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인하대 학교 명예 되찾아야

인하대학교(仁荷大學校)는 우리나라 최초의 이민(移民)인 하와이 이민자들의 피땀과 나라사랑의 마음을 고스란히 보듬고 있는 대학이다. 1953년 하와이 교포들이 보내온 성금 15만 달러가 이 학교를 세운 직접적인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1902년 12월22일 제물포항을 떠난 뒤 1903년 1월13일 새벽 하와이 호놀룰루에 닿아 정착한 우리나라 최초의 이민은 86명이었다. 그리고 그 뒤 1905년 이민이 금지될 때까지 하와이로 이민을 떠난 사람은 모두 7천226명이다. 이들 대부분이 길거리에도 금이 깔려 있는 지상낙원이라고 소문이 난 미국으로 가면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순진한 믿음에서 마음을 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탕수수밭에서 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고된 노동에 아주 적은 임금, 백인 감독들의 횡포, 그리고 극심한 인종차별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비참할 만큼 힘든 생활 속에서 어렵게 번 돈을 조국의 독립운동에 기꺼이 내놓았다. 1918년에는 호놀룰루에 한인기독학원을 세워 광복이 될 때까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조국의 얼을 잊지 않도록 했다. 그 뒤 하와이 이민 50주년을 맞은 1953년, 그 기념사업의 하나로 이 학원 터를 팔아 얻은 15만 달러를 한국에 보냈다. 조국의 발전을 위한 공업고등교육기관을 세우는 데 보태 써달라는 뜻이었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박사는 1954년 이 돈에 민간 기부금과 정부 보조금을 더한 515만500달러로 인하대학교를 세웠다. 현재의 학교 위치도 이 대통령이 인천시내 후보지 몇 곳을 직접 답사한 뒤 정한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학교의 이름도 인천(仁川)의 인(仁) 자와 하와이의 하(荷) 자를 따서 인하(仁荷)라고 지었다. 당시에 하와이를 한자로 荷蛙伊라 썼기 때문이다. 한자 荷蛙伊는 그 글자들의 뜻과는 아무 관계없이 소리만 빌려 하와이라는 이름을 나타낸 것이다. 그 뒤로 인하대는 이런 사연에 보답하듯 꾸준히 성장해 국내 유수의 대학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 인하대가 요즘 교육부의 2021년 대학기본역량 진단평가 때문에 큰 혼란에 빠져 있다. 최근까지도 우수하다고 평가했던 교육부가 이번에는 갑자기 무척 낮은 점수를 주어 마치 부실한 대학과 같은 인상을 받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교수학생 등 대학 구성원은 물론 동문들과 많은 인천시민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평가 경위와 내용을 자세히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당연한 반발이고 요구인 만큼, 하루빨리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다시 이뤄져 인하대가 역사와 실체에 걸맞은 명예를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함께하는 인천] 친일 과잉의 시대

친일파는 일제강점기하에서 일제와 야합하여 그들의 침략약탈 정책을 지지하거나 옹호하며 추종한 무리 내지 우리 민족의 독립운동을 방해한 자들을 총칭해서 가리키는 말이다. 비록 우리 사회가 친일파를 제대로 척결하지 못한 원죄로 인해 아직까지도 친일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적어도 확실한 것은 사전적 의미의 친일파는 이미 죽어 세상에 없다는 것이다. 친일파의 후손조차도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라 그 재산을 회수할 수 있을지언정, 친일파라 손가락질하며 연좌제를 적용할 순 없다. 결국, 작금의 친일은 독도는 일본땅 내지 위안부는 자발적 성매매라는 왜곡된 역사인식을 가진 자들에게 붙일 수 있는 역사 앞에 진실되라는 국민의 회초리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친일이라는 낙인을, 역사왜곡이 아닌, 일본 내지 일본인 심지어 일본 문화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는 사람에게까지도 무분별하게 확대시키는 듯해 심히 우려스럽다. 특히 국민통합을 위해 애써야 할 정치권이 앞장서 이런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데, 그 단적인 예가 유명 맛 칼럼니스트인 황교익씨의 친일 논란이었다. 처음 황씨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됐을 때, 임명권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보은인사라는 비판부터 자질논란까지 황씨를 사이에 두고 여권 대권주자들 간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공공기관 사장이라는 공인에 이르기 위한 일종의 검증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갑자기 황씨의 친일논란이 제기되면, 이는 검증이 아닌 한 인간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쳐버릴 비수로 변모했다. 친일 낙인의 이유는 간단했다. 황씨가 과거 우리 음식이 일본의 아류라는 식의 발언을 한 전력이 있다며, 이를 두고 경기도가 아닌 도쿄관광공사에 적합하다는 사실상 친일파 공격을 한 것이다. 물론 이후 황씨의 대응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정치권에서 역사왜곡도 아닌, 음식에 대한 전문가로서의 견해와 일본 음식을 높이 평가한 기호의 영역에까지 굳이 친일의 잣대를 들이댄 건 분명 선을 넘은 것이다. 만약 동일한 잣대를 기준으로 한다면, 학창 시절 슬램덩크와 드래곤볼 같은 일본만화에 열광하고 만화는 역시 일본이라며 칭찬했던 필자 또래의 세대들 역시도 똑같이 친일이라는 비난을 들어야 하는 것이다. 친일(親日) 과잉의 시대, 친일의 대중화를 통해 정치권이 얻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고단한 민초들의 삶을 친일이란 잣대로 함부로 재단하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 달라. 그런 의미에서 오늘 필자의 저녁은 오랜만에 초밥이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함께하는 인천] 국력은 기업의 세계적 경쟁력

변변한 기업 하나 없어 국력이랄 것이 없었을 때처럼, 아직도 국민을 기쁘게 해주는 순간의 사건에는 환호하지만, 국가의 실질적 힘이 되어주는 기업의 성취에는 냉담하다. 혜택을 누리는 한정된 자들만의 리그라며 내가 포함되지 않은 기업의 성공에 칭찬은 없다. 불공정 덩어리인 양 타도를 외치면서도 기업에 사회적 공헌은 요구한다. 기업이나 개인 모두 사회적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만, 법적 책무가 아니고서야 강요받을 사항은 아니다. 기업은 자발적 판단으로 사회를 위해 공헌하고 사회는 그에 감사하는 모습이어야 한다. 어느덧 국가의 외교마저도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국가가 변변한 협상카드 하나 없어 늘 수세적 입장에서 임해온 외교관계에 이제는 써먹을 만한 카드가 생겨 힘을 받는 모습이다. 얼마 전 대통령의 방미 보도는 그간의 의례적인 것과는 달랐다. 미국이 한국기업의 영향력을 인정하여 그 도움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한미관계에서 국민의 어깨가 으쓱하는 순간의 역사적 탄생이다. 정적 대하듯 하던 대기업 덕에 한국 정부가 행세를 하는 모양새였다. 국력 없이는 어떠한 외교력도 발휘하기 어렵다. 기업의 경쟁력이 국력인 시대이다. 정치가의 총합보다 경쟁력 있는 기업 총수 하나가 국가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호시탐탐 노리는 강대국을 상대할만한 무기도 경쟁력 있는 기업 외에 없어 보인다. 한국에 대한 일본과 중국의 태도도 한국기업의 경쟁력에 달려 있다. 기업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 없어 사회 안정에 기업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언론도 예술과 스포츠도 기업 위에 존재한다. 국내 홍보라 해야 세계가 주 무대인 대기업에는 제한적이다. 기업의 몰락은 국가의 쇠락으로 직결될 수 있다. 대기업이 국가발전의 걸림돌인 양, 권력으로 옥죄고 있지만, 걸림돌은 다름 아닌 정치이다. 정치로 망한 국가를 늘 국민이 고통으로 이겨낸 한국사이다. 정부가 잘 몰라야 기업이 성공한다는 말이 있듯이, 한국기업의 오늘에 정부 역할은 미미하다. 정치권의 기여는 대기업의 발목을 잡지 않는 것 정도일 것이다. 기업의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한국에 어떤 형태의 기업이 세계적 경쟁력으로 이어질지 숙고해볼 대목이다. 폐허에서 먹고사는 일에만 매진해온 결과가 오늘의 한국이다. 그 과정을 들여다보지 않는 평가는 결과의 부정이다. 한곳만을 보고 달려오는 과정에서 드러난 공과가 있지만, 과보다 공을 살리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 과에 대한 자아비판적 사고에 매몰되지 말고 향후의 공정성에 눈을 돌려야 한다. 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침묵의 살인자’ 폭염

