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날의 연속

황 평 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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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개월은 어느 외국 기자가 말한 대로 한국에서 취재하기가 너무 좋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이다. 이중 문화유산과 관련해 여러 사건들이 있었는데 역시 경주였다. 역사·문화도시 경주의 문화원장이 조합장으로 있는 곳에서 유적지 옆 대규모 아파트단지 건설에 대해 경주시가 허가해 줬고, 세계문화유산인 경주 남산에 마치 귀곡산장(?)과 같은 야간조명을 설치, 역사문화경관을 해치고 있으며, 초기 신라의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는 덕천리에 대규모 유적이 나와도 공사를 강행하겠다고 하는 나라!

이에 질세라 서울시는 혈세 30억원을 들여가며 문화재위원회가 덕수궁과 원구단의 역사성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그토록 거부하고 있는 서울시청 신청사 설계를 변경해 가며 남들은 한번 내기도 어려운 문화재 주변 형상 변경을 무려 3번이나 심의를 요구하고 4수에 도전하는 만용을 부리고 있다. 서울시는 청계천 중건시 약속했던 흥인지문(동대문) 주변 도성복원계획을 나몰라라 하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체육시설인 동대문운동장을 밀어버리고 디자인센터를 짓겠다고 한다. 동대문운동장의 철거는 청계천 중건시 문화연대는 도성 복원이 장기과제로 갈 경우 그대로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체육이 엘리트 체육이라는 한계가 있는데도 세계 체육사에 10위권에 도달한 원동력이자 산 역사는 바로 동대문운동장 역사와 같이 하기 때문이다. 체육이 세계 10위권에 도달했다면 정치나 자치단체 역량은 과연 몇위일까? 서울시는 세계문화유산 종묘 앞에 세운상가를 헐고 높이 150m 규모의 대형 재건축단지를 조성한다. 역사문화경관을 무시한 처사이다. 경복궁 앞에 대형 건물 신축을 허가해주고, 덕수궁 후원인 상림원에 최고급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을 허가해주면서 서울시는 서울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용산공원에 대해선 중앙정부와 입장을 달리한다.

과연 서울시는 용산공원에 대한 개발에 반대할까? 대답은 절대 아니다. 용산공원에 대해 서울시가 중앙정부에 반대하고 있는 건 진정으로 용산공원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개발 주체가 서울시가 아닌 중앙정부에 있음에 대한 헤게모니 싸움에서 밀려 있음에 대한 물타기작전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독일의 쾰른성당이 세계문화유산에서 제외될뻔 하다 쾰른시가 유네스코의 무분별한 건물 신축 금지 권고안을 받아들여 겨우 탈락위기에서 구한 것을 상기해야 한다. 자치단체가 이러다 보니 중앙정부도 질 수 없었는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수장고에 있는 유물을 가져오게 해 관장실의 인테리어 소품으로 전락시켜버렸다. 도무지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다. 박물관 유물이 관장실의 인테리어 소품이라니? 여기에 문화재청장은 관례라는 입장으로 복원한 낙산사 동종에 시민의 세금(복권기금)으로 복원한 종에 자신의 이름을 곱게 새겨 넣었다. 그리고 여론의 질타가 있자 국가문화재위원회를 소집해 자신의 명분을 얻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문화재도 아닌 동종 때문에 소집에 응한 문화재위원회나 소집한 문화재청이나 한심하기는 매냥 같으니….

여기다 한수 더 뜨는 산업자원부는 현행 ‘평’과 ‘돈’과 같은 전통적 계량단위를 사용하거나 홍보하면 과태료 200만원에서 700만원을 물게 하겠다고 한다. FTA협정이 체결되면 계량단위를 통일해야 하고 불확실한 전통단위로 국민들의 불편이 가중된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전통적 계량단위는 문화요, 전통이다. 즉 문화다양성의 일종이다. 기존 전통적 계량단위에 m법과 같은 단위를 규정화하면 될 것을 과태료를 매기겠다는 발상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관습법을 인정한 헌법재판소에 산업자원부도 이름을 올리고 싶은 것인가? 산업자원부 직원들은 장롱을 구입할 때 ‘자’로 장롱을 사지 않고 m로 구입했는지 묻고 싶고 앞으로 m로 구입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과태료를 물릴 것인지도 묻고 싶다. 왜 미국의 마일이나 미식축구의 야드, 피트, 파운드 등은 그대로 두고 굳이 자국의 전통적 관습이자 인본주의에 입각한 계량단위를 무시하려는가?

오히려 잃어버린 우리의 시간(우리는 일본 기준시간에 살고 있다)을 찾기 바란다. 음력을 포기하면서도 자신들의 연호를 쓰는 일본은 무엇인가? 기가 막히고 어이없는 일들의 연속이다. 제발 정신 차리기 바랄뿐이다.

/황 평 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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