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미술관의 음악회, 국적을 넘어서

영화관에서 실황으로 중계되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유로파 콘서트를 관람했다. 유럽의 문화유산을 기리기 위해 해마다 오케스트라의 창립기념일인 5월1일에 개최되는 이 음악회는 올해는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에서 열렸다. 유명한 조각품들 사이로 배치된 연주자석과 객석들, 그리고 이층 난간에서 내려다보는 청중들을 볼 수 있었다. 재작년에 방문했을 때 봤던 모네, 마네, 드가, 르누아르, 고갱, 고흐의 작품들도 눈에 스쳤다. 영국 옥스포드 출신의 다니엘 하딩이 지휘봉을 잡아 바그너(1813~1883), 베를리오즈(1803~1869), 드뷔시(1862~1918)의 작품들을 연주했다. 올해 서거 150주년이 되는 프랑스의 베를리오즈의 로미오와 줄리엣 중 사랑의 장면을 담은 작품이 연주됐다. 젊은 시절에 베를리오즈에게 영향 받았다는 바그너의 발퀴레 중 보탄의 고별과 마법의 불도 연주됐다. 바그너는 게르만 민족주의자였으며, 반유대주의적 성향을 보였기에 히틀러(1889~1945)가 유난히 바그너의 음악에 심취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상주의 음악의 시조인 드뷔시는 인상파 회화처럼 음악의 표현 능력을 변혁하려 했다. 그는 바그너로 대표되는 후기 낭만파 음악에 대한 용감한 도전자였으나, 1차대전(1914~1918)의 포화를 들으며 56세에 죽었기 때문에 그의 직접적 후계자를 찾기 어렵다. 미술관에 소장된 회화 거장들이 활동했던 시기에 프랑스와 독일의 음악교류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의 작품을 미술관에서 연주하는 기획에 새삼 놀랐다. 지난 4월에 열렸던 환태평양 외상학회의 뒤풀이 시간에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일본 모 대학의 외상학교수와 그의 지도 학생 생각이 났다. 작년에도 참가해 논문을 발표했던 그 젊은 교수는 노래를 시키자 돌아와요 부산항을 우리말로 꽤 잘 불렀다. 교수의 가방을 들고 다니던 젊은 친구는 전공의가 아니라 아직 전공이 정해지지 않은 의과대학 졸업반이라고 했다. 나의 전공이 성형외과학이라는 것을 알고는 내게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그는 한국 미용수술의 수준에 관심이 많으며, 어떻게 하면 한국에 와서 미용 수술을 배울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했다. 그 젊은 졸업반 학생의 눈이 반짝거렸다. 마침 외상학회와 MOU를 맺으러 참가한 성형외과학회의 임원들을 그에게 소개시켜 줬다. 모임이 끝나기 전에 그가 걱정스러운 듯이 내게 물었다. 요사이 한국 사람들은 일본 사람들을 싫어하지요?(In these days Koreans dislike Japanese, arent they?) 내가 정색을 하고 대답했다. 누가 뭐라하던 학문의 영역에서 우리는 친구야 (Whatever they say, in academic field, we was, are, and will always be friends). 아직도 음악회의 마지막 곡인 바그너의 발퀴레 중 한 곡을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웨일즈 출신 브린 터펠 경(Sir Bryn Terfel)이 열창하던 것이 생각난다. 웨일즈 출신의 성악가가 프랑스의 미술관에서 잉글랜드 지휘자가 이끄는 독일 관현악단의 반주에 맞춰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전 세계에 생중계되던 순간을.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함께하는 인천] 도시는 변해야 산다

도시는 기원전 4천750년경 수메르(오늘날 이라크)에서 탄생해 이미 존재하여 왔고, 오늘날까지 계속해서 존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인간의 삶을 담는 정주공간으로 존재할 것이다. 영국의 시인 윌리엄 쿠퍼의 신은 자연을 만들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가 의미하듯이 인간이 존재하면서 그리고 인간이 존재하는 한 도시는 변화하면서 존재할 것이다. 도시가 만들어지기 이전에도 인류가 존재했지만 특정한 공간에 집중해 정착하지 않고 이동하면서 수렵과 채취를 통해 의식주를 해결했고, 자연조건에 순응하면서 삶을 영위했으며 그 기간은 도시의 역사보다 훨씬 길었다. 그 후 인류가 삶의 방식 변화를 꾀해 약 5천년 전에 농경목축생활의 시작으로 정착생활이 시작돼 특정한 공간에 마을을 형성했다. 농산물의 생산과 보관에 적합하거나, 자연재해나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방어에 유리하거나, 종교적 의미가 있고 집회가 쉬운 곳 등이 중심공간으로 자리하면서 도시로서의 싹을 틔웠다. 도시의 최초 원형은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 유역에 접한 비옥한 대지가 있던 곳이며, 이후 4대강 문명발생지가 등장했는데 공통으로 큰 강을 접하면서 다양한 도시의 원형이 탄생했다. 종교의 중심지, 과학 기술의 발전을 이끄는 문명의 중심지, 활발한 상거래를 통한 부의 중심지 등으로 발전하면서 도시의 기능도 변화했다. 정보기술발달에 힘입어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한 오늘의 도시는 그 기능과 역할의 급격한 변화를 예측해 대응하는 것은 숙명적 과제이다.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를 이해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지난의 과제임을 도시의 탄생과 발전에 가장 깊은 통찰력을 가졌던 루이스 멈포드는 지적했다. 도시의 특성과 변천에 대해 약간의 이해를 얻는데 5천년의 시간이 걸렸으므로 여태까지 나타나지 않은 도시의 잠재적 가능성을 규명하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와 같은 도시이해 어려움의 근원은 오랜 역사를 통해 변화했기 때문임을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도시는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존재해 왔기에 향후 대응하기 위한 통찰력을 얻으려면 그 오랜 역사를 살펴본 후 역사의 지평선 끝까지 투시해야 하는 지난의 과제를 인류는 안고 있다. 변화의 추세와 변화의 방향 그리고 변화속도가 도시 존재의 핵심적인 요소임을 인식하고 대응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변화의 과정에서 편승하기보다는 주체로서 한발 앞서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의 삶에 중심으로 자리 잡은 SNS는 변화 실태의 단면과 의미를 제공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실감과 대응은 그 중요성과 영향력의 변화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말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회담한 것이 그 좋은 실례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글로 시작해서 불과 32시간 만에 3국의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은 도시를 경영하는데도 큰 의미를 주고 있다. SNS를 통해서 소통공감하면서 행정서비스 수요를 파악해 대응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일 수 있다. 나아가 도시행정 조직과 인사관리 시스템의 혁신적 정비도 변화를 주도하는 한 방법이다. 변화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로서 나서야 도시는 살아남는다는 것을 도시의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외과의사 수술실력 유지의 비밀

