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전 역사 되풀이말자

홍 문 종 경민대학장·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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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우리에게 새로운 시야와 휴식을 동시에 준다는 의미에서 매우 유익하다. 미국은 계속 다녀 보아도 장점이 많은 나라이고 금방 망할 것 같지도 않은 나라이다. 아직도 국가 전체가 뿜어나는 막강함과 풍부함은 가끔 필자를 당황스럽게 하기도 하고 부럽게 하기도 한다. 하기야 어느 나라이건 문제없는 구석이 없는 나라는 없지만 특별히 9·11 이후 미국의 공항 주변에서부터 일어나는 일들은 정말 이 나라를 우방으로 믿고 살아야하나 하는 의구심을 느끼게 할 때가 많이 있다.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은 역시 우리의 과거를 연상케 하는 여러가지 모습들을 발견하게 되고 특별히 후발주자들이 겪는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전형적인 개발도상국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우리에게 큰 교훈과 함께 새로운 반전 모델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지금 필자는 한가하게 세계여행담을 늘어놓고자 이 글을 쓰고 있는 게 아니다. 우리는 세계 속의 한국을 부르짖고 21세기 통일과 국운상승의 기틀을 마련하느라 모든 국력을 모으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 모습은 어떤가. 미국은 중국이 20~30년 이내 미국을 따라 잡는다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어서 어림도 없다”며 세계최강국으로서 자리 굳히기를 열심히 하는 모습이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다. 중국도 북경올림픽을 계기로 세계를 호령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여러차례 내 비친 적이 있고 러시아도 경제 군사대국으로서의 발돋움을 푸틴의 지휘 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간파되고 있다. 일본의 조직적이고 치밀함이야 의심의 여지없이 순항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TV나 신문 등 언론매체들은 이번 대통령선거에 올인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금까지는 언론과 정치권이 서로서로 무리를 지어 자기세상을 만들기에 정신을 빼앗긴 채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는 것처럼 비춰지기도 했다. 연애사건, 위조사건, 독직사건 등 이미 우리가 아는 바를 온통 떠들고 있다는 사실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만 몰랐던 것처럼 열을 올리는 모습이 처량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좀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면 안될까. 국민들을 더 이상 바보 취급 안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국민들도 이번 만큼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주인행세를 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에게 이렇게 허송세월 보낼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서로의 유불리를 따지기보다 새롭고 희망찬 비전을 놓고 국민과 지지를 부탁하는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약육강식의 세계는 다시 요동치고 있다. 19세기 말 주변의 움직임을 아랑곳하지 않고 문 닫아 걸고 다투기만 했던 대한제국 100년의 역사는 다시 되풀이해서는 안되는 게 아닌가.

홍 문 종 경민대학장·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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