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조 용 주 두리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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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의 가장 대표적인 질병을 꼽으라면 아마도 알레르기성 질환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산업화되고 서구·문명화되면서 갑자기 대두된 의학계의 화두와 같은 질환이다. 알레르기는 면역학적으로 이상하면서 과민한 반응이며 이 질환에 대한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는 게 특징이다. 인류는 수천년 동안 거의 비슷한 생활환경에서 살다 근세기 약 100년 동안 수천년에 버금가는 환경변화를 한몫에 겪고 있다. 알레르기성 질환은 급작스런 도시화로 인해 심한 환경변화가 생겨나는 시기에 상당히 일반화됐고 적응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쉽게 발생된다.

우리 몸은 생활환경은 물론 잘 인식하지도 못하는 작은 세균들과도 익숙한 관계가 아닐 때 큰 재앙을 부르기도 한다. 우리 몸이 처음 만나는 세균들에 대해 얼마나 무력한지는 역사적으로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대륙으로 이어지지 않고 해양으로 단절된 지역에서 살던 일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그 예에 속한다.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한 유럽인들은 전쟁을 통해 신대륙을 빼앗기 보다는 자신들의 몸에 익숙하게 묻어있던 병균들에 의해 신대륙 정복이 가능하게 됐다고 한다. 유럽인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병균들이 신대륙의 일부 원주민들에겐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 거의 멸종에 가까울 정도로 인구 감소를 일으켰고 결국 유럽인들은 신대륙을 손쉽게 정복할 수 있었다.

이처럼 우리의 면역계는 낯선 환경과 세균 등에 대해 상당히 힘들게 적응하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어찌 보면 알레르기와 같은 면역반응은 적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의 일환일 수도 있다. 우리는 사회의 변환기마다 상당히 다양한 소요사태를 맞이했다. 국민들의 다양한 요구가 분출되고 불안한 질서를 경험했다. 하지만 이런 소요를 잠재우기 위해 강제 진압이나 회유와 같은 부적절한 방법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부당하고 답답하다고 화만 낼 게 아니라 서로의 의사를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사회의 선순환이 될 수 있도록 마음을 열고 기다릴 때 소요는 저절로 사라지게 된다. 이런 사회현상은 지금 우리가 앓고 있는 면역계의 알레르기 양상과 크게 다르게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한방에서 알레르기성 질환을 치료할 때는 기의 순환과 소통, 몸의 균형을 조절하는 방법 등을 흔히 구사한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을 위해 서로 간의 소통과 이해 등이 가장 필요하기 때문이다. 요즈음 정부는 국민들의 말에 귀를 막고 언론을 싸잡아 비난하기만 한다. 언론은 사회의 언로(言路)인데 이를 막으려고 한다면 온 나라가 알레르기에 시달릴 것이다.

조 용 주 두리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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