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재미있었던 것은 경기도의 큰 행사마다 각 시·군이 내건 슬로건이 모두 ‘문화도시’를 지향한다고 되어 있다. 대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웃어넘길 수도 있지만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달리 보면 경기도에 터를 잡아 살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문화 지향적’이라는 아주 중요한 문화자산이 있다는 것인데, 다가올 미래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바로 ‘사람, 즉 시민’이라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면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현대인의 거친 마음을 타인에 대한 배려의 마음으로 묶을 수 있는 아이덴티티(identity)! 이것이 바로 문화임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동시에 가장 소중하고 큰 문화공간은 ‘사람’이며, 아울러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진실을 알았으면 한다.
최근 경기도의 문화 공간 확보는 대형화, 즉 거창한 건물부터 신축하는데 치중하고 있다. 물론 문화공간의 구성요건은 건물, 주제, 사람(전문 인력), 예산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건물에만 치중하거나 예산을 건물 치장하고 유지하는 데만 사용하고 있다면 처음부터 잘못된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경기도내 다양한 지역의 정체성을 무시하고 역사·문화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공간 확보는 오히려 부작용만 양산할 것이다. 즉 청동기 유적을 마구 밀어버리고 어마어마한 전자공단을 지으며 얼어버린 땅을 마치 60·70년대 군대에서나 있을법한 마구잡이식 발굴조사를 자랑스러워해서는 곤란하다. 과연 전자제품의 잉여가치가 경기도를 살릴 지, 청동기 유적의 보존과 활용이 경기도에 역사 문화관광으로 인한 잉여가치를 줄 지는 냉정하게 판단해 보아야 한다.
반면 세계적인 구석기유적에 대한 보여주기식 대형 전시관이나 박물관을 짓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 선사전시관의 건설은 충분한 연구와 조사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무리하게 진행하다 보니 전시관 예정 부지는 또 다른 유물이 분포하고 있었다. 고구려가 부각되다 보니 서로 고구려역사관을 건설하겠다고 한다. 도대체 경기도내 고구려연구가 얼마나 되어 있어서 이런 발상을 할까?
문화강국! 진정한 의미에서 문화강국이란 말은 없다. 오히려 문화적인 생각이나 행동이 보편화되어 타인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 일상화 되어 있는 사회를 말할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사람이 소통되어야 한다. 거대한 구조물과 사람은 쉽게 소통하기 힘들다. 사람은 근본적으로 작은 것, 느린 것과의 소통에 익숙한 존재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것은 ‘재활용’의 의미를 포함한다. 동사무소, 마을회관, 양로원, 교회, 사찰, 방과 후 학교의 교실 개방, 문화예술인이 거주하는 작업실, 의지가 있는 작은 카페, 사찰의 성보 박물관 심지어 다방까지도 활용해 보자는 것이다.
행위자와 관객이 예술의 우수성과 우월함에 나태하거나 만용을 부리지 않고 거리감 없이 직접 향유할 수 있는 작지만 귀중한 문화공간이 필요하다.
행정력은 문화공간이 전무한 작은 마을에 이러한 문화공간을 발굴해 내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가 되어야 할 것이다.
/황 평 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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