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21세기 새문명의 태반, 경기도

21세기는 전 지구적으로 문명의 생명 뿐만 아니라 정치·경제·군사적으로도 생명의 파괴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세계질서가 새롭게 재편되면서 세계화(혹은 지구화, globalizaion)가 속도감 있게 전개되고 있다. 미주지역과 유럽지역을 양대 축으로 삼고 기타 세계를 종속시키려는 기도가 文明의 衝突이라는 관념과 명분으로 외장을 한 채 실현되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 그리고 러시아의 일부가 포함되어 있는 소위 넓은 의미의 동아시아의 核(core)국가들은 세계 여타의 강력한 블록에 대응하고, 동남아지역과의 경쟁 내지는 협력을 위해서도 기존의 관계를 뛰어넘는 공동체(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의미를 지닌)를 결성해야 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어디에선가 새로운 생명은 잉태되어야 하고, 지구를 구원하는 새 생명이 탄생하는 울림이 들려야만 한다. 즉 지구의 공멸을 막고 인류전체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우주담론’ ‘지구담론’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한편으로는 동아시아적 입장을 고려한 동아시아 담론을 만들고 주장해야 한다. 그 진원지와 역할자로서 한국이 있다. 누구나 인정하듯이 20세기 내내 인류가 만들어 낸 온갖 상처들을 치료도 않은 채 서둘러 봉합한 곳이 우리 터이다. 분단의 중병을 산소호흡기를 통해서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 곳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생명수는 이 땅에서 솟아나는 것이 역사의 도리이다. 더구나 한국은 동해 남해 황해 동중국해로 이어진 동아지중해의 中核(core)에 위치하고 있다. 대륙과 해양을 공히 활용하며, 동해 남해 황해 동중국해 전체를 연결시켜줄 수 있는 유일한 나라이다. 특히 모든 지역과 국가를 전체적으로 연결하는 해양 네트워크는 우리만이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중국과 일본이라는 두 강대국의 갈등과 충돌의 개연성이 적지 않은 신질서의 편성 과정에서 중간역할을 해야만 하고, 할 수 있는 지정학적인 위치에 있다. 실제로 한국지역은 역사적으로도 중간역할을 수행하여 양 지역이 정치·군사적으로 직접 충돌하는 것을 예방하였던 경험이 있다. 또한 비교적 대륙적인 성격을 지닌 중국지역의 문화와 해양적인 성격을 지닌 일본문화를 우리지역에서 모아들여 우리식으로 해석하고 조화시켜 각각 상대지역으로 전파함으로써 동아시아 문화의 공질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였다. 우리 지역의 이러한 역할과 기능은 21세기 동아시아 신질서의 수립과 상생, 공동체 구성에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 남북이 긍정적으로 통일되어 중요한 해로를 장악하고, 해양조정력을 가질 경우에는 교류의 주도권은 물론 각국 간의 해양충돌 및 정치갈등도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인프라의 효율적인 건설과 활용만 뒷받침 된다면 동아시아에서 하나뿐인 물류체계의 거점(hub)으로서 교통정리가 가능하고 나아가서는 동아시아의 경제구조나 교역형태를 조정하는 역할까지 할 수 있다. 문화 또한 우리를 핵심로터리(I.C)로 삼아 동아시아 공동의 문화를 창조해낼 수 있다. 이러한 새한국의 지리적인 중심에 있으면서 역할 면에서도 중심에 있고, 역사적으로도 중심의 역할을 하였던 곳이 바로 경기도이다. 경기도는 20세기 내내 냉전질서와 남북 분단으로 인하여 세계사에서도 가장 많이 피해와 상처를 입은 지역이다. 그러나 이미 얼음은 녹았고, 남북의 통일이 눈앞에 다가왔다. 경기도는 민족사적으로는 남북을 연결하는 중간거점이 되며, 동아시아적으로는 중국 일본과 교섭하는 중요한 출구며 입구로서 육지와 바다, 하늘 모두가 만나는 교통의 십자로이다. 그리고 인류사적으로는 지구와 우주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문명이 잉태되는 태반이다. 그렇다면 경기도가 해야 할 역할, 경기도민이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1천500여 년 전에 고구려의 광개토대왕과 장수왕은 경기도를 장악하여 세계국가로서 발돋움하였다. /윤 명 철 한국해양문화연구소장

