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만이 희망이다

강원춘 경기교총회장·태원고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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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한잔을 손에 들고 창밖을 바라보니 교정에는 수많은 꽃들이 앞 다퉈 피어나고 있다. 어느 꽃의 색깔이 더 곱고 어느 꽃이 더 예쁜지를 가늠할 수 없다. 언뜻 보기엔 똑같아 보이는 한줄기에서 피어난 진달래라도 자세히 보면 같은 빛깔을 지닌 것은 하나도 없다. 꽃만 피어난 게 아니고 새로 돋아난 잎도 각각의 모양대로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따스한 햇살 아래 연신 웃고 재잘거리며 거니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우리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어머니께서 꽃 중에 가장 아름다운 꽃은 ‘사람꽃’이라며 아이들을 품에 안고 함박웃음을 지으시던 게 생각난다.

그때에는 무심코 들었던 어머니의 말씀이 이제야 그 의미를 알 것 같다. 아무리 고운 꽃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시들고 꽃이 떨어진 자리에 열매가 맺혀도 그 열매를 따 먹으면 끝이지만 사람은 태어난 순간부터 삶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갖가지 기쁨을 주기도 하고 유익함을 끼치기도 한다. 삶을 마감한 후에도 오랫동안 그 사람의 삶이 감동과 교훈을 주는 것을 볼 때 ‘사람꽃’보다 귀한 건 없다.

그런데 우리들은 이제 마음껏 피어나야 할 ‘사람꽃’인 우리 아이들을 이름 없는 꽃으로 여기거나 한가지 꽃이 되도록 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좀 더디게 성장하는 아이들을 이름 없는 꽃으로 여기며 기대와 관심을 접어버리기도 했을 것이다.

성장 환경과 성격, 적성 등이 다른 아이들에게 늘 일정한 잣대로 줄을 세우고 일정한 틀 속에 넣어 한가지 꽃으로 통일하려고 했을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가능성을 마음껏 발휘해 자신만의 이름을 지닌 ‘사람꽃’으로 피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부모나 교사의 욕심에 의해 억지로 피어난 꽃이 되어선 안된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어느 시인의 시구 한구절이 절절히 가슴에 와 닿는다.

/강원춘 경기교총회장·태원고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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