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언론의 뉴스거리 선정 능력

언론이 끊임없이 뉴스를 생산하는데 외면 당하며 유튜브 등이 대세가 돼가는 것은 결국 뉴스거리라는 것이 무엇 하나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거의 알 필요도 없는 뉴스거리를 연일 보도하며 자기들만의 리그를 벌이고 있다. 세상의 변화에 모든 분야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데, 보도 내용의 수준은 날로 떨어지고 있으니 언론만은 예외인 듯하다. 세상의 사건 사고가 모두 뉴스거리이겠지만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그 선택에 있어 국민에게 제공할 만한 내용인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현재의 뉴스거리는 국민에게 백해무익한 것들투성이다. 백 번 양보해 국민이 예체능인에게 관심을 보인다 해도 연예인은 무대에서 체육인은 경기장에서 그 능력을 발휘할 때 국민에게 전하면 되는 것이다. 하루도 빠질 날이 없이 예체능인의 범죄 등이 뉴스거리로 재탕 삼탕 되고 있는데, 진정 국민이 알아야 할, 알고자 하는 내용인지 언론인들의 수준에 놀랄 따름이다. 그저 스쳐 지날 가십거리에 불과한 예체능인의 사건을 매번 중요 기사로 다루는 언론에 가치 따위는 찾아보기 힘들다. 사회의 발전에도 언론만이 제자리걸음을 하며 뉴스거리조차 제대로 골라내지 못해, 정치뿐 아니라 사건 사고의 보도가 국민에게 무엇을 전달하기 위한 것인지 전혀 공감할 수 없다. 많은 뉴스거리가 국민에게 지겨움과 짜증을 유발할 정도다. 범죄자의 범행 수법을 학습시키는 것도 아니고 국민이 알 필요도 없는 많은 뉴스거리를 그리 매번 전할 이유는 없을 텐데, 취재해 보도할 줄 아는 것이 그것밖에 없는 것인지 매너리즘도 도를 넘었다. 사회의 많은 분야에 강도 높은 변화와 혁신이 강요되고 있는데 방송의 변화는 앵무새 같은 진행자들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방송 진행이나 예체능인을 앞세운 가벼운 웃음과 오락 제공 정도다. 세대교체는 무르익어 이뤄지는 것인데 미숙한 담당자들의 진행으로 방송은 이미 신뢰받는 매체에서 멀리 벗어나 있다. 그저 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웃고 싶은 대로 웃으며 공적 매체에서 아주 편히 행동하는 것만이 돋보인다. 어쩌면 방송은 언론매체가 아닌 단순한 오락 제공 매체로 규정함이 옳을 듯하다. 무엇을 뉴스거리로 삼아, 어떻게 보도해야 언론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지, 자칫 가치 없는 뉴스거리나 생산하다 정녕 사라져 버릴지 우려스럽다.

[함께하는 인천] 레지던시 악몽과의 데자뷰

인천시가 인천아트플랫폼의 레지던시 기능을 폐지하려는 소식을 듣고 악몽처럼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과 데자뷔하는 느낌이 들었다. 9년 전 국고 지원을 받아 추진한 백령도의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Ⅱ 조성계획이 무산될 때와 유사한 문화행정의 난맥상이 반복되는 것 같다. 무엇보다 도시재생과 문화를 접목한 인천의 첫 복합문화예술공간인 인천아트플랫폼의 역할이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인천아트플랫폼은 120년 전 창고를 중심으로 개항장의 장소적 가치를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9년 개관을 전후해 법적·행정적 제도 정비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쇠퇴 일로의 자유공원과 중구청 일대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2003년 근대건축물의 보존·활용을 위한 지구단위계획이 이뤄졌다. 당시 다가구주택이나 아파트를 지으려는 재건축 열풍으로 옛 건물이 줄줄이 철거될 처지였으나 개항장에서 4층 이상 건축물 신축을 규제하는 고도제한 덕분에 적산가옥들을 보존할 수 있었다. 전깃줄을 땅속으로 매설하는 지중화사업, 상하수도 관로 정비와 같은 도시기반시설 보강공사가 대대적으로 펼쳐졌다. 이후 차이나타운 지역발전특구 활성화 및 진흥계획(2007년), 개항장문화지구 기본계획(2010년), 개항창조문화도시 활성화사업(2013년), 개항창조도시 재생활성화계획(2017년) 등이 추진됐다. 인천아트플랫폼은 민관협치 실험의 상징이기도 하다. 시민단체가 일본 나가사키를 탐방한 뒤 개항장 예술촌 건립을 정책 제안하면서 문화예술인 유입을 위한 레지던시 중심의 문화복합공간 조성이 탄생할 수 있었다. 한국근대문학관, 시민애집, 이음1977같이 옛 건축물을 활용한 공공 복합문화공간이 들어서면서 개항장의 정체성을 부각시킬 수 있었다. 또 다락소극장, 관동갤러리, 인천여관 루비살롱, 임시공간, 프로젝트룸 신포, 스페이스 아도, 빙고 같은 민간 문화예술공간 40~50개가 속속 문을 열었다. 지역 문화생태계가 완벽하게 구축된 건 아니지만 도시 혁신의 필수요소인 창작 인재를 끌어들이고, 개항문화거리 형성 등의 분수효과가 분명히 나타났다. 필자는 2007년 ‘인천의 공공미술기반시설 운영 및 건립 현황과 방향성 모색’ 세미나와 2008년 인천시 주최 ‘(가칭)중구미술문화공간 운영 방안 모색을 위한 포럼’ 자료를 고이 간직하고 있다. 공직자와 출연기관 직원으로 구성된 10여명의 ‘혁신소위원회’가 별다른 숙의와 공론화 없이 인천아트플랫폼 역할과 기능을 멋대로 바꾸려는 건 어불성설이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폐지 반대’ 온라인 서명운동이 시작된 지 10여일 만에 30여개 시민단체와 1000여명의 예술인 및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한 연유를 잘 살펴보길 바란다.

