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한일관계 변화된 현실에서 봐야

찬반양론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지만, 일본에 대해서는 여전히 민감하며 제한된 시각만이 용인된다. 일본도 세계정세도 크게 변했다. 한일관계는 현 일본의 실제 모습과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과의 관계 속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소련이 군사적 완충지역이라 생각한 우크라이나의 변화를 이유로 침공을 감행, 전쟁을 벌이고 있다. 남북 관계의 변화가 중러에 적대국과 국경을 마주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면, 한반도는 우크라이나와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된다. 서방세계가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공감하면서도 직접적인 군사적 개입을 하지 못하는 것은 관계 설정의 미비 탓이다. 국가안보를 위한 선택은 현실적 문제이다. 현 북한의 중러와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한국은 한미, 또는 한미일의 관계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안보가 일본을 배제한 미국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기를 희망하지만, 미국은 한미일의 협력 속에서 설계하려는 태도이다. 아니면 중러와 협력하여 미일과 대항하는 선택이다. 주변국에 대한 중국의 태도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국과 상관없는 일이니, 미일을 버릴지언정 중러를 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취하는 한국에 대한 태도에서 한중간에 공정한 관계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북한의 핵 개발이나 미사일 발사는 차치하고 중러가 세계 최고의 군사 강국을 지향하며 주변국을 위협하고 있는데, 이에 대처할 방법이 한미일의 협력뿐이라면 한미일의 관계는 공고히 할 수밖에 없다. 유사시 한국의 대 북중러 대응에 필요한 현실감각이 요구된다. 원죄가 있지만, 일본에 대한 견해는 현 일본을 제대로 보고 내놓는 합당한 것이어야 한다. 현재의 일본을 한국이 지향하는 국가관에 비추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이 한국을 호시탐탐 노리며 침략을 감행할 위험한 나라인지, 자유민주주의 시장원리에 반하여 함께 하기 어려운 나라인지 들여다보는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사회를 함께 공유할 수 없는 일본, 일본인이라면 배척함이 마땅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관계 개선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 한국이 일본과 깊은 협력관계를 선택한다고 하여 과거를 잊는 매국 행위라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역사를 기억한다며 한국을 둘러싼 모든 나라를 적대국으로 만들 수는 없다. 역사의 교훈은 과거 속에 매몰되어 현실감각을 잃는 것이 아니다. 일본의 군사 대국화든 한미 동맹관계의 변화든 미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몫이다. 변화된 세계질서 속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현실적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대목이다. 모세종 인하대학교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관리부실 문화시설들 어찌하오리

“지속적으로 관심과 관리를 해주었다면 이 정도의 비용이 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1994년 개관한 인천문화예술회관의 전면 개보수공사를 위한 494억 원의 예산이 확정되자 한 인천시의원이 SNS에 올린 글이다. 공연기획가이자 경영자로 활동하는 그는 비 새는 옥상 수리, 공연장 내 유리섬유 오염물질 제거 작업, 회전무대 작동오류 등 30년 가까이 운영되는 동안의 인천문예회관 민낯을 지켜본 예술인이기도 하다. ‘가래로 막을 일, 쟁기로도 못 막는다’라는 속담처럼 작은 문제들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문화시설 신축비용과 맞먹는 엄청난 혈세를 개보수공사에 투입하게 됐다. 요즘 지역문화재단에서 한시적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직분을 맡으면서 이런 일이 빚어진 이면을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인천문예회관이 지어질 당시만 해도 인천은 ‘문화의 불모지’라는 오명을 안고 있었다. 당시 필자도 ‘문화가 척박한 인천’이라는 목소리나 예술촌 조성 시민운동 등의 기사를 많이 썼다. 주로 공간과 시설 등 문화인프라 부족과 같은 하드웨어 측면에서 문제점을 짚었다. 도시의 문화 정체성은 사람을 중심으로 하드웨어와 스프트웨어의 균형을 통해 제대로 찾을 수 있다. 인천에서는 여전히 문화예술시설 부족과 관리 미흡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개발이익금으로 신축한 송도국제도시 내 ‘아트센터 인천’은 뛰어난 음향시설과 멋진 관람석 배열을 자랑하지만 공연 무대가 비좁아 수준급 오케스트라단 연주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설계 당시 공연 전문가의 조언을 제대로 들었다면 이렇게 한심한 일은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시민들을 위한 일상적 프로그램이 진행되지 않아 ‘빛 좋은 개살구’ 같은 문화시설이라는 원성을 듣고 있다. 기부채납으로 이뤄진 문화시설이 이런 식으로 허점투성이다. 화약실험장 일대 도시개발지구인 ‘논현소래지구 에크메트로’ 덕분으로 지어진 ‘소래아트홀’도 마찬가지다. 한화건설이 300억 원가량 투입해 건립한 뒤 운영비까지 주고 남동구에 기부했던 공연장인데 문제가 많았다. 2011년 개관 초기 지붕에서 물이 새고, 공연 장비 반입시설 미비로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한 끝에 문을 열 수 있었다. 청라호수공원의 한적한 곳에 들어선 ‘청라블루노바홀’은 지난해 7월 개관한 이후 금속성분 지붕에서 발생하는 결로현상으로 공연장 위쪽엔 30개가량의 물받이통을 배치해놓은 실정이다. 또 분장실과 무대를 계단을 통해 오가도록 설계해 공연자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시공업체와 설계업체 간 책임 소재를 가리고 있는데, 관리 책임 또한 적지 않다. 시설 노후화로 올 연말경 개보수공사를 앞둔 서구문화회관도 눈가림식이 아닌 공연장으로서의 근본적인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연시설 전문가의 지적이다. 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함께하는 인천] 배다리 지하차도 착공

‘배다리’란 ‘작은 배들을 한 줄로 띄워놓고 그 위에 널판을 건너질러 깐 다리’ 또는 ‘교각(橋脚:기둥)을 세우지 않고 널조각을 이어놓은 다리’를 말한다. 정식으로 다리를 만들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때 급하게 배들을 이어 세워 다리 구실을 하게 만들거나, 물길이나 갯골이 그다지 넓지 않을 때 널조각 등으로 이를 대신하는 것이다. 1795년 정조 임금이 경기도 화성에 있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에 참배하러 갈 때 한강에서 상인들의 배를 이어 임시 다리 역할을 하게 했는데, 이런 것이 바로 배다리이다. 또 1872년 조선 정부가 만든 「군현(郡縣)지도」를 보면 지금의 인천 연수구 선학동과 남동구 남촌동 사이쯤으로 길게 흘러들어오는 갯골의 끝에 ‘주교(舟橋)’, 곧 배다리가 놓여있다는 표시가 나온다. 따라서 배다리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이고, 우리나라 여기저기에 이 이름을 가진 곳들이 있다. 이중 지금 인천의 배다리에서는 1900년대가 시작되기 이전에 다리가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리와 갯골이 모두 없어졌어도 그 이름은 여전히 남아 추억의 더께를 더하고 있다. 이곳 배다리 일대에는 경인철도 기공식(起工式:1897년) 자리, 개교한 지 100년이 훌쩍 넘은 영화학교와 창영초등학교 등 많은 역사 유적이 모여 있다. 하지만 이곳은 무엇보다 헌책방 골목으로 유명했다. 나이 쉰을 넘긴 인천 토박이라면 50여 곳의 헌책방이 모여 있던 1970~80년대의 이곳 모습을 아련히 기억할 것이다. 지금은 그때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쪼그라들었지만 그래도 1973년에 문을 연 「아벨서점」을 비롯해 10여 곳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이 주변에서 ‘숭인 지하차도’ 착공식이 열렸다. 주민들의 반발로 10년이 훨씬 넘도록 시작도 못 했던 사업이 탈출구를 찾은 것이다. 배다리를 지나는 이 지하차도는 중구 신흥동~동구 송현동을 잇는 산업도로의 일부다. 주민들은 이 도로가 배다리의 역사 유적과 문화적 분위기를 해치고, 생활환경에도 큰 피해를 줄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그러다가 3t 이상 화물차 통행금지, 지하차도 위에 문화센터와 공원 건설 등 여러 조건에 합의해 공사를 하게 됐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인천시와 주민들은 그동안 수십여 차례의 협상 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번거롭더라도 이렇게 서로를 설득하고 타협해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이다. 민주주의는 결과보다 과정과 절차에 있는 것 아닌가. 100% 만족하지는 못 해도 합의를 지키는 자세. 이번 배다리의 사례가 다른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갈등에 좋은 본보기가 되길 바란다.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함께하는 인천] 입어보고 싶은 인천 티셔츠