문화카페/책방에서 파랑새를 찾다

오랜만에 서울 도심의 대형서점에 들렀다. 출판가의 장기침체가 예사롭지 않다지만, 종합병원에 가면 어쩌면 아픈 사람이 이다지도 많은가 새삼 놀라는 것처럼 그래도 서점엔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다.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일은 도서관의 서가를 거니는 것과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빳빳한 신간서적과 베스트셀러들, 지금 이 순간의 소용과 필요를 위해 출간된 책들을 뒤적이며 종이 위에 선명하게 인쇄된 타인의 꿈을 엿본다. 하지만 서점을 돌아보는 내 발걸음은 웬지 차츰 무거워진다. 사람들이 몰려있는 매대에 높다랗게 쌓인 책들이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경박한 현실 때문이다. 책을 고르는 사람들의 표정은 자못 심각하다. 눈에 잘 띄고 발길이 닿기 좋은 곳에 아예 따로 판을 벌인 그 책들은 하나같이 날렵한 표지에 금박 은박 글자가 번쩍거린다. 저마다 원조를 내세우는 향토음식 거리처럼 이 책이야말로 ‘필수’이며 ‘실전’에 가장 적합한 우리 모두의 ‘베스트셀러’라고 광고한다. 그들의 제목에 하나같이 박힌 단어는 바로 ‘부자’. 몇 억을 몇 년 만에 버는 법, 몇 살에 몇 억대 부자 되는 법, 나는 이렇게 해서 바야흐로 부자가 되었다! 부귀와 영화를 꿈꾸는 것이야말로 인류의 오랜 소원이다. 누구든 세상에 한 번 태어나 살면서 가난과 불운에 시달리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돈은 사람이 바라는 많은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힘이다. 때로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기보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기 위해 돈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래서 어찌 보면 돈은 자유의 도구다. 돈이 없고 돈을 벌 능력을 갖지 못했을 때 사람은 돈 그 자체의 노예로 예속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게 전부일까? 나는 부자가 될 의지도 능력도 없는 사람이지만, 남의 우물에 진흙 풀 듯 내가 원치 않는 소원이라고 남의 뜻을 폄하하거나 훼손할 생각은 없다. 사실 나는 서점 매대에 매달려 부자가 되는 비법을 허술한 책 몇 권에서 찾는 소박한 사람들이 모두 부자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그렇게 될 수 없음은 그 책들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그들조차 번연히 알게 될 것이다. 어디에도 ‘비법’이란 없고 ‘실전’은 오로지 공짜라곤 없는 세상 속에서 스스로 몸을 부딪쳐 치러내야만 한다는 것에 대해 말이다. 그리고 ‘부자’에 관해 써서 베스트셀러를 만든 저자들은 실제로 자신이 부자이기보다 그 책을 팔아 부자가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사실도. 나는 지금도 낱장마다 글자가 빽빽하게 박힌 두꺼운 책을 좋아한다. 말초적인 감각을 자극하기보다는 지루하고 따분하나마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둔중한 감동을 주는 고전을 사랑한다. 그것들이 진열된 서가는 해가 바뀔수록 점점 구석으로 몰리고 장소도 협소해진다. 그나마 입시생들의 ‘필독서’가 아니라면 번역되어 출판되지 못한 불후의 명작들도 수두룩하다. 발자크와 토마스 만과 에밀 졸라가 어떻게 잘 먹고 잘 사는 법을 가르치겠는가. 그들이 엿본 세계와 삶의 비의가 어떻게 좋은 대학의 간판을 따주겠는가. 오로지 그 천잡한 이유만으로, 그들의 작품은 서서히 도태된다. 초판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한 책은 절판되어 헌책방에서도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대형서점 귀퉁이 서가에 등을 기대고 앉아 가슴 두근거리며 그것들을 읽곤 한다. 모두가 파랑새를 쫓아 동분서주할 때 나는 빈 새장을 부둥켜안고 기다리리라. 나는 아직도 돈이, 물질이 행복의 절대적인 조건이 될 수 없음을 확신하는 시대착오적이고 어리석은 사람이다. 그래서 더욱 진정한 행복을 갈구하는 사람이다. /김 별 아 소 설 가

문화카페/사라져가는 명절들

추석이 지났다. 추석이 즐겁고 아름다운 명절임을 새삼스럽게 강조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교통이 혼잡하고, 육·해·공의 온갖 통행로가 꽉 막혀 숨이 막힐듯한 형편이지만 수천만의 민족 대이동을 보고 있노라면, 역시 추석이 진짜 명절이고 막을 수도 없고 식지도 않는 민족의 최대 명절이자 고유한 미풍양속의 민족적 행사임도 거론할 필요가 없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날만 오래 가기를!”(加也勿 減也勿 但願長似嘉俳日)이라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열양세시기’라는 정조 때김매순(金邁淳)의 저서에 나오는 구절이다. 그렇게 덥고 짜증나던 여름이 지나 가을 바람이 솔솔 불어서 시원하기 짝이 없는 날씨, 하늘은 맑고 높아 청량하기 그지 없는 계절, 황금 물결로 넘실대는 아름다운 가을 들판, 햇 곡식이 나와 그래도 굶주린 배를 채울 수 있기 때문에, 오래 오래 추석날만 같기를 바라던 우리 선인들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정서가 아닐는지. 추석이 모든 사람들에게 기쁘고 즐거운 날이지만은 않다. 흩어져 지내던 혈육과 가족들이 만나고 맛있는 음식에 재미나는 대화가 있어 누구에게도 반가운 명절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타향에서 홀로 낯선 손님이니, 명절을 당할 때마다 어버이 생각 곱절로 나네.”(獨在異鄕爲異客 每逢佳節倍思親) 저 유명한 당나라 시인 왕유(王維)의 노래다. 그 좋은 명절에 객지에서 홀로 지내며 부모를 찾아가지 못하는 쓸쓸한 나그네는, 오히려 명절이 되면 더 괴롭게 마련이니 어찌 할 것인가. 실직으로, 질병으로, 감옥에 갇힌 이유로, 교통편이 없어서 고향을 찾지 못한 서러움은, 명절을 맞을수록 더 심해진다니 인간의 일이란 늘 그럴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남들에게는 한없이 즐거운 날이지만, 반대로 나에게는 가장 서러운 날이 되고, 나에게는 가장 재미나는 날인데, 남에게는 가장 슬픈 날이 되고 마는 세상 일, 이런 때 일수록 서러운 사람이나 외로운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절실히 요구되는 때가 아닐는지. 그래서 요런 시절에는 불우한 이웃을 돕고 형편이 어려운 주변을 챙겨야 할 필요가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추석과 설날은 아직은 우리의 명절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옛날 우리들이 어렸던 시절만 해도 얼마나 많은 명절들이 기다리고 있었던가. 설날이 지나면 바로 정월 대보름의 큰 명절이 기다리고 있었고, 음력 3월 3일의 삼짇날이 또 우리를 즐겁게 했었다. 4월이면 초파일, 5월이면 단옷날, 6월이면 유두절이 있었고, 7월의 백중, 9월의 중굿날이 기다려졌었다. 동지 팥죽을 먹던 동짓날도 모두가 크게 쇠던 명절이었다. 시골의 마을 단위로 두레를 통한 농업생산이 경제의 주축이던 때가 지나자 도시산업사회로 바뀌면서 아름다운 명절은 대부분 사라져가고 말았다. 섣달부터 시작되던 연날리기, 정월 대보름 날 저녁에는 모두 날려버리고 일터로 돌아가던 지혜있던 옛 사람들이 그립다. 중구날에 국화주를 마시며 풍류를 즐겼던 풍속도 멋진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 멋진 풍류나 아름다운 풍속들은 사라져만 가고 있으니 돌이킬 방법은 없을까. 그래도 한가닥 기대를 버리지 못한다. 지방화 시대가 열리고 자치단체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지방마다 옛것을 살리려는 축전이나 축제가 열리고 있다. 옛것을 제대로 복원하고 낭비가 방지되어 합리적이고 가치있는 방향으로만 전개된다면 그래도 다행이라 하겠다. 사라져가는 민족정서를 되살리고 야박한 민심을 순화시키기 위해서라도 미풍양속의 옛 정서나 민족혼이 살아나도록 머리를 짜낸 놀이의 재현을 바라고 희망한다. 잘못된 복원이 아닌가. 낭비만 부추기는 일은 아닌가. 제대로 따져 가치있고 바람직한 명절의 풍속이나 정서가 제대로 살아나기를 고대해본다. /박 석 무 다산연구소 소장