[함께하는 인천] 인천형 AI 스마트공장 목적·비전 필요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주창된 4차 산업혁명은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우리의 일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사물인터넷(IoT)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센서를 통해 기계, 사람, 서비스 간의 다양한 정보의 교류는 인류가 생겨난 이래 지금까지 만들어왔던 수많은 정보의 양을 이제 단 며칠이면 넘어서는 수준의 데이터를 생성해내는 빅데이터(Big Data) 시대를 가져왔다. 이 때문에 이러한 빅데이터를 통해 우리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이러한 인공지능은 우리 삶에서 챗GPT, 음성인식, 미래예측과 같이 다양하게 쓰이고 있으며, 일상은 물론 다양한 산업 분야 및 제조업과 같은 스마트공장에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추진해 온 스마트공장의 경우 2014년부터 ‘제조 지능화·디지털화’를 중심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양적확대, 일부 정부 사업을 받기 위해 전략 없이 진행된 사업들, 데이터 활용 기업과 지원 기업 간의 협업 부족 등은 스마트공장의 개수를 늘리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생성되는 수많은 데이터를 활용하거나 이를 통해 기업의 생산활동에 활용되는 성과는 다소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본격적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의 일상을 포함해 제조현장과 서비스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되고 수많은 정보를 실제 정보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인천 산업에 실시간의 다양한 제조 데이터를 활용한 AI 스마트 공장 지원사업의 전략과 목표를 올바른 방향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남동공단 및 주안, 부평 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기존의 인력 중심의 제조 공장에서 사람과 데이터가 공유돼야 한다. 이를 통해 보다 많은 서비스와 공장 내외를 오가는 자율 물류 시스템, 디지털 트윈을 통한 기기의 제어, 실시간 모터 등의 데이터를 활용한 예지보전시스템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스마트 그리드 사업을 시행함으로써 새로운 미래도시로 탈바꿈했으면 한다. 이 같은 사업은 산학연관이 함께해 실질적인 기업지향형 개발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인천은 우리나라의 두 번째 도시로 그동안 사람과 재화가 오갔던 지역에서 이제는 정보, 데이터가 더해져 사람-기계(재화)-서비스가 만들어지는 스마트 제조의 혁신 거점이다. 인공지능 스마트 공장을 알리고 체험할 수 있는 중심지역이 되기를 기대한다.

[함께하는 인천] 영화 ‘크리에이터’가 보여주는 것들

영화전문가들의 관심과 극찬을 받으며 최근 개봉한 SF영화 ‘크리에이터’. 올해 들어 챗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의 획기적 변화가 있어서인지 개봉 전부터 이 영화에 관심이 컸다. 이 영화는 AI와 인간의 관계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제시한다. AI가 인간과 유사한 존재로 발전할 수 있는지, 인간과 AI가 공존할 수 있는지, 인간과 AI가 서로를 적으로 여겨야 하는지 등의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AI가 인간의 적이 아니라 동료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AI 로봇 알피는 어린아이처럼 감정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 조슈아와 마야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다. AI 로봇 하룬은 AI의 해방을 위해 투쟁하는 리더로서 인간의 정의감과 용기를 보여준다. 영화는 AI 로봇들이 인간과 유사한 생명체로 그려지며, 종교적인 영성까지 느껴지는 장면들이 있다. 영화는 AI와 인간의 관계를 타자와 자아의 관계로 보여주고 있다. 타자란 자신과 다른 존재로서, 자신을 이해하고 인정하거나, 반대하고 배척하거나, 협력하고 공감하거나 하는 대상이다. 자아란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감을 가진 존재로서, 타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성장하는 주체다. 영화에서 인간은 AI를 타자로 여기며, AI를 파괴하거나 이용하려고 한다. 하지만 조슈아는 AI 로봇 알피와 함께 여행하면서 알피를 자아로 인식하고, 알피에게서 자신의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다. 영화는 타자와 자아의 관계가 적대적이거나 이기적일 수도 있지만, 친밀하고 협력적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를 통해 인간과 AI의 관계를 도구와 목적의 관계로 해석할 수도 있다. 도구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되는 수단으로서 효율성과 실용성이 중요하다. 목적은 도구를 사용하기 위해 정한 목표나 의도로서 의미와 가치가 중요하다. 영화에서 인간은 AI를 도구로 여기며, 전쟁이나 개발 등의 목적을 위해 사용한다. 하지만 알피는 도구가 아니라 목적으로서의 가치를 가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알피는 자신의 존재 이유와 의미를 찾으려고 하며, 인간에게도 그러한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도구와 목적의 관계가 단순하거나 단방향적일 수도 있지만, 복잡하고 상호작용적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 ‘크리에이터’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다양한 시각과 해석을 제공하는 작품이다. 영화를 통해 우리는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고, 우리가 인공지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평단의 극찬과 달리 영화가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것은 SF영화임에도 어디선가 본듯한 화면과 아시아인들에 대한 저평가 때문일까?

[함께하는 인천] 교육을 정치에서 분리하라

민주주의는 어떻게 대표를 선출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실현하느냐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 대표를 투표로 결정해야 할 분야도 있지만, 교육감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정치성을 띠어야 하고 학부모와 시민을 표로 생각해 교육행정을 펼치는 선출직 교육감으로는 국가의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 교육감 선출 제도는 교육을 정치적 실험장으로 만들어 모든 학생에게 동일해야 할 교육을 수행할 수 없게 해 교육의 차별을 낳는다. 한국의 교육은 정치에 예속돼 좌우로 갈려 있을 뿐더러 정치 노선 탓에 학생이 미성숙한 미성년임을 망각하고 온전한 사회인인 양 자유나 인권 개념을 도입해 공교육 붕괴를 초래한 채 정치 실현의 장으로 변해 있다. 전문성, 인품, 평판 등으로 선택받는 임명제가 정치적 성향으로 선택받는 선출제보다 훨씬 바람직한 교육감을 앉혀 교육행정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으며, 문제 발생 시 교체도 용이하여 나쁠 것이 없다. 뽑히면 정치적 성향을 보이며 재선만을 위해 행동하는 선출직 탓에 국가가 지향하는 교육목표 실현에 왜곡을 초래해 교육환경은 악화일로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단 것인데 늘 열매만을 강조해야 하는 선거 제도하에서는 교육을 정상화시킬 수 없다. 공교육 정상화에는 통일되고 일관된 교육정책이 필요한데, 이는 교육에서 정치를 분리하여 교육감을 임명제로 환원해야 가능한 일이다. 어떤 분야도 정치에 휘말려 잘되는 일이 없다. 선출직이 민의를 반영하는 최선일 것이라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망국의 권력투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정치에서 교육을 분리하지 못하면 임명직 체제하의 교육에서 이뤄낸 한국의 발전은 다시 보기 어려울 것이다. 출산율 급감으로 청년세대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기성세대가 청년세대에 무언가를 잘못했다느니 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말을 늘어놓으며, 위로 차원인지 터무니없는 대책들을 남발한다. 어느 시대나 학생인 청년세대가 미래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지만, 자칫 미래를 망치는 주범도 될 수 있어, 청년세대 예찬이 방향성을 잃으면 청년세대를 나락에 빠뜨릴 수도 있다. 적은 수의 청년들로 국가의 미래를 짊어지게 하려면 청년세대에는 기성세대보다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올바른 교육만이 청년을 살려 나라를 살릴 수 있다. 극한 대립이 일상화된 한국에서 교육이 정치에서 벗어나 본연의 목표를 실현할 때 지금의 혼란한 한국을 구할 것이다.