얼마 전 나는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Nabucco)를 관람했다. 플라시도 도밍고(Plcido Domingo)가 주연이고 제임스 레바인(James Levine)이 지휘했으며 뉴욕메츠오페라(Metropolitan Opera)가 제작한 대작이다. 관객들의 박수에 대한 응답으로 레바인은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한 번 더 연주했다. 날아라 생각이여 황금빛 날개를 달고(in catene, soggetti a lavori forzati, Va, pensiero, sullali dorate)로 시작되는 주옥같은 멜로디였다. 세계적인 세 테너(Three Tenors) 중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 1935~2007)는 타계했고, 까레라스(Jos Carreras, 1946~)는 건강상 이전 같지 않지만, 도밍고(1941~)만큼은 여전히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 공연 당시 도밍고는 76세였다. 나는 이 성악가가 어떻게 노령에도 최상의 목소리를 유지해 완벽한 아리아를 불렀는지 궁금했다. 이 궁금증은 레바인, 도밍고, 그리고 메츠오페라의 총책임자인 겔브(Peter Gelb)가 나눈 대화에서 풀 수 있었다. 레바인: 오페라라는 예술의 형식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 번의 실수가 세상의 종말은 아닙니다. 도밍고: 나는 마음속에 노래하는 법을 정확하게 알고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마음먹은 것과 비슷하게 부른 적은 있지만, 완벽하게 노래 부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겔브: 이토록 오랫동안 노래 부를 수 있는 장수의 비밀(secret of longevity)을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도밍고: 오페라를 준비할 때 피아노 앞에 앉아 있다 보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나는 피아노로 그 곡을 쳐보긴 해도, 곡을 잘 알기 전까지 노래를 부르지 않습니다. 레바인: 성악가가 목소리를 낭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페라의 아리아는 목소리가 아닌 머리가 하는 일이니까요. 이들의 대화를 들으며, 문득 외과의사인 나 자신에게 물어봤다. 너는 너의 계획대로 정확하게 수술을 수행하고 있는가? 수술은 치밀하게 계획된다. 수술 전날 침실 천장은 수술대가 되고 형광등은 무영등이 돼 절개를 가하는 순간부터 닫을 때까지의 과정을 마음속으로 가상의 수술을 한다. 그러나 다음날 수술실에서는, 도밍고가 말한 것처럼 마음먹은 것과 비슷하게는 될지언정, 의도한 대로 100% 똑같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성형외과의 아버지라 불리는 영국의 길리스박사(Harold Gilles)가 78세까지 집도했다는 장수의 역사를 떠올리며, 고령에도 어떻게 그 수술실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첫째, 성악가가 목소리를 아끼듯 외과의사는 눈을 아껴야 한다. 둘째, 기본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술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오페라와 마찬가지로, 수술은 단순히 손의 일이 아니라 뇌의 일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Hwang K. The Aging Surgeon and the Secret of Longevity. J Craniofac Surg. 2019;30(1):12를 편집인의 동의를 얻어 2차출판한 것임.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함께하는 인천] 인권 측면에서의 CCTV 설치

최근 요양원의 폐쇄회로(CC)TV설치에 대한 여러 논의가 있다. 입소 노인 및 종사자의 사생활보호 등 인권 측면에서 CCTV 설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 있지만 학대 상황 등이 의심될 때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는 등 감시 차원에서 CCTV는 필수라는 찬성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이에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는 사회복지시설 내 CCTV 설치가 입소 노인의 생명과 안전 보호라는 공익 목적에 맞지만 오히려 입소 노인과 종사자의 사생활과 자유 등이 침해될 우려가 상당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이에 사전에 입소 노인이나 보호자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중증환자 생활방 등 반드시 필요한 장소에만 제한적으로 설치하며 운용 과정에서 종사자 등의 인권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조치하는 등 CCTV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과 기준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필자가 근무하는 노인보호전문기관은 요양원 내에서 발생하는 학대 의심 신고에 대해 항상 현장조사를 추진한다. 이때 신고 내용에 대한 사실 확인을 위해 기본적으로 CCTV를 확인한다. 신고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면 해당 시설을 관리감독하고 있는 기초단체를 통해 행정명령 및 조치를 취하며 신고내용이 사실과 다르면 학대판정을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보육시설에서는 2015년 인천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전국 어린이집에 CCTV 설치를 의무화했다. 이는 사전에 아동 학대 등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예방하기 위함이다. 학부모도 불안한 마음에 없애고자 CCTV 설치가 필요하다고 인식한다. 문제는 실제 통계상 보육시설 내의 아동 학대문제는 줄지 않고 도리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일본에서는 요양원 내 CCTV설치가 반인권적인 행태로 인식하고 금기시하고 있다. 아무리 인지가 없는 치매노인이라도 CCTV는 반인권적이며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시설 내 억제대 사용과 침대에 불필요한 가이드레일을 사용, 침대 밖으로 노인을 나오지 못하게 하는 방식도 신체적 구속 및 학대로 엄격하게 규정한다. 우리도 시설 내 학대 문제를 CCTV 감시 및 모니터링으로 해결학기 전 근본적인 노인 인권의식이나 노인학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여러 가지 예방책 등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실제 어린이집과 마찬가지로 노인 요양원의 학대문제는 케어를 하는 과정에서 노인들이 종사자의 요구에 잘 따르지 않거나 거부하는 행동을 할 때 나타난다. 이에 종사자의 당시 심리상태에 따라 영향이 다르게 미친다. 이에 시설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스트레스 관리법이나 갈등 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교육 등이 이뤄져야 한다. 또 중증치매노인과 같은 수발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적절하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위한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CCTV 논란은 비록 시설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돼 관련 논의가 감시 측면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일본처럼 시설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노인에 대한 존중과 존엄케어라는 인권적 측면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정희남 인천시 노인복지전문기관장

[함께하는 인천] 깨달음의 노래, 남기는 노래

선승이 깨달음을 얻었을 때 처음으로 읊은 깨달음의 노래(오도송悟道頌)는 대개 화려하고 비유적이며 자신이 직접 작성하기 마련이다. 반면, 이들이 입적할 때 수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후인들에게 전하는 노래(열반송涅槃頌, 임종게臨終偈)는 화려한 언사도, 비유도 거의 없으며, 친필로 남기기도 하지만, 제자가 받아 적기도 한다. 깨달음의 노래를 처음 지은 이는 9세기 당나라의 동산스님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개울을 건너다 개울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동산과수(洞山過水)라는 게송을 남겼다고 한다. 그 뒤로 하나의 전통이 되어 많은 선사가 후인들에게 깨달음의 지표로 깨달음의 노래를 남겨 줬다. 우리나라에서는 오언절구나 칠언절구 형태의 한시로 작성돼왔다. 법정스님처럼 형식적이라는 이유로 남기는 노래를 남기지 않은 분도 있지만, 우리말 시나 시조의 형태로 남긴 분도 더러 있다. 지난 5월 말 입적한 설악산 신흥사의 무산 조오현스님은 돌아가시기 약 2달 전인 4월 초에 발표한 시가 그의 남기는 노래가 됐다. 천방지축(天方地軸) 기고만장(氣高萬丈) 허장성세(虛張聲勢)로 살다 보니 온몸에 털이 나고 이마에 뿔이 돋는구나 억! 돌이켜보면 내가 시인으로 등단하고 지금까지 글을 계속 써 온 것은 바로 오현스님 덕택이었다. 스님의 절간이야기라는 작은 시집을 읽다가 그 가운데 파도를 발견하고는 만나본 적도 없는 그 시인을 동경하기 시작했고, 정신없이 시인의 작품을 찾아 읽었다. 모든 시가 다 좋았지만 허수아비 나 아득한 성자 이야기, 적멸을 위하여 등을 보고는 그 시인의 마음을 연모하게 됐던 것이다. 밤늦도록 책을 읽다가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먼바다 울음소리를 홀로 듣노라면 천경(千經) 그 만론(萬論)이 모두 바람에 이는 파도란다 이 시가 오현스님의 깨달음 노래이며, 낙산사에 계실 때에 쓴 것을 알게 된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선승이나, 시인이나, 학자의 공통점은 그 무엇을 찾아가는 구도의 길을 걷는다는 점일 것이다. 대학에서 평생을 지나며 정년이 가까워진 나는 이러한 게송(揭頌)처럼 무엇을 남길 수 있나 하고 생각해 봤다. 꼭 40세가 되는 해 국제학술지에 처음 주저자로서 논문을 실었을 때를 떠올려 봤다. 동반저자로 실었던 적은 많았지만 내가 주저자가 되었을 때의 감동은 비로소 학계에 첫발을 내디딘 성취감을 주었다. 그러므로 이것을 나의 깨달음의 노래이라 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 후 20여 년간 마치 스님이 도를 닦듯 끊임없이 논문을 썼고 그것이 출간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됐다. 간혹 내가 쓴 논문들이 인용될 때의 뿌듯함은 나로 하여금 새로운 도를 설파한 듯한 환상에 젖게 하였다. 내가 학자 생활을 마칠 때, 그래서 더는 논문을 쓰지 못하게 될 때는 내가 쓴 논문들을 모두 살펴보련다. 그리고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 한 편을 골라 나의 남기는 노래라고 이름 붙이려 한다. 비록 스님의 게송처럼 입에 착 달라붙는 시구가 아니더라도 내 삶의 무게가 모두 실렸을 테니.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함께하는 인천] 도시재생은 미래 산업이다

