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생태교통, 주민들의 자긍심이길…

수원시가 생태교통 수원 2013을 추진하고 있다. 본 사업은 오는 9월 한 달 동안 수원시 행궁동 일원에서 실시되는 것으로 자가용 이용을 자제하고, 자전거 등 무동력, 친환경 동력수단과 대중교통을 이용해 생활하는 과정을 기록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생태교통 수원 2013 비록 지방자치단체의 하나인 수원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지만 오늘날 화석에너지 고갈에 대한 인류의 문제의식을 반영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는 것이라 판단한다. 화석에너지의 고갈이 초래할 문제의 심각성에 대하여 일반인들의 이해가 높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에너지 사용은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으며 그 문제의 심각함도 해마다 증가되고 있다. 2007년 미국 에너지 관리청의 조사에 따르면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사용비율은 86.4%에 이르며 환경의 문제 또한 심각하다.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매년 106억5천 t씩 증가 하고 있고, 지구의 온난화도 가속되어 생태계의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본 사업에 세계적인 단체들(ICLEI, 유엔 HABITAT)이 함께 참여하고, 응원을 보내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에 기인된 것이다. 화석연료는 형성되기까지 수 백 만년이 소요되기에 비재생 자원이다. 그럼에도 인류는 무분별하게 화석연료를 사용하여왔다. 그 결과 앞으로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석유는 40년, 천연가스는 60년, 석탄은 210년 정도의 매장량이 고작이라고 한다. 주민들의 자긍심이 먼저다 생태교통 수원 2013의 명분과 의의는 충분하지만 다만 사업대상 지역인 행궁동 지역주민들이 이 위대한 사업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에 얼마나 동의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인지가 과제이다. 아무리 뜻 깊고 의미 있는 일이라 할지라도 생활의 불편함을 감내해야하는 주민들에겐 결연한 각오가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출퇴근의 불편함도 문제이겠으나 노약자들의 불편함도 문제라 하겠다. 그럼에도 어떻게 살 것이냐를 고민하는 것은 삶을 더욱 아름답고 가치 있게 만드는 숭고한 정신이 아닐 수 없다. 나만을 위한 것도, 오늘만을 위한 것도 아닌 인류를 위하고 미래를 위한 일에 동참하는 것, 그것도 주체가 되어 참여하는 것이 행궁동 주민들의 자긍심이었으면 한다. 주민들의 삶을 어떻게 배려하고 있는가? 수원시는 먼저 사업기간 중 예상되는 주민들의 불편함을 꼼꼼히 살펴야 할 것이다.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을 충분히 그리고 겸허하고 진지하게 경청하는 일로부터 더 나아가 향후의 대책까지도 고민하고 배려하여야 할 것이다. 아무리 명분이 있는 일이라 할지라도 불편을 감수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불편함이란 누군가의 편리함 또는 이익의 상대성이 작용하였기에 그러하다. 그러하기에 의로움으로 공공의 이익과 인류의 공영을 위하여 불편함을 감수하게 될 행궁동의 주민들에게 행정에서의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행궁동 주민을 응원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 의로운 과업을 수행하게 될 행궁동의 주민들에게 수원시민들이 격려로써 응원하였으면 한다. 그리고 경기도민의 응원도 국민적 응원도 필요하다. 그리하여 수원시가 세계인의 화장실문화운동을 선도한 도시로 세계 속에 우뚝 선 것과 같이 수원시가 인류의 공영을 위한 생태환경을 선도한 도시로서 굳건히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또한 세계적 문화관광의 도시로 수원시가 굳건하게 우뚝 서는 날, 그 보람과 결실이 행궁동의 주민들에게 우선적으로 나누어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 김 용 국 문학박사 ㈔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장

[아침을 열면서] 살아야겠지요

1년 전 여름 부산에 있는 한 대형서점의 독서토론회에 초청을 받아 내려갔던 일이 있었습니다. 네 명의 토론자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토론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질문하고 그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지나치게 과장된 부분은 없는지, 시대를 잘 담아내었다고 생각하는지, 소설가라는 직업인으로서 사회적 책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의 주제가 담긴 질문들이었습니다. 이어 토론장을 절반쯤 채운 독자들의 질문 차례가 되었습니다. 나이 오십이 되도록 지금껏 신춘문예에 응모하고 있는데 계속 도전하는 게 옳은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애완견은 키워봤느냐, 소설 속 배경으로 등장하는 직업들을 실제 경험해 봤느냐, 등장인물들이 실존 인물들이냐는 질문까지 별별 질문과 감상평들이 다 나왔습니다. 그 중 제가 지금껏 잊지 못하는 감상평이 하나 있었습니다. 10년쯤 전에 남편 하던 일이 어려워진데다 사고까지 당하면서 아이들하고 힘들게 살아오고 있어요. 하루하루를 기적처럼 죽지 못해 살아온 겁니다. 이대로 사는 걸 그만둘까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책을 보고 망설이다가 잠깐 짬을 내서 어렵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제가 궁금한 건, 희망을 갖고 살면 작은 꿈이나마 이루어질까하는 겁니다. 그 여자 분은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말하는 도중에 눈물을 삼키기도 했습니다. 한번은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2003년 여름 외국에 나가있던 동생이 사고로 죽은 일이 있었지요. 반년 가까이 일만 해주고 비용을 받지 못해 카드로 살았던 삶이 펑크가 나면서 신용불량자가 되어버린 시절이었습니다. 노동판에 나가 아무리 열심히 벌어 갚아도 도무지 빚이 줄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간혹 일이 없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 날 집에서 못다 쓴 소설 원고 붙잡고 씨름을 하곤 했는데 외국의 대사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던 겁니다. 동생이 사고로 죽었다고. 그런데 그때 인터넷은 물론이고 휴대폰과 집 전화 역시 요금 미납으로 정지되어 있는 상태였고 수신만 가능했습니다. 게다가 주머니에 돈이라고는 단돈 십 원도 없었습니다. 긴 막대자로 농 밑을 뒤져 겨우 백 원짜리 두 개를 찾았습니다. 그 돈으로 거리의 공중전화를 찾아가 형제들에게 동생의 죽음을 알릴 수 있었습니다. 그때 과연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 싶었습니다. 꿈이나 희망 따위가 뭐라고, 사람 노릇도 제대로 못하면서 살게 하는 걸 꿈이나 희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싶었던 겁니다. 그 후로도 어려운 고비들이 많았습니다. 그로부터 10년 뒤 저는 상을 받았습니다. 견디지 못했다면 아마 지금의 저는 없었겠지요. 저는 어느 인터뷰에선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 인간이 가장 인간다운 것,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건, 사는 게 아무리 고달파도 살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독서토론회에 참여했던 그 여자 분에게도 그 말을 해주었습니다. 저 역시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던 시절과 그걸 견뎌온 시간에 대해서 말이죠. 오늘도 뉴스에서 자살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토론회 마지막 순서는 사인회였습니다. 그 여자 분이 아들 손을 잡고 찾아와 책을 내밀더군요. 그분이 내민 책에 그런 말을 적어 드렸습니다. 강한 의지로 살아만 있으면 꿈꾸던 일은 이루어질 겁니다.라고. 허무맹랑한 이야기일까요? 허무맹랑한지 모르겠지만 저는 믿고 살아냈지요. 설령 허무맹랑한 이야기이더라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살아 있어야 꿈도 꿀 수 있으니까요. 전 민 식 소설가

[아침을 열면서] 함께하는 나눔

국내 유일의 외국인 마을 특구로 지정된 안산시 원곡 본동은 내국인과 외국인 주민 모두가 서로 다르지만 하나의 우리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안산 엠마우스 다문화센터에 가면 수녀님들의 헌신 봉사로 일구어진 다문화 가정들이 있다. 이 곳에서는 다문화 가족들에게 한국어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활동을 통하여 외국인주민이 국내에 잘 적응하고 우리 사회의 행복한 사회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엠마우스 다문화센터는 참 고마운 가게 운영을 통해 기부 문화와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안산 지역의 자영업자 또는 중소기업, 학원, 병원 음식점 등 여러 업종의 관계자들과 협약하여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저소득층 다문화 가정들에게는 생계비를 비롯한 교육비, 집세 등 많은 생활비가 필요하기에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 꽃향기는 천리 길을 가고 사람의 덕은 만년동안 훈훈하다는 말이 있다. 가게를 운영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마음을 모아 사랑과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밝고 건강하게 만드는 사회적 안전판 역할을 하면서 다문화 가정이 이곳에서 뿌리내리고 터전을 마련하는 힘이 되고 있다. 이처럼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차별과 편견의 벽을 깬 따뜻한 사람들의 노력이 세상을 변화 발전시키는 삶의 향기가 아닌가 싶다. 안산 지역은 전국에서 외국인, 다문화 인구가 가장 밀집되어 있는 곳으로, 68개국의 외국인들이 이곳에서 일하며 생활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는 점차 세계인과 함께 살아가는 다민족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에 나가 현지적응하고 잘 살아가듯이, 우리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들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잘 적응하고 생활에 어려움이 없도록 도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필자는 시간이 날 때마다 직접 센터를 방문하여 그들과 대화하면서 애로사항을 들어 보기도 하고 차량봉사도 하면서 다문화 가정이 이곳에 잘 정착되고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작으나마 최선을 다하고 있다. 먼저 그들에게 다가가 마음을 열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서 많이 가까워졌음을 느끼기도 하였다. 때로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오갈 데 없어 고민하는 그들과 이야기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들의 가장 힘든 부분은 경제적인 문제, 언어문제, 자녀교육문제 등이 있는데, 아이들은 주 5일제로 교육받고 있어, 토요일에는 누가 돌보지 않으면 그냥 방치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이제는 외국인들에게 필요한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다문화 정책이 탁상공론식으로 추진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들과 함께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언어와 정서장애 문제, 정체성 혼란까지 겪고 있는 외국인 주민이 자연스럽게 문화적 차이와 사회적 편견을 극복할 수 있도록 그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앞으로 외국인들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융화되어 불편 없이 생활하고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지원정책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더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한국의 다문화 공간을 대표하는 안산이 내국인과 외국인 등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소중한 이웃이 되어 서로 도우며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국경 없는 마을로 다민족의 독특한 문화가 살아 숨쉬는 다문화 으뜸 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더욱 노력해 나가기를 소망해 본다. 윤 화 섭 경기도의회 의장

[아침을 열면서] 부패 즉사 청렴 영생!