힘겨운 코로나를 뚫고 봄꽃이 피어난다. 마음이 들뜨고 일정표를 뒤적이며 가까운 어딘가 봄나들이를 계획해본다. 많은 이들이 그러지 않을까. 인천은 서울과 경기라는 인구 집적지에서 가까운 편이다. 마음만 먹으면 지하철로도 움직일 수 있다. 운치 있는 장소와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거리, 갈 때마다 그 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면 말이다. 사실 풍성한 자원들을 갖고 있으면서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기념품도 마찬가지, 권할 만한 것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기념품은 기억의 중요한 매개체이다. 어렵게 시간 내서 떠난 여행은 그것만으로도 즐거운데 기대만큼이나 멋진 여행지를 만났다면 더욱 행복하다. 이 기분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서라도 기념품 하나씩은 갖고 싶다. 꺼내는 순간 특별했던 경험, 그 장소와 거리를 걸었던 그 시간의 기분이, 살랑거렸던 바람이, 함께 잡았던 손이, 흥얼거렸던 음악이, 그곳만의 맛있었던 음식이 떠오른다. 기념품을 사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그 경험이 좋아서 오래 오래 기억하고 싶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꺼이 지갑을 열고 싶은데 막상 살만한 게 없을 때, 실망한다. 만들어보자. 남들에게 즉각적으로 보이는 효과에다 실용성까지 생각한다면 티셔츠도 좋을 것 같다. 사람들이 보고 “오 거기가 인천이에요? 입고 다닐 정도면 정말 좋았나 봐요”라고 할 수 있도록. 세상 그 어디에도 없고, 오로지 인천에서만 만들어지고 택배도 안 되고 직접 와야만 구할 수 있는 가치 있는 기념품. 가지기 위해서라도 인천에 들르고 싶게 만드는, 그럴 수 있는 티셔츠는 어떤 것일까. 혹시나 ‘아이 러브 뉴욕’을 흉내 낸 로고가 적힌 티셔츠가 떠오른다면, 머릿속에서 지워 주시라. 어디에서나 쉽게 접하고 구할 수 있는 것은 가치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인천의 의미 있는 장소가 드러나고, 색과 디자인이 세련되면 좋겠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 재질도 인천과 상관적이면 좋겠고, 환경이나 생태의 미래 이야기도 그 속에 담았으면 좋겠다. 품질도 괜찮아서 여러 번 빨아 입어도 여전히 살아있어 오래 기억을 붙잡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내년 봄, 타지에 봄나들이 갈 때 그런 인천 티셔츠를 입고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상정 인천대 불어불문학과 문화대학원 교수

[함께하는 인천]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는 러시아의 국민마저 규탄대열에 동참했다. 권력자들은 권력 유지를 위해 인류의 평화를 짓밟는데, 인생에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는 것인지, 권력욕이란 그렇게 실현되는 것인지, 국익이 무엇이고, 국가를 지킨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오늘의 한국도 평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작 위태로울 수 있는 한국의 평화는 지속 가능한 것인가. 남북관계가 그저 남북만의 문제라면 지혜로 풀어갈 수 있을 텐데, 주변 강대국에 얽혀있어 방도를 찾기가 어렵다. 주변국에 진정한 우방은 없고, 미국은 어찌 보면 먼 곳에 있다. 국가 간 분쟁은 권력자들의 국익을 빙자한 사익 추구에서 초래되고, 강대국의 월등한 군사력 앞에 약소국이 부르짖는 선과 정의는 그저 감상적인 구호가 되고 만다. 약자가 부르짖는 평화에 강자의 대답은 국익을 내세운 폭거이다. 사실 국가권력자들에 의해 벌어지는 국가 간 충돌은 대다수 선량한 국민과는 무관한 일이다. 권력자에 추종하거나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국민이 존재하지만, 어느 나라의 국민도 기본적으로는 선을 추구할 것이다. 국가권력자와 국민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할 이유이다.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전쟁은 부메랑으로 돌아와 권력자 자신을 몰락시키는 도구로 작용한다. 지구상의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전 세계인의 유대관계가 필수적이다. 우리가 세계의 정보를 얻고 있는 것 같아도 그 속사정까지는 들여다보기 어려워, 주변국에 대해 우리만의 생각으로 과한 반응을 내놓곤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별것 아닌 일인데도 온라인상으로는 전쟁이라도 벌이듯 치열하게 다툰다. 애국이라며 자국 중심의 이기적 사고에서 탈피하여 주변국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지 않는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스포츠와 문화, 역사문제에도 마찬가지이다. 국민을 자극하는 정치인들의 어설픈 관여는 안 된다. 국민감정이 권력자들의 폭거를 유발하고 정당화할 수 있다. 역사는 기억하되 주변국과의 관계는 현재와 미래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 평화를 거부하고 힘을 매개로 위협적이며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주변국에는 부당함을 말하고 이에 대항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의나 평화를 외치는 것만으로 폭력은 막아낼 수 없다. 자주국방이 모든 외침을 막아주는 전능한 것일 수 없다. 한국의 안보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한미일의 진정한 협력체계 구축 외에 닥쳐올 미래 위협에 대비할 현실적 방도는 있겠는가? 모세종 인하대학교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팬데믹 헤쳐나가는 한류 문명