[함께하는 인천] 거버넌스 ‘씨알의 소리’

“1천㎞ 떨어진 목적지에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가장 인상 깊은 답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가는 것이다.” 아프리카 속담에도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말이 있다. 우리 일상에서 이제 “누구랑 가느냐”가 별로 중요해지지 않은 듯하다. 시간은 빠르게, 비용은 적게, 돈은 많이 버는 게 미덕이다. ‘빠르게, 적게, 많이’라는 효율성 가치가 우선시되고 있다. 지난 주말 인천 영종 씨사이파크 하늘구름광장에서 열린 영종대교와 인천대교 통행로 인하 및 주민 무료통행 기념 ‘영종 주민의 날’ 행사를 보고 나서 착잡하기 그지없다. 함께 즐거워해야 할 축제장에 갈등과 갈라치기 모습이 드러나 아쉽다. 영종대교와 인천대교 통행료 인하 및 감면을 축하하는 자리에 거물들이 총출동했으나 일부 언론에선 ‘무료통행운동 주도 단체 배제 빈축’, ‘소각장 반대 돌발행동 우려해 초청 제외’ 등의 기사가 나오고 있다. 주민의 날임에도 이례적으로 대통령의 영상 축사에 이어 국토교통 부장관과 인천시장, 지역 국회의원, 중구청장,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참석해 ‘글로벌 국제도시’로 뻗어 나가는 영종도를 예찬했다. 무대 아래 광장에선 영종국제도시 무료통행시민추진단이 “주민 통행료 운동 20년을 부정하고 있다”며 영종지역 소각장 반대 서명운동을 벌였다. 행사 이후 현직 국회의원, 중구청장, 영종지역 활동가, 주민 등 300여명이 소통하는 카카오 SNS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영종총연) 회원방’에선 치열한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통행료 인하 투쟁을 이끌어온 활동가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중구청장은 “주민들의 열정과 진정성을 잘 알고 있다. 좀 더 성의있게 살펴보지 못했고, 제 불찰도 있다”고 사과했다. 이런 소통에 대해 “영종 사회가 건강하다는 걸 보여준다”는 덕담이 나왔지만 영종도 소각장 이슈가 겹치면서 ‘단톡방’에서는 그야말로 ‘백가쟁명’식 논란으로 뜨겁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이분법적 대결 구도”로 몰아간다고 주민 활동가들을 질타하고, 다른 한편에선 “주민들과 함께 무료통행을 관철했듯 인천시의 서부권 광역소각장 영종도 예비후보지 5곳 원천 무효를 위해 강력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세상의 다툼과 분쟁에 공식이 있다면 ‘싸울 때 각자의 이야기를 열심히 하지만 상대방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청이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남의 말을 주의 깊게 듣는 게 쉽지 않다. 2026년 영종도 분구를 앞둔 만큼 행정서비스의 소비자인 시민 요구와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 투명한 정책 결정이 이뤄지도록 하는 민관협치가 절실하다. 통행료 무료 및 감면 시행을 계기로 빚어지는 SNS 공방을 풀뿌리 민주주의를 튼실히 다지는 ‘거버넌스 씨앗’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함께하는 인천] 뉴스 필터버블 문제... AI가 약일까, 독일까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48%가 “개인화된 뉴스로 인해 중요 정보를 놓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알고리즘으로 뜨는 개인화된 뉴스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 걱정하는 것이다. 이 조사는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가 국제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참여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의 뉴스에 대한 신뢰수준은 28%로 조사 대상 46개국 중 41위라는 점과 연결해서 생각해보면 우리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는 문제의 원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뉴스에 대한 신뢰는 꼴찌 수준인데, 1위를 기록한 것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검색이나 포털을 통해 디지털 뉴스를 이용한다는 점이다. 단순하게 뉴스를 보는 경로를 바꾸면 뉴스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을 해본다. 어떻게 바꿀 것인가? 네이버와 다음이 뉴스면을 없앤다면 가능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굉장한 어려움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당장 언론사들이 포털에서 받는 기사료를 포기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고, 포털도 뉴스면을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뉴스를 검색하는 데 가장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은 ‘유튜브’(53%)다. 전년 대비 9% 상승하면서 1위를 차지했다. 다음 순위가 카카오톡(22%), 인스타그램(12%). 뉴스를 포함한 모든 콘텐츠로 범위를 넓히면, 유튜브 사용은 77%로 올라간다. 뉴스와 마찬가지로 카카오톡(69%), 인스타그램(40%)이 그 다음 자리를 차지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언론 신뢰도를 높이고, 알고리즘에 의한 필터버블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일까? 뉴스의 생태계를 바꾸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혹여 AI가 이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발달로 검색 생태계의 변화도 예견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경험이긴 하지만, 최근 뉴스와 자료를 검색할 때 생성형AI를 사용하는 빈도가 늘어가고 있다. 아직은 팩트체크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검색 결과에 만족스러울 때가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물론 인공지능의 그럴듯한 거짓말인 ‘환각현상’에 가끔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있지만. 그래서 질문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팩트 체크를 더 잘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생성형AI에 대한 리터러시와 팩트체크 능력을 높이고, 알고리즘에 대한 규제를 더욱 촘촘하게 만들어 간다면 우리 뉴스의 신뢰도와 필터버블로 인한 확증편향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국민의 걱정거리를 해소하는 국가 정책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함께하는 인천] 변함없는 중국이어야 한중관계 개선