재경이라는 목수가 있었다. 그의 솜씨는 노나라의 임금도 혀를 두를 지경이었다. 어느 날 임금이 목수에게 물었다. 자네의 기술은 무엇인가? 재경은 대답하기를 저는 목수일 뿐 무슨 특별한 기술이 있겠습니까? 다만 저는 일을 할 때 기(氣)를 함부로 소모하지 않고 재계하여 마음을 가라앉힙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이렇게 진행된다. 한 자리에 몸을 앉히고 사흘을 재계하면 축하나 상, 혹은 벼슬이나 녹에 관한 생각을 품지 않게 된다. 또 닷새를 재계하면 비난이나 칭찬에 연연치 않게 되고. 이레를 재계하면 문득 사지나 몸뚱이가 있다는 사실조차 잊게 된다. 이쯤 되면 무슨 공무니 조정이니 하는 생각은 없어지고, 오로지 기술에만 전념하게 된다는데. 그렇게 외부적 요인이 완전히 제거된 후에야 재경은 숲에 들어가 나무의 본래 성질대로 하늘과의 합을 이룬다 했다. 이상은 장자외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두 사람의 대화를 단순하게 풀이하자면 마음을 비운다는 이야기다. 내가 즐겨 읽는 책 그리스인 조르바에서도 일자무식인 조르바가 공부를 엄청나게 한 주인에게 서슴없이 직언한다. 주인님이 원하는 것이 없다면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두려울 것이 없다면 자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말 역시 나는 진정한 마음이면 두려울 것이 없고, 두렵지 않으면 자유 할 수 있는 것이라 해석했다. 그리고 그는 비록 일자무식이지만 자기의 행동이 하늘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자연처럼 정직하기를 염원한다. 이야기를 직방으로 들어가자면 부패 즉사 청렴 영생(腐敗卽死 淸廉永生) 부패하면 그 자리에서 죽음이고 청렴하면 영원히 살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이 말은 내가 글감을 고르기 위해 여러 블로그를 돌아다니다 손아귀에 쥐게 된 말이다. 어느 공무원 시인이 새해 아침 결재를 받으러 갔다가 김문수 지사에게 받은 휘호라고 했다. 부패 즉사 청렴 영생 은 평소 김문수 지사의 정치 신념이자 행정 신념이기도 하다, 공무원시인은 짧은 글로 자신의 상사를 소개했다. 그리고 그는 그날의 분위기와 그의 친필을 복사해서 블로그에 예쁘게 올려놓았던 것이다. 정치인에게 부패란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청렴이란 또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날 내가 본 김문수 지사의 필체는 무척이나 날카롭고 결기가 선연했다. 또한 청렴을 부하 직원에게 명령할 수 있는 상사는 자신이 대나무처럼 결이 곧아야 하는 법인데, 자신이 오래 곁에서 모셨던 김문수 지사는 청렴에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쪽이다고 그를 소개했다. 곰곰 생각해 보면 그들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도 없는 공무의 관계이겠지만, 부하 직원에게 서슴없이 삶과 죽음을 들이밀 수 있는 상관이라면 그 또한 청렴에 대해서는 매 순간 목숨 줄을 내놓고 살았던 것은 아닐까. 나는 세상이 아무리 변한다 해도 절대로 믿고 싶은 무엇이 있다. 날이 시퍼렇게 서서 눈길만으로도 불이 붙는 무엇. 가난해도 정신만은 살아있는 무엇. 조선조 때 남명 조식 선생은 벼슬길에 나아가는 것을 거부하고 철저하게 처사로서의 삶을 일관하면서 학행을 닦았다. 늘 마음을 닦아 마음 안을 비웠으며, 걸음을 걸을 때는 방울을 차고 다니면서 정신을 일깨웠다. 또한, 몸에 는 칼을 지니면서 마음의 혼미함을 물리치기도 했다. 조식 선생이 임금에게 올렸던 상소문은 앞뒤 재지 않았던 직언으로도 유명한데, 이는 임금을 비판하는데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글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우리와는 달리 목숨이 서너 개쯤 달린 괴물이었을까. 선생은 아마도 솜씨 좋은 목수 재경이 말했던 것처럼 자기 일신상의 돌봄 없이 마음을 재계하고 오로지 임금을 깊이 받들어 섬겼던 것이리라. 그렇게 어느 공무원 시인의 간절한 마음처럼 부패 즉사 청렴 영생(腐敗卽死 淸廉永生)을 실천하는 좁은 문의 가난한 공직 사회. 나는 그들의 마음을 티끌 하나 의심 없이 믿고 싶다, 아니 믿는다. 손 현 숙 시인

[아침을 열면서] 여전히 힐링이 필요해

연말연초 서점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서적이 있으니 ○○○○ 트렌드라는 이름을 달고 누워있는(판매성적이 좋은 것은 간혹 서있기도 한다) 책들이다. 트렌드는 3~4년 정도 어떤 요인이 지속적으로 관심이 되는 경향을 말한다. 한 해 뜨겁게 달궜던 유행(fad)과는 구분된다. 그래서 올해 트렌드로 선정된 항목들은 작년의 흐름을 이어받아 구체성을 띠거나 변형되어 등장하기도 한다. 이것이 지속성을 갖고 생활 속에 자리 잡으면 의식화(ritual)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생활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생활 ○○○라는 단어가 유독 귀에 잘 들린다. 머리스타일을 바꾸고 싶다는 욕망에 가득 차 있을 때, 멋진 헤어스타일이 곧 잘 발견되듯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활은 일상적으로 당연히 이루어지는 생활일 뿐 문화나 정치, 경제를 논할 때 그다지 중요하게 분석해야할 대상으로 적극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리 집은 수입보다 수출이 더 많아서 살기 힘들어 어떤 주부의 수다 속 한탄이 자연스러울 만큼 우리나라 수출입 수치에 의해 나의 경제 걱정 수위가 오르락 내리락할 정도였으니. 요즘 지루하게 들리는 서민경제는 알고 보면 그닥 오래된 말은 아니다. 힘든 심정 위로받고 싶은 욕망 몇 년 전부터 생활 CF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가전제품이나 사무용품, 카드광고까지 생활에 도움을 준다는 방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에서 쓴 만큼 적립된다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 동네 ○○편의점 이름 앞에 걸린 콘셉트는 생활문화공간이다. 생활 혹은 일상은 모든 트렌드의 출발이다. 몇 년 전부터 유행한 단어가 있었다. ○○치료가 그것이다. 음악치료, 미술치료, 독서치료, 춤치료, 흙치료 등등. 미술치료가 한창 일 때 일시적으로 불다 말 바람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다 최근 음악치료와 관련된 학과가 생기는 것을 보면서 속된 말로 학교들이 장사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흐름을 한마디로 정리해 버린 것이 있으니 바로 힐링이었다. 사회를 위해 개인을 희생하는 것이 아름다운지라 해외수출이 가계지출보다 중요했고, 외국인관광객이 우리가족 여가생활보다 중요했지만, 여전히 목마른 것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귀였다. 일상생활의 소중함과 나의 것을 들여다 보고자하는 갈망은 허무한 위로, 허접한 독려, 뜬금없는 반응이라도 괜찮다는 식이다. 힐링의 핵심은 나에 있다. 내가 힐링의 대상인 것이다. 힘들어하는 나의 심정을 위로받고 싶은 강렬한 욕망아닐까. 공감을 필요로 하는 모두의 트렌드 힐링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비전문가인 내가 대답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은 들어주는 것이다.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는 어찌되었던 성찰과정을 거친다는 것이 내가 힐링을 중요하게 보는 관점이다. 자기성찰이 필요한 개인화된 시대이지만 개인화가 성찰의 계기가 되지 못한다. 힐링은 어쩌면 공감을 필요로 하는 개인화된 사회에 아주 유효한 방안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나 힐링이 필요해라는 유행어가 계속될 것으로 각계가 공히 전망하는 올해의 트렌드다. 민 병 은 한국문화의집협회 상임이사