문화카페/살맛나는 세상

의정부예술촌으로 이름이 바뀐 잭슨 캠프에 서울과 의정부 시민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7호선 수락산역을 출발, 1호선 도봉산역을 경유하는 예술촌 행 셔틀버스에는 가족단위로 혹은 연인으로 보이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프랑스 태양극단, 중국의 북경인민예술극원 그리고 극단 여행자와 극단 무연시 등 국내외 유수의 그리고 지역 극단이 펼치는 거리극 등 연극공연을 즐기기 위해서다. 미군이 평택으로 이전한 후 의정부시는 잭슨캠프에서 미군들이 사용하던 막사 등 기존건물을 원형 그대로 희망하는 극단들에게 무상에 가까운 수준으로 임대하여 연극 공연장과 연습장으로 활용케 한지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서의 일이다. 의정부시가 한 일은 야외무대를 두어 곳 만들어 주고 환경을 관리하는 일 뿐이다. 뉴욕시가 위대한 프로듀서 죠셉 팝에게 센트럴파크를 단돈 1달러에 사용권을 주어 셰익스피어축제를 성공시킨 사례와 다를 바 없다. 누가 감히 경기북부를 문화 불모지라 하는가? 연극인들은 혼신을 다하여 갈고 닦은 기와 예를 무대 위에 펼치고, 시민들은 그들의 투철한 예술혼에 갈채와 환호로 보답한다. 이제 의정부는 한국연극의 메카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향한 문화정보발신지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세상이 참으로 어수선하기에 하루 속히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즐거운 상상을 해본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 국보법개폐, 과거청산, 화폐개혁 등 굵직한 현안마다 의견을 달리 하는 사람들끼리 지루한 공방을 펼치고 있어 밥 먹고 살기에 바쁜 서민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언론의 칼럼이나 논평은 온통 나라 걱정으로 가득하고, 반가운 소식은 장애우올림픽에서 눈물겨운 투혼을 불사르는 인간승리자들의 활약상 정도-그래서 희망에 그쳐버릴 허망한 꿈을 꾸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살맛나는 의정부’라는 구호와 함께 정보문화의 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의정부이기에 마냥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 같다. 향후 100년쯤 앞을 바라보고 미군기지 활용계획을 세운다면 못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공연예술은 시민들에게 위안을 제공하고, 사람답게 사는 법을 알려주고 21세기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곳이다. 그래서 공장 하나 세워 당장 일자리를 늘리는 일만큼 극장문화는 중요하다. 지난 해 포천을 시작으로 덕양, 평촌, 안산 그리고 내년에는 일산까지 공립극장이 세워지고 있어 바야흐로 경기도는 문예부흥기를 맞고 있는 느낌이다. 특히 상당수 극장이 운영시스템을 재단법인화(혹은 예정)로 내실을 기하고, 스텝구성도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출발이 예사롭지 않기에 더욱 기대가 크다. 그리고 이들끼리 선의의 경쟁을 통해 프로그램은 물론 공연진행, 관객 서비스 모두 눈부시게 발전할 것임에 틀림없다. 이제 살맛나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구 자 흥 의정부예술의 전당 관장