2021년 7~8월, TV 뉴스는 폭염(暴炎) 관련 보도로 도배를 한다. 폭염특보가 발효되어 낮 기온이 33~36도 이상 오르는 찜통 더위가 이어진다,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온다, 밤에는 열대야 현상이 나타난다, 올여름 전력수급 첫 고비 등 내용도 다양하다. 연일 폭염특보가 발효되는 가운데 전력 사용량과 발전량도 올여름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올해 폭염의 강도가 수천년에 한번 꼴로 발생할 정도로 매우 드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유엔(UN)은 코로나 다음으로 인류 대재앙은 폭염이라고 하면서, 이러한 기후변화가 대규모 사망을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상전문가들은 폭염의 원인으로 열돔 현상을 지목한다. 열돔 현상은 지상 5~7㎞높이의 대기권 중상층에 발달한고기압이 정체하거나 아주 서서히 움직이면서 뜨거운 공기를 지면에 가둬 더위가 심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고기압에서 내려오는 뜨거운 공기가 마치 돔(반구형 지붕)에 갇힌 듯 지면을 둘러싼다고 해서 붙은 명칭이다. 이러한 패턴이 오래갈수록 폭염도 길어지고, 기온 또한 나날이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자연재난 중폭염을 가장 무서운 재난으로 꼽는다. 폭염은 소리없이 왔다가 소리없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명까지 붙었을까. 그럼에도 폭염의 발생과 소멸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의 재난에 대한 정의에는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이 있다. 재난이란 국민의 생명신체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자연재난에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태풍, 홍수, 가뭄, 지진 등이 있지만 폭염이 자연재난에 포함된 것은 2018년 9월이다. 폭염의 발생으로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었음에도 기상청이 폭염을 기상특보에 도입시킨 2008년보다 10년이 늦은 뒤였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기본이념인 재난을 예방하고 재난이 발생한 경우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기본적 의무라는 것을 소홀히 한 것임이 분명하다. 폭염 피해는 폭풍우나 지진 등과 달리 조용하게 사람을 비롯해 동식물들의 생명을 앗아간다. 경제적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악영향을 미치지만 피해액으로 산정하지 못하고 있다. 폭염 피해를 돈으로 환산한다면 천문학적 수치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도 기후변화로 폭염이 일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국민들과 정부에서는 폭염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다. 폭염은 사람의 목숨도 앗아가지만 도시도 파괴시킨다. 그래서 폭염에 대한 예방대비책이 더 절실하다. 김진영방재관리연구센터 이사장

[함께하는 인천] 공공언어 개선 노력, 널리 퍼져나가길

인천 남동구가 최근 공공언어 개선을 위한 시민 제보 창구를 열었다. 어렵고 딱딱한 행정용어들을 쉽고 고운 우리말로 바꿔 쓰자는 뜻이다. 구는 구청 홈페이지 소통과 참여란에 공공언어 개선제보 창을 만들어 어떤 용어가 문제가 있는지 제보를 받고 있다. 각 동의 행정복지센터에서도 제보를 받는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모이는 용어들은 인하대학교 국어문화원에서 전문가들의 점검을 받는다. 거기서 새로운 대안이 나오면 앞으로 그 말을 사용하게 된다. 이 창구가 왜 생겨야만 했는지는 행정기관들이 민원서류 양식이나 안내문홍보물 등에서 습관적으로 쓰는 단어와 문장 몇 개만 보아도 금세 알 수가 있다. 담배 무단투척 금지(담배꽁초 버리지 마세요), 익일(다음 날), 부스터 샷(추가 접종), 스마트관광도시(첨단기술 관광도시), 수목식재(나무심기), 척사대회(윷놀이대회), 음용수(마시는 물), 비산먼지(날림먼지), 송도 워터프론트사업(송도 해안 개발사업), 클린업 데이(대청소의 날), 에코 프리 학교(금연 실천 학교), 그린 파킹(내 집 주차장 갖기-그린 파킹의 내용이 이런 것이다), 컴팩스마트시티(도시계획관의 이름이 이렇게 바뀌었다), 수분을 제거한 뒤 쓰레기를 배출합시다(물기를 빼고 쓰레기를 내놓읍시다). ()안의 해석처럼 훨씬 쉽고, 그래서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나 문장이 얼마든지 있는데도 굳이 알아듣기 어려운 말들을 마구 쓴다. 개인이라면 이것이 유식하게 보이고 싶어 하는 열등감의 다른 표현일 뿐이니 그저 웃어 넘겨도 되지만 행정기관은 다르다. 시민들이 그 내용을 잘 몰라서 손해를 보거나, 그 행정 내용이 잘 지켜지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초등학생도 알 수 있을 만큼 쉽고 간략하게 말과 글을 써야하는 곳은 행정기관만이 아니다. 경찰검찰법원에서 쓰는 법률 용어, 병원의 진단서, 예금이나 보험 같은 각종 계약의 약관 등 사람들의 일상과 깊게 관계된 모든 것들이 해당된다. 이런 내용을 어렵고 모호하게 표현한다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책임을 고스란히 피해자에게 덮어씌우려는 것 같은 꿍꿍이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쉬운 말과 글을 쓰도록 사회 환경을 바꾸는 일은 시민 각자가 스스로의 권리를 지켜내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마침 그 첫발을 뗀 이번 남동구의 공공언어 개선 제보에 남동구민뿐 아니라 인천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많이 참여해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노력이 다른 곳, 다른 기관 모두에게로 널리 퍼져나가길 간절히 바란다.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함께하는 인천] 짝퉁이 판치는 세상, ‘배드파더스’는 울고 싶다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 1993년 공전의 히트를 친 세상은 요지경의 노래가사 중 일부이다. 여기서 짝퉁 내지 짜가의 사전적 의미는 가짜나 모조품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대표적으로 유명 의류나 가방 브랜드의 상표나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제품을 의미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 하지만, 짝퉁은 그 범위를 벗어난 원조가 피와 땀으로 이룬 성과에 숟가락을 얹거나 아예 이를 가로챈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크다. 최근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배드파더스의 짝퉁이 나타나 사회적 공분을 얻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배드파더스를 검색하면 (배드파더스)나쁜아빠들이라는 모방 사이트가 최상단에 표시된다. 이 사이트는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정보는 물론 원조 배드파더스 활동을 다룬 기사들까지 소개하며 원조와의 구별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해당 사이트에서는 이미 bad fathers로 상표권 등록까지 마쳤다고 한다. 하지만 짝퉁은 짝퉁일 뿐, 원조가 가진 깊은 손맛까지 낼 수 있을지 묻는다면, 필자는 단호히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양육비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던 시절, 원조 배드파더스는 양육비가 사인 간 채권채무관계가 아닌 아이의 생존권과 직결되었음을 주장하며, 이 문제를 사회의 중심의제로 끌어올렸고, 그 결과 양육비 미지급 부모에 대한 신상공개면허정지출국금지 등 간접강제 방안을 입법화시키는 쾌거를 올렸다. 원조가 쌓아온 그간의 명성과 성과, 각종 고소고발을 당하며 양육비 문제 해결을 위해 힘써온 역사를 생각한다면, 감히 짝퉁이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있는 것이다. 물론 상표등록을 하지 않았더라도, 국내 수요자들에게 널리 인식된 상표나 상호를 사용할 경우에는 상표법 위반이 되어 상표등록이 취소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원조 배드파더스의 법적 대응 역시 가능하지만, 위법 여부를 떠나 이번 모방 사이트는 원조의 이름값에 무임승차한다는 점에서 짝퉁이라는 불명예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오는 10월이면 원조 배드파더스는 폐쇄된다. 배드파더스의 순기능적인 역할이 제도권으로 편입된 만큼 더 이상 존재 이유가 없다는 구본창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얼마 후면 원조는 사라지고 짝퉁만 남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문득 세상은 요지경의 노래구절이 떠오른다. 인생 살면 칠팔십년 화살같이 속히 간다. 정신차려라. 요지경에 빠진다. 이승기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함께하는 인천] 대통령의 일본 방문과 관련하여