[아침을 열면서] ‘설’을 ‘설’이라 하자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설을 맞이하게 된다. 설은 우리 한민족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전통이요 문화이며 자랑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설이 오늘날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로 자리매김 되는 과정엔 우여곡절이 있었다. 설이 언제부터 우리의 명절이었는지 명확하게는 알 수 없다. 수서를 비롯한 중국의 사서들은 신라인들이 원일(元日)의 아침에 서로 하례하며 왕이 잔치를 베풀어 군신을 모아 잔치를 베풀었고, 이날 일월신(日月神)을 배례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고려사에도 구대속절(九大俗節)의 하나로 기록되었고, 조선시대에는 4대명절의 하나로서 역사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일제는 1930년 우리말, 우리글, 우리의 성과 이름과 한민족의 정신적 뿌리문화인 설까지도 빼앗았다. 광복이 된 후에도 정부는 양력설만을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지속시켰다. 1989년까지만 해도 양력 1월 1일부터 3일간이 공휴일이었고 음력설은 민속의 날로 단 하루 공휴일로 지정했다. 민족 고유의 설은 이렇듯 이중과세라는 명목하에 오랫동안 억제되어왔던 것이다. 그나마 민의가 반영되어 1985년 어색한 명칭이나마 민속의 날로 부활 할 수 있었다. 명칭의 논의과정에서도 민속의 날, 농민의 날 등이 거론되었으며 설날, 민속설날 등의 이름으로 방황하다가 1989년 2월 1일 정부가 음력 1월 1일을 전후한 3일을 공휴일로 지정함으로써 오늘날의 설로 정착하게 된 것이다. 우리민족에게 있어 음력 정월 초하룻날을 민족최대의 명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전무할 것이라 여긴다. 그럼에도 그 명절을 지칭하는 명칭은 아직도 혼란스럽기만 하다. 구정이라고 하는 이들은 일제의 문화적 강탈이 얼마나 심하였는가를 보여주는 민족적 아픔의 근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설과 설날은 의미의 혼동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여 우리민족의 최대명절의 명칭은 설이라 해야 한다. 설을 맞는 날을 설날이라 해야 옳다. 설의 어원에 대한 근거는 여럿이다. 어떤 이들은 한 살, 두 살이라고 하는살이 음운변화를 가져와 설이 되었다고도 한다. 그러나 설은 새로 맞이하는 한해의 첫날이며 첫머리라는 의미에서 그 어원을 유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하여 설이라는 말은 설다, 낯설다등의 설-이라는 어근에서 나온 것으로 보아야 이치에 맞다. 즉 설은 새해에 대한 낯설음의 속성을 가장 강하게 띠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홈페이지에도 우리의 명절을 설날이라 명명하고 있으나 이는 한자의 기록인 신일(愼日), 즉 삼가하는 날의 의미만을 따르고 있는 것이지 명절의 의미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우리는 설연휴라고는 하여도 설날연휴라고는 하지 않는다. 설명절이라고 하지 설날명절이라고 하지 않는다. 명절을 맞아 특별사면 되는 이들을 말할 때에도 설특사라고 하지 설날특사라 하지 않는다. 엄밀한 의미에서 설이라 하면 동지로부터 정월보름에 이르기까지의 기간을 이르는 말이다. 빚을 갚는 것도, 인사를 드리는 것도 다 이 기간을 두고 이루어진다. 가능하면 설날 전에 모든 해 묵은 것들을 해결해야 하지만 여의치 않았을 때는 음력 정월보름 안에 해결하도록 말미를 주는 것이 우리의 풍속이고 전통이다. 뱀은 다산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2013년 계사년(癸巳年) 설 명절을 맞아 한 해의 풍흉을 가리는 점세(占歲)가 오붓하게 모인 가족들과 친지들 사이에서 풍요롭다 여겨지길 기원한다. 김 용 국 (사)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장

[아침을 열면서] 돈의 맛

해마다 연말이면 누군가 익명으로 자선냄비에 1억원이 넘는 돈을 기부하더군요. 부럽기도 하고 그가 누구인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분에게 돈의 의미가 무엇인지 묻고 싶어질 정도였습니다. 그 분에게도 1억원은 분명 큰 돈이었을 텐데. 아무리 벌어도 더 벌려고 작은 장사치 따위는 깔아뭉개고 골목골목 대형 마트들이 들어서는 걸 보면 그들에게는 돈이 어떤 맛인지 묻고 싶어지더군요. 아래 위 앞 뒤 따지지 않고 달려들 때의 돈은 분명 무서운 맛일 겁니다. 하지만 돈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순리대로 흘러간다면 그 돈 맛은 맛있겠지요. 20여 년 전 쯤 대학을 다닐 때 아르바이트로 이삿짐을 나르러 다닌 일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서울 강남 쪽의 한 판자촌 이사가 들어왔지요. 인부들은 서로 안 나가려고 몸을 사렸습니다. 그래도 저를 포함해 세 사람이 판자촌으로 이삿짐을 나르러 갔습니다. 막 겨울이 사작되고 있을 때라 한 겨울보다 더 추웠습니다. 도착해보니 할머니 한 분과 초등학교 5, 6학년쯤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가 인부들을 기다리며 오들오들 떨고 있더군요. 트럭이 서 있는 도로까지 100여m 가까운 거리를 오가며 짐을 날라야 했지만 세 사람은 묵묵히 이삿짐을 날라 트럭에 실었습니다. 짐을 모두 싣고 떠나려는데 할머니가 자신과 손녀도 같이 트럭에 태워달라고 하더군요. 어디로 가면 되죠? 내가 타서 가르쳐줘야 해요. 결국 인부 둘이 트럭 뒤 칸에 타 담요를 뒤집어쓰고 앉았고 할머니와 여자 아이가 트럭 조수석에 타고 목적지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목적지는 비닐하우스 촌이었습니다. 판자촌에서 더 몰락해서 비닐하우스 촌으로 이사를 했던 겁니다. 어쨌든 이삿짐을 비닐하우스 안에 날라놓고 비용을 받으려는데 할머니가 허리춤에서 꼬깃꼬깃한 지폐를 꺼내 건네주더군요. 반장이 그 돈을 받아 든 후 우리는 트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가 트럭에 시동도 걸지 않고 한참 담배를 피워대더군요. 너 지갑에 얼마 있냐? 반장은 저와 다른 인부의 주머니와 지갑을 탈탈 털었습니다. 이삿짐 일은 그날 당일에 인건비를 받는 터라 어제 받은 돈이 주머니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던 겁니다. 그 돈을 모두 반장에게 건넸지요. 아마 제 기억으로는 이삿짐 비용에 다섯 배가 넘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반장은 할머니에게 받은 돈까지 합친 후 할머니가 이사한 비닐하우스로 다시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저와 다른 인부도 반장의 뒤를 따라갔지요. 할머니 이거 얼마 안 되지만 곧 추워질 텐데 쌀이랑 연탄이랑 들여놓으세요. 안 그래도 되는데 몇 번 실랑이가 오갔지만 결국 반장은 할머니의 손에 돈을 쥐어주었습니다. 그런 후 우리는 입맛만 다시며 트럭으로 돌아왔습니다. 평소 이삿짐을 나르러 나가면 악착같이 악덕을 부려 대폿값까지 받아내던 반장이라 그의 행동이 의외였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반장이 그런 악덕을 부렸던 건 제법 잘 사는 집이 이사를 할 때였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미안하다. 나중에 품삯 많이 나오는 일 잡히면 너희들 우선으로 잡아줄게. 그날 저녁 반장은 이삿짐 사무실 근처 슈퍼 앞 평상에서 멸치를 안주 삼아 막걸리를 사주었습니다. 그 막걸리 맛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건 돈만 아는 사람들은 평생 알지 못하는 진짜 맛있는 돈 맛이었습니다. 전 민 식 소설가

[아침을 열면서] 에너지 절약과 실천

오늘날 지속가능발전은 전 지구적인 21세기 당면과제이다. 우리는 식량, 에너지, 재정의 위기 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전세계는 경제, 환경, 지구적 형평성을 증진시켜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은 경제성장과 환경보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삶을 영위하는 것을 말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 지속가능발전을 위해서는 한 개인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공동의 문제로 노력할 때 가능할 것이다. 올겨울 혹한 속에서 우리나라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것은 에너지 문제이다. 국민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절전운동이 없이는 전력난을 극복할 수가 없어 보인다. 그리고 전력소비를 줄이기 위한 대책 없이는 공급 부족으로 인한 정전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필자는 전기에너지절약 실천의 생활화가 전력난에 대한 최고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국내실정과 현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이보다 더 좋은 해결책은 없어 보인다. 최근 전력 수급여건이 어려워짐에 따라 자발적인 절전 참여를 통한 위기 대응능력 제고를 위해 정부는 지난 1월 10일, 전국적 정전대비 위기대응훈련을 실시했다. 지난 10일 경기도의회도 민방위훈련에 버금가는 대규모훈련에 참가했다. 정부가 그동안 국제사회에 큰 소리로 주장해 온 녹색성장의 끝자락이 정전방지 훈련이라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아무튼 훈련과정은 전력위기 상황을 관심단계에서 주의, 경계, 심각단계 경보해제까지 시간은 20분이었다. 비상 방송청취에 따라 훈련시간에는 난방기기 전원 차단, 사무실 내 전체 전등소등, 사무실 내 전열관련기기 등을 OFF했다. 중요한 것은 각종 멀티콘센트, 파티션 콘센트 전원까지 OFF 해야 하는 것이다. 지시에 따라 전원소등하고 잘 진행되는 곳도 있었지만 아직까지 홍보와 인식부족으로 각종 멀티콘센트가 꽂혀있는 곳이 눈에 띄었다. 전문가에 따르면 전자제품의 플러그만 뽑아도 전기를 6% 아낄 수 있다고 한다. 이번 훈련을 통하여 전력위기 상황에 대한 도민 인식이 제고되고, 실제 전력수급 비상상황 발생시, 필요한 전 도민 수요 감축과 단전시 도민 피해 최소화를 위한 행동요령을 숙지하여 에너지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그지없다. 우리나라 실정에서 전기에너지 절약은 더 이상 관념에서만 존재해서는 안된다. 반드시 실천해야만 하는 필수적 요소이다. 이 냉동고 같은 한반도가 블랙아웃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도민 누구도 절전의 필요성에 찬성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전기 절약은 대규모 정전피해와 큰 고통과 불행을 막기 위한 지혜이자 사회적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현재는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그 중요 이슈는 안전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단위 면적당 전력 및 에너지 사용 밀도가 가장 높다고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갑작스런 블랙아웃은 국민적 고통으로 이어질 것은 자명하다. 그러기에 우리는 전력의 절약 및 에너지 사용에 대한 성향, 그리고 그 현황 등을 주의 깊게 인식하고 그 방안까지 생각해 보는 새해 벽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윤 화 섭 경기도의회 의장