지난 4월 17일부터 20일까지 4일 동안 인천항 8부두에서 2019 도시재생 산업박람회가 개최되었다. 도시엔 활력을, 지역엔 일자리를 슬로건으로 축구장 2개 넓이의 인천항 8부두 옛 곡물창고(상상플랫폼)에서 136개 지자체를 포함해서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등 총 261개 기관이 참여하여 80여개의 부스를 운영하였다. 각 기관과 지역의 도시재생 사례를 홍보하고 정보를 공유했으며, 관련 분야 국내외 석학과 마을활동가 5천여 명이 참여한 국제컨퍼런스와 세미나, 워크숍 등이 10여 차례 진행되었다. 4일 동안 총 8만8천명이 참여하여 대성황을 이루었다. 박람회장 주변의 원도심 식당가와 호텔은 고객이 급증해서 음식재료가 동나고 투숙객이 꽉 차 평일에 기대 못 했던 특수를 누렸다. 행사장인 상상플랫폼을 포함해서 중구 신포동과 북성동 일원에 버려진 창고시설을 전시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는 인천시는 도시재생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데 기여하고 본격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해 대구박람회에 비해 문재인 정부가 주요 국정과제로 설정해서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추진상황과 관련 정보를 전시한 박람회는 이번이 처음으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도시재생이 아직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개념조차 낯선 상황에서 딱딱한 주제를 갖고 진행한 박람회인데 기대 이상의 많은 시민과 기업이 참여하여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길라잡이가 됐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또한,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었고 잘 알려지지도 않은 인천항 8부두 옛 곡물창고에서 개최한다는 것도 모험이었는데 개막 첫날에만 4만 명 가까운 관람객이 몰리며 박람회장은 연일 발 디딜 틈 없이 대성황을 이루었다. 무엇보다도 의미 있는 것은 민간기업 31개 회사가 76개의 부스를 만들어 참여한 것이다. 주민주도로 추진하는 도시재생사업의 특성으로 기업의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워 국내 민간 기업이 참여를 기피하던 분야에 기업의 참여는 그 성공 가능성을 보여 주는 것이다. 도시재생은 주민이 주도하고 그 성과가 장기적으로 나타나는 매력적이지 못한 정책이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이 전 세계 모든 도시가 안고 있는 쇠퇴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대안이다. 고령화 저성장시대에 접어들면서 재개발과 재건축은 더는 사업성이 없을 뿐 아니라 주민이 체감할 수 없는 방법이다. 이에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사업방식으로 주민의 공동체를 회복하여 안전하고 편리하며 깨끗한 도시공간을 만들어 지속적인 삶의 터전을 꾸려가는 방안으로 도시재생이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의 기본 방향은 주민과 지역이 주도하여 쇠퇴한 지역의 도시공간을 혁신하고, 도시재생경제를 활성화해 궁극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기존의 도시재생 전략과의 특징적인 차이는 도시재생 경제조직을 활성화하고, 민간 참여모델을 마련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연간 10조 원씩 5년 50조의 마중물을 투입하여 도시재생 산업기반을 구축하여 지속적인 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그 목적이다. 그래서 도시재생은 우리의 미래 산업이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헌법재판소 구성에 관한 개선방안

고문현 최근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을 둘러싸고 헌법재판관의 자격이 주목받았다. 헌법재판은 개방성불확정성이 두드러진 헌법규정을 통해 헌법규범과 헌법 현실 사이 최적점을 찾는 것이 과제이기에 통상의 재판절차에서 이루어지는 법률해석 또는 법 발견과는 다르다. 이와 같은 헌법해석은 헌법재판관의 선이해에 기초한 선입판단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어 헌법재판절차의 공정성투명성과 더불어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공정한 헌법재판관 확보는 정당한 헌법의 존재와 함께 헌법재판의 성패를 좌우하는 전제조건이다. 따라서 한국의 현행 헌법 및 헌법재판소법에 따른 헌법재판소의 구성이 이러한 요청에 부합할 수 있는지, 미흡한 점이 있다면 헌법재판관 자격을 중심으로 그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 현행 헌법상 9인의 헌법재판관 자격은 40세 이상으로서 법관의 자격을 가진 자로 한정하고 있다. 또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그 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하고, 헌법재판소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기는 6년이고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연임할 수 있다. 이 중 헌법재판관의 자격을 법관의 자격을 가진 사람으로 한정하는 규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첫 번째, 헌법소송에서는 일반소송과 달리 정치적 또는 정책적 고려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일반소송을 다루는 법관의 자격을 가진 자로 헌법재판관 자격을 한정하는 것은 논의가 필요하다. 두 번째, 현실적으로 법관자격이 없는 법학교수를 헌법재판소 재판관자격에서 배제하는 것도 의문이다. 헌법학교수를 포함해 법학교수 중 법관자격을 가진 자는 소수기 때문이다. 특히 헌법재판에서는 소송절차 등에 관한 기술적 지식이나 경험보다는 헌법정책적 판단이 중요하고 이와 관련해 이론적 토대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현실적으로 법관 자격을 가진 자 중에서 이러한 소양을 갖춘 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법학교수가 재판관으로 참여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 이상의 문제점을 토대로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자격에서의 개선방안을 제시하면 헌법재판에서는 헌법정책적 판단이 중요하고 이 중 이론적 토대가 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법관 자격을 가진 사람 중 이러한 소양을 갖춘 자를 찾기가 쉽지 않아 법학교수에게 헌법재판소 재판관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일정한 경력을 지닌 법학교수에게 법관자격을 인정하는 법률개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적절하다. 특히 변호사법 개정이 답이 될 수 있다. 법원조직법 제42조에서는 변호사자격이 있는 사람에게도 법관자격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변호사법을 개정해 일정한 자격을 지닌 법학교수에게 변호사자격을 인정하면 굳이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변호사자격을 지닌 법학교수가 법관자격도 갖고 헌법재판관 자격도 함께 인정받을 수 있다. 고문현 한국헌법학회장

[함께하는 인천] 사회서비스원에 대한 기대와 우려

문재인정부는대선공약으로요양보육서비스를제공하는근로자처우를개선하고서비스질을높이겠다는취지에서그간민간에맡겨온사회서비스를국가가기구를설립해직접제공하는사회서비스공단설립안을내놓았다. 현재사회서비스공단에서사회서비스원(院)으로명칭이바뀌었지만민간이주도해온사회서비스를국가에서주도한다는점에서내용은크게달라지지않았다. 사회서비스원은국가나지자체가사회복지시설을설치해운영할수있고유관법률에따른직접서비스를제공할수있으며사회복지법인및시설설립과설치운영등재무회계법무노무등에대한상담및자문기능과사회서비스종사자처우개선과고용안정성향상을위한사업등을담당한다. 시범 사업이 추진된 서울시는 2019년 사회서비스원이 실제 설립됐고, 경기대구경남은 설립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2019년부터위탁계약이끝난국공립어린이집,공립요양시설등3천여개를직접운영하는시범사업을추진할 계획이다. 계약이끝난시설이나문제가있거나운영을포기한시설,신규시설부터단계적으로흡수한다는 계획이며관련종사자는사회서비스원소속직원으로채용된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이 지난 3월 11일 출범했으며, 공공의 책임을 강화하는 사회서비스원은 장기요양, 노인 돌봄, 장애인 활동지원 등 각종 지역사회의 돌봄 서비스를 통합연계해 제공하는 종합재가센터와 새롭게 확충하는 국공립사회복지 시설, 그리고 신축 국공립어린이집 등을 연차별로 5개소씩 직접 운영할 계획이다. 아울러 복지서비스 품질관리, 민간기관 지원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종합재가센터는 올 하반기 권역별 4개소를 시작으로 향후 전 자치구로 확대할 예정으로, 이를 위해 지난해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84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하지만 국가를대신해사회서비스를제공해온민간부문에서는 긍정적인 여론보다는 부정적인 시선이큰 게 현실이다.사회 서비스원이설립된다하더라도지금민간시설에인력처우개선에한계가있고서비스질관리에어려움이있어공공성을 강화한다는 취지가 무색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경기도는 2018년 말 도내에서 4번째로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설치 및 운영하게 됐고 경기복지재단이 이를 위탁해서 운영하게 됐지만 직원의 계약을 올 연말까지로 못 박았다. 2019년 말 도내에 사회서비스원이 설립됐을 때, 운영을 사회서비스원으로 전환하기 위한 절차이다. 이때 직원들에 대한 고용안정과 근로환경은 민간위탁 운영 때보다는 좋아질 거라 예상할 수 있지만, 센터장은 전문성을 담보한 인력이 아닌 공무원들로 충원되거나 자자체 단체장들의 낙하산 인사가 만연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사회서비스원이 사회복지 공공성 강화의 플랫폼으로 의미를 갖는다면 환영할 일이지만, 공공성 일자리 81만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서비스원이 된다면 분명히 시스템이 오작동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또 이 때문에 막대한 혈세가 낭비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희남 인천시 노인복지전문기관장