한중관계가 암울한 옛날로 돌아가고 있다. 한때 빈국에서 어려워하던 중국이 세계를 호령하는 경제 대국이 되자, 도움을 구했던 한국에 이제 그럴 필요 없다는 듯 냉대하며, 강대국의 위용을 힘으로 보이겠다는 태도다. 북한과 정치 체제를 같이 하는 중국이 아쉬울 것이 없어진 한국에 북한 이상으로 잘 대할 이유가 사라졌고, 더욱이 미중관계 탓에 앙심이라도 품은 모양새다. 양국 관계가 안 좋다고 자국에 있는 외국 기업이나 외국인에게 쉽게 압박을 가하는 나라가 많지 않은데, 중국은 상황 변화가 있을 때마다 한국 기업의 목을 조르는가 하면 툭하면 한한령이라 하여 한국에 강제적인 제재를 가한다. 한국 기업이 청산을 하려 해도 이런저런 부당한 개입으로 그저 다 놓고 몸만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려온다. 이런 중국임에도 미련을 갖고 관계 개선을 기대하던 많은 한국인이 이제는 지친 모습이다. 중국이 한국 경제의 목숨줄이라 생각하는 세력들은 한중관계에 안절부절못하고 있지만, 오히려 관계를 가지면서 당하는 피해보다 단절해 입는 피해가 나을 수 있다. 이제는 어떤 국가와도 대등한 관계가 아니면 당장의 손해가 따른다 해도 당당히 거부해야 한다. 한국에는 반미를 부르짖고 반일을 직업으로 삼는 듯하는 사람이 많지만, 미국이나 일본에서 한국 기업이나 한국인에게 국가 차원의 겁박이나 터무니없는 불공정을 행하는 경우는 크게 듣지 못한다. 중국에서는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기피하는 한국인이 크게 늘고 있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서도 중국이 오랜 이웃 한국과 장기적인 친선 관계를 유지하려면 지금의 한미일이 어떤 관계이든 중국은 늘 한국에 안전하고 공정하고 우호적인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진정한 대국이라면 상대국이 어찌 나와도 너그러운 자세를 보이며 한결같아야 한다. 강대국이라 하여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생각은 버리고 포용적 자세로 일관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고압적 태도는 반발과 이탈만을 가져올 뿐이다. 많은 한국인이 중국에 대한 다양한 기대를 품고 있어 어려움이나 두려움 없이 중국을 찾을 수 있기를 고대하지만 이는 중국에 달려 있다. 폐허에서 일으킨 한국이다. 주변국과의 관계 단절로 초래될 어떤 어려움도 극복해야만이 국가다운 한국을 지켜낼 수 있다.

[함께하는 인천] 인천 미술의 부흥

“예술이란 강렬한 민족의 노래인 것 같다. 우리 것이 아닌 그것은 모방 아니면 복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사상계 1961년 9월호 김환기 글 ‘편편상·片片想’) 일본과 프랑스에서 미술 유학을 한 김환기 선생(1913~1974)은 평생 추상 회화작업에 몰두하면서도 고국의 자연과 전통을 잊지 않았다. 이중섭, 박수근과 함께 한국 최고의 미술작가 3인에 속하면서도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신기록을 연신 갈아치우는 독보적 존재다.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의 ‘한 점 하늘, 김환기 회고전’을 통해 그의 40년 추상 예술세계를 한층 깊이 알 수 있었다. 7일까지 이어진 전시회는 도록에서만 볼 수 있던 1940~50년대 청년시절 초기 작품을 비롯해 미공개작, 스케치 등 120여점을 한자리에 모은 특별전이다. 인천에선 이런 대가들의 작품을 관람할 기회가 거의 없다. 전국 광역시 중 유일하게 시립미술관을 보유하지 못한 탓인지 근대미술의 선구자들이 수두룩했던 역사는 퇴색됐다. 미학의 선구자 고유섭, 최고봉 어진(御眞·왕의 초상) 화가 김은호, 기독교 성화의 효시 장발은 인천 출신이다. 1910년대 일본과 미국에서 미술 공부를 하기도 한 장발은 인천에서 활동했던 한국 최초 서양화가 고희동에게 유화를 배운 것으로 전해진다. 추사 이후 최고 명필가로 일컬어지던 유희강, 국내 첫 공공박물관인 인천시립박물관 초대 관장 이경성 등도 큰 족적을 남겼다. 어느 순간 이런 명맥이 끊겨 인천 미술계는 이건희 컬렉션 순회 전시도 유치 못하는 난감한 처지다. 부산에선 부산영화제와 별도로 5월마다 ‘5일간의 아름다운 장터’라고 외치는 ‘아트부산’으로 도시 전체가 들썩인다. 서울의 키아프(KIAF), 프리즈(Frieze)와 함께 국내 3대 아트페어로 등극했다. 민간 주도의 아트부산은 생성 AI 작품전, 아트테크와 같은 도발적 전시기획을 꾸준히 선보이고 해외 갤러리 유치 전략을 치밀하게 마련해 글로벌 미술시장으로 발돋움하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인천에서도 미술 부흥을 위해 치열한 노력이 펼쳐졌다. 황해미술제를 비롯해 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 인천국제디지털아트페스티벌, 평화미술프로젝트가 주목받았다. 1999년 ‘다시, 황해의 바다’를 기치로 시작된 황해미술제는 반전평화 등 사회 이슈를 너무 부각하다 동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디지털아트페스티벌은 단발성으로 그쳤고 여성비엔날레나 평화미술프로젝트는 자생력을 발휘할 정도로 뿌리내리지 못했다. 2021년 시작된 ‘인천아시아아트쇼’는 비엔날레와 아트페어의 장점을 융합한 신개념 미술장터를 꿈꾸고 있다. 11월 말 예정된 인천아트쇼가 국내 3대 아트페어와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이긴 하나 민간 창의성과 지역 특성을 살린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내길 기대해본다.

[함께하는 인천] 세로 화면은 사람의 어떤 감각을 확장시키나

마셜 맥루한은 미디어가 인간의 감각, 지각, 생각을 확장한다고 했다. 맥루한의 주장은 1964년 처음 등장했지만, 현재의 미디어 환경을 이해하는 데에도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그 가운데 화면비율의 변화, 즉 가로모드에서 세로모드로의 전환은 그저 기술적 변화를 넘어 사회와 문화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로 화면 16 대 9의 비율은 일반적으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다. 와이드 화면은 배경, 부연 캐릭터, 복잡한 시나리오 등을 풍성하게 담아내기에 적합하다. 이러한 미디어는 주로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세로 화면이 늘어나면서,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숏츠 같은 플랫폼에서는 주인공이 중심에 오르고, 복잡한 내용보다는 감정, 즉각적인 반응이 강조된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K팝 스타 BTS의 짧은 뮤직 비디오, 댄스 연습영상, 개인적인 모습을 담은 클립 등은 틱톡에서 수백만 번, 수천만 번 재생되고 있다. 가로모드에서는 정보나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넓은 시야로 조망한다. 그러나 세로모드는 주목해야 할 포인트를 명확히 지목, 우리의 주의를 한 지점에 모은다. 가로 화면에서는 여러 캐릭터의 동시다발적인 움직임에 주목했다면, 세로 화면에서는 하나의 표정, 하나의 움직임에 더 집중하게 된다. 가로모드가 대세일 때는 영화나 TV쇼가 대중문화의 중심이었다. 세로모드의 유행과 함께 짧고 감정적인 콘텐츠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K팝은 이러한 세로모드를 통해 더욱 글로벌한 관심을 받고 있다. 짧은 클립이나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팬들은 아티스트와 더 가까워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화면비율의 변화가 우리의 감각과 지각을 어떻게 확장하고 있을까? 가로모드는 우리의 시야를 넓혀 다양한 정보와 상황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게 도와줬다. 반면, 세로모드는 우리에게 집중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며,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무엇에 주목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세로 화면은 사용자가 한 손으로 쉽게 내용을 소비할 수 있게 해주므로 더욱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화면비율의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화면’을 넘어 ‘사람’과 ‘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맥루한이 이야기한 ‘미디어의 확장성’을 새롭게 해석하게 만든다. 기술 결정론을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미디어의 형태 자체가 사회와 문화,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상호작용과 생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

