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법을 배우자

박 두 례 부천문화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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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휴에 남편이 이유없이 짜증을 냈다. 이유인 즉슨 무언가 해야 하는 데 하지 못하여 불안하거나 허전하다는 것이다. 이에 필자는 그것도 병이라고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그 소리를 듣고 ‘나도 안다. 알면서도 그런 것을 어떡해.’하면서 내일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산에도 가고 낮에는 영화도 보러 가고 등등 거창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연휴 내내 잠을 자거나 넋을 놓고 TV 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대다수의 40대 후반 이후 세대는 경제발전을 위해 쉴 틈 없이 일만 했기에 놀 줄을 모르며, 그 흔한 취미도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이 태반이다. 또한 어떻게 놀아야 할지, 어디서 놀아야 할지, 노는 것이 어떤 것인지 대한 구체적 고민도 못하고 성장하였다. 그래서 자신뿐만 아니라, 자녀 세대의 놀이문화, 노는 것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편이다.

요즘 주5일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갑자기 여가 시간이 많아져서 ‘오늘 무엇을 해야 할까’고민은 하지만 정작 해결방안이나 대안은 없는 실정이다. 준비없이 찾아온 여가일 수도 있지만 이를 잘 활용한다면 더 큰 개인, 사회,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환원될 수도 있기 때문에 여가프로그램의 개발을 위해 사회 각 분야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라고 본다. 기업은 종업원의 여가활용 프로그램을 마련함으로써 생산성을 증대할 수 있을 것이며, 중앙정부나 지자체에서도 여가활동을 위한 시설 확보, 프로그램 확보, 인적자원 육성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심적인 역할은 아마도 문화계가 아닐까 싶다.

세상에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은 처음에 돈을 벌어 부자가 되고 싶어 하고, 부자가 되면 슬그머니 권력 욕심이 생기고 다음에는 예술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술은 서민이 향유하기에는 사치로 여겨지기도 한다. IMF시절을 지나면서 중산층이 무너지고 경제적 여유는 넉넉하지 못한데다가 미래마저 불투명한 상황에서 여가활동을 즐기기는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의 여가활동을 위해 문화예술의 대중화와 문화복지의 확대를 가속화 할 필요가 있다. 각 도시마다 공원, 학교, 공공시설 등을 문화공간화 하여 문화소비자를 찾아가는 문화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시민들의 여가는 건강한 문화활동으로 연결되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삶의 윤택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에 부천문화재단은 부천 전역에 흩어져 있는 쌈지 공원을 이용하여 찾아가는 문화공연을 실시하고 있다. 소사고등학교, 은데미공원, 테크노파크 등은 지역주민을 위한 찾아가는 문화공연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앞으로 많은 지역에서 더 많은 문화공연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정비함으로써 시민들이 보다 여가시간을 이용해 문화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취미서클에서 강의를 받고 수료한 자를 대상으로 동아리를 조직통합하여 문화상품사업단으로 발족, 문화예술 생산자로서 활동하게 함으로써 지역문화에 기여하고 있다.

최근 언론과 정치권에서 연일 ‘바다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근래 들어 사행성 오락게임장이 급증한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사행성 오락게임산업이 번창하는 것이 여가시간과 여가활동 간의 괴리현상에서 기인하는 것은 아닌지 문화예술행정가로서 못내 걱정스럽다.

문화활동은 가족 또는 이웃과 같이 여가활동을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이제 휴일이면 모든 시민들이 가족, 이웃과 같이 문화공간으로 모여 즐겁고 보람된 여가활동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박 두 례 부천문화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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