한일관계가 파탄상태이다.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과거사에, 오염수 해양 방류, 올림픽의 독도 표기 문제까지 갈등은 증폭되고만 있다. 정상회담으로 일거에 해결할 한일관계가 아닌데, 느닷없는 대통령의 방일 소식에 국민은 귀를 의심했다. 한일관계를 개선하려면 그에 맞는 일련의 행위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과정들이 없었다. 올림픽 축하를 위한 단순 방문이라도, 일본이 원치 않는데 명분도 없고 자존심에도 반하는 일이다. 많은 국민은 선수들의 올림픽 참가조차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올림픽이 없다고 즐길 스포츠가 없는 것도 아니고, 스포츠가 목숨 걸만한 중요사안도 아니다. 어느덧 스포츠가 정치문제와 얽혀 양국 간 대립을 격화시키는 도구로 변질되고 있다. 일본은 한일 간 합의가 이행되지 않는다며, 굳이 정상회담을 한들 한국 국민의 저항에 부딪히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 것을, 한국이 알아서 하라는 태도이다. 정부는 국가를 대표하여 협정이나 합의 등의 외교 행위를 하는 것이다. 일부 국민이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더라도 합의 당사자인 정부는, 이전 정부의 잘못된 약속이라도 이어받아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 국민을 다독이든 일본과 머리를 맞대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든 해야 할 정부가 아무 책임질 일이 없다는 듯이 국민 뒤에 숨어 있다. 대통령은 한일관계에 한국의 책임도 말할 수 있어야 하며, 국민의 역사관도 미래 지향적으로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런데 현 정부와 여당은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사고를 과거로 회귀시키고 있다. 한일간의 미래를 위해 부정적인 생각도 긍정적으로 바꿔가야 할 일인데, 걸핏하면 친일파, 토착 왜구 등의 단어를 입에 담으며, 친일 프레임을 씌운 집단적 매도를 유발시키고 있다. 한국도 잘못이나 실수를 범할 수 있다는 선에서 한일관계를 봐야 한다. 일본의 선과 악을 구별해서 말해야 한다. 역사문제와 기타문제를 분리해서 대응하자고 말하지만, 그러려면 비 역사문제에 협력적 태도도 보여야 한다. 한일 간 문제가 모두 일본의 잘못이라면 일본과 굳이 외교관계를 이어갈 이유는 없다. 양보 없는 타협은 불가능하다. 김대중 정부는 문화개방에 활발한 교류도 이어가며 한일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썼다. 일본인이 인정하고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기억된다. 노무현 정부도 청구권 협정을 들어 징용피해자 문제에 한국 책임을 일부 인정하며 양국 관계를 무리 없이 이끌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적통 잇기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 문재인 정부이니 전직 두 대통령의 대일외교를 잘 이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여름철 집중호우

7월에는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는 소서(小暑)가 있다. 24절기 중 하나로 작은 더위라고도 불리지만 소서를 전후하여 잦은 집중호우로 많은 인명과 재산손해를 입기도 한다. 집중호우란, 사전적 의미로는 시간과 공간의 규모와 관계없이 많은 비가 연속적으로 내리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짧은 시간 동안 좁은 영역에 일정량 이상의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는 것을 말한다. 학문적으로 명확히 정의하지는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시간당 30㎜ 이상, 하루에 80㎜ 이상, 연평균 강수랑의 10% 이상이 하루에 내릴 때 통상 집중호우라는 용어를 쓴다. 기상청에서는 집중호우가 예상되거나 강우 상태를 수집분석하여 3시간 강우량이 60㎜ 이상, 12시간 강우량이 110㎜ 이상 예상될 때 호우주의보를, 3시간 강우량이 90㎜ 이상, 12시간 강우량이 180㎜ 이상 예상될 때 호우경보를 발령한다. 북쪽 오호츠크해기단과 남쪽 북태평양기단의 영향으로 장마전선이 형성되면 곳에 따라 집중호우가 빈번하다. 일반적으로 장마전선의 폭은 1천㎞에서 수천km까지 걸쳐 있다. 여러 날 동안 지속되며 폭넓게 중위도의 날씨 변화를 지배한다. 집중호우는 예상치 않은 곳에 쏟아지기도 한다. 1998년 수도권 전역에 국지적 집중호우로 엄청난 손해를 입고 있었을 때 매스컴에서는 게릴라성 집중호우라는 용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게릴라의 뜻은 스페인어로서 소규모 전투 라고 한다. 나폴레옹이 스페인 원정 당시 스페인 사람들의 무장저항을 게릴라라고 부른 데서 비롯되었다. 게릴라 전술은 예고나 선전포고 없이 소규모 전투병들이 매복해 있다가 적군에게 타격을 입히는 전술이다. 게릴라성 집중호우는 대기가 몹시 불안정하거나 북쪽의 한랭전선이 여름에 남하했을 때 소규모로 생긴 비구름대가 갑자기 엄청난 비를 퍼붓는 경우다. 게릴라성 집중호우는 언제 어느 때 어느 곳에 올지 예측할 수 없다. 또한 비가 오는 시간도 굉장히 짧고 그 짧은 시간 내 엄청난 양의 비가 내리기 때문에 막무가내 피해를 준다. 지난 7월 6일 광주전남지역에 게릴라성 집중호우로 산사태와 하천이 범람하여 2명이 숨졌다. 곳곳이 물바다로 변해 시설물 파손 및 침수가 잇따랐고 하늘길, 바닷길과 철로가 일부 막혀 교통 차질도 빚어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집중호우는 럭비공과 같다. 어디로 튈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괜찮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그간 예방대비에 치중했다면 이제부턴 대응복구를 잘해야 한다. 집중호우는 예고 없이 오기도 하지만 재해에 취약한 곳을 파고들기 때문이다. 집중호우 대응의 1차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것을 주지해야 한다. 정부와 모든 국민이 불청객인 집중호우에 예의주시하여 가능한 한 인명피해를 막아야 한다. 김진영방재관리연구센터 이사장