[함께하는 인천] 내 노래에 작별을 고하다

나는 혼자 있을 때 노래 흥얼거리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기억력이 떨어져서인지 혹은 가사가 나오는 노래방 기기에 익숙해져서인지 이제는 즐겨 부르던 정지용의 향수나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 (My Way)등 애창곡의 가사를 끝까지 기억하지 못한다. 가사를 기억하는 것은 내가 43년 전 졸업한 고등학교의 교가와 응원가뿐이다. 재학 시절 조회 때마다 불렀고 졸업 후에도 모교 팀의 운동경기가 있으면 목청 높여 따라 부르던 노래들이니, 더 늙어서 치매가 온다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기억하는 노래가 될 것 같다. 독립선언서를 초안하고 민족대표로 삼일만세운동에 참여해 옥고를 치렀으나, 후일 친일로 전향했다고 알려진 시인이 작사한 모교의 교가를 나는 아직 정확히 외운다. 잘 집(많은 집), 즈믄의 아이들(천명의 학생들), 볼재(현재 현대사옥근처의 언덕)등 옛 용어가 섞여 있어 역사성도 있다. 일제 시대에 일본말 교가만 부르라는 압력에도 굴하지 않았다고 한다. 마이 웨이 를 부른 프랭크 시나트라가 마피아를 등에 업고 연예활동을 하였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1986년에는 그와 마피아와의 관계를 폭로한 그의 전기 그의 길(His way)이 출간됐다. 향수(1927)를 쓴 정지용은 나의 고교 선배로서 삼일 운동 때 교내 시위를 주동하다가 무기정학을 받았다. 1950년 전쟁의 포화 속에서 사라진 그는 월북시인으로 낙인 찍혀 그의 시들은 출판 정지됐으나 1988년 월북작가들의 해방 이전 작품에 대해 국내 출판이 허용돼, 오늘날 애창곡으로 불리고 있다. 누가 지었건, 누가 불렀건 간에 노래는 노래로서의 의미가 있다. 문득 옛날이야기 하나가 생각난다. 어떤 강직한 선비가 여행길에 굶주려 쓰러졌다. 마침 어느 악명높은 도둑이 그를 불쌍히 여겨 더운물에 말은 밥을 먹여 살려냈다. 의식을 회복한 선비가 굶어 죽더라도 도적이 주는 음식을 먹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해 모두 토해내려다가, 그만 음식이 기도로 들어가서 숨이 막혀 죽고 말았다(열자 설부편). 사람은 도둑이었지만 그 밥은 도둑이 아니다. 밥을 준 사람이 도둑이라고 해서 밥도 도둑이라 생각한 것은 명분과 실질을 분간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열자는 말했다. 이처럼 경직된 생각은 생명을 위태롭게까지 만드는 것이다. 훌륭한 노래와 시는 시대를 초월해 살아남는 자생력이 있다. 맥아더 장군(1880-1964)의 퇴임사 중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도 옛 군가의 한 구절(Old soldiers never die, Never die, never die, Old soldiers never die, They simply fade away)을 인용한 것이다. 이제 내가 즐겨 부르던 나의 교가와 작별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 교가의 작사가가 친일의 행적을 남겼다는 이유로 더는 학교에서 부를 수 없게 됐다. 운동장에서 한목소리로 우렁차게 메아리쳤던 교가가 앞으로 후배들이 부를 가사와 달라질 때, 내 머릿속에는 서로 다른 이념이 불러오는 서글픔이 한층 더 물결 칠 것 같다.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함께하는 인천] 소통? 말이 아니라 몸으로

먼 옛날 전장에서 횃불로 신호를 보내는 봉수대로부터 파발마를 이용해 파발꾼이 공문 등을 나르는 시대에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정보통신 혁명에 의해 소통의 수단이 놀라운 정도로 발전하고 일상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소통은 그 수단의 발전에 비해 내실을 챙기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통근 지하철에서는 모두 스마트폰에 빠져들어 자기만의 무언의 소통을 하는 것 같다. 오랜만에 가족이 한 식탁에 모여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단연 가장 인기 있는 반찬은 스마트폰이다. 정성을 다해 차려놓은 밥과 반찬에 집중하기보다는 눈과 귀는 스마트폰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가족 간의 대화는 엄두도 못 내고 과묵한 가족 만찬이 일상으로 된 사회를 정보혁명의 탓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허망하다. 정보통신 혁명의 역설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인간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모습으로 현실적인 소통의 문제는 심각하게 나타난 것이 우리의 일상이다. 날로 소통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현실을 반영하듯이 대형서점에 소통에 관한 서적이 많은 인기를 얻고 팔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을 비롯한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에서도 소통전문가를 초청하여 강의하는 사례가 많다. 많은 전문가가 나서서 소통의 중요성과 효율적인 기법을 전수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매우 진지하고 철학적이며 솔깃한 내용이다. 그러나 일상 현실은 강의내용과 철학적 설명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직장에서 상사와 부하가 소통을 통한 수평적 공감을 위해 필수적으로 활용하는 회식에 대해 인식의 차이가 그 예이다. 비교적 나이 든 상사는 소통의 효율적인 방법으로 전통적인 회식을 동원하지만 젊은 부하는 회식을 피하고 싶은 일과로 여긴다. 회식을 하면서 흐트러진 모습으로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얘기하면 진솔한 소통이 될 것이라는 상사의 전통적 개념이 더는 유효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실제 모습이다. 부하의 입장을 인식하지 못한 전통적인 상사의 고정관념이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직장을 벗어나 사회에서도 많은 도시 문제가 근본적으로 소통의 부족으로 기인함을 인식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인천시 행정에서도 박남춘 시장이 소통의 중요성을 반영하듯이 시장직속의 소통협력관을 신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아직 성과가 짧지만 기대가 크고 실질적인 성과를 위해 보다 고도의 효과적인 소통전략과 적극적인 실행이 요구된다. 소통이 중요한 만큼 실제는 어려운 것이 그 특성이다. 소통의 방법은 누구나 알고 있으나 실천하지 않기 때문에 불통이 되는 것이다. 방법을 알면서 실천해야 비로소 소통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실행을 잘못하면 불통을 낳게 된다. 스스로를 변화시키지 않고 남을 내 방식으로 이해시키는 것은 불통을 쌓이게 한다. 내 스스로 정확히 인식하고 스스로 변화하는 것이 소통의 출발이다. 스스로를 정확히 인식하면서 변화를 한 후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하의 생각과 요구를 파악하고 나하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인식하면서 스스로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민의 인식과 요구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해하면서 들어주는 것이 진정 소통의 출발일 것이다. 머릿속에서 또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몸으로 실행하는 것이 소통이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탁상행정의 참혹한 결과 가져온 정비사업