[아침을 열면서] 첫, 이라는 설렘에 관하여

새해가 밝았다. 해는 울타리 동녘 물에서 돋고, 구름은 북쪽 흙에서 오는 법이라는데. 나는 연필과 종이를 꺼내 들고 올 한해 지인들의 생일을 정리한다. 적어도 일 년에 한 번. 친구들의 생일 때는 잊지 말고 안부라도 전해야겠다는 것이 올해의 내 첫, 결심이다. 당신도 지금 새 달력과 새 수첩 앞에서 어떤 첫, 결심을 하고 계시는지? 첫, 이라는 말은 누구나의 가슴에 물고기처럼 싱싱한 설렘을 풀어놓기 마련이다. 지난 2012년 12월은 참으로 뜨거운 시간이었다. 내 나라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는 사건. 우리는 저마다의 마음에 낙점한 대선 주자를 향해 맹렬히 응원하고, 열렬하게 맞섰다. 무모한 진보와 꼴통 보수의 대결처럼 코앞에서 민망하게 얼굴 붉히기도 했었다. 가보지 않은 길과 너무나 자명한 길에 관하여 갈등하고 흥분하고 가끔은 우울했다. 그렇게 가마솥의 도가니처럼 나라가 들썩했다. 국민은 웬일인지 정치 앞에서 정신없이 소용돌이쳤다. 저마다 안보를 의심했고 소문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나라의 안녕과 질서와 발전과 이웃의 사랑에 대해 가슴에 새 한 마리씩 품고 있었다. 그리하여 동이 트는 시간부터 해지는 시간까지 투표 했고, 우리는 마침내 새 대통령을 맞이하게 되었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뽑힌 첫, 여성 대통령! 첫, 과반의 투표율. 부녀가 함께 대통령을 나눠 가진 첫 번째 사례. 첫, 첫, 첫, 처녀의 순결처럼 위태롭기까지 한 첫, 이라는 모험과 투쟁과 도전과 야망. 두껍고 어려운 책의 첫 장을 여는 것처럼 우리는 모두 새롭게 태어난 첫, 여성 대통령을 향해 설렘과 공정과 신선함과 야릇한 두려움과 어쩌면 높고 깨끗한 아름다움까지도 공유한다. 대통령 당선인은 지금부터 국민의 뱃속에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법고창신! 옛것을 본받되 구속되지 말아야 하며, 새것을 창조하되 불경하지 말아야 하는 일. 지금은 고용 없는 성장시대. 고학력 백수들의 고독. 상대적 빈곤. 어쩌면 지금은 영혼의 고갈시대인지도 모르겠다. 국회에서 통과된 예산 324조. 그중에서 복지가 100조라는데. 복지 중에서도 으뜸은 일자리 창출이 아닐까. 우리 집 옆에는 삼 층짜리 예쁘장한 건물이 하나 있다. 천정도 높고 마당도 넓어서 쓰임새가 많은 것 같았는데 도무지 사람 구경이라곤 할 수 없었다. 간판에는 (주)케이디티 씨스템즈, 라고 쓰여 있다. 본사가 다른 곳으로 이사 가면서 이곳은 썰렁하게 비워둔 듯했다. 마을 사람들은 이곳에 공장이 활발하게 돌아갈 때는 초부리 전체에 단비를 뿌리는 듯 마을에 활기가 대단했다고 한다. 그리고 오늘 함박눈 오시는 날, 한산한 마당에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알고 보니 (주)케이디티는 안재봉 사장이 이끄는 CIMON이라는 상표로 국제적 산업 자동화 기업과 당당히 경쟁하는 대한민국 산업 자동화 전문기업이라 한다. 그리고 2013년 새해부터는 이곳에 다시 공장을 세워 부품을 자체 생산할 계획이라 한다. 우리의 두뇌로, 우리의 기술로, 우리의 노동으로, 우리의 제품을 생산하는 일. 복지 중의 복지가 아닐까. 어릴 적 읽었던 동화 거인아저씨의 집에는 사람의 그림자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이 하나둘씩 집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차례로 새들이 찾아오고 꽃들이 피고, 그 해 사과나무에서는 첫, 사과가 열렸다. 물론 거인 아저씨는 웃음을 되찾았다는 이야기. (주)케이디티 씨스템즈 마당에 불이 켜지고, 일하는 손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봄이 되면 한적했던 마당의 철쭉은 어느 쪽을 향해 꽃향기를 나를까. 대한민국의 첫, 여성 대통령께 드리는 초부리 주민의 정성어린 꽃다발이라 하면 되겠다. 손 현 숙 시인

[아침을 열면서] 오복어(五福魚)

요맘때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다. 우리 아이가 어렸을 때, 옆에서 듣고 있다가 복은 어디있어? 어떻게 생겼는데?라고 물은 기억이 난다. 만나는 사람마다 복 받으라고 하는데 실상 복의 모습은 볼 수가 없어 궁금했는가 보다. 복 받는 것이 일생을 살면서 중요한 소망이지만 복이 무얼 의미하는지 굳이 알 필요가 없을 만큼 복은 일상생활 자체였다. 자식이 잘되어도 자식 복이 있어서고 좋은 남편을 만나도 남편 복이 있어서고 심지어 행복하게 죽는 것도 복이 있어서라고 말할 정도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복은 삶과 밀착되어 동행하였다. 그러나 복은 받으라고 해서 가져올 수 있는 것이 아닌 하늘에 속한 것이므로 복은 기원의 대상이었다. 복이란 한자도 원래 시(示)와 복의 회의 문자라고 한다. 시는 하늘이 사람에게 내려서 나타낸다는 신(神)의 상형문자이고 복은 복부가 불러 오른 단지의 상형문자라 한다. 요즘말로 하면 은총 정도가 되지 않을까. 예부터 행복한 인생은 다섯 가지 복이 두루 갖춰진 삶이라고 한다. 다섯 가지 복, 오복(五福)은 서경에 나오는 말로 첫째가 수(壽)로 장수하는 삶을 말한다. 둘째가 부(富)로 부유하고 풍족하게 살기를 바라는 소망을 나타낸 것이며, 셋째가 강녕(康寧)으로 일생동안 건강하게 살고자하기 때문이다. 넷째가 유호덕(攸好德)으로 덕을 좋아한다는 뜻으로 오래 살고 풍족하고 건강하면 그 다음에 이웃이나 다른 사람을 위하여 보람 있게 사는 삶을 말한다. 다섯째의 고종명(考終命)은 깨끗한 죽음을 말하며 객지가 아닌 자기 집에서 편안히 일생을 마치기를 바라는 소망을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오복은 권세가들의 소망을 반영한 것이며 민간에서 의미한 오복은 약간씩 달랐다. 세 번째까지는 같으나 네 번째의 유호덕에는 귀(貴)가, 다섯 번째 고종명에는 자손중다(子孫衆多)가 대신해서 오복으로 꼽힌다. 계층에 따라 원하는 복의 형태가 다름을 보여준 것이다. 복에 대한 기원의 형태가 생활 곳곳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그룻이나 수저, 의복, 가구 등 일상용품에 복이라는 글자가 유독 많이 디자인 되어있는 것을 보면 복을 바라는 마음을 일상적인 것이었다. 글자를 대신해 문양으로 복의 역할을 하는 동물이 있는데 박쥐가 그것이다. 금으로 된 아기 돌반지에 박쥐문양을 새겨 넣기도 하였고, 또 여성들은 매듭과 매듭사이에 박쥐문양을 꿴 편복삼작이라는 노리개를 액세서리로 착용했다. 박쥐가 복을 대표하는 문양이 된 데에는 박쥐를 일컫는 한자어가 편복(輻)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좋은 이미지보다 언짢은 이미지를 더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했던 박쥐의 또 다른 상징은 복인 것이다. 새해를 앞두고 귀한 연하장을 받았다. 16절지 두 장을 포개 놓은 정도의 큼지막한 크기의 뽀얀 한지에 손수 그림을 그려 넣은 연하장이었다. 내가 뽑은 올해의 귀한 인연 중 하나가 (자칭)그림쟁이 신양호 선생님을 만난 것인데, 연말에 손수 만든 멋진 연하장까지 받게 되니 여간 기쁜 게 아니다. 받은 연하장의 그림을 보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다섯 개의 복이 복어의 몸에 이리저리 새겨있고 그 옆에 오복어(五福魚)라고 이름이 적혀있었다. 박쥐를 의미하는 편복이 복자를 가지고 있어 복을 의미하는 상징이 되었다면, 복어라고 불리는 물고기가 복을 상징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더구나 복자 다섯 개가 새겨 있으니 오복어인 셈이다. 멋지지 않은가. 자! 새해는 오복어가 힘차게 팽창하기를 기대하자! 민 병 은 한국문화의집협회 상임이사