[함께하는 인천] 진정한 물의 도시 인천이 되기를

인천은 물의 도시다. 인주(仁州)라 불리던 이름이 조선 태종 때 인천(仁川)으로 바뀐 것도 물川, 곧 바다가 있는 고을이어서였다. 하지만 요즘 섬 지역을 뺀 인천에서 물을 제대로 보고 느끼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 해안의 거의 대부분이 담이나 철책으로 막혀 있기 때문이다. 바다를 막아놓은 가장 큰 이유는 안보(安保)와 보안(保安)이다. 북한과 가까운 지리적 상황, 항구와 같은 국가적 중요시설의 안전 때문이니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아쉬움을 다 떨쳐버릴 수는 없다. 명색이 항구도시인데 마음이 동할 때면 언제든 바닷가에 나가 손발을 담그고 확 트인 풍광을 느껴볼 길이 없는 것일까. 해질 무렵 부두의 벤치에 느긋이 기대앉아 멀리 떠나는 배들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볼 수는 없는 일인가. 인천시민으로 이런 아쉬움을 안고 산 지 무척이나 오래됐다. 인천시와 여러 시민단체가 모여 만든「시민정책 네트워크」가 요즘 인천 앞바다 해안 철책의 철거정비 사업을 정책 과제로 삼아 추진하는 것을 보면 이런 아쉬움이 혼자만의 것은 아님이 분명하다.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요즘 10년이면 예전 100년이라는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니다. 특히 첨단기술은 일반인들이 상상도 못할 만큼 그 수준이 높아졌고,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계속 발전하고 있다. 그런 만큼 안보와 보안의 개념이나 방식도 시대에 맞춰 바꿔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저 담을 높이 쌓고, 철책을 치고, 무작정 사람들이 못 다니게 막는 것보다 훨씬 세련되면서도 효율적인 방식이 없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다가 아직 멀리 있는 형편에서, 물과 관련해 요즘 들린 반가운 소식은 「굴포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이다. 지난달 착공식을 가진 이 사업은 굴포천 중상류를 덮고 있는 도로를 걷어내 원래의 개천 형태를 되찾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개천에 맑은 물이 흐르도록 해서, 서울의 청계천처럼 시민들에게 예쁜 휴식공간으로 돌려주려는 사업이다. 굴포천 살리기 운동 시민모임이 20여 년 전부터 벌여 큰 성과를 거둔 생태하천 만들기 사업의 두 번째 단계이다. 첫 단계가 썩은 물에 찌들고 냄새나던 하천을 물고기가 살고 철새가 날아들도록 바꿔놓았으니 이번에도 멋진 성과를 거둘 것이다. 시는 이와 함께 역시 도로로 덮여있는 승기천의 미추홀구 일부 구간에 대해서도 도로를 걷어내는 복원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런 일들이 잘 마무리돼서 바다와 하천이 열리는 날, 비로소 인천은 진정한 물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함께하는 인천] 국회엔 ‘월급루팡’이 있다

프랑스 추리소설 주인공인 괴도신사 아르센 루팡은 등장 자체로 큰 충격이었다. 코난 도일의 셜록홈즈를 비롯한 기존의 추리소설들은 정체불명의 범인을 상대로 미궁과도 같은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사소한 단서를 토대로 범인을 추적하기까지의 과정과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독자들이 느끼는 전율은 추리소설만이 줄 수 있는 감동 그 자체였다. 하지만 루팡은 달랐다. 루팡의 정체는 만천하가 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루팡은 기상천외한 절도행각을 벌이고는 탁월한 변장술과 트릭으로 유유히 범죄현장을 빠져나간다. 누가 범인인지 알지만, 누구도 잡을 수 없는 역사상 최고의 도둑이 탄생한 순간이다. 그리고 이런 루팡이 월급과 결합해 월급루팡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월급루팡은 제대로 일은 안 하면서 월급만 꼬박꼬박 받아가는 사람을 말한다. 일상에서는 주로 하는 것 없이 바쁜척하거나, 동료에게 일을 미루는 얄미운 사람을 뜻하지만, 최근 전 국민의 분노를 유발하는 월급루팡이 나타났다. 지난 4월 이스타항공의 500억대 회사자금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무소속 이상직 의원이 주인공이다. 이 의원은 지금 2달째 구치소에 수감중이지만, 수감기간에 매월 기본수당과 입법활동비로 1천만원 상당의 세비를 꼬박꼬박 받고 있다. 국회나 지역구가 아닌 구치소에 있음에도, 매월 세비를 지급받은 이유는 간단하다. 현행법상 국회의원은 아무리 중한 범죄로 구속돼도, 세비를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대법원에서 당선 무효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하기 전에는 이런 불합리는 계속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미 수차례 같은 문제가 반복됐음에도 관련 입법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굳이 무노동무임금 원칙이나 공직자의 청렴의무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눈앞에 있는 월급루팡조차 방치하는 작금의 국회를 어떻게 봐야 할까? 혹시 알량한 동업자정신이 발휘된 것인지, 아니면 이 역시도 국회의 특권이기에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인지 사뭇 궁금하다. 물론 루팡은 귀족이나 자본가의 저택을 대상으로 절도행각을 벌였지만, 국회는 국민의 혈세로 피의자피고인의 곳간을 채워준다는 점에서 감히 비교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국회엔 월급루팡이 있다. 그리고 그 해결책 역시 국회가 가지고 있다. 셜록홈즈같은 유능한 명탐정이 될지, 눈앞에서 범인을 놓치는 루팡 속 무능한 경찰이 될지.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함께하는 인천] 장마