적정 분양가에 양질의 주택공급은 모든 정권의 목표사업이나 공급할 대지가 부족해 외곽지역에 공급할 수밖에 없다. 지난 정권은 사업 진행이 더딘 정비사업지를 접목시켰다. 정비사업지는 구도심 중 교육, 교통, 문화 등 인프라가 좋으나 주거환경이 낙후된 곳으로, 지리적 장점이 있어 양질의 주택공급이 가능한 곳이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자금을 지원해 주변 시세의 80% 금액으로 일반분양을 공급하고, 용적률 및 사업기간 단축으로 정비사업조합의 손실은 보완해 이론적으로는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정책이 추진됐다. 2015년 시범지역을 시작으로 2016년 초 많은 정비사업조합이 공모했으며 국토부는 인프라가 좋은 지역을 선정 발표했다. 그러나 3~4년이 지난 지금 그 결과는 참혹하다. 대부분 구역은 현재까지도 착공을 못 하고 있다. 정권의 보여주기 식 실적만 쫓은 결과다. 정비사업은 주민들이 이익 및 손해에 대해 책임지는 사업이다. 이들이 손해를 입으면서 사업이 진행될 수 없는 구조이다. 정책입안 시 정비사업의 손해를 막고자 용적률 등 혜택과 사업기간 단축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에 따른 법적 제도는 미약했다. 일부 공모지는 각종 심의 시 뉴스테이임을 강조해 용적률 및 사업기간 단축을 주장했으나 심의 위원들은 법에도 없는 혜택을 무슨 근거로 주느냐며 반대했고, 심의만 수개월의 기간이 필요해지면서 조합은 울며 겨자 먹기로 각종 심의 시 잘려나가는 사업성을 감수해야만 했다. 최초 예상보다 사업성이 깎인 계획서를 쥐고 있다. 정비사업은 수익금에서 지출을 뺀 금액을 조합원 자산에 나눠 그 비례율을 산정한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연계형 정비사업의 초기에는 이 비례율이 100%를 유지할 수 있다고 공공연하게 밝혔다. 그러나 현재 각 사업지를 보면 그 비례율을 지킬 수 없다는 결론이 났다. 수입은 인수자가 공모선정 된 현 시점 기준 3~4년 전 시세의 80%에 인수금이 결정 하는데 지출은 현 시점에서 결정하기 때문이다. 최근 3~4년간 토지대 기준인 공시지가는 수십 %가 인상, 공사비 등 지출가격에 대한 소비자물가지수는 4~5%가 올랐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준은 HUG의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에 인수자 선정 시기를 빠르게 가져가 각 사업지의 옥석을 가리고, 정책자금의 안정적 확보 등에서 인수가 변동을 안 두고자 한 것이다. 이러면 조합은 손실이 있지만, TF팀을 구성해 빠르게 사업을 진행해 인수 완료 후 1년 정도의 시간 안에 그 손실이 나오지 않게 하려는 복안이 있었다. 일반적인 정비사업은 정비구역지정, 사업시행계획 수립, 관리처분계획, 이주 등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 남은 것은 정부정책을 믿고 사업을 변경한 조합원이 모든 것을 떠안는 방법밖에 없다. 시간이 흘러 주변 분양시세도 올라갔음에도 3~4년 전 시세의 80%에 일괄매각 하라고 한다면 손해는 조합원의 몫이다. 이미 사업이 진행된 곳은 적정 인수가 책정이 필요하고, 그게 아니면 사업을 전면 철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실적을 위한 탁상행정이 만든 이 문제에 대해 정부는 책임 있는 보습을 보여줘야 한다. 김형규 부평4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장

[함께하는 인천] 카니발

세계축제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축제로 카니발을 꼽을 수 있다. 카니발을 사육제(謝肉祭)라고 번역하는데, 라틴어의 카르네 발레(carne vale:고기여, 그만) 또는 카르넴 레바레(carnem levare:고기를 먹지 않다)가 어원이다. 카니발은 기독교 문화에서 유래했다. 기독교 사회였던 유럽사회는 부활절 40일 전부터 사순절이라 부르며 예수의 죽음에 대한 참회의 뜻으로 경건한 생활을 하며 금식과 기름진 음식은 물론 고가 유제품, 설탕 등을 피하고 절제와 참회를 하도록 권장했다. 사순절이 시작하기 직전 마음껏 고기를 먹고 마시며 놀았다.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 문화권에선 카니발이 방탕하게 흐른다고 보고 카니발을 없애는 쪽으로 흘렀지만, 가톨릭 문화권은 여전히 사순절 전야에 벌어지는 카니발로 수놓아진다. 베네치아 카니발의 기원은 1296년에 베네치아 공화국 의회에 의해 사순절 직전의 마지막 날을 축일로 지정함으로써 카니발은 공식적인 축제가 됐다. 카니발 기간에는 가면을 사용하기 때문에 사람의 신분과 성별, 사회 계급이 존재하지 않는 익명의 세계를 만들고, 어느 장소든 참여할 수 있고, 마음대로 가면복장을 하고 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었다. 이때 가면과 복장은 자기의 신분과 다른 신분으로 분장하고 카니발을 즐겼다. 이처럼 카니발 기간에는 모든 것이 허용돼 귀족들과 부인들도 이러한 변장을 즐겼으며, 1782년에는 러시아 황태자 부부가 신혼여행 중 베네치아에 들렀는데 황태자비가 젠다(하류계층의 베네치아 여자들의 카니발 복장)복장을 하고 산 마르코 광장에서 마음껏 카니발을 즐겼다는 일화도 있다. 가면복장의 베네치아 카니발은 오늘날에도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리오 카니발은 유럽의 카니발과 출발점이 다르다. 브라질이 가톨릭 문화권으로 카니발이 열리기는 했지만 현재와 같은 대규모로 열리지는 않았다. 포르투갈이 인디오 원주민들을 몰아내고 비옥한 대지를 차지한 후, 사탕수수 경작을 위해 아프리카 흑인들을 강제로 끌고 와 노예노동자로 삼았다. 아프리카 노예들은 특유의 격렬한 몸짓과 리듬을 통해 떠나 온 고향을 그리워하며 자유를 염원하는 축제가 카니발과 연결돼 오늘날 카니발(브라질에는 수십개의 카니발이 존재한다)이 된 것이다. 이들은 카니발의 행사에 삼바리듬으로 춤을 추며 거리에서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그러나 1930년대 초반까지는 일반적인 거리축제에 지나지 않았으나 이후 삼바학교들이 설립되고, 학교별 퍼레이드가 경연대회로 진행되며 지금과 같은 규모의 축제로 발전했다. 삼바학교들이 1년 동안 준비한 작품을 가지고 리오의 삼바 드로모의 퍼레이드에 참여하는데, 우승하면 주어지는 상금이 어마어마하지만 오히려 상금은 부차적이다.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명예야말로 최고의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브라질 삼바학교들이 리오카니발의 삼바 퍼레이드에서의 우승을 위해 1년 동안 땀을 흘리며 훈련한다. 이런 과정들이 리오카니발을 세계 최고의 관광축제로 만들어 가며 전 세계적으로 600만 명 이상을 리오데자네이루로 끌어들인다. 과거에서 시작되었던 종교적인 문화가 오늘날 세계적인 관광축제가 된 것이다. 전 세계의 2019년 카니발은 3월 5일(화요일) 피크를 이뤘다. 곽경전 부평풍물축제 기획단장

[함께하는 인천] 공감과 균형의 인권 감수성

피해자가 처해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한 성인지 감수성적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 얼마 전 안희정 전 충청남도지사의 항소심 판결문 내용의 일부다. 최근 미투 운동이나 성희롱 및 성폭력 관련 사건으로 대중매체를 통해 자주 언급되는 성인지 감수성은 인권적인 개념에서 볼 때, 감수성의 세 가지 하위 지각인식 즉, 상황지각, 결과지각, 책임지각에 대한 개념적 지식이 필요하다. 상황지각은 상황에 대한 해석 능력으로서 인권의 문제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가에 대한 능력이다. 결과지각은 자신과 타인에게 미칠 행동의 가능한 결과를 상상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며 여기에는 타인의 정서인식 능력(공감)도 포함된다. 그리고 책임지각은 인권 관련 행동에 대한 책임을 자신과 관련하여 지각하고 이를 실제 행동으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의지를 뜻한다. 이 중 이번 판결에 영향을 가장 크게 미친 것은 결과지각이다. 어떤 행동 때문에 상대방 즉 피해자가 어떻게 받아들였고 이 때문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중시한 것이다.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로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피해자 관점의 판결이다. 최근 20대 남성의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낮게 나타났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청년 실업률과 일자리, 게임에만 빠져 있고 힘든 일은 안 한다는 어른들의 차갑고도 냉소적인 시선,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무죄 판결, 게다가 사회적으로 페미니즘 정책과 판결 등으로 20대 젊은 남성들이 사회에 분노하고 있다. 인권에서 권은 정의의 여신 디케가 들고 있는 저울추 권이 어원이다. 저울의 핵심은 저울추를 중심으로 양쪽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필자는 최근 노인복지시설 종사자를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하면서 주로 강조하는 내용이 요양시설이 행복하려면 입소한 어르신들의 삶도 최우선시 돼야 하지만 저울추 원리처럼 다른 한편에 있는 종사자의 인권과 복지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권력을 가진 갑으로부터 을을 보호하면서 있는 자들의 횡포를 막자는 취지도 좋다. 하지만 사실도 아닌 내용을 아니면 말고식으로 공익을 빙자한 제보나 신고를 해 도리어 선의에 피해자가 생겨남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다. 인권감수성은 지식이나 기술이 앞서서는 안 된다. 우리가 호흡하는 현실, 의식과 맥을 같이해야 하며 모두가 인지하고 공감할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다. 노인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기초연금 인상과 노인 일자리를 확대하는 정책도 좋지만, 이 때문에 증가하는 세금을 부담하는 젊은 층 과 기성세대를 이해시키고 공감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이것이 바로 인권의 기본이념인 저울추의 균형과 중심이다. 책임 있는 자리에 있으면 이른 시일 안에 구체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이 생긴다. 하지만 조급함 때문에 도리어 부작용과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정희남 인천시 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함께하는 인천] 뱀의 껍질을 벗기다