변이 바이러스의 끊임없는 출현으로 글로벌 팬데믹이 장기화 국면이다. 가족이 확진 판정을 받아도 얼마 전처럼 충격에 휩싸이지 않는다. 양성으로 1주일간 자가격리를 마치고 정상으로 돌아온 지인이 웃으며 농담을 건넨다. 확진되지 않았으면 사회생활 잘못한 거야. 그렇다. 코로나 19에 대한 걱정, 불안, 스트레스는 사그라지지 않지만, 인류의 탐욕으로 빚어진 전염병인 만큼 심한 독감으로 치부하고 여러 사람들 자주 만나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 팬데믹은 일상의 삶과 문화를 빠른 속도로 바꾸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사물인터넷이 결합된 디지털 세상으로의 문명적 전환이 갑작스럽게 일어나고 있다. 이미 준비됐던 첨단기술이 예비 시험단계 없이 눈앞에서 새로운 뭔가를 자꾸 만들어내니 코로나19가 2030년을 2020년으로 앞당기는 타임머신 역할을 하는 듯하다. 비대면 사회의 생활패턴에 맞춘 비즈니스가 세계 곳곳에서 선보이고 있고 친환경 기술, 가치 소비, 자원순환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오래 지속되면서 갖힌 자의 고립과 고독을 치유할 수 있는 문화적 삶에 대한 갈망도 커지고 있다. 문화(culture)의 어원은 경작 재배를 뜻하는 라틴어 colore에서 파생돼 농업(agriculture), 박테리아 배양(bacteria culture)에 문화라는 말을 붙인다. 문화는 자연상태에 인위성을 가미해 변화시키고, 창조적 변용을 이루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고급문화, 대중문화, 민속문화, 민족문화, 민중문화, 대량문화, 노동문화 등 다양한 범주로 나눌 수 있지만 문화는 결국 인간집단의 상징체계와 생활양식 전반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류를 생각해 본다. 방탄소년단(BTS) 소속 멤버의 실수 한 마디에 멕시칸 전통요리 이름이 바뀔 정도다. 그 멤버가 SNS 영상에서 아보카도, 콩, 채소가 들어간 치폴레를 치콜레로 잘못 발음하자 미국의 거대 멕시칸 음식 프렌차이즈 업체가 트위터 계정을 치폴레에서 치콜레로 수정했다고 한다. 변방의 낯선 음악이었던 케이팝(K-POP)이 세계적 아이콘으로 성장했고, 오징어게임 지옥 등의 K-드라마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K-드라마 흥행은 겨울연가에서 시작해 대장금,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도깨비, 사랑의 불시착 등으로 이어졌다. 아시아에서 시작된 한류가 북미, 남미,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확대됐다. 부국강병의 나라보다 문화강국을 소원했던 김구 선생의 꿈이 실현되고 있는 듯하다. 한류가 시류를 탄 인기로 끝나서는 안 된다. 참여, 소통, 다양성, 협치, 분권의 가치를 담은 문화가 우리 일상에서 자리 잡아야 한다. 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함께하는 인천] 말과 글의 독립이 안 된 독립선언문

五等(오등)은 玆(자)에 我(아) 朝鮮(조선)의 獨立國(독립국)임과 朝鮮人(조선인)의 自主民(자주민)임을 宣言(선언)하노라. 此(차)로써 世界萬邦(세계만방)에 告(고)하야 人類平等(인류평등)의 大義(대의)를 克明(극명)하며, 此(차)로써 子孫萬代(자손만대)에 誥(고)하야 民族自存(민족자존)의 正權(정권)을 永有(영유)케 하노라.(이하 줄임) 그제는 제 103주년 31절 기념일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31절 기념일이 되면 이렇게 시작하는 독립선언서를 들을 수 있다. 이 선언서는 육당 최남선이 바탕글을 쓰고, 한용운손병희 등 민족대표 33인이 서명을 해서 발표한 글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글을 보고 들을 때마다 도대체 이 글은 누가 누구를 향해 선언한 것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당연히 우리 민족이, 그를 대표한 33인이 일본 제국주의와 전 세계인들을 향해 선언한 것이라는 게 정답일 것이다. 하지만 한자는 말할 것도 없고 한글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던 그 시절에 오등은 자에 아 하는 이 글을 바로 알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됐을까. 우리끼리도 잘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 어떻게 민족을 대표하는 선언문이 될 수 있나. 이 글은 애초에 이런 식으로 썼어야 했다. 우리는 이제 우리 조선이 독립국이며 조선 사람이 자주적인 민족임을 선언한다. 이를 세계 모든 나라에 알려 인류는 평등하다는 큰 뜻을 분명히 밝히고, 우리 자손들이 민족 스스로 살아갈 정당한 권리를 영원히 누리게 할 것이다. 이렇게 일반 사람들이 평소에 쓰는 단어와 말투로 썼다면 누구든 쉽게 알았을 것이고, 그야말로 우리 민족의 뜻을 대변하는 선언문이 됐을 것이다. 민족 대표 33인은 식민지 조국을 독립시키겠다는 강렬한 뜻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뜻을 이루려면 먼저 말과 글이 독립해야 한다는 사실을 가벼이 여겼던 것 같다. 문제는 한글이 생긴 뒤로도 기득권층이나 이른바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쓰는 말과 글이 일반 백성의 그것과 서로 달랐다는 점이다. 이 같은 말과 글의 2중 구조는 사회 구성원들이 우리는 하나라는 일체감을 갖지 못하게 했고, 지식과 정보의 원활한 흐름을 막아 결국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지경까지 몰고 간 것이다. 알아듣기 어렵고 꼭 필요하지도 않은 외국어나 한자어, 이상한 줄임말 등으로 가득한 요즘 우리 말과 글의 처지도 다르지 않다. 한국 사람의 말과 글을 같은 한국 사람이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이대로 그냥 내버려 두어도 정말 괜찮은 것일까.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함께하는 인천] 우리 학교에 예술가가 있다면

대학 생활이 뭐기에, 2학년이 되면 1학년 때 풍겼던 고등학생의 태는 사라지고 대학생스러워졌다. 3학년은 완전히 훌륭한 선배님이고 4학년은 학과 안에서 만나기 힘든 존재가 된다. 그렇게 보면 다가올 3월은 정말 초유의 사태다. 학교에서 수업을 받아보지 못했던 2, 3학년과 신입생이 나란히 함께 등교하는 것이다. 거의 모든 학생이 신입생인 셈이다. 매년 하던 오리엔테이션으로 되겠는가. 어떤 재학생들은 편하다고 비대면 수업을 선호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이니 더욱이나, 서로 얼굴도 익히고 이름도 외우고 마음도 열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이 뭘까 고민하게 된다. 역시 제일 좋은 건 단막극 워크샵이다. 조를 짜서 소리도 지르고 몸도 풀고 함께 대사도 외워보고, 다른 조 앞에서 실연한다는 목표하에 강당 같은 데 모이고, 누군가 지도를 하고고민은 아, 공연예술학과가 있지!로 이어졌다. 이 학과 교수님을 만나서 함께 의견을 나누다가 멋진 방향을 찾아냈다. 그런데 이처럼 학교 안에 예술가가 상주하는 곳이 몇 군데나 될까. 더 운좋게 그 예술가가 미래의 시민인 학생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이렇게 좋은 환경을 우리만 누려도 되는 것일까. 학교, 특히 초중고에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예술가가 상주하면 어떨까. 선생님이 예술가인 경우를 제외하면 학교에 예술가가 상주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 같다. 인천시에 초등학교가 258개, 중학교가 126개, 고등학교가 126개, 총 510개교. 자신의 작업에 몰두하면서도 자신의 역량과 시간 일부를 학생들에게 내어줄 수 있다는 예술가가 있다면, 그들에게 학교의 공간을 작업실로 내어주면 좋겠다. 잘 찾아보면 비는 공간들이 생겨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옆 방에서 무언가 작업하고 있는 예술가는 학생들에게 교과서만으로는 힘든, 상상력과 창의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광주시 혁신학교에서도 이런 사례가 있었으니, 아주 어이없는 이야기는 아닐 것 같다. 예술가에게는 필요한 공간을 줄 수 있고, 학생들에게는 예술적 경험과 함께 학교생활을 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그렇게 된다면 인천의 미래 시민들은 조금 더 풍성한 삶을 누리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한상정인천대 불어불문학과 문화대학원 교수

