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출사표를 던졌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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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 만약 간사한 짓을 하고 법을 어기는 자와 충성스럽고 착한 일을 하는 자가 있거든 마땅히 담당자에게 맡겨 그 상벌을 논의하여 폐하의 공평하고 분명한 다스림을 밝게 하실 것이며, 치우치고 사사로이 하여 안과 밖으로 법을 다르게 해서는 안 됩니다. ... 어진 신하를 가까이 하고 소인을 멀리한 것이 전한(前漢)이 융성했던 이유이고, 소인을 가까이 하고 어진 신하를 멀리한 것이 후한(後漢)이 기울어져 무너진 이유입니다. ...”

중국의 삼국시대였던 서기 227년 ,촉한의 재상 제갈량이 위나라를 치러 나선다. “반드시 북쪽 땅을 되찾으라”는 유비의 유언을 받들기 위함이었다. 군사를 이끌고 나서는 날, 그는 유비의 아들이자 촉한의 2대 황제인 유선에게 그 유명한 출사표(出師表)를 바친다.

‘출사표’란 원래 ‘군대를 이끌고 나가면서 임금에게 올리는 글’이라는 뜻의 보통명사이다. 하지만 제갈량의 출사표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마치 그의 글만을 가리키는 고유명사처럼 알려질 정도가 됐다. 그만큼 그의 출사표는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절절이 담긴 명문(名文)으로 유명하다.

당시 촉한은 위·오·촉 세 나라 가운데 가장 힘이 약했고, 계속되는 전쟁 속에서 자칫하면 바로 나라가 결딴날 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어리고 모자란 황제에게 나라를 맡겨놓고 기약 없는 원정(遠征)을 떠나야 했던 제갈량의 심정이 어땠을까. 이에 그는 마치 길 떠나는 아버지가 못 미더운 아들에게 그리하듯, 자신을 대신할 신하들을 추천하고, 황제로서 갖고 지켜야할 마음가짐과 행동에 대해 하나하나 가르치듯 당부하고 있다.

그의 출사표는 1800여 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여전히 큰 울림이 있다.

그렇기에 예로부터 “출사표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은 충신(忠臣)이 아니다”라는 말이 전해왔을 것이다. 그런데 이는 바꿔 말하면,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나라를 경영하는 사람들이 제 역할을 못해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끝없이 충신이 필요한 나라, 충신이 있어도 위태로운 세상을 만들어 왔으니 말이다.

선거철이 돌아오고,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인물들이 출사표를 던졌다는 보도가 줄을 잇는다. 하지만 앞서 보았듯, 출사표는 임금에게 올리는 글이다. 감히 던지는 것이 아니라 올리고 바치는 것이다. 선거에서는 그 대상이 임금이 아니라 시민이고 유권자인 것이 다를 뿐이다.

선거에 나서는 사람들이 제갈량의 출사표를 한번 읽어보고, 그와 같은 충심(衷心)을 가질 수 있도록 애쓰면 좋겠다. 그러지 못하겠거든 아예 나서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데.... 지나친가.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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