선배들이 천국이라고 말하는 의예과(예과) 2년을 수료하고 나면 이른바 지옥이라는 의학과(본과)에 진입해 의학의 모든 지식을 배운다. 기초과목을 시작할 때 학생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것은 단연 해부학 실습이다. 이외에도 6년 동안 다양한 실습을 많이 해야 했다. 개구리부터 토끼나 자라를 이용한 생리학실습, DNA를 추출하는 생화학실습이 기억나지만, 가장 잊지 못할 실습은 살아있는 뱀을 직접 잡아 껍질을 벗겨 애벌레를 확인했던 기생충학실습이다. 본과 2학년 1학기 때, 서울의 봄을 겪을 때였다. 그날 종합실습실에는 조마다 큰 유리 수조가 두 개씩 있었고, 하나에는 맑은 물이 담겼지만, 다른 하나에는 꼭 장어같이 생긴 뱀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2인 1조로 뱀의 머리를 자르고는 껍질을 벗기는 일이 우리들의 몫이었다. 태어나서 살아 꿈틀거리는 뱀은 본 적도 없는데 손을 대야 한다니 겁에 질려 한없이 머뭇거리기만 하자 C교수님이 다가와서 손수 시범을 보여주셨다. 머리를 자르고는 목 부분에 수평으로 절개해 껍질과 몸통 사이에 틈을 냈다. 나에게 뱀 몸통을 쥐고 있으라고 하시고는 껍질을 잡아 벗기기 시작했다. 내가 잡고 있던 부분이 하도 미끈거려서 그만 놓치고 말았다. 뱀의 꼬리가 튀겨서 교수님의 얼굴에 닿았다. 죄송한 마음에 이번에는 온 힘을 다해 놓치지 않게 꼭 잡았다. 벗겨진 껍질 밑으로 드러난 뱀의 흰 살을 물이 들은 수조에 넣고 헹궜다. 그러자 껍질과 몸 사이에 살던 많은 유충이 허옇게 떠다니는 광경이 드러났다. 만손열두조충(Diphyllobothrium mansonoides)의 2차 유충인 스파르가눔(sparganum고충)들이었다. 촌충이나 십이지장충 편충 등을 외우기도 바쁜데 개구리나 뱀을 날로 먹어야 감염되는 스파르가눔을 왜 직접 학생들에게 보여 줬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30년 뒤였다. C교수님이 정년퇴임 후 가천대학교에 초빙교수로 근무하시는 동안 뵐 기회가 있었다. 학생시절에 뱀 잡던 날 이야기를 꺼냈더니 그 실습을 기획한 배경을 설명해 주셨다. 후일 대통령까지 지낸 공수여단장 밑에 특전사 상사가 있었어. 부인이 날마다 남대문시장에서 뱀을 사오면 그 상사는 부대원들이 훈련받는 산에 뱀을 풀어놓았지. 시범으로 한마리 날로 잡아서 껍질을 벗겨 먹고 부대원들도 따라하게 했지. 후일 언론에서 뱀에 기생충이 있다는 것을 듣고, 수도 없이 뱀을 날로 먹은 일이 불안해져서 검사를 신청했지. 전공인 내게 의뢰가 왔고, 엘라이자(ELISA효소결합면역흡착검사)로 검사해보니 스파르가눔 양성으로 나와서 그는 나중에 보상받게 됐어. 학생들에게 뱀의 껍질과 몸통 사이에 사는 라바(larva애벌레)를 보여주려고 그 실습을 만들었어. 소화기를 통해 섭취된 스파르가눔이 피부에 가면 염증과 통증을 일으키고, 뇌로 가면 어지럼증, 간질 발작, 마비, 혼수상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유효한 약이 없어서 수술로 제거해야만 한다. 그 실습에서 뱀 껍질 밑에서 사는 스파르가눔을 확인한 우리 동기생들은 평생 뱀탕을 입에 대지 않았을 것이다. 얼마 전 의협신문에서 C교수님의 부고를 보았다. 요사이도 쓰이는 다항원혈청진단법이 바로 그 교수님의 업적이라는 것을 기억한다. 다시 한 번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함께하는 인천] 신은 자연을 만들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

영국 시인 윌리엄 쿠퍼의 말이다. 해석의 여력이 없어도 감히 그 의미를 가늠할 수 있는 명언이다. 전국이 도시재생의 열풍으로 한창인 가운데 그 의미는 더욱더 무겁게 다가온다. 중앙정부와 공기업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온 힘을 다해 도시재생 집중하면서 성과에 목말라하는 주민들 앞에서 도시계획가들은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며 때로는 무력감도 함께 한다. 우리가 사는 도시는 우리가 만들고 우리의 가치를 부여하여 왔다. 그런데 그 생명이 다한 모습으로 다가와 임종을 앞둔 상태에서 새 생명으로 태어나기 위해 온갖 힘을 다하는 모습이다. 천지 만상에 있는 모든 특효약을 수만리 이국땅에서 찾아와 임상실험도 거치지 않고 복용하기도 하고 임기응변으로 처치하기도 하였다.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수입하여 복용하여 기적처럼 회복하기를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도처에서 한숨소리가 들린다. 한탄과 함께 거센 비판의 목소리도 웅성거린다. 5년간 50조를 퍼부어 4대 강에 버금가는 실패한 도시사업으로 섣부르게 예단하면서 평가 절하하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은 필연적인 도시의 본질을 잘 반영하는 당연한 현상이다. 도시는 신이 준 자연을 활용하여 오랜 시간에 걸쳐 인간이 만들었다. 인간은 끊임없이 각기 다양한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고 성취하여 생존을 유지해 왔다. 생존을 위해 유지한 삶의 터전으로 온갖 천차만별의 사람을 담아온 그릇이 도시이고 그 그릇을 통해서 욕망을 충족하는 것을 반복해 왔다. 그러한 그릇이 각기 수명을 다한 상황으로 다양한 처방을 기다리는 것이 현대도시의 천양지차의 모습이다. 각기 다른 인종과 기후, 자연 상태, 역사와 문화 등을 통해 다양한 도시들이 탄생하여 성장 발전하면서 생명을 누려왔다. 우리나라의 도시는 안타깝게도 선진국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나 고도성장의 힘겨운 무게를 감당하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 산업혁명을 통해 정상적으로 도시를 발전시킨 선진국과는 반대로 어설픈 도시들이 먼저 태어나 버거운 산업화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산업혁명에 필요한 자원이 부족했기에 어설픈 도시에 공장을 건설하였고 부족한 자원을 교육이라는 인적자원으로 극복하여 고도성장한 저력을 보여주었다. 우리의 도시는 근본적으로 허약한 체질로 탄생하여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면서 그 역할을 수행한 고유의 특질을 가지고 있다. 선진 유럽의 정상 체질의 도시와는 달리 도시인프라와 산업구조 같은 기본 체질이 허약해서 새 생명을 불어넣어 재생하는 것은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건물의 구조와 재질, 도로구조와 필수 도시기반시설, 산업구조 등이 허약해서 회복력이 취약하다. 따라서 선진국들이 성공한 도시재생의 성공 효과가 우리나라에서는 기대에 못 미친다. 체질이 다른데 처방이 같으면 효과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는 이치이다. 우리는 선진국들이 가지지 못한 열정적인 문화가 있다. 고도성장을 이룩한 최고의 인적자원이 바로 그것이다. 도시는 늘 주민이 함께하여 오랜 역사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독특한 생명력을 갖고 있다. 도시는 주민이 참여하여 다 같이 멀리 보며 함께하면 영원히 우리 것이 된다. 신이 준 자연은 우리와 함께하는 도시를 우리 스스로 만들 기회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문화의 획일화와 수용·재해석