문화카페/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

하루하루를 길고 지루하게 만들었던 폭염과 태풍의 나날도 어느덧 지났다. 하지만 열대야는 물러간 지 오래인데 아직도 나는 불면의 밤에 종지부를 찍지 못하고 있다. 중독 된 듯 빠져 나오기 어려운 스포츠의 매력, 올림픽 경기 관람의 재미 때문이다. 나는 운동신경이 발달한 편이 아니다. 학창 시절 몸으로 경쟁하는 거의 모든 종목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고, 지금의 직업도 지극히 정적인 것이라 땀을 흘리며 숨차게 달리는 일 따위와는 완전히 무관하다. 하지만 개인적인 처지와 상관없이 나는 항상 스포츠 관람을 좋아했고 스포츠 자체를 즐겨왔다. 작은 분교의 관사에 살면서 군인아저씨들이 벌이는 ‘군대스리가’ 축구 경기를 관람하며 인류 최고의 정열적인 스포츠 축구를 즐겼고, 그것이 독재정권의 ‘3S’정책인지 무엇인지 문제의식도 가질 수 없었던 국민학교 때부터 OB베어스의 최고투수 박철순의 부침을 바라보며 퍼즐처럼 집요하면서도 그 속에 숱한 이야기를 가진 야구의 재미를 알았다. 어린 나의 영웅들은 네 번 쓰러져도 다섯 번 일어나는 홍수환과 라면을 좋아한다는 말이 라면만 먹고 뛰었다는 보도로 와전된, 어쨌든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달리던 임춘애였다. 지금 생각하면 가슴이 쓰리기도 하다. 정보통제가 극심하고 욕망의 탈출구가 제한되었던 시절, 우리의 극적이고 자랑스러운 영웅들은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는 또 하나의 도구가 되었다. 그토록 금메달에 목을 걸고 공식적으로 집계하지도 않는 국가순위에 일희일비했던 기억은 차라리 한 편의 코미디였다. 2등은 존재하지도 않고, 그나마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은 패잔병의 모습으로 남의 눈을 피해 입국해야 했던 시절. 그때 스포츠는 스포츠가 아니라 전투였기 때문이다. 불행한 근현대사를 가진 아시아 변방의 나라가 유일하게 스스로를 과시하고 선전할 수 있었던 기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반의 진실이 그렇다고 하여 나머지 절반의 진실마저 부정할 수는 없다. 그들은 분명히 우리에게 감동과 환희를 주었다. 일상의 가난과 피로에 찌들고 비겁함에 주눅들은 우리를 일시에 고양시키는 신비로운 체험을 선사했다. 우리는 그 뻔하게 반복되는 드라마에 기꺼이 감동 받았다. 역경을 이겨낸 불굴의 투지, 각본 없는 휴먼 스토리. 우리와 꼭 닮은 못나고 초라한 얼굴들이 필사적으로 스스로의 틀을 깨고 솟구쳐 오르는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는 비로소 생을 긍정했다. 어떻게든 계속 살아내야만 할 이유, 그 거룩한 존재의 의미를 알았다. 의미야 차치하고라도 일단 운동 경기 관람은 즐겁다. 나는 손에 땀을 쥐며 내 맘이 닿는 선수를 응원한다. 오직 맨몸뚱이 하나로 거짓 없이 이 생애와 맞서는 나의 투사를 응원한다. 여실히 아름답고 찬미할만한 육체가 한껏 기예를 펼쳐 보이며 비상한다. 이제는 그놈의 금메달 타령을 듣지 않아도 될 만큼은 세상이 성숙해지고 살만해져서 다행이다. 땀방울을 쏟아낸 선수들 모두를 치하하는 목소리들이 이번 생에서 썩 별 볼일도 없고 성적조차 시원찮은 모두를 격려하는 듯하여 듣기 좋다. 물론 번쩍거리는 금메달을 딴다면 더욱 좋겠지만, 우리의 레이스는 경기가 끝나고 관객이 모두 떠난 후에도 지속된다. 지치지 말고, 쓰러져도 일어서 끝까지 가야 할 일이다. /김 별 아 소설가

세상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경기일보가 창간 16주년을 맞아 지면을 개편하면서 오피니언 면을 대폭 강화,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아내는 요일별 칼럼을 신설합니다. 독자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보다 진솔한 지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경기일보는 우리 사회와 국가 안팎의 이슈들에 대해 깊이있고 다양한 시각과 해법을 제시할 것입니다. ■‘경기시론’ 매주 월요일 우리 사회의 다양한 현안에 대해 깊이있고 예리한 필치로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경기시론’을 신설합니다. 고순철 협성대 교수(지역사회개발학), 노태구 경기대 교수(정치학), 이원희 한경대 교수(행정학), 이종선 경기도박물관장(한국상고사학회장)의 글이 답답한 세상에 해법을 제시할 것입니다. ■‘신세묵 칼럼’ / ‘홍사종 칼럼’ 매주 화요일에는 대표적인 향토 언론인이자 소설가인 신세묵씨의 칼럼과,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인 홍사종씨(숙명여대 정책대학원 교수)의 칼럼을 격주로 싣습니다. 두 칼럼니스트가 정치 사회 문화 등 다방면의 사회 이슈들에 대해 진지한 담론을 펼쳐낼 것입니다. ■‘경제프리즘’ 수요일에는 경제전문가들을 초청, 국내외 경제 흐름과 쟁점 등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미래 비전을 모색하는 ‘경제프리즘’을 마련합니다. 필진은 김인호 한양대 산업경영대학원장, 김창수 한국토지공사 토지연구원 수석연구원, 이종선 산업자원부 자문위원, 홍종운 농촌진흥청 농업기술상담위원 등입니다. ■‘시민중계석’ / ‘교단에서’ 매주 목요일에는 시민사회단체(NGO)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시민중계석’과 교육현장의 애환과 비전을 제시하는 ‘교단에서’를 격주로 싣습니다. ‘시민중계석’은 염태영 수원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유해숙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협동사무처장, 한옥자 경기시민사회포럼 운영위원장 등입니다. 또한 ‘교단에서’는 김국회 수원 화홍고등학교 교감, 남명자 아주대 교수(교육학), 임용담 안산 석수초등학교 교장이 엮어갑니다. ■‘장병용의 아름다운 이야기’ 수원 등불감리교회 목사로 장애인들을 위한 사랑나눔운동을 펼치고 있는 장병용씨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매주 금요일 격주로 실립니다. 아름다움이 인간을 구원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미학적 글쓰기를 해온 장 목사는 ‘못난 놈들에게 부침’ ‘먹감나무 한그루’ ‘아름다운 동행’ 이라는 책을 펴낸 바 있습니다. ■‘문화카페’ 각계 문화계 인사들이 예술과 사회문화 현상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카페’를 금요일 격주로 마련합니다. 구자흥 의정부예술의전당 관장, 소설가 김별아씨, 박석무 다산연구소 소장이자 경기실학현양추진위원회 위원장, 윤명철 한국해양연구소장(탐험가)이 참여하는 칼럼은 세파를 일깨우는 청량제가 될 것입니다.