[아침을 열면서] 마을이 지구를 구한다

마을이 지구를 구한다. 좀 거창한 듯하다. 그런데 그 발상은 일상의 소소한 일에서 출발하고 있다.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쓰레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쓰레기문제는 어떻게 버려야 하는가? 어디에 버려야 하는가? 언제 버려야 하는가? 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 실제로 버려진 쓰레기들을 성상에 따라 분류하여 보면 이러한 문제는 더욱 여실히 드러난다. 우선 가장 심각한 것은 무단투기의 문제이다. 무단투기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종량제봉투 사용여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무단투기는 절대로 자신의 집 앞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꼭 이웃집의 문전에 쥐도 새도 모르는 사이에 버려진다. 이는 낮밤을 가리지도 않는다. 쓰레기 무단투기는 생활의 어려움 때문만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시민의식의 문제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무단투기, 범죄다 심지어 도시의 쓰레기가 농촌에서 발견되는 사례도 허다하다. 이 정도면 막가자는 것이다. 쓰레기의 무단투기는 범죄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이 시작되었다. 쓰레기문제를 두고 진정한 민관협치도 시작되었다. 쓰레기를 주제로 하는 초록마을대학의 개강을 통해서다. 이 사업은 행정이 먼저 푸른경기21실천협의회에 제안한 것이었다. 이변이 아닐 수 없다. 행정이 먼저 고민하고 시민단체에 협의와 협력을 구하는 사업이 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경기도의 박신환 국장님과 행정에 고마움을 전한다. 초록마을대학은 이런 면에서 기존의 마을만들기와는 궤를 달리하고 있다. 쓰레기라는 구체적 주제를 가지고 주민들이 지역의 문제를 고민한다는 측면에서 차원 높은 마을만들기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도시는 도시의 환경에 맞는 마을만들기, 농촌은 농촌의 형편에 맞는 마을만들기, 도농 복합지역은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마을만들기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쓰레기로 인간사를 돌아본다 또한 초록마을대학을 통하여 쓰레기가 좋은 의제가 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쓰레기를 줄여나가는 방안과 배출하는 방법에 대하여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구체적 실천으로 쓰레기의 성상에 따른 배출법에 대하여도 공부하였으며 이를 전파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버려진 것들이 우리의 삶의 태도를 돌아보는 거울임을 알았다. 버려진 것에서 버려서는 안 될 것을 발견하였고, 버려진 것들 속에서 재사용해야 하는 것들과 재활용해야 하는 것들을 선별할 수 있는 시각이 열렸다. 어쩌면 쓰레기문제를 통하여 인간사의 관계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된 듯하다. 환경의 문제는 비단 오늘날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집현전의 수찬(修撰) 이선로(李善老)가 세종께 궁성의 서쪽에 저수지를 파서 물을 끌어들임과 동시에 개천에 오물을 버리는 행위를 금지하여 개천물을 깨끗이 하도록 하여야 합니다.라 진언하였다는 기록으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주민들, 쓰레기와 사랑과 전쟁 마을이 지구를 구한다.는 슬로건은 환경을 생각하고 건강한 내일을 염원하는 경기도와 초록마을대학의 바람이며 의지의 표명이다. 평택에서는 분리수거를 통하여 지역 어른들의 용돈이 마련되고 있으며, 부천에서는 쓰레기의 성상분류를 지역 프로그램으로 실행하고 있다. 수원의 한 지역에서는 쓰레기로 예술품을 창작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경기도 13개 시군의 주민들이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 중이다. 주민들이 마을을 구하고, 마을이 지구를 구하게 될 날이 반드시 오리라 확신한다. 김 용 국 문학박사 (사)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장

[아침을 열면서] 아이랑 자라는 남자

얼마 전 한 낮의 일입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두 층 아래에 살던 중년 남자와 함께 타게 되었지요. 그는 한참을 망설이더니 제게 혹시 대학을 나왔느냐고 묻더군요. 그렇다고 대답하자 혹시 일할 생각이 없느냐고 재차 물었습니다. 자신이 학원을 운영하는데 나와서 아이들 가르쳐보지 않겠느냐고. 그분이 보기에 제가 백수로 보였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집에서 일한다고 대답을 했는데 자존심은 있네라는 표정을 지으시더군요. 그런 저간의 오해를 많이 받고 사는 편입니다. 아내가 바쁘면 아이가 어린이집에 갈 때 제가 배웅을 하는데 아이를 배웅할 때나 마중할 때 남자 구경하기 힘듭니다. 그러니 아이를 배웅하거나 마중하러 나온 여인들이 저를 노는 남자로 생각할 수도 있겠더라고요.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잘 어울리는 편입니다. 마침 인근의 대형 실내놀이터에서 할인 행사를 하기에 우리 아이만 데려가 놀리고 오기가 섭섭해 친하게 지내던 지인들의 아이 둘을 같이 데려간 적이 있습니다. 성인 남자가 여섯 살 짜리 아이들 셋을 달고 놀러 간 겁니다. 간혹 아이 한 명에 아빠 한 명이 붙어 있긴 했지만 그저 아이 꽁무니나 따라다니는 수준이었습니다. 아이들 셋을 데리고 다니는 일 장난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을 지나치는 아이들의 엄마들이 신기한 듯 저를 보기도 하더군요. 이런 일련의 일들을 경험하면서 제 직업이야 어찌 되었든 아직 우리 사회는 열려 있지 않다는 걸 느끼게 되더군요. 남자는 놀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생각보다 그 뿌리가 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남자가 육아를 책임지면 왠지 모자라 보이는 사회적 인식이 깔려있는 덕에 저는 아이들 데리고 어딜 다니면 늘 시선을 받게 된답니다. 육아는 신선하고 향기로운 노동임에도 그 노동을 노동으로 보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지요. 그러니 엄마들의 육아를 남자들은 물론 아이 엄마들조차 신성한 노동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사는 인근에 만화작가 한 분이 살고 계십니다. 마침 그분의 아이와 제 아이가 잘 어울려 우리네 남자는 같이 아동극도 보고 놀이터도 가고 운동을 하기도 합니다. 어쩌다 놀이터에 나가보면 아빠들은 없고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노는 데 우리는 거기에 섞여 놀기도 하지요. 그분이나 저나 딱히 하는 일이 뭐라고 밝힌 상황이 아니다 보니 아이 엄마들 시선에 우리 네 남자는 노는 남자로 보였을 것입니다. 그분과 간혹 육아에 대한 정보도 교환하고 아이들이 겪은 어린이집 이야기를 화제 삼아 이야기도 나누는데 그 역시 아이 엄마들이 보기에는 신기했을 겁니다. 고정관념에 젖어 살았다면 우리도 아마 아이들과 놀지 못했겠지요. 노는 남자로 비춰지든 그렇지 않든 분명한 것은 육아는 분명 남자와 여자 공동의 몫입니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맞벌이하면서도 훌륭하게 육아를 해결해 내는데 남자라고 못할 법은 없지요. 중요한 것은 아빠와 아이의 관계가 다른 여느 아이들보다 더 끈끈해진다는 걸 알았습니다. 제가 자라온 어린 시절을 아이에게서 보기도 하고 아이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보기도 합니다. 덤으로 세상을 옳게 살아갈 나름의 원칙과 진실 같은 것도 세우게 되지요. 그러면서 저도 자란다는 걸 느낍니다. 정상적으로 출퇴근을 해야 하는 아빠들에게는 힘든 일일 겁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조금만 할애하면 세상에서 가장 신성할 수 있는 노동을 통해 당신의 순수함을 재발견할 수도 있을 겁니다. 출퇴근하는 남자들, 힘들겠지만 아이는 분명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당신만의 창을 열어주는 문지기라는 걸 잊지 마시길. 전 민 식 소설가

[아침을 열면서] 꿈꾸는 자의 미래

최근에 모대학의 초청을 받아 강연을 한 바 있는데, 강연의 주제는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마이스터)가 되기 위한 노력이었다. 필자는 서두에서 논어의 學而時習知면 不亦說乎아를 강조하면서 참 지혜와 지식을 탐구하는 자세와 목적을 가지고 알찬 대학생활을 보낼 수 있는 동기부여에 대해서 말하였다. 그리고 요즘 취업문제로 많은 대학생들이 고민하고 힘들어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면서,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가치를 찾아서 미래를 설계하고 또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일에 몰입하여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 등에 대해 실천해야 할 세부사항을 들려주었다. 학생들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주변인이 아닌 주체인이 되어 자신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이고, 당당하게 도전하면서 나아가야 하며, 그 다음은 삶의 목표를 세우고 실천기준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야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부딪쳐도 극복하고 옳은 길을 찾아 갈 수 있다는 요지였다. 우리나라와 같이 경쟁이 심한 사회일수록 전문가의 능력이 요구되므로 학생들은 자율성을 가지고 자기주도적인 힘을 길러 나가면서 몰입과 숙련을 통해서 자기 분야에서 마이스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말도 해 주었다. 사실 어떤 분야이던지 전문가가 우대 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데, 다만 국제적 흐름상 우리나라도 전문가가 장차 우대받을 것이라고 예상되므로 학생들은 어떤 분야에 대한 전문가가 되기를 노력해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 전에 독일에 다녀 온 적이 있는데 그때 자동차 만드는 곳에서 한국청년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일을 3년째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얼마 전에 그가 나를 찾아 왔는데, 이제는 어느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최고 기술자가 되어 이제는 자기 밑에 많은 사람들이 그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독일의 자동차 한 대 값이 얼마나 비싼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 가치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마이스터 한사람이 기업인 셈이다. 그를 보면서 필자는 이제 우리나라도 마이스터를 많이 길러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실업자 없이 자기 전문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한 가지 일에 전문인이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간과 땀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매일 매일 자신을 만드는 일에 충실하다보면 언젠가는 자신이 바라는 꿈을 이루게 될 것이다. 언어는 인간 생각의 소산물이라는 말과 같이, 우리의 미래 꿈은 우리 가슴 속 생각의 소산물이다. 우리가 꿈과 비전을 가지고 넓은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한데, 바라보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마술세계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의 법칙이기도 하다. 나는 할 수 있다는 굳은 신념으로 그 꿈을 바라볼 때 소망하던 꿈은 반드시 이루어지기 마련인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지면서 자신에 함몰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주위와 소통하면서 다함께 푸른 세상의 들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연말연시에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면서 사랑을 나누는 따뜻한 사회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윤 화 섭 경기도의회 의장

[아침을 열면서] 당신의 자녀는 얼마짜리입니까?

