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부터 배우자

서 정 호 인천항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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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역사물 열풍이라고 할만 하다. 굳건하게 베스트셀러 목록 상위권을 유지하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칼의 노래’와 ‘남한산성’ 등 역사소설 행렬이 대형 서점 진열대를 점령한지 오래다. 최근에는 기생과 궁녀 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등 주제와 소재 등도 새롭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TV도 마찬가지다. ‘주몽’으로 정점을 이뤘던 대하사극 열풍은 ‘대조영’, ‘왕과 나’ 등으로 이어지며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사람들이 역사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 비슷할 것이다. 여러가지 해석들이 가능하겠지만, ‘과거를 돌아봄으로써, 현재를 새롭게 조명하고 미래의 나아갈 방향을 찾는다’는 게 일반인들이 역사물을 즐기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라고 생각된다. 필자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런 자세로 소설과 드라마를 즐기며 역사를 되짚어보는 재미를 만끽하고 있다.

역사물 열풍과는 관계가 없지만, 인천항도 최근 역사를 되돌아보는 작업에 착수했다. 인천항만공사는 인천학연구원과 공동으로 내년 7월 발간을 목표로 ‘인천항만사’ 편찬작업을 시작했다. 인천항에 화물을 들여 오거나, 부두를 새로 짓는 것처럼 경제적인 면과는 관련이 없지만 ‘인천항만사’ 발간은 어쩌면 금전으로 따질 수 없는 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개항 이후 124년의 역사를 가진 인천항에서 제대로 된 항만사가 만들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그동안 인천항이 어떻게 성장하고 발전했는지, 지역사회에서 인천항은 어떤 의미이고 존재인지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 없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많은 인천 시민들은 인천항을 자신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동떨어진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인천항만사’는 인천 지역사회와 인천항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천항이 개항기와 일제강점기, 전쟁과 산업부흥기 등을 거쳐 온 역사를 체계적으로 집대성해 도대체 인천항이 지역경제와 시민사회에 대해 어떤 의미이며 어떻게 기여했는지, 왜 인천항이 소중한지 등을 바르게 인식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인천항과 인천문화’를 별도로 만들어 문화의 장으로서 인천항이 갖는 의미도 색다르게 조명해 볼 예정이다.

내년 7월 세상에 태어날 ‘인천항만사’가 인천항과 인천 지역사회가 동반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비춰줄 귀중한 등불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 정 호 인천항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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