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힘, 문화의 힘

김 정 헌 공주대 교수·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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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찜통더위에 머리 속까지 “윙”하는 소리가 나며 공항상태다. 인간들이 만들어낸 지구 온난화의 덕분(?)이다. 뭘 써야 좋을지 모르겠다. 가장 최근에 경험한 일을 쓸 수밖에 별 도리가 없는 것 같다. 지금 막 필자는 공주 국제자연미술비엔날레와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돌아왔다. 찜통더위 속에서도 문화예술행사를 즐긴 셈이다. 즐겼다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예술을 위해 고행(苦行)했다는 표현이 더 솔직할지도 모르겠다.

공주 국제자연미술비엔날레는 공주의 금강변, 곰나루 건너 곰의 전설이 있는 연미산에서 열리고 있다. 국내외 작가 50여명이 만든 자연미술을 감상하며 연미산 자락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면 어느새 정상이 가까워진다. 30년 가까이 재직하면서 연미산을 그린 적은 있지만 오르기는 처음이다. 정상에 오르니 공주를 끼고 ‘U’자 형으로 돌아가는 금강 자태가 한 눈에 들어온다. “와!!!”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야말로 인간들이 만든 작품에 넋이 빠져 정상에 오르니 신이 만든 자연미술을 만난 셈이다. 행사용 의상을 몽땅 땀으로 적셨다.

그 다음날은 충청도를 가로 질러 증평·음성·충주를 거쳐 충주호를 요리저리 돌아 행사장인 제천 청풍단지에 도착했다. 가는 도중 충주 근처 길거리에서 사먹은 이 지방 특산 ‘대학옥수수’는 그야말로 별미였다. 약속한 일행들과 만나 충주호반 여기저기를 관광하고 저녁 무렵 청풍단지에 차려진 개막식 장소로 갔다. 가는 도중에도 그렇거니와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영화배우를 비롯, 여럿 유명 인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필자 자신부터 완전 축제 분위기로 들뜰 수밖에 없었다. 야외무대에서 행사가 시작되고 어느덧 개막작이 상영될 때는 주변이 캄캄해지고 수변무대는 각종 조명과 하늘에 뜬 보름달과 별들이 빛나기 시작했다. 개막작은 실제 브라질의 유명가수 일대기를 그린 영화였다. 촬영감독 출신이 만든 영화여서 그런지 화면이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내용이 슬플 때 머리를 제쳐 하늘을 보았다. 하늘에 뜬 달과 별을 보는 척 하면서 사실은 눈물을 훔친 것이다.

이 두개의 문화예술행사는 둘 다 이번이 두번째이다. 공주의 미술행사는 비엔날레로 행사를 시작하기 오래 전, 그러니까 지난 80년대 초반부터 일군의 젊은 미술인들이 야외로 미술을 끌고 나간 ‘야투’로부터 시작됐다. 이러한 젊은 미술인들의 열기에 자극을 받아 외국의 비슷한 작업을 하는 자연미술인들이 합세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를 지원, 점점 더 국제적인 지명도를 얻어가고 있는 중이다. 또 하나의 음악영화제는 완전히 제천이란 지방정부의 작품이다. 아니 엄태영이란 민선시장 작품이다. 그가 한 건 전문 영화축제 기획자들에게 모든 것을 맞기고 그는 지원만 했을뿐이다. 전문가들에게 모든 걸 맡기고 지원만 했기 때문에 성공한 셈이다. 물론 독특한 음악영화를 매개로 한 축제가 청풍명월 고장답게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휴가를 겸한 관광객들에게 더욱 인기가 있었을 것이다. 이제 휴가와 관광도 풍광이나 먹거리와 행락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시대가 됐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본 영화 가운데 ‘레지나’란 작품이 있다. 레지나라는 가난한 아이슬란드 소녀가 노래로 세계적 보석 절도범들을 잡고 과부인 자기 엄마와 옆집 소년의 홀아비 아빠와 사랑을 나누게 한다는 내용이다. 흔한 내용이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아주 적절한 것 같다. 우리 사회는 IMF를 거치고 한미FTA 같은 세계화의 압력으로 더욱 양극화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아니 벌써 여기저기서 ‘위험사회’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우리 사회 여러 병적인 징후들을 치유하고 우리 사회를 위험사회로부터 ‘문화사회’로 이끌어 가기 위해 문화예술의 힘을 빌려할 것이다.

/김 정 헌 공주대 교수·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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