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잊혀진·사라진 영종도 역사문화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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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2009년 가을 인천 영종도의 ‘숨겨진’, 아니 ‘잊혀진’ 역사를 소재로 한 창작 노래극이 무대에 올려진 적이 있다. 일본 군함 운요(雲揚)호를 타고 영종도를 침략한 일본군에 맞서 싸우던 조선 병사 35명이 숨진 1875년 9월21일 을해왜요(乙亥倭擾)를 다룬 ‘아, 영종진’이란 작품이다. 운요호가 해안 진지인 영종진을 향해 무차별 함포 사격을 가하고 특수부대원 56명을 상륙시켜 조선군 살육과 함께 대포 36문, 화승총 100여 정을 약탈해갔다.

이때 조선군 화승총에 저격당한 일본군 1명이 중상을 입고 귀국 직후 숨졌고,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 그의 위패를 1호로 안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영종진에서 탈취해간 대포와 화승총은 신사 바로 옆 전쟁유물 전시관에 보관돼 있다고 한다.

영종도의 아픈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야스쿠니 신사의 군사 유물 반환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

영종도엔 150년 전의 전쟁사 외에도 수많은 역사문화자원을 간직하고 있으나 개발, 관광이라는 허울에 가려져 그 가치를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2005년부터 민간단체 주도로 영종진 터에서 혼령제를 지내기는 하나 어떤 문중의 시제보다 초라한 추모제 형태로 명맥을 잇고 있다.

영종진 위쪽 산마루에 들어선 영종역사관은 소중한 문화자원을 깔고 앉아 있다. 국내 최초 세계 여행가인 고 김찬삼 선생(1926~2003)이 운영하던 세계여행문화원과 여행도서관이 그 자리에 있었다.

1958년 국내 첫 세계 일주에 나선 김 선생은 ‘세계의 나그네’ ‘지구촌 떠돌이’로 불리며 지구촌 32바퀴를 돌았다. 인천 출신인 그가 세계를 누비며 수집한 자료, 서적, 사진, 기념품 20만점을 2001년 문을 연 문화공간에 전시했었다. 영종진공원에 ‘김찬삼 세계여행박물관’을 짓기로 한 계획은 끝내 무산됐다. 그가 1970년 유럽에서 타고 다니던 빨간색 폭스바겐 비틀 승용차는 영종도 한 건물 옥상에 오랫동안 방치돼 있었다. 지난해 민간 후원금으로 수리 작업을 마치고 인천시립박물관 1층 로비에 전시하고 있다.

2018년 개관한 영종역사관에는 인천국제공항, 영종하늘도시 같은 각종 개발 과정에서 출토한 선사시대 유물이 있으나 관람객 발길이 뜸하다. 세계 서비스 1위 공항을 보유한 영종도의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는데도 응급환자를 치료할 종합병원이 없는 의료사각지대다.

인천시가 서울대병원을 유치하는 협약을 맺었다고 하나 깜깜무소식이다. 또 카지노 3, 4개가 들어서고 있으나 도박 시설이 있는 제주도, 강원 정선처럼 카지노 수익금을 지역에 환원하는 제도적 장치가 영종도에선 마련되지 않았다.

주민들이 카지노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15일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역사문화자원 연계나 삶의 질 향상과는 무관하게 한상드림아일랜드, 카지노복합단지, 뉴홍콩시티 같은 개발프로젝트만 진행되니 영종도 주민들의 심사가 크게 뒤틀리고 있다.

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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