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상수와 하수

김우 자혜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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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바둑을 잘 두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바둑은 인간이 고안한 게임 중 가장 오묘하고 깊이있는 지적인 운동이라는 것에 공감한다. 바둑은 두는 사람의 역량에 따라 이른바 상수와 하수로 나눠진다. 바둑 고수인 이창호의 예를 들면, 상수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보인다고 한다.

첫째, 상수는 일반적으로 실리와 세력 중 어느 한편만을 추구하지 않고 그 절충형을 지향한다고 한다. 자신의 기풍을 고정하지 않고 늘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해 실익과 힘을 지혜롭게 배분해 간다.

둘째는 두터움을 선호한다고 한다. 이것은 바둑 자체를 긴 싸움으로 내다보고, 충분히 자신의 힘을 구축한 다음 두터운 세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진영으로 들어온 상대방을 유리한 조건하에 부수어 간다.

셋째는 공격보다는 타개형이 많다. 여기서 타개란 주어진 여건을 바탕으로 문제를 잘 헤쳐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가장 상책이기 때문에 싸움 자체를 즐기거나 빠져들기 보다는 주어진 여건과 상황을 잘 이용해 문제를 해결해간다.

넷째는 강수보다는 정수를 추구한다. 강함은 그 자체가 힘이자 능력이지만 잘못될 경우는 곧 부러짐을 의미하기 때문에 강하게 밀어붙이는 기세를 선호하기보다는 합리적이고 효과적이라고 인정된 정수의 길을 택해 뚜벅뚜벅 걸어간다.

다섯째는 수를 선택할 때 원리보다는 독창성을 즐긴다. 고수는 주어진 원리나 정수에 의존하지 않고 유연한 생각과 창의적인 시도를 즐기고 좋아한다. 이러한 특징 이외에 고수들은 성격적인 면에서 안정성과 동조성이 높았다.

그러나 하수의 경우는 충동성과 즉흥성이 높았다. 이같은 바둑의 상수와 하수의 특성들은 우리의 삶에 많은 시사를 한다고 본다.

우리는 상수처럼 인생을 길게 내다보며 순간순간의 만족이나 힘듦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자신의 두터움을 쌓아가야 하겠다. 원칙에 충실하나 창의적인 사고와 행동을 추구하며 틀에 얽매이지 않은 유연한 사고로 어려운 여건들을 타개해 가야겠다.

물론 주위의 여건들을 자기화하는 높은 동조성과 안정적인 인성을 갖추면 더 좋을 것이다. 인생을 한편의 바둑에 비교한다면 지나친 억설일까? 숨 가쁘게 달려가는 현대인들을 보며 가급적 상수의 기풍과 자세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김우 자혜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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