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지금, 여기의 디아스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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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정 인천대 불어불문학과 문화대학원 교수

얼마 전 10회를 맞이한 디아스포라영화제의 폐막식에서 인천시의 66개 민간단체가 우크라이나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디아스포라영화제 인천평화선언’을 발표했다. 수많은 강제 이주를 만들어내는 전쟁 중단 요구를 발신하는 현장이 인천이라는 것은 뿌듯한 일이다. 천지가 격변했던 근현대사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그 어디건 정든 고향을 등져야 했던 이들이 없는 곳이 있을까마는, 인천은 좀 다르다. 과거가 아니라 바로 지금, 국제 여객선과 항공선이 있다 보니 강제로 떠나야 했던 이들이 처음으로 한국에 발을 디디는 지역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멀리 있는 전쟁 중단 요구를 넘어 가까운 곳도 들여다볼 때가 아닐까. 인천시교육청에서 인천에 정착한 우크라이나 난민 학생 2명에 대해 학력심의위원회를 열어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아, 전쟁을 피해 우리나라에 정착한 난민 중, 분명 어린아이와 청소년이 있겠구나. 그들에게도 당연히, 아니 오히려 더욱 더 학교가, 배움의 공간이, 함께 외로움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단 2명? 인천에 정착한 우크라이나 난민 중 학생이 2명 밖에 없다는 것은 아닐테고, 편입을 신청한 학생이 2명이라는 것일까. 피난민 대부분이 어린아이와 여성, 고령의 노인이라는데, 특히 다른 어린아이나 청소년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해서 인터넷에서 검색해도 우크라이나 난민 소식은 찾기 힘들다. 우크라이나 고려인 동포들이 5월 기준 1천200명 정도 국내에 입국했다는 기사 정도만 있을 뿐이다. 일반 난민은 받지 않고, 인연이 있는 난민들만 입국을 허용한 것 같다. 대표적으로 경기도 안산이나 인천시 등 전국 고려인 밀집 거주 지역에 체류하고 있다고 하는데, 인천이라면 아마 연수구 함박마을이겠지만 딱히 기사가 없다. 기껏해야 함박마을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들 사이의 분쟁이 없다는 정도.

기독교 재단 학교가 피난민 아동들을 모아 수업을 열어주고 식사를 제공하고, 안정감을 주기 위해 같은 피난민 중 일부를 선생님으로 고용해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폴란드 이야기. 인천이 진정 디아스포라의 도시라면, 전쟁을 피해 들어온 난민들, 특히 아이들에게 무엇을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한상정 인천대 불어불문학과 문화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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