나는 시인이다. 시는 작은 틀 속에서 큰 세상을 꿈꾸는 문학의 한 장르이다. 그리고 그 속에 담겨있는 뜻은 세상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시는 본질 속에 서 있다. 시를 쓰는 과정은 세상을 바라보는 애정으로부터 출발하는데, 그 시선은 몰입과 집중이다. 시의 첫 줄과 끝줄은 반드시 개연성을 담보해야 하는데, 이것은 마치 사람의 탄생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한 단어, 한 이미지, 한 구절에서 오는 시 쓰기의 출발은 저마다의 세계관에 따라 각자 다른 깊이의 작품을 빗어내곤 한다. 그러나 그 속에는 반드시 제 스스로 생하고 멸하는 기운이 있어서 좋은 시와 나쁜 시는 가늠하기 조심스럽지만 큰 시와 작은 시는 존재하는 법이다. 또한, 작은 글자 수로 세상을 노래해야 하는 시 속에도 사람의 생ㆍ노ㆍ병ㆍ사와 같은 기ㆍ승ㆍ전ㆍ결의 형식을 갖추어야 한다. 따라서 시인들은 누구나 전, 그러니까 전복의 과정에서 물고기가 그물에 걸리듯 깊은 고독에 빠진다. 익숙했던 관습과 습벽을 깨고 끊고 무너뜨리면서, 그러나 자기의 생각을 결말까지 관철시키는 뱃심, 그것은 결국 시를 예술로 승화시키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중요한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길게 나의 시론을 펼치는 것일까. 기존의 악습이나 폐습에 맞서기 위해서는 절지동물의 결단처럼 제 자신의 철저한 정검과 단호한 결의가 필요하다는 소릴 하고 싶은 것이다. 우편함에서 청첩장을 꺼내 들면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생각. 우선은 혼주와의 함수 관계가 될 것이고, 뒤를 이어서 축의금의 중량을 따져보게 되는 성가심. 그것은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오늘의 결혼 청첩 문화는 결국 고지서 남발이거나, 을이 갑을 향한 공식적 상납의 기회에 불과하다. 명분이 분명한 인륜지대사 앞에 서로의 주고받기를 어떻게 원활하게 운영할 것인가, 아닐까? 그리하여 우리는 혹시 아이들의 신성한 출발 앞에서 하찮은 흥정에 영혼을 팔고 있는 것은 아닐까, 되짚어볼 일이다. 결혼은 부모들의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어리고 여린 새 사람들의 새 출발일 뿐. 예식의 크고 작으므로 그 집안의 성과 패를 말하는 것은 너무도 조악한 세상의 잣대일 뿐이다. 내 밥값 내고 밥이나 먹으로 오는 결혼 따위, 바람직할까. 진심으로 격려하고 아끼면서 사랑이 충만한 결혼. 너무 큰 희망일까? 얼마 전 작은 결혼식에 다녀왔다. 성원자동기계의 이익재 사장과 신혜림 씨 부부는 아들 이정윤군과 며느리 송수현양의 혼인을 소문 없이 치렀다. 양가 딱 오십 명씩 두 집안 모두를 합쳐 하객은 백 명 남짓이었다. 축의금은 정중하게 사양했다. 우리는 모두 간절한 마음으로 오늘의 신랑과 신부를 축복했다. 그곳에 모인 하객들은 대부분 신랑과 신부의 성장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봤던 지인들이었다. 신랑과 신부도 절친한 벗, 몇 명만을 초대해서 따뜻한 마음을 교환했다. 예식이 진행되는 동안 자리를 뜨거나 잡담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신랑과 신부의 눈짓 하나에도 오롯이 집중했고, 모두가 뜨겁게 하나가 되어서 젊은 태양의 앞날에 두 손을 모았다. 어떻게 생각하면 계산에 어긋나는 예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뿌려졌던 축의금을 생각하면 그렇게 간단하게 결론지을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훌륭한 시 짓기의 전범처럼, 혁명처럼 단호하게 구습을 타파했던 거다. 쉬웠을까? 인디언의 결혼은 신랑과 신부를 빙 둘러서서 중천의 달이 황도광을 마중할 때까지 노래하고 춤추면서 기도하는 것이라 한다. 마음을 한곳으로 모아 하늘의 기운을 불러오는 일. 그래서 여자와 남자의 출발을 새 하늘과 새 땅에 기원하는 일. 우리도 그렇게 신성하고 장엄한 출발에 용기를 내 볼 일이다. 손 현 숙 시인

[아침을 열면서] 깊은 심심함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안 이후 나에게는 다른 기준이 생겼다. 만남에 대한 느낌이 그것이다. 아무리 좋은 말이 오갔던 자리였더라도 집에 다다를 때쯤이면 몸에 있던 에너지가 몽땅 소진된 듯 힘든 만남이 있다. 이런 만남은 피하고 싶어진다. 반면 만나고 나면 마음이 행복해지는 사람이 있다. 나도 그렇게 될 것 같은 고양되는 느낌을 준다. 그저께 만난 사람은 책과 더불어 살고 있다. 나에게는 즐겁고 흥미로운 시간이었는데 사람마다 같은 책을 읽고도 화제로 삼는 한 줄 문장이 모두가 다르다는 것을 비교하면서 혼자 속으로 은근히 즐기고 있었다. 최근 피로사회(한병철 저자/문학과지성사 발간)라는 책이 워낙 화제가 되었던 터라 몇 번의 다른 만남에서 제 각각 이 책에 대해 얘기했던 기억이 있다. 흥미로웠던 것은 같은 책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어떤 이는 긍정의 과잉에 대해서, 어떤 이는 자기착취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고 자기가 관심을 둔 문장처럼 그렇게 살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저께 만난 그도 역시나 피로사회 책을 꺼내 책을 펼치면서 얘기를 꺼냈다. 그가 화제로 삼은 문장은 깊은 심심함이었다. 피로사회란 책 속 깊은 심심함 독일 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깊은 심심함을 경험의 알을 품고 있는 꿈의 새로 말했다고 한다. 잠이 육체적 이완의 정점이라면 깊은 심심함은 정신적 이완의 정점이라고 이 책은 설명한다. 깊은 심심함에 꽂혀있던 그는 다시 시 한편을 내밀었다. 이상국 시인의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라는 제목의 시였다.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부엌에서 밥이 잦고 찌개가 끓는 동안/ 헐렁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뒹굴며 장난을 치자/ 나는 벌서듯 너무 밖으로만 돌았다/ 어떤 날은 일찍 돌아가는 게/ 세상에 진 것 같아서/ 길에서 어두워지기를 기다렸고/또 어떤 날은 상처를 감추거나/ 눈물 자국을 안 보이려고/ 온몸에 어둠을 바르고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일찍 돌아가자/골목길 감나무에게 수고한다고 아는 체를 하고/ 언제나 바쁜 슈퍼집 아저씨에게도/이사 온 사람처럼 인사를 하자/오늘은 일찍 돌아가서/아내가 부엌에서 소금으로 간을 맞추듯/어둠이 세상 골고루 스며들면/ 불을 있는 대로 켜높고/숟가각을 부딪치며 저녁을 먹자 이 시를 읽으면서 불현 듯 별일 없이 산다라는 노래 가사를 듣고 한참 웃은 적이 생각났다. 그때 심정은 딱 울고 싶었다는 기억도 함께. 벤야민이 말한 꿈의 새가 깃드는 이완의 시간의 둥지, 사람이 깃드는 둥지가 집이 아니겠는가. 깊은 심심함으로 시작된 그의 이야기는 집으로 결론이 지어지는 자연스런 흐름을 타고 있었다. 그리고 깊은 심심함이란 문장을 꼬집어 말한 그가 역시 그렇게 살고있는지 궁금했다. 정신적 이완주는 마음의 행복 일주일에 이틀은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확보한다고 한다. 책과 더불어 사는 그는 책 속에 묻혀 알을 품는다. 새로운 경험을 창조하기 위해서. 그의 책 세계를 맛보고 나니 읽어야할 책이 족히 대 여섯 권이나 생겼다. 큰 수확이다. 갑자기 그는 왜 말이 없으세요? 묻는다. 딱히 끼어들 말도 없었지만 듣는 것만으로도 풍성한 시간이었다. 나의 깊은 심심함이 이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슬며시 들었다. 일찍 집에 가긴 글렀지만. 민 병 은 (사)한국문화의집협회 상임이사

[아침을 열면서] 쌀밥, 브랜드로 말하라!