紙面 대혁신…새벽을 바꿉니다

1천300만 경기·인천 지역민의 애환을 대변해온 ‘자치시대의 벗’ 경기일보가 창간 16주년을 맞아 확 달라진 지면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 갑니다. 보는 ‘신문’으로 탈바꿈 다양한 이미지와 삽화, 한눈에 기사 내용을 가늠할 수 있는 그래픽, 시원시원한 제목 등으로 그날의 전반적인 뉴스와 이슈 등을 보기 편하고 읽기 쉽게 배치합니다. 1면에는 그날 핫 이슈나 화제의 인물을 선정, 독자 여러분의 갈증을 상쾌하게 풀어 드리겠습니다. ‘보는’ 신문의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보다 다채로운 제목 서체도 선보입니다. 지면 전면 재구성 1면을 생활 중심으로 재구성하고 기존 18~19면에 배치했던 사회면은 3~4면으로 옮기는 한편 문화면과 체육면, 오피니언 등은 독자들이 먼저 정치나 사회·경제 분야 소식들을 먼저 읽은 뒤 좀 더 여유을 갖고 부드럽고 세심하게 생활에 활용할 수 있도록 뒷 부분으로 배치했습니다. 오피니언 대폭 강화 각계각층의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정치와 경제, 사회 전반적인 핫 이슈를 심도 있게 분석한 글들이 요일별, 테마별로 게재됩니다. 매주 월요일은 날카로운 시각으로 지난 주의 핫 이슈를 분석하는 ‘경기시론’, 화요일은 부드러운 필치로 사회 구석구석을 관조하는 ‘신세묵 칼럼’과 ‘홍사종 칼럼’, 수요일은 경제문제를 진단하는 ‘경제프리즘’, 목요일은 NGO와 교육계 목소리를 담는 ‘시민중계석’과 ‘교단에서’, 금요일은 문화계의 다채로운 의견을 들어 보는 ‘문화카페’ 등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 갑니다. 월요일 증면·핫이슈 조명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주5일근무제에 맞춰 매주 월요일은 24면으로 증면, 금주의 ‘뜨거운 감자’를 선정, 현미경을 들이 대고 심층 취재, 문제점을 집중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합니다. 토요일자는 16면으로 감면하는 대신 웰빙시대에 부합되는 꼭 필요하고 중요한 정보들만 엄선해 담겠습니다. 다채로운 기획물 신설 지구촌시대를 맞아 철의 실크로드 등 지구촌 구석 구석을 찾아 현장의 디지털시대 이후 달라진 풍물들을 전하고 지난 10여년동안 산업현장의 숨은 주역으로 활동해온 외국인 노동자들의 어제와 오늘을 담겠습니다. 특히 수시로 쏟아 지는 각종 정책들과 이에 따른 찬반 논란, 사회에 뜨거운 반향을 일으킨 사건이나 사고 등을 집중 조명하는등 기사의 질적 업그레이드를 통해 독자 여러분에게 그동안 목 말랐던 정보들을 깊이 있게 제공합니다. 그늘진 구석에 희망의 빛을… 날마다 터지고 불거지는 대형 사건과 강력 사건에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도 어지럽기만 합니다. 사회도 갈수록 메말라 가고 있는 실정에서 더불어 함께 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소외되고 고통 받는 이웃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 넣겠습니다. 장애우, 독거 노인, 무의탁 어린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각종 사업과 심층 보도는 물론 베트남과 우즈베키스탄 등 지구촌 곳곳에서 심장병 등 불치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을 무료로 수술해주는 현장도 찾아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밝혀 주는 신문이 되겠습니다.

