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화분의 가르침

강원춘 경기교총 회장 태원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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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집안에 작은 화분을 사다 놓고 들여다보는 일을 좋아 한다. 3천원씩 주고 4개의 각기 다른 색의 꽃이 피어 있는 바이올렛 화분을 사다 거실 한 쪽에 놓아뒀다.

아내가 정성을 들여 그런지 대개 그런 화분은 한철 꽃을 피우면 죽는 것들이 많았는데 그 이듬해가 되자 다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화분 1개는 잎만 무성하지 좀처럼 꽃이 피지 않았다. 아내는 “왜 이것만 꽃이 피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무척 마음이 쓰이는 눈치였다.

어느 날 집에 들어서자 아내가 들떠 “그 화분에 드디어 꽃봉오리가 맺혔다”고 야단이다. “그러냐”고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이자 아내는 좀 서운해 하는 눈치였다.

미안한 마음에 저녁을 먹고 꽃봉오리가 맺혔다는 화분을 들여다보니 정말 앙징맞은 꽃봉오리가 맺혀 있었다.

그 꽃봉오리 속에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이 보였다. 3천원짜리 화분에 심은 꽃도 각기 다른 특성을 지녀 이렇게 오랫동안 공을 들이고 기다려야 꽃이 피는 게 있고 쉽게 꽃이 피는 게 있는데 값을 매길 수 없는 우리 아이들의 특성이야 얼마나 다양할 것인가.

그것을 몇 가지 일반화된 잣대로 재면서 잠시도 기다려주지 않고 단정지어 버린다면 우리 아이들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이 꽃을 피울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다. 가르치는 사람의 마음이야 금방 교육적 효과가 나타나길 바라지만 교육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기에 어렵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르치는 사람들은 “빨리빨리”를 외치는 조급증 시대를 닮아 조금도 기다리지 못하고 아이들을 다그친다. 심지어 바늘 허리에 실을 매어 쓰려는 사람처럼 옳지 않은 방법인줄 알면서도 시행하려고 하기도 한다.

나의 정성과 기다림 끝에 꽃을 피운 작은 화분 하나가 나에게 큰 스승 노릇을 한 셈이다. 끊임없는 정성을 기울이며 기다리는 게 가르치는 사람이 할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 모두가 지닌 자신의 가능성을 각기 다른 모습의 꽃으로 피어나게 할 것이다.

/강원춘 경기교총 회장 태원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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