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필자가 몸을 담고 있는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가 문을 연 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 10년을 돌이켜 보니 여러 감회를 느낀다. ‘여성 인적자원 개발’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내걸고 야심차게 시작했으나, 처음에는 도마뱀이 기어다니는 잡초가 무성한 낡은 시설에서 직원들이 아파트단지를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주부들에게 알리고 IT교육을 받아볼 것을 ‘애걸’해야 했었다. “나이 든 아줌마들이 직장을 잡을 수나 있을까? 더군다나 그 어렵다는 IT로?”라는 사람들의 의심의 눈초리는 직원들을 정말로 힘들게 했다.
행운인 지 불행인 지 개관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IMF사태가 발생했다. IMF 때문에 남편들은 대량 실직하게 됐고 안정된 ‘중산층’의 삶을 살던 여성들은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아 나서야만 됐다. IMF사태는 여성들의 경제활동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남편이나 시어머니, 아이, 그리고 정책입안자 등도 여성들의 경제활동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는 지난 10년 동안 IT 여성전문교육, 여성창업지원실, 그리고 최근의 경기여성이러닝센터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여성인적자원개발정책들을 국내 최초로 시행해 왔다. 이곳을 거쳐간 많은 여성들은 주부에서 IT전문가, 여성CEO, 프리랜서 등으로 탈바꿈해 자신들의 삶을 변화시켰으며 지역사회에도 신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여성정책 사업모델은 매우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아 국내 각 지역으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유엔이나 OECD 등에서 최우수 모델로 소개되고 있다.
어떻게 이 높은 사회적 취업 장벽 속에서 여성들, 그것도 중년 여성들이 전문 훈련을 받고 취업할 수 있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성공비결을 궁금해 한다. 대개 시스템이나 지리적 여건, 인력 등에 관심을 갖는다. 모두 중요한 것들이지만 더욱 중요한 게 있다.
모험적인 새로운 정책이 성과를 거두는데는 일정한 정도의 시간과 지원 등이 필요하다. 만약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의 여성정책 목표를 인정해 주고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꾸준히 지원해준 경기도의 정책적 안목과 배려 등이 없었다면, 또 자신들에게 쏟아졌던 의심의 눈초리에 실력으로 자신들의 가치를 멋지게 증명해보인 여성들의 열정과 땀 등이 없었다면 지금의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오래 참아주며’ 애정어린 시선으로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과 아낌없이 인생을 걸고 새로운 모험을 감행한 여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