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민간 기부단체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기부금 영수증 발급건수가 지난해말 기준으로 18만6천976건이고 금액으로는 2천147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총 기부건수 가운데 90%는 개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0년 836건으로 510억원이었음을 감안할 때 우리의 기부문화가 만 5년동안 큰폭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얼마 전 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사 회장에 이은 세계 2위 부자인 워렌버핏 회장이 370억달러를 기부했다. 기부문화가 생활이 돼버린 미국이지만 워렌버핏 회장이야말로 나누는 기쁨을 아는 진정한 부자란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상류층의 도덕적 의무 같은 자선활동인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에 뿌리를 둔 기부도 아름답지만 풀뿌리와도 같은 서민들의 기부 또한 값지다.
자선적 기부는 있는자들만의 특권이 절대 아니다. 어릴 때부터 나누는 습관, 즉 기부행위는 학습에 의해 형성되고 이것이 반복돼 습관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기부문화는 돈의 문제라기보다는 정신문화에 뿌리를 둔 것이다. 생각이 바뀐 후에 실천이 따르듯 가정이나 학교, 사회 등지에서 교육을 통해 기부를 자주하는 생활문화를 유도해야 할 필요가 있다. 후원이란 돈뿐만 아니라 자신이 갖고 있는 전문지식이나 기술, 자원봉사 등을 포괄하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돈이 없어, 또는 부자가 아니어서 기부할 수 없는 게 아니라 기부문화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이에 무관심하거나 차일피일 미루게 되는 것이다.
기부의 형태중 프랑스어인 메세나(Mecenat)는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활동이나 지원자를 뜻한다. 이 운동은 기업 또는 개인이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문화사업으로 역사적인 어원은 고대 로마제국시대 아우구스트 황제의 대신이자 문화예술 운동가, 정치가, 시인이었던 마에케나스(Maecenas)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마에케나스는 그 시대 유명한 시인이었던 호러스(Horace)나 버질(Virgil), 프로페르즈(Properz) 등 당대 예술가들과 가깝게 지내면서 그들의 예술·창착활동을 대가없이 적극적으로 후원했다. 결과적으로 예술가들은 작품 활동에 전념할 수 있었고 예술적 성과로 답하게 되었으며 로마제국은 예술부국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선 20여년 전부터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과 기업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기업인들이 참여하는 메세나협의회를 조직해 각종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해왔다. 우리나라는 지난 94년 4월 기업메세나협의회가 창립돼 200여 주요 기업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스폰서십은 메세나스의 조건없는 후원에서 비롯됐다. 즉 메세나의 개념은 마음을 여는 정신문화로 타인들을 위해 예술문화의 여러 분야를 지원하는 개념이다. 후원자는 순수하게 좋은 일을 하고 만족하며 그 이상의 반대 급부를 생각지 않는다. 따라서 그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후원자들이나 기업들이 보통 익명을 쓰는 조건으로 후원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예술문화를 지원하는 기부문화가 뿌리를 내리기 위해선 실천할 명분과 힘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바로 기부의 필요성과 가치를 재발견하고 반복하는 일이다.
메세나 운동은 교육을 통한 충만한 정신문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나름대로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들에 의해 싹튼다. 때가 돼 저절로 형성되는 게 아니라 시민들의 노력에 의해 정신문화의 불씨를 가꾸고 메세나의 풍토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노 경 화 멀티미디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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