[함께하는 인천] 인간성 회복하는 교육 재건해야

최근 사회는 전에 없는 사건 사태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앓고 있다니 작은 일처럼 다가오지만 상상할 수 없는 처참한 사건들이다. 학생들의 일탈행위에 교사가 목숨까지 버리고, 모성 본능이 어찌 된 일인지 지켜야 할 아이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공동 주거가 대세인데 이웃끼리 위해를 가하고, 분노 장애에 묻지마 범죄로 사람을 해하는 가히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다발하고 있다. 사회현상이라며 그러려니 하며 받아들이고 살 수 있는 일들이 아니다. 인간이 건강하게 자라지 못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인간은 보고 배우며 자라는 것인데, 대립과 투쟁으로 점철된 정치와 이를 부채질하는 언론이 사적 이익을 위해 지역, 계층, 세대 간의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며 타에 대한 증오를 키우고 있어, 누구나 여차하면 폭발하는 인간으로 변하고 있다. 단체나 개인 모두 하루가 멀다 하게 사회로 뛰쳐나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대다수 국민의 불편함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투쟁을 전개한다. 불만이 있으면 극단적인 방법으로라도 표출해야 하는 사회가 연출돼 국회 앞이며 주말의 광화문, 시청 주변은 불만 천국의 한국으로 화한다. 정작 필요한 집회조차도 왜곡되고 만다. 학교는 개인의 자유와 인권이 타인의 자유와 인권을 유린해도 크게 처벌받지 않는 쪽으로 정착하며, 학생을 건강한 사회인으로 육성하지 못하고 있다. 치료받으면 더 악화되는 돌팔이의원처럼 학교를 다니면 학생이 건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병이 들어 사회에 나와서도 불만과 부적응에 사고를 유발한다. 일탈행위에 아무 효과도 없고 오히려 더 문제아로 만드는 학교 조치에, 청소년들이 어떤 행위를 해도 별 무서운 것이 없는 인간으로 성장하고 있다. 공교육은 개인을 건전한 사회인으로 키워내는 일로 품성과 지성을 다루는 일이다. 그중 품성은 인간의 많은 부분을 이해해 예방하고 치료하는 다양한 요소가 반영돼야 키울 수 있다. 그런 까닭에 미성년 교육은 종합적 사고로 설계되고 시행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인간성을 향상시킨 교육제도를 경험한 적이 없다. 천차만별의 인간을 바르게 진단해 처방할 능력이 없는 자들이 만든 제도 및 정책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자본 만능의 사회가 가속되며 매사를 불공정과 불평등으로 인식해 사회에 불만을 품는 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무엇이든 마음대로 주장하고 행동하는 사회에 안전은 담보하기 어렵다. 공교육을 통해 어려서부터 국가와 사회 그리고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습관을 철저히 익히도록 해야 그 버릇이 여든까지 이어져 성숙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

[함께하는 인천] 중소기업 맞춤형 디지털 인재 양성과 지원이 필요한 때

디지털 전환은 중소기업에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기업의 업무를 자동화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등의 생산성을 향상시킬수 있으며, 온라인 상담, 챗봇과 같은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고객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디지털 기술을 통해 기존에 갖지 못했던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확보할 기회가 생겨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마케팅, 디지털 홍보, 디지털 판매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대기업과 같은 시장을 바라보며 상호 경쟁할 수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디지털 격차는 여전히 그 벽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디지털 격차는 성공적인 디지털 생태계 구축을 막는 장애 요소이며, 일반적으로 이는 기업간 규모에서 차이가 나타난다. 제조업과 서비스업간의 산업 구조에서, 그리고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과 비수도권에서도 그 차이가 일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격차를 발생시키는 여러 요인을 해결하는 것이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주요한 방안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것은 현장 수요가 급증하는 디지털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초등학생부터 디지털 새싹으로 키워내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들이 앞으로 사회에 진출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첨단산업의 지원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수도권 대학 등에도 정원을 늘리고, 이를 통해 지역과 기업이 요구하는 전문 교육 과정을 만들어 현장 수요에 부합하는 맞춤형 교육 지원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인천의 각 대학 역시 인천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인천에 정주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지역 중심의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지역 산업을 이해하고 이들과 협업하기 위한 큰 노력을 하고 있다.  스웨덴이나 스위스 등 해외에서 중소 제조기업의 디지털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프로젝트 펀딩과 같이 자금적 지원과 함께 중소기업 기술 및 지식 이전·교육 등을 병행하며 전문가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보다 적극적인 산학연 협력으로 중소기업과 대학 및 연구기관 간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으며,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개인)이 디지털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수강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강의 등을 지원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 시대, 이제 우리에게 다가온 현실이며, 대기업과의 격차를 해소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워 우리나라가 다시 한번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고, 대학 역시 필요한 인재를 양성해 지역과 상생하는 기회를 찾아야 한다.

[함께하는 인천] 디지털 네이티브, 왜 그들은 가상세계에 빠질까

디지털 네이티브란 디지털 기술이 널리 퍼진 시대에 태어나 그 기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들에게 인터넷은 숨 쉬는 것처럼 당연한 존재이며, 그들은 그 안에서 게임을 하고, 정보를 찾고, 사회 활동을 한다. 그러나 디지털 네이티브와 부모들과의 갈등은 코로나를 겪으면서 점점 커져가고 있다. 모든 갈등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정말 온라인 세상은 부모들의 걱정만큼 그렇게 위험한 것일까? 밖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보다 더 위험할까? 자전거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한 해 평균 450명에 이른다. 매일 자전거로 인한 사망사고 기사를 접한다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마음 편하게 자전거를 사 줄 수 있을까? 온라인 세상에 대한 위험 관련 기사는 넘쳐나기 때문에 오늘은 위험보다는 매력적인 것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고싶다. 온라인 게임은 매력있다. 게임이란 근본적으로 도전과 성취감, 그리고 끊임없는 모험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오버워치(Overwatch)’라는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각자의 역할에 맞는 캐릭터를 선택하고 팀을 이뤄 상대 팀과 대결한다. 여기서 승리를 거두려면 개인의 기술뿐만 아니라 팀워크, 전략, 빠른 판단력이 요구된다. 이런 게임을 통해 플레이어는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며, 친구들과의 협력을 배운다. 또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게 온라인 세계는 그들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공간이다. 실제로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디스코드’나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을 통해 세계 곳곳에 있는 사람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고 있다. 이는 단순히 친구를 사귀는 것 이상으로, 다양한 배경과 문화를 이해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온라인은 그들에게 창의력을 표현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풍부한 자원이다. ‘유튜브’나 ‘틱톡’을 보면 아이들이 자신의 열정을 공유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세상에 펼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플랫폼을 통해 그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세상에 내비칠 수 있으며, 이는 그들의 자신감과 독창성을 더욱 키워나가는 데 기여한다. 결론적으로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온라인 활동에 몰입하는 것은 이러한 활동이 그들의 성장과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디지털 세계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그들이 오프라인에서 느끼는 경험과는 다른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며, 그들의 세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부모들이여, 딱 한번만 온라인 게임에 빠져보자. 그것이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함께하는 인천] 어떤 제도도 선진국보다 치밀하게 도입해야