진지 잡수셨습니까?, 너나없이 끼니를 때우는 일조차도 버겁던 시절의 인사말이었다. 오늘날 진지 잡수셨습니까?라 묻는다면 혹 끼니를 놓치지는 않으셨습니까?란 의미일 것이다. 이렇듯 말은 같으나 의미가 바뀐 데에는 먹는 것 자체의 고단함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쌀을 주식으로 하였다. 그러나 쌀은 턱 없이 부족하였고 기근은 극심할 밖에 없었다. 식량 증산을 위해 정부는 품종을 개량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였고, 농민들 또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였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쌀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제 양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이다. 빛깔이 변하고 있으며, 환경 친화적인 쌀과 유기농쌀, 기능성쌀이 재배되고 있다. 우선 빛깔로 보면 백미, 흑미, 황미, 홍미, 녹미가 있다. 또한 환경 피해를 최소화 하는 친환경쌀, 화학비료대신 유기질 퇴비로 재배되는 유기농쌀이 있다. 그리고 기능을 강화시킨 쌀은 품종육성에 따른 기능성쌀, 특수성분을 쌀 표면에 코팅한 쌀, 가공방법에 의해 성분이나 물성이 변화된 쌀이 있다. 쌀이 진화하고 있다 오늘날 쌀의 브랜드는 전국적으로 약 2천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선택의 폭은 넓어졌지만 그만큼 혼란도 야기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21개 지방자치단체의 쌀 브랜드가 있으며, 김포시에만 29개의 브랜드가 있다. 그러니 경기도의 쌀이라고 하여도 어느 지방의 쌀인지 브랜드만을 가지고는 알 수가 없다. 그리고 비슷비슷한 브랜드도 소비자의 선택을 어렵게 한다. 경기도 이천시는 임금님표, 여주군은 대왕님표, 대구의 달성구는 어백미, 진상미란 브랜드가 있다. 그러니 소비자가 브랜드로 쌀의 품질과 생산지를 안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더더욱 문제인 것은 식당의 밥상에 올려지는 쌀밥은 어디에서 생산된 것인지, 어떤 브랜드의 쌀인지를 알 길이 없다. 현대인들은 매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식당의 밥맛은 저마다 다르다. 한 마디로 밥맛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 민족은 밥의 힘으로 산다고 하는데 영 밥맛이 없을 때에는 불쾌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제 입에 들어가는 순간 행복함을 느끼는 그런 밥을 먹고 싶다. 아니 그런 밥을 선택할 수 있었으면 한다. 매식을 하게 되는 경우 소비자가 알아야할 쌀에 대한 정보는 매우 부족하다. 도대체 어느 지역의 쌀인지, 아니 브랜드가 무엇인지를 알고 밥을 먹는 경우는 거의 전무하다. 그런데 경기도의회 의원들께서 의미 있는 법안을 발의하였다. 일명 쌀밥의 생산지 및 브랜드 표시에 관한 조례안이다. 이 조례안이 통과된다면 쌀의 소비촉진에도 한 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농가의 소득증대에도 일익을 담당할 것이라 믿는다. 쌀밥, 선택하게 해달라 의원들께서 발의한 조례의 목적이 지역 생산품인 쌀의 본래적 가치와 다양한 맛을 온전히 보호하고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함은 물론, 쌀의 생산지와 브랜드를 널리 홍보하여 쌀 소비를 촉진해 쌀 생산농가의 소득 증대에 기여함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밥 힘으로 산다. 대한민국이 더욱 강건하여지게 되길 소망한다. 좀 더 맛있고 안전한 쌀로 육체적 건강뿐만이 아니라 엔돌핀이 팍팍 솟아나 정신마저도 건강해지는 그런 밥상을 기다려본다. 김 용 국 문학박사?(사)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장

[아침을 열면서] 지도자의 덕목

올바른 목적이나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지도요, 이를 앞장서 지도해 가는 사람을 지도자라고 한다. 이 세상에는 각 분야마다 지도자가 있을 수 있고 지도자 밑에서 지도받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때문에 지도자들은 많은 학식과 용기가 필요하며 지도자로서의 덕목을 갖춰야 한다. 지도자들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는 마음이 바르고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고 포용성 있는 품격과 도덕적 이상 또는 법칙에 따라 의지를 확실히 결정 할 수 있는 인격적인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또 법과 도덕성에 의거해 행해지는 지도와 다스림을 해야 하며 지도자에 신성불가침한 신위적(神威的) 권위를 갖춰야 한다. 특히 지도자들은 신념과 신의, 용기가 있어야 하고 지도받는 사람들을 높은 학식과 인격, 덕(德)으로 대해야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덕과 법으로 다스려온 지도자들은 백성과 지도받는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추앙을 받아 왔다. 논어에서 공자는 나라를 법으로 이끌고 형벌로 다스리면 백성이 외면하고 염치를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덕으로 이끌고 예로서 다스리면 염치를 느끼고 또한 따르게 된다고 했다. 지도자의 덕목을 적은 병법서인 육도삼략(六韜三略), 용도(龍韜)에서는 장수가 갖추고 있어야 할 3가지 덕목을 가르치고 있다. 전장에서 장수의 한마디에 두려움 없이 적진으로 뛰어들어 목숨까지 바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무왕이 태공에게 물었다. 이에 태공이 말하길 장수는 추운 겨울에도 혼자 털가죽 옷을 입지 않으며, 무더운 여름철에도 혼자 부채를 잡지 않으며, 비가 내리더라도 혼자 우산을 펼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예의 바른 장수 예장(禮將)이라고 했다. 훌륭한 지도자 되기 위해서는 또 좁고 험한 길을 행군하거나 진흙탕을 거쳐 가야 할 때는 반드시 수례나 말에서 내려 함께 걸으며 병사들과 더불어 괴로움을 나눠야 한다. 이를 힘을 같이하는 장수 역장(力將)이라고 했다. 군사들이 앉기 전에 먼저 앉지 말고 군사들이 먹기 전에는 먹지 말 것이며 추위와 더위를 군사들과 반드시 같이해야 한다. 이를 욕심을 절제하는 장수 지욕장(止欲將)이라 했다. 병사에게 예를 갖추는 장수, 병사와 같이 힘을 쓰는 장수, 욕심을 절제하는 장수, 전장에서 이 세 가지를 갖춘 장수에게 늘 부하들이 목숨을 초개같이 바친다는 것이다. 하루하루를 전장에서와 같은 생활을 하는 지도자들이 명심해야 할 덕목이다. 근래에도 우리들의 귀감이 되는 지도자들도 있다. 1960년에 미국 대통령이 된 케네디는 1961년 소련이 미국의 코앞인 공산국가 쿠바에 미사일 기지 구축을 위해 미사일을 적재한 구축함을 쿠바로 보내자 이 기지가 완공, 미국이 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민 3분의 1이 죽음에 이를 수 있다고 판단, 국민들을 향해 자유주의 수호를 위해 대통령과 함께 죽자고 호소한 케네디의 용기 있는 결정에 소련은 쿠바에 미사일 기지 건설 계획을 철회했다.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영국의 대처 여사는 리더는 눈치 보지 않는다는 말로 유명하다. 영국 정치를 좌지우지한 광산 노조와의 끈질긴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중병에 걸려 빈사상태인 영국을 재건한 신념의 정치를 구현했다. 국민 위한 용기신의신념 갖춰야 우리는 물론이요 세계인들이 본 받아야 할 지도자들이다. 지도자들은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는 목숨까지 내던질 수 있는 용기와 신념, 신의가 있어야 한다. 훌륭한 지도자 밑에는 용기 있는 국민과 행복과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참된 국가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김 창 수 인천언론인클럽 수석부회장

[아침을 열면서] 강아지 좀 사주세요

몇 달 전, 부리나케 집안으로 뛰어든 아들 녀석이 느닷없이 강아지를 사달라고 조르더군요. 의외였습니다. 아들은 개를 무서워했기 때문입니다. 동네 식당에서 큰 개에게 쫓긴 경험이 있은 뒤로는 개만 보면 경계를 했지요. 손바닥만한 강아지가 짖어도 긴장하는 녀석이라 그런 청을 하는 이유가 무척 궁금했습니다. 아내의 설명을 듣고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유인 즉 이랬습니다. 동네에 같이 어울려 노는 아이들이 있는데 모두 강아지를 사기로 했다는 겁니다. 외동인 아들 정서를 생각해서 강아지 한 마리 사주는 게 어떨까 라는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반려 동물은 쉽게 취하거나 버리는 물건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결국 저는 반대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들 녀석이 다른 친구들은 다 사는데 왜 자기는 안되냐고 울먹이며 볼멘소리를 하더군요. 길면 20년은 같이 살아야할 반려동물을 대형마트의 장난감 사듯 사서는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이었지요. 그래서 강아지를 키울 때 발생할 어려운 설정만 골라서 설명했는데 모두 다 자기가 하겠다고 대답하더군요. 그래도 저는 안 된다고 대답했습니다. 아들 녀석은 닭똥 같은 눈물을 줄줄 흘리더군요. 하마터면 그 눈물에 마음이 약해져 덥석 강아지를 사 줄 뻔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잊었겠지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다시 강아지를 사달라고 조르는 겁니다. 뭘 잘했으니까 강아지를 사줘라, 크리스마스 선물로 강아지를 받았으면 좋겠다, 생일 선물이 강아지였으면 좋겠다. 그래도 그때마다 저는 안 된다고 단호하게 못 박았습니다. 지금도 우리 집에는 햄스터와 장수풍뎅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사니까 덩달아 샀는데 처음 세 마리이던 햄스터는 두 마리가 죽고 한 마리만 남았고 장수풍뎅이는 살 때만 잠깐 관심을 갖고 아예 쳐다보지도 않더군요. 강아지와 그런 동물들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그것 역시 생명이 있는 동물이기에 방치할 수 없다보니 결국 제가 관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사소한 일들이기에 신경쓰지 않으면 잊고 지나칠 일들이었습니다. 하지만 햄스터나 장수풍뎅이에게는 삶과 죽음이 달린 중요한 일이었지요. 그런데 강아지라뇨? 더군다나 아파트에서 강아지를 키우는 일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고, 아내 역시 강아지 키우는 일을 썩 내켜하지 않아 제 고집대로 밀고 나갈 수 있었지요. 하지만 고집만은 아닙니다. 인간의 사랑을 받지 않고, 제 때 먹이를 주지 않고 관리를 하지 않아도 쑥쑥 잘 크는 그런 반려동물들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생명에게든 사랑은 필요한 법입니다. 더욱이 강아지는 인간의 사랑이 있어야 잘 자라는 동물이지 않던가요. 무조건 강아지를 샀다가 제대로 키우지 못해 죽이거나 버리는 경우를 허다하게 보았습니다. 강아지를 사서 아이의 부모가 키워준다면 그건 강아지를 산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아이가 사랑하고 키울 수 있을 준비가 되어 있다면 얼마든지 사 줄 수도 있을 겁니다. 그건 생명의 의미를 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는 말이기도 하니까요. 장난감 고르듯 남들 다 사니까 사는 그런 소비는 결국 생명의 소중함마저도 돈으로 사고 버릴 수 있는, 그저 자본주의 사회에서 흔한 소비에 지나지 않는 일일 겁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그런 자본주의의 못된 습성을 가르쳐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네가 강아지를 잘 키울 준비가 되면 아빠가 그때는 사 줄 수 있을 거야. 결국 아들 녀석과 합의를 했습니다. 12살이 되면 사주기로. 그 정도 나이라면 생명의 소중함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을 나이라고 보았죠. 그때 가면 아들 녀석이 잊어버릴 법도 하지만 그 나이가 되면 일부러라도 강아지 한 마리 키워보려고 합니다. 생명을 기르는 일에는 책임과 의무가 필요하다는 걸 가르쳐주고 싶어서입니다. 그래서 결국 자신도 소중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면 그 이상 더 바랄 게 없겠지요. 전 민 식 소설가

