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의 문화자산에 관한 논란이 많았다. 애관극장의 공공 매입 여부, 재개발 정비계획에 포함되어 철거에 부딪힌 도시산업선교회, 캠프마켓 조병창 병원의 오염과 보존을 둘러싼 논쟁 등이다. 이에 인천시에서 연말까지 각 부서의 칸막이를 뛰어넘은 근대문화유산 관리 TF(태스크포스)를 구성운영한다고 발표했는데, 진심으로 환영한다. 논란을 막기 위한 즉자적인 대처가 아니라, 긴 호흡으로 인천시 전체의 문화자산 관리에 대한 단계별 설계 방향을 제대로 수립하길 기원한다. 여기에 꼭 감안했으면 하는 게 있다. 우선, 우리가 꼭 보존하고 잘 활용해야 하는 문화자산이 무엇인가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연구와 합의과정이다. 대상이 극장이건 공장이건, 일제강점기건 1980년대까지건, 현재만이 아니라 미래의 시민도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문화자산의 목록을 체계화하는 것이다. 건축유산, 산업유산, 역사유산, 문화유산 따로 분리해서 관리할 일이 아니다. 시민은 구분해서 경험하지 않는다. 그 목록의 제시와 토론, 숙의와 합의 과정이 꽤 소요되겠지만, 꼭 거쳐야만 하는 과정이다. 두 번째, 지정된 문화자산의 보호, 관리, 활용에 대한 제도적 장치이다. 지금까지 보호 대상으로 설정만 했을 뿐 실효성이 적어 중요한 자원이 사라졌다는 비판이 많았다. 어렵더라도 문화자산 목록에 대한 분명한 혜택과 규제의 장치를 아주 꼼꼼하게 만들어야 한다. 세 번째, 인천시민의 일상에 문화자산의 경험을 확장시키는 것이다. 최근 개관한 인천세관역사공원이나 인천시민애(愛)집은 좋은 선례이다. 문화자산이 시민의 생각과 일상에서 소중해져야 한다. 현재의 성인도 중요하지만 아동청소년과 청년이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미래의 무관심으로 이어진다.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도 철거 후 재건축의 절대적인 이익 앞에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는 시민의 판단에 달려있다. 문화자산이 소중한 공유자원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행동할 때까지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 관내 대학교, 평생교육기관, 인천문화재단 등 관련 산하기관에서의 다채로운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아카이브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모든 과거를 남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떤 문화자산들은 현재의 우리에게 중요도가 덜하여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누구도 그 판단이 무한히 옳을 것이라고는 단언할 수 없다.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최대한의 체계적이고 세밀한 아카이브가 필수적인 이유이다. 인천기록원 설립 필요성도 그 속에 존재한다. TF에게 주어진 시간이 넉넉하지 않겠지만 필요불가결한 단기, 중장기 설계 방향을 잘 수립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한상정 인천대 불어불문학과문화대학원 교수
오피니언
한상정 인천대 불어불문학과•문화대학원 교수
2021-09-08 2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