장마란 여름철에 여러 날 동안 계속해서 내리는비, 혹은 이를 가리키는 현상을 말한다. 장마의 순수 우리말은 오란비이다. 오래란 뜻의 고유어 오란과 물의 고유어 비가 합쳐진 말이다. 장마는 따듯한 공기인 북태평양 고기압과 찬 공기인 오호츠크해 고기압 사이에 만들어진 정체전선 상에서 활성화된다. 북쪽과 남쪽 공기의 온도와 습도가 다를수록 더 격렬하다. 특히, 오호츠크해 기단이 기승을 부리면 강한 비가 내린다. 통계에 의하면 장마는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6월 20일 전후를 시작으로 7월 25일 전후로 종료된다. 이 기간에 비만 계속 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비가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하면서 70㎜가량에서 많게는 1천100㎜가 넘는 강수량을 기록하는 경우도 있다. 2020년 장마는 그간 최장인 2013년 49일 기록을 갈아 치웠다. 기후도 예년과 달리 북쪽은 더 차고 건조해지고, 남쪽은 더 뜨겁고 습해졌다. 기상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면적의 20배가 넘는 북극의 얼음이 녹아 북극의 기온이 급상승했고, 뜨거워진 공기는 더 강한 고기압을 만들어 북극의 찬 공기를 아시아 내륙 깊숙이 퍼 나르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장마 기간도 길었고 강수량도 많아 엄청난 피해를 안겨준 최악의 장마로 꼽혔다.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는 장마에 예방대비도 중요하지만 장마가 닥쳤을 때의 시기적절한 대응도 잘 해야 한다. 기상청과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섬진강댐 기습방류로 하류지역인 남원, 구례, 하동 화개장터가 침수되고, 용담댐 방류로 금산지역이 직격탄을 맞았다. 기상청은 오보청이 되었고, 수치모델해상도가 낮아 예보에 한계가 있었다고 장비 타령을 했다. 오보를 할 때마다 늘어놓는 변명에 국민은 속아 넘어가는데 이력이 나 있다. K-water도 핑계 대기에 급급했다. 지방정부도 한몫했다. 부산 동천을 범람 시켰다. 물길을 막아 범람을 자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부산 초량제1지하차도 침수로 3명이 사망한 피해도 부산시 재난안전대책본부의 안이한 대응이 여실하다. 교통통제지침과 재난메뉴얼 어느 것 하나 작동된 게 없다. 정부지침과 시스템을 부산시가 무시한 처사다. 올해 여름철도 만만치 않다. 이웃 일본은 장마가 시작됐다. 이 장마의 영향으로 장마 시작일이 당겨질 수도 있다. 2020년은 기후변화가 이상기상으로 빈번히 나타난다는 것을 확실히 알려준 해였다. 올해도 봄부터 잦은 강수, 고온과 같은 이상 기후가 계속되고 있다. 2020년 장마를 반면교사로 삼아 홍수는 물론 폭염, 가뭄까지도 살펴보는 세심함이 필요할 때다. 이상기상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김진영 방재관리연구센터 이사장

[함께하는 인천] 등록문화재 제도 잘 활용되길

1960년대 어린이 시절에 몸이 약해 잔병치레를 했다. 그럴 때마다 부모님 손에 끌려 자주 다녔던 병원이 집에서 가까운 중구 경동의 자선소아과였다. 그때 원장님은 좋은 대학을 나와 외국 유학까지 한, 젊고 아주 실력이 좋은 의사라고 지역에 이름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뒤 몸이 건강해지고, 중구를 벗어나 다른 동네로 이사까지 해서 이 병원을 찾을 일이 없이 수십 년을 보냈다. 다만 가끔 신포시장 주변에 갈 일이 있으면 일부러 그 병원 앞을 지나며 옛일을 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수년 전 어느 날 오랜만에 신포동에 나갔다가 이 병원이 건물째 없어지고 그 자리에 주차장이 들어선 것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골목을 잘못 찾았나 했다. 사실을 알고 나서는 엄청 큰 추억 하나가 가슴 속에서 쑥 빠져 사라진 듯한 허탈함이 찾아왔다. 그 시절 자선소아과를 다녔던 시민이 적지 않을 테니 이런 감정을 느낀 이가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며칠 전 인천시가 4건의 등록문화재 후보를 선정했다. 자유공원에 있는 100살이 훨씬 넘은 플라타너스 나무, 송학동의 옛 시장관사, 옛 수인선 협궤(狹軌) 증기기관차와 협궤 객차이다. 2019년 「시도 등록문화재 제도」가 생긴 뒤 인천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등록문화재는 국보보물사적천연기념물중요민속자료 같은 지정문화재에는 못 미치지만 그 보존가치가 인정되는 건축물이나 문화예술작품역사유적 등의 근대문화유산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이 마구잡이 개발 사업이나 무관심에 떠밀려 속절없이 사라지는 일을 막기 위해 지정관리토록 한 것이다. 자선소아과가 인천 최초의 전문 소아과였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건물이 남아있었다면 그 대상이 될 만했을 것 같다. 이미 헐려 없어진 조일양조장이나 신일철공소, 비누공장 애경사 건물은 더욱 그렇다. 요즘은 인천도시산업선교회 건물이나 미쓰비시 줄사택이 그런 것처럼 철거냐 보존이냐 하는 논란은 앞으로도 곳곳에서 계속 일어날 것이다. 근현대 문화유산의 보존 가치에 대한 평가는 보는 눈에 따라 얼마든 다를 수가 있다. 어찌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어찌 보면 아주 소중한 것이 되기도 한다. 그러하기에, 조금이라도 보존 논란이 생긴 것이라면 없애기 전에 한번은 더 신중하게 시민들의 뜻을 물어보는 절차를 거쳤으면 한다. 시간이 좀 더 걸리고 번거롭더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문화도시, 문화시민다운 자세일 것이다. 무엇보다, 없애는 것은 언제든 없앨 수 있지만 일단 없어지면 다시 원래대로 살려내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하니까.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함께하는 인천] 2차 가해 만연한 軍, 성역은 없다