[아침을 열면서] 서민경제 활성화

날씨는 추워지는데 우리 서민 경제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마음은 항상 서민이 행복하기를 소망하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가계부채가 늘어나 현실적으로 고통을 겪는 실정이고 보니, 날씨의 스산함이 더욱 옷깃을 여미게 한다. 요즈음 매스컴을 보면 서민경제 라는 말이 부쩍 눈에 띈다. 원래 서민은 보통사람을 의미하지만, 이미 우리 사회가 중산층의 개념이 무의미화 되면서, 상류층과 서민으로 그 계층이 구분되는 듯한데, 이리보면 서민은 대다수 국민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사회는 전반적으로 유동적이다. 근래에 중산층 붕괴는 사회적 갈등을 폭발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기만 하다. 그리고 많은 젊은이들이 대학을 나와도 갈 곳이 없어 한강에 떠있는 스티로폼처럼 방황하고, 청소부 한명 뽑는데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실정이다. 이처럼 서민경제에 빨간불이 켜짐으로써 앞으로 서민경제를 살리고 일자리 창출에 주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려워져만 가는 경제 살리기 사실, 경제는 생존의 수단이기에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은 더 언급할 필요가 없다. 그러기에 사회의 다른 분야들인 정치, 예술, 체육 분야 등에 서민이라는 수식어는 잘 붙지 않고, 유독 경제분야에만 서민이 줄곧 따라 다닌다. 그런데 이 서민의 특수한 사용에도 불구하고 사회 각 분야가 모두 어렵고 힘들어서 그런지, 활성화해야한다는 공통적이고도 상황적인 명제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듯하다. 근래에 들어 미국월가에서의 99퍼센트에 해당한다는 서민들의 시위와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국가에서의 경제파국에 대한 거센 반발적 시위들이 각종 언론매체들에 보도된 바 있다. 그만큼 세계경제가 지금 어렵다는 반증인데,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제에도 영향을 주고 있기에 국내 경제의 어려움은 더 말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글로벌위기 이후 새로운 경제상황이 전개되고 있는데 그 추이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에는 생계유지형인 베이비부머 중심의 1인 자영업자의 창업이 급증하고는 있지만 도내 자영업의 창업대비 폐업률은 상당히 높아만 가는 실정이다. 또 우리 지역에 있는 작은 음식점, 세탁소, 쌀집, 미용실, 슈퍼마켓 등에 직접 가보면 그 썰렁함은 피부로 느껴진다. 그리고 지역의 생활현장에서 주민과 삶의 애환을 나누고 영세상공인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모두가 장사가 잘 되지 않아 너무도 살기가 힘들다는 말을 주로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차가운 보도블록 위에 떨어져 뒹구는 낙엽처럼 내 마음도 바스락거린다. 하루속히 서민들이 생활의 고통에서 벗어 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고 그들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민의를 대변해야한다는 생각에 마음만 바빠진다. 사회 구성원 모두의 힘 모아야 사실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서민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사람의 힘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의 주체인 우리 모두가 생활 현장에서 그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독창성과 독특한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경쟁력을 향상시켜나갈 때, 또 법적, 경제적, 행정적 뒷받침이 병행될 때, 이 역경은 비로소 기회가 될 것임이 자명하다. 그러기에 이 연말에 우리 모두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강구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어느덧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절의 길목에 접어들었다. 추워진 날씨 탓인지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더냐 라는 시 구절이 생각난다. 우리 모두가 다가오는 연말에는 어려움에 놓인 이웃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나누는 뜨거운 사람이 되기를 소망해 보며 국민대다수인 서민의 주름살이 환하게 펴지는 우리의 미래를 생각해 본다. 윤화섭 경기도의회 의장

[아침을 열면서] 공무원이 걷는 법

늦깎이 공무원 이재흥씨는 지천명(知天命)을 넘어선 초로의 신사였다. 그는 지난 7월 9급 공무원 공채에 합격해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물리적인 시간으로 따지자면 그는 이제 모든 공무에서 떠나 뒷짐을 져도 누가 뭐랄 것 없는 나이다. 그런 그가 왜 공무원에 도전했을까. 아니 그것보다는 나이 제한 없이 기회를 부여하는 우리나라 공무원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는 한 달여간의 인턴을 마치고 역시 공무원은 사회에 이바지한다는 소명의식이 없으면 힘들 것 같네요라고 자신의 소회를 털어놓았다. 현장근무가 많고 주민 곁에서 생활을 살펴야 하는 공무에 내심 놀라면서도 보람을 느끼는 듯했다. 얼마 전까지 내게 공무원은 왠지 불편한 심경을 불러오는 무엇이었다. 공무원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은 탐관오리, 철밥통, 칼퇴근, 업무태만, 무사안일, 기강해이, 복지부동 그런 부정적 의미들이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들 뒤에는 또 대답이 명쾌하지 않은 질문들이 꼬리를 이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왜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선호하는가. 혹시 그 속에는 인간의 본질을 바라보는 선(善)이라는 자리가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공무원에 대한 생각을 전복시킨 한 권의 시집을 받았다. 제목도 공무원 이었고 표제시도 공무원이었다. 그러니까 그는 공무원 신분의 시인이었다. 시집에서 느낀 공무원의 생각 정겸 시인이 쓴 시의 첫 줄은 그녀는 나를 우측 통행자이거나/뒷문 통로와 연결된 지하계단에서 은밀한 거래를 즐기며/꽃밥을 훔쳐 먹는 언더그라운드 이코노미 정도로 알고 있다로 시작했다. 그리고 시는 이렇게 끝이 난다. 황사가 몰려와도 공무원 탓이라 믿는 사람들. 돌 맞고 곰보가 되고 돌하르방이 되어도 꼿꼿하게 그들을 지키고 서 있겠다, 다짐한다. 그렇게 그는 시집의 곳곳에서 병자와 노숙자와 소외된 가장들과 아픈 영혼들에 대해 연민한다. 손수 소매를 걷어붙이고 구제역의 현장과 수해지역의 물 텀벙 속을 뛰어들어 행동한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면서 하루를 산다, 아니 근무한다. 그가 쓴 시작메모에는 청풍양수(淸風兩袖)라는 고사성어가 등장한다. 두 소매에 맑은 바람만 넣고 천자를 알현하는 것이 신하의 도리이며 백성의 입에 오르내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명 황제 때 우겸의 청렴을 예로 들었다. 무릇 공무원에 대한 자세를 굳힌 것이리라. 시인은 부패공무원에 대한 생각도 밝혔는데, 순금의 정의가 99.9%라면 정부발표 현 공무원의 숫자가 100만 명. 만약 그중에 0.01%의 공무원이 불의의 사고를 쳐도 그 숫자는 1천명을 선회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99.9%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임을 단 하루도 망각해 본 적 없다고 그는 공무원의 소신을 시의 문체로 밝혔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삶을 형성하는 것보다는 삶이 우리를 형성하는 때가 훨씬 많다. 규율과 규범이 때로는 사람을 정의하기도 한다. 공무원들은 촘촘한 틀 속에서 공무를 수행한다. 엄격한 지휘체제 안에서 그들은 명령받고 행동해야 하는 공무의 집단이다. 때로는 이런 것들이 공무원을 답답하게 규정짓는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곰곰이 짚어 보면 그들은 언제나 민생의 편이었다. 그들은 국민이라는 대명제 아래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국민은 바로 자기 자신일 것이다. 아무도 자기 자신을 함부로 여기는 사람은 없다. 국민이 자기 자신인 사람들 내가 이사 온 초부리의 밤은 별들의 나라이다. 고개를 꺾어서 밤하늘을 구경하는 일은 참으로 장관이다. 그러나 여기는 발등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깜깜한 나라. 용인시 생활민원 도로과에 전화해서 칠흑 같은 밤은 무서워요 라고 민원을 넣었다. 다음 날, 집 앞 가로등이 희망처럼 켜지고 늦게 귀가하는 가족들의 걸음은 어제보다 가볍다. 손현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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