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입주를 시작하는 인천 서구 검단(黔丹) 택지개발사업지구의 입주예정자들이 택지지구의 이름을 바꾸려 하고 있다.
‘검단지구’ 또는 ‘검단신도시’로 불리고 있는 이름을 바꾸고자 하는 것이다.
예전에 입주예정자들을 대상으로 벌인 새 이름 후보 투표에서는 ‘아라신도시’가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고 한다. 인근에 있는 ‘경인아라뱃길’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경인아라뱃길 홈페이지에 따르면 ‘아라’는 우리 민요 ‘아리랑’의 후렴구 ‘아라리오’에서 따온 말이다. 따라서 그 뜻은 명확히 설명할 수가 없다.
그야 무엇이든, ‘검단’이라는 이름을 바꾸려는 이유로 이런저런 말들이 들린다. 이는 굳이 옳고 그름을 따질 일은 아닐 것이고, 주민들이 원한다면 지금의 이름을 고집할 이유도 없을 것 같다. 다만 검단으로서는 자신의 이름을 바꾸려는 것에 섭섭함이 클 듯하다. 그 뜻 때문이다.
우리 옛말에 신(神)이나 그 정도로 신성하고 높은 존재를 뜻하던 ‘·’이라는 단어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이 단어는 시간이 흐르면서, 지역에 따라 여러 변형을 만들어 냈다. ‘감, 검, 곰, 굼, 금, 고마, 가마, 가모, 거미, 거물…’ 등이 그것이다.
북한에 있는 개마고원의 ‘개마’도 이에 해당한다. 우리 민족의 영산(靈山) 백두산도 이와 같아서 ‘개마대산’이라는 다른 이름을 갖고 있다. ‘신성하고 큰 산’이라는 뜻이다. 현대 일본어에서 신(神)을 뜻하는 ‘가미’도 고대에 이 단어가 우리나라에서 건너가 생긴 말로 본다.
이곳 검단의 ‘검’도 그렇다.
이 동네와 주변에서 지석묘가 많이 나오고, 하늘에 제사를 지낸 흔적을 지닌 땅 이름들이 있는 것이 그 근거이다. 따라서 이 ‘검’은 순 우리말인데, 한자로 표현하면서 뜻과는 관계없이 발음이 같은 ‘黔’자를 썼다. 또 ‘단(丹)’은 마을이나 골짜기를 뜻하는 우리말 ‘골’을 나타낼 때 종종 쓴 한자이다.
그러니 이곳 검단은 ‘·골’, 즉 ‘신성한 마을’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부족장과 같이 신분이 높은 사람이 살면서 다스리고, 하늘에 제사를 지낸 신성한 땅인 것이다.
검단이라는 이름을 가진 땅은 우리나라에 100여 곳이나 된다. 그 뜻은 이곳처럼 ‘신성한 땅’으로 해석되는 곳도 있고, ‘뒤(북쪽)에 있는 동네’ 등으로 달리 해석되는 곳도 있다.
어쨌든, ‘검단신도시’는 머지않아 ‘아라신도시’나 또 다른 어떤 이름으로 바뀔지 모른다. 그러더라도 ‘검단’의 뜻만은 기억해 주면 좋겠다. 검단이 너무 서운해 하지 않게…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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