간, 프로젝트룸 신포 등 사설 문화공간도 50곳 넘게 들어서 개성 넘친 문화 다양성의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개항장 근대거리 페스티벌’, ‘인천개항장 예술축제’, ‘개항장 문화재 야행’ 등 시민 참여형 행사도 꾸준히 이어져 소중한 문화기획과 장소적 경험이 쌓일 만큼 쌓였다. 이렇게 풍부한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해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문화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차기 시장이 활동적인 예술인과 청년세대를 불러 모으고 다양한 콘텐츠를 융합할 수 있는 협력적 시스템을 구축해주면 좋겠다. 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함께하는 인천] 출사표를 던졌다니

“... 만약 간사한 짓을 하고 법을 어기는 자와 충성스럽고 착한 일을 하는 자가 있거든 마땅히 담당자에게 맡겨 그 상벌을 논의하여 폐하의 공평하고 분명한 다스림을 밝게 하실 것이며, 치우치고 사사로이 하여 안과 밖으로 법을 다르게 해서는 안 됩니다. ... 어진 신하를 가까이 하고 소인을 멀리한 것이 전한(前漢)이 융성했던 이유이고, 소인을 가까이 하고 어진 신하를 멀리한 것이 후한(後漢)이 기울어져 무너진 이유입니다. ...” 중국의 삼국시대였던 서기 227년 ,촉한의 재상 제갈량이 위나라를 치러 나선다. “반드시 북쪽 땅을 되찾으라”는 유비의 유언을 받들기 위함이었다. 군사를 이끌고 나서는 날, 그는 유비의 아들이자 촉한의 2대 황제인 유선에게 그 유명한 출사표(出師表)를 바친다. ‘출사표’란 원래 ‘군대를 이끌고 나가면서 임금에게 올리는 글’이라는 뜻의 보통명사이다. 하지만 제갈량의 출사표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마치 그의 글만을 가리키는 고유명사처럼 알려질 정도가 됐다. 그만큼 그의 출사표는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절절이 담긴 명문(名文)으로 유명하다. 당시 촉한은 위·오·촉 세 나라 가운데 가장 힘이 약했고, 계속되는 전쟁 속에서 자칫하면 바로 나라가 결딴날 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어리고 모자란 황제에게 나라를 맡겨놓고 기약 없는 원정(遠征)을 떠나야 했던 제갈량의 심정이 어땠을까. 이에 그는 마치 길 떠나는 아버지가 못 미더운 아들에게 그리하듯, 자신을 대신할 신하들을 추천하고, 황제로서 갖고 지켜야할 마음가짐과 행동에 대해 하나하나 가르치듯 당부하고 있다. 그의 출사표는 1800여 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여전히 큰 울림이 있다. 그렇기에 예로부터 “출사표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은 충신(忠臣)이 아니다”라는 말이 전해왔을 것이다. 그런데 이는 바꿔 말하면,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나라를 경영하는 사람들이 제 역할을 못해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끝없이 충신이 필요한 나라, 충신이 있어도 위태로운 세상을 만들어 왔으니 말이다. 선거철이 돌아오고,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인물들이 출사표를 던졌다는 보도가 줄을 잇는다. 하지만 앞서 보았듯, 출사표는 임금에게 올리는 글이다. 감히 던지는 것이 아니라 올리고 바치는 것이다. 선거에서는 그 대상이 임금이 아니라 시민이고 유권자인 것이 다를 뿐이다. 선거에 나서는 사람들이 제갈량의 출사표를 한번 읽어보고, 그와 같은 충심(衷心)을 가질 수 있도록 애쓰면 좋겠다. 그러지 못하겠거든 아예 나서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데.... 지나친가.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함께하는 인천] 섬에 가고 싶다, 편히

풍문으로만 들었다. 대이작도는 인천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섬 중의 하나이며, 섬마을밴드 중에서도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다고 한다. 2년 만에 가게 된 문화대학원 답사로 대이작도를 선택한 이유이다. 자연은 기본 상수로 두고, 인공인 문화 영역에서 무엇을 보고 즐길 수 있을지 궁금했다. 한때의 유행에 따라 ‘섬마을 선생님’ 촬영지라든가, 삼신할미 약수터, 봉화대 조형물이 있었으나 이것만을 보러 들르지는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시선을 끌었던 것은 너무나 잘 가꿔진 산책길과 등산로. 이건 누군가 계속 살피지 않으면 불가능한데, 그냥 예산을 쏟은 게 아니라 정성 어린 시간이 잔뜩 묻어있는걸. 궁금증이 익어갈 무렵 식당 벽에 붙어있는 사진을 보고 혹시 밴드 보컬이시냐 여쭸더니 메인 보컬은 아드님이고 본인은 서브 보컬이며 요즘은 드럼을 만진다고 한다. 보컬 선생님이 코로나 때문에 한참만에야 오시게 되었다며 애정과 자랑으로 얼굴이 환해진다. 길가의 꽃들을 이야기했더니, ‘해당화’라는 자원봉사 모임이 꽃을 심고 가꾸고 있다고. 그럼 그렇지. 주민들만이 이렇게 계속 구석구석 돌볼 수 있겠지. 영화촬영지나 삼신할미보다 주민들이 직접 가꾸는 길이 소박하지만 훨씬 더 따뜻하고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웠다. 섬마을밴드의 힘인지, 원래 그래서 섬마을밴드가 잘 되는지 알 수 없지만, 방문객을 끌어들이려면 꼭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리라. 그런데 자연만으로도 매력적인 섬에 왜 관광객이 적을까. 처음 와 본 이들이 혼자서는 오지 못했을 거란다.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다. 우선 신이 선사한 자연에 더해 멋진 문화가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하고, 찾아가기 쉽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배 운항 횟수를 늘리기는 어려워도 어떻게 가는지, 어디서 자는지, 어떤 제철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섬 내에서 어떻게 이동할 수 있는지,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게 좋을지, 그게 얼마나 매력적일지 아무것도 모르는 이에게도 편하게끔 정리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인천관광공사 인천투어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도 옹진군 전체 숙박 정보는 단 5건. 대이작도 운영위원회가 만든 홈페이지에 내용이 많지만 인천투어에서 링크타고 들어갈 수도 없다. 최소한, 인천의 섬에 가려다 정보부족으로 포기하게 만들지는 말자. 한상정 인천대 불어불문학과 문화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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