문화의 窓/본사 - 道박물관 주최 18일까지 도박물관서

‘작품 보고… 선물도 받고’ 먹의 유혹… 색다른 감동 현대 조형서예의 오늘과 내일을 가늠해보는 ‘먹의 유혹-조형서예의 미래’展이 관람객들의 큰 호응속에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다. 지난 6월 20일 개막하면서 공연과 퍼포먼스, 부채 나눠주기 등 참신한 전시내용 만큼이나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 인기를 얻은 이번 전시는 서예인은 물론 일반인들의 많은 관심을 끌고있다. 경기도박물관과 경기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행사에선 지난 10일 ‘현대 조형서예의 발전방향’을 주제로 학술강연회를 열어 전시의 의미를 되짚어보며 조형서예와 관련, 심도있는 주제발표를 갖기도 했다. 전시에선 또 참여작가와 관람객이 함께하며 소통하는 축제의 장을 연출했다. 일반 전시회의 정적인 이미지를 넘어 작가들의 시연행사는 활기가 넘쳤으며 관람객들은 이를 즐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10일 오후 도박물관 로비에서 펼쳐진 전각·서각 시연에선 행운권 추첨을 통해 당첨된 관람객들에게 참여작가들이 멋진 도장을 파주었는가 하면, 부채에 직접 글과 그림을 넣어 선물하기도 했다. 또 쉽게 볼 수 없는 서각(書刻)작품도 선보여 어린이·청소년들에게 산교육의 장을 연출했다. 작가 장세훈씨는 “일반적인 시연행사의 개념을 넘어 관람객들과의 교감을 더욱 친밀하게 하기위해 이런 시간을 마련했다”며 “작가들의 작품을 보러 와준데 대한 일종의 감사의 표시이자 전시에 대한 작가의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실현시킨데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관람객들 또한 마냥 행복한 모습. 즉석에서 작가들의 멋진 작품을 받아든 관람객들은 기대치않은 보너스에 흐뭇해했다. 서예에 관심이 많다는 최연숙씨(여·38)는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신선한 작품들을 보고 기분이 좋았는데 선물까지 받게돼 기쁘다”며 “특히 관람객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온 듯한 느낌은 이번 전시의 특별함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먹의 유혹전’은 18일까지 계속된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문화의 窓/경기도국악당 4일 개관