특수부대 예비역들이 팀을 이뤄 결전을 벌이는 밀리터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실전 훈련을 방불케 하는 그들의 대결은 인간이 군생활을 통해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감동을 주고 있다. 예비역들이 각 부대의 명예를 걸고 진지한 진검승부를 벌이지만 그 안에는 대본도 없고, 특수효과도 없다. 오직 땀과 피로 이루어진 그야말로 날 것 그대로의 감동인 거다. 어쩌면, 이 감동의 이면에는 20대 청춘을 온전히 군(軍)에 바친 그들의 숭고한 선택에 대한 리스펙이 깔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예비역 신분임에도 아직까지 대한민국과 군에 대한 충성심을 오롯이 간직한 그들의 뒤통수를 치는 사건들이 군대를 사회적 공분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 특히 최근 공군 부사관의 안타까운 죽음을 둘러싼 논란은 국방부 시계가 거꾸로 도는 것이 아닌 아예 군부독재 시절의 그것에 멈춰 있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된다. 군대 내 성추행 사실만으로도 심각한 범죄지만, 더 큰 문제는 그에 대한 군(軍)의 대처였다. 해당 부사관은 회식자리에서 선임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자 다음날 이를 신고했다. 하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했고, 그 사이 주위 상관들은 피해자 보호 매뉴얼에 따르는 대신 없던 일로 해주면 안 되겠느냐라며 회유를 시도했고, 가해자는 용서해 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며 자해 협박을 하는 등 마치 맡겨놓은 물건 찾아가듯이 떳떳하게 합의를 강요하기도 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군대용어로 피아식별이 되지 않는 아사리판이 돼버린 것이다. 이후 회식을 함께한 상급자가 가해자를 선처해달라며 탄원서를 제출하며 주변 상황이 가해자 중심으로 흘러갔고, 이를 견디지 못한 피해자가 쫓겨나듯 다른 부대로 옮기게 됐다. 결국 해당 부사관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하루 동안 20만이 넘는 국민이 동의하자, 갑자기 국방부가 직접 나서 철저한 수사를 약속하고, 해당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까지 속전속결로 청구되는 불쾌한 마법이 일어났다. 부디 철저한 수사를 통해 가해자에 대해 엄벌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또한 상명하복의 폐쇄적인 전근대적인 군대문화 뒤편에 숨어,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하던 2차 가해자들에 대해서도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우리 군이 현역 부사관을 죽음으로 내모는 순간에도, TV 속 예비역들은 소속 부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씁쓸한 현실, 부디 국방부에 걸린 시계를 아예 새로 교체하길 권한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함께하는 인천] 고통 함께하는 국민에 감사해야

한반도에 살면서 겪어야 했던 시련의 역사 속에서 그를 이겨내기 위한 몸부림이 몸에 밴 것인지, 우리는 억압이나 피해에 반응하는 강한 DNA를 가진 듯한 행동이 많다. 이미 한국은 패배보다 승리가 많은 국가로 위상 또한 낮지 않다. 일부 기업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어 부러움을 사기도 타도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위용을 뽐내고 있다. 부자나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 한국을 부러워하여 한국을 배우고 한국인과 사귀고 싶어 한다. 이쯤 되면 우리도 슬픔을 대범하게 승화해내는 DNA를 갖출 시기이다. 한국인은 타인의 한을 자신의 일인 양 동참하며 곧잘 함께한다. 참으로 고마운 일로 그런 국민이 있어 피해로 고통받는 자들이 힘을 낼 수 있으며, 사회의 부조리도 개선되어 간다. 국민의 동참은 같은 마음을 표출하는 화합으로, 화합은 사회 안정과 국가 발전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이젠 사회가 변하고 있어, 아픔의 표출이나 그 동참에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피해자의 아픔에 국민이 동참으로 화답한다면 피해자는 아픔을 떨쳐버리려는 노력으로 화답해야 한다. 억울한 일에 동참해준 국민이 있어 사태 해결에 나설 수 있었다면, 그런 국민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경우에도 일의 매듭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받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니, 더 이상의 도움은 폐가 된다는 마음으로 시기를 보아 그간의 고마움을 전하고 자신들의 일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간 한국에서 발생한 참담한 사건들에 온 국민이 함께 해왔다. 하지만 국민의 동참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습관이 없었다. 그것은 적당한 때에 사태를 일단락짓는 모습일 것이다. 한 사건에 국민을 너무 오래 잡아두지 말고 일상으로 돌려보내, 국민이 피로해 하거나 불필요한 반응을 보이거나 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재해가 많은 일본도 인명피해가 끊이지 않는다. 천재가 아닌 인재도, 억울한 사건 사고도 많다. 역시 국민이 함께 피해자를 돕고 위로한다. 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더 이상의 조력을 사양하며 일단락되기를 원한다. 억울함이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을 위한 타인의 도움이 폐가 된다는 의식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피해를 슬퍼하면서도 일에 매듭을 지어 폐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어려움에 함께 싸워주는 국민에게 맺고 끊는 행동을 보여야, 국민도 피해자와 언제라도 함께할 수 있는 것이다. 나를 돕는 타인에게 어떤 감사의 표현이 있어야 할지 한숨 돌려 생각해볼 대목이다. 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방재의 날

가정의 달인 5월은 필자에게 남다르다.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움보다 어떤 재난이 닥칠까부터 걱정 한다. 정부는 자연재해 대비를 위해 5월15일 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5월25일을 방재의 날로 정하여 종합점검을 하고 있다. 이와 아울러 재해 예방의 중요성에 대한 대국민 홍보와 방재의식 제고를 위해 5월24일부터 5월28일 기간을 방재주간으로 운영한다. 필자는 사회의 첫발을 건설부(현, 국토교통부)에 디뎠다. 그것도 수자원국 하천계획과다. 첫 보직이 태풍과 홍수로부터 국토와 국민의 생명을 담보하는 직업을 갖게 된 것이다. 여름철 자연재해는 홍수와 태풍으로 점철된다. 재난역사를 보면 홍수로는 1925년 을축년대홍수가, 태풍은 1959년 태풍 사라가 우리에게 최대 피해를 안겨준 재난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1961년에 하천법을 제정하여 하천정비를 체계화했고, 1967년에 풍수해대책법(1995년에 자연재해대책법으로 전면 개정)을 제정하여 자연재난에 대비하기 시작하였다. 방재의 날은 풍수해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하기 위해 지정된 법정기념일이다. 정부와 국민의 관심을 유도하여 방재의식을 확산시키기 위하여 전국적 행사로 진행한다. 방재의 날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이웃하고 있는 일본은 1923년 9월1일에 발생한 관동대지진을 계기로 매년 9월1일을 방재의 날로 정하고 연례행사를 치르고 있다. 일본은 풍수해보다 지진이 빈발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UN(국제연합)은 어떤가. UN에서 1989년 12월22일 총회가 열렸다. 매년 10월 둘째주 수요일을 세계자연재해 경감의 날로 지정하고 1990년을 자연재해 경감을 위한 10개년계획 기간으로 정했다. 대한민국도 UN 권고에 따라 1991년 9월17일에 UN에 가입하였고, 1994년에 우기철 이전에 풍수해 경감을 위하여 5월25일을 방재의 날로 지정했다. UN 산하에 UN-ISDR(재해경감을 위한 국제적 전략기구, 본부:스위스 제네바)이 있다. 동북아 국가들의 재해경감 활동 조정 및 상호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설립된 동북아사무소를 인천 송도 G-TOWER에 유치하였다. 5월은 가정의 달이고 방재의 달이다. 가정의 달과 맞물려 재난대비를 소홀히 할 수 있다. 재난안전에 종사하는 관계기관은 국민들이 안전하게 가정의 달을 보낼 수 있도록 세심한 관찰과 배려가 요망된다. 재난방송 주관사는 재난대비 대국민 행동요령을 자주 친절하게 방송해야 한다. 재난안전 종사자와 국민에게 만연된 안전불감증을 일깨워 스스로가 내 나라, 내 가족은 내가 지키게 해야 한다. 자연재해 예방대비는 정부만의 몫이 아니다. 재해의 1차 책무는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바로 나 자신부터 대비해야 한다. 김진영 방재관리연구센터 이사장