[함께하는 인천] 소리로 인체를 관찰하는 기술 ‘초음파’

몸이 불편해 병원에 내원하게 되면 진단을 위해 필수로 의료영상 검사가 먼저 이뤄진다. 이러한 검사 시 환자들은 방사선 피폭에 대해 큰 관심과 걱정을 가지고 있으므로 진단 의료영상 및 건강검진 분야에서 피폭 없이 몸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방법들이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 중 소리로 인체를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인 초음파는 피폭 없이 환자에게 고통이 거의 없는 방법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고, 이용범위는 진단뿐만 아니라 악성종양 치료까지 범주가 확대하고 있다. 초음파란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의 범위 이상을 가진 음파다. 병변 진단에 사용되는 임상 초음파는 약 1~10㎒ 주파수의 음파를 사용해 몸 안에서 반사되어 나오는 정보를 영상으로 획득하는 원리를 사용한다. 이러한 음파를 발생시키는 장치를 프로브라고 하며, 보고자 하는 인체 부위에 따라 적절한 형태를 사용하여 검사한다. 일반적으로 높은 주파수의 음파를 발생시키는 프로브를 사용할 경우 인체를 투과하는 깊이가 줄어들기 때문에 피부에 가까운 부위에 많이 사용되게 되고, 반대로 낮은 주파수의 음파를 발생시키는 프로브는 상대적으로 몸 안쪽의 병변을 관찰하는데 많이 사용한다. 예를 들면, 피부에 가까이 있는 구조물인 갑상샘의 병변을 관찰하기 위해 높은 주파수의 음파를 발생시킬 수 있는 선형 프로브를, 조금 더 안쪽에 있는 구조물인 간 또는 심장을 검사하기 위해서는 낮은 주파수의 음파를 발생시킬 수 있는 볼록형 또는 부채꼴형 프로브를 사용한다. 초음파를 사용한 영상학적 검사와 더불어 다양한 인체 혈관들의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도플러 검사를 널리 사용하고 있다. 도플러 검사는 일반적으로 심혈관 및 목동맥의 혈류 의 양 및 흐름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고, 특히나 상대적으로 쉽게 혈관의 직경, 심장의 두께 및 기능 등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건강검진 시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최근에는 프로브로 원하는 부위를 압박해 측정되는 저항 또는 단단한 정도를 기준으로 악성종양과 양성종양을 구분할 수 있는 탄성초음파 (elastography)가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탄성초음파의 결과영상은 조직의 단단한 정도에 따라 다른 색깔로 표시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단단한 형태의 악성종양을 피폭없이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안전하다고 알려진 의료용 초음파를 사용할 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악성종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강도가 매우 높은 형태의 초음파를 사용하기 때문에 정상조직 손상 또는 다양한 생물학적 효과가 몸 안에 나타날 수 있다. 또 초음파의 조사시간은 몸의 체온상승을 통한 생물학적인 효과가 발생하는 부분에 일부 기여한다고 알려져 있어 최근 이러한 형태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생물학적 위험에 대한 안정성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일반인들과 의료 전문가들의 인식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이영진 가천대 메디컬캠퍼스 방사선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공인의 사인에 대한 발언 신중해야

한 기업가의 멸공 표현에 군대 안 갔다 온 인간들이 멸공을 주장한다는 대선후보. 계산된 표현이라지만 적절치 않다. 6.25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자들이나 군대 가지 않는 여성들은 북한이나 멸공을 말하면 안 되는가. 반일은 일본 안 갔다 온 자들이 주장한다는 것인가. 그럼 기업 해보지 않은 자들이 기업을 재단하고, 자영업을 해보지 않은 자들이 그들의 고충을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해보지도 않고서.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서는 경험이 중요하다. 하지만 경험이 없어도 교육이나 간접경험을 통해서 이해하고 말할 것들은 많다. 북한에 대해 변하지 않았다며 강경함을 보일 수도 있고, 변했다며 화해와 협력을 주장할 수도 있다. 멸공을 주장하는 자, 화해와 협력을 주장하는 자 모두 잘못됐다고 말할 수 없다. 관점이 다를 뿐이다. 이런 의견에 군대 경험은 필요 없다. 사실 요즘 군인들이 경험할 수 있는 사항도 아니다. 또한 동일한 경험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를 수 있어, 주장도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타인의 발언을 말꼬리 잡아 어떤 형태로든 공격하는 일들이 사회현상처럼 자리잡고 있다. 우리의 선거전도 이런 것들로 점철되어 정치가들의 발언은 차마 듣기 민망한 경우가 많다.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어떤 능력이나 인품, 잘 짜진 정책들을 선보여 겨루지 않고, 그저 이기기 위한 온갖 술수만을 찾는 선거전이다. 국민을 위한 부를 직접 창출해보지 않은 자들이 늘 국민을 잘살게 하겠다는 말은 금번 멸공 논란에 빗대자면 해보지도 않은 자들의 공허한 주장이다. 돌이켜보면 대통령의 능력에 상관없이 나라는 그럭저럭 굴러간다. 정치가는 그 굴러가는 시스템에 기름칠을 하며 점검하는 정도이지, 시스템은 국민 하나하나가 돌린다. 개선의 여지는 있지만 한국의 시스템은 정치가들이 특별히 개입하지 않아도 큰 탈 없이 돌아가는 안정된 구조이다. 그런데 정치가들이 잘 굴러가는 톱니바퀴에 모래를 뿌리거나 브레이크를 걸거나 하면서 왜곡시킨다. 진정으로 민주주의를 구현해내겠다면 국민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하면서도 잘 돌아가는 국가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연구해야 할 일이다. 대통령은 위대한 자들이 되는 줄 알아, 어려서 대통령들의 위인전을 읽으며 나도 노력하여 그런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먹어본 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대통령은 훌륭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런 자들 중에서 선출되는 것으로, 대선이라는 정치의 링 위에 올라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상대를 쓰러트리면 되는 자들이라 교육해야 할 상황이다. 대선 국면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고의 인물을 가려내지 못하는 민주주의 제도의 허구를 느낀다. 모세종 인하대학교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선거구 획정 손 놓고 대선 올인하는 국회