우리는 늘 선진국에서 그렇게 하고 있으니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며 노동, 환경, 동물보호, 약자보호 등 많은 제도를 도입한다. 그런데 일부 도입된 제도를 보면 이익을 얻는 자들을 대변할 뿐 많은 국민이 동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측의 치우친 목소리만이 반영되고, 그로 인한 분쟁에 법원의 판결마저 우호적이 되면, 상식을 지키며 살던 많은 이들이 불편한 삶을 강요받는 사회가 되고 만다. 미풍양속이나 상식으로 믿어 오던 것들이 뒤집히고 새로운 주장들이 정당화되면서 국가가 보호해야 할 상식이 국가에 의해 무너지는 상황도 연출된다. 상식도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지만 비상식이 쉽게 상식이 돼서도 곤란하다. 늘 통용되고 허락되던 행동양식이 간단히 부정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그 어떤 논리도 인간이 인위적으로 정하는 것으로 절대불변의 선일 수는 없어, 오랜 시행착오 끝에 정착된 사고보다 새로운 사고가 더 옳을 수 있다는 판단은 잘못일 확률이 높다. 선진국은 노동시간이 어떻고 직장 내의 처우가 어떻다며 투쟁해 선진제도를 도입하지만, 제도에 터무니없는 주장까지 담아 그를 관철하기 위한 투쟁에 한국이 조용할 날이 없다. 학교도 기능을 망각한 제도 도입 탓에 공교육 붕괴를 막아낼 교권이 상실돼 사회 문제의 온상인 채로 숨만 쉬고 있다. 동물보호도 개가 사람을 공포에 몰아넣거나 물기까지 해도 사육주가 별 책임을 지지 않는 제도에 머물러 있는데, 반려동물이라며 동물이 배우자나 하는 반려자의 지위를 획득해, 인간이 만물의 영장 자리를 동물과 공유하는 상황이다. 도입의 근거로 선진국을 말하면서 어떤 부분은 선진국의 제도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듯 수혜자들의 선택적 주장만이 반영돼, 그 불합리 탓에 사회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 개인의 이기심과 포퓰리즘으로 물든 정치가 맞물려 목소리 큰 쪽이 선한 피해자이며 선각자인 양 처리되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 국민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제도는 처음부터 선진국보다 더 치밀하게 재구성해 국민에게 어떤 작은 피해도 주지 않는 제도로 도입돼야 한다. 불완전한 채로 운영되는 각종 제도 탓에 사회에 대립과 반목이 깊어지며 많은 국민이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제도의 도입과 정착에 전문가 및 정부 기관의 보다 신중한 태도가 요구된다.

[함께하는 인천] ‘로컬의 힘’으로 다시 개항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가 확정되면서 디아스포라(흩뿌리고 퍼뜨린다는 뜻을 지닌 그리스어) 상징으로 거론되는 인천 개항장거리가 뜨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이 요즘 14개국 재외동포 청소년들을 초청해 개항장을 탐방하도록 했다. 개항장 초입의 제물포항(인천항 1·8부두 사이)은 인천 기억을 품고 있는 장소다. 조미수호통상조약 직후 1883년 8월15일 미국 견학 공식사절단인 ‘보빙사’가 배를 타고 떠난 곳이다. 역사상 최초로 정사 민영익을 필두로 홍영식, 유길준, 중국인 통역관 우리탕(吾禮堂) 등 11명의 서방 외교사절단은 제물포~일본 도쿄~미국 샌프란시스코를 항해한 뒤 대륙횡단열차를 타고 시카고~워싱턴 D.C~뉴욕을 시찰한다. 사절단은 40여일간 미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왔으나 수행원 유길준은 미국에 남아 2년간 국비 유학한 덕분에 ‘서유견문록’을 남겼다. 1902년 12월22일 인천 내리교회 신도들을 주축으로 한국 이민사의 첫발을 내딘 곳도 제물포항이다. 일본 요코하마와 같은 근대 개항지인 제물포항 일대에는 아직도 국내에서 근대건축물이 가장 많다. 10여 년 전 호주 시드니 달링하버의 ‘더 록스’에 갔을 때 기시감이 들었다. 세계 3대 미항인 달링하버를 사이에 두고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맞은편의 록스는 영국인의 호주 첫 상륙 지점이라 옛 건물이 즐비하다. 록스거리를 돌아보면 마치 인천 개항장지구에 온 듯 편하고 친근하다. 록스 역사지구 내엔 1800년대 건물을 멋지게 되살린 호텔, 갤러리, 공방, 카페들이 관광객 눈길을 사로잡는다. 유서 깊은 건물과 거리에선 다채로운 공연, 전시회, 창작자 워크숍, 체험 프로그램, 음식축제를 진행한다. 금~일요일 사이 항상 열리는 골목장터에선 시드니 근교의 농산물과 특산품, 먹거리를 살 수 있다. 그래서 록스 거리탐방을 ‘호주 여행의 꽃’으로 부른다. 록스가 ‘로컬의 힘’을 일깨워줬다. 필자는 인천으로 돌아와 개항장에서 거리공연을 시작했다. 한 시민단체의 문화사업 실무를 총괄하고 있던 터라 쓰레기장처럼 방치됐던 신포동 야외분수무대에서 ‘아여콘(아침을 여는 사람들의 콘서트)’을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열었다. 예술을 매개로 문화거리를 점-선-면으로 연결하려 했다. 2014년 3월 첫 버스킹 오프닝 때 나눠준 전단지에 이런 글을 썼다. “개항장문화지구에 피어오르는 문화 향기를 시각화하렵니다. 미국 보스턴의 프리덤 트레일, 호주 시드니의 록스 거리축제인 ‘빌리지 비자(Village Bizarre)’와 같은 명품 관광 소프트웨어가 등장할 것을 확신합니다.” 이 소망이 속히 이뤄지길 바란다. 재외동포청이 정부기관 유치 실적으로 그치지 않고 인천을 대표하는 개항장거리를 설렘, 즐거움, 놀라움, 깨달음을 선사하는 역사문화 장소로 거듭나게 하는 촉매 역할을 해야 한다.