[함께하는 인천] 신성한 땅 검단 밀려나나

다음 달 입주를 시작하는 인천 서구 검단(黔丹) 택지개발사업지구의 입주예정자들이 택지지구의 이름을 바꾸려 하고 있다. 검단지구 또는 검단신도시로 불리고 있는 이름을 바꾸고자 하는 것이다. 예전에 입주예정자들을 대상으로 벌인 새 이름 후보 투표에서는 아라신도시가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고 한다. 인근에 있는 경인아라뱃길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경인아라뱃길 홈페이지에 따르면 아라는 우리 민요 아리랑의 후렴구 아라리오에서 따온 말이다. 따라서 그 뜻은 명확히 설명할 수가 없다. 그야 무엇이든, 검단이라는 이름을 바꾸려는 이유로 이런저런 말들이 들린다. 이는 굳이 옳고 그름을 따질 일은 아닐 것이고, 주민들이 원한다면 지금의 이름을 고집할 이유도 없을 것 같다. 다만 검단으로서는 자신의 이름을 바꾸려는 것에 섭섭함이 클 듯하다. 그 뜻 때문이다. 우리 옛말에 신(神)이나 그 정도로 신성하고 높은 존재를 뜻하던 이라는 단어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이 단어는 시간이 흐르면서, 지역에 따라 여러 변형을 만들어 냈다. 감, 검, 곰, 굼, 금, 고마, 가마, 가모, 거미, 거물 등이 그것이다. 북한에 있는 개마고원의 개마도 이에 해당한다. 우리 민족의 영산(靈山) 백두산도 이와 같아서 개마대산이라는 다른 이름을 갖고 있다. 신성하고 큰 산이라는 뜻이다. 현대 일본어에서 신(神)을 뜻하는 가미도 고대에 이 단어가 우리나라에서 건너가 생긴 말로 본다. 이곳 검단의 검도 그렇다. 이 동네와 주변에서 지석묘가 많이 나오고, 하늘에 제사를 지낸 흔적을 지닌 땅 이름들이 있는 것이 그 근거이다. 따라서 이 검은 순 우리말인데, 한자로 표현하면서 뜻과는 관계없이 발음이 같은 黔자를 썼다. 또 단(丹)은 마을이나 골짜기를 뜻하는 우리말 골을 나타낼 때 종종 쓴 한자이다. 그러니 이곳 검단은 골, 즉 신성한 마을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부족장과 같이 신분이 높은 사람이 살면서 다스리고, 하늘에 제사를 지낸 신성한 땅인 것이다. 검단이라는 이름을 가진 땅은 우리나라에 100여 곳이나 된다. 그 뜻은 이곳처럼 신성한 땅으로 해석되는 곳도 있고, 뒤(북쪽)에 있는 동네 등으로 달리 해석되는 곳도 있다. 어쨌든, 검단신도시는 머지않아 아라신도시나 또 다른 어떤 이름으로 바뀔지 모른다. 그러더라도 검단의 뜻만은 기억해 주면 좋겠다. 검단이 너무 서운해 하지 않게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함께하는 인천] 이제, 국방부의 시간

지난달 21일 한 장병이 SNS에 한 장의 도시락 사진을 올렸다.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밥과 반찬이라고는 몇 조각의 김치와 장아찌, 두스푼 정도의 닭볶음이 담긴 충격적인 비주얼은 흡사 1950년대 보릿고개 시절을 연상케 했다. 혹시 다이어트 식단인가 싶었지만, 놀랍게도 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장병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의무 격리되는 동안 제공받은 실제 도시락이라고 한다. 하지만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다른 부대 장병들이 올린 SNS 속 사진과 경험담은 이게 과연 실화인가 싶을 만큼 더욱 처참했다. 밥에다 김과 햄이 전부인 도시락부터 장병 120명이 햄버거빵 60개를 일일이 쪼개 나눠먹었다는 글까지, 명색이 세계 10대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에서 20대 국군장병들이 먹고 사는 문제를 걱정하며 고민을 토로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격리 장병을 폐가 수준의 시설에 머물게 하고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 더러운 이동식 간이화장실을 이용토록 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과연 이게 군복무인지 포로생활인지 헷갈릴 지경까지 이르렀다. 심지어 육군훈련소에서는 입소 후 3일간 양치와 샤워를 금지하고, 취침 시간에도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 인권침해 행위를 마치 방역지침처럼 운영했다니 더욱 충격적이었다. 뒤늦게 국방부가 지휘관 책임 하에 격리 장병에 대한 급식 여건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겠다며 긴급점검에 나섰지만, 이미 친절하게 점검일자까지 예고해준 탓에,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사단장 오시는 날의 재림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육군훈련소가 지난 3일부터 기존의 과잉방역 조치를 철폐하기로 했다니, 늦었지만 긍정적인 변화가 시작되는 건 반가운 일이다. 앞으로 격리 시설에 대해 용변과 샤워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조치하겠다고 하니 이 부분은 지켜볼 일이다. 결국 SNS 속 도시락 사진이 불러온 나비효과로 국방부장관의 사과와 함께 후속 개선책까지 불러왔지만, 이번 논란이 남긴 뒷맛은 쓰다. 작금의 징병제 하에서 군복무는 선택이 아닌 의무이다. 20대 청춘을 오롯이 국가에 헌신하는 청년들에게 제대로 대우해주기는커녕 SNS를 통해 대중 앞에 하소연하도록 만들었다는 현실이 씁쓸한 것이다. 이제 군도 변해야 한다. 과거 폭력이 일상화된 군대에서 침묵으로 일관하며 소원수리함 근처를 어슬렁거리던 부모 세대의 장병들을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부당한 처우에 대해 적극 항변하고 SNS로 공론화시킬 수 있는 인권감수성을 갖춘 신세대 장병의 시대가 온 것이다. 혹시 국방부의 시간은 아직 과거에 있는지, 그렇다면 당장 2021년 5월6일 현재로 맞출 것을 권한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함께하는 인천] 잦은 법 개정은 ‘법치 파괴’