정치권이 지방선거엔 안중도 없고 대통령선거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다. 대통령선거가 3개월 앞서 치러지는 데다 국가를 이끌 대통령을 뽑는 일이기에 대선 준비가 급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국회는 법에서 정해준 일을 해야 한다. 선거법상 선거일 6개월 전까지 광역과 기초의원 선거구를 획정해야 하는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손을 놓고 있다. 지난해 12월 61지방선거의 선거구를 획정해야 하지만 시한을 넘긴 채 국회의원들은 대선에 올인하고 있다. 정개특위는 툭하면 이런 식의 직무유기를 해왔다. 2010~2018년 세 차례의 지방선거에서도 모두 법정 시한을 넘겨 선거구를 확정했다. 조급하게 지방의원 선거구를 확정하다 보니 당리당략에 따라 지역구를 게리맨더링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인구와 지역대표성을 고려하지 않은 선거구에선 원성이 높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선거구 인구 편차 3대 1을 넘어선 헌법 위배 광역의회 선거구가 인천에는 2곳이나 된다. 또 기초의원 정수는 인천이 다른 지역에 비해 불균형스럽게 적어 대의민주주의 가치를 위협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한 인천지역 기초의원 정수는 현재 118명이다. 기초의원 1인당 인구수가 7개 특별, 광역시 중 가장 많아 의정활동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인천보다 인구가 56만 명 적은 대구의 기초의원은 인천과 엇비슷한 116명이다. 인천보다 40만 명 많은 부산의 기초의원은 64명 많은 182명이나 된다. 광역시에서의 기초의원 불평등이 너무 심하다. 지방 소멸을 막고 국토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선거구를 적절히 배분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서울 부산 대구 등 다른 대도시 인구는 감소하는 반면 인천 인구는 다소간의 등락이 있지만 늘어나는 추세다. 포스트 팬데믹 이후 인천국제공항, 인천항, 경제자유구역에서 각종 개발사업이 더 활발해질 것이기에 지방의원들의 조정 역할이 중요하다. 중구와 연수구의회, 정당, 시민단체들이 의원 증원, 선거구 조정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인천지역 28개 시민단체들은 최근 대선정책토론회를 열어 정치, 주거복지, 생태환경 등 10개 분야별 인천 현안 해결 과제와 함께 대안을 마련했다. 그중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동일 지역구 내 3선 제한, 청년 후보자 총선 및 지방선거 비용 지원이 포함돼 있다. 인천시 시군의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도 인구수 증가 및 도시개발 등이 반영되지 않은 시군의회 총 정수를 조속히 개정해달라는 내용의 의원정수 확대 촉구 건의안을 국회와 각 정당, 중안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국회가 이런 의견들을 적극 수렴해 조속히 선거구를 획정해야 한다. 여야가 의석수에만 혈안 되지 않고 인구와 지역 대표성에 충실한 선거구를 마련해주길 기대한다. 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함께하는 인천] 市 상징새 두루미 많이 볼 수 있기를

지난 22일 강화도에서 인천 두루미 네트워크가 출범식을 가졌다.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인천시 등 14개 기관시민단체가 참여한 이 모임은 두루미(학:鶴)를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다. 천연기념물 202호이고,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두루미는 현재 전 세계에 3천여 마리만 남아있다고 한다. 두루미 보호에 인천이 나선 것은 무엇보다 이 새가 인천을 상징하는 새, 곧 시조(市鳥)이기 때문이다. 인천시 홈페이지에 보면 두루미를 시조로 삼은 이유에 대해 인천이 두루미의 도래지이면서, 송학동청학동선학동학익동 등 학을 상징하는 지명이 많고, 특히 문학동은 인천의 옛 도읍지이기 때문이라고 나와 있다. 시베리아의 우수리 지방과 중국 북동부 등지에 사는 두루미는 겨울이면 한국을 찾아온다. 한국에서의 주된 겨울나기 장소는 인천 강화도의 갯벌이나 서구 연희경서동 일대, 경기도 연천군과 강원도 철원군 일대 비무장지대라고 한다. 이런 사연 때문에 두루미를 인천의 새로 뽑았다니 나름 이해가 된다. 하지만 문학이나 청학 등이 학을 상징하는 지명이라는 설명은 틀린 것이다. 이들 이름에서의 학은 두름/둠이라는 우리 옛말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두르다의 명사형이며, 두르다는 주변을 빙 둘러싸다라는 뜻이다. 땅 이름에서 두름/둠은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나 우묵하고 깊숙한 땅을 말한다. 때로는 산 속 깊숙한 외딴 곳을 말하기도 했고, 산 자체를 나타낼 때도 썼다. 그런데 이 두름의 발음이 두루미와 비슷하다 보니 이 말을 한자로 바꿀 때 鶴 자를 쓴 곳이 우리나라에 많다. 이는 두름을 두루미로 잘못 알았거나, 새로 짓는 이름에 기왕이면 좀 더 좋은 뜻을 가진 글자를 갖다붙여서 생긴 일이다. 어느 쪽이든, 이 탓에 원래 산을 뜻하는 이름이 난데없이 두루미가 되고, 산의 모양이 학을 닮았다는 엉뚱한 말까지 만들어 냈다. 문학산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며, 청학선학학익동은 모두 문학산 때문에 생긴 이름이라 그 어느 곳도 사실 두루미와는 관계가 없다. 중구 송학동(松鶴洞)은 두름/둠과 관계없이 동네에 소나무<松>가 많고, 학처럼 고고한 기풍이 있어 광복 뒤에 새로 지어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사실은 이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루미 보호가 의미 없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오히려 두루미 숫자가 많이 불어나 수천수만 마리씩 인천을 찾아주면 좋겠다. 도무지 보기가 어려우니 시조라는 말이 무색하고, 아쉬워서 하는 말이다.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함께하는 인천] 의료진단을 위한 필수 기술 ‘CT·MRI’

최근 수명이 늘어나면서 100세 시대에 맞춰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높아진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사람들은 생활하면서 몸에 불편함을 느낄 때 빠른 시기에 병원에 찾아간다. 불편함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기술이 진단의료영상이며, 그 중 CT와 MRI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씩은 들어본 단어일 것이다. 흔히 MRI 검사는 비싸다, CT 검사는 위험하다로 인식하고 있지만 두 가지 진단의료영상기술은 관찰하고자 하는 질병의 종류 및 부위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오늘은 진단의료영상기술의 필수 기술인 CT와 MRI의 장점 및 검사시 주의사항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전산화단층영상검사장치라고 부르는 CT와 자기공명영상검사장치라고 부르는 MRI는 해부학적 영상기술의 대표적인 예로 각각 X-선과 자기장을 이용한다는 원리의 차이가 있지만 다른 진단영상장비들에 비해 더 우수한 화질로 정확한 질병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특히 CT와 MRI 모두 3차원의 영상을 원하는 방향에서 획득할 수 있어 인체 구조물들에 의해 숨겨져 있는 병변들을 더욱 잘 관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CT는 복부나 흉부 등의 장기들에서 발생되는 종양이나 외상 질환을, MRI는 인대나 근육 등의 병변 검사에 상대적으로 큰 장점이 있다고 알려져 있어 의료진은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검사 방법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CT와 MRI 검사에 주의해야할 사항들은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CT는 X-선을 사용하기 때문에 환자의 피폭선량 증가에 대한 위험이 있다. 뼈에 이상이 생겼을 때 일반적으로 정형외과 등에서 사용하는 일반 X-선 검사는 1번의 X-선 조사로 2차원의 영상을 획득하는 반면 CT는 여러 각도에서 X-선을 조사하는 원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환자가 받는 피폭선량이 크게 증가한다. 2000년대 초반 뉴욕 타임즈 등 미국의 저명한 신문이나 보고서에서 발표한 내용에는 뇌졸중 의심 환자에게 머리 CT 검사를 수차례 시행하거나 2세 남아에게 약 1시간 동안 수백차례의 CT 검사를 하여 환자에게 큰 장애가 생겼던 해외 사례들이 있다. 따라서 의료적으로 사용하는 X-선 피폭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므로 CT 검사 시 과거 이력을 반드시 의료진에게 알려주는 것이 좋다. CT와 대비하여 MRI는 자기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피폭에 대한 걱정은 거의 없으나 매우 큰 자석을 사용하므로 검사시 금속성 물질에 대한 제거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인한 마스크 착용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환자가 착용한 마스크에 금속재료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 화상 등의 큰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에 재발방지를 위해 의료진과 더불어 환자도 검사시 주변의 금속관련 물질에 대해 꼭 주의해야 한다. 이러한 CT와 MRI의 특징들과 주의해야 할 기본사항들에 대해 사람들도 함께 인식한다면,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인 질병진단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영진 가천대 메디컬캠퍼스 방사선학과장