문화는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의 이야기는 다양하다. 단순하게 공연예술만을 문화라고 보는 협의의 개념과 인간 삶의 총화라는 광의의 개념으로도 이야기될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보는 문화라는 용어는 매우 다양하게 인식되고 있다. 예를 든다면 음식문화, 건축문화, 게임문화 등 매우 다양하다. 이처럼 문화에 대한 개념이 다양한 것은 인간의 삶을 폭넓게 문화라고 보는 광의의 개념으로 이야기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문화가 획일화될 수는 없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태어나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성향과 취향이 획일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교통의 불편함과 매스미디어의 부재인 상황에서 일정 지역에 사는 사람들만의 고유의 문화가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만을 본다면 각 지역의 다양한 문화가 존재한다. 즉 한국 문화도 획일화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록 구들장문화처럼 일부 획일화된 건축문화가 존재하기는 했지만, 교통과 자연의 조건에 따라 사람의 이동이 제한된 상태에서 음식문화를 비롯한 공연예술도 지역마다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대사회로의 진입에 따라 문화에 대한 급격한 변화가 발생했다. 세계는 교통의 빠르고 편리함에 따라 사람들의 이동이 빨라졌다. 또한, 매스미디어의 발전에 따라 지구의 반대편에서 일어난 일들도 실시간으로 우리에게 전달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고유문화가 유지되기보다는 새로운 외래문화가 급격하게 유입되는 사례가 많아진 것이다. 특히 새로운 세대가 우리 고유의 문화를 제대로 받아들이기도 전에 새로운 문화의 유입은 고유문화의 연속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은연중에 서구사회 특히 미국의 문화를 비판 없이 수용하고 있다. 마치 미국의 문화가 절대선 인양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미국의 문화가 직접적으로 우리의 의식체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럼에도 수용과 재해석이라는 틀거리로 획일화를 거부하는 우리의 문화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문화의 현상을 보면 우리가 수용하고 재해석한 문화가 역으로 서구사회로의 역유입이 일어나고 있다. 서구문화의 개념을 빌렸으되 수용과 재해석이라는 형식으로 우리 문화가 서구사회로 진입되는 것이다. 이미 K-pop은 말할 것도 없다. 드라마는 아시아를 넘어 서구사회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을 제3세계 입장에서 본다면 또 다른 외래문화 침략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유입된 서구사회의 문화로 획일화되기보다는 우리 성향에 맞는 형태로의 수용과 재해석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부분들이 아시아 등 다른 문화권을 넘어 서구사회가 익숙한 형식을 통해 새로운 의식을 담아 낸 우리의 문화가 서구사회에 신선함을 던져주는 것이다. 외래문화의 유입으로 고유의 문화가 사라질 수 있다. 그렇지만, 유입되는 외래문화의 태풍 속에서 고유의 문화를 지켜내고자 노력할 수 있다면, 유입되는 외래문화로의 획일화보다는 수용과 재해석이라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우리 고유의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곽경전 前 부평구문화재단 기획경영본부장

[함께하는 인천] 노인연령 상향에 따른 딜레마와 꼼수

UN에서 세계 인류의 체질과 평균수명을 근거로 연령분류 표준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 사람의 평생 연령을 5단계로 나눠 발표했는데 연령별로 0세~17세를 미성년자, 18세~65세를 청년, 66세~79세를 중년, 80세~99세를 노년, 100세 이후는 장수노인이라고 정했다. 실례로 우리나라 경로당은 65세 노인은 이용할 수 없고, 75세가 넘어야 주전자 들고 물시중을 드는 막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65세가 된 나도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경로당에 가는 것 자체를 꺼리기도 한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최근 정부는 만 65세인 노인연령 기준을 올리고자 태스크포스(TF)를 구성, 각종 정책사업별로 노인연령 기준을 정비하고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가 상생할 수 있는 어젠다를 발굴할 계획이다. 하지만 각종 복지 정책의 기준이 되는 노인연령을 만 70세로 올리자는 제안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있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노령층 표심을 의식해 선뜻 실행에 옮기지 못한 탓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21대 총선이 코 앞이라 노인연령 기준을 올리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노인 연령 상향론이 다시 나오고 있다. 심각한 저출산고령화로 의료연금 등 노인 복지 재정 부담이 급증하는 게 첫째 요인이다. 65세 이상 70%에 지급하는 기초연금만 해도 올해 재정 부담액이 10조원을, 2022년에는 20조원을 돌파한다. 건강보험 진료비도 총인구의 14%인 노인이 전체 진료비의 40%를 쓰고 있다. 노인이 늘어날수록 노인의료비 부담이 커져 국민의 건강보험료 인상 부담은 커진다. 둘째 이유는 근로 인구 부족 사태다. 한국의 경제활동 인구(만 15세부터 64세)는 2015년에서 2050년까지 1천만명 정도 감소해 일본만큼 심각하다. 정년을 연장해 노동시장의 근로연수를 늘이자는 것이다. 하지만 노인 연령 상향으로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양질의 노인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노인연령 기준을 올리면 복지 혜택을 받는 나이가 함께 미뤄져 퇴직과 함께 빈곤으로 떨어지는 소득 절벽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이때 기초연금 등 수급자에서 제외되는 65세부터 69세까지의 노인 소득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노인의 절대빈곤율은 10.2%, 상대빈곤율은 8.7%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필자는 기존 정부에서도 시도했지만 번번이 좌절됐던 노인연령 상향 정책을 굳이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시도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기존 65세부터 70세 미만 노인들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제2의 IMF라고 할 정도로 어려운 경기상황을 타개하고자 노인연령 상향으로 노인에게 지급하는 예산을 내수시장에 돌려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려는 꼼수라는 의구심 때문이다. 세계 노인들 가운데 80번째를 차지하는 노인소득수준과 OECD 국가 중 노인들의 자살률 1위라는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이 경제적 문제와 빈곤임을 감안하면 노인연령 상향 정책은 노인자살률과 빈곤율을 상승시켜 궁극적으로 노인복지에 역행하는 정책이 될 전망이다. 정희남 인천시 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함께하는 인천] 박자의 역할

몇 년 전부터 새해의 문을 열 때면 지구 반대편에서 불과 몇 시간의 시차를 두고 중계되는 신년음악회를 비교적 음향이 좋은 영화관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즐기곤 했다. 해마다 연말연시에는 회식도 많고 수술도 많아, 피곤하고 어깨도 뻐근한데, 모처럼 심신을 휴식하는 시간이 됐다. 올해는 베를린 필하모니의 신년음악회를 평소처럼 세 자리 예약했는데, 어머니가 지난주에 부정맥으로 입원해, 음악회까지 동반할 형편이 안되어 아내와 둘이서만 가게 됐다. 베를린 시립교향악단(Staatskapelle Berlin)의 종신 지휘자인 아르헨티나 출신 다니엘 바렌보임(1942~)이 모차르트의 대관식을 관현악단을 지휘하며 직접 피아노로 연주했다. 이후 라벨(Ravel, 1875~1937)의 스페인 랩소디, 어릿광대의 아침 노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지휘했다. 스페인 랩소디에서 캐스터네츠가 플라밍고 무용수를 떠올리게 했다. 80세를 바라보는 노지휘자가 다부진 체격으로 두 시간 가까이 지휘하다 보니 힘이 퍽 들겠다는 생각이 들 즈음에 마지막 곡 볼레로가 연주되었다. 조용하게 울리는 스네어 드럼으로 리듬이 속삭이듯 곡이 시작됐다. 바로 노래조의 가락을 플루트가 연주하고, 클라리넷이 받아서 되풀이했다. 이 가락은 목관 악기로 넘어가고, 다른 악기들이 추가되어 점점 연주되는 악기들이 많아졌다. 속도가 빨라지고 음색이 커지도록 악기들이 추가되어도 처음부터 끝까지 스네어 드럼이 함께했다. 특이한 점은 지휘자가 곡의 시작부분에서만 지휘하더니 곧 지휘봉을 겨드랑이에 낀 채로 줄곧 서 있기만 했다. 드럼이 일정한 속도로 리듬을 맞춰 주고 있으니 그는 안심하고 연주되는 악기들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다양한 음색의 악기들이 크레센도를 이뤄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이룰 때서야 그는 다시 지휘봉을 손에 들어 마무리했다. 마지막 앙코르곡으로 비제의 카르멘의 서곡을 듣고 돌아오면서, 볼레로에서 지휘자 대신 리듬을 이끌어간 타악기, 스네어 드럼에 대해 생각해 봤다. 고등학교시절 교련사열 때 밴드부 지휘자 바로 뒤에 따라오는 고적대의 작은북들이 지휘자는 보지 못한 채 행진하는 우리가 왼발, 왼발을 맞추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기억이 났다. 리듬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오늘도 힘든 수술을 몇 개 마쳤더니 오른쪽 어깨가 거북하다. 수석전공의와 인턴, 스크럽 간호사가 도와주지만 최종 결정은 내가 해야 하고, 책임도 내가 져야 한다. 디자인과 절개부터 모든 중요한 수술의 과정은 다 내가 담당해야 한다. 쉰다고 하면 절개 부위를 봉합하는 것 정도만 전공의에게 훈련시키고 나는 뒤에 앉아 지켜보며 숨을 돌리는 정도일까. 그때도 귀 기울여 듣는 것은 마취기 위에 있는 심전도기기에서 삑, 삑하는 심전도 소리이다.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느리면 자동으로 마취의사에게 환자 괜찮습니까?하고 묻는 말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유명한 지휘자나 연주자는 자신의 맥박수로 계산하여 곡의 빠르기를 조절한다고 들었다. 외과의사인 내게 환자의 심전도 소리가 메트로놈 역할을 한다. 부디 내가 나이가 들어도 박자의 감각을 잃지 않게 되길 소망한다.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함께하는 인천] 정의 vs 내로남불

