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제물포고 이전 논란

고등학생이었던 1970년대에 모교인 동인천고는 제물포역 주변에, 선인재단 학교들과 붙어 있었다. 제물포고 자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처음 그대로 동인천역 근처이다. 그래서 우리는 “왜 동인천고는 제물포에 있고, 제물포고는 동인천에 있는 거야?”라며 웃곤 했다.

그에 대한 해답과 제물포에 얽힌 사연은 그 뒤 한참 시간이 지나고, 땅 이름에 대한 공부를 시작한 뒤에야 알 수 있었다.

제물포는 조선 초기 이래 지금의 중구 중앙동·항동 일대에 있던 작은 포구였다. 그것이 1883년 인천항 개항 이후로 크게 발전하면서 지금의 중구청을 중심으로 중·동구 일대를 가리키는 말이 됐다. 그러니 1954년 자유공원 밑, 웃터골에서 문을 연 제물포고가 ‘제물포’라는 이름을 쓴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한편 지금의 제물포역은 1963년 경인철도 ‘숭의역’이 이름을 바꾼 것이다.

왜 이렇게 이름을 바꾸었는지는 관련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아마도 기차를 이용하는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인천에 왔음을 더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주려는 방안이었을 것이다. 이 이전에 있었던 ‘축현역’의 사례로 이를 짐작할 수 있다. 1899년 경인철도 개통 당시 생긴 축현역은 그 뒤 ‘상인천역’을 거쳐 ‘동인천역’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축현역이라고 하면 인천인지 몰라 그냥 지나쳐서는 종점인 인천역까지 가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었다고 당시 기록이 전하고 있다.

숭의역도 비슷한 이유에서 이름을 바꿨을 것 같다. 역에 ‘인천’이라는 말을 넣으면 좋겠지만 이미 ‘인천역’과 ‘동인천역’이 있으니 인천의 다른 이름으로 꽤 널리 알려진 제물포를 차선책으로 택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은 제물포역 주변이 제물포인 것처럼 돼버렸지만, 진짜 제물포는 중구 일대인 것이다.

그 원조 제물포에 뿌리를 내리고 70여 년을 지내온 제물포고가 요즘 다시 송도로의 학교 이전 시비에 휘말렸다. 원도심의 학생 인구가 계속 줄어 옮겨갈 수밖에 없다는 교육청의 입장과 학교가 옮겨가면 원도심의 교육환경과 지역경제가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을 부를 것이라는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다. 어느 쪽이 더 옳은지는 섣불리 말할 수 없다. 다만 교육을 수요와 공급만 따지는 시장(市場)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아쉽다는 한 지역 인사의 지적은 무척 공감이 간다.

그나저나 만약 제물포고가 송도로 옮겨간다면, 그때는 “왜 제물포고가 동인천에 있는 거야?” 대신 “왜 제물포고가 송도에 있는 거야?”라는 새로운 질문이 생길 것이다.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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