경기국악 르네상스를 연다 전통공연 예술의 장…지역문화 창달 기여 경기도국악당이 드디어 14일 오후 4시30분 개관식을 갖고 힘찬 날개짓을 한다. 용인시 기흥읍 보라리 311-1 한국민속촌 앞에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며 경기국악의 진흥을 꿈꾸는 국악당은 2002년 6월에 착공, 268억여원의 사업비를 들여 1만800여평 부지에 지하1층·지상2층, 연면적 1천700여평의 건물을 마련했다. 481석(장애인석 6석)의 전문공연장과 국악교육 공간 그리고 도립국악단의 연습실을 갖추고 있어 명실공히 경기도국악의 메카 역할이 기대된다. 경기도국악당은 앞으로 국악 공연예술의 보급과 발전을 꾀하는 동시에 실험적이면서도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국악계의 새 지평을 열 창작국악 뿐 아니라 유망국악인을 발굴하고 국내외 단체와의 교류를 통해 공연예술 공동제작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우수한 국악작품을 발표한다는 방침. 또 고객 수요를 파악한 예술교육 사업을 전개하며 경기도 전통문화예술 전문 연구서적을 간행해 지역문화예술의 창달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국악당 곽태헌 본부장은 “경기도에 국악전문 공연장이 탄생한 것은 전국에서 몇안되는 쾌거로 국악 예술인과 애호가들의 큰 기쁨”이라면서 “경기도국악당은 우리 음악의 전승·보급 등 경기국악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로라하는 국악계 중진·원로들이 대거 참여예정인 14일 개관식은 ‘개관식 이벤트’를 시작으로 시설관람과 개식선언, 기념사 및 축사가 이어지며 축하공연으로 도립국악단 소리꾼들이 나와 ‘신푸리’, ‘경복궁 타령’, ‘성주굿’ 등을 들려준다. 공식행사 뒤에는 오후 7시30분부터 ‘개관기념 공연’이 마련되는데 8월2일까지 20일간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무대가 꾸며지고, 개관에 맞춘 ‘전통예술교육강좌’를 실시해 경기도국악 부흥의 서막을 알린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퓨전음악콘서트 등 개관기념 공연 풍성 14일부터 내달 2일까지 경기도국악당의 ‘개관기념 공연’이 다채롭다. 14일 오후7시30분 도립국악단의 국악관현악합주로 시작되는 공연은 퓨전음악콘서트, 국립국악원 초청공연, 리듬축제 합동공연, 우리소리와 바리톤의 만남, 창극 등 그야말로 국악 모듬공연이 될 전망이다. 8월2일까지 20일간 계속되며 평일은 오후7시30분, 토·일요일은 오후5시에 만날 수 있다. 1.순풍에 돛을 달고=개관식 후 마련되는 첫 무대다. 경기도국악당의 안방주인격인 도립국악단이 총출연해 관현악합주 ‘축제’와 ‘신뱃놀이’, ‘우리비나리’ 등을 비롯해 사물놀이를 위한 관현악 ‘신모듬’, 장사익이 부르는 국악가요를 들려준다. 타이틀이 말해주듯 경기도국악당의 희망찬 출발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새천년 부르는 소리=개관 둘째날 공연으로 도립오케스트라 리듬앙상블이 출연하는 퓨전음악 콘서트다. 국악퓨전음악 ‘비상’과 국악동요 및 국악가요, ‘몽금포 타령’ 등이 준비되며 국악단 명창 최근순과 사물놀이 팀이 나와 협연을 펼친다. 2.향연=국립국악원을 초청해 꾸미는 무대다. 궁중음악합주 영산회상 중 ‘상령산’을 오프닝으로 민속음악 가야금 병창, 궁중무용 가인전목단, 민속음악합주 ‘시나위’, 조선후기 선비들의 풍류음악을 엿볼 수 있는 생소병주 수룡음 등 국악의 다양한 면면을 경험할 수 있다. 3.토요상설 국악공연=도립국악단의 상설무대로 관객과 함께 어우러지는 시간이다. 궁중음악합주 ‘경풍년’과 김영재류 ‘해금산조’, 거문고중주 ‘현침곡’, 국악실내악, 민속무용 ‘승무’, 민속타악 사물놀이 등이 준비돼 있다. 꾼! 이구동성=리듬축제 합동공연의 형식으로 대학팀들이 나와 젊음 넘치는 국악을 들려준다. 용인대학교, 추계예술대학교, 서울예술대학교가 출연한다. 4.효=창극 심청전 ‘효’가 이틀간 마련된다. 명창 안숙선과 최영길 등이 직접 들려주는 전통창극이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부모 등의 세대에게는 오랜만의 향수를, 신세대들에겐 우리의 색다른 놀이문화를 체험하게 할 것이다. 5.풍류별곡=국악실내악단 슬기둥의 무대로 양방언의 ‘프린스 오브 제주’와 ‘프론티어’를 비롯해 춘향가 중 ‘사랑가’, 도립국악단 예술감독 이준호의 ‘들춤’ 등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조화된 국악곡을 연주한다. 6.소리로 만나는 세상=한 마디로 ‘동·서양 악기의 만남’이다. 인도와 아프리카, 중국 등의 전통악기와 피아노, 현악합주, 여기에 우리의 전통 국악기가 어우러진다. 창조적 상상력을 극대화시킨 곡이 이틀동안 선보인다. 7.하늘의 소리 땅의 울림=두레예술단이 출연하는 풍물놀이 공연으로 ‘성주굿’과 ‘경기비나리’, ‘태평무’ 등 신명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이틀 공연. 8.비나리=우리의 샤머니즘적 의식체계가 드러나는 국악무대다. ‘범패’와 경기도당굿 ‘제석거리’, 군옹굿, 서울굿 ‘대감놀이’ 등을 만날 수 있다. 9.경기소리 풍류마당=도립국악단 소리꾼들이 대거 출연하는 ‘소리 잔치’다. 아리랑모음곡을 비롯해 경상도민요, 제주토속민요, 경기민요 등을 들려준다. 10.명인의 밤=타이틀이 말해주듯 국내 내로라 하는 국악 연주자들이 나온다. 가야금 강정숙, 피리 정재국, 거문고 김무길, 대금 김응서, 아쟁 박종선이 꾸민는 각각의 무대가 기대된다. 11.명창의 밤=이동규, 이춘희, 한명순, 박병천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레이는 명창들의 무대. 가곡부터 경기민요, 진도씻김굿 등을 준비했다. 12.전통춤으로의 초대=도립무용단이 경기도국악당의 개관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했다. 태평무부터 부채춤, 장구춤, 농악무 등 도립무용단만의 노하우가 깃든 우리의 춤을 선보인다. 13.소리 인연, 먼동이 틀 때=‘우리소리와 바리톤의 만남’으로 도립국악단 이준호 감독의 지휘아래 국악관현악과 성악이 만난다. 객원 강호중, 바리톤 우주호. 14.소리난장=퓨전민속음악 그룹 ‘공감21’의 무대다. 타악을 기본으로 한 열정적인 소리의 세계로 이끈다. 15.축제, 천년동안도…=도립국악단이 개관기념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관현악합주 ‘판’을 시작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국악 모음곡은 경기도국악당이 앞으로 명실상부한 국악의 중심지가 되길 기원한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경기문화의 窓/화성행궁 일요상설 한마당

