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가 무척 시끄럽다.
이전부터 이런저런 말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요즘의 이 소란은 지난해 교육부의 「2021년 대학기본역량 진단평가」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인하대가 이 평가에서 떨어져 교육부의 재정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할 처지가 되어서다. 하지만 이 때문에 생긴 정작 큰 문제는 지원금이 아니라 인하대가 ‘부실대학’이 된 게 아니냐는 인상을 갖게 만든 것이다. 이 일로 계속 들썩이는 판에 얼마 전 학교에서 재학생 사이에 성폭행에 이은 사망사고가 일어났다. 심각한 내용이어서 날마다 입길에 오르고 있다.
여기에 신임 총장 선출을 둘러싼 갈등까지 몇 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이 학교 교수회와 총동문회는 그동안 총장에게 이런 사건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요구해 왔다. 또 학교 재단인 「정석인하학원」에 총장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 방식을 바꿀 것을 요구했다. 이 위원회가 재단에 유리하게 구성돼 총장 선출과 학교 운영에 재단의 입김이 지나치게 미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재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 16일 현 총장을 차기 총장에 다시 임명해 반발을 사고 있다.
학교의 사정은 재단과 교수·재학생·직원·동문 등 학교 구성원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문제의 해결도 그들의 몫이고 책임이다. 그러하기에 바깥사람들이 이를 함부로 말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천에서 태어나 살면서 수십 년째 인하대를 지켜보고 있는 시민의 입장에서 느끼는 아쉬움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인하대가 언제부터인가 앞으로 쭉쭉 나가지 못하고, 무엇엔가 걸려 있는 듯하다는 느낌이다.
사립대에서 시립대를 거쳐 국립대 법인이 된 인천대학교와 비교해 보면 이 느낌은 한층 선명해진다. 선인학원 시절의 인천대를 기억하는 인천시민이라면 누구나 지금의 인천대가 그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달라졌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러는 동안, 한참이나 앞서 있었던 인하대는 어떠했는가. 이런 비판이 실상을 잘 모르는 바깥사람의 오판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야기를 나눠본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인하대는 우리나라 최초의 이민(移民)인 하와이 이민들의 피땀과 나라사랑의 마음에서 생긴 대학이다. 이처럼 특이하고도 간절한 사연을 갖고 있는 대학을 대한민국 다른 곳에서 찾기란 아마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은 역사적·사회적 책임이 분명히 있지 않겠는가. 학교 구성원들이 분발해 하루빨리 가로놓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시민들에게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인하대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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