[함께하는 인천] 대선후보의 치부만 전하는 한국의 언론보도

한국의 대통령이 선출만 되면 제왕처럼 권력을 휘두르다 결국은 초라한 신세로 전락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 이익을 좇아 추종하던 세력은 사라지고, 국민의 존경도 얻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하에 견제받던 왕보다 더한 권력을 행사하는 비민주적 대통령제가 이어지며, 대통령을 만들어 한자리하겠다는 사욕으로 뭉쳐진 집단들 탓에, 이번 대선정국도 민주주의의 폐해만이 부각되고 있다. 다행이라면 물리적 충돌없이 입으로만 싸운다는 정도이다. 동방무례지국의 볼썽사나운 선거전으로, 대통령이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자리라면 결코 지금과 같은 모습이 연출될 수는 없다. 이 모든 것이 언론이 사익을 위해 방향을 망각하여 초래되는 문제이다. 국민은 언론보도를 통해 대선후보들을 만나는 것으로, 언론의 역할은 실로 막중하다. 그런데 언론이 조명하는 대선후보의 면면은 세계에 한국의 국격을 추락시키는 수준이다. 미래비전은 커녕 발언 트집 잡기나 사생활 들추기가 대선후보의 검증이라면 그깟 훌륭하지도 않은 인물들을 무엇 하러 보도하는가. 그저 추악한 정치인들의 행사라 치부하며 보도는 최소한으로 자제할 일이다. 국민에게 결점투성이인 사람을 국정운영의 책임자로 선택하라는 말인가. 대선후보의 비호감도만을 부각시켜 놓고 이제는 실점 경쟁만 한다며 비아냥대듯 하는데 다 언론이 유도한 것 아닌가? 정치권의 치졸한 싸움을 부추기듯 하며 선거전을 혼탁하게 만드는 것은 지켜야 할 언론자유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이다. 국민이 국가경영을 맡길 대선후보의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개인의 흠결이란 무엇인가? 이제는 본인도 아닌 가족마저 들춰대며 대통령의 자격을 말한다. 개인의 인권과 자유의 무한한 보장이 최고의 선이라 주창하더니, 그렇다면 개인의 선택사항인 배우자나 자식의 삶은 어디까지나 그들 자신의 책임하에 있는 것이다. 흠 있는 자와 결혼하면 안 되고, 부모 뜻대로 자라지 않는 자식은 버려야 하는가? 공직 수행에 가족이 문제라면 모든 공직자를 검증대상에 올려야 할 것이다. 국모니 하는 표현도 대통령을 왕으로 생각하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는 계급적 발상이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능력은 개인의 문제일 뿐이다. 대선후보의 가정사는 그저 뒤에서 수군거릴 가십거리로 충분하다. 후보들의 발언을 망언이라 떠버리는 자들의 발언이 바로 망언이다. 진정으로 대선후보들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 언론은 세계방방곡곡에 한국의 치부를 드러내지 말고 그들에게 후보직을 사퇴하라 말하라. 모세종 인하대학교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정치 바람과 거리 두어야 할 공기업

개항 20주년을 맞은 인천국제공항이 거센 한파를 맞고 있다. 2001년 개항 전부터 매립공사는 물론 터미널건설공사 현장을 수시로 취재하고 개항 이후 8년간 공항 출입기자로 활동한 터라 꽁꽁 얼어붙은 공항에 온기가 필요한 실상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대학생 설문조사에서 일하고 싶은 공기업 1순위이어서 입사 경쟁률이 180대 1까지 치솟던 꿈의 직장이다. 세계 1위 공항의 명예가 무색하게 코로나 19 여파에 따른 적자 비상경영 상황에서 사장 2명(89대) 체제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다. 대통령을 상대로 한 해임처분취소소송에서 승소한 구본환 8대 사장이 복귀를 선언해 쌍두마차가 인천공항을 이끌게 된 미묘한 일이 벌어졌다. 왜 이런 사태에 이르게 됐을까? 매년 3천억~6천억 원의 흑자를 내던 알토란 같던 공기업이 어느 순간부터 논란의 진원지가 됐다. 사장 자리가 정치권 징검다리로 변질하고, 낙하산 인사가 심해지면서 비난의 화살이 마구 날아들었다. 개항 초기 공항시설의 미비점과 불완전성을 질타했던 여론과는 사뭇 결이 다르다. 1999년부터 세계 1위 공항의 반열을 탄탄히 다진 2013년까지 공사 사장을 지낸 사람은 4명이었다. 정부 관료 출신의 1, 2대 사장은 뚜렷한 국가관으로 일류 공항의 초석을 튼실히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 기업경영인 출신으로 영입된 3, 4대 사장은 인천공항을 세계적 브랜드로 키웠다. 이들의 재임 기간은 각각 3~5년씩 총 14년이어서 여러 에피소드들이 지금까지 회자하고 있다. 고 이채욱 4대 사장은 공항 종사자들의 정주 여건에 중요한 교육시설인 인천의 1호 자율형사립고인 영종하늘고를 건립하면서 감사원 감사라는 고역을 치르면서도 끝내 목표를 달성했다. 그를 기리는 흉상이 최근 교정에 세워졌을 정도로 공헌을 인정받고 있다. 강동석 전 사장은 공항과의 초창기 인연을 잊지 못해 영종도를 노후 생활터전으로 삼고 있다. 2013년부터 5~9대 사장은 관료 출신 일색이다. 5대 사장은 선거 출마를 위해 취임 1년도 안 돼 자리를 박차고 나가 비난을 샀다. 5~8대 사장 4명의 재임 기간은 국회의원인 7대 사장(3년)을 제외하고 모두 1년에 불과했다. 또 감사, 이사, 자회사 임원 선임 과정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인천국제공항에서 비정규직 직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는 계획을 발표한 이래 잡음이 커졌다. 내부 동력이 아닌 정치권 압력으로 차별임금 문제를 해결하려다 노-노갈등을 빚고, 취업준비생들로부터 공정과 역차별 시비가 일어났다. 인천공항이 글로벌허브공항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에어시티와 MRO단지 등 공항주변부 개발, 해외사업진출, 공항 4단계 및 제3터미널 건설 등 할 일이 태산같다. 정치권 눈치 보지 않고 소신파 CEO가 일할 수 있는 기업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함께하는 인천] 인천의 책 널리 읽히기를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이하 협의회)가 부평구계양구서구강화군옹진군 등 인천 5개 구군의 여러 동네 이름 뜻을 설명한 책 주부토(主夫吐)는 신성한 땅 1천200권을 인쇄해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협의회가 지난해 기획한 인천, 그 이름에 얽힌 역사 시리즈 사업에 따른 두 번째 책이다. 지난해 나온 첫 편 미추홀은 물골이다는 인천의 중구동구미추홀구남동구연수구 등 5개 구의 동네 이름 설명을 싣고 있다. 이 사업은 인천시민들에게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의 이름 유래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자는 뜻에서 시작했다. 그 이름의 뜻이 무엇인지 전혀 알려져 있지 않거나 잘못 알려져 있는 사례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에게 미추홀(彌鄒忽)이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물으면 거의 모두가 인천의 옛날 이름이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이는 뜻을 설명한 대답이 아니다. 그래서 다시 그 말은 맞는데, 이름이니 무슨 뜻이 있을 것 아니냐. 그 뜻을 아느냐고 물으면 거의 모두가 글쎄하고 물러선다. 주부토나 수주(樹州) 같은 다른 옛 이름들도 마찬가지다. 또 계양산(桂陽山)의 계양이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물으면 향토사를 나름 안다는 사람도 계수나무와 회양나무라는 틀린 대답을 하고, 월미도(月尾島)가 어떤 뜻에서 생긴 이름일까 하면 대부분이 섬의 모양이 달月의 꼬리尾처럼 생겨서 나온 이름이라고 해 여지없이 틀리고 만다. 몇 가지 예를 들었지만 이외의 다른 땅 이름들 중에도 그 뜻이 잘못 알려져 있는 것이 무척 많다. 이는 그동안 시민들에게 그 내용을 제대로 알려주는 자료가 많지 않았기에 생긴 일이다. 물론 이 분야의 전문 연구자들이 있지만 일반인들도 쉽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는 자료는 찾기가 어렵다. 협의회가 인천, 그 이름에 얽힌 역사 시리즈로 낸 이 두 권의 책은 이런 문제와 잘못들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의 산물(産物)이다. 사실, 자신이 사는 도시와 동네의 이름 유래를 모른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길 일은 없다. 오히려 하루하루 살기가 팍팍한 사람들에게는 땅 이름의 뜻이 어쩌고 하는 것이 무척이나 한가하고 물정 모르는 소리일 수도 있다. 그런 줄 알면서도, 이들 책을 많은 시민들이 관심 갖고 읽어주시길 감히 바란다. 사랑은 관심에서 비롯된다고 하니 그를 통해 내 고장 인천에 대한 사랑이 인문학적 분위기와 함께 시나브로 지역에 널리 퍼지길 바라서이다.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함께하는 인천] 해양문화에 관심을 기울이자