"전통의 향기 또다른 ‘즐거움’ 매주 일요일 수원 화성행궁에 가면 전통문화의 향기는 물론 장용영 군대의 늠름한 기상을 만날 수 있다. 조선의 개혁군주이자 민본정치를 실현했던 정조의 사상이 한데 어우러진 화성행궁에서 ‘일요상설 한마당’이 펼쳐진다. 이 행사는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2004 상설문화관광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28일부터 11월 28일까지 매주 일요일 오후 2시, 200여년전 화성에서 펼쳐졌던 장용영 수위의식(옛 수문장 교대의식)과 전통 무예 24기 시연, 각종 상설공연이 다채롭게 열린다. 매주 일요일 화성행궁 신풍루 앞에서 열리는 장용영 수위의식은 정조대왕이 화성행차시 펼쳤던 군례의식이다. 화성행궁의 수위의식은 서울의 정궁에서 펼쳐졌던 수문장 교대식과 달리 임금의 임시거처였던 특수성에 따라 독특한 군례문화를 선보인다. 수원시는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에 의뢰해 정조의 화성행차를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 등 관련문헌에 따라 복식과 기물 등을 복원했다.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대북이 울리면 장용영 군사가 배치되고 군기하달과 왕명하달 등의 순으로 수위의식이 진행된다. 이어 성문을 여는 ‘개문의식’과 함께 정조대왕이 행차하며, 조선 군대조직인 5군영의 상징인 오방기를 세우는 ‘상기례’가 펼쳐진다. 또 ‘군례훈련’에는 검, 활, 조총 등의 시범이 이어지고 장용영 군사들의 우뢰와 같은 충성함성에 따라 하기례, 폐문의식, 예필의식으로 마무리된다. 근엄하면서 절제된 장용영 군사의 군례의식이 끝나면 용맹무쌍한 군사훈련이 관람객을 맞는다. 훈련원 군사를 훈련시키는 ‘강무’와 ‘시취의식’에 이어 임금이 군인들을 열병하고 장수를 파견하는 의식이 엄중하면서도 절도있게 열린다. 또 적장의 목을 베어 국왕께 바치거나 조선시대 궁궐 화재시 펼쳐진 긴급방제 훈련도 펼쳐진다. 오후 3시부터는 부국강병의 실학정신이 담긴 ‘무예도보통지’에 근거한 전통무예 24기 시연이 열린다. 무예 24기는 화성에 주둔했던 조선 최정예부대 장용영 외영 군사들이 익혔던 것으로 화성행궁 북군영과 남군영에 주둔했던 정조의 친위부대다. 이번 프로그램중 매주 레퍼토리를 달리하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일요상설 공연’도 크게 눈길을 끈다. 공연은 계몽군주이자 효사상을 실천한 정조의 화성행궁 건립배경과 능행차 모습 등을 소재로 진행된다. 첫번째 테마인 ‘화성의 태동’(4~6월)은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를 기리는 효성 깊은 마음과 화성 건설의 배경을 담았다. 첫날인 28일 오후 3시30분 개막식에는 경기도립무용단의 ‘북의 제전’과 태평무, 농악무 등이 열리며, 국악퍼포먼스와 경축 팡파레 등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내달 4일 퓨전타악퍼포먼스 KATA를 비롯 합주, 합창, 전통과 현대무용 등이 다채롭게 선보인다. 또 (주)떼아시네의 ‘럭키 럭키 골든쇼’를 시작으로 정악·정재, 영화음악, 발레 등을 공연한다. 매주 공연에는 극단 시소가 화성행궁 건설을 배경으로 한 인형극과 난파소년소년합창단의 전래동요 무대를 마련했다. 두번째 테마인 ‘8일간의 대장정’(7~9월)은 화성행차길에 오른 정조의 화려한 어가행렬을 중심으로 공연이 펼쳐지며, 세번째 테마인 ‘화성의 탄생’(10~11월)은 화성축성과 탄생과정을 등을 소재로 공연이 열린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한은희 개인전 초록빛 계곡물… 얼어붙은 마음도 녹여 ] 사람의 자취가 사라진 계곡은 영험한 기운이 느껴진다. 불규칙한 계곡의 물소리와 이름 모를 산새들의 지저귐이 들리는 곳에는 선인이 아니라도 금세 자연과 벗이 된다. 설악산 수렴동이나 가야동 계곡 등 깊은 계곡의 풍경을 화선지에 담아 온 한국화가 한은희씨(서울 서초구 방배동)는 실경을 기본으로 독특한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 한국화에서는 좀체 사용하지 않는 물을 주된 소재로 사용한다거나 관념적 산수가 아닌 실경을 담은 것이 그렇다. 또 한씨의 매력은 푸근한 자연의 멋이 솔직담백하게 담겨 있다는 것. 계곡의 명징한 물과 그 속에 자리를 차지한 돌들이 정답게 어깨를 마주하고 안개가 자욱한 원경이 수묵담채화로 넉넉히 담아낸다. 특히 한씨의 그림은 인간을 압도하는 산세와 폭포수처럼 위협적인 자연이 아니다. 서정적인 계곡풍경이지만 물에 투영된 갖가지 사물들을 통해 인간 본연의 순수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최근 한씨는 더욱 짙어진 초록빛의 물에 초점을 맞춰 초대전을 열고 있다. 내달 15일까지 가평 가일미술관 전관에서 열리는 ‘내설악’전. 전시작품은 300호짜리 3점과 200호 6점 등 대작을 비롯 소품 등 총 29점이다. 지난해 9월 열린 개인전(서울 상갤러리)에서 ‘대담한 화면구성과 밀도감 있는 색조로 한국화를 현대적 조형어법으로 풀어냈다’는 평을 받은 작가는 ‘순환(Circulation)’을 주제로 다시 내설악을 찾았다. “초록빛 계곡물은 봄을 맞아 겨우내 녹은 계류입니다. 계절의 변화와 순환을 통해 인간의 얼어붙은 마음마저 순화되기 바라는 마음을 작품에 담았죠” 전형적인 한국화라면 으례 등장하는 ‘여백의 미’. 그러나 한씨의 그림에는 공허한 여백이 아닌 색다른 여백이 존재한다. 화면의 중심을 차지하는 초록빛 물이 바로 여백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순백이 아닌 깊이를 알 수 없는 초록빛을 머금은 계곡물이 여백을 대신한다. 지난해 개인전이 영원이나 꿈을 노래했다면 이번에는 생명성을 강조한 ‘순환’을 주제로 삼았다. 새로운 희망과 탄생을 상징하는 봄을 맞아 희망과 함께 얼어붙은 사회가 전반적으로 다 풀어졌으면 좋겠다는 것이 작가의 소망. 전국의 오지를 찾아 다니며 계곡의 풍광을 담았던 작가는 환경오염이나 개발로 인해 사라진 오지에 대해 아쉬워했다. “지금은 내설악 말고는 자연의 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그래서 작품마다 ‘순환’이란 제목을 붙이고 생명의 소중함을 담고자 했습니다” 772-7071/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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