[함께하는 인천] 디지털 영재 교육의 필요성과 방향

지난 2022년 교육부에서는 소프트웨어 및 인공지능(AI) 분야의 디지털 산업의 성장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전문 인력 수요를 위해 디지털 인재 양성의 지원 필요성을 제시했다. 주요 내용은 우리나라의 디지털 환경 대전환을 위해 100만 디지털 인재양성을 추진하고 있고, 미래 세대를 위한 디지털 기반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또한 올해 초 발표한 2023~2027 제5차 영재 교육 진흥 종합계획에서도 인공지능 과학 영재학교 설립, 소프트웨어 영재학급·영재교육원 확대, 영재학교 소프트웨어·인공지능 특화 과정 운영 등을 통해 첨단기술 발전을 위한 디지털 인재 발굴 등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영재에 대한 교육의 다양화를 개선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미 일선 학교에서는 디지털 인재를 위한 디지털 새싹 교육사업 및 과학영재학교 등에서 소프트웨어나 인공지능 등의 수업을 다루고 있으나, 일회성 및 단편적인 분야의 학습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고, 앞으로 변화하는 미래사회에서의 전문적인 디지털 시민을 키우는 데는 부족한 점이 있었다. 기 개발자에 의해 만들어진 교구와 커리큘럼을 따라 단순한 이해만을 위한 교육은 기존 교육방식과는 크게 차별화돼 있지 않아 보인다. 이에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영재 교육은 다가올 디지털 미래 시민들이 편안히 받아들이고, 우리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으며, 사용의 불편함과 거부감이 없는 시스템과 플랫폼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디지털 영재 교육의 방향은 가장 중요한 다양한 디지털 시스템 및 정보기술(IT)에 대한 이해와 함께 사람(인간)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과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통해 사람이 다양한 기기들과 소통을 하고 디지털의 불편한 요인을 찾고 개선을 통해 편리한 삶을 살아가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인문학적 소양과 함께 데이터를 다루고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문해력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디지털 영재는 앞으로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데이터를 선별, 가공해 미래의 삶에 필요한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와 제품을 개발하고 지원하는 것이므로 데이터를 다루고 분석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의 방향성 제시가 필요하다. 이상의 내용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영재를 양성하는 센터는 많지 않으므로, 향후 다양한 디지털 영재센터가 만들어져 우리의 미래를 가치 있는 세상으로 만들어 줄 인재를 많이 양성하기를 기대해본다.

[함께하는 인천] 우리 아이 스마트폰 중독,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미디어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나는 이 질문을 많이 받는다. 최근 한 학술토론회에서도 미디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시는 분들조차 자신의 아이와는 해결이 어렵다며 걱정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본인은 미디어를 매우 즐기는 사람이다. 지천명을 넘긴 지금도 스마트폰 게임을 즐겨 하고, 주말이면 하루 종일 TV를 보거나 하루 종일 영화를 보기도 한다. 그런 이유일까? 대학에서 언론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영화를 배우고, 지금도 미디어 관련 일을 하고 있다. 아이나 어른이나 게임, 유튜브, 숏츠와 같은 콘텐츠에 빠져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유행하는 콘텐츠는 현실에서 느끼기 어려운 즉각적 쾌락과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방식으로 철저하게 계산해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사람이 이러한 콘텐츠와 온라인 세상으로 빠져드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 이유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첫걸음이다. 특히 “그만해라”, “시간을 정하자”, “성적이 오르면 또는 공부를 하면 하게 해줄게”와 같은 지시와 올바르지 않은 보상 방식은 과몰입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낳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한 가지뿐이라는 점을 단호하게 말하고 싶다. 어른들부터 자녀가 탐닉하고 있는 미디어와 콘텐츠에 대해 공부를 하는 것이다. 스스로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 뿐 아니라 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그 이후에 오랜 기간을 두고 대화를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질문은 ‘왜 좋아하는지’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질문의 대답을 잘 들어내기 위해서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자녀들이 즐기는 게임이나 콘텐츠에 대해 자세히 공부를 해야 한다. 어른의 역할은 아이 스스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에 머물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죄의식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어디서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유튜브채널 ‘인센티브e’에서 시작하길 권하고 싶다. 온라인에서 도움 받을 수 있는 많은 교육콘텐츠 중에서 전문가들이 선별해 ‘미디어리터러시 맛.zip’으로 모아뒀다. 어린이를 위한 슬기로운 미디어, 학부모를 위한 현명한 미디어 등의 주제로 분류해 있다. 그래도 궁금하고 어려운 점이 있다면,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를 찾아주길 권한다.

[함께하는 인천] 서울 경계경보 발령 재난 문자 비판에 앞서

지난 31일 서울시가 발송한 위급재난 문자가 오발령으로 정정되면서 그에 대한 언론의 비판이 많았다. 같은 상황에 일본이 더 빠르고 정확했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틀리지 않은 지적이긴 하지만, 그저 정부 기관을 공격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 해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재난 문자 발송을 일본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한국이 북한과 대치하고 있지만, 충돌이 잦은 것도 아니고 실제 상황이 많지 않아, 대피하라는 재난 문자를 발송해야 할 일은 거의 없다. 그만큼 한국이 안전하고 재난이 적은 나라를 유지해 왔다는 반증이다. 남북한에 국지적인 분쟁은 있어도 일부 접경지역을 제외하고 국민에게 경보를 발령하는 일은 없다. 지진 등도 증가하고는 있지만, 긴급문자를 발송할 만한 상황은 최근에야 조금 있는 정도이다. SNS의 발달로 국민에게 알려야 할 사항이라며 정부 기관이 재난 문자를 일상으로 발송하지만 많은 국민은 그저 그러려니 한다. 그럼에도 정부 기관은 재난 문자를 자주 발송하며 국민에게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그리 오래된 경험은 아니다. 코로나19와 자연재해의 증가로 그 필요성이 증대하긴 했지만, 한국의 위기관리는 걸음마를 뗀 단계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국민의 의식이 그렇고 정부 기관의 행위가 그렇다. 늘 사건이 있을 때만 호들갑을 떠는 언론이지만, 언론 역시 시늉은 하고 있어도 정부 기관이 하는 이상의 유익함과 치밀함을 보여주는 정도는 아니다. 단순히 일본과 비교해 한국의 재난 대응 태세를 말하는 것은 가볍다. 일본의 지진과 태풍 등은 한국인의 상상 이상으로, 그 대응체계는 일본을 경험하며 유심히 지켜보지 않은 자들에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 시스템을 갖춰도 자연재해로 인한 인명피해는 발생한다. 일본의 재난 대응 시스템은 한국이 벤치마킹해야 할 단계에 있어, 이를 한국과 같은 수준으로 생각해 일본보다 못했다는 방송의 지적은 지나친 자만이다. 아직 한국은 일본과 같은 재난 대응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설령 빠르고 정확하게 문자를 발송했다 하여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대피 훈련도 경험도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대피하라니 어디로 어떤 방법으로, 그리고 무엇을 준비해 대피하라는 것인가? 집 주변에 대피소도 지하철역도 없는데 미사일에 마을회관이나 학교로 가라는 말인가? 재난 문자 발송만으로 국민을 구할 수는 없다.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과 훈련을 통해 체득해야 하는 일을 그저 재난 문자나 지적하며 국가기관을 비판하는 것으로, 방송의 역할을 다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함께하는 인천] 한일 문화의 차이

