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백혈병과 싸우며 컴퓨터 관련 자격증 5건을 따낸 이준석군(16·수원정보산업고 2년)의 기사를 읽고 소년이 병마와 싸우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고 대견스럽게 생각했다. 세살때 백혈병에 걸려 14년째 투병중인 이군이 워드 2급자격증, 정보처리기능사, 컴퓨터활용능력 2급, 정보검색 기능사, 정보기기 기능사 자격증 등을 연달아 취득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백혈병치료를 담당했던 병원과 의사들은 불법으로 진료했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로부터 행정처분 예고를 받은 이후 약물처방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고 한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불가피하게 급여기준이나 식약청 허가사항 범위 등을 초과한 약제를 임의 비급여로 사용한 점을 불법 진료라고 규정, 28억원 환수 및 과징금 141억원 처분을 받게 된 것이다.
담당 치료의에 따르면 골수이식 후 재발한 환자에게 사용하는 항암제인 ‘마일로타그주’가 어린이에게 사용하기에는 임상적 유효성을 증명할 근거가 부족해 국내에선 보험으로 인정받지 않는만큼 환자와 상의해 임의 비급여로 사용했다. 현재 ‘마일로타그주’는 지난해부터 미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소아암 그룹이 소아백혈병 판정을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담당 치료의는 고심 끝에 이 약제를 소아에 사용하는 것을 중단했고, 담당 치료의가 약제 투여를 중단하자 환자의 보호자는 소아도 비급여로 약제를 투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보건복지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임상논문 등 임상연구 결과를 토대로 허가사항을 변경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며 60세 미만에 대해선 비급여 처방을 할 수 없다”고 회신했다. 담당 치료의는 “위급한 환자를 앞에 두고 건강보험법에 위배되느냐를 따질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이 사건을 접하면서 2년 전 산부인과에서 무통 분만비 환불사건이 있었던 사실이 생각났다. 무통분만을 원했던 산모가 분만 후 무통 분만비의 환불을 요구하는 민원이 제기됐을 때 보건복지부는 민원인의 손을 들어줬고, 분만하기 전 의사와 상의해 임의 비급여로 지불했던 비용을 분만 후 2~3년이 지난 뒤 환불해줘야 하는 사건이었다.
우리 사회는 무슨 약이든지 비용을 대겠다고 애원해놓고, 뒤돌아 민원을 넣는 게 현실이며, 그때마다 의사는 전과자로 낙인을 찍히게 되는 행정구조를 갖고 있다. 의료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고 약속을 지키는 행정을 시행할 때 환자와 의사 간 신뢰는 쌓여지고 의료가 발전하는 것이다. 이는 곧 국가 발전으로 이어지리라고 생각한다.
/최 원 주 최원주산부인과 원장 경기도의사회 섭외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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