국회는 민의를 반영하여 법을 만드는 기관으로, 모든 국민이 국회가 만들어낸 법제도 하에서 일상을 영위해 간다. 그런데 그런 중차대한 입법행위가 졸속에 포퓰리즘적으로 무분별하게 행해지고 있다.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개혁해야 한다며 현 정부 임기 내내 혼돈의 정국을 이어가고 있는데, 진정으로 해야 할 권력 개혁은 입법부일 것이다. 입법부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최고의 기관으로 검찰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입법부의 권력을 개혁해야 한다는 국민의 끝없는 요구에도 이를 이뤄내야 할 권한이 입법부에 있어 묵살되어 온 지 오래다. 국회의원의 권한을 축소하고 국민발안제 등의 도입으로, 국민의 선출직에 대한 감시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개헌만이 국가의 안정을 이루는 길이다. 자질이 부족한 자들의 국회 입성도, 끊임없는 소모적 정쟁도 국회의원의 권력 때문이다. 입법권뿐만 아니라 행정부에 대한 감시 견제 기능에서 보여주는 국회의원의 행태는 일반인들이라면 엄두 조차 못낼 것들 투성이다. 말 한번 잘 못하면 치명상을 입는 사회분위기 이지만 국회의원은 면책 특권을 내세워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청문회에서는 개인의 사생활이나 명예 등을 훼손하는 언행도 서슴없이 한다. 국민이 그런 권한을 줬을 리 만무한 고압적 태도이다. 국회의원이 입법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그 기능을 축소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임명직을 질타하며 선출직의 대표성을 말하는데, 과연 임명직보다 선출직을 더 신뢰하는 국민이 있을까 싶다. 국민이 뽑았다고 대표성이 있고, 임명되었다고 대표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제도가 다를 뿐이다. 오히려 자신들만의 리그에서 선출되어 국민을 대표하기는 턱없이 부족한 선출직보다는, 능력과 노력으로 이뤄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직분을 수행하는 임명직을 국민은 더 신뢰할지도 모른다. 법이란 한번 만들어지면 오래 안정적으로 가야 한다. 그렇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법은 조삼모사도 아니고 손바닥 뒤집듯 너무 쉽게 바뀌어 국민이 무슨 제도를 보고 미래를 설계해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다. 부동산법도 세법도 그렇게 변덕스러울 수가 없다. 시도 때도 없이 변하는 법 탓에 온 국민이 집도 절도 없는 거지의 삶을 택해야 할 지경이다. 법을 쉽게 바꾼다는 것은 법의 가치가 별로 없다는 것으로 이를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증명하고 있다. 언제 또 바뀔지 모르는 가벼운 법을 국민이 얼마나 신뢰 할지 의문이 든다. 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제물포고 이전 논란

고등학생이었던 1970년대에 모교인 동인천고는 제물포역 주변에, 선인재단 학교들과 붙어 있었다. 제물포고 자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처음 그대로 동인천역 근처이다. 그래서 우리는 왜 동인천고는 제물포에 있고, 제물포고는 동인천에 있는 거야?라며 웃곤 했다. 그에 대한 해답과 제물포에 얽힌 사연은 그 뒤 한참 시간이 지나고, 땅 이름에 대한 공부를 시작한 뒤에야 알 수 있었다. 제물포는 조선 초기 이래 지금의 중구 중앙동항동 일대에 있던 작은 포구였다. 그것이 1883년 인천항 개항 이후로 크게 발전하면서 지금의 중구청을 중심으로 중동구 일대를 가리키는 말이 됐다. 그러니 1954년 자유공원 밑, 웃터골에서 문을 연 제물포고가 제물포라는 이름을 쓴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한편 지금의 제물포역은 1963년 경인철도 숭의역이 이름을 바꾼 것이다. 왜 이렇게 이름을 바꾸었는지는 관련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아마도 기차를 이용하는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인천에 왔음을 더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주려는 방안이었을 것이다. 이 이전에 있었던 축현역의 사례로 이를 짐작할 수 있다. 1899년 경인철도 개통 당시 생긴 축현역은 그 뒤 상인천역을 거쳐 동인천역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축현역이라고 하면 인천인지 몰라 그냥 지나쳐서는 종점인 인천역까지 가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었다고 당시 기록이 전하고 있다. 숭의역도 비슷한 이유에서 이름을 바꿨을 것 같다. 역에 인천이라는 말을 넣으면 좋겠지만 이미 인천역과 동인천역이 있으니 인천의 다른 이름으로 꽤 널리 알려진 제물포를 차선책으로 택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은 제물포역 주변이 제물포인 것처럼 돼버렸지만, 진짜 제물포는 중구 일대인 것이다. 그 원조 제물포에 뿌리를 내리고 70여 년을 지내온 제물포고가 요즘 다시 송도로의 학교 이전 시비에 휘말렸다. 원도심의 학생 인구가 계속 줄어 옮겨갈 수밖에 없다는 교육청의 입장과 학교가 옮겨가면 원도심의 교육환경과 지역경제가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을 부를 것이라는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다. 어느 쪽이 더 옳은지는 섣불리 말할 수 없다. 다만 교육을 수요와 공급만 따지는 시장(市場)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아쉽다는 한 지역 인사의 지적은 무척 공감이 간다. 그나저나 만약 제물포고가 송도로 옮겨간다면, 그때는 왜 제물포고가 동인천에 있는 거야? 대신 왜 제물포고가 송도에 있는 거야?라는 새로운 질문이 생길 것이다.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함께하는 인천] ‘대량생산’ 득보다 실이 큰 시대

나라나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풍요의 시대를 맞이해 남아도는 물건이 처치 곤란인 시대가 되었다. 많은 물건이 대량으로 만들어져 세계에 쏟아져 나오고 있어, 뭐든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시대이다. 기업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산지를 옮겨가며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하여쉴새 없이 제품을 생산해낸다. 예전에 사기 힘들었던 물건들이 싼값에 나오니, 이게 웬 떡이냐며 너도나도 앞다퉈 구매한다. 인간의 욕심이 한이 없어 소화하지도 못할 물건들을 이것저것 사게 된다. 경품을 준다며, 하나에 하나를 더 준다며, 대량으로 사면 더 싸게 준다며, 인간의 소비욕구를 자극하여많은 물건을 구입하게 한다. 대량생산체제에는 많은 사람이 관계하여 그 시스템 속에서 돈벌이를 하며 생을 영위하게 된다. 국가도 그 시스템 덕에 유지되는 셈이다. 결국 기업의 생산활동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 많은 사람의 생이 어려워지게 된다. 기업은 감원이나 해고 사태를 맞게 되고, 일자리는 줄어 안정된 사회시스템이 붕괴하게 된다. 물건을 만들어 팔고 사는 구조는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대량생산과 소비는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물건의 질도 떨어져 물건에 대한 고마움도 잃게 하고 있으며, 버려지는 물건이 많아 지구를 쓰레기더미로 만들고 있다. 싸고 좋은 물건이 나쁠 것은 없지만, 싸고 좋은 줄 알았는데 싸기만 하고 좋지 않은 물건들이 범람하여,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고 있다. 전에는 명품을 사면 비난했는데, 아니 오히려 명품을 사야 하는 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서 써보니 물건도 좋고 비싸니 아끼며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고 한다. 소비가 만족을 위한 행위라면, 싼 것 백 개 사느니 명품 하나 사는 것이 더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과 세상을 쓰레기더미로 만들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에 새삼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정말 싸고 좋은 물건이 많았다면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대량생산이 아니라 가치 있는 소량생산을 추구해야 할 것 같다. 그간 사 모은 싸구려 물건들은 장소만 차지하고, 버리기도 그렇고 처치 곤란한 것이 사실이다. 한때 가졌던 외제품에 대한 기억이 떠오른다. 옷이든 가전제품이든 품질도 좋고 고장도 나지 않아 지금의 명품과도 같았다. 하지만 어느덧 그런 물건을 찾을 수가 없다. 일본제품이든 한국제품이든 제조국이 바뀌면서 모양은 갖췄는데 질은 떨어져, 싼 게 비지떡이 되고 있다. 이제는 비싸도 좋으니 한국인의 손으로 만든 질 좋은 물건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더 이상 쓰레기처럼 버리지 않을 아끼고 오래 간직할 물건을 구입하고 싶다. 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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