정의란 무엇인가? 10여 년 전에 전 세계에 돌풍을 일으킨 하버드대학 마이클 샌델교수가 지은 베스트셀러이다. 매년 7천 명도 채 안 되는 학부생 가운데 무려 천 명의 학생들이 대강당에서 강의를 듣는 실제 강의내용을 바탕으로 쓴 것으로 인기가 매우 높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초청하여 강의하였고 각 분야에서 인문학 필수도서로서 추천되기도 하였다. 일부 독자들은 추천의 근거나 내용의 의미를 알지도 못하고 누구나 꼭 읽어야 하는 의무감을 부여받게 되어 마지못해 읽어야 했었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우리 시민이 살면서 부딪히는 어려운 질문들을 평이하게 설득력 있게 풀어나간다.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에서 출발해서 칸트, 루소, 로크,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현대의 자유주의 이론의 대가 존 롤스까지 두루 소개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매우 어려운 난해한 이론을 비교적 쉽게 전개하여 설득력을 높이고 있어 독자들을 매력적으로 끌어들인다. 이쯤에서 왜 이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게 되었는지를 짚어보면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 당시 전 세계가 아프게 경험한 금융위기가 그 본질일 것이다. 신자유주의로 인해 경제위기를 경험하면서 자유주의에 대한 기존의 이론이 비판받게 되고 대안적 자유주의를 요구받게 되었던 시대적 상황이었다. 이러한 욕구에 부응하여 샌델은 오랫동안 축적한 공동체주의를 대안적으로 제시하면서 그 갈증을 해소하는 청량제 역할을 한 것이다. 개인의 선택은 보장하되 함께하는 사회도 소중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감히 정리할 수 있다. 우리는 개인이든 집단이든 끓임없이 선택을 한다. 경우에 따라 선택의 자유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아주 자유스럽게 각자의 선택을 한다. 모든 개인이 다른 선택의 기준을 가지며 선호도도 다양하기에 선택의 결과는 하나로 수렴되기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선택의 결과는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간혹 갈등의 양상으로 부각되기도 한다. 갈등이 심화하면 사회적으로 이슈화되어 정책의제로 설정되고 큰 비용과 노력을 통해 해결을 모색한다. 갈등의 해소과정은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 샌델의 정의론이다. 여러 사회 정치적 문제를 떠안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가치를 내세웠다. 매우 매혹적인 슬로건으로 많은 기대와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요즈음 여러 분야 특히 경제문제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모든 문제의 근원을 정부의 정책실패로 비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 각 분야에 누적된 적폐를 청산하는 것까지도 비난하면서 흔들고 있다. 그러면서 동원하는 용어가 내로남불이다. 지역사회에서도 중앙정부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의 선택을 인정하지 않고 나만이 옳다는 민원을 제기하면서 사회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어 안타깝다. 목소리가 크면 이긴다는 소아적 주장이 난무하는 사회는 정의롭지 않다. 원도심과 신도시, 송도와 청라, 그리고 현시정부와 과거 시정부 정책 등이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볼썽사나운 모습이다. 정의로운 사회는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면서 소통하여 함께하는 것이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부평 조병창

부평의 지형은 해안과 가까이 접해 있으면서도 계양산에서 시작하여 철마산과 만월산을 지나 부천의 원미산까지 반원형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해안가와 분리시킨 지형이다. 이러한 지형은 해안으로 접근하는 외부 세력에 의해 어느 정도 보호될 수 있는 지정학적 조건에 속할 수 있다. 또한 경인철도가 부평을 지나면서 철도가 서울로 이어지는 것도 교통의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이러한 요소들이 반영되어 일제가 부평지역에 군사무기들을 생산하는 조병창을 건설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1909년 일제에 의해 전국적인 토지조사사업 이전에 부평에서 최초로 시험 조사를 했는데, 이로 인해 부평지역에 토지구획정리 등이 이루어졌다. 이런 조건들이 조병창을 건설하기 위한 도시계획을 수립하는데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처럼 일제가 제국주의 침략을 노골화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삼았던 부평 조병창의 이야기는 독립운동의 역사에서 소외되었던 지역이기도 했다. 강제 징용당한 노동자들의 일부일지언정 태업을 통해 일제의 전쟁능력을 약화시키거나 무기를 빼내 독립운동이 사용하고자 했던 노동자들의 이야기도 있으나 제대로 된 발굴조차 이루어지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독립운동사에서 소외당했던 조병창을 배경으로 민초들의 이야기를 뮤지컬화해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의 컨텐츠 공모에 선정되었던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 조병창은 이 땅에 살아가던 민초들의 이야기다. 정사(正史)가 아닌 야사(野史)에 나올 수 있을 법한 이야기다. 강제노역의 역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함 속에서 삶을 추구하던 민초들의 이야기다. 태평양 전쟁이 격화되던 시기는 많은 자원을 요구하게 되었다. 일제는 한반도에서 가정의 놋그릇과 사찰의 종마저도 강제적으로 징발하게 되었다. 또한 노동력이 부족하자 청소년들까지 강제성을 띠고 조병창의 노동자로 끌어들였다. 독립운동은 양반출신들만의 활동이 아니라 훨씬 많은 민초들의 활동이 토대가 되었으나 정작 민초들의 활동을 중심으로 그려낸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극단 아토에서 만들어 낸 뮤지컬 조병창은 더욱 새롭다. 그동안 인천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개항장 위주로 이야기했다. 마치 개항장 시기의 스토리가 아니면 인천의 스토리는 존재하지 않는 듯 거의 모든 포커스가 개항장 위주로 맞춰져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극단 아토가 만들어 낸 뮤지컬 조병창의 스토리는 부평을 품어낸 인천의 역사를 수면 위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새롭다. 그러나 아쉬움은 상당하다. 일반적으로 뮤지컬은 많은 예산을 요구한다. 다양한 무대와 많은 배우, 창작해야 하는 노래들을 고려하면 많은 예산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인천의 역사를 담아 낸 소재의 작품을 공연예술 작품으로 내놓으려 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예산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른 작품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서 예산의 지원이 적당하게 지원된다면 제대로 된 작품의 완성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뮤지컬 조병창과 같은 작품들에 대한 예산의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인천을 대표하는 공연예술 작품 중 하나로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굳이 개항장뿐만 아니라 조병창처럼 인천의 다양한 스토리를 문화예술로 승화시켜 낸다면 인천의 문화예술을 좀 더 풍부해질 수 있을 것이다. 곽경전前 부평구문화재단 기획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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