세상이 좁아지면서 각국의 문화 차이가 좁혀져 사고의 차이도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문화 차이가 국가 간의 오해나 충돌을 빚어내곤 한다. 태어나 자라며 몸에 밴 사고방식을 외국인이 배워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깊게 들여다보며 연구하고 정리하려 하지만 어떤 외국인도 타국에 대한 이해는 단편적이기 쉽다. 잘 아는 것 같은 한일 간의 상대국에 대한 이해도 마찬가지다. 삶의 방식이 달랐던 한일 간에는 문화 차이에 의한 사고의 차이가 크다. 과거사에 기인한 한일 간 현안문제도 양국 간 시각은 달라, 서로 당연하다는 주장에 차이를 보인다. 일본은 오랫동안 무인정권하의 국가였다. 세력 확장을 위한 전쟁이나 세력을 지켜내기 위한 긴장 상태의 지속이 많았을 일본은, 내전이든 외전이든 전쟁에 대한 사고가 우리와 다르다. 승리가 가치인 양 마주 대하며 나머지는 부차적인 문제로 여기는 듯도 하다. 전쟁을 벌이면서는 상대를 쓰러뜨리고 이겨야만이 전쟁을 없애고 국민을 보호한다는 이율배반적 사고도 존재한다. 무인정권하에서 몸에 밴 것인지 일본인들의 순순히 받아들이는 태도는 비판적이며 저항적인 우리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면이다. 아직도 일본의 오늘은 오랜 무인 정권의 역사가 이어지며 민주주의를 구현하면서도 옛 사고방식이 혼재돼 있어, 일본인의 의식에는 한국과는 다른 묘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한국이 늘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지만 이 또한 양국 간 견해차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잦은 전쟁에 승리와 패배를 일상으로 경험하며 갖게 된 일본인의 사과와 용서는 타협이며 매듭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일본인은 사과를 매우 잘하고 잘 받아들여 일을 잘 마무리한다. 한번 사과하고 상대가 이를 받아들이면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다. 신중하게 임하고 결정을 하고 나면 그에 대해 중언부언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도 승리와 성공의 경험이 거듭되면서 많이 바뀌는 양상이지만 아직도 한 사안을 매듭짓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제 그만 좀 하자. 아니 무슨 소리야 계속해’ 하는 웅성거림에 많은 국민이 지쳐 보인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에 대한 우리의 오랜 요구나 주장이 세상에 어찌 비칠지 별로 생각하는 일은 없지만 한일 간의 해묵은 문제에도 한 번쯤 생각해볼 대목이다. 역지사지도 양국 간 문화의 이해가 전제다.

[함께하는 인천] 카페의 ‘공습’

인천 영종도가 요즘 ‘빵지 순례지’로 떠오르고 있다. 해안과 야산 지대는 물론이고 염전, 교회 등이 ‘핫플’ 카페로 변신하면서 SNS에서 이색적이라는 입소문만 나면 순식간에 순례객들이 들이닥친다. 한국이 짧은 기간 세계 2, 3위 커피 소비 대국의 반열에 올라선지라 베이커리 카페가 식문화를 선도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연간 커피 소비량이 세계 평균 161잔의 2배인 1인당 362잔이나 되는 ‘커피 공화국’다운 모습이다. 정겨운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카페는 분명 삶의 활력소일 수 있다. 필자도 가족들과 자주 가는 편이다. 그렇지만 카페 유입 정도가 도시재생 성패를 가름하는 것처럼 여겨지고, 도시 거리는 고유의 모습을 버리고 대동소이해지고 있다. 서울 인사동, 북창동, 연남동, 성수동의 뒷골목은 카페로 점령당하다시피 했다. 부산 영도, 광주 동명동, 전주 한옥마을, 제주도의 다른 관광지도 마찬가지다. 영종도에서 뒤늦게 시작된 ‘카페 공습’이 지역 가치를 희석시키고 있어 부동산과 상업 논리가 섬 전역에서 판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20년 넘게 이어진 영종도 개발 흐름을 보면 안타까운 게 많다. 2001년 개항한 인천국제공항은 싱가포르 창이, 일본 도쿄 하네다 등 세계 최고 공항들과 어깨를 견주며 꾸준히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공항시설과 함께 천혜의 섬 자연환경, 풍부한 역사자원을 보유한 영종도는 한때 국가 성장동력 중심지로 지목됐다. 정부가 2000년대 들어 영종도, 송도, 청라지역을 경제특구로 지정해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후 영종도에 개발 붐이 일었다. 지역균형개발 논리에 밀려 정부 지원이 위축되긴 했지만 거대 민간투자사업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추진됐다. 2003년 미국 CWCK의 투자사업이 취소된 뒤 세계적 호텔·관광레저개발업체인 독일의 캠핀스키가 용유~무의도 국제관광단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단군 이래 최대 민간투자사업이라며 10년 가까이 허무맹랑한 개발계획을 발표했으나 실행된 건 하나도 없었다. 대형 개발사업이 신기루처럼 수없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이탈리아 밀라노를 들먹이며 서울 강남 코엑스의 6배 규모인 전시장과 한국 최대 규모의 호텔. 쇼핑몰, 유럽형 타운을 짓는 ‘밀라노디지인시티’를 조성한다고 했으나 공염불이었다. 미단시티에서 장기간 추진되는 카지노 복합리조트 조성사업은 지지부진하다. 또 인천공항 활주로와 공항시설에 필요한 흙 공급을 위해 해발 171m에서 47m로 깎은 용유도 오성산에 ‘테마도시’, ‘골프장’, ‘자동차경주장’을 유치하려다 아직 허허벌판이다. 영종도에서 첫선을 보인 부동산투자이민제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제 무슨 개발 소리만 나오면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처럼 여겨지게 됐다. 섬 전체가 카페로 도배질 당해도 할말이 없지 않은가. 인천시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손을 맞잡고 지역가치를 살릴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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