누군가가 페이스북에 포스팅한 박대묵을 보았다.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 어떤 맛일까? 박대 껍질로 만들었다고 하니 뭔가 명태껍질 같은 맛이 날까? 막걸리랑 먹으면 어울린다는데 이 묵도 그럴까. 날씨가 차가울 때 먹는 거라던데, 그러면 이번 겨울에 소무의도를 한번 들러봐야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놀러와, 인천에 맛있는 거 많아라고 했더니 전국에 맛있는 건 강남에 다 있어라는 답변에 언짢았던 기억까지 떠올랐다. 그래, 돈과 사람이 모두 모인다는 저 어딘가에 비싸고 맛있는 게 많이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게 정말 전국의 맛있는 것 모두일까. 천만의 말씀. 인간과 바다가 함께 오랜 세월 부대끼며 만들어온 나눔, 연안 바다에서만 끌어올려 만들어낸 특별한 경험, 남북이 맞대고 있는 한강하구에서의 눈물과 한숨, 이 모든 것이 함께 빚어낸 문화를 어디서나 똑같이 맛볼 수 있다고 자만하지 마시라. 세상 그 어떤 능력자도 많은 이들이 바로 여기에서 고민하고 노력했던, 지금도 여전히 변하고 있는 결과물들을 그대로 똑하니 도려내 옮겨갈 수는 없다. 알고 있는 이들이 줄어들고 기억에서 사라지면 그대로 휘발될 수는 있어도 맥락 없이 옮겨 앉을 수 있는 것은 추상적 문화일 뿐, 구체적이고 생생하고 밀착적인 지역문화가 아니다. 어디 박대묵 같은 먹거리뿐일까. 손끝까지 저릿할 수 있는 춤도 한숨 섞인 노래도 풍어와 안전을 비는 기원도, 소금을 말리던 공간도 지금의 남북경계선을 오가던 배들도 모두 인천의 해양과 함께 살아오며 만들어졌던 일상의 정신적, 물질적 산물들이다. 이런 인천의 풍부한 해양문화가 사라져가는 오래된 것으로 박제되게끔 놔두어도 되는 것일까. 우선 인천시의 행정 어디에서라도, 한강하구, 섬, 바다에서 만들어진 어마어마한 해양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해양 관련 부서에서 해양 문화는 자신들의 업무 소관이 아니라 하고, 문화 관련 부서에서는 해양 문화가 자신들의 업무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이, 인천의 해양문화는 모두 과거형이 될지도 모른다. 지역의 고유한 문화가 사라지고 있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수천만원씩, 수억원씩 들여 지역의 특성이니 대표 콘텐츠니 새롭게 만들어내며 지역문화를 활성화하려 하다니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다양한 유무형의 자원들을 수집하자. 그리고 그 특이성과 차별성을 연구하고 오늘을 살아가는 인천시민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보자. 비슷비슷한 건물과 주차장, 식당이 아니라 그곳에 가야만 경험할 수 있는 해양문화가 시민을, 거주민을 그리고 관광객의 발길을 오랫동안 머무르게 할 것이다. 한상정 인천대 불어불문학과 문화대학원 교수

[함께하는 인천] 인체에 무해한 새로운 투과 기술 ‘T-ray’

인체나 물체를 투과하여 여러 가지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기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X-ray일 것이다. 질병의 진단이나 치료에 사용되는 의료용 X-ray는 현대 사회 의료분야에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공항이나 산업체에서도 수화물 검색 및 부품의 오류 등을 확인하는데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X-ray를 인체에 적용할 경우에는 방사선 피폭에 따른 다양한 문제가 발생될 수 있는 확률이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피폭의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소개된 것이 바로 T-ray이다. T-ray란, 마이크로파와 적외선 사이의 주파수 및 파장 영역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기술이다. 현재 상용화까지 이뤄지며 발전속도가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T-ray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발하다. 한국전기연구원은 2000년대 초반부터 자료조사 및 기획연구를 거쳐 T-ray의 발생 및 계측을 위한 인프라와 시스템을 구축하였고, 최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T-ray를 사용한 3D 영상 획득 기반의 단층영상기술을 고속으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T-ray 기술은 어느 분야에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까? 먼저 인체에 직접 적용하는 의료분야에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흉부 건강검진 등에 사용되는 X-ray는 1개 방향에서 검사만 시행되어도 환자에게 피폭이 발생되며 특히 CT와 같은 단층영상 장치를 사용하면 피폭 문제가 발생될 확률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 T-ray를 진단의료분야에 적용하여 X-ray를 대체 및 보완할 수 있는 상용화 장비가 개발이 된다면, 환자의 방사선 피폭에 대한 위험도를 낮춘 무해한 의료용 진단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어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유방암이나 피부암과 같은 피부 바로 아래부위에 생기는 악성종양을 진단하는데 있어 정확도 및 검출능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최근 코로나 19로 인하여 공항에서의 철저한 입국 절차가 요구되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항 수하물 검색대에서의 흉기 및 마약 판별과 더불어 입국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체온 및 간단한 질병 정보들을 획득하는데 X-선의 100만분의 1 정도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T-ray 기술이 활용된다면, 안전 및 안심사회 구현 분야뿐만 아니라 방역관리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술지인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한 연구결과에서는 모든 악성종양의 1.5 ~ 2%가 CT에 의한 피폭일 것이라고 보고되었다. 물론, 의료용 CT 검사 건수 증가에 의한 상황이라고 인식할 수 있으나 X-ray를 대체할 수 있는 T-ray와 같은 기술들이 꾸준하게 개발되어야 한다고 사료된다. 첨단기술들의 발전에 발맞춰 미래의 전파자원으로 상용화되어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는 T-ray 기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큰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영진 가천대 메디컬캠퍼스 방사선학과장

