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흥사대부 노블리스 오블리제

이정진 오산대 이벤트연출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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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부자인 미국의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이 손을 잡고 거대한 자선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빌은 여생, 워렌은 모든 재산의 85%인 3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여기에 중국 영화배우 성룡까지 가세한다. 이들은 IT와 주식 투자,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재산을 쌓은 21세기형 신흥 부자들이다. 이들은 새로운 시대에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떻게 돈을 쓰는가를 보여 준다. 재산 출연 규모도 엄청나지만 이들 삶의 방식이 주는 문화적인 충격도 작지 않다.

우리의 고액 연봉자, 벤처 창업가, 전문직 종사자, 스포츠 스타·연예인 등은 21세기 신흥 사대부들이다. 일부 대기업 임원들은 스톡옵션이나 인센티브 등을 통해 근무연수와 호봉에 따른 단계적 임금 상승보다 일의 성취에 수반하는 성과급으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기 원한다. 시장경제체제에서 부를 형성하고 자아를 성취해가는 과정의 모델들이다. IT·BT·NT 계통의 산업분야에서 뛰어난 창의력과 기술력 등을 바탕으로 새로운 산업수요를 창출해가는 벤처창업가들은 자원부족 국가인 한국 미래 산업의 원동력이자 추동력이다. 그들은 개인적으로도 부를 이루지만 일정 부분 국가적인 부를 책임지고 있다. 변호사나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은 전문지식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이에 따른 대가로 개인적인 부를 획득하는 집단이다. 이들의 문제해결 능력은 이 사회의 갈등과 질병 해소나 공익 실현을 위해 유용하며 어느 정도 사회적인 합의 아래 부를 성취하고 있다. 스포츠 스타나 유명 연예인들은 독특하고 뛰어난 개인적인 재능을 통해 대중에게 어필하고 이 결과로 얻어지는 문화산업적인 프리미엄을 누린다. 이들은 새로운 산업분야인 CT(Culture Technology)를 통해 개인적 부를 창출하면서 한편으로 미래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한류는 이들의 중요한 성과물이다. 우리는 이들이 이룬 개인적인 사회성과들에 대해 인정하고 존중하며 격려할 필요를 느낀다. 양극화 해소란 정치적인 구호를 통해 이들의 성취를 반분하기보다 이들의 능력을 고무하고 이를 통해 얻어진 사회적인 결과물들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들이 지닌 능력이나 경제적인 부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성취한 사람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는 건강한 시민사회를 향한 도덕적 인간적 가치인데다 이들 자신을 위해서도 필요한 사회적인 가치이다.

/이정진 오산대 이벤트연출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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