[함께하는 인천] 선거는 국민 심판, 차분히 지켜보다 행해야

사려분별 없이 빠져 헤어나지 못하거나, 스스로 지배받듯 행동한다면 노예와 다를 바가 없다. 일의 노예, 돈의 노예처럼 이제는 많은 이가 정치의 노예가 되듯 정치적 사안에 맹목적으로 달려들어 이용당하는 모양새이다. 현대인은 배움도 많고 지적 수준도 높다. 이성도 있고 감성도 풍부하다. 사물에 대한 판단력도 뛰어나 어떤 경우에도 노예처럼 행동할 이유가 없다. 많은 이가 일개 논객에 흔들리거나, 언론의 의도에 춤추거나, 정치인의 언행에 넘어가지 않을 것 같은데, 현실은 정치인, 언론보도, 일부 의미 없는 개인들의 언행에 일희일비하며 그들의 노예처럼 종속되어 가고 있다. 정치는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여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정치인 개개인은 현대인이 숭배하거나 존경할 만한 존재도 직업도 아닌, 국민을 대신하여 일하는 평범한 자들이다. 그런데 국민을 지배하고 관리하는 대표로서 일한다는 우월주의에 빠져 권력을 휘두르며 민주주의를 왜곡시킨다. 국민을 대신해서 일해 달라고 선출하는 것인데, 천하를 얻는 자리라고만 생각하니 온 국민을 현혹하는 선거판을 연출한다. 그런 탓에 국민은 분열되어 늘 대립과 투쟁 속에 있다. 어느덧 일부 국민은 정치인에게 맹목적으로 추종하며 행동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데, 과연 노예처럼 굴며 상전으로 모실만한 정치인이 있었는가? 균형감각을 가지고 국민에게 신뢰를 준 언론방송이나 논객이 있었는가? 그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는 모습들뿐 아닌가? 정치인의 꼭두각시를 자처하는 개인들이 우리의 지성과 이성을 뛰어넘은 적이 없는데, 그저 근거 없이 선동적인 발언을 늘어놓는데, 이를 교묘히 다루며 국민에게 전달하는 언론에 국민이 흥분하며 춤출 이유는 없다. 먹고살기 위해 온갖 수단 방법을 강구하는 자들에게는 생존전략이겠지만, 그래도 양심이나 균형감각쯤은 가지고 있어야 할 텐데 순진한 기대일 뿐이다. 한국의 정치가 권력 쟁취만을 노리는 자들에 의해 왜곡된 민주주의의 악의에 찬 전쟁터처럼 되고 있다. 이는 우리 국민이 정치인이나 편파적인 언론, 경솔하게 목청을 높이는 개인들의 노예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 국민 모두 대선 후보들에 대해 차분하게 평가하고 판단할만한 이성과 지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국민이 간계에 넘어가 정치, 언론, 개인을 숭배하는 노예처럼 되어서는 상전들은 환호하며 쾌재를 부를 뿐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가 아니라면, 누구도 정치인에 대한 생각을 그리 쉽게 표출하며 그리 쉽게 결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대선 후보 차분히 응시하다 내가 아닌 국가를 위한 인물로 선택하길 기대한다. 모세종 인하대학교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지역 가치를 문화자본으로 만드는 시대

대통령선거에서 나설 후보들의 대진표가 확정됐으나 내년 대선이 희망과 기대가 희박한 우울한 선거로 치러질 공산이 높다는 전망이다. 이재명의 공정 성장, 윤석열의 공정과 상식 등 시대 흐름을 상징하는 구호가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현대 문명 도래 이후 가장 큰 충격파를 던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여전히 구태 정치의 틀 속에서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 국민 불안감이 크다. 사회 양극화, 불평등 등 심각해진 사회문제를 풀기 위한 단초를 어디서부터 마련해야 할까? 정부나 시장의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지역과 공동체 가치를 제대로 살려야 경제가 살아나고, 지구를 기후위기에서 탈출시킬 수 있을 것이다. 골목 경제와 자영업자의 활기가 지역경제에 직결되고 생활쓰레기 재활용률을 높여야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 대선 후보들이 전국을 돌며 공약 개발을 서두르긴 하나 지역 가치에 기반하지 않고 표 구하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각 지역에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오래되고 낡은 가치를 디지털 기술로 새롭게 무장해 로컬 진화를 이루고 있다. 대도시의 집중보다 분산, 과거와 현재의 만남, 지역의 능동적 삶이 부각되는 현장을 수없이 발견한다. 한 달 살이로 각광 받는 제주에서는 연극을 감상하며 식사를 할 수 있는 해녀의 부엌이 지역 콘텐츠로 주목받는다. 버려진 생선 위판장을 재생해 해녀들이 연극에 출연하고 뿔소라 톳 멍게 등 토속 해산물을 요리로 내놓아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부산 최초의 개항지인 영도 지역의 폐공장이 대형 크루즈 선박을 형상화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돼 베이커리 카페, 야외 피크닉공간, 전시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매일 3천명 넘게 찾아와 영도 바다 조망을 보면서 로컬 문화를 체험하고 있다. 지역 문화콘텐츠와 결합한 공간에 대한 MZ세대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뜨겁다. 강원도 양양의 서핑 전용 해변 서퍼비치로 인해 양양이 강원도의 대표 여행지로 변신하면서 인구 증가의 기현상을 빚고 있다. 이런 사례는 전국 곳곳에 수없이 많다. 정치가 사소하고 일상적인 가치와 결합하지 않으면 자유, 평등, 민주화, 효율성과 같은 사회가치를 실현하기 어렵다.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보장하는 최저소득을 넘어서는 사회적 평등, 재분배의 거대담론은 구체적 삶과 지역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인천에서 국내 최초의 세계 여행가로 불리던 고(故) 김찬삼 선생이 유럽 여행 때 타고 다니던 폴크스바겐 자동차를 시민 지원으로 복원해 박물관에 전시했다. 일제 강점기 역사유산인 부평 에스컴미군부대 옛 병원건물과 미쓰비시 노동자숙소가 보존 및 활용이 도마에 올라 있다. 지방자치와 주민들의 주체적 참여를 통해 지역가치를 문화자본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다. 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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